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 콜라이도 연합도시
드물게 잔뜩 찡그린 얼굴로 의회당을 나온 환인은 무로스의 협조를 받아 도시 전체에 신식 혼령주를 펼쳤다.
남서부, 남동부, 북동부, 북서부.
건물 안에서도 영혼 오염 폭탄의 해제가 가능한 것을 확인했으며 신식 혼령주의 빛기둥 가장자리에서도 폭탄이 해제되는 것을 검증했다.
신식 평온의 파동은 오염 수준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3시간 이내에 피부색이 완전히 원래 색을 되찾고, 신식 혼령주는 그 즉시 오염 폭탄을 해제시킨다.
=지난 5년간 고, 공간이동술법진을 사용한 인명록입니다!=
“상단의 이동 현황 기록은 어디 있습니까.”
=도르무 상업협동조합 상원의원님께서 지금 목록을 취, 취합 중이십니다.=
“……목록은 필요 없습니다. 상단이 한 번이라도 방문한 촌락, 마을, 도시 기록만 있으면 됩니다.”
=앗, 아아. 넵…!!=
그 후 쉬지않고 공간이동진을 타고 타 도시로 퍼져나갔을지 모르는 감염자를 찾기 위해 자료를 모았으며, 시장과 아란=에로프에게 강요해 콜라이도 연합도시와 인접한 도시, 마을에 경고를 위한 파발과 전서구를 날렸다.
5년 내에 피부가 자주색을 띠기 시작했거나 띈 사람, 혹은 사망 후 폭발 같은 현상이 벌어진 장소에 대한 조사 진행 요청서다.
마지막으로 갑자기 통신 도중 끊겨 걱정하고 있을 대성녀와 재차 연결해 이쪽의 상황과 수습 방안의 진척 상황 공유까지.
[이쪽은 영혼 폭탄 감염자의 확인을 위한 영혼술 사사를 개시하였소. 동시에 각 국가의 수뇌부에 경고 서한을 보내고 있소.]
“이쪽은 감염원의 파악과 제거에 힘쓰겠습니다.”
[힘내시고, 부디 몸조심하길 바라오, 성제.]
이렇게 1분 1초가 아까운 것처럼 바삐 움직이느라 도시 고위 관리자들을 향한 환인의 마음속 짜증 게이지 수치가 점점 차오르고 있을 때.
〈환연. 저 인간 늘 저렇게 사건에 휘말려?〉
「촌락이나 마을은 그리 큰 사건사고 없이 무난하게 넘어가는 편인데 도시에서는 뭐. 거의 빠짐없지? 이번 일은 그중에서도 조금 심각한 편이지만.」
환연은 상급 바람 정령을 통해 콜라이도 상공 25km에서 광범위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며 유령처럼 뒤에 붙어있는 릴라이스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마룡이 괜히 저 인간한테 달라붙어 있는 게 아니었네.〉
「네가 보기에도 환인의 여행이 재미있어?」
〈재미라기보단 자극적인 요소투성이야. 하급이랑 중급 애들이 어째서 구슬로 변하면서까지 저 인간한테 붙어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국가 문제, 도시 간에 발생하는 마찰이나 이블팩션과 충돌 같은 시추에이션은 정령들에게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급박한 상황에서 인간들이 뿜어내는 진한 감정의 격류.
방금 의회당에서 벌어진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하급이나 중급 정령이 일평생 살며 겪어도 그에 미치지 못할 양이었다.
환연이 한 번이라도 불러냈던 상급 정령들이 환령계에 몸을 감춘 채 환연을 따라다니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
거기다 그녀 자신도 아직 기억과 감촉이 생생하다. 환연이 저 망할 인간하고 접 붙으면서 느꼈던 그…….
‘……그 마룡도 보나 마나 저 인간이랑 붙어먹었을 거 아냐.’
