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5화 (45/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영철이파

장전된 석궁을 들고 앞을 주시한다.

선택의 시간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두 놈을 먼저 재우고 하나를 처리한 다음 남은 두 놈을 유인하든 추적하든 하느냐.

아니면 넷이 전부 모였을 때 하나를 기습하고 남은 셋을 재우느냐.

전자는 그놈이 마트까지 돌아가면 귀찮아진다.

후자는 기습이 실패하면 내가 반격을 당할 수 있다. 석궁으로 입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입을 쏴봐? 에이. 난 내 실력을 못 믿는다. 오래 연습하지도 않은 석궁으로 입을 어떻게 맞춰.

전자는 녀석들의 지능에 따라서 난이도가 바뀌고 후자는 내 명중률에 의해서 난이도가 바뀐다.

캬. 정말 쉽지 않네. 어쩌지?

탐지를 한번 돌려보자. 돌려보고 남은 두 놈이 근처에 없으면 전자, 있으면 후자로 하겠어.

"탐지."

나는 아주 작게 속삭였고 한 녀석만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다. 어? 이러면 뭐로 하지? 아이 씻팔….

"형님! 주변엔 아무도 없습니다!"

영철이로 보이는 놈에게 깍듯이 보고하는 똘마니.

"이 새끼들 다 어디 갔어?"

"뭔가를 쫓아간 게 아닐까요? 형식이 형님이 쓰러지신 거 보면 습격당하신 거고, 그놈을 잡으러…."

재웠다.

그리고 석궁을 내려놓고 빠르게 다가가서 방금 온 놈을 손도끼로 찍었다.

무게감이 꽤 있어서 내려치기 편하다. 마체테보다 수월한 기분.

[4,09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얜 좀 적네. 자. 이제 한 놈 남았고 수면도 하나 걸 수 있으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부디 도망가지 말고 잠자코 와라. 그래야 편하지.

다시 숨어서 탐지를 돌린다. 마음 같아서는 탐지가 끝나면 바로 또 쓰고 싶지만 그러려면 물약을 너무 많이 먹으니 안된다.

한번 쓰고 10초 세고 또다시 탐지를 쓴다. 이게 가장 안전하니 안 쓸 수가 없어.

제일 안 좋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주변을 살펴보러 간 똘마니가 50m 밖에서 내가 하는 짓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고 영철이가 쓰러진 순간. 뒤도 보지 않고 마트로 돌아가서 습격에 대해 방비한다.'

음….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그럴 일이 없어졌으니까.

탐지에 똘마니가 걸렸다. 빠르게 뛰어오는 게 느껴진다.

얼굴만 보이면 상황 정리다. 얼굴만 보이면….

"형님!"

영철이에게 다가오던 똘마니는 그대로 꼬꾸라졌다.

에휴. 병신들. 뭐 주변 경계나 의심이나 이런 거 안 하냐? 이래서 어떻게 여태까지 살아남았지?

탐지를 한 번 더 돌려보고 주변에 쓰러진 네 명 말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으그그. 다행이다. 이 새끼들이 대가리가 장식이라서."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추운 데서 너무 쭈그려 앉아있어서 그런지 몸이 굳었었는데 기지개를 켜니 좀 살 것 같다.

"자. 웃으시고…."

사진을 하나씩 찍어준다. 아차. 아까 한 놈 안 찍었는데.

영철이만 남겨놓고 나머지 세 놈은 바로 죽였다. 손도끼가 점점 손에 익는 느낌이야.

[22,424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9,33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3,17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와. 씨발. 부자 되겠네. 똘마니는 별로 없는데 워키토키 들고 있던 놈들은 참 많이 주네.

행동 대장 같은 건가? 어지간히 죽이고 다녔나 보다. 가진 코인들이 제법 되네.

자…. 이제 영철이와 신나는 면담시간을 가져야겠지?

근데 어디서 하지? 날도 추운데?

