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화 (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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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이틀.

모니터룸에서 이틀을 지켜봤다.

그리고 내가 결론 내린 것은 이 연놈들을 처리해야겠다는 것이다.

이틀 동한 하는 짓을 보니 저들은 여기에서 제법 있을 모양이었다.

기껏 폐가처럼 만들어 놨는데 왜 여기에 머무르려고 하는 거지?

귀찮게.

먹을 것도 충분하고 여자가 고프지도 않아서 당분간은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새벽 네 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조용히 바깥으로 나왔다.

저택은 내 영역이라 누구보다 이 저택의 구조를 잘 아는 나다.

가장 조용하게 침입할 수 있는 부엌 쪽 쪽문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

무겁게 가라앉은 집 안.

그 둘은 아마 안방에 있을 것이다.

이 집에 침대가 있는 곳은 거기 밖에 없으니까.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유리 조각과 쓰레기들을 피해 2층으로 올라간다.

발걸음을 완전히 죽이고 안방까지 온 나는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안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낮은 코 고는 소리.

팔자도 좋네.

이런 데 들어와서 코를 골고 잔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문고리를 잡았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당당하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생각해봤다.

내가 여자를 데리고 이런 집에 왔다면 대체 어떻게 행동했을까?

적어도 침대가 있는 안방에서 대놓고 코를 골고 자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과민한 걸까?

아니다. 이정도 의심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망한 세상이니까, 어설픈 실수가 목숨과 직결돼버린 세상이니까.

방 안에 들어가려고 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공격은 내 전공이 아니다.

내 전공은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매복이지.

발걸음을 돌려 옆방의 구석으로 향했다.

안방 문은 한 개.

옆방의 구석에 숨어있으면 문밖으로 나오는 저들을 바로 볼 수 있다.

소리를 잔뜩 죽이고 구석에 몸을 숨겼다.

아마 저들은 여기 누군가 숨어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하겠지.

이럴 때는 지독한 불면증인 게 도움이 된다.

참 웃기는 일이야.

세상이 망하기 전에는 끔찍하기만 한 병이었는데, 세상이 망하고 나니 그 어떤 것보다 생존에 도움 되는 병이 되다니.

가만히 쭈그려 앉아있기를 네 시간.

반쯤은 멍한 상태로 있던 나는 작게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두런두런 이어지는 말소리.

철컥하고 문고리가 돌아간다.

짧은 머리의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상반신을 벗고 있는 남자, 배에 있는 복근이 참 멋있어 보인다.

남자가 봐도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잘생긴 남자라고 했던가.

새끼. 고추는 3센치여라. 제발.

"오빠! 해제했어?"

"아. 안 했다. 큰일 날뻔했네."

"아 쫌! 해제는 바로바로 하라고! 실수로 내가 밟으면 어떻게 할 거야? 오빠 나 죽으면 살 수 있어?"

"미안 미안. 바로 해제할게."

뒤돌아서 여자를 바라보고 웃는 남자.

아쉽게도 이쪽에서 여자는 보이질 않는다.

"해제."

남자가 중얼거리자 방 입구 바로 안쪽의 바닥이 순간 번쩍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쩐지...내 감이 맞았어.

밟으면 죽는다고 했으니 아마 함정 같은 능력일 것이다.

아까 새벽에 그대로 들어갔다면 지금쯤 나는 지옥 불에서 뜨끈하게 사우나 하고 있었겠지.

"했어! 일로와!"

남자의 말에 여자가 달려와 그대로 폴짝 안겼다.

브라와 팬티만 입고 있는 여자.

남자가 잘생기고 몸도 좋은 것에 비해 여자는 그렇게 아주 이쁜 편은 아니다.

아니, 저 정도면 충분히 이쁘지.

내 자지에 슬슬 힘이 들어가는 거 보면 이쁜 게 맞다.

예지 때문에 내가 눈이 너무 높아졌나?

"자라."

일단 재웠다.

