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9 ការភ្ញាក់ដឹងខ្លួន
환인은 자애신의 권능 영역, 권역에서 빠져나오며 받았던 정신적 동요를 빠르게 수습했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대상에게 뜻밖의 대우를 받았기에 혼란이 가중되었을 뿐.
=…….=
=…….=
“…….”
침착을 되찾고 마음을 가라앉힌 환인은 영광의 홀에 무릎을 꿇은 드라데르스족에게는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고 오르빈치와 천원을 잇는 승천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신어神語가 빼곡히 적힌 반투명한 빛의 베일이 우아하고 가려하게 둘러진 통로.
자애신의 숄shawl과 비슷하게 보이는 통로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애신과 마주하며 얻은 것과 알게 된 것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른다.
신력
인과율
제약
신성 권능
그걸 정리하면서 환인은 아직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드라우닐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드라우닐. 용케 제가 그때 그 아이라는 걸 눈치채셨군요.』
=아신위의 휘광을 어찌 잊겠습니까. 세상은 새로운 하위신의 등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입니다. 신성의 획득을 드라데르스족을 대표하여 경하드립니다, 환인 님.=
『그런 체면치레는 됐습니다.』
일어서라며 손짓하자 드라우닐을 시작으로 다른 드라데르스족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통로와 홀을 오가던 드라데르스족들은 환인에게 꾸벅 허리를 한 번 숙이고 업무에 돌아갔고, 드라우닐은 약간 복잡미묘한 얼굴로 그의 곁에 다가서며 말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자애신님의 인정을 받아 온전한 하위신이 되시다니…….=
『저와 같은 경우가 지난 역사를 통틀어 몇 번 없었나 보군요.』
=몇 번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승천로를 감시하여 왔지만 환인 님과 같은 예는 전례가 없었습니다.=
혼격이 아신위를 달성하면 그때부터 신역의 관리를 명받아 격을 갈고 닦으며 신격을 함양하여 온전한 신격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아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초시공과 고의식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오래 걸리면 한 세기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는 오르빈치를 방문하고 1년……? 조금 지났나?
=아무튼,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이로써 권능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통로, 자애신님의 자천로를 담당하시게 되었으니……?=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후련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이던 드라우닐은 환인의 조용한 웃음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드라우닐 경의 뜻대로 사퇴의 의지는 제가, 직접, 그분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그에게 한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은 드라우닐은 멋쩍고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크게 경악해 입을 쩍 벌렸다.
=그, 그분께서 정녕 그 뜻을 접수하셨단 말씀입니까……?=
『자애란 그분을 위해 존재한다 하여도 무방하다 할 수 있겠지요.』
=…….=
드라우닐은 할 말을 잃었다.
짐승신님이나 하늘신님 앞에서 그런 소릴 했다간 혼의 파편조차 남기지 못하였을 텐데. 아니, 자애신님 또한 세상 다섯의 기둥柱 중 한 분이실진데 어찌…….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것인지!
눈앞의 어린 신이 얼마나 괴팍한지를 알아차린 드라우닐은 작게 고개를 젓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주제넘은 발언이지만, 몇 가지 당부 사항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경청하겠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환인은 짐작했지만 그의 호의와 걱정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환인 님께서도 신격화를 이루셨으니 이제 느끼고 계실 겁니다.=
『인과율의 섭리 말씀이시군요.』
=……갑자기 최연소 하위신께 괜한 오지랖을 부린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군요.=
환인이 작게 웃으며 계속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드라우닐은 작게 헛기침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하계에서 신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과율지력, 줄어서 율력이 필요합니다. 신력이 아신으로써 발휘할 힘의 한계 크기라면 율력은 아신의 권능을 발현하기 위한 에너지인 것이지요.=
인과율지력, 율력은 평범하게는 증가하지 않는다.
율력을 늘리는 수단은 하나뿐.
=존재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환인 님의 존재를 정확히 아는 자가 많을수록 율력이 늘어나며, 하계에 강대한 이적을 일으켜 필멸자들에게 환인 님의 존재감을 강하게 인식시킬수록 율력의 증가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납니다.=
즉, 갓 아신이 된 하위신은 그저 죽지 않는 조금 강한 인간일 뿐이다.
