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58화 (758/813)

758 해협 도시 몰드레테

김영수, 김철수가 유르파의 조사를 빙자한 소소한 고문을 받는 사이 환인은 메리아놀 심판관들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정리했다.

패시지의 도시 형태, 왕가 직할 구획, 정치권 형태와 조직도, 차원 방랑자 관리국 내부 도면, 푸른 나뭇잎의 탑 위치, 각 기관의 방비 태세, 주도 외부 장벽의 기능 요소, 패시지 주둔군의 병종과 규모, 고위 인사 인적도 등.

제법 방대한 정보 자료에 환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정도면 패시지 공략에 제법 도움 되겠네.」

“조금이지만 말이다.”

「이게 조금이야? 패시지 정규군 정보하고 가문별 고위 직업자 자료만 해도 꽤 도움 되지 않아?」

“개인이 도시를 공격하는 방식은 진심으로 승리를 생각한다면 선제 필승뿐이다. 광역 공격으로 적이 방심한 틈을 타 병력 전부를 날려버리는 길이지.”

그 외에는 결국 물량에 압도당하는 길밖에 없다.

광역 공격으로 군대와 패시지 수백만 명 시민을 통으로 증발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주둔군 정보 같은 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뜻.

게다가 패시지와 패시지 주변에는 3급부터 6급까지 다양한 미궁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생업 중인 일반 직업자들과 그런 직업자들이 소속된 조합, 길드 같은 곳에서 전시에 차출될 직업자 숫자를 생각하면 전력의 규모는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게 틀림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입수한 정보를 정리해놓는 이유는 어딘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환인이 노트에 자료를 정리하던 걸 지켜보던 환연이 다시금 중얼거린다.

「5급 이상 고위 직업자가 열셋이나 죽었으니 난리 나겠네.」

“……벨티칼에는 구주의 독니가 있었고 히스론드에는 나사라트의 암살단이 있었지. 카락스의 활동 영역은 라드세아였고. 메리아놀에는 그런 집단이 없는 게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심판관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심판관들은 개인 생활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기계처럼 지시와 명령에만 따르는, 임무를 위한 지식밖에 없는듯한 반응들이었던 거다.

“이 대목에서 결명자가 모종의 수단으로 직업자를 반강제로 키워냈다는 의구심이 드는데 과한 생각일까.”

「나름 타당한 추측이긴 하네. 그래도 이만큼이나 키워내는 건 세계의 법칙상 어마어마한 재료와 노력이 드는 일일 테니까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거야.」

많았다면 열셋이 아니라 수십은 투입했을 테지, 라는 환연의 이야기에 환인도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어으으……. 엄므아… 잘모테써여…….”

그의 시선이 마취약에 취해서 주절거리는 김영수에게 향한다.

여자친구들은 그걸 보고 재밌다는 듯이 툭툭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잘못한 줄 알면서 왜 그랬니?=

“예쁘으은 여으자들이이…… 떠받뜨러 주는 게에… 조아서어…….”

=진짜 못났다. 남자가 됐으면 능력으로 여잘 휘어잡아야지. 여자들이 그렇게 떠받들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흐그으으흐으…… 모쏠아다였어서어어…….”

울먹울먹하는 대답에 유르파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으응? 모쏠아다가 뭐니……?=

=모태솔로 아니에요? 태어나서 여자랑 사귀어본 적 없는 남자.=

=그럼 아다는?=

=……동정 아닐까요? 여자를 사귀어본 적 없으니까 섹스할 기회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 남자가 있다고?=

유르파가 놀라 중얼거린다.

라드세아에서 남자는 여자한테 손짓만 해도 어지간해선 다 되는데 섹스도 한 번 못 해본 남자라니?

영령에게 사지를 결박당한 채 수면 마취 중인 것처럼 여자들의 질문에 속내를 중얼거리는 그의 능력은 공간 이동과 공간 지각.

유르파가 개발한 공간 도약 비술과 궤를 달리하는 이동 특화 능력이다.

자신에게 저 능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쓸데 없는 가정을 떠올리던 환인은 그의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했다.

신식 혼령주가 6급 직업자에게도 통해 기절한단 사실은 콜라이도와 이블팩션 마을에서 확인했다.

신식 혼령주의 효과 자체가 정화에 치중되어있다 보니 여러 번 경험하고 비슷한 기운에 적응하면 내성이 생겨 정신을 잃지 않는 것도 여자친구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다.

혼령주가 펼쳐지면 정령들 태반도 도망가버리니 정령술이 강력한 패시지의 군 특성은 무력화되겠지.

가능한 횟수는 최대 다섯 번. 시간은 2시간 정도인가.

패시지의 역장에 지하율의 거대 골렘을 충돌시키고 신식 혼령주로 혼란을 가중한 뒤 김영수의 공간 이동으로 여휘가 기거한다는 성지궁에 침투해 여휘를 빼내면…….

