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89화 (789/813)

789 아드네빌라를 찾아서

리지나 호를 타고 바닷길을 나아가는 것은 몇 가지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면 별 탈 없는 이동이었다.

일단 속도는 괜찮다.

2마스트 캐러벨선인 리지나 호는 바람 방향과 바람 세기에 따라 다르지만, 순풍에 조류까지 타면 대략 시속 14에서 25km를 오가는 편이다.

정면으로 역풍을 받는다면 거북이보다도 느려지고, 측풍을 받으면 속도가 7~14km로 걷는 것과 비슷하게 나온다.

하지만 일행이 탄 리지나 호는 환연이 바람 정령을 불러다 돛에 붙여놓았기에 거의 항시 20노트, 시속 37km의 속도로 빠르게 항해 중이다.

바람이 얼마나 속도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배는 대양으로 안 나가고 도르와인 섬의 동쪽 연안을 따라 북상하는 중이지만 암초나 와류에 휩쓸리는 일도 없었다.

니아마드 항구 거리에서 찾은 여자 선원 영혼, 사라의 머릿속에는 생전 일등 항해사라는 직함답게 주변의 해도가 모두 들어가 있었던 거다.

항해 외적인 부분, 의식주 또한 아무 문제 없었다.

부족한 것이나 모자란 부분은 유르파의 비술과 마도구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 있으니까.

식량은 안느와 아영이 취미 삼아 낚시하며 이따금 생선을 낚아 올려 식사에 보태는가 하면 환연이 바닷속을 감시하다 제법 맛있어 보이는 갑각류 마수를 잡기도 해서 매우 풍족했다.

이렇듯 편안한 뱃길이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으니, 첫 번째로 김철수와 김영수가 멀미에 반쯤 죽어가는 것이었다.

=아휴. 출항한 지 이제 이틀째인데 얼굴이 반쪽이 됐네.=

“누, 누님…… 멀미약 더 강한 거 없어요……?”

=준 것보다 센 멀미약은 마약 성분이 들어가서 부작용이랑 후유증이 심해. 감각을 어지럽히고 정신을 마비시켜서 졸음을 유발하는데 너희 능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으으…….”

유르파가 현대의 의학 지식을 기반으로 만든 멀미약을 주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약해도 위상류를 가진 둘이기에 비술과 성법은 거의 통하지 않아서 약을 만들어준건데…….

결국 김철수와 김영수가 선택한 것은 갑판.

갑판에 드러누워 있다가 욕지기가 치밀면 난간에 매달려 토악질하고, 다 토하고 나면 쓰러져 기절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사소한 문제는 배를 쫓아오는 나가족이었다.

니아마드의 만을 나오고 20분쯤 지났을 때 환연이 발견했는데, 뱀을 닮은 머리의 나겔 여덟 마리가 30분 거리를 두고 이틀째인 지금까지 쫓아오고 있었다.

환인은 배의 후미에서 신식 영혼술을 조심스럽게 전개하며 실험해보다 환연의 이야기에 실험을 멈추고 물었다.

“아직 쫓아오고 있는 건가.”

「응. 저것들 몰드레테에서 따라붙던 놈들보다 더 빨라. 그래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어.」

신식 영혼 화살은 기존의 화살 형태에서 영기가 일렁이는 투사체 모양으로 변했다.

흡사 모 격투 게임의 빨간 머리띠와 흰 도복을 입은 동양인 무투가가 쓰는 undulating punch처럼 수박 크기만 한 투사체가 날아가는 것이다.

이 신식 영혼 화살은 속도와 위력은 물론 거리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데, 위력을 최소까지 낮추어도 200여 미터 떨어진 암석 바위를 부수는 게 아니라 꿰뚫고 지나가면서도 위력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환인은 중급 정령의 영혼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망망대해의 수평선으로 시선을 주었다.

30분 거리라고 해도 18km가 넘어간다. 쫓아오는 나가족을 평범하게는 볼 수 없다.

“……아무리 봐도.”

「응?」

“나가족은 마을이나 도시를 꾸린 곳 근처를 선호하는 것 같군.”