진정한 신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신력을 쌓는 동시에 율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
=율력이 없음에도 신성을 발휘하면 신력이 고스란히 깎이게 됩니다. 신력은 곧 신의 존재 그 자체. 아신이시면 결단코 피해야 할 상황임이 틀림없을 겁니다.=
율력은 없어져도 신성이 삭제되지 않지만, 신력이 사라지면 말 그대로 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
이야기를 듣던 환인은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채웠다.
세상에는 오직 다섯 신밖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위신, 아신은 존재함이 분명하지만 그 유명세는 제법 니오네브레스를 공부한 환인도 접하지 못한 것.
그렇다고 하위신이 존재하지 않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니, 그렇다면 그 하위신들은 율력을 어떻게 모으고 있는 것일까.
=두 번째는 허구와 거짓에 손을 대시면 안 됩니다.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환인이 작게 웃으니 드라우닐은 다시금 멋쩍은 얼굴로 피처럼 붉은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역시 괜한 아는 척이었습니까?=
=추측에 대한 확신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 대답하며 환인은 드라우닐과 주변의 드라데르스족을 신안神眼으로 스윽 둘러보았다.
신식 영혼의 눈이 영적 신성을 얻으며 한층 더 개화해 변화한 신안. 그 눈에 드라우닐과 드라데르스족들의 수명, 강함, 성향에 더해 자질과 운명이 낱낱이 파악된다.
그리고 율력도.
드라우닐의 혼을 채우고 있는 기묘한 연백색 율력은 수치로 환산하면 약 37. 다른 드라데르스족의 율력은 1에서부터 15 사이다.
『…….』
그러나 자신의 율력은 37,224이다. 여기에 분당 1 정도의 속도로 계속 증가 중이다.
이유라면 니오네브레스를 여행하며 저지른 수많은 사건 사고가 명성을 크게 늘렸고, 현재 진행 중인 메리아놀과의 트러블이 실시간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율력은 아신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도 쌓을 수 있는 힘이라는 것.
대륙에 드라데르스족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율력을 쌓았다는 것은 대상이 딱히 지상의 사람으로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궁금증 하나는 해소되었지만, 다른 궁금증이 생겨났다.
3.7만이라는 율력은 어느 정도 수치일까.
신안을 열고 있으니 초당 0.005 정도로 감소하지만……. 시험 삼아 신력 영혼 화살을 형성하는데 놀랍게도 영혼 구슬이 소모되지 않고 손아귀에 은은한 무지갯빛을 덧씌운 황금빛 화살이 생겨난다.
소모된 율력은 1. 위력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아니, 이건 위력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군.’
신력으로 율력을 소모하여 형성한 신성이다. 그와 같은 신성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막거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선고와 마찬가지.
환인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어째서 지상에 아신이 없는지 이제야 확실하게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하위신이라해도 신위를 이룬 자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똑같은 신뿐.
더욱이 신성을 발휘해 신성 개입, 디바인 인터벤션을 발휘하면 신성이 닿는 곳의 필멸자는 말 그대로 죽는다.
신수나 9급 초월에 들어서 일부라도 신의 편린을 맛본 자, 신성의 부여를 받은 생물이 아니면 무조건 즉사하게 된다.
그런 아신 몇이 날뛰면 니오네브레스의 인류는 말 그대로 소멸할 테니까.
‘아드네빌라의 위광은 신성 개입의 하위 권능이었군. ……잠깐, 그 말은 각 주도의 사도는 4대신의 신성 부여를 받은 챔피언?’
아신으로 각성했음에도 트러블에 휘말려 승천하지 못한 자가 주도에서 날뛰어 수십만, 수백만 명을 죽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련된 억제력. 그게 사도가 아닐까?
아무튼, 환인은 생각보다 제약이 느슨하다고 느꼈다.
지상에서 신력을 발휘하려 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환인은 자애신의 권역에서 추방당하며 느꼈던 그녀의 존재감을 떠올렸다.
‘30일이라 하셨었지…….’
신력 영혼 화살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던 환인은 화살을 거두며 드라우닐에게 시선을 주었고, 영롱한 광채를 뿌리는 신성 화살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던 드라우닐은 흠칫하고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그 모습에 환인은 작게 웃음을 지었다.
『꾸몄던 흉계가 조금 괘씸하지만, 절 진심으로 걱정하며 해준 조언을 봐서 넘어가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드라우닐은 아주 조금 억울했다.
