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37화 (737/813)

737 메리아놀로 가는 길

밀림을 빠져나온 환인 일행은 길도 없는 대평원을 따라 이틀을 꼬박 달리고서야 지도에 표기된 강, 콜라기도 강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마차를 끌고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쿠에를 타거나 날아서 이동 중이라 이동 속도는 평범한 차량을 이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길이 없다고 해도 쿠에는 말과 달리 산악 등반이나 폭이 좁은 강이라면 헤엄쳐서도 건널 수 있는 고기동성 탈것. 노면을 달려도 저속 주행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는 거다.

그럼에도 조금 굴곡져 있지만 산악이 없는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데 이틀이나 걸린 이유는…….

=벨, 저거 지금 우리 노리고 있는 거 맞지? 대충 10분 전부터 보이던데.=

=네……. 크기만 봐서는 아비악 와이번이랑 비슷해 보이는데… 쏴서 떨어트릴까요?=

=아비악 와이번이면 6급 마물이잖아. 떨어트릴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화살 한 대에 잡는 건 무리지만 떨어트리기만 하는 거라면요.=

=음, 도령. 저거 잡고 가는 게 어때? 이대로라면 우리 빈틈을 노리고 기습해올 거야.=

“가능하다면 처리해두는 게 좋겠지. 백려강, 할 수 있다면 해봐라.”

=네!=

지도에 나오지 않은 인근 산에서 사는 놈인지 이쪽을 쫓아오는 거대 비행 괴수를 때려잡거나.

=엇, 저거 아이언스케일 홀스메인 무리잖아…….=

=유명해?=

=예전에 비자룩스 앞마당 초원에서 흡혈마 무리 만났었지? 그것들이랑 비슷한데 더 위험해. 저 철갑보다 튼튼한 비늘로 돌격해와서 들이받아 다 부수고 가버리니까.=

=평범한 여행자나 상단이 만나면 끔찍하겠네.=

=그 정도는 아니야. 자기 무리 우두머리보다 덩치가 더 큰 게 있거나 아니면 무리보다 규모가 크면 습격받지 않는다고 하거든.=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무척 만만하게 보인다는 이야기지?=

=응. 온다.=

대평원답게 무리 지어 살던 거대 트럭 사이즈의 철갑마 무리가 돌격해와서 도륙 내버리는 등, 이런저런 전투가 여러 차례 벌어졌던 것.

그렇게 도착한 콜라기도 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다.

쿠구구구구구—

=우와~.=

=우와—.=

옅은 진동과 함께 빠르게 흐르는 강의 모습을 본 백려강과 아영이 작게 감탄사를 낸다.

“…….”

축적이 얼마나 되는지 잘 가늠되지 않는 세계 지도에 표시될 정도이니 거대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건너편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이 넓다니.

신식 영혼의 눈으로 수평선 밖에 안 보이는 강을 둘러본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노른에게 말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응? 환인, 저쪽에 뭔가 있는데.」

“그래. 유속이 굉장히 빠른데도 머무르는 생물이 있군.”

넓은 폭만큼이나 수심도 깊은지 수질이 매우 깨끗한데도 불구하고 강바닥이 안 보인다. 그런 짙푸른 물속 곳곳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생명력의 기척.

쥐 죽은 듯이 강바닥에 붙어있지만, 이쪽이 강을 건너려 하면 그 즉시 떠올라 공격해올 테지.

그 숫자가 어림잡아 20여 개체.

“환연, 저것들 전부 끌어올릴 수 있겠나.”

「음~. 제법 위상력이 많아서 한 번에 전부 다 끌어올리긴 무리겠는데? 넓게 퍼져있기도 하고.」

“4급 정도인가 보군.”

「응. 이 악물고 저항할 텐데 아무리 나라도 힘을 많이 써야 해.」

“……이참에 새로운 능력을 테스트해볼까.”

온전한 신식 영혼술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부터 영혼술을 응용하는 능력이 대폭 오른 것을 지난 며칠간 느낄 수 있었다.

영혼 구슬 보유 제한과 유지 시간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영혼술을 다루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제까지는 영혼 구슬을 하나씩, 혹은 중첩해 화살이나 폭탄, 방패 같은 것으로만 썼는데 이제는…….