「내가 아는 것만 두 번이야. 그중 한 번은 쾌락의 극치에 숨도 잠깐 끊어졌었고.」
표층 심리가 이어진 상태였기에 돌아온 대답은 릴라이스를 떨떠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때 환연도 거의 숨 넘어가다시피 했었던데다 자신도 영문과 정체 모를 감각에 발버둥 쳤었으니까.
뒤에서 환연을 끌어안고 그녀의 말랑말랑한 찌찌를 만지면서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던 릴라이스는 싯누런 지평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 신의 사랑이라도 받는 건가?〉
「……응?」
〈보통 평범한 인간은 저만한 일, 일평생 두어 번 겪으면 많이 겪는다고 들었어. 그런데 저 인간은 뭐 가는 곳마다 저만한 사건을 겪는다며. 신이 관심을 가지고 일부러 시련을 몰아주면서 영적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고 봐도 될 거 같은데.〉
그 이야기에 환연이 릴라이스를 돌아보며 확인을 구한다.
「누가 그래?」
〈초월급 애들이 하는 자랑을 들어보면 대체로 그래. ‘내 사랑스러운 계약자는 이번에 어떤 일을 겪었는데~.’, ‘나의 계약자야말로 이번에 신이 내린 것 같은 시련을 이겨냈는데~.’ ……웩.〉
「…….」
〈걔들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자를 엄청나게 사랑해. 그래서 모이면 하는 게 자랑 뿐이야. 망할 년들.〉
그러고 보면 릴라이스가 이전에 그랬었지? 우월한 계약자를 구해서 다른 초월 정령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릴라이스의 투정을 듣던 환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도시에 세워진 신식 혼령주의 빛기둥이 차례대로 꺼지는 것을 보고 서쪽 지평선으로 눈길을 돌렸다.
환인의 지시는 하늘에서 서쪽 지평선을 감시하며 이블팩션이든 아니든 무언가가 나타난다면 즉시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암흑의 숲은 콜라이도에서 남서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너머에 있다. 숲에서는 혼령주의 기둥이 안 보이겠지만, 정찰병을 통해 만에 하나라도 이쪽 상황이 강혁준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다.
그랬는데 이제 혼령주도 꺼졌고 보이는 것도 없으니 복귀해도 되겠지.
“신의 사랑인가.”
지하 감옥의 섀도어족을 심문하던 환인은 환연이 가져온 이야기에 잠깐 오르빈치와 천원을 떠올렸다가 머릿속에서 털어버렸다.
“대가를 요구하는 사랑만큼 받기 싫은 것은 없지. 필요하지도 않은 사랑을 떠미는 것만큼 혐오스러운 것도 없고.”
「그렇긴 해. 아무튼 필요한 정보는 다 뽑았어?」
“그래.”
=……!?=
사지를 구속당한채 벽에 매달려 그를 원한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섀도어족 여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정보를 다 캐냈다니, 어떻게? 위상력을 다루는 느낌도 없었는데?
표현은 심문이라 했지만, 실상은 보유한 청옥의 여자 영혼을 섀도어족에게 덮어씌우고 질문을 통해 섀도어 여자의 표층 심리를 읽는 방식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말은 쓰지 않는다. 질문에 반사적으로 답을 떠올릴 수 있게끔 서너 단어로 핵심을 꿰뚫는 질문만 한 번씩 던질 뿐.
질문을 들은 섀도어족은 자동으로 답을 떠올리고, 빙의된 영혼은 그런 표층 사고를 읽어 환인에게 전달해주는 식이다.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건가 의심하는 섀도어족을 뒤로하고 환인은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이런 심문 방식은 알려진 게 없기에 환인은 손쉽게 중요한 정보를 뽑아냈다.
암흑의 숲에 있는 마을의 병력, 병종, 위치.
콜라이도 연합도시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계획.
이블팩션 마을에서 강혁준의 존재.
그의 능력과 현재 감정 상태.
