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97화 (797/813)

797 이름 없는 해저 미궁

인어의 생체 전기 감지는 상어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상어의 로렌치니 기관 감지 범위는 대략 2m 정도로 알려졌는데 인어는 그런 상어보다 수십 배 더 멀리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어의 생체 능력이 강화되면 그러한 생체 전기 감지 범위는 더욱더 늘어난다.

8급에 가까운 7급 희귀 직업자인 시자한=비아트의 경우 생체 전기 감지 거리는 500m에 달하는 수준.

그런 생체 감지 능력으로 환인 일행을 안내해주던 시자한이 수영을 멈추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행자님. 느껴지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

두 명 정도의 생체 전기가 느껴진다기에 연인이나 철수, 영수가 주변 탐색을 나온 건가 생각하던 환인도 눈빛이 가라앉았다.

사람이 죽는다 해도 생체 전기는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생체 전기가 삽시간에 사라졌다면 이유는 하나뿐.

“기운이 사라진 곳으로 갑시다.”

이실리테와 안느에게 전투를 준비하라 손짓한 환인은 잠시 후, 시자한의 어깨를 건드리며 멈추라고 신호했다.

저 아래 바위 두 개가 사람 인人처럼 서 있는 곳, 그 바위 틈새에 사람이 지닌 영혼의 색이 어른거리는 걸 발견한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영혼의 색이 보인다는 것은 불가시 비술에 생체 반응까지 감추는 고도의 비술이나 마도구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

“…….”

영혼의 색 조합은 연인들이나 두 김씨하고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영령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말은 즉 저곳에 숨은 자들은 십중팔구 메리아놀의 주도 패시지와 관련되어있다는 뜻.

아드네빌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곳에 패시지의 인물들이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명자일 가능성도 본 환인은 일단 남은 하나둘의 가능성도 있기에 황금빛 광채의 신식 영혼 방패를 생성, 삼각뿔 모양으로 사람 바위를 에워쌌다.

그러자 바위틈에 숨어있는 영혼의 색이 한차례 강하게 일렁이며 뒤죽박죽으로 섞여 탁한 색을 띠기 시작한다.

두려움과 공포에 겁을 집어먹은 색이다.

시자한의 등에서 내려온 환인은 그 근처에 서려다 빼곡한 산호로 인해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패널을 소환해 그 위에 섰다.

그러자 비술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두 사람의 영혼색이 더더욱 탁해진다.

공포가 극에 달해 혼란까지 발생하려는 징조다.

“날 알고 있나 보군.”

=……결명회가 보낸 특작 부대야?=

작게 중얼거리자 성벽의 방패를 꺼내 쥐고 그의 뒤에 따라붙은 안느가 굳은 목소리를 냈다.

“글쎄. 날 보자마자 겁을 크게 집어먹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만.”

작게 대답한 환인은 황금빛의 신식 영혼 방패 너머로 말을 걸었다.

“모습을 드러내라. 계속 숨어있다면 적으로 간주하고 죽여서 영혼까지 나락에 빠트려주지.”

=으읏……! 사, 살려주세요! 저, 저희는 성제님을 적대할 생각이 어, 없습니다!=

환인의 엄포 직후 허공에 색이 입혀지듯 겁먹은 얼굴의 여자 둘이 나타나 무릎을 꿇는다.

해달 귀에 고양이 귀, 하이레그 스타일의 수영복과 팔목 발목에 가는 팔찌만 찬 두 명이 사색으로 손을 싹싹 비는 걸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결명회 소속인가.=

=예, 예? 결명…회……?=

=야. 속내를 꾸몄다간 발끝부터 죽을 때까지 다져버릴 테니까. 헛수작 부릴 생각 마.=

쿵, 천벌의 망치로 황금빛 영혼 방패를 살짝 두드린 안느의 협박에 두 여자는 귀를 뒤로 납작 숙이며 벌벌 떤다.

=저, 저저저희는 주도 중앙협의회 직속 제1 집행부대 선행조사대원이에요! 결명회, 결명회가 뭔지 몰라요! 정말이에요……!=

“…….”

메리아놀의 그림자를 모르는 인물들인가. 안느가 눈썹을 한차례 꿈틀하며 물었다.

