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62화 (762/813)

762 수목 도시 엘위드리스

폭격을 당한 것처럼 부서져 폐허가 된 저택의 터 한복판, 높은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적색 영혼의 자태에 환인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혼재와는 형태 자체가 다르다.

율캄의 혼재, 오울링의 반 혼재, 비자룩스의 혼재, 흐라스린드의 혼재.

이때까지 본 혼재는 그저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을 뿐인 영혼이었는데, 저 영혼은 흡사 밴시banshee처럼 불길한 적색 아우라에 휘감긴 채 일렁이며 땅에서 50cm 정도 공중에 떠 있었다.

하얗고 긴 머리는 시뻘건 아우라에 휘감겨 침식되어가는 것처럼 붉은색으로 불길하게 넘실거린다.

찢어지고 헤진 피부는 적색 아우라가 스며든 것처럼 붉었으며, 몸에 걸친 드레스는 흑염에 타는 것같이 일렁이는 와중 하얀 블라우스 곳곳에 혈흔이 묻어있어 생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케 했다.

특히 두 눈.

한쪽은 이성이 남아있는 듯이 새빨간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다른 눈은 광기와 악에 잠식된 것마냥 눈동자마저 핏빛으로 물든 채 어두운 태양같이 불길한 빛을 흘린다.

=…….=

=…….=

환인은 원기를 방출해 영의 가시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안느와 백려강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것에서 혼재가 이미 자의적인 가시화를 이뤘음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의 눈에 보일 정도로 가시화했는데도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도시의 현 분위기와 이곳으로 오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지.

=이, 이름리아……!=

‘저 여자가 이름리아였군.’

뒤에서 헐떡이는 수석 집사의 소리에 혼재의 정체를 알아차린 환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핀레셀덴을 보냈던 이름리아 공녀군요.”

「……성성제제님님, 이이신신가가요요.」

메아리처럼 작게 울려 퍼지는 서늘한 목소리가 주변의 기온을 낮춘다.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 하얀 입김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실에 영향을 줄 정도로 혼재가 진척된 상태라니, 조금만 더 늦었다면 재액화하여 엘위드리스를 쓸어버렸겠군.

“그렇습니다.”

「이이렇렇게게 만만남남을을 갖갖게게 되되어어 안안타타깝깝네네요요…….」

“그렇습니까. 저는 별생각이 없습니다만.”

얼굴 반쪽은 악기에 점령된 것처럼 고정되어있는 것에 반해 비교적 멀쩡한 반쪽이 자조하듯 시선을 내렸다.

그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어 뒤에서 흡, 신음을 삼키는 소리가 난다.

「저저는는…… 안안타타까까워워요요.」

“협잡질에 내전이 벌어져 가문이 몰락한 것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면 전견시라는 예언을 받아들고서도 멍청한 대응으로 가문을 말아먹은 것을 말하는 겁니까.”

「가가문문을을 배배신신한한, 원원로로원원 돼돼지지 새새끼끼들들을을…… 처처단단하하지지 못못한한 것것이이…….」

원한에 불타는 귀곡성이 퍼질수록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주변에 서리가 끼기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혼재화가 급격히 진행되는지 이름리아의 아래로 피를 태우는 듯한 선홍색의 아지랑이가 크게 치솟았다.

단정하던 머리카락이 크게 너울거리며 윤곽과 형태를 잃어가고, 광기에 물든 신체 반쪽의 형상이 흐려지며 공간이 찢어지듯 쩌저적 금까지 가는 모습.

금방이라도 폭발해 재액을 뿌릴듯한 그녀의 광기에 환인이 조용히 타일렀다.

『진정하십시오.』

「……!」

강제력이 담긴 신언에 핏빛 아우라가 기세를 잃고 크게 위축된다.

떠는 것처럼 팔을 감싸며 몸을 웅크렸던 이름리아가 어떻게 들으면 한숨 같기도, 어떻게 들으면 으르릉거리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로 밴시처럼 흐느꼈다.

「……정말로, 정말로 원통해요. 그 돼지들이 그리 나서지만 않았다면 가문이 이렇게까지 몰락하지 않았을 텐데…….」

“…….”

