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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1화 (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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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스킬

한참을 스킬들을 눌러보며 알았다.

스킬들에는 세 가지 등급이 있다. 30만 코인짜리, 20만 코인짜리, 10만 코인짜리.

30만 코인짜리 스킬들은 몇 개 없었다.

다 해봐야 10개도 안 되는 개수.

수면 스킬이 얼마짜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누를 수가 없어서 얼만지 안 떴으니까.

그런데 비슷한 느낌의 마비나 속박들은 10만 코인짜리였다. 대체 기준이 뭘까?

대부분의 공격 스킬이나 방어 스킬들은 거의 다 10만짜리였다. 역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야.

그런데 몇몇 개는 30만짜리 공격 스킬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감전.

분명 벼락 스킬이 따로 있는데 감전이 또 있다.

대체 뭘까? 말 그대로 감전시키는 건가? 이해를 못 하겠네.

어쨌든 이걸 다 눌러본 나는 다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승희는 두번째 스킬을 고를 수 있다 해도 배울 수 없다.

가장 싼 스킬이라도 10만 코인이다.

나는 아직 10만 코인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10만 코인이라고 하면 사람을 200명을 죽여야 한다.

뭐…. 대량으로가지고 있는 사람을 죽이면 더 빨리 얻을 수야 있겠지만 승희의 스킬은 힐이다.

저 체력과 저 신체 능력, 저 스킬로 사람을 죽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인이 얼마 있는지 알아볼 방법은 없지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럼 내 스킬은 뭘 골라야 하는가?

매혹과 주변 인간 감지. 둘 다 30만 짜리다. 매혹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데 주변 인간 감지가 30만짜리라는 게 확 끌린다.

적어도 매혹 급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이란 뜻이니까.

그리고 승희의 말대로 두번째 스킬이 아예 안 떴다면 그건 또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에 두번째 스킬이 첫 번째 스킬의 숙련도를 다 채워서 생긴 거라면?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이 빌어먹을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몰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그렇게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매혹은…. 숙련도 올리기가 힘들 거 같다.

숙련도를 올려야 하는데 내게는 승희 하나밖에 없다. 승희에게 매혹을 걸면 매혹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스킬 숙련이 굉장히 더디게 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

사용 가능 인원이 하나라면 적어도 여자 둘은 있어야 숙련도를 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매혹이 어떤 기준으로 들어가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거 같다.

뭐 그거는 주변 인간 탐지도 불안감은 있긴 하다. 내부 쿨타임 같은 게 있어 버리면 망하는 거니까.

근데 이미 스킬을 쓸수록 체력을 깎는데 따로 쿨타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그거야 스킬을 찍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내가 봐온 스킬들 중에 내부 쿨이 있는 스킬은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 만든 새끼들은 그렇게 디테일하게 설정했을 것 같지가 않아.

그냥 지들 꼴리는 대로 만든 느낌이라는 거지.

마음이 주변 인간 탐지 쪽으로 기운다.

이 스킬을 숙련도를 다 올리면 다음 스킬이 또 나올 것 같으니까.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보면 결국은 탐지가 훨씬 나아 보인다.

당장 써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한 습격 생활이 가능하게 될 테니까.

매혹을 선택하면 자지 새끼는 즐겁겠지만 당장 습격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탐지를 고르면 앞으로 몸과 정신이 편해진다.

승희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냅다 매혹을 골랐겠지.

하지만 지금 생활엔 문제가 없다. 결국은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탐지에 눈이 가는 게 당연하다.

"으음."

어느새 승희의 수면 시간이 끝났다.

하지만 나는 다시 재우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뜨더니 눈과 입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는다는 것과 바로 앞에 내가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승희야."

"왜요…."

"너 코인 얼마나 있냐?"

"저…. 500요."

"너 사람 죽여본 적 있냐?"

"...아니요."

믿고 안 믿고는 내 마음이지만 믿기로 했다.

이미 눈과 입이 풀렸을 때 나를 공격하지 않은 것으로 의혹이 풀렸으니까.

잔뜩 긴장해서 바로 재울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그녀는 공격하려는 낌새도 없었다.

만약 그게 훼이크여서 내 빈틈을 노린다고 한다면…. 어휴. 씨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니 그냥 뒤지고 말지.

"너 스킬 창 밑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

"네…."

"너 스킬은 힐이고."

"네."

"숙련도는?"

"37.2요."

"너 숙련도 100퍼센트 넘긴 적 있냐?"

"아니요…."

형편없다. 어떻게 이렇게 살았지?

"너. 아빠가 있다고 했었지? 조폭한테 죽은?"

"...네."

승희의 표정이 바뀌었다.

명백하게 드러나는 분노.

"내가 너 잡아 온 날, 그때 죽었냐?"

"네…. 흑."

아빠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승희.

나는 그런 그녀의 손과 발에 있는 테이프도 뜯어줬다.

울상을 지으면서도 자신을 왜 풀어주는지 몰라서 나를 바라보는 승희.

"울지 말고 조용히 있어 봐."

나는 스킬 창을 바라봤다.

빈칸. 빈칸을 눌러 스킬을 골랐다.

주변 인간 탐지.

['주변 인간 탐지'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나는 예를 눌렀다.

몸이 빛나거나 꽃가루가 떨어지는 이펙트 따위는 없었다.

그저 수면 스킬 아래에 주변 인간 탐지라고 스킬이 생겼을 뿐.

"탐지."

대충 불러도 스킬은 나가겠지.

그리고 나는 내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미니맵이나 이런 걸 생각한 내가 참 우스웠다.

그냥 머릿속에 딱 하고 승희의 위치가 떠올랐다.