=협의회 직속 집행부대가 여기는 왜 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고 왜 너희 둘만 있어?=

=그, 그…….=

두 조사대원이 머리를 굴리려는 듯한 모습에 안느가 쓰읍, 쇳소리를 내며 망치를 다시 들어 올린다.

때맞춰 사이를 가로막던 황금빛의 영혼 방패가 사라지자 조사대원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백청룡이 이 해역에 있다는 게 밝혀져서예요!=

=네! 네! 집행대 본대는 미궁화한 지역 탐색 및 돌파 중이며 저희는 이 주변의 조사를 명령받아서……!=

금방이라도 지릴 것처럼 부들부들 떠는 조사대원의 반응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이실리테가 다중 검기 두 자루를 소환하며 말했다.

=이상해. 협의회 직속 조사대원이면 메리아놀에서도 엘리트잖아. 그런 인간들이 고작 가벼운 협박에 이렇게 다 불어버리는 게 이해가 안 가.=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직업자도 아닌데다 고작 둘이 이렇게 따로 돌아다니는 게 말이 안 되기도 하고.=

두 여자의 대화에 조사대원들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가슴이 크게 답답해졌다.

현재 주도 무력 관련 기관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누구인가.

성제다.

왜? 성제와 마주친 무력 기관원들은 전부 죽고 있으니까.

고위 귀족가 소속의 자제도 자비 없이 죽이는 인간에게, 그것도 아신이면서 영혼사인 사람에게 저항이라니!

=그, 그런 분에게 저항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요……!=

=흐음…….=

고양이 귀 여자의 필사적인 항변에 안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것들을 어떻게 해치워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하는 표정을 짓자 해달 귀의 여자가 벌벌 떨면서 왼손을 들어 발언을 요청한다.

“말해보십시오.”

환인이 존대로 바꾸는 것에 이실리테와 안느는 일단 뒤로 물러섰다.

=저, 저와 묘령은 알세이시스 가문 소속의 수석 정찰병입니다. 직업자가 되지 못해 정찰병이 되었지만, 직업자로 각성하면 왕실 기사가 될…….=

“본론만.”

=루, 루나리 왕녀님께 지시받았습니다! 혹시 임무 도중 성제님을 만나면 절대, 절대 반항하지 말고 굴복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루나리가 누구였지…?

그거, 헤뷜트에서 라펩으로 가는 길에 마주쳤던 조사대 여자 있잖아. 알세이시스 왕녀.

아.

뒤에서 아주 작게 들려오는 연인들의 목소리를 듣던 환인은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한 여자 둘에게 물었다.

“본대의 인원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7급 전사 둘, 투사 하나, 함정 전문 6급 엽사 둘, 땅신 교단 대사제급 성술사 셋, 6급 청술사 둘, 6급 비술사 셋, 기타 임무 전담 보조 요원 열하나. 총원 스물넷입니다!=

“목적은?”

=백청룡 아드네빌라로 밝혀진 재해의 신수를 찾아 상태를 파악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설득을, 불가하다면 약점을 조사하여 차후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국가라면 이정도 추적 능력은 갖춰야 국가라고 할 수 있지.

중요한 것은 이거다.

“누가 지시한 사항입니까.”

“혀, 현 국왕이신 타르반시올 톨마이어 투르시온 이십니다. 반년 넘게 비가 내리는 사태를 타파하기 위해…….”

“본대의 가문 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었기에 차갑게 말을 끊자 해달 귀 여자는 바짝 긴장하며 칼같이 대답했다.

본대를 이끄는 집행 대장을 포함한 3명이 투르시온 가문 소속이며 알세이시스, 포르미살드, 옴바드 왕가 및 협의회 상원의원 종족에서도 일부 파견되어 비율은 비슷비슷하다고.

조용히 듣기만 하려 했으나 안느는 참을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그렇게 어중이떠중이가 모여서 신수를 공략한다고? 너희나 본대는 왕가에서 내놓은 버리는 패야?=

=그, 그 때문에 협조가 되지 않아 본대의 미궁 공략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 해역에 도착한 것은 1달이 넘었는데도 미궁 심부로 판단되는 해구에는 진입조차 못 한 상황입니다…….=

“…….”