「가문을 몰락시키고, 주도로 도망쳐 호의호식하는…… 그그 돼돼지지들들만만 없없었었다다면면……!!」

다시 광증이 치솟는지 목소리에 울림이 들어가는 이름리아.

환인은 여전히 담담히 입을 열었다.

“원로원 돼지 새끼들은 영주의 손에 모두 처단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주도에 의탁한 자들은 가문의 예언자들로 알고 있습니다.”

「…….」

고개를 숙였던 이름리아가 괴로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정말이냐는 듯이 환인을 바라본다.

“제 정보원들이 프슈드 영주의 신비궁에 격살당한 원로들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시기는 이름리아 당신이 폭사 당하기 직전이라더군요.”

「그래요……. 우유부단하던 아버님이 결국 손을 쓰셨네요. 쓸 거라면 조금 일찍 썼다면 좋았을 것을…….」

한층 진정되었는지 몸을 편 이름리아는 말 그대로 유령처럼 깜빡이듯이 환인에게 다가섰다.

안느가 굳은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환인은 그녀를 제지하고 가까이 와 간절히 애원하는 이름리아를 응시한다.

「성성제님님…… 휘황찬란한 황금빛 광채에 둘러쌓여계신 성제님…… 소녀의 청을을, 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려요…….」

“우연이군요. 저도 당신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이이런런 불불길한 존재가… 되어버린 제게 부탁이 있으시단 말씀인가가요요……?」

“그런 불길한 존재가 되어버린 당신만이 들어줄 수 있는 부탁입니다.”

아픈 곳을 헤집다 못해 들쑤시는 화법이었음에도 이름리아는 괴로워하긴커녕 오히려 기껍다는 듯이 불길한 적색의 아우라를 일렁이며 화답했다.

「부부탁탁을을 들들어어드드리리겠겠어어요요……! …그러니 제 부탁, 도시를 버리고 가문을 배신신한한 자자들을을 쳐죽죽여여… 주주세세요요……!」

“좋습니다. 계약이 성사되었군요. 당신은 저와 계약해 혼재로써 제 목적 달성을 도와주어야겠습니다. 대가로 패시지에 붙은 엘위드리스의 배신자들을 당신이 직접 쳐 죽일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아아아! 더할나위 없는 조건건이에요……! 저, 이름리아 윌든 엘엘위드리스는 그그날날을 고대하며며, 성성제제님을…… 모실 것을을 맹맹세합니다……!」

아신이 된 성제와 혼재가 된 이름리아의 계약.

그것을 지근거리에서 모두 지켜본 미리아는 피가 얼어붙는 듯한 두려움과 공포에 눈도 깜빡일 수 없었다.

혼재가 된 이름리아와 조금 더 디테일한 계약을 맺고 적옥으로 회수한 환인은 귀족 거리며 도시를 조금 더 둘러봤지만, 영혼 감지에 와닿는 혼재의 기운은 더 느낄 수 없었다.

대신 희고 푸른 영혼은 매우 많았다. 청령만 족히 70명에 달하는 수준.

환인은 당연히 모든 청령과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고작 스물넷 뿐이었다.

스물세 명은 환인의 정체와 목적을 듣고서는 다부진 모습으로 「성제님께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라며 계약을 받아들였지만, 나머지는 「성제라고!? 이 엘위드리스의 원수!!」 격렬한 분노를 토해내다가 그의 손에 강제 성불 당한 것이다.

=도령한테 원수라고 하다니, 적반하장도 아니고…….=

사람이 없는 뒷골목에서 걸어 나오던 안느가 불만을 작게 표시하자 백려강도 귀족 영애의 고상한 불만을 표정으로 내비치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어쩜 그렇게 멍청한지, 오히려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예요. 계약되었다면 그 멍청함으로 오라버니께 방해가 되었을 테니까요!=

=오, 벨도 그렇게 화를 낼 줄 아는구나?=

“백려강도 굉장히 귀족다운 아가씨지. 웨이포드의 미궁에서 있었던 일인데…….”

