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45화 (745/813)

745 암흑의 숲

구름 속에 숨어 암흑의 숲 초입을 살피던 환인은 불어온 바람에 저 먼 곳의 숲이 흔들린 순간 희미한 불빛 하나를 포착했다.

삼각측량법을 대강이나마 내본다면 약 15km 넘게 떨어진 장소.

「환인. 저쪽에 불빛이 잠깐 보인 거 같은데 저기에 이블팩션 마을이 있는 거 아냐?」

담뱃불은 한밤중에 1.5km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광원이 적거나 없는 장소 한정이겠지만, 그만큼 불빛은 멀리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

이만한 거리에서 보이는 불빛이라면 모닥불 같은 게 틀림없다.

‘동물이 모닥불을 피울 리 없다. 마물이나 하급 이블팩션이라면 불을 쓸 수 있겠지만…….’

강혁준은 20대 중반이라고 했다. 군대를 다녀왔을 텐데 등화관제도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지금이 평상시라면 문제 되지 않겠지만 현재는 콜라이도와 전쟁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환연이 이렇게 물었다는 건 현 위치에서는 저 장소를 정령의 시야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

“내가 처음 떨어진 미궁에서 본 호브는 불을 쓸 줄 알았다. 여기도 이블팩션 지역이니 다른 놈들일지도 모르지만, 확인해볼 가치는 충분하겠지.”

의구심이 계속 피어나지만 경계한다고 안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 환인은 주위를 날아다니는 어둠 정령에게 눈길을 주며 환연에게 물었다.

“어둠의 정령으로 우리 모습을 숨길 수 있겠나.”

「응.」

“그럼 내려가지.”

어둠 정령이 만들어낸 안개에 숨어든 환인은 이모렐과 함께 구름을 빠져나와 숲으로 내려갔다.

암흑의 숲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환인은 생각했다.

나무귀신처럼 기괴하게 비틀린데다 마녀의 손가락처럼 울퉁불퉁 날카롭게 뻗는 나뭇가지, 나뭇잎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바늘처럼 뾰족하다.

땅에는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풀 대신 선인장처럼 가시를 내민 잡초투성이에 팔뚝 굵기만 한 가시덤불이 곳곳에 피처럼 뻘건 가시를 내민 채 복잡하게 얽혀있다.

평범하게는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축축하고 눅눅한 공기가 가득하니 사방에 독을 품은 벌레, 파충류, 곤충 등이 활개 친다.

더욱이 그믐달이라 빛이 적다 보니 빛이 아예 존재하질 않으니 100m를 이동하는 것도 힘이 들 지경.

평범한 사람은 장님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지만 환인 일행에게는 문제 되지 않았다.

노른은 신수가 되며 야간 시야, 나이트 비전보다 한층 더 뛰어난 울트라 비전을 갖춰 빛이 없어도 대낮처럼 환한 세상을 본다.

중핵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천인체도 나이트 비전을 지녔다.

환연은 밤낮의 지장을 받지 않는 정령과 시야를 공유하고 있으며 환인은 영혼의 눈으로 어둠을 꿰뚫어 본다.

숲에 내려선 일행은 최소한 시야의 제약은 없이 불빛이 보였던 곳으로 조용히 이동을 개시했다.

문제라면 암흑의 숲 환경일까.

콱!

「아앙! 환인 나 또 물렸어.」

검은 후드 로브를 뒤집어쓰고 바람으로 날카로운 수풀을 베어버리며 앞서 나아가던 노른이 독벌레한테 쏘이곤 잉잉거리며 환인의 허리에 매달린다.

노른을 쏘고 도망가는 말벌과 사마귀를 합친 곤충을 본 이모렐이 입술을 삐죽 내민 노른에게 물었다.

=아락사스의 독수레에게 쏘였는데……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아. 아프다고.」

=물리면 세 걸음 걷기도 전에 쓰러져 죽는 맹독충입니다만…….=

약간 황당해하는 이모렐에게 환연이 툭 말을 던진다.

「쟤도 신수잖아. 신수는 독이나 질병에 거의 면역이니까. 근데 환인 넌 왜 멀쩡해? 벌레가 아예 안 달려드는 거 같네.」

피부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지만 저런 독충은 옷도 뚫고 침을 찌른다.

이모렐은 가까이 접근하는 독충과 독물을 장갑 낀 손으로 쳐내거나 손가락으로 잡아 눌러 터트리고 있다. 노른은 쏘여도 한 번 아야! 하고 마는 수준.