=여, 여기 지금까지 조사한 슈브론의 미궁 지도입니다.=

해달귀 여자가 눈치껏 진상한 회색 가죽 지도에 환인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 시선에 재차 심장이 쿵쾅거린 해달 귀 여자가 적극 본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본대 위치는 이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재 위치는 이곳입니다.=

“…….”

=슈브론이면 투르시온 방계 후작 가문 이름인데 자기 가문 이름을 미궁에 붙였나 보네. 야, 본대가 있는 곳하고 정 반대잖아. 왜 여기까지 왔어?=

안느가 캐묻자 해달 귀의 조사대원이 동쪽을 가리키며 이유를 설명했다.

=브로뉴라 명명한 슈브론 미궁의 특수 개체 옥타 크로커스가 약 20분 전 정체불명의 선박을 끌고 와 이 근방에 방치한 것이 확인되어서, 그것의 조사를 지시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환인의 영령이 위치 신호를 보내오는 방향과 일치했다.

지도에 표기된 해구의 위치, 메리아놀 집행부대의 본부 위치, 리지나 호의 난파 위치와 현재 위치.

“몇 가지 더 물어보겠습니다.”

=예, 예.=

환인은 극히 협조적인 조사 대원을 통해 현재 패시지의 분위기나 투르시온 왕가의 동태, 국제 정세 등을 확인한 다음 그걸 바탕으로 몇 가지 간단한 흉계를 짰다.

‘패시지 공격이 임박한 상황이니…….’

계획의 실행을 위해 영혼 구슬 보관고에서 적령 구슬 두 개를 꺼내 실체화한 환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두 조사대원에게 말했다.

“봐서 알겠지만, 혼재입니다. 여정 도중 입수한 이들이지요.”

=……!=

=…….=

갑작스레 나타난 혼재의 모습에 해달 귀와 고양이 귀의 조사대원 둘의 동공이 지진 난 것처럼 극심하게 흔들렸다.

뒤에서 구경하던 시자한과 제자들도 뜨악한 표정으로 슬금슬금 환인에게서 멀어진다.

“우리에게 잘 협조해주었고 그에 따른 이유도 명확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두 분을 아직 믿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혼재를 붙이겠습니다.”

=저, 저저절대 본대에 알리지 않을게요! 성제님을 만난 것도 잊을게요! 제발, 제발……!=

=필요하신 정보가 있다면 전부! 전부 말씀드릴 테니까! 제발 혼재만큼은……!=

두 여자는 하급 귀족 자제라는 체면도 잊고 환인의 다리에 매달려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어째서 크샤나리 왕자가 성제의 이야기만 나오면 안색이 어두워지고 루나리 왕녀가 절대복종하라고 하셨는지 그제야 이유를 400% 실감했다고 할까.

공황에 빠져 혼재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정절과 목숨까지 바치려는 두 여자의 몸부림에 환인은 평온의 파동을 살짝 펼쳐 두 여자를 진정시켰다.-

아직도 안 보이는 미궁의 경락을 통해 평온의 파동 에너지가 흘러 들어가지 않게끔 최소한으로.

“진정하십시오. 이 상태의 혼재는 두 분 영혼의 순결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

=…….=

“물론 절 배신하려 한다면 그 즉시 멸재가 되어 타락을 퍼트릴 테지만 말입니다.”

=안 할게요! 절대 안 할게요!=

=죽는 한이 있어도 여기서 있었던 일을 완벽하게 숨기겠습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두 분께 한 가지 임무를 드리겠습니다. 만약 임무를 잘 해결한다면 알세이시스 가문의 소속원이 보여준 협력적인 자세는 제게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남길 겁니다.”

그리된다면 알세이시스 왕가는 하급 귀족 가문의 인물일 뿐인 둘에게 큰 상을 내리겠지.

협의회의 중요 임무에 차출될 만큼 뛰어난 인재답게 이 기회가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리란 사실을 깨달은 둘은 삽시간에 눈빛이 바뀌어 식은땀과 함께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두 분이 할 임무는 간단합니다. 본대에는 여러분과 관계가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 있겠지요. 투르시온과 푸른 나뭇잎 술법단을 제외한 인물들을 회유하는 것입니다…….”