피가죽 클랜이 습격해온 것을 두고 증거 삼아 습격자를 생포해두려 했지만, ‘제가 본 것이 증거이고 제가 들은 것이 증거입니다.’라는 지극히 귀족적인 발언과 함께 습격자를 전부 처리하려던 걸 언급하자 백려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앗, 아앗. 오라버니 그건……!=

“그때 백려강은 정말 귀족 영애다웠지. 기백마저 느껴졌었거든.”

=아하하하! 그거 정말 귀족적인 태도잖아! 벨, 언니가 다시 봤는걸?=

=아으으…….=

그걸로 백려강을 놀려먹던 안느는 그녀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을 즈음에서야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환인에게 물었다.

=도령, 괜찮겠어? 혼재를 구슬로 만들어 데리고 다니면 주변에 영향은 없을까?=

“흑령을 꺼림칙해 하며 거리를 두던 청령들이 구슬 상태로 멀쩡히 지내는 걸 보면 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예의 주시는 해야겠지.”

혼재는 오랫동안 지박령처럼 박혀있으면 주변 영혼들도 그 타락이 전염되어 줄줄이 혼재로 변한다고 기록되어있다.

청옥과 흑옥이 적옥에 영향을 받아 적옥으로 변해버리면 곤란하니 취급에 신경은 써야 할 것이다.

그 후 성불행은 안 하고 영주성으로 돌아온 환인은 이름리아를 불러내 내전이 벌어지기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환인과 계약한 이후 한층 정신이 안정된 이름리아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원로원이 성제님의 암살을 고집스레 주장한 이유는 엘위드리스의 소멸을 예언한 전견시가 이엘카타에게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엘카타와 손을 잡고 엘위드리스로 돌아와서 그들을 밀어낼 거라 생각한 거였군요.”

「그렇습니다. 이엘카타와 성제님의 인연은 웨이포드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이 감시자를 통해 전해졌으니까요.」

이엘카타를 처음 만난 것은 웨이포드 공동묘지였다. 그곳에서 묘지기로 조용히 죽어가고 있던 이엘카타는 환인과 결합으로 영혼사가 되었는데…….

그때는 자신이 갓 영혼사로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알고 계셨습니까? 이엘카타의 모친은 원로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예지 혈계술의 고귀한 피를 품은 것 자체를 대역죄로 여긴 것이지요. 이엘카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성제님이 도시에 들어온다면 그것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원로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을 거예요.」

=결국 자신의 권력을 위해 움직였다는 이야기네요.=

유르파의 요약에 이름리아의 멀쩡한 한쪽 눈이 흐려진다.

「쓰레기들이었어요. 최악을 선택하기 전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각오를 했다면 권력도, 피해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었을 텐데. 예언이었잖아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그 돼지들은…….」

속상함과 울분이 느껴지는 소리에 여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엘위드리스의 소멸이 예지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은원이 명확한 일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가문이고 가계고 자신의 권력이 가장 중요한, 토할 정도로 추악한 권력자의 면모가 일을 크게 키웠으니 오죽 울분이 치솟을까.

더욱이 이름리아는 이엘카타에게 가주 후보직까지 양보하려 했으니 울분이 두 배로 치솟겠지.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환인이 입을 열었다.

“내전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외부인이 보기에 엘위드리스에서 벌어진 전면전에 가까운 내전은 이상한 점이 많은 것이었습니다.”

「원로원 돼지들은 영주가 외세를 끌어들여 자신들을 몰아내려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이 안 돼요. 아버님이 어떤 분이신데……. 외세를 끌어들인다면 그 돼지 새끼들이 했으면 했지, 아버님은 절대 그러지 않으실 분이에요.」

「네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 내막은 그 반대일지도 모르는 거 아냐?」

환연이 가설을 내밀자 이름리아는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믿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은 이오니스 씨를 진심으로 사랑하셨어요. 그녀의 죽음에 며칠간 침식도 잊고 괴로워하셨죠. 그녀를 살해한 원흉이 원로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가문을 쪼갤 수 없다는 이유 하나로 책임자 몇에게만 원로직을 내려놓으라는 지시를 끝으로 사건을 덮은 분이세요.」

「외세를 불러들일 성격이었다면 그때 원로원들을 다 쓸어버렸을 거란 이야기네.」

「네. 또한 아버님의 인망은 가문의 기사 전원의 충성을 받으실 정도였죠. 굳이 외세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원로원 돼지들은 적이 아니었어요. 그런 의심은 하지 말아주세요.」

하지 말아 달라지만 여자들은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걸 안느가 지적한다.

