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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이파
페스트푸드점과 벙커를 왕복하며 일주일을 감시한 결과 많은 것을 알아냈다.
일단 이놈들은 차를 운행한다. 두 대나. 내가 가져가 버린 차도 있으니 원래는 세대였을 것이다.
매일 점심쯤 출발해서 돌아오는 시간은 제멋대로다. 아마 할당량이 있는 듯하다. 뭐 이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차에는 꼭 세 놈씩은 타고 나간다. 결국, 점심 이후에는 여섯 명은 빈다는 소리. 상당히 유용한 정보다.
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는 항상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전기차 충전소가 지하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담배 피우러 나오는 놈들도 몇 명 봤다. 한 놈은 확실하게 골초가 있다. 하도 봐서 얼굴이 익숙할 정도.
그 외에도 최소 다섯은 본 거 같다. 담배 보급이 잘되고 있는 듯. 아니면 설마 담배 생성 스킬이라도 있나?
조폭 놈들 말고 외부인은 본적이 없다. 저 녀석들이 주변 근방은 다 털어버려서 그런 것 일지도?
열넷일 텐데 생각보다 나오는 놈들이 없다. 열네 명이 맞나? 차 타고 나오는 여섯 명에 담배 피우는 놈들 다섯. 나머지 셋은?
아…. 차를 매번 똑같은 놈들이 나가는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교대로 다닌다면? 적당히 이해가 간다.
그럼 차세대였을 때는 어떻게 다녔지? 맞교대가 안 됐을 텐데.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지들이 알아서 했겠지.
접근 방법을 바꿨다.
차를 먼저 노린다. 그편이 쉬울 것 같다.
일단 저놈들을 들쑤실 필요가 있다. 차를 털어야 저놈들이 밖으로 나올 테고 그래야 습격하기가 편해진다.
문제는 차를 어떻게 노리냐는 건데….
역시 매복인가.
다행인 건 이놈들은 차를 타고 나오면 꼭 둘 다 대로 쪽으로 좌회전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양쪽으로 갈라진다.
대로변에 숨어있으면 달리는 차 운전하는 놈 재우는 건 어렵지 않지. 근데 운전하는 놈을 재우면 차가 어떻게 되지?
그대로 꼬라박나? 그럼 소리가 시끄럽지 않나. 거리를 좀 벌려야겠네.
결정했으면 고민할 필요 없다. 바로 실행해봐야지.
마트와 조금 떨어진 곳 대로변에 포장마차 하나가 있었다. 여기 딱 좋네. 숨기도 좋고. 춥지도 않고. 틈으로 밖도 보이고.
날마다 그쪽으로 차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기는 지나갔다.
그러니 며칠 있다 보면 한번은 지나가겠지. 그날이 니놈들 제삿날이다.
벙커로 돌아왔다. 일단 한숨 푹 자야지. 너무 오래 깨어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죽어가니까.
불면증 환자들은 다 나처럼 이런가?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살아있긴 할까?
아니면 나처럼 수면 스킬을 발견하고 맹렬한 환호성을 질렀을까?
잠들기 전에 승희에게 음식을 전해주러 가니 나를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아직 아니라고 말했더니 약간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하긴 자기도 이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건 알겠지.
한번 박고 싶지만 피곤해서 안 되겠다. 한숨 자고 생각해보자.
그리 오래 자고 싶진 않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오전 11시였다.
한번 하고 가고 싶었는데…. 그냥 나왔다. 조폭 놈들이 우선이니까.
캬….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 섹스를 마다하고 나오고 말이지.
대낮에 길거리를 활보하는데도 두려움이 없다.
나는야 무서울 게 없는 사람. 내가 이 일대의 미친놈이다!
봐뒀던 포장마차로 들어가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이러고 뜨끈한 우동 하나만 먹으면 기가 막히겠는데.
대로가 보이는 쪽에 앉아서 도로 쪽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놈의 전기차는 조용해서 소리로 알아채기가 힘드니까.
열두 시. 슬슬 나올 때인데.
제발 이쪽으로 지나가라. 안 그러면 내일 또 와야 하잖아. 한 번에 하자. 한 번에.
