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 ការភ្ញាក់ដឹងខ្លួន
4시간 뒤.
휴식을 끝내고 일어난 여자들, 특히 안느와 노른은 환인의 미궁 공략 인원 선별을 듣고 약간의 저항감을 드러냈다.
「나도 환인 잘 도와줄 수 있는데…….」
=율이 언니하고 쿠에들을 지켜야 하는 건 나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노른은 그의 지적에 수긍하며 미약한 반발심을 드러내고 안느도 머리와 마음이 힘겨루기하는 것처럼 미련을 잔뜩 드러낸다.
인재의 적재적소를 생각하면 이실리테보다 자신이 언니를 따라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환인을 따라 해저 미궁을 공략하고 싶은 마음도 그에 못지 않게 강하다.
그의 말이라면 언제나 순순히 따르던 안느답지 않은 생소한 모습에 여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안느가 뾰족한 귀를 살짝 늘어트리며 입을 연다.
=…미안. 내가 너무 집착하지?=
“음…….”
환인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만약 아드네빌라하고 싸우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연인들은 아무도 데려가지 않았을 거다. 아니, 환연만 빼고 아무도 안 데려갔을 것이다.
준 아신과 수천 년간 영성을 쌓은 신수의 싸움은 이미 일반적인 싸움의 범주를 넘어 근방에 천재지변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초월급에 들지 못하거나 신수에 미치지 못하는 실력으로는 방해만 되니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드네빌라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중핵도 어떤 놈인지 알지 못한다.
아영의 탐색에 따르면 7급으로 보이는 진수나 괴수도 있었다고 하니 가는 길에 치를 전투도 제법 격렬할 수 있다.
그러한 마당에 안느가 빠지면 확실히 전력은 제법 감소한다.
환인이 니오네브레스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경험한 대인전 기술과 치사할 정도의 신식 영혼의 눈 탐색, 그리고 직감으로 그녀들의 공격을 예지 수준으로 감지해내 우위를 점할 뿐이지, 그녀의 수중 전투 실력은 수준급을 넘어 달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니까.
=자기. 안느 아가씨까지 데려가는 게 어떠니? 섬에서는 노른이랑 이모하구 실루가 있으면 내 몸을 지키는 건 차고 넘친다고 생각해. 나도 비술이랑 마도구로 몸을 숨기고 있을 거고.=
“…….”
=자기가 날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안느 아가씨까지 붙여주는 건 솔직히 조~금 의처증 같다구 할까? 과한 느낌이야.=
의처증……. 환인은 살짝 충격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방랑자의 안식처와 룩소미의 보호장벽을 가지고 가십시오. 영령도 혹시 모르니 셋을 붙여주겠습니다.”
환인이 결정을 번복하자 안느의 얼굴이 환해지고 유르파도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으~… 기쁘지만 마음이 콕콕 찔리는 거 같아.=
=억지 부려서 남은 기분 때문에?=
=응.=
이실리테가 공략에 쓸 짐과 섬으로 돌려보낼 짐을 정리하며 묻자 안느도 옆에서 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칙적으로 모험가나 탐험가 파티에서 리더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특히 환인 정도 되는 능력과 판단력을 지닌 리더의 말은 곧 법이나 다를 바 없다.
그가 투정 때문에 결정을 바꿨을 리는 없겠지만, 파티 리더이자 남편이나 마찬가지인 그의 뜻을 꺾게 했다는 죄책감이 그녀의 마음 한편을 자극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여자들이 공략에 챙길 짐과 섬으로 돌려보낼 짐을 분류하고 있을 때, 환연은 조금 시무룩한 상태의 노른 머리에 날아가 앉으면서 물었다.
「노른 넌 안 남아도 괜찮아?」
「응. 난 물속에서 도움 안 되니까. 그리고 나까지 빠지면 진짜 애들을 지키는 것도 곤란해지잖아. 환인 곤란하게 하기 싫어.」
제법 어른스러운 태도에 환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의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환인한테 바가지 긁을 거야.」
「……응? 바가지?」
「환인 나 말고 다른 애 탄 냄새 나. 안 탄다고 했으면서. 나빠.」
아. 매하…….
환연이 미묘한 표정을 짓고 여자들은 짐을 나누고 있을 때, 환인은 유르파와 마지막 도구를 점검하고 있었다.