씨발…. 이런게 사기 스킬이구나.

그냥 알았다. 뭐 설명이고 해석이고 그런 게 없었다. 그냥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신기한 기분. 게맛살만 처먹다가 킬로당 몇만 원짜리 대게를 입에 넣은 기분.

"너. 잠깐 여기 있어 봐."

내 말에 승희는 아직도 눈가가 촉촉한 상태로 어리둥절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 승희를 무시하고 나는 방 밖으로 나갔다.

"탐색."

느껴졌다.

와. 씨발. 방 밖에서도 된다고. 장애물이 있어도?

벙커 안에서 승희와 가장 멀리 떨어진 다음 스킬을 써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개사기네.

이 벙커가 작은 게 아닌데…. 이게 되네.

승희 방의 문을 잠그고 조용하게 벙커 밖으로 나가봤다.

다시 한번 탐색을 썼다.

벙커 입구 바로 밖에서도 지하에 있는 승희가 감지된다.

씨발 미쳤다. 미쳤어.

가지고 나온 줄자로 10미터 거리를 잰 다음 다시 스킬을 썼다.

아직도 위치가 잡힌다. 다시 10미터를 떨어져서 스킬을 쓰니 또 잡혔다. 이거 개사기 아냐?

다시 10미터. 이번엔 스킬을 썼는데 아무런 기척이 안 느껴진다.

좋아…. 그럼 반경이 25에서 30미터는 된다는 뜻이네?

생각보다 엄청 반경이 넓다.

말도 안 되는 스킬. 30만 코인이 아깝지가 않다.

벙커 안으로 들어가 승희에게 갔다.

"너. 잠깐 나와봐."

"네?"

"나와보라고."

황당한 표정으로 내 손에 잡힌 채 문밖으로 따라 나오는 승희.

"조용히 있어 봐. 말은 하지 말고."

벙커로 나가려다가 생각해 보니 알몸에 잠옷 한 장 입고 있는 승희가 나가기엔 추워 보인다.

나는 대충 이불을 둘둘 말아서 몸에 둘러줬다.

아직도 대체 뭐가 뭔지 모르는 승희.

기울어져 있는 벙커 계단을 올라가면서 승희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벙커 밖으로 나가자 안과는 다른 싸늘한 공기가 덮쳤지만, 굉장히 상쾌한 표정을 짓는다.

"거기 서 있어. 아무 말 하지 말고."

나는 직선거리로 10미터씩 거리를 쟀다.

25미터를 정확하게 잰 다음 25미터 안쪽에서 탐지를 썼다.

승희가 서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이번엔 25미터 밖에서 써봤다. 승희가 서 있는 게 보이는데도 기척은 안 느껴진다. 감각이 굉장히 이상한 기분.

어쨌든 좋아. 확실히 알았다. 반경은 25미터. 그리고 이 거리면 내 수면 스킬도 가능하다.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얻게 된 거다.

반경 안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알아챌 수 있고, 재울 수 있다. 그것도 네 명이나.

웃음이 나왔지만 차마 웃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주변 25미터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긴 했어도 더 멀리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들어가자."

승희에게 다가가서 말하자 승희가 나를 보고 말한다.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가면 안 돼요?"

"왜?"

"오랜만에 나온 거라 좋아서…."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나한테 잡혀 온 지 얼마나 됐지? 한 달은 넘었는데.

그렇게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승희를 툭 쳤다.

"들어가. 너 그 안에 알몸이나 다름없잖아."

"더 있고 싶은데."

"들어가. 다음에 또 나오게 해줄게."

"네…."

감기라도 걸리면 골치 아프다. 옷을 입히고 다시 나오던가 아니면 날씨가 풀리면 나오든가 해야지.

벙커의 문을 닫고 문단속을 다 한 다음 방으로 돌아와 다짜고짜 승희의 옷을 벗겼다.

반항도 하지 않는 그녀.

침대에 눕히고 마음껏 가슴을 빨고 만지며 몸을 주물럭거린다.

웃긴 건 그리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포기한 것인지, 쾌락에 굴복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고 흔들면 이제는 승희 본인도 가볍게 신음을 낸다.

조교까지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상적인 섹스 파트너가 되어버렸다.

어리고 괜찮은 몸.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몸.

승희의 질 안에 시원하게 사정을 하고 옆에 누웠다.

마치 연인처럼, 내 팔에 승희를 눕히고 가슴을 만진다.

기분이 좋다. 스킬도 기가 막히고 승희도 기가 막힌다.

모든 상태가 다 좋다는 것은 사람을 극도로 안정감을 들게 하며 더없이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너."

"네…."

가슴을 만지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다. 오히려 본인도 좋아하는 느낌.

"너희 아빠 죽인 놈들."

"네."

"말해봐. 전에 말했던 거. 그 새끼들 위치랑 숫자랑 그런 것들."

승희가 벌떡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본다.

"죽일 거예요!?"

"어."

"같이 갈 수 있어요?"

"글쎄. 그건 쉽지 않을 텐데."

"내가 죽이고 싶어요. 특히 그 정영철 개새끼는."

"무슨 짓을 했길래?"

"그 새끼들이 아빠 친구들을 다 죽였으니까요. 아빠도 결국 그 새끼 부하들에게 죽었고."

새로 생긴 탐색 스킬도 써볼 겸 써버린 코인도 충당할 겸 그 조폭들을 잡아봐야겠다.

뭐 겸사겸사 승희의 복수도 할 수 있으면 좋지. 복수야 관심은 없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그 정도 서비스야 뭐.

"말해봐. 자세하게."

나는 다시 승희를 끌어당겨 가슴을 주물거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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