심문 동안 줄곧 뒤에서 조용히 있던 무로스 기병대장이 지하 감옥을 빠져나오자마자 환인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제. 당신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심문을 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소. 그저 몇 가지 질문만 했을 뿐인데 무엇을 알아내었다는 거요?=
환인은 대답 없이 무미건조한 웃음을 지으며 입가에 검지를 세워 보였다.
병신같은 행정과 일 처리로 짜증과 귀찮음을 이쪽에 밀어버린데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에 명백히 역량이 부족한 놈들.
짜증나게 만드는 이런 놈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품위를 위해 적당히 대처하고 기병대 군영을 빠져나가는 환인이다.
그랬는데…….
=성제님! 지시하신 일은 다 처리했습니다!=
=성제님? 분부하신 사안을 진행 도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성제님. 자료 취합 도중에 오류가…….=
=성제님?=
=성제님!=
=성제님……!=
어미 새에게 먹이를 조르는 새끼 새처럼 달라붙어 소리치는 의원들과 시의회 직원들의 행동에 환인의 인내심과 참을성이 바닥났다.
“……여러분들은 생각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겁니까.”
=……?!=
=……!=
상처 입은 괴수가 마악 분노하려는 듯한 반응과 대폭 늘어나는 위압감에 의원들이 기겁해서 쥐 떼처럼 뿔뿔이 흩어진다.
일이라면 상원의원과 의장, 시장이 도맡아 처리해야지 왜 자신에게 다 가지고 온단 말인가.
살짝 치밀어오르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자니 뒤에서 무로스가 어흠, 하고 계면쩍은 헛기침을 한다.
=성제의 정확하고 신속한 일 처리에 놀라 그런 것뿐이니 모쪼록 언짢아하지 않으셨으면 하오. 도시에 퍼진 오염 폭탄을 시의회가 해결하려 했다면 행정 처리에만 한 달은 족히 걸렸을 터인데…….=
그는 고작 몇 시간 만에 도시 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버린데다 해결책과 대응 방안까지 수립해 인근 도시와 마을에 쫙 뿌리지 않았나.
“알고 있습니다.”
의원들이 의지하는 것도 당연하다 말하는 무로스에게 환인도 안다고 대답했다.
현대에서도 똑같다.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칭찬과 상여금, 월급 인상이 아니라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책임뿐.
기폭할 경우 자신에게까지 피해가 오는 폭탄이라 환인이 직접 나선 거다. 아니었다면 이들이 죽든 말든 방치했겠지.
근본적인 책임은 옆 도시의 어떤 귀족이라지만, 콜라이도도 일원으로 받아들인 강혁준 부부를 지키지 못한 책임은 있으니까 말이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쉰 환인은 무로스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급한 불을 꺼주었다고 잔불 처리까지 책임질 생각은 없습니다. 뒤를 닦는 건 자신이 해야지요.”
=으, 으음.=
“그보다 무로스 상원의원께서는 한가로우신가 봅니다.”
=……으음?=
“저는 분명 강혁준을 제가 어떻게 할 테니 옆 도시의 귀족은 여러분께 맡긴다고 했을 텐데요. 제가 강혁준의 일을 해결한 뒤에도 그 귀족이 멀쩡하다면…… 저는 여러분들의 저의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느닷없이 튀는 불똥…… 아니, 운석에 무로스는 헉, 하고 헛숨을 들이마시고는 =지, 지금 바로 가겠네!=하며 황급히 어디론가 뛰어갔다.
짜리몽땅한 프라우드족이 허둥지둥 뛰어가는 뒷모습을 노려보던 환인은 호위 역으로 따라붙은 여자친구들과 일단 호텔로 복귀했다.
“……해서, 지금부터 암흑의 숲으로 간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사안이니 같이 가는 건 환연과 이모렐 둘이다.”
작아서 환인에게 붙어있을 수 있는 환연. 노른보단 못하다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안느 못지않은 신체 내구력과 공격력, 위상력 투사 기술을 가진 이모렐.
