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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1화 (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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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습격

연주와 예지를 만나고 온 후 생활이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기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내가 찌질하게 살았던 것들이 눈에 보였으니까.

남들이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창녀 하나랑 히키코모리 하나 만나고 와서 자신감을 얻었느니 어쩌니 하는 게 웃기긴 하겠지.

뭐 어차피 웃을만한 남이 없어서 상관없지만.

가장 큰 변화는 민지에 대한 태도였다.

더는 민지에게 미련이 없었기에 장난감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위해는 가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때리거나 고문을 하진 않지만 남은 시간 동안 과연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섹스를 하지 않는 것.

안대를 쓰고 있는 민지를 뒤에서 안고 양손으로 가슴을 만졌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가슴과 젖꼭지만 애무한다.

본인도 무슨 결심을 했는지 모르지만 덤덤한 척하고 심드렁한 척하던 민지도 두어 시간을 가슴만 계속 만지니 몸을 꼼지락 꺼리는 것을 참지 못했다.

한껏 민감해진 유두를 만지고 만지고 또 만진다. 입을 대지도 않고 다른 것도 하지 않은 채 손으로만 가슴을 만진다. 계속해서.

남자인 나는 가슴을 만지는 게 지겨울 리가 없었기에 즐겁게 할 수 있었고 이런 짓을 하루에 두세 번 이상은 꼭꼭 했다.

몸이 달아오르든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든 보지가 젖든 무시하고 다른 곳엔 일절 손을 대지 않고 가슴만 만지는 짓을 반복한 뒤 항상 마무리는 민지에게 펠라를 받았다.

나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일상.

아마도 민지는 욕구불만이 생기겠지, 가슴이 만져지는 것은 상당한 자극을 받을 테니까.

그렇게 오 일째 되는 날에도 펠라를 받고 시원하게 민지에 입에다 싼 뒤 그대로 먹게 했다.

어떤 기분일까? 잔뜩 자극만 당하고 끝까지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기분은?

내가 나가면 자위라도 할까? 도구고 뭐고 아무도 없으니 손가락으로 해야 할 텐데, 만족이 될까?

뭐, 알아서 하겠지. 알게 뭐람.

그렇게 시원하게 입에다 싸고 나왔는데도 약간 욕구불만이 생기는 것 같다.

하긴,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것은 나에게도 자극이 강하니까.

게다가 입이 아닌 보지에다가 쑤셔 박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고.

잠깐 고민을 했다.

이틀만 지나면 예지를 만나러 갈 수 있다.

그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 생각만 해도 짜릿한 몸, 연예인같이 이쁘장한 외모.

그날을 위해서 참을까? 아니면 사냥을 한번 나갔다 올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참는게 맞지만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있기도 하다.

한번도 보지 못한 여자를 강간하는 것은 그냥 섹스와는 다른 쾌감이 있으니까.

와 정말 이 망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다운 쓰레기 같은 생각이네.

망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으면 그냥 정신병원 행일 텐데.

아니면 감빵이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쳤어. 진짜 미친놈이야.

혹시나 해서 민지가 있는 방의 자물쇠를 한 번 더 확인한 나는 늘 하던 대로 밤거리를 나섰다.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날짜를 보니 마침 오늘이 장날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지하상가지! 어쩐지 일찍 나오고 싶더라니.

나는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나 지하상가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2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10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지하상가 10일장.

세상이 이 꼬락서니가 된 이 동네에 남아있는 유일한 사람이 모이는 장소다.

이게 가능한 건 이 일대를 잡은 조폭들 때문이다.

지하상가 안쪽은 어떠한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 곳.

아무리 자기가 스킬이 쩔고 막 나가는 놈이라도 조폭 몇십 명에게 쫓기는 삶은 살고 싶지 않을 테니 나름 고분고분해지는 곳이다.

이곳의 가장 큰 이유는 음식과 술의 교환.