둘은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아서 환연은 그를 지키려고 그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는데 이상하게 독충들이 환인에게 달려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방금 노른이 독수레에게 쏘인 것도 환인을 피해 멀어지다 길을 막는 노른을 콱 찌른 것.

쏘여서 빨개진 노른의 팔뚝에 치유 연고를 발라준 환인은 영혼의 눈 덕분에 회색으로 보이는 암흑의 숲을 둘러보았다.

여러 번 억지로 꺾였다가 접붙여진 것 같은 나뭇가지에 늘어져 있던 흉물스러운 무늬의 뱀은 환인이 가까워지니 꺼림칙한 게 가까이 온다는 것처럼 슬금슬금 나무의 더 높은 곳으로 기어 올라간다.

역병 걸린 쥐처럼 생긴 독물은 환인의 접근에 도망가다 뒤틀린 나무뿌리 근처를 파바박 파헤치며 숨어들고, 가죽이 짓무른 듯한 독두꺼비는 엉금엉금 멀어지다가 더 가까이 오면 침을 뱉겠다는 듯이 몸을 빵빵하게 부풀린다.

“모르겠다. 벌레라서 고등 생명체보다 아신위에 더욱 민감한 건가.”

그것 외에는 짐작 가는 게 없다.

약을 다 발라주자 팔뚝에 모기가 문 것처럼 빨간 자국이 남은 노른은 복어처럼 뺨을 잔뜩 부풀렸다.

3km가량 움직이며 4번이나 물리고 쏘였기 때문인데, 안 아픈 것도 아니고 한 번 물릴 때마다 살점을 한 움큼 뜯어가는 고통이 느껴지니 화가 안 날 수 없다.

「씨이……. 환인, 그냥 숲에 불 지르면 안 돼? 숲에 불나면 나쁜 놈들 다 숲 밖으로 뛰쳐나올 거니까 그때 때려잡으면 되잖아.」

“무척 솔깃한 이야기군. 환연이 불의 정령 부르고 네가 바람으로 회오리를 일으키면 암흑의 숲을 불바다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

「불 지르는 거야?」

「어? 진짜 불 지르게?」

반색하는 노른과 놀라는 환연. 하지만 환인이 작게 웃는 모습에 ‘그럼 그렇지.’하고 투정 부리거나 피식 웃는다.

“노른. 내가 앞장설 테니 넌 뒤에서 따라와라.”

정말 오랜만에 켈틱 돌도끼를 꺼내든 환인은 대충 휘두르는 것처럼 앞을 막는 수풀과 덤불을 베어나가며 걸음을 옮겼다.

광명창을 휘두르면 깔끔하겠지만 그 밝기 때문에 못쓴다. 방벽 패널도 마찬가지.

그래도 노른처럼 우악스럽게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적당히 피해 가기도 하고 가시덤불이 빼곡하고 넓게 자라 있으면 환연에게 치워달라고 하면서 나아간다.

소음이 제법 나지만 환연의 정령 감응 범위는 반경 1km.

이블팩션 마을이나 다른 괴물, 마물에게 소음이 전달될 일은 없다.

「자질구레한 마물이 제법 많네.」

땅의 정령이 만든 다리를 타고 부글부글 끓는 늪지대를 지난 환인은 그녀의 소감에 질문을 던졌다.

“피부가 자주색을 띤 놈들은 아직 없나.”

「응. 동물도 곤충도 파충류도 없어. 환인 네 말대로 강혁준이 얻은 암야의 탄왕 능력이 좀 변질된 게 아닐까?」

“그렇다면 다행인데…….”

대열을 바꾼 뒤 별 문제없이 나아가며 암흑의 숲 내부 상황을 신경 써서 살펴보지만, 영혼 오염 폭탄이 발동한 숲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평화롭다.

환연이 범위에 들어오는 야행성 마물과 개 머리에 어린애 크기인 콜브를 땅의 정령으로 계속 생매장시키고 있지만 그건 영혼 오염 폭탄과는 다른 일.

솔직히 환인은 암흑의 숲에 영혼 오염 폭탄이 득실거릴 거로 생각했었다.

구름 속에 숨어 하늘에서 정찰한 것도, 여자친구들을 데려오지 않은 것도 안전을 위해서가 아닌가.