아니지. 이대로 이쪽으로 안 오면 돌아가서 승희랑 하면 되네. 뭐든 상관없구나? 이것 참 행복하구만.
그렇게 대로를 보고 있는데 기이이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온다. 전기차다!
2차선으로 달리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전기차. 운전하는 놈 얼굴이…. 보인다. 나는 그놈의 얼굴을 보고 중얼거렸다.
"자라. 자라. 자라. 자라. 자라. 자라. 자라. 자라. "
수면 스킬 범위 안에만 들어오면…. 들어오면! 좋아!
운전하던 놈의 고개가 숙여지는 게 보였다. 마치 슬로우 모션 같다. 내가 한껏 집중하고 있어서 그랬나?
차가 비틀하면서 돌았고 옆의 보조석에 있는 놈과 뒷자리에 있는 놈도 보였다. 바로 전부 재웠다.
탑승자 전원이 자고 있는 전기차는 그대로 중앙선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반대편 길가 상가 쪽으로 나아간다.
속도가 줄긴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충돌할 게 뻔했다.
그대로 포장마차를 뛰쳐나가 반대편 길가로 달렸다.
텅 텅 쾅!
생각보다 그리 큰 충돌은 아니었다. 막 백 킬로 넘게 달리고 그랬던 건 아니니까.
연석을 타고 올라가며 크게 튀어 오른 차는 길가의 상가 입구 옆을 들이박고 그대로 멈췄다.
저거…. 폭발하는 거 아니지? 하긴 영화도 아니고.
빠르게 길을 건넌 나는 몸을 숨기며 지켜봤다. 저 정도 충돌이면 잠에서 깰 텐데. 그 생각을 못했네.
왜 나는 재우면 그대로 차가 멈출 거라고 생각했지. 병신인가.
셋 다 죽은 놈은 없나 보다. 차 문이 열리고 허리를 짚으며 나오는 세 놈.
씨발. 진짜 허리 아픈 거 맞아? 왜 셋 다 허리를 짚는 거야? 사고 났을 때 기본 포즈야?
옆에 탔던 놈과 뒤에 탔던 놈이 운전한 놈한테 뭐라고 화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남 탓이냐?
그러더니 뭔가를 꺼내서 마치 전화하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씨발? 저거 워키토키 아냐?
급하게 재웠다.
다행히 세 놈 다 시야도 거리도 닿았다. 빠르게 뛰어가니 떨어진 워키토키가 삐로리로 거리고 있다.
동료에게 연락한 걸까? 이리로 오려나? 그 짧은 시간에 위치를 말했을까?
다른 차와 갈라진 지 얼마 안 됐을 것이다. 그럼 여기까지 차를 돌려서 오는데 순식간일 거다.
신호고 정체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고민…. 일단 셋 다 죽여? 하나만 남겨놓아 봐?
차가 와도 세 놈일 거다. 그리고 난 네 명을 재울 수 있다. 아직 확인은 못 해봤지만.
좋아. 기회야. 워키토키가 있을지는 몰랐지만, 녀석들을 분산시킬 기회다. 예상 밖의 기회.
죽인다. 기회가 났을 때 바로바로 죽인다.
아차…. 사진 찍어야지.
빨리 스마트 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곧 죽을 놈들의 영정사진이라 생각하고 이쁘게 찍어줬다.
그리고 두 놈을 새로 얻은 손도끼를 휘둘러 죽였다. 워키토키를 들고 있던 놈은 남기고.
[13,54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5,12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코인을 빠르게 회수하고 상가 입구 안쪽에 숨었다.
소리가 들릴까? 들리겠다. 이 정도 거리면.
10분쯤 기다리니 차 한 대가 급하게 이쪽으로 다가와 멈췄다. 나이쓰. 일이 술술 풀리는구나.
세 놈이 후다닥 튀어나와 쓰러져있는 놈에게 다가간다.
"형식아! 야! 이거 뭐야!"
"형님!"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더니 한 놈이 워키토키를 들고 무전을 치기 시작했다.