‘……이 방법은 역시 불확정 요소가 너무 커.’

지하율의 이야기에 따르면 메리아놀은 최정점에 여휘가 있고 그 아래 메리아놀 협의회, 왕가와 귀족들이 존재한다.

여휘를 납치한 뒤 설득하든 뭘 하든 회유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거의 다 해결될 테지만, 여휘의 협조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최악에는 여휘의 저항에 부딪쳐 그녀를 죽이기라도 했다간 신의 사도인 그녀의 죽음이 땅신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도 자애신의 참견을 막기 위해 아신체의 성장을 중간에 멈춰두었는데…….

여휘의 설득을 위해 투르시온을 제외한 왕가를 회유하는 쪽도 문제가 많다.

안느의 반응을 생각하면 여휘를 향한 존중과 존경은 왕가들도 마찬가지로 보이는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가 되는 거다.

왕가를 설득하려 해도 여휘가 있는데 설득당할지 의문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결명자決明子 놈들이 최종 흑막, 자신의 원수인 게 거의 확실시되었는데 그놈들이 패시지의 여러 왕가에 얼마나 뿌리를 내렸는지 정확히 모르니 자칫 이쪽의 동태가 결명자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역시 패시지 공략의 핵심 키는 미리아스툼 왕가인가.’

미리아스툼 왕가의 협조 여부에 따라 계획이 큰 차이로 바뀌겠지. 그리고…….

아드네빌라.

만약 용의 신수인 그녀가 자신을 돕는다면 계획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아신과 용의 신수가 손을 잡으면 그 인식만으로도 적 대부분은 전의를 상실할 테니까.

현 상황에 전격전을 벌여 패시지로 들이닥치기에는 전제 조건과 산적한 문제가 많다.

준비를 차분히 하면서 북상하는 쪽을 고를 수밖에 없으니 아드네빌라도 확보해서 전력을 최대한 늘리는 쪽으로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이런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김철수가 가져온 정보의 도움이 컸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패시지 차원 방랑자 관리국이 관리하는 차원 방랑자는 백 명이 조금 못 되는 숫자.

그중 각성자는 김철수, 김영수를 포함해 일곱 명뿐이다. 그리고 일곱 명에는 용의 계약자라는 직업을 가진 여자도 있다고 했다.

“동부 러시아의 동양계 피가 짙은 루스키라는데 실제 능력은 와이번조차도 아니고 리저드스케일하고나 소통하는 정도에요. 그런데 용의 위치만큼은 대강 알 수 있다더라고요.”

1,000km 밖에서도 대강이지만 용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수준인데 그것으로 아드네빌라가 메리아놀 동쪽 해상에서 패시지에 비를 퍼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동쪽 해상이라……. 탐색은 자신과 노른, 환연, 이모렐 넷으로만 해야겠지.

조사가 끝났는지 마취되어있던 김철수와 김영수가 좀비처럼 으어어 하면서 버르적거리는 게 눈에 들어온다.

“…….”

지금쯤이면 차원 방랑자 관리국에 김철수와 김영수의 변절이 전해졌을 것이다. 폭탄 트리거가 망가졌다는 것도, 심판관 열셋의 목이 잘렸다는 것도.

‘이제 본격적으로 메리아놀과 마찰을 빚을 일만 남았군.’

메리아놀을 악의 축이라 규정짓고 소문을 확산시킨 일, 메리아놀 조사대의 7명을 죽이고 영혼을 회수한 일, 각 교단을 부추겨 메리아놀에 압박을 넣고 있는 일, 그리고 오늘 심판관 열셋을 살해하고 김철수와 김영수를 확보한 일.

원수가 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물론 자신도 이 세계에 강제로 끌려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복수심을 쌓아왔으니 피장파장.

고개를 들자 푸른 하늘이 서서히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중이다.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인은 주먹을 꾸욱 쥐었다.

이제 곧이다.

조금만 더 하면 현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끄응…….”

“아이고, 머리야…….”

마취에서 깨어난 김철수와 김영수는 골을 싸매고 끙끙거리다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국장 개 같은 년. 잡히면 진짜 가만 안 놔둔다.”

조사 결과 진짜 심장 부근에 특수한 기관이 삽입되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구라,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그게 언제 삽입되었는지 짐작 가는 것이 있기에 안 믿을 수가 없다. 아신을 코앞에 둔 환인 형님이 거짓말을 하실 거 같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이용한 타비아누스 국장을 향한 분노가 새록새록 샘솟는다.

따귀를 때리고 엉망진창으로 범하는 상상을 하며 이를 갈던 둘은 묵직한 왼팔을 내려다보며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 토시 언제까지 차고 있어야 하는 거지?”

