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5화 (3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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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지구

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고 나오니 여자가 너무나 조용했다.

뭐야. 뭐지? 죽은 건 아니겠지?

"어이."

내가 부르자 여자가 화들짝 놀라는 게 보였다.

휴. 다행이네. 아이 씨발.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답답하지? 입에 붙은 거 떼줄 테니 시끄럽게 굴지 말자?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 잘하고. 알았지?"

여자가 고개를 끄덕거리기에 나는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줬다.

"푸하."

언제나 비슷한 반응이다.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주면 한숨을 내쉰다.

숨이 많이 막히나?

"보자…. 이름?"

"최승희요…."

"승희…. 나이는?"

"스물요…."

"그래. 스무 살의 최승희 양. 어쩌다가 거기에서 조폭들에게 잡혀갈 뻔했어? 조폭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 양아치 같은 새끼들."

"어!!?"

"음? 뭐야? 질문 있나?"

나는 기분이 매우 좋기에 제법 관대하게 승희에게 물어봤다.

"네…. 해도 돼요?"

게다가 이 여자애는 나름대로 예의가 있다. 고분고분하기도 하고. 아마 그게 맘에 드는지도.

"해봐."

"그…. 지금 말씀하시는 분은 그 조폭 새끼들하고 관련이 없으신 분인가요?"

분이라니…. 얘는 왜 이렇게 사람이 공손하냐?

"당연하지."

"그럼 아까 그 씨발 새끼들은 어떻게 됐어요!? 죽었나요?"

"아까 그 세 명?"

"네! 아까 그 세 마리요!"

얜 왜 이리 조폭 놈들에게 적대감이 높지?

잡혀갈 뻔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단지 그 이유뿐만은 아닌 느낌? 게다가 세 마리라니…. 화끈하네?

"죽였는데?"

"진짜요!? 오오. 감사합니다. 그 씹새끼들! 혹시 고통스럽게 죽였나요?"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반응이 격렬하다. 이것 참…. 흥미로운 여자애야.

"한 놈은 아프게 죽었지. 끔찍하게. 남은 두 놈은 아쉽게도 편히 죽었네."

"씨발놈들…. 내가 죽여야 했는데."

"저기, 승희 양? 조금 흥분한 거 같은데 진정 좀 할래?"

"그 새끼들이 아빠를 죽였어요!"

음…. 안 물어봤는데…. 얘는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놈들은 패거리가 많아요! 숫자는 열일곱! 세 명 죽었으면 이제 열넷! 본거지는 대형마트에요! 거기 대장 놈은 정영철이란 놈이고 거기 간부는 세 명이 있는데…."

"어. 잠깐잠깐. 내가 아까 뭐라고 했지?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라고 했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네…."

"좋아. 승희 양이 말을 잘 들으니 좋게좋게 이야기하자고. 네가 방금 말하려 했던 건 궁금한 내용이긴 한데 아직 순서가 아니야."

"네."

뭐지? 이런 여자애는 처음 봐서 조금 당황스럽네.

"스킬은?"

"네?"

"니 스킬."

"저요? 제 스킬은 힐이에요! 힐."

"힐?"

"네. 힐링 할 때 힐이요! 상처 치료!"

와씨…. 힐이라고? 그런 스킬이 있어? 아니…. 그래 힐러도 있을 수 있지. 근데 힐이라니. 이건 또 처음 듣네.

아니 그러고 보니 그렇네. 스킬이 이렇게 많은데 당연히 힐도 있어야지.

근데 왜 생각을 못 했지? 죽이는 것밖에 생각한 적이 없어서 그런가?

하긴…. 부상입으면 바로 죽는 세상이니 힐 할 생각을 안 해서 그런가?

그렇네. 내가 상처를 입어본 적이 없어서 힐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구나?

"보여줘."

"상처가 있으세요? 근데…. 상처를 봐야 하는데."

음…. 이건 좀 골치 아프네.

보통 스킬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을 해야 스킬이 나간다.

이 여자의 스킬이 힐이라고 해서 그걸 믿고 눈이랑 입을 다 열어줬는데 힐이 아니고 다른 스킬이어서 내가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어쩐다….

시간이 많이 들어도 어쩔 수 없네. 20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위험에 노출돼서 뒤지는 것보단 20분 기다리는 게 낫지.

다행히 이 벙커에도 민지가 있었던 방이랑 똑같이 창 달린 문이 있는 방이 있으니까.

"승희야."

"네…."

"네 스킬에 대해 검증을 할 거야."

"네. 알겠어요."

"힐의 범위는?"

"어떤…. 범위요?"

"어떤 걸 치료할 수 있냐고. 긁히거나 베이거나 그런 거 치료하는 거야?"

"네! 맞아요. 멍든 거 베인 거 긁힌 거 부러진 뼈라던가 그런 것도요. 머리 깨진 것도 치료해 봤어요!"

뭐지? 제법 대단한데?

"병은?"

"병은…. 안돼요. 감기나 이런 건 치료 안 돼요."

그런가. 하긴 그건 게임에서도 보통 디버프 해제나 큐어나 뭐 그런걸로 치료하지…. 아씨 진짜 게임이야?

"그럼 네 스스로도 힐 할 수 있어?"

"제 몸에 난 상처요?"

"응."

"네…."

"잘 들어. 네 몸에 상처를 낼 거야. 그리고 넌 잠들 거고 잠에서 깨면 네 눈을 가리고 있던 게 풀려 있을 거야. 그럼 넌 네 상처를 치유해. 그러면 널 믿어줄게."

"제 몸에 상처를 낸다고요…. 알았어요. 너무 아프게만 하지 마요."