“기존에 남은 것들과 이번에 만든 것까지 다 합치면 인어의 호흡은 100개 정도군요.”
=많은 건 아니야. 저기 인어 씨랑 연이를 제외해도 한 번에 7개씩 소모하는 셈이니까.=
“본격적인 전투를 앞둘 때만 써야겠습니다.”
유르파가 4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만들어준 인어의 호흡 젤리는 60개. 환약으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비술을 동원해 급속 건조 시킨 결과물이었다.
효과는 같지만 보존 기간이 짧다는 게 흠.
아스펜드에 넣어두면 문제없지만 평범하게 보관하면 사흘 정도까지는 본래 효능을 낸다. 그 뒤부터는 조금씩 효과가 감소하게 된다.
보존 기간이 십수 년인 환약과 크게 차이 나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당장 쓸 물건이라 상관은 없다.
그리고 박달나무 지팡이를 꺼낸 유르파가 환인에게 넘겨주었다.
“이게 저 막을 전개한 마도구입니까.”
=맞아. 공기 방울 비술을 발동시킬 수 있는 마도구야. 충전식이고 주입한 위상력에 따라 유지 시간이 달라져. 대충 이 정도~? 주입하면 12시간은 갈 거로 생각해.=
공기 방울 비술의 정식 명칭은 순수한 호흡의 영역으로, 인어들이 쓰는 것과 같아 보이지만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데다 기본적으로 영역 비술이기에 6급 이상의 난이도를 지닌 비술이다.
그렇게 도구의 확인 점검과 짐의 분류까지 끝낸 일행은 둘로 나뉘었다.
유르파를 위시로 이모렐, 노른, 영령 셋과 쿠에 다섯 마리.
환인을 필두로 이실리테, 안느, 환연, 백려강, 아영, 김철수, 김영수, 인어 넷.
=그럼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3분에 걸친 정신 집중과 주문을 외운 유르파의 앞에 웜홀 같은 직경 2.5m의 시커먼 통로가 생겨난다.
=건너편 풍경은 엄청 작게 보이네…….=
=오히려 그래서 공간이동이나 포탈 같은 것과 차별되는 느낌이네요.=
여자들은 처음 보는 공간도약 비술에 놀라움을 각자 표현했지만, 신식 영혼의 눈을 열고 있던 환인만큼은 아니었다.
보자마자 인간의 인지로는 봐선 안될 진리, 이치가 느껴져 머리와 눈에 격한 충격을 줄 정도였던 것.
쉬— 빕
튜브에 바람을 빼다가 입구를 막으면 나는 소리가 한차례 울려 퍼지고, 유르파 일행과 웜홀 그리고 대량의 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미궁 공략을 위한 짐과 환인이 픽업한 일행뿐.
=주인님, 안색이 나쁘세요.=
유르파 일행이 떠난 뒤 짐을 분류해 짊어지며 은신처를 정리할 때, 환인의 이상 상태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역시 이실리테였다.
그녀의 걱정에 환인은 박달나무 지팡이를 꾸욱 쥐다가 대답했다.
“…유르파의 공간도약 비술은 아무래도 현재 니오네브레스 인류가 개발해서는 안 되는 종류의 비술인 것 같다.”
=네?=
=예?=
질문했던 이실리테는 잘 이해가 안 되어서, 아영은 신학자로서 ‘신은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을 받은 느낌으로 환인을 돌아보았다.
“…….”
잠깐 할 말을 가다듬고 있으니 여자들과 두 김씨도, 인어들도 그에게 집중하며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기술이란 바탕이 되는 기초 지식과 경험이 쌓여 발전하는 거다. 그런 지식과 경험이 없는 고난도의 기술은 사용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법이지.”
다들 무인이자 무사였기에 그의 비유를 각자 전투 경험에 맞춰 찰떡같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우연히 자그마한 깨달음으로 아득히 높은 경지의 기술을 손에 넣게 되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나름 안정적으로 그 기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지만…….=
1과 2가 쌓여 3이 만들어지고, 3과 4가 모여 5라는 기술이 생겨나는 식이다.
단계를 건너뛰어 7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금방 6이 채워져 반석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런 기초 지식과 경험이 없는, 1~8 정도에서 놀던 중에 50이라는 기술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정적`으로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거지 `안전`하게 펼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숲에 사는 평범한 원숭이에게 불을 피우는 법과 집을 짓는 법을 가르쳐주면 어떻게 될까.