2년 동안 한 몸처럼 지내온 능력을 봉인하는 마도구.

김철수와 김영수는 능력이 봉인됐다는 불안감에 팔뚝의 금속제 토시를 만지작거리는데, 그걸 본 유르파가 성수포와 옷 두 벌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삽입된 기관이 심장 근처인데다 비술의 일종이라서 분석과 제거에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 그 전에 벗었다간 기관이 너희 능력을 폭주시켜서 죽게 만들 테니까 제거하기 전까지는 계속 착용하고 있어.=

“헉, 넵…….”

“예에…….”

한숨을 푹 내쉰 둘은 넝마나 다름없는 목욕 가운을 벗고 성수포로 몸을 닦은 뒤 옷과 신발을 챙겨입었다.

그리고 자괴감에 재차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미치겠다. 다리 길이 실화냐…….”

“와…… 진짜, 우와…….”

둘에게 건네진 것은 유르파가 환인을 위해 오래 전에 만들어놓은 의복 두 벌.

그걸 입고 보니 진짜 어처구니 없이 추레하다.

바지 기장은 발끝을 뒤덮을 정도에 허리는 꽉 조여서 단추를 채울 수도 없고 셔츠는 어깨 핏이 아래로 내려올 정도인데다 소매도 손등을 뒤덮을 지경이다.

“형님하곤 키가 6~8cm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이 격차는 뭐지…….”

힐끔 환인을 돌아본 둘은 그야말로 조각상처럼 완벽한 9등신 비율에 속으로 감탄했다.

뭐 좀 차이도 적당히 나야 질투하지. 얼굴은 완벽에 가깝고 신체도 그야말로 9등신 모델 비율이 아닌가.

여신처럼 아름다운 누님들 옆에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니.

김영수가 본심을 담아 중얼거린다.

“형님 근처에 서면 안 되겠다…….”

“큭큭. 니 대가리 크기가 형님 세 배인 거 앎?”

“씨발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니 대가리는 세 배지만 나는 두 배 밖에 안됨.”

김철수의 도발에 발끈한 김영수가 그의 정강이를 툭툭 차고 헐렁한 어깨를 팔랑이며 이죽거린다.

“응~ 대신 니 다리 길이는 형님 절반이죠? 어좁이죠?”

“그러는 니는 소매가 팔뚝 위로 올라오잖아! 원숭이냐?! 퇴화해서 사족 보행하게?!”

“원숭이!? 야이 개새끼야. 인신공격하기 있냐 없냐!”

“니가 먼저 시작했잖아, 쒸벌놈아!”

“시비는 니가 먼저 털어놓고 이거 웃긴 새끼 아냐!?”

옷을 입다 말고 갑자기 티격태격하는 둘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안느가 작게 실소한다.

=애들이 대범한 건지 단순한 건지 모르겠네.=

자신이라면 몸 안에 폭탄 신관이 심겨 있는 데다 자폭병으로 사용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을 텐데.

안느의 이야기에 아영이 한심한 동생 보듯이 둘을 바라보며 동의했다.

=대범한진 모르겠고 생각이 없는 건 맞는 거 같아요. 그래도 눈치는 빨라서 다행인가?=

=혼자였다면 안느 아가씨 말대로였겠지만 옆에 저런 악우가 옆에 있으니 정신 안정 효과가 있는 것도 있을 거야. 자기 평온의 파동도 한 번 맞았잖니?=

=그것도 그렇겠네. 야! 싸우지 마!=

급기야 멱살을 잡는 둘에게 안느가 호통치자 찔끔하면서 떨어지지만 그래도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 둘이다.

그러다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사이좋게 안느에게 달려가 궁금하다는 듯이 질문한다.

“그런데 누님, 있잖아요. 환인 형님이 어떻게 저렇게 젊어지셨어요? 초상화에는 20대 후반? 정도로 무게가 느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응?=

어……. 그걸 말해도 되나? 안느가 대답 못 하고 유르파를 돌아보자 유르파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난색을 보인다.

대답은 환인이 직접 해주었다.

“반로환동 하면서 한 번 어려져서 그렇다. 그 뒤에 포영과를 먹어서 다시 나이를 먹은 게 지금이고.”

“반로환동!”

“반로환동! 형님형님! 그럼 환골탈태도 있어요!?”

“그래. 내가 확인한 사람만 두 명이군.”

“우왁! 환골탈태하면 진짜 내공이 몇 배로 늘어나고 엄청 세지는 거 맞죠?! 역시 이 세계에도 무공이 있었어!”

“아까 형님이 보여주신 것도 검강이었잖아! 아니, 창강인가?!”

무협이니 조화경이니 강기니, 호들갑을 떠는 둘을 데리고 도시의 호텔로 돌아온 환인은 거실에서 앞에 앉혀놓고 물었다.