신의 뜻이다. 설마 신의 뜻을 정면에서 거부할 인간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고, 자애신님께서 그를 놓아주고 자유 계약 상태로 만들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르빈치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면 백 중 백 자기 생각에 동의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
잠시 생각해본 드라우닐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걸 눈치챘다.
만약 그가 자천로의 관리자가 되었다면 우주가 끝나는 그 날까지 자신을 죽어라 갈궜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어린 하위신의 모습이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져간다.
드라우닐은 어린 하위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아신의 존재감이 완전히 없어진 뒤에야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가슴골에 살짝 고인 땀을 닦았다.
유르파의 웜홀 개념을 설명해주고 10초도 지나지 않은 시각.
연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온 환인은 초시공으로 현현시킨 또 다른 자신이 사라지고 의식이 본신으로 돌아오는 감각이 매우 독특하다고 여겼다.
익숙해지면 세계 여러 곳에서 자신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듯한 느낌.
다른 능력보다 훨씬 ‘신 다운’ 능력이다.
눈을 뜬 환인은 견과류를 바라보는 다람쥐처럼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어? 어…… 오빠 뭔가, 느낌이 좀 바뀐 거 같은데요…?=
=바뀌었지만 뭐가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여자들은 눈을 감고 있다 뜬 환인에게서 익숙하지만 어딘가 생경한 느낌이 드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
작게 한탄한 환인은 작은 의자를 꺼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인들을 보자 뒤늦게 어이없다는 감상이 밀려온다.
일이 잘 풀려서 망정이지 아드네빌라를 찾으러 왔다가 하마터면 봉변을 당할 뻔하지 않았나.
환인이 갑자기 큭큭 웃기 시작하자 환연은 「머리에 지혜열이라도 올랐나?」 중얼거리며 그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열은 없는데.」
=율이 언니 능력에서 권능을 엿봤다고 했잖아. 도령이 아신에 좀 더 가까워져서 그런 거 아냐?=
=그, 그러면 어떻게 해요? 오라버니는 지금 아신까지 반걸음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셨잖아요…….=
=아신이 되면 자애신님이 오빨 내버려 두지 않을 거 같은데.=
그녀들이 점점 걱정을 사는 모습에 이대로 두면 울겠다는 생각이 든 환인이 입을 열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 크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30일이다.”
「뭐? 갑자기 수명 30일 남았다는 소리는 아닐 테고, 무슨 뜻이야?」
“자애신을 뵙고 왔다.”
「엑?」
=네?=
=어?=
“……???”
신을 보고 왔다니, 겨우 10초 남짓한 시간에?
“위에서 20분 정도 보냈는데 밑에서는 10초도 안 지났군. 아마도 신의 권능 영역…… 신계는 하계와 시간의 흐름 구조 자체가 다른 거겠지.”
신계에서는 찰나의 시간, 오르빈치는 중간계라고 할까. 그곳도 신계와 닿아있어 시간의 흐름이 비틀려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거다.
이실리테와 안느가 재빨리 그의 손을 잡으며 묻는다.
=주인님. 자애신님을 뵙고 오셨다면, 아신이 되신 거예요?=
=도령. 30일이라니? 30일 뒤에 신계로 올라간다는 뜻이야?=
“아니. 자애신께서 허락하신 시간이 30일이라는 말이다.”
아신으로서 하계 활동을 용인해주는 최대한의 시간. 신력과 율력을 행하며 지상의 섭리를 어지럽히지 않을 때 허락해주는 시간.
“그 안에 결명회를 정리하고 지구로 돌아가야지. 너희와 함께 말이다.”
=그…… 그 말씀은 자애신님께서, 주인님을 자유롭게 놓아주셨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정녕 자애로운 신이시더군.”
자애로운 것보다 혹시나 환인과 헤어질까 그것만 걱정하고 있던 여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렇게 있다는 것은 신님 공인이라는 뜻이니까, 더는 신계로 끌려갈 일이 없다는 게 아닌가.
=다행이다!=
=와, 그러면 이제 오빠랑 헤어질 일은 없다는 거네요?=
=아아, 정말 잘됐어요…!=
환인은 자신이 아신에 올랐다는 것보다 자애신의 권역에 묶이지 않게 됐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연인들을 보고 작게 웃었다.
어떻게 저리 한결같을까. 그래서 더욱 귀여운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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