정말 신기한 여자다. 왜 이렇게 고분고분하지? 너무 말을 잘 들어서 의심이 들 정도다.

"혹시 파상풍 같은 게 걸리면? 그것도 치유가 되니?"

"어…. 그건 모르겠는데요…. 근데 파상풍이면 감염 아니에요? 그럼 못할 것 같은데."

"알았어. 기다려."

하…. 이것참. 파상풍을 걱정해주는 날이 오다니.

이거 참 생소한 경험이네.

나는 새 칼날을 끼운 커터칼을 가져왔다. 괜히 마체테로 긁었다가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안 되니까.

사람을 몇십 명을 죽인 마체테라 아무래도 좀 찝찝하기도 하고.

"아파도 참아라."

나는 여자의 바지를 걷어 발목을 드러냈다.

막상 커터칼로 여자의 몸을 긋는다고 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웃기네. 마체테로 푹푹 찍어 죽이는 건 잘하면서 커터칼로 몸에다가 상처 내는 건 주저한다고?

완전 미친놈일세.

난 그렇게 자조하며 여자애의 복숭아뼈 있는 부분을 그었다.

"윽."

피가 몽글몽글 배어 나오는 상처. 보는 내가 아프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기네.

여자를 재웠다.

그리고 눈에 붙은 테이프를 떼었다.

드러난 여자의 얼굴. 이쁜 건 아닌데 이쁘장하다.

뭐라는 거야. 미쳤나?

막 보자마자 와! 존나 이뻐! 이런건 아닌데 보고 있다 보면 이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얼굴?

그냥 내가 굶주려서 그런가?

자는 여자를 보고 있는 건 보기만 해도 야한 기분이 든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우월감?

입고 있는 후드티로 가슴의 곡선이 보인다.

나는 후드티를 올려서 가슴을 까봤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탱크탑? 아니지. 스포츠 브라?

처음 보는 브라라 신기하다. 여태까지 이런 걸 입고 있는 여자를 본 적이 없네.

브라를 올렸더니 출렁하고 맨가슴이 드러났다.

와? 생각보다 큰데? 스포츠 브라인가 이게 억제기였나? 일부러 꽉 조이고 다니는 건가? 안 흔들리게?

오랜만에 여자의 맨가슴을 보니 자지가 벌떡 선다.

그러고 보니 아직 목욕하고 나와서 알몸이구나. 존나 변태같네. 알몸으로 여자 옷이나 벗기고 있고.

생각난 김에 옷을 입고 와야겠다. 약간 으슬으슬하네.

면티와 속옷과 바지를 입고 와서 다시 승희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적당히 큰 가슴, 귀여운 젖꼭지. 이쁘장한 분홍색.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말랑말랑한 젖꼭지. 따듯하고 보드라운 가슴.

스킬이 힐이라고? 씨발. 이게 힐이고 이게 힐링이지.

남자한텐 가슴이 최고다, 씨발.

두 손으로 가슴을 만지작거리니 승희가 움찔거린다.

궁금하네. 자고 있을 때 이렇게 가슴을 만지작거리면 야한 꿈을 꿀까?

시간이 5분 남을 때까지 가슴을 만지작거렸더니 자지가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다.

차라리 그냥 한번 할 걸 그랬나.

아냐. 기왕 기다렸으니 힐인거 확인해보고.

힐이라면…. 두손 두발 다 풀어주고 깨 있을 때도 할 수 있으니까.

슬슬 승희의 옷을 원래대로 해줬다.

굉장히 아쉽지만, 이미 잡아놓은 물고기다.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물고기.

잠깐 더 기다리는 건데 그걸 참지 못할 이유는 없지.

승희를 안아서 창이 있는 문 방으로 옮겼다.

여자의 살 냄새. 사람 참 미치게 만드네.

참자. 조금만 참자.

똘똘아? 참을 수 있지?

아니. 못 참겠는데?

닥쳐. 참으라면 참아. 좇 같은 새끼야.

진짜 미쳤나 보다. 좇 한테 좇 같은 새끼라니. 돌았나?

문밖에 서서 창밖으로 승희를 바라봤다.

시간이 다 되어 그녀가 깨어나자 거울을 들어 창안을 살펴봤다.

"힐!"

승희가 외쳤고 빛이 번쩍였다.

빛이 났으면 스킬이 맞겠지. 거울을 치우고 창문 앉을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나은 발목.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왜."

"아뇨. 생각보다 젊어서."

"불만이냐?"

"불만일 리가요. 배 나온 늙은 변태 영감보단 그래도 멀쩡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낫지."

배 나온 늙은 변태 영감이 누구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러면 이야기가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관뒀다.

"더 물어볼 게 있긴 한데. 내가 더는 못 참을 거 같아서 나중에 물어보고. 일단은 너를 강간할 거야. 어차피 당하게 돼 있으니까 괜히 반항하지 말고. 알았지?"

내 컨셉은 당당하게 미친놈이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한가?

"저기요."

"아. 입은 열지 마. 난 급하니까. 더 늦어지면 짜증이 날지도 몰라."

"하자는 대로 다 해드릴 수 있는데."

"뭐?"

"한다고요. 기쁘게. 반항 안 하고."

"변태니?"

"그럴 거 같아요?"

"아. 이것 봐. 말 길어지잖아. 일단 입 좀 다물어. 한번 하고 나서 이야기하자."

"그 개새끼들 죽이는 거 도와드리면 하자는 대로 할게요!"

"일단 좀 닥쳐. 테이프로 입 막기 전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승희가 입을 다물었다.

어휴. 씨발. 뭔 말이 이렇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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