여자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풀썩 쓰러진 두 사람이 그대로 바닥에 구르며 쿵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남자에게 다가가 마체테를 휘둘렀다.

그대로 사라지고 금색 주머니로 바뀐 남자.

[16,422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씹새끼, 돈도 많네."

절대로 잘생긴 게 부러워서 죽인 게 아니다.

이새끼 때문에 죽을뻔해서 죽인 거다.

그런데 죽이고 난 다음 갑자기 후회가 확 들었다.

"죽으면 능력이 사라지던가?"

바닥에 깔았었던 함정 같은 게 한 개라는 보장이 없잖아.

죽었다고 함정이 사라지는지도 잘 모르겠고.

갑자기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게 무서워졌다.

그래도 일단 여기까지는 저 여자도 그냥 다가왔으니 괜찮지 않을까?

쫄보에 내 목숨이 우선인 나는 마체테를 최대한 길게 잡고 주변의 바닥을 찍었다.

어느 정도 무게가 올라가야 발동한다는 제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한 번씩 확인은 해야지.

한참을 확인한 결과 일단 이 주변에는 없다고 판단했다.

여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데 바로 앞에다가 몇 개나 깔아두진 않았겠지.

침대까지의 안전을 확보한 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빨간색 브라와 팬티.

나름 괜찮은 몸매, 아랫배는 조금 있지만.

머리는 단발에 안경을 쓰고 있다.

생긴 것도 어느 정도 준수한 편이긴 한데...아까 그 남자랑 같이 다닐 정도는 아닌 거 같다.

이유가 뭘까, 능력이 사기인가? 아니지, 이정도면 얼추 급이 맞나?

일단은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서 바로 여자를 들어 침대로 옮겼다.

웃긴 건 여자의 맨살을 만졌다고 다시 슬금슬금 발기되는 내 자지.

에라이 씨발, 그래 좇이 뭐가 잘못이 있겠냐.

니놈 새끼는 그냥 본능대로 꼴리는 거지.

여자는 키가 좀 작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무겁진 않았다.

그래도 죽 처진 사람을 들고 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침대로 옮기고 청테이프를 꺼내 두 팔을 모은 뒤 칭칭 감아버린 뒤 그대로 몸통에 붙여 또 감아버렸다.

다리도 한 번에 모아 둘둘 감았다.

어차피 여기서 뭘 할 생각은 없다.

지금은 그저 빠르게 정보를 얻기만 할 생각이니까.

눈과 입에도 테이프를 붙인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이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서.

CCTV를 봤을 때 이들은 둘 다 배낭을 메고 있었다.

음식이야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지만 옷이나 다른 것들은 가지고 다녀야 할 테니까.

침대 옆에 있는 배낭 중 작은 것을 뒤져봤다.

그리고 여자의 지갑을 찾아냈다.

세상이 이 꼴이 되어도 여자들은 무조건 지갑은 가지고 다닌다.

그것도 명품 지갑으로.

원래부터 가지고 다녔던 건지 이 꼴이 되고 구했는지는 몰라도 열에 아홉은 명품 지갑을 가지고 다닌다.

내가 본 여자들만 그런 건가?

진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어.

다른 것들은 별로 관심이 없기에 바로 신분증만 찾아서 꺼냈다.

강민지. 25세.

이름을 알아낸 나는 그대로 여자의 엉덩이를 찰싹 내리쳤다.

"음."

자고 있으면서도 엉덩이의 통증에 움찔하는 여자.

음, 이것도 좀 흥분되네.

수면 스킬을 쓰는 나이기에 평소에는 여자들이 깰만한 짓을 거의 안 해 봤다.

이렇게 자는 여자를 억지로 깨우는 일은 없었다고 봐야지.

수면 스킬이 낮으면 작은 충격에도 잠이 깨기 마련인데 내 스킬은 숙련도가 높아서 이정도 충격으론 깨지 않는다.

한 번 더 찰싹하고 엉덩이를 내리쳤다.