그런 고민을 하는 내 앞에 벤X가 보인다. 그래. 이거 좋네.

근데 잠깐…. 키는? 아…. 씨발. 없나? 설마 운전하던 새끼한테 있었나? 그러면 안 되는데?

차 문은 열리는데…. 제발 있어라. 들고 나가지 말았어라…. 오! 있다!

있다! 씨발! 나도 이제 벤X 오우너다 씨발!

신나는 기분으로 영철이의 몸을 테이프 질 한다. 고마운 선물도 줬으니 좀 더 정성껏 테이프 질 해줘야지.

팔도 칭칭 감고 몸도 칭칭 감고 다리도 칭칭 감고 눈도 칭칭 감아주고. 입은 열어놓고. 자 다했다.

나는 발길질을 했고 내 전투화가 영철이의 아구창을 까버렸다.

"컥…."

와. 한 번에 일어나네.

"크윽…."

가오충 조폭 새끼들에게 제대로 된 협박이 될 리가 없지. 일단은 패자. 정보는 못 얻는다 생각하고 일단 패자.

퍽 퍽 퍽 퍽

"퉷."

입안에서 피가 나는 영철이는 때리는 걸 멈췄더니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낸다.

"감전."

아 씨발 깜짝이야.

갑자기 스킬을 말하는 영철이 때문에 존나게 놀랐다.

목표를 볼 수 없으니 당연히 스킬은 안 나갔지만, 순간 존나 놀랐다.

"영철아."

내가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역시 씨발 가오충 새끼. 컨셉 확실하네.

"영철아? 형이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지."

"넌 뭐냐. 크윽. 퉷."

입에 피가 계속 고이는지 피를 자꾸 뱉는 영철이.

"뭐. 말하면 아냐?"

"조빵새새끼…. 퉷. 넌 꼭 죽일 거다."

"뭐. 니놈 똘마니들 시켜서? 니 똘마니 몇이나 남은 줄 알고 그런 말 하냐?"

"몇이든 상관없다. 넌 꼭 죽…."

시간이 아깝다. 이새께 주둥이를 열게 하는 것도 힘들고 그걸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두들기고 차 안에서 따듯하게 이야기나 해볼까 했는데 글렀다.

"야. 뭐하나만 물어보자. 물어보는 거에 대답 안 할 거지?"

"새끼. 어차피 죽일 거면서 혓바닥 존나 기네."

"기대도 안 했다. 새꺄."

석궁을 가져와서 멀리서 조준해봤다.

투칵!

"큭…."

심장을 조준해봤는데 가슴팍에 볼트가 맞았다. 이것 봐. 석궁이 좋으면 뭐해 쏘는 놈이 이 모양인데.

이대로 죽으면 볼트가 사라지니 빨리 다가가서 볼트를 뽑았다.

뽑힌 상처 자리에서 피가 콸콸 나오는 게 보인다.

"아차. 주머니."

에이…. 쏘기 전에 뒤질걸.

다행히 별건 없었다. 바지 주머니에 좀 멋져 보이는 너클 하나 정도?

은색으로 반짝반짝하는 너클. 멋있다. 이것도 내 전리품이다.

시계랑 반지도 제법 비싸 보이고 있어 보인다. 내가 언제 이런 거 차보겠어. 가져가야지.

이러고 보니 하는 짓은 완전 좀도둑이네. 왜 이리 웃기지.

"개…. 새…."

나는 스마트 폰을 켜서 동영상을 찍었다.

죽어가는 영철이의 모습.

한 손으로는 영철이를 찍으며 다른 손으로 손도끼를 치켜들었다.

콰직

영철이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웃긴 건 카메라 영상에선 빛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정말 신기한 세상이야.

[21,32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뭐야. 한 10만 단위로 있을 줄 알았는데 소박하네. 2만 코인 보고 소박하다는 게 미친 소리긴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마트 안에 있는 네 명. 어떻게 잡아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차는…. 잠깐 여기 둬도 되겠지. 다시 찾으러 오면 되니까.