예상 밖의 인원 선정에 안느가 추가 인원을 뽑길 권했다.
=도령. 그래도 나나 아영이는 데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 황야니까 젤프리를 타면 어느 정도 노른의 비행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거야.=
“괜찮다. 지금은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죽이러 가는 거니까.”
정말 드물게 드러내는 사살의 의지에 따라가고 싶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여자들이 눈꼬리를 살짝 늘어트렸다.
물론 그냥 죽이러 가는 것은 아니다.
포로로 잡힌 섀도어족의 정보에 따르면 암흑의 숲에 있는 이블팩션의 마을 인원은 대부분 영혼 오염 폭탄에 다 감염된 상태.
수백 명이 오염된 마을에다 신식 청령주나 흑령주, 신식 영혼 폭발을 일으켰다간 그 즉시 연쇄 폭발로 대륙 전체……는 아니더라도 메리아놀 서부와 벨티칼 남동부 일대는 100% 날아간다.
폭발을 대비해 자료를 모아 인근의 마을과 촌락 위치를 파악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촌락이 중간에 박혀 있다면 확산 중계 기지 역할을 해서 확산에 확산, 그리고 확산을 계속해서 일으켜 대륙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다.
장비를 챙기고 아스펜드에 혹시모를 때를 대비한 회복약과 치료약, 각종 치료제등을 담고 유사시에 쓸 각종 도구등을 챙기는 환인에게 유르파가 '응?'하고 말을 걸었다.
=응? 자기, 영혼 오염 폭탄이 터진 것에 감염된 산 사람은 죽은 뒤에야 영혼이 폭발한다고 하지 않았니? 오염 폭탄의 폭발은 물리력이 없다고 했구. 그럼 암흑 숲의 이블팩션 마을에 청령주를 떨어트려 몰살시켜도…….=
“동물이 있지 않습니까. 마수나 마물도 있을 수도 있고.”
=아.=
“또 중첩이 일정 이상 쌓일 경우 폭발이 물리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의심해야합니다. 영혼 오염 폭탄에 확실한 것은 현재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의견을 꺼냈던 유르파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가 자신의 마도구 가방을 열어 동그란 은색 구슬 네 개를 꺼내 환인과 노른, 환연, 이모렐에게 하나씩 주었다.
=얼마 전에 완성한 비상 탈출용 공간도약 구슬이야. 발밑에 던져 깨트리거나 쥐어서 깨트리거나 하면 공간도약 포탈이 발동할 거야. 좌표는 여기로 기록해놨고 발동에 3초 정도 걸리니까, 위험할 거 같으면 유념해서 사용해.=
“예.”
그녀가 내민 공간도약 구슬을 챙긴 환인은 호텔 발코니에서 신수로 변신한 노른을 타고 레드릭 얼터를 챙긴 이모렐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해는 이미 저물어 밤이다. 야음을 틈타 고고도에서 빠르게 날아가고 있자니 그의 목에 매달린 환연이 물었다.
「환인. 강혁준을 죽일 거야?」
“……섀도어족의 기억에 의하면 분노에 시야가 좁아진 상태라고 판단된다. 이쪽이 하는 말은 들으려 하지 않겠지.”
이쪽의 방해로 기억석 탈취 임무가 실패했다는 게 전달되었을 거다. 거기에 신식 혼령주로 영혼 오염 폭탄을 먼저 해소할 생각이니 이쪽과 대화하려 들지는 않겠지.
콜라이도에서 남서쪽을 향해 무음 비행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중, 2시간가량이 지나자 회백색의 시야 끝에 울창한 숲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암흑의 숲.
대륙 남동부 이블팩션 영역을 70%이상 뒤덮은 대 마경.
얼마나 많은 이블팩션이 있고 얼마나 많은 마물과 마수가 살아가는지 모르는 거대한 수해.