「흠. 항구에서 나온 배를 쫓아간다는 거야? 다른 도시나 마을이 있는 게 아닐까 해서?」

“나르가와 나쿠스는 전투가 뛰어나지만 수영 속도가 느리다. 나겔은 전투가 비교적 약하지만 수영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 나겔 여덟 마리가 전투를 걸지도 않고 이틀째 계속해서 쫓아온다면 이유는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나겔이 다른 마을 위치를 파악하면 다시 돌아가서 동료를 끌고 돌아와 그 근처에 소굴을 만든다는 거네. 인간의 마을 근처가 살기 좋은 건가?」

몰드레테, 엘위드리스, 니아마드까지. 바다가 닿아있는 도시는 빠짐없이 나가족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니아마드는 현재 나가족과 싸우진 않지만 성역탑을 설치하기 전까지는 극심하게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소문을 들어보면 주도 패시지도 나가족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니…….

“인구 조절 겸 식량 확보가 그 이유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없는 곳보다 뭐라도 있는 곳이 매력적이겠지.”

자연에서도 하나의 무리가 갈라지거나 약해진 개체가 추방되는 일은 빈번하다.

나가족도 그런 법칙을 따른다면 배를 따라 메리아놀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

「그럼 어떻게 해? 저것들 다 죽여?」

“…….”

북상 2일 차. 평균 시속 30km로 쉼 없이 나아간 덕분에 1400km 이상을 이동했다.

배의 장점이 이것이다.

마차를 쓰거나 도보로 이동하면 하루에 길어봤자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밖에 이동하지 못하는데, 배를 쓰면 24시간을 이동하니까.

아무튼 현재 위치는 패시지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거리. 그 때문인지 북쪽 하늘이 전체적으로 우중충하다.

아드네빌라가 비를 뿌리는 영역의 가장자리에 도달한 분위기다.

툭, 투둑, 툭—

급기야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손으로 위를 가리며 하늘을 올려다본 환인은 메리아놀의 지도를 꺼내 이동 거리를 측정해보고 사라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아이아이 써! 방향 우현!!」

사라가 외치자 영령들이 돛에 달라붙어 돛의 방향을 돌린다.

배가 급격히 우회전을 그리며 선체가 기우뚱했지만 그것도 잠시. 균형을 되찾은 캐러벨선 리지나 호는 대양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따라오던 나가족이 당황하네.」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가면 내버려 두고 계속 따라오면 죽여라. 여기까지 온 이상 나팔수는 없다고 봐도 되겠지.”

「알았어.」

툭, 투두둑… …쏴아아아아—……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삽시간에 늘어나며 세상에 회색빛 커튼을 드리운다.

환인은 아스펜드에서 유르파가 만들어준 나침반을 꺼내 사라에게 넘겨주고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다음 목적지는 이곳 요르문센 섬입니다. 바람 정령이 계속 돛을 밀어줄 테니 조타를 동쪽으로 계속 유지하면 됩니다.”

「옛, 성제님!」

본격적인 아드네빌라의 영향권에 들어섰는지 대양으로 나갈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내렸다.

거기에 영락한 용이 해역에 있어서일까.

대양으로 나가며 수심이 깊어진 여파인지 리지나 호를 능가하는 대형 마물이나 마수가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물부터 마수에 드문드문 괴수까지 나타나 날뛰며 리지나 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해 평화로운 항해는 끝나고 긴장감이 넘치는 항해가 시작된 거다.

쫓아오던 나가족은 이미 추격을 포기하고 되돌아간 지 오래다.

쿠궁—

따로 쉴 장소가 없어 선창의 식당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여자들은 갑작스레 밀어닥친 진동과 마수의 기척에 번개같이 갑판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마악 상급 물정령 둘에게 더듬이가 잡혀 끌어올려지는 거대한 아귀 마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게 뭐니?=

=아귀 마수에요!=

「커!」

2/3쯤 수면 위로 끄집어올려진 그 덩치가 리지나 호의 절반에 이를 정도.

유르파와 노른이 기겁할 때 이실리테는 지체없이 다중 검기 네 자루를 뽑아 번개같이 날렸고, 백려강도 한 호흡에 신비궁을 전개하는 한편 무한의 화살통에서 화살 네 발을 뽑아 벼락같이 쏘았다.

쓰쓰쓱— 퍼버버벅!!

다중 검기 네 자루가 먼저 아귀 마수의 뱃가죽을 꿰뚫고 지나가고 그 자리에 백려강의 빛화살이 꽂혀 레이저처럼 아귀 마수의 몸에 숭숭 구멍을 내버린다.

구와아아아아앍——……!

성대로 내는 비명이 아니라 공기를 강제로 진동시키는 듯한 포효가 터지자 일순간 주변의 비가 깡그리 날아가 버리며 텅 빈 공간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실리테의 더브릴이 묵빛을 뿌리며 허공을 사선으로 긋고 지나갔다.