중급 정령 구슬 여러 개가 환인의 손아귀 안에 뭉치며 마치 벼락처럼 길고 곧게 뻗은 막대기로 변해간다.

환인의 인식에 신神하면 제우스, 제우스하면 벼락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덕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모조 신의 벼락이다.

우르르르릉—

환인의 왼손에 쥐어진 길이 2m짜리 빛의 창에 환연이 눈을 반짝 빛내고는 저 빛에 이끌려 찾아온 중급 번개의 정령들을 빛의 창에 부여한다.

그러자 스파크가 파직 파직 튀면서 정말로 제우스의 벼락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훌륭하군.”

그 말과 함께 씩 웃은 환인은 벼락의 창을 그대로 콜라기도 강에 내리꽂았다.

=흐음~.=

환인이 하늘로 날아올라 간 이후 젤프리의 등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영은 쿠라를 탄 백려강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벨, 이거 바다는 아니지?=

=알류겔 대호수처럼 물에 짠 내가 안 나. 그리고 저쪽으로만 흐르고 있으니까 강…이겠지?=

=강인데도 맞은편이 안 보인다니, 엄청 넓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쓱, 노른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환인을 본 안느는 쿠핀을 몰아 비행 빗자루에 앉아서 제법 큰 책을 공중에 띄워 파라라락 넘기는 유르파에게 다가갔다.

=언니. 강을 건널 방법 있어? 해안선 쪽에 나루터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 있긴 한데…… 소형화를 받아서 노른을 타고 넘어가는 게 좋겠지?=

=강만 건널 거면 그렇게 안 해도 돼~.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수상 보행 비술을 습득해놨거든.=

=오. 그거 습득하기 어려운 술법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7급 비술사님.=

=후후. 아가씨들이 강해지는 것처럼 나도 짐 안되게 열심히 비술이랑 술법을 습득 중이야~.=

=짐이라니! 언니식 공간도약술에 언니가 만들어내는 화장품이랑 마도구만 봐도 우리가 못 따라갈 수준인데!=

지금 자신들은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가고 있느라 실감을 못 할 뿐이지, 안느 자신이 알기로 그녀는 지금까지 들렀던 도시와 마을의 공간 좌표를 전부 기록해두고 있다.

위상석과 위상력만 충분히 제공되면 여기서 영도까지 단숨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귀엽게 어깨를 으쓱이는 유르파에게 엄지를 세워준 안느는 아직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 환인을 올려다보았다.

=근데 도령은 왜 안 내려오는 거지? 위에서 뭐가 보이는 건가?=

그 순간, 노른이 있는 곳에서부터 황금색의 레이저 같은 빛기둥이 섬광과 함께 발사되어 거대한 강의 한복판에 내리꽂혔다.

쿠콰아아아앙—!!

=……!?=

=어?!=

몸이 들들 떨릴 정도의 굉음과 함께 높게 솟구쳐오르는 새하얀 물보라, 그리고 줄기줄기 방전되는 번갯줄.

여자들이 놀라 반사적으로 무기를 빼 들었을 때 두두두두두— 거대 빌딩만큼이나 치솟은 물보라가 큰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수면 위로 뭔가가 우수수 떠 오르는 것은 덤이다.

=……헉스. 저게 다 뭐람?=

잘 보니 뱀처럼 생긴 길이 3~5m의 물고기. 백려강이 배를 까뒤집고 떠오르는 장어 같은 생선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강 밑에 괴물이 숨어있었나 보네……. 그, 그런데 방금 그 빛줄기는 대체……?=

자신이 1차 각성하며 깨달은 힘을 전부 온전히 벼락활에 담아야만 비슷한 위력을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일격.

에너지가 응집되는 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오라버니의 영혼술일 텐데, 영혼술에 저런 기술도 있었나?

어떻게 그것을 흉내 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녀는 톡톡, 옆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그쪽을 돌아보았다가 이실리테가 장어 같은 생선을 가리키는 걸 볼 수 있었다.

=려강. 저 생선들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나요?=

=네?=

=저것, 꽤 맛있어 보여서요. 점심으로 요리해볼까 해요.=

=아! 네, 잠시만요.=

그녀가 외뿔을 빛내며 물을 조작해 빠르게 떠내려가는 장어 같은 생선을 끌어모으고 이모렐도 날아서 그것들을 주워오는 사이, 하늘에서 내려온 환인은 유르파를 불렀다.