숲 가장자리부터 나무가 기이하게 몸을 뒤틀고 있는 데다 위에서 보는 숲도 삐죽삐죽 날카롭고 뾰족한 나뭇가지가 침엽수와 활엽수 사이로 내밀고 있어 흉험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벌어진 구름 아래로 암흑의 숲을 잠시 응시하던 환인이 노른의 목을 쓰다듬으며 지시를 내린다.
“노른, 내려가서 구름 속에 숨어라.”
「응.」
섀도어족 여자를 심문했지만 암흑의 숲에 이블팩션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이블팩션이라 뭉뚱그려 부르고는 있지만, 이블팩션 내에서도 여러 갈래가 있어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고.
적어도 섀도어족 여자가 속한 마을은 다른 이블팩션 마을도 배척하며 교류하지 않는다고 하니…….
‘영혼 오염 폭탄이 암흑의 숲 전체로 퍼져나가지 않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쯧.
환인은 혀를 강하게 찼다. 폭발에 휘말릴 때마다 이전 폭발의 범위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거기에 더 넓어지기까지 한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어째서 3400년 전에 출현한 자가 왕이라고 자칭했는지 이해가 가는 능력이다. 마음먹는다면 문명 그자체를 날려버리기에 모자람이 없지 않은가.
자신이라면 한달 내에 니오네브레스의 생명체 대다수를 지워버릴 자신이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겠지.
그런데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러지 않고 있다는 건 강혁준이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암야의 탄왕하고는 약간 체계가 다른 능력을 각성한 걸까.
‘…….’
신식이 아닌 구식 영혼의 눈을 열고 암흑의 숲 가장자리에 도달한 환인은 작은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춘 채 먼저 숲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았다.
나무가 많긴 하지만 앙상하거나 뒤틀린 나무가 많아 숲 안쪽을 보긴 어렵지 않다.
역시 동물이나 마물, 마수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동물령이 지박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그 말은 몇 번이나 폭발이 일어났다는 걸까. 폭발이 벌어졌어도 콜라이도에 대량 감염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소규모로 끝난 것인가.
생각할수록 복잡해지는 가짓수를 떠올리며 환연에게 지시를 내린다.
“환연, 숲속에 살아있는 생물을 찾아봐라.”
「영혼 오염 폭탄에 감염된 걸 찾아보란 말이지?」
눈치껏 릴라이스와 합체한 이후 2배 넘게 늘어난 감지 범위를 싹 훑은 환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지 범위 내에 마물하고 동물 몇 마리가 보이는데 가죽이나 드러난 피부가 자주색으로 물든 건 없어.」
“그것들의 크기는 어느 정도지.”
「작은 건 고양이 정도에 큰 건 자동차 정도? 대부분 늑대 크기야」
암야의 탄왕 능력이 작은 동물들을 제어하면서 정밀하게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곤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실은 영혼 오염 폭탄이 암흑의 숲을 아직 뒤덮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는데…….
……콜라이도의 동물도 감염된 개체는 안보였고 시민들도 그다지 많은 숫자가 감염되지 않았었지.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도로를 오가는 탈것들, 마차를 끄는 쿠에나 말, 낙타, 공룡 중에서도 없었던 걸 보면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혹시 크기가 일정 미만인 생물은 감염되지 않는 건가.’
이름도 영혼 오염 폭탄이니 일정 이상의 지능을 가진 생물 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면……. 위험도는 대폭 낮아지는데.
환인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내면서 강혁준을 찾아가기 전에 한동안 암흑의 숲 초입을 정찰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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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살려줘..
어제는 평범한 컨디션 난조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두통에 가래에 몸살이 오는지 팔다리 관절도 아프고 ㅠㅠ
혈압이 훅 올랐는지 뒷골이 뻣뻣하고 바늘로 쿡쿡 찌르는 거 같아서 죽을거 같아용..
그래서 오늘은 분량이 조금 적습니당ㅠㅠ
두통이 젤 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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