“너희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한국으로 귀환을 목적할 건가.”

직설적이고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 둘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는 이 세계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저도요. 철수하고는 불알친구인데 쟤 집도 그렇고 저도 그리 좋은 상태라고는 못하거든요.”

그런 둘의 입에서 개인사가 흘러나왔다.

집안 수준은 평범하지만 철수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라 걸핏하면 폭력을 쓰고 가재도구를 부수기 일쑤.

그래서 삐뚤어지고 엇나간 동생은 일진 - 양아치 - 지역 새끼 조폭 트리를 탔고 철수 자신도 일찍 집을 나왔다.

영수는 편부 가정인데 엄마라는 사람은 몸을 팔고 다니다 영수가 12살일 때 집을 나가버렸고, 그 후 할머니 집에 맡겨져 자라다가 19살에 할머니까지 돌아가시며 실질적으로 고아가 되어버린 사례였다.

둘 다 대학을 다니며 공사장 막노동 알바에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고.

그런 현실에 비해 이곳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새 삶과 마찬가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환인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둘에게 현실을 들이밀었다.

“철수와 영수, 너희들도 알겠지만 이번 일이 마무리 지어져도 너희가 메리아놀에서 사는 것은 어렵다.”

“예…….”

“…….”

“하지만 이 세계에는 세 개의 국가가 더 있고 국가에 버금가는 특별 도시도 하나 있지. 그리고 나에게는 너희를 그 국가에 소개해줄 인맥이 있다.”

인종 차별이 만연한 벨티칼은 제외다. 라드세아에는 헬루멘, 파르히스트, 프라버가 있고 히스론드는 팔라툼에 살 곳을 대강 소개해줄 수 있다. 영도는 말할 것도 없고.

눈이 휘둥그레진 둘은 망설임 없이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저희는 라드세아에서 살고 싶어요!”

=어우, 진짜.=

=…….=

둘의 음흉한 속내 가득한 외침에 안느가 눈썹을 찡그리고 이실리테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둘의 반응에 김철수와 김영수가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저흰 환인 형님하곤 비교도 못 할 만큼 생기다 말았잖아요. 솔직히 메리아놀이나 히스론드는…….”

창피한 줄은 아는지 얼굴이 붉어져서 변명하며 웃는 모습에 여자들은 이해한다며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환인은 별다른 내색 없이 말을 이었다.

“사지 멀쩡한데다 차원과 공간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직업자니까. 라드세아에서라면 너희들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하렘도 차릴 수 있겠지.”

“헤헤…….”

“흐헤헤.”

“내가 소개해줄 수 있는 곳은 파르히스트, 헬루멘, 프라버 세 곳이다. 셋다 중급 도시와 대도시인 만큼 현대와 비슷한 편의를 추구하며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헬루멘의 현 영주인 시하 사이지 위르트 8급 호족은 환인의 아이를 낳은 여걸. 추천장을 써준다면 두말없이 둘을 기용해줄 것이다. 능력만 제대로 어필한다면 1급 호족으로 시작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테지.

파르히스트에는 그만한 인맥은 아니지만, 안면이 있어 소개장을 써주면 고족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프라버의 영주 귀족 또한 큰 신세를 졌기도 하고 지금쯤이면 한창 어장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을 때라, 추천장을 써주면 즉각 채용될 것이다.

환인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철수와 김영수는 꼴깍 침을 삼켰다.

가자마자 고족이나 호족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인맥이라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하지 않은가.

김철수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환인에게 물었다.

“그 추천장을 얻으려면 저희가 형님한테 뭘 해드려야 하나요?”

역시 눈치가 빠르다.

환인은 둘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신식 영혼의 눈이 보여주는 둘의 감정은 믿을 수 있다.

희미하게 웃음 지은 환인은 현재 자신의 상황과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많이 요약했지만, 핵심은 방금 해준 이야기가 전부다. 너희 둘의 직업은 비전투 직군이니만큼 전면에서 싸우라고 요구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임무를 맡게 되면 최저한의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

“그…… 저희가 형님한테 어떤 짓을 하려 했는지는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형님은 저희를 용서해주시고 몸에 박힌 신관도 제거해주시려고 하고 새로운 삶을 살 기회까지 주시려고 해요. 솔직히 이 정도도 안 하고 도움만 바라면 그건 인간 말종이죠.”

김철수의 이야기에 김영수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시키시는 것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켜만 주십쇼!!”

둘의 폴더 인사에 환인은 작게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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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요즘은 꿈에서도 제법 재미있는 소재를 종종 얻고 있읍니당

현대판 갓옵워라던가... 몇몇은 진짜 기억에도 강렬하게 남아서 소설로 써볼까 싶은데 필력이 흐규해서 맛깔날 거 같지는 않네용

누가 대신 소설로 연재해줬으면 좋겠당..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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