=도령과 우리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영주를 용서했다거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어째서겠어. 우리 도령을 암살하려 한 놈들의 수장이면서 그 사건 이후로 단 한 번도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야.=

「……!」

=정말 어질고 강직한 성품이라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거인숲 미궁 앞 사건 이후 도령한테 연락해서 사과했어야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죽은 뒤의 이야기인듯한데 어째서…….」

=상징수가 불타고 가문이 풍비박산 수준으로 박살 나서 멘탈이 나가버린 거 아님까? 오빠한테 사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말이에요.=

아영의 가정에 안느가 납득이 안 간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런 걸 잊겠어?=

=음~ 어쩌면 주도의 협의회가 대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너희는 가만히 있어라. 우리가 알아서 사과의 뜻을 보낼 테니까.’라면서 프슈드 백작이 행동 못하게 막은 거야.=

=아영이 네 가설보다 율이 언니 가설이 더 신빙성이 있겠네.=

=음, 그러려나.=

여자들이 나름 타당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때, 조용히 있던 환인이 입을 열었다.

“아니면 내부에 협의회, 혹은 결명자 측이 심어둔 배신자가 있어 우리에게 올 사과를 전부 쳐낸 것일 수 있지. 엘위드리스는 이제 끝이나 다름없으니 엘위드리스를 제물로 삼아 이쪽의 평판에 치명상을 주기 위해서.”

=어, 음…….=

=아, 그거 진짜…….=

=후유…….=

여자들의 심정 복잡한 한숨 사이에서 환인이 환연에게 말했다.

“영주성에 정령 차폐가 펼쳐져 있지 않다고 했지. 정령을 퍼트려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자가 없는지 집중해서 감시해다오. 밀정이나 첩자가 행동한다면 영주가 돌아온 뒤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다.”

「알았어.」

그리고 아르겐테아 정찰대 영혼 다섯과 오늘 마악 거두어들인 엘위드리스 기사 스물셋을 불러내었다.

50평이 넘는 넓은 귀빈실의 거실이지만 서른이 넘게 모여있으니 비좁게 느껴진다.

소환된 엘위드리스 기사 영혼 스물셋은 먼저 나와 있던 이름리아를 보자마자 표정이 반쯤 무너지더니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공, 공녀님이 혼재가……!」

「크윽…….」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아, 공녀님…….」

「…….」

「…….」

알게 모르게 꺼림칙하다는 태도로 이름리아에게서 거리를 두는 아르겐테아 정찰대 영혼과 비교되는 모습.

「칼스, 에레혼, 핀너딘, 아넨, 골레네, 이미스, 라세리에, 모델리, 아티엘, 큐에르타, 엘론, 르피어…….」

모든 기사를 기억하고 있는지 이름리아의 입에서 스물셋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기사들은 눈물을 뿌리며 공녀를 지키지 못한 괴로움을 드러낸다.

영혼이 되어서도 기사도를 지닌 이들과 그런 그들을 기억하며 달래주는 공녀.

플뢰족과 연관이 없는 이실리테와 백려강마저도 감동하는 장면이었지만, 환인은 그저 덤덤하게 그들의 해후를 기다려준 뒤 성에 있을지 모르는 첩자를 수색하는 데 동원했다.

“……해서 엘위드리스 영주의 곁에서 그의 행적을 감시하고 정보 교란 행위를 하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 각자 흩어져 의심 가는 자들을 찾고 추적해라.”

「여러분, 부탁드려요. 가문을 배신하고 주저앉게 만든 자들의 색출에 힘을 보태주세요…….」

「「예!!!」」

이름리아의 간청에 의욕이 하늘을 찌를듯한 엘위드리스 기사들이 나간 후, 환인은 다음으로 아르겐테아 정찰병들을 불렀다.

