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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스킬
일단 위협은 없어졌으니 문제는 없는데…. 승희가 두번째 스킬을 뭐 찍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결국, 죽인다고 협박하는 수밖에 없는데…. 일단 그건 깨어나면 생각해 보고.
잠든 승희의 가슴을 만지며 스킬 창을 바라봤다.
비어있는 스킬 칸. 보기만 해도 설렌다.
두번째 스킬이라니…. 갑자기 이게 왜 나온 걸까?
일단 목록을 열어봤다.
처음 스킬을 고를 때는 수면 스킬을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혀서 다른 스킬들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지 생소한 스킬들이 많았다.
이걸 일단 적어놓을까? 아무래도 그러는 게 낫겠지.
목록을 보면서 스킬을 종이에 적어 리스트를 만들어 놨다.
꽤 많네. 별 쓰레기 같은 스킬도 다 있고.
담배 생성…. 하. 이런 스킬은 왜 있는 거야? 미치겠네. 캔맥주 생성이랑 거의 동급이네. 소주 생성…. 기름 생성? 이건 또 뭐야.
생각보다 생성 스킬이 많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기호품 충당이라도 하면서 살라는 건가.
근데 담배 생성은 뭐가 나오지? 담배 종류가 엄청 많을 텐데. 랜덤으로 나오나?
스킬들을 옮겨 적다 보니 승희가 깼다.
"왜…. 왜 또 재우고 묶은 거예요…."
묶여있어도 생각보다 담담한 승희. 조용한 건 좋은데 너무 차분한 거 아냐?"
"두번째 스킬 뭐 찍었어?"
"네?"
"두번째 스킬 뭐 찍었냐고. 여러 번 말하게 만들지 마."
"두번째 스킬이라뇨. 뭐에요. 그게? 스킬 또 고를 수 있어요?"
"아직 스킬 창 안 봤나?"
"어…. 네. 근데 지금은 눈이 가려져서 못 보네요…."
눈과 입을 동시에 풀어줄 수는 없다. 내 목숨을 가지고 도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목표가 필요한 스킬들은 목표를 보고, 입으로 말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막아야 스킬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게다가 은근히 눈도 풀어달라고 유도하는 거 같기도 하고…. 수상하다.
"자고 일어나면 눈이 풀려 있을 테니 확인해. 스킬 아무거나 고르지 말고. 네 몸간수 하려면 쓸만한 스킬을 골라야 하니까. 그리고 괜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평생 묶여서 살고 싶지 않으면. 아니면 바로 죽을 수도 있고."
협박을 해보지만 이게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는 것은 안다.
답답하네. 좋은 방법 없나?
일단 승희를 재우고 스킬 옮겨 적던 것을 마저 적었다.
내리다 보니 수면 스킬은 색이 달랐다. 이미 있어서 그런가? 고르지 못하게 돼 있나 보네.
스킬은 별의별 게 다 있었다.
왜 처음에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조금 신중하게 했었어야 하는데.
아니지. 그때 상황을 생각하면 뭘 해도 수면을 골랐을 것이다. 수면을 골라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스킬을 다 옮겨적었다.
이제 두번째 스킬을 뭘 골라야 할지 정해야 한다.
후보는 몇 개 추려놨다. 생존을 위해서 가장 좋을 법한 스킬들.
비행, 매혹, 투명화, 주변 인간 탐지.
공격 스킬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쓸 수 있는 공격 스킬들 치고 효율 좋은걸 하나도 본 적이 없다.
쓰기만 하면 바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날리는 스킬들이 유도탄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애초에 배제. 그건 격투 관련 스킬들도 마찬가지다.
별별 격투 스킬이 많았다. 왜 있는지 모르겠다. 번개 주먹…. 뭐 이런 거? 근데 결국 그걸 맞추려면 상대에게 몸을 노출해야 하잖아?
솔직히 말해서 상대가 주먹에 번개를 파직 거리며 내게 다가오면 나는 감사하다고 생각할 거다.
재우면 끝이니까. 번개 주먹이 얼마나 빠르고 치명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맞으면 끝이다.
게다가 방어 스킬…. 이것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예 안 들키는 게 최고다. 몸을 노출한 순간 사망의 위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내가 보호막 찍은 여자들을 극혐하는 거다. 보호막은 쓰는 순간 자신의 패를 모두 드러내는 거랑 마찬가지다.
나는 이거밖에 못 한다고. 보호막 끝나면 나는 무방비로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물론 주변에 일행이 있고 믿을만한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없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내가 사회성이 결여된 개찐따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신뢰라는 것을 아예 인정하지 않으니까.
알량한 믿음보다는 가능성을 0으로 만드는 게 낫다.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생존은 그렇다.
그렇기에 방어 스킬들도 패스.
생성 스킬들…. 됐다. 말하기도 귀찮아.
물론 술이나 담배 생성은 누군가에겐 가장 가치 있는 스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술 담배 정도는 마음껏 하고 죽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그런 거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만들게 하는 것도 뭐….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건 완벽한 생존이 아니다.
나같이 제정신 아닌 미친놈들을 만나면? 사회성 같은 것은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패스.
회복 스킬…. 제법 있다.
승희가 가진 힐 같은 스킬 외에도 질병 치료도 있고 상태 이상 회복도 있었다.
물론 이것들도 앞서 말한 것과 같다. 모여서 사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스킬들.
하지만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뭐…. 만약 가능하다면 승희에게 질병 치료를 배우게 하는 게 제일 낫겠지.
안전한 곳에서 힐과 질병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다만, 내가 쓰는 게 아닌 남이 쓰게 하는 거면 조금 귀찮아진다.