전기차. 그래 이것도 있었네. 하나는 앞이 박살 났으니 됐고, 하나이건 쓸만할 거 같은데…. 충전이 문제고.

전기차 충전은 어떻게 하지? 집에서 뭐 하는 방법이 있지 않나?

인터넷이 되면 검색이라도 해볼 텐데. 아이씨. 귀찮네 진짜.

일단 이것들은 나중이다. 먼저 마트부터 마무리 짓자.

"탐지."

이 지랄을 떨었지만, 주변은 역시 아무도 없다. 뻐근해지는 감각에 회복 포션을 하나 원샷한다.

코인도 많이 벌었으니 회복 포션 정도야 뭐…. 웃으면서 마실 수 있지.

네 명.

동시에 덤벼도 스킬로 선제공격만 안 당한다면 내가 이긴다. 그리고 한가지 확신이 든 게 있었다.

이 새끼들은 탐지능력은 없어. 있었으면 방금 영철이하고 같이 왔을 거다.

방심하지 않는 선에서 대범해져도 될것 같다.

남은 게 네 명이라는 확신이 없는 게 문제지만 그건 마지막 놈 잡아 족치면 알 수 있겠지.

워키토키가 있었으니 마트에 있는 놈들은 지금쯤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거다.

지들 대가리까지 직접 나왔는데 연락 두절이라니…. 아찔하겠지.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안될 때 들이닥쳐야 한다. 뭐 상황 파악은 영원히 못 하겠지만.

탐지를 유지하면서 마트로 다가갔다. 함부로 마트를 나오지는 않았는지 잡히는 것은 없다.

마트를 빙 돌아서 뒤편으로 가니 적당히 시야를 가리고 마트 벽에 바짝 붙을 수 있었다.

자. 뭐라도 하나 걸려라.

"탐지."

기척이 잡힌다. 두 명의 기척. 하나는 지하, 하나는 윗층.

좋아. 이대로 마트를 빙 돌아본다. 개사기 탐지 스킬로 안을 다 훑어보는 거야.

마트는 굉장히 커 보였지만, 탐지 스킬이 반경이 50m라서 그런지 바짝 붙어서 한 바퀴 돌아보니 사각 없이 다 확인이 가능했다.

문제는 안에서 잡힌 기척이 여섯이라는 거다.

지상에 넷, 지하에 둘.

씨발…. 왜 여섯이지? 그 사이 두 명이 충원됐나? 아니면 처음부터 승희가 잘못 알고 있었나?

어디부터 가야 할까. 그리고 왜 이놈들은 나뉘어서 있을까?

그렇게 한 바퀴를 도는데 정문 입구 옆에 마트 내부 안내도가 있었다.

오…. 이걸 보면 대충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보자…. 2층은 생활용품이랑 잡화. 1층은 옷가게…. 장난감…. 지하는 식품…. 잠깐만.

고객 만족 센터. 이런 마트를 관리하는 CCTV 같은 건 고객 만족 센터 옆에 있는 거 아냐? 고객 만족 센터는 1층인데?

설마…. 이놈들 내부 감시 같은 건 전혀 안 하는 거야? 진짜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들이 모여있는 2층과 지하에는 CCTV가 있을 만한 자리가 아니다.

씨발….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한 거야? 혼자 쑈한 거냐고.

탐지를 돌렸다.

아직도 위에 네 명, 지하에 두 명은 변함없다. 대체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객 만족 센터 쪽으로 향했다.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내부. 나는 고객 만족 센터 안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봤다.

"하…."

벽에 잔뜩 붙어있는 CCTV 송출 모니터들. 제대로 켜있는 게 없었다.

"내가 씨발 양아치 새끼들을 너무 과대평가했구나?"

건물에 들어오는 순간 CCTV에 노출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병신 같았다.

이 새끼들은…. 그냥 여태까지 운이 좋아서 산 거야.

아니면 내가 너무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했던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