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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투명화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스킬이 아닐 수가 없다.
남자라면 누구나 꿈꿔왔던 스킬.
투명화=여탕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스킬.
하지만 이 여자의 스킬을 보니 그리 만능이 아니었다.
아니지, 사용하기 나름인가.
어쨌든 이런 투명화 스킬을 가진 사람을 처음 봤으니 알아둬야 할 것은 알아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당할 때 당하더라도 대응방법을 알지.
일단 재밌는 것은 이 여자가 투명화를 쓰니 몸에 닿은 것도 투명화가 된다는 거였다.
보통 투명화, 투명인간 이런 설정을 쓸 때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자신이 입은 옷이나 들고 있는 물건도 투명화가 적용되는 경우와 몸만 투명화가 되는 경우.
후자의 경우는 투명인간이 되면 막 옷도 벗어서 알몸으로 다니고 그러는 설정 때문에 그런 거 같긴 했지만.
어쨌든 이 여자의 스킬을 보면 전자였고,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범위였다.
내가 그녀를 만졌을 때는 내 몸은 멀쩡했다.
닿은 게 모두 투명화가 된다는 건 아니라는 소리.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투명화 스킬을 쓸 때 몸에 닿은 것들이 모두 투명화가 된다는 건데.
그럼 이 여자가 투명화가 될 때 내가 몸에 닿아있으면? 나도 투명화가 되나?
그건 좀 아닐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사기 스킬이잖아.
아니면 뭘까. 자신이 의식한 것까지 같이 투명화가 된다? 음, 이것도 신빙성이 있네.
일단 나는 궁금했기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있는 부분을 만졌다.
사라락 하는 머리카락의 느낌이 났고, 나는 그녀의 머리에 테이프 조각을 하나 붙여 봤다.
테이프가 같이 사라지면, 투명화 쓸 때 몸에 붙어있는 게 다 사라지는 거고 테이프 조각이 안 사라지면 투명화 쓸 때 인지한 것만 사라지는 게 되겠지.
음…. 또 뭐 없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짱개 새끼들의 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차피 눈과 입을 다 막고 몸을 다 구속해놨으니 문제는 없고.
짱개어를 모르니 뭐 물어볼 수도 없고.
아니,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그냥 바로 박멸하고 싶지만, 이 여자를 위해 남기는 거지.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짱개 둘이 일어났지만 알 수 없는 소리만 욱욱거렸다.
"닥쳐!"
닥치라는 소리는 알겠지.
나는 낮게 중얼거리며 놈들의 등판을 발로 찼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아…. 더 시끄러워졌다.
진짜 바로 죽이고 싶은데.
여자의 시간이 1분 남았다. 여자가 보이지 않아도 수면 시간은 체크가 가능한 게 웃기네.
"으음."
"야. 일어났으면 빨리 저 짱개 좀 죽여라."
"너! 나한테 무슨 짓 했어!"
"아무 짓도 안했으니까 빨리 일어나서 저 짱개 좀 죽이라고. 시끄러워 죽겠어."
"날 풀어줘야 일어나지!"
"모습을 보여야 풀어주지!"
"아? 아. 그러네. 해제."
여자의 모습이 드러났고, 다시 알몸이 보인다.
내가 바라보자 얼굴을 붉히는 여자.
"그렇게 대놓고 보지 마라."
"눈이 가려져 있으면서 내가 보는지는 어떻게 아냐? 그리고 너 풀어주려면 봐야지!"
아무 말이 없는 여자.
나는 마체테를 들어 여자의 묶인 팔과 다리를 풀어줬다.
정말로 내가 풀어주자 자신의 눈에 붙은 테이프를 떼는 여자.
그러더니 자신의 입에 들어가 있던 팬티와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옷들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후우."
"칼 빌려줄까?"
스킬에 의해 급사 당하거나 구속당하는 것만 아니면 수면인 내 쪽이 유리하기에 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나의 그런 모습에 희한하다는 표정을 짓는 여자.
"괜찮아? 무기를 막 줘도?"
"어. 너 정도는 얼마든지 이길 수 있으니까."
"진짜?"
"그렇다고 은혜를 원수로 갚을 생각은 하지 말고."
"흥. 걱정하지 마라.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몸매도 좋고 얼굴도 이쁘장한데 성격은 완전 선머슴이다.
누가 보면 남자가 여자로 TS 당한 줄 알겠어.
"자."
마체테를 건네주자 그걸 받은 여자는 짱개들을 보면서 바로 그 앞까지 다가갔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긴 한데, 입 막은 건 떼지 마라. 스킬 쓰면 골치 아프니까."
"너 되게 익숙하다? 테이프 칠 해놓은 거랑 이런 놈들 다루는 거 보면?"
"세상이 이 꼬라진데 이런 거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냐?"
내 말에 여자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자는 마체테를 들어 짱개 한 놈의 손가락을 찍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어라. 안 잘리네. 영화 보면 댕강댕강 잘만 잘리더니."
"으…. 곱게 죽일 생각이 없구나?"
"넌 씨발, 남자니까 모르지. 강간당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알아?"
음….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네. 입 다물고 있어야지.