코인으로 살 수 있는 상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그렇기에 예지도 상점을 보고 술을 안 파는 것을 알고 캔맥주 생성 같은 스킬을 골랐겠지.

하지만 세상이 망했어도 만들어져 있는 술은 많았고, 사람 중에는 음식만 먹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 있기에 형성된 거래의 장.

나는 옥상에 몸을 숨기고 지하상가 입구를 지켜보았다.

내가 노리는 것은 거래하고 나오는 사람들.

이 지하상가 10일장은 나름 유명하기도 해서 주변에서 제법 많이 몰린다.

자주 보는 얼굴들이 아닌 뜨내기나 뉴페이스들을 노려야 하기에 조금 번거롭긴 하다.

두어 시간을 지켜봤을까, 적당한 타겟을 찾았다.

남자 셋에 여자 하나인 조합.

뜨내기도 아니고 뉴페이스도 아닌 것 같은 데다가 내 수면 스킬이 세 명에게 밖에 적용이 안 되기에 세 명이 넘는 무리는 잘 안 건드리려고 하지만 우연히 무리의 남자 중의 하나가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봤다.

지하상가로 들어가기 전 골목에서 분명히 '소주'라고 외쳤고, 그의 앞에 소주가 생성되었으니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네 명이 모두 공격 스킬일 때이므로 저 무리는 습격할 수 있다.

그나저나 쟤도 제정신 아니네. 예지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 있으면 소주 생성 같은 스킬을 배우지? 목숨에 대한 위기감이 없나?

몇 개의 소주를 더 생성하고 난 뒤 무리는 지하상가로 들어갔다.

멀리서 봐서 정확하진 않지만, 여자는 제법 괜찮았다.

나이가 좀 있어 보였지만 일단 분위기가 괜찮았다.

신도시 미시룩이라니. 저런 걸 입고 이런 데 온다고? 같이 다니는 남자 셋을 믿는 건가? 참 용감하네.

덕분에 조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당당하게 신도시 미시룩을 입을 수 있을 만한 몸매였으니까.

저들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에 지하상가 입구를 지켜보며 술 생성 스킬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해본 결과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저런 스킬을 고른 사람들은 세상이 이렇게 씹창날지는 몰랐을 거라고 생각한 게 틀림없다.

재난 영화나 그런 것들의 영향이 컸겠지.

그런 데서는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하니까.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고, 살아남아서 자신의 가치를 올릴 스킬보단 자신이 살아남는 스킬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게 됐다.

뭐, 또 생각해보면 저렇게 무리를 지어서 다니면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나름 괜찮은 거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잡생각에 빠져있는데 드디어 무리가 나왔다.

양손 가득 음식 바구니를 들고 있는 세 남자와 바구니 하나를 든 여자.

아까 들어갈 때 소주를 꽤 들고 가더니 짭짤하게 교환한듯하다.

저 남자는 저 무리에서 저렇게 아니라 조폭한테 의탁했어야 하는 거 아냐? 그게 사는 데는 좀 더 편할 텐데.

아닌가? 조폭한테 가면 평생 소주 만드는 기계가 되려나.

무리는 내가 있는 건물 밑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갔고, 나는 조용히 옥상에서 내려와 그들의 뒤를 쫓았다.

남자들은 음식의 무게가 무거운지 낑낑거리며 걷고 있다.

하지만 양손 가득 들고 있는 게 음식이라 그런지 킬킬거리며 농담을 한다.

조심성도 없이 큰 소리로 떠드는 그들의 목소리가 내게도 들린다.

"야이씨! 이렇게 잔뜩 들고 가도 다음 장날까지 못 버틸 텐데 어떻게 하냐?"

"뭘 어떻게 해. 열심히 쳐 죽이고 다녀야지."

"이 근방엔 다 잡아 죽여서 잡을 것도 없구만."