이해 여부는 넘어가고 불을 피우는 법을 알게 된 원숭이는 불의 편리함에 매혹되어 함부로 불을 다루다 언제고 숲에 대화재를 일으켜 자신은 물론 가족과 동족을 넘어 숲 전체에 대재앙을 내리게 될 것이다.
“내가 본 것이 그런 느낌이었다. 필멸자가 함부로 쓰다간 인지하지 못한 실수를 저질러 문명을 멸망으로 인도할 수도 있는…… 그래, 사람이 아닌 신위에 오른 자만이 오롯하게 다룰 수 있는 권능.”
=…….=
=…….=
=…….=
환인의 이야기에 일행은 침을 꿀꺽 삼키며 피부에 난 소름을 연신 쓸어내렸다.
눈앞의 그는 누구인가. 인간의 몸으로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아신위에 오른데다 자애신님의 관심을 받는 명백한 상승 초월자다.
그가 저런 말을 하니 피부에 와닿는 실감, 체감이 장난 아니다.
그러던 환인은 갑작스레 눈앞에 별빛이 모여 만든 은하가 가득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
무한에 가까운 별과 은하의 우주.
무량대수에 가까운 공간에서 자기자신을 인식한 환인은 그로 인해 아신으로서 가져야 할 기초 권능을 깨닫게 되었다.
불멸자와 필멸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남극에 서 있더라도 바란다면 1초 후 북극에 서 있을 수 있는, 불멸자를 신으로 있게 해주는 권능.
‘그런 건가!’
`언어’로 웜홀의 진리와 이치를 설명한다는 것이 본인의 개념으로 정립하면서 아신위에 필요한 기초 권능을 습득하였음을 알아차린 환인은 눈을 질끈 감으며 으득, 혀를 깨물어 그 깨달음에서 강제로 탈출했다.
하지만 이미 습득해버린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코끝에 바다의 약간 비린 냄새가 아닌, 산뜻하면서도 광활한 초원의 냄새가 스치고 지나갔다.
『អ្នកបានភ្ញាក់ឡើង។.』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어머니처럼 온화하고 포근한 신언.
저 신언에 비하면 그동안 들었던 신언이나 자신의 신언은 어린아이의 난폭하고 저급한 쇳소리와 다르지 않다.
제 발로 걸어들어와 버렸군.
환인은 드라데르스족이 관리하던 오르빈치에 강제로 발을 내디뎠을 때와 달리,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했다.
메리아놀 동쪽 바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 그리고 천원, 신의 권역에 들어와 있는 또 다른 자신.
유르파가 전개한 웜홀 덕분에 얻게 된 권능, 인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는 초시공超時空 덕분이었다.
‘이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군.’
정확히는 세상에 존재를 투영해낼 수 있는 권능이다. 신이 현현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까.
자신을 기다려주는 듯한 거대하지만 온화한 존재감에 환인은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은 덕분에 신의 앞에서 품위 없게 ‘세상 망할’ 같은 소리를 겨우겨우 내뱉지 않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 지평선 끝까지 뒤덮은 초원. 하늘은 우주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고 그런 하늘에는 그야말로 하늘을 뒤덮는다는 묘사가 식상할 정도의 존재가 우아하게 부유하고 있었다.
색은 순수한 백색과 황금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인 형태는 용龍의 그것이지만, 저 존재는 용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주둥이는 여우의 늘씬함과 늑대의 강인함을 섞어놓은 듯하며 두상은 용과 사슴이 섞인 듯하다.
뿔은 벼락처럼 아름답게 뻗어나가며 그 존재감을 우주에 떨치고, 두 눈은 린덴에서 처음 경험했던 천원의 눈동자 그자체에 정수리로 생각되는 부분에는 황금빛이 뭉쳐져 왕관 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체모로 판단되는 긴 금색 털이 모발처럼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는데 하악골 뒤쪽으로 순결한 신부의 면사포 같은 것이 길게 늘어져 북극의 오로라처럼 천천히 일렁이니 그것이 인지를 초월한 후광처럼 느껴진다.
단락적으로 보면 무슨 생물인가 싶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저 머릿속에 한 가지 글자밖에 떠오르지 않는 고귀하고 거룩한 자태다.