“유르파, 이 틈에 강을 건너야겠습니다.”

=응. 수상 보행 비술 준비해놨어. 바로 쓸까?=

“좋군요. 모두 모여라.”

일행이 모여 유르파에게 수상 보행 비술과 깃털 낙하 비술을 받기 시작하자 환연은 백려강이 끌어모으던 생선을 단숨에 회수해 이실리테의 음식 재료 가방에 밀어 넣는다.

안느는 자신과 쿠핀에게 두 가지 비술이 걸린 걸 확인하고 백려강과 쿠라에게 자릴 비켜주며 유르페에게 물었다.

=율이 언니. 왜 비술을 전부 따로 걸어? 그냥 애들 등에 탄 채 받으면 안 돼?=

=수상 보행은 체중과 연관이 있어서 무거우면 효과가 경감돼. 푸딩 위를 걸어간다고 생각해볼래?=

=아하.=

그녀의 말대로 수상 보행은 조금 단단한 물침대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만약 깃털 낙하 비술을 받지 않았다면 발이 물 속으로 푹푹 빠졌테지.

그 후 강을 걸어서 건너는 사이 몇 마리의 수중 생물이 공격해왔지만, 기척을 간파한 이실리테가 다중 검기를 날려 산채로 횟감을 만들어버리고 환연도 상급 물 정령을 불러 물 따귀를 먹이며 빠르게 강을 건넜다.

=저번에 강 하류에서 배를 타고 건널 땐 괴물의 습격 같은 건 안 받았는데 의외로 괴물이 많네.=

뭍으로 올라와 비술을 해제한 안느가 콜라기도 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괴물의 사체를 보며 중얼거린다.

자신들이야 니오네브레스의 정점에 가까운 무력을 지녀 아무런 피해 없이 건넜지만, 무직자 일반인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건너오며 만난 3m짜리 이빨 달린 장어나 몸에 지느러미 대신 칼날이 돋아난 악어 사이즈의 날치 한 마리만 덮쳐도 막대한 피해가 날 것이다.

“강의 하류는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곳이니까 일종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하는 거겠지. 그보다 하늘에서 본 강 건너편은 점차 황야로 변해가던데. 안느, 이 근처에 대해 아는 것 있나.”

=응? 아, 맞아. 여기부터 메리아놀 권역이긴 한데 본섬이랑 환경이 완전히 틀려. 해안선이나 강에서 멀어지면 갈수록 황량해지다가 사막이 나오기 시작해.=

“사막인가.”

=응. 지금 위치에서 남쪽으로 1~2일 정도 내려가면 연합도시 콜라이도가 나와. 사막 플뢰족하고 사막 프라우드 족들이랑 소수 종족이 사막 사비족하고 어울려 사는 곳인데 거기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남부 이블팩션 접경지가 있어.=

잠깐 생각하던 환인은 그녀를 바라보며 의견을 물었다.

“우리가 콜라이도에 가야 할 이유가 있나.”

=굳이 꼽자면 메리아놀 분위기를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수 있다는 걸까. 메리아놀의 가장 가장자리에 있어서 메리아놀 본섬의 영향력이 적거든.=

그러면서 메리아놀의 소속이기도 해 본섬의 분위기 등을 쉽게 알 수 있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거기에도 공간이동술법 진이 설치되어있을 텐데 그걸 타면 본섬으로 넘어갈 수 있는 해안 도시 르파잔으로 바로 갈 수 있을걸?=

“적성국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위험부담이 큰 공간이동술법진을 이용할 생각은 안 드는군.”

잠깐 생각하던 환인은 다음 목적지를 콜라이도 연합도시로 정했다.

스프라울드에서 입수한 지도에 따르면 본섬 입구, 본섬의 남부는 엘위드리스가 지배하는 곳이라 나와 있다.

영향력이 적은 곳에서 일단 분위기를 확인해보는 게 좋아 보인다. 만약 자신을 향한 여론이 극히 나쁘다면 마을이나 도시를 피해 패시지까지 이동해야 할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길고 지난한 여행길이 되겠군.’

들어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나오는 것은 쉬울 테니 그 점은 위안이 된다.

유르파의 공간 도약을 이용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방랑자의 안식처가 있다고 해도 10일 넘게 야지 생활을 하며 줄곧 살아있는 무언가를 타고 달리는 것은 피로가 급격히 쌓이는 행위다.