"씨발! 새끼들! 짱깨! 새끼들이! 남의! 나라에서! 지랄이야! 개새끼들!"
마체테를 들고 한마디 할 때마다 테이프 칠이 되지 않은 짱개의 몸뚱이를 마구 내리치는 여자.
마체테의 날은 잘 갈아놓긴 했지만, 여자의 힘이 그리 세진 않아 큰 상처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고 파인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짱개.
상처가 늘어나자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꿈틀거린다.
"너무 하나만 조지는 거 아니냐? 옆에 놈도 해야지."
"그러게. 한 놈만 꿀 빨고 있었네."
아무리 봐도 이 여자 속 알맹이는 남자 같다.
말하는 게 아주 사내새끼들 하는 말이랑 똑같아.
"너도! 뒤져! 봐라! 씨발! 놈아! 좇! 같은! 새끼! 들아!"
순식간에 유혈이 낭자한 서스펜스 극장이 되어버린 물리 실험실.
마체테 든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튄 피를 닦는 여자의 모습이 묘하게 섬뜩하다.
"너 이름이 뭐냐?"
"왜?"
"왜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 정도는 괜찮잖아?“
씨발…. 무슨 90년대 드라마도 아니고. 나는 왜 말을 이따위로 할까?
"음. 그러네. 이다빈이야. 그쪽은?"
"권성철."
"스물여섯?"
"야 이…. 그렇게 많아 보이냐?"
"어? 적게 부른 건데?"
"야. 마체테 내놔."
"좋아. 스물다섯."
"내놓으라고."
"정말? 스물넷?"
"에휴. 그러는 너는? 스물여섯?"
"아…. 이런 기분이구나. 미안해. 스물넷. 동갑이네. 혹시 여기 대학 다녔어?"
"그러니까 왔겠지?"
"아니 뭐 안 다녔는데 뭐 얻을 거 없나 하면서 왔을 수도 있잖아."
태연하게 나와 말하면서 마체테로 짱개들을 쿡쿡 찌르고 상처 내는 다빈.
짱개들은 이제 조용해졌고, 몸 밑에 피가 고이고 있을 정도다.
"다니고 있었지."
"뭐, 그렇겠지. 나도."
"공과대?"
"아니. 사회대."
"그래? 나는 공과대."
"여기?"
"응."
"그래서 여기 왔구나? 덕분에 나도 구해주고."
갑자기 한 짱개가 빛나면서 사라졌다.
짱개가 죽은 자리에 놓여있는 금색 주머니.
"씨발 놈. 벌써 죽네. 아. 코인 가질래?"
"됐어. 죽인 사람이 가져야지."
"나 구해줬잖아."
"그건 그거고."
"호오…. 권성철 씨는 다른 보답이 받고 싶은가 봐?"
"됐고 빨리 마저 죽여라. 피 냄새 역하다."
"그래. 그러지 뭐."
다빈은 두 손으로 마체테를 들더니 남은 짱개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빛나며 짱개가 사라졌고 실험실 안에 있던 피 냄새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끝."
그러더니 마체테를 거꾸로 잡아서 나에게 건네는 다빈.
"매너 있네. 근데 이건 그렇게 하지 마라. 손 베인다."
"어? 그래? 몰랐네."
자연스럽게 마체테를 건넨 그녀는 자신의 배낭으로 가서 짱개들이 헤집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워서 다시 집어넣기 시작했다.
강간을 당하고 더 심한 꼴도 당할 뻔한 데다가 방금 두 명의 짱개를 죽인 여자치고는 굉장히 멀쩡해 보이는 여자.
하지만 멀쩡해 보일 뿐이겠지…. 속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봐왔던 여자 중에는 가장 억척스러운 여자처럼 보이긴 했다.
"우리 권성철 씨에게는 무슨 보답을 해야 하나?"
배낭을 다 챙긴 다빈은 나를 보며 말했다.
"뭘 줄 수 있는데?"
"글쎄. 몸?"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나에게 말하는 그녀.
그래…. 확실히 저년도 평범한 년은 아니다.
저게 멸망한 세상에 살아남은 사람의 정상적인 모습이지.
"됐고."
"왜? 안 꼴려?"
"너 여자 맞냐? 방금 강간당했다며? 근데 그게 그렇게 말이 쉽게 나오냐?"
"씨이발. 안 죽었으면 됐지. 뭐 강간당했다고 질질 짤까?"
"그 마인드는 맘에 드는데. 됐어. 그렇다고 네가 매력이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흐응. 왜? 짱개 새끼들이 안에다 싸지른 곳에는 집어넣고 싶지 않은가?"
"아오. 너 말 좀…. 야. 니가 무슨 기분인지는 알겠는데. 좀 진정 좀 해라. 네가 말한 대로 안 죽고 살았잖냐. 그러니까 좀 진정하라고. 내가 니 원래 성격을 몰라서 함부로 말은 못 하겠는데, 지금 좀 오바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좀 진정해라. 응?"
내 말을 듣자 다빈은 가만히 서 있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실험실 안쪽이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눈가가 빨갛게 된 것 같이 보이긴 했다.
"미안."
"미안하고 자시고. 보답하고 싶으면 내가 물어보는 말에 대답이나 해."
"뭔데."
"정세희라고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