신神
환인은 자신을 배려해 차분히 기다려주는 그 행위에 작게 한숨을 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 신적 존재, 아니 자애신 자농齐隴이 처음 한 말은 『각성하였구나.』 였다.
불멸자이자 니오네브레스에서 신으로 추앙받으며 그에 합당한 능력을 지녔을 존재가 이제 ‘고작’ 아신의 격에 발을 내디딘 미력한 생물을 존중해주고 있다.
더욱이 자농에게서 느껴지는 신위는 그 신명에 어울리는 자애와 온화 그 자체.
어찌 그런 존재에게 고개를 치켜들고 망발을 던질 수 있을까.
『세상을 굽어살피시는 자애신께 미흡하고 미력한 존재가 경외를 올립니다.』
그의 뜻에 자애신은 한층 더 온화하고 부드러운 존재감을 환인에게 흩뿌렸다.
『……?』
그저 단순한 존재감이 아니다. 존재감에 자애신의 뜻이 담겨 그의 정신에 스며든다.
`때가 되었다`라는 뜻.
환인은 그제야 두 번째 현실행을 다녀오며 오르빈치에서 만났던 드라우닐, 그가 했던 말과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한 점 악의 없는 순수한 미소의 뜻을 눈치챘다.
‘거절하겠다고? 좋아, 자애신님께 네가 직접 거절 의사를 전해.’
자애롭고 온화하다지만 신은 신이다. 니오네브레스의 각박함과 온갖 장소에서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함에도 신은 손을 뻗어 도움을 주지 않는다.
마치 지상의 니오네브레스는 모종의 시험관인 것처럼.
그런 신이 과연 인간 친화적일까? 그런 신의 뜻을 거슬렀다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면?
그러한 상황이 되면 환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했다간 연인들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리란 것도 직감했다.
그녀들의 수명은 유한하며 신의 수명은 무한하니, 필멸자의 삶은 밤하늘의 유성처럼 앗 하는 사이 지나가 버리겠지.
그러함에도 환인은 각오를 꺾지 않고 결의의 뜻을 모아 자애신에게 선언했다.
『저는 지구인으로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구인으로서 죽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 자애신에게서 쏟아지던 포근하고 온화한 존재감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그대로 흩어져버릴 듯한 의식의 폭류.
생물의 표준 의식을 초월한 고위 의식 능력도 아닌, 그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존재하는 초의식이 환인의 정신에 쏟아졌다.
『……!!』
농밀하다는 표현도 허술할 수준의 초의식에 환인의 의식이 한순간 깜빡이며 머리가 덜컥 꺾였다.
그러나 환인은 싸이코패스 시절 터득했던 방식으로 금세 의식을 부여잡고 신적 존재의 초의식 폭류에 버텼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인지하며 자기 자신을 오롯이 하는 것.
싸이코패스의 광증을 억누르고 정상인을 연기하는 자의식, 그의 부모님이 남긴 유산이 힘을 발휘해 존재를 똑바로 잡으니 그 순간 쏟아지던 초의식의 폭류는 멈추었다.
그리고 자애신의 존재감이 부드럽게 그의 정신을 어루만진다.
……방금 내가 한 것이 고의식 능력이라고?
화를 낼 타이밍을 놓친 그에게 자애신의 시련이 다시금 쏟아져 내렸다.
방금은 타의식 속에서 자의식을 오롯이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육체에 쏟아지는 고위 신격에서 몸을 보호하는 것.
연이어 내리는 자애신의 시련에 환인은 딴생각할 틈도 없이 이를 악물고 정신을 집중, 지금까지 일부러 외면해왔던 신력을 있는 대로 일으켜 자애신의 고위 신격에서 몸을 지켜나갔다.
아신이 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쓰지 않았지만, 언제고 써야 할지 몰라 능력을 쓰는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고 한 환인이다.
처음에는 신력의 발동이 느려 손끝과 발끝부터 자애신의 고위 신격에 원자단위로 천천히 분해되어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신력을 몸에 퍼트려 존재감을 확립, 몸에 벽을 둘러 보호하자 분해된 팔다리가 다시금 재생한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지나자 그의 신체 곳곳을 찌르던 고위 신격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큭…….』
짧은 신음을 토해낸 환인은 식은땀을 살짝 흘리며 고개를 들어 자애신을 올려다보았다.