"으음."

내 손 모 양으로 붉게 자국이 남은 엉덩이가 굉장히 야하게 느껴진다.

"이래도 안 일어나네?"

한 번 더 엉덩이를 내리쳤다.

이번엔 찰싹 이 아니고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렸다.

내 손이 얼얼할 지경.

"음으으음음음!"

여자가 깼다.

갑자기 구속당한 자신의 처지를 알고 심하게 몸부림치는 여자.

대부분의 여자는 이런 상황이 되어도 풀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일단 몸부림을 치고 본다.

본능인가? 하긴 몸부림 안 치고 가만히 있는 게 더 무서울지도.

"쓸데없는 짓을 하면 죽일 테니 얌전히 있어."

누워있는 여자의 등 뒤에서 귓가에 조용히 이야기하자 내 쪽으로 머리를 확 돌린다.

손으로 머리가 돌아보지 못하게 누르자 여자는 그대로 굳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어."

그렇게 말한 나는 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민지야. 이제부터 네 입을 막은 것을 때줄 거야. 내가 물어보는 말 외에 다른 소리 하나라도 내면 우리는 너를 바로 죽일 거고. 알겠지?"

내가 이름을 부르자 흠칫하는 여자는 내 말을 듣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테이프를 떼자 가쁜 숨을 몰아쉬는 민지.

"네 스킬은 뭐야."

"흑흑...보호막이에요."

흐느끼면서 순순히 말하는 민지에게 써보라고 말하자 그녀가 바로 스킬을 썼다.

"보...보호."

민지와 나의 주변에 불투명한 막이 하나 생겼다.

음, 평범한 보호막이네.

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스킬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봐왔던 여자 중에 보호막을 선택한 여자는 네다섯 정도는 있었다.

누군가를 공격할 자신은 없고 몸은 지켜야 하니 그런 선택을 하는 거겠지.

"같이 있던 남자의 스킬도 말해."

"가...감전 트랩이요."

"몇 개까지 설치할 수 있지?"

"네...?"

"트랩. 몇 개까지 설치할 수 있냐고."

"그건...그건 잘 몰라요."

"죽여."

"꺄아악! 진짜 몰라요! 모른다고요!"

"뭐해. 빨리 죽여."

"진짜예요! 잘 몰라요. 엉엉. 죽이지 마요. 살려주세요."

"몇 개 설치한 거까지 봤지?"

"몰라요...어흐흑. 한 개 말고는 설치한 거 못 봤어요. 흑흑흑."

이정도면 진짜 모르는 게 맞는 거 같다.

한 개라...이제야 왜 이런 퇴로도 없는 방안으로 들어왔는지도 얼핏 이해가 갔다.

한 개밖에 설치를 못 한다면 오히려 입구가 하나인 게 자신에게 더 유리하니까.

그래도 어설프네.

함정 설치면 숙련도 올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숙련도가 올라가면 설치 숫자도 많아졌을 확률이 높고.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민지는 부들부들 떨면서 작은 소리라도 듣기 위해 불안한 듯 두리번거린다.

보호막이라.

보호막이면 큰 위험도 없고 괜찮은데.

마침 집도 가깝고 여자도 이정도면 나름 반반하다.

한번 시도해볼까.

"자라."

일단 여자를 재웠다.

함정은 하나밖에 없다고 했으니 무서울 것도 없고.

감전 트랩? 왜 그런 걸 골랐지? 그 남자 놈도 참 특이하네.

일단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내 짐과 죽은 남자의 짐, 민지의 짐을 벙커에 옮겼다.

그리고 잠든 민지를 들쳐메고 벙커로 데리고 들어왔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올 땐 조금 힘들었지만, 일단 데리고 들어오는 데 성공하자 맥이 탁 풀렸다.

"후아."

이 벙커에 들어온 뒤 누군가가 이 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시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흥분감과 짜릿함에 내 자지에 불끈하고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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