찰나 간에 펼쳐진 일검이 세상을 베어버릴 듯한 푸른 검기를 뿌렸고, 그 푸른 반월에 아귀 마수의 몸통이 가로로 쩍 갈라지더니 마수의 하체가 붉은 피와 내장을 뿌리며 바닷속으로 잠겨 든다.

투우우웅— 촤아아아악

족히 수십 톤의 거체가 바다에 빠지니 그것만으로 파도가 크게 치며 리지나 호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나 균형 유지 비술 덕에 배가 전복하는 일은 없었다. 여자들도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배에서 튕겨 나가지 않도록 버티거나 서로를 지탱해준다.

안느가 반토막난 채 상급 물정령에게 잡혀있는 아귀 마수 상반신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덩치는 무슨 7급 마수인데 실제는 한 4급 되나?=

=네. 신비 화살이 구멍을 낸 걸 보면 4급 정도예요.=

=…….=

상급 물정령들이 잡고 있던 아귀 마수의 더듬이를 놓아버리자 남은 거구가 다시 바다로 추락한다.

이실리테는 재빨리 다중 검기를 밟고 튀어 나가 아귀 마수의 살점을 크게 떠서 배로 돌아왔다.

거의 사람 크기만 한 투명해 보이는 살점에 유르파가 작게 헐떡였다.

=이슬이 아가씨, 그거 요리해서 먹게……?=

겉보기에 악마처럼 끔찍해 보였는데? 그런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지만, 이실리테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빗물에 씻겨나가는 아귀 마수 살점을 살피며 대답했다.

=니아마드에서 본 고급 요리 재료 중에 아귀 마수가 있었어요. 수육이나 맑은 탕을 해도 맛있고 굽거나 튀겨도 맛있다고 하는데 어떤 맛일지 기대되네요.=

=맞아. 왕가에서도 가끔 밖에 못 먹을 정도로 희귀한 어종이야. 그게 저만큼이나 손에 들어왔는데 나는 못 먹네…….=

=저도 못 먹어요…….=

안느는 아영과 동질감을 느끼며 작게 한숨을 폭 내쉬었다.

잠시 느려졌던 리지나 호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이실리테는 아귀 마수 살점을 들고 선창으로 내려간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손가락을 빨던 안느는 고개를 붕붕 젓고 여자들에게 말했다.

=있잖아. 우리가 따로 감시 경계도 서야겠는데? 상급 정령이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대형이 나타나기도 하고 대양이니까 5~6급 마수가 튀어나오기도 할 거 아냐.=

=안느 아가씨 말이 맞아. 연이한테 다 맡기는 것도 안 될 말이니까…… 인원은 이렇게 나눌까?=

이실리테-유르파.

안느-백려강.

노른-아영-이모렐.

원거리 전투력과 밸런스를 생각해 내놓은 3개 조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본 노른이 유르파에게 묻는다.

「나도 해야 해? 철영수도 놀고 있는데.」

=쟤들은 멀미 때문에 쓸모가 없잖니. 그리고 노른이 네 바람술은 7급 녹술사보다 강하구. 이슬이 아가씨랑 려강 아가씨랑 노른이를 조별 대포 역할로 넣었는데…… 싫으면 자기를 부를까?=

「아냐. 내가 할게.」

환인은 아드네빌라의 영역에 들어선 뒤부터 잠과 휴식 시간도 줄여가며 방수 후드 망토를 쓰고 배의 후미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드네빌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신식 영혼의 눈으로 하늘과 바다의 위상력과 심핵력, 신력의 흐름을 짚어내고 있는 것이다.

땅의 신수 지오드는 패시지에서 동쪽 해상 수백 킬로미터 지점에 아드네빌라가 있을 거라 했지만, 그 위치는 정확하지 않다.

애초에 패시지에서 200km라 해도 여전히 육지다. 그렇다고 바다 같은 강 쪽을 가리킬리 없고 무엇보다 지오드는 해상이라고 하였다.

처음부터 위치가 모호했던 것.

이 때문에 헛수고하지 않으려면 아드네빌라의 기척이 느껴지는 하늘의 비구름 범위를 전부 수색해보아야 한다는 게 환인의 생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범위가 눈에 확실하게 보인다는 점일까. 불행이라면 그 흔적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는 점이고.

그 후 여자들은 그렇게 조를 나누어 4시간씩 교대로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평범한…… 이걸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아무튼, 여자들이 경계 근무에 들어간 이후 어지간한 괴물은 대부분 환연의 선에서 커트 되었지만 때때로 5급, 6급에 가까운 대형 마수나 마물이 출현했다.