"2호 차. 2호 차. 1호 차 발견. 위치는 마트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한 블록. 진행 방향 좌측. 두 명이 안보인다. 지원 바람. 반복한다. 2호 차. 2호 차. 1호 차 발견. 위치는 마트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한 블록. 진행 방향 좌측. 두 명이 안보인다. 지원 바람."
남자는 무선을 치고 나서 쓰러져 있는 형식이란 놈을 바라본다. 다른 두 명은 숨소리를 확인하고 눈을 까뒤집으며 이리저리 살피고 있다.
단지 자고 있을 뿐인데 쟤들은 당연히 모르겠지. 부상자면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고.
방금 무전을 쳤으니 지원이 올 것이다. 뭐로 오지? 뛰어오나? 차가 또 있나? 차가 또 있을 확률도 있다.
어쨌든 지원이 몇 명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을 줄여 놓을 찬스다.
바로 뒤에 지원온 세 명을 재웠다.
깔끔하게 네 명 모두 잠들어 있다.
오오오. 수면 만세.
나는 무적이다. 네 명 이하와 싸울 때는 두려울 게 없다.
지원이 오기 전에 세 명은 더 처리해놔야 한다. 그래야 수면을 또 걸지.
또 등장한 오늘의 사진사.
세 녀석의 사진을 찍고 마체테로도 찍고.
캬. 라임보소.
[25,41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4,989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16,873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씹쌔끼들. 잘도 죽이고 다녔네.
전체적으로 가진 코인이 많다. 죽이기도 많이 죽이고 물자가 나름 넉넉하니 코인으로 식료품을 별로 안 샀다는 이야기다.
하긴 차 끌고 날마다 그렇게 나다니는데 먹고살 만하겠지.
쓰러져있는 형식이란 놈의 수면을 초기화시키고 다시 몸을 숨긴다.
몇 놈이나 올까? 총 열넷인데 지금 다섯 놈 잡았고 한 놈은 잡은 거나 마찬가지. 그럼 여덟 명 남았는데.
세 놈이 더 오면 베스트인데. 그렇게는 안 오겠지? 과연 어떨까?
탐지를 한번 돌려봤다. 쓰러져있는 놈 말고는 없네. 지원 바람이라고 했는데 과연 어떻게 올까?
부우우우웅
한참을 기다렸더니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차 소리? 이건 기름 차 소린데?
새까만 차가 다가왔다. 벤X. 딱 봐도 비싼 차. 네 명이 내리는데…. 눈에 띄는 한 놈이 보였다.
아무리 눈치 없는 새끼라도 저 새끼가 대가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씨발 가오 잡는 수준이 다르네.
"주변 살펴."
캬. 새끼 말하는 거 보소. 저 새끼는 가오로 보면 '진짜'다. 다른 똘마니들이랑 비교가 확 되네.
한놈은 무전을 계속 치고 있고 다른 두놈은 어디론가 흩어졌다.
그리고 쓰러진 형식이를 내려다보는 대가리. 이름이 뭐였지? 영철이?
"1호 차. 2호 차. 발견. 한 명확인. 다섯 명확인 불가. 현재 수색 중. 반복한다. 1호 차. 2호 차. 발견. 한 명확인. 다섯 명확인 불가. 현재 수색 중."
저 워키토키…. 조금 탐나긴 한다. 스마트 폰이 뒤져버린 이 세상에서 원거리 통신은 유용하지.
어차피 나는 쓸 사람도 없지만.
승희랑 폰섹스나 할까? 워키토키니까 워섹스야? 아. 씨발 존나 안웃기네.
상대는 네 명. 어떻게 할까. 지금 두 명이 없을 때 습격하는 게 맞는데. 아이씨. 고민되네.
석궁…. 써볼까? 한방에 조질 수 있으면 딱 맞는데. 어떻게 할까.
흩어진 놈들이 오기 전에 다 재우고 하나를 먼저 죽일까?
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지만, 지금은 탐지가 있다.
흩어진 두 놈이 그대로 도망가지만 않으면 되는데….
뭐가 됐든 석궁은 써야 할 거 같다.
나는 조용히 볼트 한 발을 꺼내서 석궁에 올리고 장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