그랬는데 뭔가 맥이 빠지다 못해 수상함이 느껴질 정도로 평화로운 암흑의 숲이다.

약 1시간에 걸쳐 암흑의 숲을 주파하던 환인은 그녀의 신호에 걸음을 멈추었다.

「환인, 이블팩션 마을이야.」

“…….”

정령으로 마을을 정탐중인지 환연의 목소리가 약간 늘어진다.

「생각보다 크네……. 거의 2,000명은 되겠는데? 귀쟁이가 제일 많고 짐승 대가리들하고 땅딸막한 것들도 제법 많아. 돼지 대가리랑 개 대가리, 매부리코 대가리도 많네」

섀도어, 시어 프라우드, 바르둘에 오흄과 콜브, 호브인가.

“인구수만 보면 작은 마을 수준이군. 하지만 오흄과 콜브, 호브는 노예 포지션이겠지.”

「…응, 맞아. 귀쟁이, 짐승 대가리, 땅딸보 숫자는 다 합쳐서 200 정도밖에 안 돼. ……아.」

짧게 탄식을 낸 환연이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귀쟁이도 정령을 꽤 잘 다루는데? 몇몇이 내가 조종하는 중급 정령을 의심스럽게 쳐다봐. 더 탐색은 못할 거 같아.」

“……가장 중요한 자주색 피부는?”

「매부리코하고 개 대가리 빼고 전부. 강혁준은 마을 한복판에 제일 큰 집에 있어.」

이어지는 환연의 마을 설명은 꽤 독특한 형태였다.

나무로 기둥과 지지대를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한 바닥을 깔아서 2층은 지성을 가진 자들이 나무로 된 집을 지어 살고 그 외 오흄, 콜브, 호브는 목장의 양떼처럼 아래층에 대충 뒹구는 형식이다.

“멀리서 불을 볼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 있었군.”

「이블팩션 마을은 깨어있는 놈이 절반, 잠들어있는 놈이 절반이야. 나무 방책에는 이상하게 생긴 식물이 기생하고 있는데 그게…… 지면 진동을 감지하나 봐. 무슨 입 달린 완두콩 같이 생긴 머리가 소리 나는 쪽을 주시하고 그래.」

환연의 묘사는 녹색 파이프에서 살 법한 식충 식물 같은 느낌이었다. 소리 나는 쪽으로 씨앗을 쏘는 식충 괴물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방벽 위를 깨어있는 오흄이나 콜브들이 돌아다니며 순찰도 하고 있다고.

「아, 콜브 한 마리가 오흄한테 잡아먹히고 있어.」

동족 포식을 하는 건가.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1,800마리에 가까운 괴물이 제대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이 숲이 풍족한 장소로 보이진 않으니.

“환연, 마을 주변으로 길 같은 건 없나.”

「길은 없고 방책 바깥에 지하 소굴 같은 건 있어. 안에 버섯하고 약초하고 뭐 이런저런 식물 같은 걸 기르는 곳이야.」

“그건 고위 이블팩션의 식량인가. 다른 마을과 교류는 아예 없나보군.”

그렇다고 감염 경로가 없다곤 못한다. 다른 마을과 치고받고 싸운다 하니 전투를 통해 감염을 퍼트렸을 수 있는 일.

환연을 통해 몇 가지를 더 확인한 환인은 강혁준이 있는 이블팩션 마을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아 주변을 더 파악했다.

하지만 새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없었다.

마을에는 거대한 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는데 그 꼭대기에 이블 가고일이 17마리가량 있고, 강혁준은 그 나무의 중간층에서 거의 좀비가 아닐까 싶은 몰골로 누워만 있다는 것.

역시 암흑의 숲 상황은 강혁준을 잡아 확인하는 수뿐인듯하다.

「오, 반응 빠르네. 벌써 이모렐을 포착했어.」

유르파가 있었다면 기척 소멸이나 위상 변화 같은 술법으로 몰래 접근할 수 있었겠지만 그건 불가능.

정령의 도움을 받아 모습을 감추더라도 섀도어족이 있으니 금방 알아챌 게 틀림없다.

이 때문에 환인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골랐다.

중급 정령을 노른과 이모렐에게 강령시킨 뒤 먼저 돌진시켜 이목을 끌게 한 것이다.