상처로 죽어가고 질병으로 죽어가는데 결국 안 써주면 내가 끝장이니까.
그때는 같이 죽는 거지 뭐.
결국, 둘중 하나다.
강제로 믿을 수 있는 파티를 만드는 방법.
아니면 혼자서 철저하고 안전하게 사는 방법.
비행과 투명화를 빼놓긴 했지만, 최선의 스킬은 아니다.
그냥 좋아 보인다는 거지 완벽한 스킬은 아니니까.
투명화가 정말 인식저해까지 된다면 모를까, 소리도 존재도 지울 수 없다면 크게 의미는 없다.
그건 다빈이를 봐서 느꼈지. 물론 잘 쓰면 충분히 잘 쓸 수 있긴 한데….
비행도 마찬가지다. 투명화와 비행을 둘 다 선택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비행 단독으로는 조금 아쉽다.
내 앞에 비행 스킬 있는 놈이 나타나면…. 그놈은 바로 피떡을 만들 수 있으니까.
매혹.
고민이 된다.
성능은 익히 알고 있다. 정세희 그년이 매혹 스킬로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근데 남자인 내가 남자에게 매혹을 걸면 어떻게 되는 걸까?
씨발….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강간이라도 당하는 거 아냐?
무엇보다 동성에게 매혹을 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희 년을 잡아서 심문하면 참 좋겠는데.
이성만 된다고 하면…. 좋긴 하겠지. 할렘이잖아?
이 병신같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할렘이라니. 그거야말로 남자의 로망이네.
만약 내 정력이 무한했다면 매혹을 골랐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사정 세 번만 해도 불알이 땡기는걸.
잠깐의 만족을 위해 이런 기회를 날리는 것은 아깝다. 분명, 매혹은 좋은 스킬이긴 한데…. 여자가 별로 없다.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여자를 포획해야 한다니…. 이거 무슨 포X몬도 아니고.
주변 인간 탐지.
내가 바라던 스킬이긴 하다. 문제는 이게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거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모르겠다. 이 씨발 스킬 만든 새끼들 진짜 만나기만 해봐라. 병신같은 새끼들.
주변에 인간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스킬이라면 이것보다 좋은 게 없다.
마음 놓고 안심할 수도 있고 습격이나 선공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반경.
만약 '주변 2M 안에 있는 인간을 탐지합니다.' 이딴 거면…. 씨발 자살하고 싶을 거야.
게임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니맵이 딱 뜨고 한 주변 100M 안에 있는 인간이 쫘악 뜨면…. 대박인데.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로 사기 스킬은 아닐 것 같다.
만약 그런 스킬이었다면 아직 내가 살아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고민…. 고민…. 고민….
매혹이냐 탐지냐. 당장 매혹을 찍으면 승희에게 테스트할 수 있긴 한데.
이크. 승희가 깰 시간이 30초 남았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지.
적은 것들을 전부 챙겨서 밖에 나오니 승희가 깼다.
"야."
"네?"
"스킬 창 확인해봐. 밑에 빈칸 떴는지."
"아무것도 없는데요? 뭘 확인하라는 거에요?"
으…. 답답해. 저 말의 진의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하다.
매혹을 찍을까? 매혹 효과가 이성을 통제하는 거라면 적어도 거짓을 말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다시 재웠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승희가 연기를 존나게 잘하는 게 아니라면 모를까…. 정말 안 뜬 거 같긴 하다. 근데 그걸 확신할 수 없는 게 문제지.
하…. 씨발 고민되네.
매혹…. 탐지…. 매혹…. 탐지….
좋아. 일단 매혹해본다.
승희에게 잔뜩 테스트해보고 나중에 세희 씨발년을 매혹해봐야지.
매혹 스킬을 가진 사람을 매혹하면…. 이거 매혹 무제한이야? 아니면 매혹이 안 먹힐까? 아이씨…. 그건 또 애매하네.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보자. 매혹을 배워서 매혹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아보자. 그래야 세희 년도 공략할 수 있겠지.
빈칸을 눌러 매혹을 골랐다.
['매혹'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아니 씨발? 이건 도 무슨 개소리야. 왜 코인이 들어. 게다가 뭐? 30만? 장난해?
물론…. 30만 정도는 있다. 워낙 많이 쳐 죽이고 다녔어야지.
지금 내가 가진 코인은 44만 코인. 근데 스킬이 30만 코인이라고? 와 씨발 처음에 이 새끼들이 준 코인이 500코인인데?
적어도 600명은 죽여야 배울 수 있는 거야? 와…. 씨발 이거 제정신들 아니네?
아…. 하긴 세상을 이따위로 해놓은 놈들이니 제정신 아닌 건 맞지.
다른 스킬들을 눌러봤다.
['비행'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비행은 20만이야? 왜 차이가 나냐?
['투명화'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투명화도 20만이야?
['주변 인간 탐지' 스킬을 배우는데 3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이것 봐라? 주변 인간 탐지는 왜 30만이야? 뭐야…. 이거 스킬에 등급이라도 있나?
뜻밖의 정보다. 이 빌어먹을 정보 하나 안주는 스킬 창에서 알아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정보.
첫 번째 스킬을 줄 때는 코인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런데 두번째 스킬에는 코인을 요구한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게다가 스킬마다 코인이 다르다. 이건…. 중요한 정보다.
적어도 만든 새끼가 스킬에 등급을 걸어놓은 것은 확실한 거고, 그 등급은 성능으로 결정됐을 확률이 높다.
나는 하나씩 스킬을 눌러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