『제……게,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좀 전의 시련으로 환인은 신격화Deification를 자각했다.
아신으로서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 초시공.
아신으로서 정신을 유지하는 고의식.
아신으로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신격화.
아신의 세 가지 기초 능력을 각성한 환인은 자신이 신성divinity까지 얻었음을 알아차렸다.
영적 신성Spiritual Divinity.
이로써 육신을 상실하더라도 정신체로 아신이 되어 존재하는 게 가능해졌다.
지구에서는 흔히 신하면 전지하거나 전능하거나 혹은 전지전능한 존재를 말한다.
그러나 니오네브레스에서 신은 말 그대로 신성을 얻은 존재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환인은 마악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자신이 자애신의 하위신으로 존재하기에 부족함 없는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환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자애신의 뜻을 거절했는데 자애신은 시련을 내려 아신의 기초를 닦아주다니?
자신의 능력이 미흡했다면 그대로 소멸했겠지만, 환인 자신이 느끼기에 자애신의 시련은 자신에게 맞춰준 느낌이었다.
혼란스러워하는 그에게 자애신의 존재감이 다시금 따스하게 내려와 그를 감쌌다.
『……아니, 그런…….』
각오를 단단히 다졌던 환인의 표정이 형편없이 무너졌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 두 번 다시 느끼지 못 하리라 여겼던 내리사랑을 어째서…….
자신은 필요하다면 자애신과 대립하는 길까지 각오했는데.
그러던 중 자애신의 뜻이 담긴 마지막 존재감이 그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다.
환인의 표정이 무너지다 못해 먹먹해진다.
뇌를 거치지 않은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려는 찰나, 권역의 주인인 신의 축객령이 내려졌다.
환인은 자애신의 초자연 조작, 초월 생리학, 전능 조작으로 형성된 그녀의 권역에서 밀려나는 것을 느끼고 자애신, 자농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
30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신의 권역에서는 육성이나 하잘것없는 의식으로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아신에 불과한 그는 신의 축객령에 쫓겨나며 입도 열지 못하고, 속절없이 권역에서 방출되어 천원에 내려섰다.
천원에서도 자천로慈天路를 통해 오르빈치까지 떠밀려 나왔다.
흡사 어머니에게 집에서 쫓겨나 강제로 독립하게 된 듯한 상실감과 허탈함이 몸과 마음을 뒤덮는다.
=……엇? 넌… 아니, 당신은……!=
멍하니 서 있던 환인의 귀에 기억에 남아 있는 목소리가 닿았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용의 두상에 육감적인 여성의 몸매를 한 드라데르스족, 오르빈치-천원의 통로 감시자인 드라우닐이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게 시야에 담긴다.
쿵, 쿠궁.
드라우닐을 시작으로 영광의 홀을 지나던 드라데르스족 수십 명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여, 영적 신성 아신님께 드라데르스족의 수장 드라우닐이 인사 드립니다.=
오르빈치의 관리자로서 한 명 한 명이 9급 직업자 수준의 무력을 가진 드라데르스족이지만, 그들이 몰려나오면 지상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경외는 환인의 마음에 닿지 않았다.
환인은 그저 공허한 눈빛으로 천원과 연결되어있는 승천 통로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자신의 출입을 거절하는 승천 통로를 말이다.
* * * *
『……자농.』
『왜 그러시나요?』
『다시 자네와 언성을 높여야 하는 이 상황이 개탄스러울 따름일세.』
『후후…….』
『어이하여 미욱한 것들에게 자애를 베풀어 자꾸만 힘을 축내는가.』
『…….』
『내 오늘이야말로 명확한 이유를 들어야겠으니 두루뭉술 넘어갈 생각은 말게.』
『아민. 이것은 저만을 위한 일이 아니에요.』
『…….』
『저의 세례를 받은 아이는 곧 저의 아이. 설령 다른 차원에서 살아갈지라도 한 번 제 아이는 영원한 저의 아이지요.』
『…….』
『넷이 같은 일을 하니 하나는 다르게 해보아도 좋다고 저는 생각해요.』
『대업이 멀지 않았으니. 자네는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일세.』
『지장이 생긴다면 그 또한 이치일테지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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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눈치꽁치김치 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