그녀들이 이블팩션 마을 상공을 한 바퀴 돌며 여섯 장의 날개를 떨치고 인체에 무해한 바람을 펑펑 터트리자 그 기파에 나무 방벽의 식충 식물이 즉시 머리를 돌려 둘을 향해 씨앗을 기관총처럼 발사한다.

투타타타타타—……!

…^%#@&!@~……!

……크갸~……!

…케르르륵……!!

그 소란에 노예 계급의 이블팩션들이 어그로가 끌려 괴성을 질러대고, 소란이 산불처럼 번지자 마을의 2층에서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이블팩션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이어 주술과 정령술, 위상력이 담긴 화살이나 투사체가 그녀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고작 그런 공격에 맞기에는 노른과 이모렐의 신체 스펙 및 능력이 너무 대단하다.

적당한 나무 위에서 기척을 죽인 채 그 광란을 지켜보던 환인은 마을의 온 신경이 노른과 이모렐에게 쏠린 틈을 타 환연의 정령 보조를 받으며 마을로 몸을 날렸다.

지면에 닿으며 발생하는 진동은 땅의 정령으로 중화한다. 소음은 바람의 정령으로 막고 그리모암의 강력을 발동시킨 아우라의 빛은 어둠의 정령으로 감춘다.

그렇게 중급 정령 강령에 유물의 세트 효과를 합쳐 7급 전사 수준의 신체 능력으로 삽시간에 1km를 주파.

……?!

……!

케르르륵?!

캬아아아아—!!

나무 방벽의 식충 식물과 몇 마리의 호브, 콜브에게 이쪽의 기척을 들킨 순간 준비했던 신식 혼령주를 터트렸다.

두쿵—!

어둠을 가르는 빛의 기둥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이블팩션 마을 나무 방벽에서 100여 미터 남짓한 곳에서 치솟는다.

그와 함께 가장 가까운 방벽을 기점으로 이블팩션들이 반원형 범위로 풀썩털썩 쓰러져 나간다.

기생 식충 식물도 시 든 것처럼 방벽 아래로 머리를 늘어트린 상태.

‘청령주와 흑령주는 원거리 투사가 가능한데 혼령주는 불가능하다니, 이해가 안 가는군.’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나무 방책 위로 뛰어오르자 고위 이블팩션의 고성이 들려온다.

=이 빛은 뭐지……!?=

=빛의 종자들이 습격한 거냐……?!=

「환인. 신식 혼령주의 유효 기절 범위가 170m 정도밖에 안 되나 봐.」

“좁군. 이블팩션에게는 잘 안 통하는 건가.”

=빛의 종자가 습격해왔다!=

=찾아라! 찾아서 죽여!!=

=아니! 저 하늘에 날벌레부터 죽여라!!=

「어, 고위 이블팩션 몇 마리가 이블 가고일을 타러 올라가는 중이야. 앗, 혼령주에 급 낮은 정령들이 다 도망쳐서 섀도어들이 속수무책이네. 잘됐다.」

환인은 고위 이블팩션의 고성과 환연의 중계를 들으며 재빨리 현대의 매우 작은 행정구역(리) 정도 되는 이블팩션 마을을 빠르게 훑었다.

신식 혼령주의 빛에 이블팩션 마을은 2/5정도가 뒤덮였다. 다만 기절 유효 범위로 보자면 1/20도 되지 않는다.

‘전부 뒤덮을 필요는 없어. 지금은…….’

마을 중앙의 거목이 먼저다. 강혁준과 200 남짓한 고위 이블팩션들이 모여 사는 지점.

=저기 또 있다!=

=크아아아—!!=

잿빛 머리, 흑자색 피부에 시뻘건 눈알의 5급 시어 프라우드가 악마나 쓸 법한 양날 도끼를 들고 환인을 향해 달려든다.

마찬가지로 잿빛 체모에 드러난 가죽만 회자색, 흑자색으로 물든 바르둘이 짐승의 이빨을 드러내며 손톱을 길게 뽑거나 검, 클로, 대검을 들고 짓쳐들고 일부 섀도어족은 뒤에서 위상력이 담긴 화살을 겨누는 중.

비살상 무기인 천칭을 꺼내든 환인은 정신을 집중해 이블팩션 전위 셋의 공격을 읽고 스틱형 지팡이로 턱을 후려쳐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불알, 젖가슴을 터트려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다.

그러면서 혼란에 빠진 고위 이블팩션을 빠르게 훑었다.

‘회자색 피부는 신식 혼령주에 즉시 정화됐다. 하지만 흑자색은 아니야.’