탑승자와 탈것 양쪽 모두에게 말이다.

이실리테, 안느, 백려강은 강인한 신체 덕분에 거의 지치지 않고 이모렐도 중핵의 신체에 이모렐의 혼이 융합한 뒤로 거의 7급을 넘나드는 신체 능력과 에너지 투사 능력이 있어 멀쩡하다.

하지만 유르파와 아영은 성술로 체력을 회복한다 해도 근본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고 그것은 쿠에들도 마찬가지.

신수인 노른과 일반적인 쿠에들 중 가장 강인한 회색 쿠에, 그중에서도 우두머리급인 젤프리는 괜찮지만 쿠르티와 쿠핀, 쿠라에 이제 머리가 조금씩 커지는 실루는 따라오기 벅찬 일.

메마른 황야에서 샛노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나가던 일행 앞에 드넓은 도시가 나타난 것은 일행 중 몇몇이 해소되지 않는 피로를 느꼈을 즈음이었다.

=엥?=

=어라…….=

두쿵, 콰광—

그리고 멀리 보이는 도심 한곳에서는 십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방벽이 세워져 있지 않은 도시 가장자리 한 곳에는 폭탄이 터진 것처럼 빌딩 규모의 불기둥이 확 피어나는 중이다.

일행은 뜬금없는 대규모 전투의 흔적에 눈을 끔뻑였다.

=뭐지, 미궁에서 이형종이 역류하기라도 했나?=

=저 정도 전투라면 최소 5급 이상의 직업자들이 싸우는 흔적이잖아요. 5급 이형종이 밖으로 나왔을 정도면 도시 전체가 지금 난리 났을걸요?=

=그럼 저곳이 저리된 이유가 뭔데?=

=음. 내란이 벌어졌다거나?=

=으엑.=

환인은 안느가 질색하는 소릴 들으며 도시 상공으로 시선을 주었다.

까만 점으로 보이는 비행체 서넛이 선회하고 있고 그 아래에서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내란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군. 설득력이 가장 높은 것은 이블팩션의 공격, 그게 아니라면 삼국 연합 조사대의 공격이겠지.”

말을 꺼낸 환인을 향해 여자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특히 안느가 조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블팩션이 전면 침공하지 않고 저렇게 기습을 한다는 건 못 들었어. 그놈들, 무식하기만 해서 닥치고 공격밖에 몰라.=

환인이 손가락을 들어 도시 상공의 검은 점을 가리키자 그제야 발견한 듯, 여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뛰어난 시력으로 그 점의 정체를 파악한 백려강이 당황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어, 이블 가고일 같아요…….=

이블 가고일, 추정 5급의 이블팩션 상위 마물.

저게 유명해진 이유는 이블 팩션의 일부 고위 개체가 종종 탈것으로 이용하는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블팩션의 공격이라는게 알려지자마자 아영을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굳어진다.

=도령! 가보자!=

그녀의 외침에 노른을 달리게 하자 여자들이 그 뒤를 따른다. 환인은 언덕 비탈을 달려 내려가며 조금 못마땅한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블팩션이 종종 마을이나 도시를 공격한단 사실은 환인도 잘 알고 있다.

영도도 연례행사로 북방에서 내려오는 이블팩션과 싸우고 니라인에서도 1만 대군의 공격을 받았었다.

환인이 막 니오네브레스로 트립했을 때 만났던 갈색 피부의 스킨헤드 괴물도 이블팩션의 마물이었고 짐승 대가리를 한 작은 괴물도 이블팩션의 마물이다.

세 곳의 공통점이라면 이블팩션 접경지라는 것.

저곳, 콜라이도 연합도시도 이블팩션 접경지와 붙어있으니 공격받는 게 이상하진 않지만…….

‘이블 가고일을 탈것으로 쓰는 개체의 습격이라니.’

왠지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전개될 것 같단 예감이 물씬 풍겨온다.

그렇게 생각하며 샛노란 벌판, 곳곳에서 곡식이 한창 자라는 곳을 달려 지나치는데 일부 까만 점 몇 개가 이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직전에 도시로 내려갔다 올라온 걸 보면 무언가가 올라탄 것으로 보이는데……. 이블팩션 권역은 반대쪽일 텐데 저건 왜 이쪽으로 날아온단 말인가.