"야. 야. 니들이 여자들만 안 잡아 와도 입이 몇 개는 줄잖아? 적당히 좀 잡아 와. 하나씩만 잡아오라고."

"씨발 좇이 세 개인데 하나를 잡아 오면 어떻게 하냐? 뭐, 니가 대줄래?"

"꺼져. 씨발놈들아. 니들하고는 안 해."

"하. 존나게 튕기네. 싸가지 없는 년이. 그러지 말고 한번 좀 하자?"

"꺼지라고 했다. 내 몸에 손대는 순간 그날이 니들 제삿날이야."

"됐어 씨발. 안 해. 젊은 년들 잡아다가 할 거다. 썅년아."

거기까지 들은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하. 오랜만에 양심의 가책 없이 기분 좋게 죽일 수 있겠네. 뭐, 평소에도 그렇게 양심의 가책은 없었지만.

한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여자의 말이었다.

손대는 순간 죽는다고? 그런 스킬도 있나? 그건 좀 그런데.

어쨌든 저들은 쪽수 때문인지 스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큰 소리로 떠들면서 골목길을 걷는다.

아니면, 정말 저들이 말한 대로 주변의 사람들을 다 잡아 죽여놔서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저러는 걸지도.

무리는 조금 더 가더니 한 주택 앞에 섰다.

담장이 제법 높은 주택이라 담을 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서 덮쳐야 하나?

"어우 씨발 팔 아파. 야. 니들 먼저 들어가라."

"왜? 한대 피고 오게?"

"뭘 물어 새꺄."

"씨벌. 이딴 세상에서도 어디서 그렇게 구해오냐? 참 신기하다 정말."

"닥치고 들어가기나 해."

"알았다. 들어올 때 문 꼭 잠가라."

한 남자는 남아서 들고 왔던 짐을 내려놓고 품 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담배 냄새.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그저 역한 냄새일 뿐이다.

집 안쪽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바로 스킬을 썼다.

담배를 맛있게 한 모금 빨다가 그대로 쓰러진 남자.

혹시나 몰라서 담배와 라이터는 챙기고 그대로 마체테로 찍었다.

[3,686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은 코인.

떨어져 있는 담배를 발로 비벼 끈 나는 음식 봉지 두 개를 들고 집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 안에다 봉지를 내려놓은 나는 문을 닫고 정원을 가로질러 집 문 앞에 섰다.

안쪽에서 두런두런하는 말소리와 봉지에서 물건 꺼내는 소리가 들린다.

몸을 낮추고 집을 돌아 거실에 있는 큰 창을 통해 안쪽을 보았다.

소주남과 다른 남자, 여자가 그대로 거실에 있었고 나는 바로 스킬로 재워버렸다.

담배남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끝난 사냥.

하지만 아직 일이 남았다.

안에 여자들이 있다고 했지?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별 특색 없는 가정집의 내부가 보였다.

흔한 소파, 흔한 탁자, 흔한 식탁, 흔한 티비, 흔하디흔한 내부.

일단 남자 둘을 먼저 간 동료의 곁으로 신속하게 보내줬다.

[2,23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4,777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 럭키 세븐이네. 오늘은 운수가 좋으려나?

여자는 미시룩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 뽀얀 허벅지를 그대로 내놓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름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돌핀 팬츠도 그렇고 신도시 미시룩도 그렇고 참 꼴림 포인트를 안단 말이지.

하지만 아까 했던 여자의 말이 걸려서 함부로 손을 대기가 껄끄러웠다.

괜히 만졌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일단은 그대로 두고 집안을 조용히 살펴보기로 했다.

1층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특별한 것도 없었기에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세 개의 방이 보였고 나는 하나하나 방문을 열어봤다.

첫 번째, 두 번째 방에는 그냥 단출한 가구들과 침대밖에 없었기에 나는 세 번째 방문 앞에서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안에서 내가 본 것은 입이 테이프로 막혀있고 몸이 밧줄로 묶인 벌거벗은 여자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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