머리와 심장을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을 천칭으로 사뿐히 흘려낸 환인은 재차 달려들어 유르파 특제 마비독이 가득 찬 스팀펑크 단검을 투척해 피가 덜 나는 허벅지 바깥쪽이나 팔 등을 스치고 지나가게끔 맞춘다.

=~~……!=

=카아…….=

마비에 걸려 바르르 떨며 자빠지는 섀도어족 사수射手들.

「단검은 내가 정령으로 회수해줄 테니까 마을 중앙 나무로 달려.」

고개를 끄덕인 환인은 콰앙! 땅이 움푹 패일 정도의 힘으로 포탄처럼 마을 가운데 있는 거목으로 몸을 날렸다.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술진 같은 게 없어서 저지를 수 있는 대담한 행동.

그 순간 퍼벙, 쿠구궁—! 바람이 터지고 땅이 폭발하며 1층의 한쪽 땅이 가라앉는다.

콜브와 호브 주술사의 시답잖은 짓을 막기 위해 환연이 지반을 무너트린 여파다.

그러는 사이 마을 2층 거목에 다다르자 노른과 이모렐의 도발에 몰려나왔던 고위 이블팩션 수십 명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직후 터져 나온 신식 혼령주.

대기를 울리는 기파와 함께 빛기둥이 치솟고 반경 85m 범위의 이블팩션이 전원 고개를 덜컥 젖히며 나동그라져 기절한다.

그 신호에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노른과 이모렐의 패턴도 변했다.

도발에서 마을 밖으로 나가는 이블팩션들을 때려눕혀 마을 안에 던져 넣는 것으로.

‘남은 심핵력은 62%’

신식 혼령주 한 번에 심핵력을 10%씩 쓰지만, 콜라이도에서 사용한 네 번의 심핵력이 미처 다 회복되지 않았기에 62%만 남았다.

만약을 생각한다면 쓸 수 있는 신식 혼령주는 앞으로 3번 뿐.

「환인, 저쪽이랑 저기.」

환연의 손가락 끝이 향한 곳에 불 정령의 불길이 화확 타오른다. 거목을 중심으로 삼각 꼭지점 위치다.

즉시 그곳으로 몸을 날려 차례대로 신식 혼령주를 한 번씩 터트린 환인은 노른과 이모렐이 아직 정신 차리고 있는 이블팩션들을 붙잡아 3중 빛기둥 속으로 집어 던지는 걸 보며 거목 곳곳에 난 창문을 통해 안으로 난입했다.

「저쪽이 계단이야. 3층에 강혁준이 있는데 아직 침대에 누워있어.」

이블팩션 거주 구역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내부를 잠깐 훑은 환인은 환연의 가이드를 따라 혼령주에 쓰러진 이블팩션들을 지나쳐 위층으로 달려간다.

세 번의 혼령주가 중첩되었기 때문일까. 거목 안에 쓰러진 이블팩션들은 전부 잿빛 피부 뿐이고 흑자색이나 회자색은 한 명도 없다.

“환연, 강혁준은 기절해있나. 아니면 기절한 '척'하고 있나.”

「몰라. 차원 방랑자 특징인지 강혁준도 아우라가 엄청 희미해. 너처럼 위상역쇄류를 가졌다고 가정하면 이 혼령주에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렇지.”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며 3층으로 올라온 환인은 신식 영혼의 눈으로 동화의 나무속 집처럼 생긴 내부를 훑어 함정이나 주술진의 흔적을 먼저 확인했다.

깨끗하다. 마치 습격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혹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기다리듯이.

얼굴이 조금 굳어진 환인은 영기와 심핵력을 위상역쇄류로 보내 강화하며 강혁준이 있다는 방문을 부수다시피 열고 뛰어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는 강혁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환인은 적색과 흑색이 섞여든, 남자라기에 너무 곱상하지만 눈그늘이 짙게 든 강혁준을 마주 보다 번개처럼 다가가 그의 복부를 쳐올렸다.

앙상한 그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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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글쟁이의 유일한 자랑은 정시 연재 무휴재였는데 그것도 다 옛말... 흑흑

아침에 일어나서 타이레놀 먹고 이마에 쿨패치 붙이니까 좀 낫네용.

역시 타이레놀은 신이야!

몬가 후기로 할 말이 더 있었던거 같은데 까먹어서 후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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