불가시화 상태의 혼재를 몸에 붙인 조사대원이 미궁 가장자리를 이동해 본대로 복귀하고, 환인 일행도 시자한 장로와 제자를 타고 리지나 호가 난파한 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안느가 우려를 드러냈다.

=도령. 둘에게 준 임무는 위험 요소가 너무 크지 않을까? 그네들이 정찰병으로 뛰어난 것도 맞겠지만, 실수로 회유가 발각되면 이쪽 동태까지 전부 패시지로 들어갈 텐데…….=

“사실은 그러라고 내린 임무다.”

=……엥?=

“나와 지하율의 패시지 공격 시기가 임박했다. 이곳에서 아드네빌라를 찾아 일깨워 동료로 삼든, 그녀의 상태가 더는 되돌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종식을 내려주어야 하든, 지난 5년간의 여정은 곧 끝을 맺게 된다.”

그러나 투르시온과 결명회를 친 뒤에도 자신의 손길이 닿고 족적이 남아 생겨난 결실은 이 세계에서 계속 살아간다.

결실들이 보다 평온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여기서 적을 더 만들 필요는 없다.

안느는 자기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 겸 묻는다.

=그러니까…… 일부러 들통나게 만들어서 이쪽과 적대할 의사가 없는 각 왕가랑 주도 패시지에 나와 있는 타국 대사들이 피신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이 말이야?=

“그래. 내가 직접 피하라고 연락을 주는 것은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광산 도시 두르데인의 드로거스에게도 조금의 씨앗은 심어놨지만 더 확실히 하려면 여기서 손을 더 쓰는게 좋을 거다.

이실리테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환인에게 물었다.

=만약 저 두 사람이 임무에 성공하면 어떻게 되나요?=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소문을 퍼트리면 되는 일이지.”

=아…….=

“성공하든 실패하든 집행부대는 사분오열한다. 놈들이 아드네빌라가 숨어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해구의 공략은 완전 정지할 테지.”

=실패하면 그 조사대 걔들 목숨도 위험한 거 아냐?=

“그녀들이 실패한다면 자신에게 혼재가 붙은 것을 밝히며 제 스스로 목숨을 보호하려 들겠지. 그정도 눈치는 있어보였으니까.”

혼재는 그녀들이 배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물쇠이자 그녀들을 지키는 보호막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약 6분가량 조용히 남쪽으로 나아간 일행은 드디어 눈에 익숙한 하얀 배가 좌초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줄을 길게 그은 것 같은 흔적 끝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새하얀 선박, 리지나 호다.

환연이 재빨리 탐색해보고 그에게 보고했다.

「다들 무사해. 비스듬하게 누운 배 밑에 유르파가 공기 방울을 펼쳐놨고 그 안에 철수의 차원 단절을 덧대서 강도를 보강해놨어. 안에 다들 모여있네.」

그의 표정이 한결 풀어지고 이실리테와 안느도 다행이라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행이군. 일단 저대로는 너무 눈에 띄니 끌린 자국과 배 위에 산호초를 옮겨놔 배를 감출 수 있겠나.”

「그런건 간단하지.」

환연이 흔적을 빠르게 지우기 시작하자 유르파와 아영, 백려강이 배 밑에서 튀어나왔다.

=자기!=

=오라버니……!=

고작 한나절정도 헤어져 있었지만 유르파를 비롯한 여자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환희가 가득하다.

그녀들이 겪었을 심적 고초가 고스란히 느껴져 환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들을 품에 안고 다독였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다들 멀쩡해서 안심했습니다.”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해. 여기에 오고 보니 차라리 배는 부서지게 내버려 두고 우린 요르문센 섬 안쪽으로 피했어야 하나 생각했거든…….=

“그쪽을 선택했다면 전투는 더욱 치열해졌겠지요. 와중에 다칠 가능성도 커졌을 테고요. 그리고 덕분에 아드네빌라가 있는 미궁을 찾아냈으니 결과를 보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아영과 백려강에게도 고생했다고 칭찬해주자 두 여자의 표정도 적당히 풀어진다.