다른 까만 점들은 반대쪽으로 날아가고 있거늘.

“…….”

환인의 표정이 한층 더 못마땅해진다. 얼뜨기 같은 놈이 방향도 파악하지 못하고 일단 날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어, 저기 한 마리가 이쪽으로 날아오는데요?=

여자친구들도 그걸 발견했는지 술렁이는 느낌이다.

그녀들의 시선에 환인은 백려강에게 먼저 손짓하고 이모렐을 올려보냈다.

환연을 쓰면 간단히 해결될 테지만 저 도시는 일단 플뢰족들이 많이 산다. 함부로 정령을 부렸다간 이래저래 전력이 노출될 수 있다.

벨티칼의 일로 환연의 존재가 알려졌겠지만, 그래도 대놓고 쓰고 싶지는 않다.

이모렐이 여섯 장의 날개를 활짝 펴서 날아오르고 백려강도 벼락활에 화살을 메겨 조준한다.

잠시 후 이모렐과 마주친 이블 가고일이 움찔하고 멈춘 순간 물의 기운을 잔뜩 담아 빛살처럼 날아가는 백려강의 화살.

=명중.=

=맞췄네.=

한쪽 날개가 찢어진 이블 가고일이 휘청인 순간 깃털 모양의 에너지체 수십 개가 투사되어 이블 가고일과 그 등에 탄 탑승자를 공격한다.

비행 능력을 상실하고 낙하하면서도 화들짝 놀라 다급히 투사체를 회피하는 이블팩션 개체지만, 전부 피하지는 못하고 몇 발은 얻어맞아 허공에 피를 뿌렸다.

맞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이블 가고일의 등에서 시커먼 아우라에 뒤덮인 에너지 구체 대여섯 개가 이모렐에게 날아든다.

그러나 두 장의 날개에 위상력을 담아 한차례 떨치는 것으로 구체를 간단히 소멸시켜버리는 이모렐.

그사이 백려강의 화살이 암살자의 편전처럼 연이어 날아가 이블 가고일의 몸통만 집요하게 꿰뚫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영, 같이 가.=

=옛!=

이제 대놓고 추락하는 모습에 이실리테가 쿠르티의 등에서 뛰어올라 다중 검기를 박차며 허공을 질주하고, 아영도 성투술을 끌어올려 그 뒤를 쫓았다.

환인은 한결 느긋하게 그 뒤를 따르며 추락 중인 머저리의 외형을 눈에 담는다.

이블 가고일은 백려강과 이모렐의 협공에 이미 목숨이 끊어졌고 그걸 타고 있던 이블팩션 종족은 몸에 검은 바람을 휘감은 채 낙하 중.

차도르처럼 콧잔등부터 아래까지 온통 검은 천으로 꽁꽁 감쌌으며 복장은 암살자마냥 무복 같은 복장.

‘저 종족이 플뢰족의 대척점이라는 섀도어인가.’

드러난 두건의 틈으로 보이는 피부는 약간의 자색이 감도는 회색이었고, 플뢰족처럼 기다란 귀가 특징적이다.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지는 걸 느끼며 쯧, 작게 혀를 찬 환인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아있는 환연의 어깨를 톡, 건드렸다.

“도시의 반응은 어떻지.”

「방금 저게 추락하는 걸 보고 쿠에를 탄 인간들 몇몇이 달려오기 시작했어. 이제 와서 뿌리치거나 정체를 감추는 건 어려울걸?」

“어쩔 수 없지. 콜라이도를 떠날 때 변장할 수밖에.”

정보를 수집할 때 유르파의 외형 변환 마도구로 모습을 감출 생각이었는데 저 머저리 때문에 다 망쳤다.

정보를 수집한 다음 떠날 때 감추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것은 자신이 메리아놀의 권역에 가깝다는 게 이미 알려졌을 거라는 점일까.

지금은 이블팩션이 어째서 콜라이도를 습격했는지 이유부터 캐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환인은 레이피어를 들어 이실리테에게 저항하려다 삽시간에 사지가 썰려나가는 섀도어를 향해 눈을 차갑게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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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당!

호에엥... 글쟁이 머리가 굳어버린 거에영...

어린이가 되고싶다...

[작품 설정]

콜라이도 연합도시

퍼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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