그런 대형 마물이 출현해도 환연의 상급 물정령이 괴물을 붙잡고 그 틈에 이실리테, 백려강, 노른과 이모렐이 공격을 난사하면 대부분은 저항조차 못 하고 정리당한다.

그러나 예외가 한 번 있었으니.

6급 마수인 다이아몬드 앰버잭이 상급 물정령 두 마리의 구속을 뿌리치고 리지나 호의 용골을 향해 돌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비늘이 단단하고 그런 몸체로 배를 들이박기에 붙여진 별명이 용골 파괴자.

그런 다이아몬드 앰버잭이 리지나 호와 접촉하기 직전.

=안돼!=

「악!」

앰버잭과 배 사이에 황금빛 광채의 막이 발생하더니 마수가 막을 들이받고는 기절한 것처럼 배를 까뒤집고 떠올랐다.

놀란 아영이 성술에서 몇 없는 심판의 망치를 쓰고 노른도 다급히 무수한 바람칼날의 악수를 요청하는 사이 쏟아지는 신식 영혼 화살 20연발.

투두두두두둗…….

접촉한 부분은 물이든 마수든 술법이든 전부 다 지워버리는 신식 영혼 화살에 다이아몬드 앰버잭은 기절한 상태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

「…….」

방심했다기보단 예상 밖의 변수로 리지나 호에 막심한 피해를 낼 뻔한 노른과 아영은 비를 맞고 있는데도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만약 용골이 박살 나서 배가 부서졌으면…….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벌어질 뻔한 것에 침을 꼴깍 삼킨 둘은 환인에게 가서 물었다.

「환인. 방금 뭐 쓴 거야?」

=막 바다에 갑자기 구멍이 숭숭 나더니 다이아몬드 앰버잭이 그냥 녹아버리던데요…….=

“신식 영혼 화살이다.”

=처음에 쓴 건 신식 영혼 방패였고요?=

“그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영이 환인의 팔을 끌어안으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아까는 애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내가 있는 거니 너무 부담 갖지 마라.=

=헤헤, 넵. 근데 신식 영혼 화살은 소멸 영혼 화살이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6급은 되어 보이는 게 그냥 두부처럼 녹아버리던데. 술법도 다 지워지고.=

“흑옥이나 적옥으로 신식 영혼 화살을 쓰면 진정한 의미에서 소멸이 벌어질 것 같긴 하군. 너무 위험해서 시험해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말이다.”

환인의 이야기에 헤헤하고 웃던 아영의 표정이 요상하게 일그러졌다.

니아마드의 아스칼 영애에게 오빠의 강함 수치를 살짝 들어봤는데 과연. 저 정도니까 2,600만의 전투력을 가진 아신님이라는 거겠지.

그렇게 자그마한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일 없이 동쪽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던 리지나 호는…….

=오라버니! 언니들! 저기 섬이 보여요!=

다음 날 오전, 빛 내림 현상이 펼쳐진 거룩한 풍경의 바다 한복판에 솟아난 거대한 섬 하나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메인 마스트의 망루에 올라가 있는 백려강을 향해 아영이 밑에서 소리쳤다.

=섬이 어느 정도로 큰데?!=

=요르문센 섬 같아! 얼핏 보면 섬이 아니라 육지처럼 보여!=

제주도만큼 큰 섬이니 육지처럼 보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유, 육지!”

“육지다…!”

4일에 걸친 항해로 거의 좀비가 되어있던 김철수와 김영수가 환인에게 간절한 애원의 시선을 보낸다.

상륙하지 않는다고 했다간 진지하게 도망칠 것 같은 모양새.

환인은 빛 내림 현상이 벌어지는 요르문센 섬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먹구름과 그 아래 회색빛 커튼이 쳐진 것처럼 쏟아붓는 비. 여기가 아드네빌라의 영역 경계선인 거겠지.

“…….”

4일 중 대양으로 나와 아드네빌라의 영역으로 들어온 2일 차부터는 45시간 가까이 깨어있는 채로 시간을 보냈지만 아드네빌라의 흔적을 잡지 못했다.

뭔가 다른 수단을 찾아야 겠군. 최악의 경우 아드네빌라가 바닷속에 있을 수도 있으니…….

환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친구들과 김철수, 김영수의 시선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사라에게 지시했다.

“요르문센 섬에 상륙하겠습니다. 정박할만한 곳을 찾아보십시오.”

「아이아이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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