김철수가 만들어놓은 은신처로 들어간 환인은 유르파에게 자초지종을 듣곤 고개를 끄덕였다.

요르문센 섬에서 출발하기 전 피슬리네에게 듣고 내놓은 추측과 거의 다른 점이 없었던 것이다.

유르파의 설명이 끝나길 기다린 아영은 그가 궁금해할 법한 내용을 꺼내 들었다.

=……그으래서 오빠가 도착하기 전에 영수하고 여길 좀 살펴봤거든요. 그랬더니 아무리 봐도 미궁 같더라고요. 곳곳에 깊고 얕은 해구가 있고 옥타크로커스급 이형종도 커다란 해구에 하나씩 박혀있는 거 같고요. 아드네빌라 님도 여러 해구 중에 한 곳에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봐요.=

“그래. 여기서 협의회의 집행부대 정찰병과 만났는데 그들도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놨더군.”

=아, 진짜요? 그놈들 용케 여기까지 왔네.=

설마 패시지가 여기까지 부대를 파견해놨을 줄이야. 역시 술법과 해양의 강국이라며 가죽 지도를 본 아영이 작게 감탄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그녀가 김영수와 함께 봤던 이형종의 종류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중심부 쪽에서 블랙 씨 드레이크를 봤고요. 타락한 물정령이 상급이랑 중급에 소형 크라켄도 있었고 다이어 샤크랑 거대 나가족이 돌아다니는 걸 봤어요. 북서쪽 근처에서 삼두사를 봤었는데 그게 있다면 해구 안쪽에는 칠두사, 팔두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씨 드레이크가 있었으니까 씨 와이번이 나와도 안 이상하고요.=

미궁 외곽으로 나올수록 이형종은 점점 약해져서 가장자리에는 씨 캣에 자이언트 옥토퍼스, 그레이트 스퀴드, 스크랙 씨오터 등등이 있었다고.

=강한 개체는 대부분 해구 안쪽이나 해구 근처에 서식하고 있었어요. =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개체 간 강함도 폭이 넓군. 이 정도라면 6급 이상 미궁은 확정인가.”

=잘하면 7급일 수도 있고요. 아드네빌라 님이 여기에 왜 자리 잡았는지 이유에 따라 8급이 될지도 모르죠.=

“…….”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머릿속에 우선순위와 상황 정리를 끝마친 환인은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는 일행의 면면을 살펴보고 말했다.

“모두들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니 여기서 4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오라버니, 주변 경계는…….=

“영령들과 환연에게 부탁할 거다. 그러니 안심하고 눈을 붙여라. 김철수, 김영수. 너희 둘도 잘했다.”

“옙! 헤헤.”

여자들은 환연이 습기와 수분을 제거해주어 뽀송뽀송해진 상태로 따스한 침낭에 들어가 눈을 감았고, 김철수와 김영수도 적당히 구석에 처박혀 잠이 들었지만 유르파는 눈을 감지 못했다.

“유르파,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인어의 호흡 환약을 최대한 빠르게, 많이 제작해주십시오.”

=으응……? 아, 나랑 애들은 섬으로 돌려보낼 생각인 거구나.=

“예. 아드네빌라와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인원은 최소한도로 움직이는 게 좋을 테니까요.”

일단 유르파와 쿠에 다섯 마리는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

노른도 바닷속에서는 큰 힘을 못 쓰기에 돌려보내고, 벼락활과 바람이 주무기인 이모렐도 마찬가지다.

섬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혹시 모르니 안느도 보호자 역으로 붙여서 보내면 해저 미궁 공략은 자신과 이실리테, 환연, 백려강, 아영에 김철수와 김영수까지 일곱 명이 된다.

여기에 시자한과 그 제자 세 명까지 하면 10명.

이 10명이면 만약을 대비한 탈출과 예상치 못한 경우의 수에 대한 대응까지 충분하다.

유르파는 뽀드득, 손가락을 꺾으며 의욕을 불태웠다.

=알았어. 4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만들어볼게. 못해도 40개는 나올 거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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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흔한 글쟁이가 길바닥에 쓰러져있다.)

(찔러봐도 반응이 없다. 죽은듯하다.)

[작품 설정]

이름 없는 해저 미궁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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