“너희는 원로원의 비밀을 찾아라. 연락 수단, 비밀 장소, 안가 같은 것이 도시 곳곳에 있겠지. 그곳을 전부 들쑤셔서 정보가 될만한 것들을 모아와라.”

「예, 성제님.」

「네~.」

영령화는 가시화 때문에 제외, 영기를 주입하여 물리력만 어느 정도 동원할 수 있게 해준 환인은 정찰대까지 내보낸 다음에야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이제 남은 것은 엘위드리스 영주에게 전말을 듣는 것뿐.

그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도 괜찮다. 목을 쳐버리고 엘위드리스 성을 밀어버린 다음 패지시로 가서 엘위드리스와 연관이 있는 자들도 짓밟아버리면 끝인 일이니까.

=오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뭐지.”

이실리테가 타온 쓰디쓴 블랙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깨우던 환인이 묻자 아영이 이름리아를 곁눈질하며 물었다.

=왜 귀찮게 돌아가시는 거예요? 저 공녀의 요청은 패시지에 붙은 예언자들을 죽이는 거잖아요. 대충 의심 가는 몇 놈 죽이거나 빙의시켜서 영혼에 대고 물은 뒤에 잘잘못의 비중에 따라 영주를 단죄한 다음 떠나면 더 편하지 않아요?=

“그쪽이 편하기야 하지.”

=그런데 왜요?=

“이엘카타를 위해서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정리할 수 있을 때 미리 정리해놓아야 이후가 편할 테니까.”

=으음…….=

“엘미느에게 연락했나.”

=네? 아직이요. 내일 영주가 어떻게 나오나 보고 진행하려고 대기중이예요.=

“그렇다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이들 몇을 부를 준비해라. 첩자로 잠입시켜놓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엘위드리스 영주에게 붙인다.”

=엥? ……엑. 우와, 우와. 영주는 지금 성의 정보를 지킬 여력조차 없으니까 하얀 늑대들의 힘을 보태서 지키는 동시에 영주의 비호와 협조를 받고 내부 정보도 같이…….=

이 한 수로 대체 얼마나 되는 이득을 볼 수 있는 거지?

아영이 놀라 중얼거리는 소리에 여자들도 그 수의 의미를 눈치채고 아연한 표정을 짓는다.

듣기만 해도 이쪽이 얻을 것만 잔뜩인데 위험성은 없다시피 하다.

환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전견시가 가능한 영혼사 출신의 가주 후계가 영도 대성녀의 비호와 함께 돌아온다면 상징수의 소멸로 인한 상실감은 어쩌지 못하더라도 엘위드리스의 정체성은 지킬 수 있게 된다. 정신을 놓은 시민들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겠지.”

패시지의 일이 마무리 지어진 뒤에 이엘카타의 뜻을 물어봐야겠지만, 아직도 엘위드리스라는 성을 쓰는 걸 보면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이엘카타가 엘위드리스로 온다면 영도의 호위와 영혼 기사들, 그리고 하얀 늑대들이 그녀를 지켜줄 것이니 위험도 없다시피 할 것이고.

겸사겸사 다다음 대의 엘위드리스 영주는 자신의 아이가 되겠지.

물론 일이 다 잘 풀렸을 때의 이야기지만, 크게 틀어질 것 같진 않은 계획이다.

“형님 진짜 대박이네……. 저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아신이 될 수 있는 거구나…….”

“야, 형님이 하란 대로만 해도 중간은 갈 거 같다. 공감하면 개추.”

“개추, 개추요……!”

거실 한구석에 박혀 환인이 하는 것을 전부 지켜본 두 김씨의 조용한 속삭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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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미궁기담 김씨 특) 눈치 빠름

오늘 조아라에서 19금 씬 일러스트에 대한 삭제 요청이 왔습니당ㅠㅠ

앞으로 야시시한건 못올리겠어요!

평범한건 오늘처럼 계속 올라갑니당!

[작품 설정]

혼재 이름리아

이름리아 웰든 엘위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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