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 사암 도시 스프라울드
도구의 힘을 빌려 유르파를 1시간 동안 괴롭힌 환인은 그녀가 기절한 뒤에야 그녀의 안에 씨앗을 뿌리고는 만족했다.
‘이러는게 정답이었군.’
여자친구들의 육체는 누가 가장 훌륭하냐고 우선순위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하다.
꾸준한 단련, 훌륭한 식단, 그리고 우월한 유전자까지.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지구에서라면 인세 절정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며, 니오네브레스에서도 같은 종족이라면 눈이 저절로 돌아갈 정도이고 타종족이라도 기호가 비슷하다면 시선을 뗄 수 없는 레벨이다.
그건 속궁합과도 이어지는데, 다들 하나같이 명기지만 지식과 경험에 따른 차등이 발생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순위를 나누자면 유르파가 단연코 최종 보스, 뒷배경의 숨은 흑막이라 하기 부족함이 없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그녀와 멀쩡한 상태로 살을 섞을 생각은 안 했다.
했다간 그녀에게 잡아먹혀 한여름 다 먹고 버린 쭈쭈바처럼 쭈글쭈글해졌을 테니까.
‘하지만 기절한 뒤에는 달랐지.’
정신을 잃었음에도 안에 무언가가 들어오자 희미하게 반응하며 옴찔옴찔거리던 그녀의 촉촉한 속살.
어려져 감각이 예민해진 그에게 딱 좋은 수준의 조임과 반응이었기에 환인은 오랜만에 욕정을 깔끔하게 풀 수 있었다.
비록 그 때문에 양손의 지문이 팅팅 불었지만 속은 시원하다.
옷을 다 챙겨입은 환인은 온몸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지쳐 잠든 유르파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
지쳐 곯아떨어진 얼굴도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그녀의 입술에 살짝 키스해준 환인은 창문을 열어 환기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영기를 탁하게 해서 신의 눈 밖에 벗어난다는 계획은 무모하겠지.’
유르파가 단락적이라고 혹평할 법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신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있어 이해 불가능한 영역의 것이고 그런 존재에게서 큰 트러블 없이 벗어날 수단 같은 것도 모른다.
유르파가 신학 쪽 책도 많이 섭렵한 것으로 보였기에 상담 상대로 골랐는데 그녀가 그리 말할 정도라면 뭐, 방법은 하나뿐이란 거겠지.
신과 직접 담판을 짓는 것.
“…….”
신은 보통 인격신과 자연신으로 나뉜다고 한다.
전자인 인격신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초월하여 신이 된 존재를 보통 지칭한다. 지구로 따지자면 중국인들이 무신으로 모신다는 관운장 같은 것을 꼽을 수 있다.
후자인 자연신은 자연 만물에서 태어나 신의 모습을 갖춘 자들을 가리킨다. 영역을 광범위하게 확대하자면 니오네브레스에 흔한 정령도 일종의 신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세계의 신이라면 인격신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인간성을 버리고 신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연신일 확률도 포기할 수 없다.
어쩌면 상식을 초월해 신의 분류로도 포함되지 않는 절대신 그 자체일 수도.
그런 신과 담판이라니…… 그게 가능한지,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삣- 삐~ 삣~ 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침실을 나가자 거실에 앉아 실루와 짝짜꿍을 하던 노른이 그를 향해 뚱한 표정을 지었다.
「환인은 색정광이야?」
“……색에 미치지는 않았지만 상식에 벗어나는 짓은 하니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그 단어는 누구에게 배웠나.”
「환연이 그랬어. 친구는 색정광이라고.」
“그 녀석에게 들을 말은 아닌데……. 그래서, 너는 왜 뚱해 있는 거냐.”
「색정광이면서 왜 나랑은 안 해주는 거야?」
“……….”
한순간 여러 가지 이유가 떠올랐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대답이 없어 환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노른이 계속 묻는다.
「내 몸이 어려서 싫어? 이실리테나 유르파하고 비교해도 난 가슴이 작으니까……. 아영보다 작고.」
“그건 아니다. 파르히스트 이전에서 샀던 매춘부 중에는 너보다 작고 여린 여자도 있었으니까.”
「그럼 왜 안 해주는 건데?」
삐이~
그녀의 질문을 받으며 근처에 앉으니 실루가 도도도 달려와 품에 뛰어든다.
이 녀석은 언제 3차 성장을 하는 걸까. 노른을 생각해봐도 슬슬 클 때가 됐는데.
그런 실루의 등을 쓰다듬으며 환인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노른에게 대답했다.
“넌 어린아이일 때부터 나와 함께 다녔지.”
「응.」
“그래서 무의식중에 널 여자로 여기지 않은 것 같다.”
「……?」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표정을 찌푸리는 노른에게 환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넌 다 컸다. 하지만 쿠르티는 아직도 널 아이처럼 보곤 하지. 나 또한 그러한 느낌으로 널 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응…….」
“지금 네 체구는 그다지 혹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그건 맞아. 이실리테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백려강 정도는 되면 좋겠는데.」
못마땅한 듯 한손에 다 들어오는 자기 젖가슴을 주무르며 꿍얼거리는 노른.
“저 용인체도 상위 1%에 드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만…….”
어제 목욕할 때 백려강과 함께 들어가서 1차 각성한 그녀의 알몸을 봤는데 운의복의 압축 기능에 매우 놀랐었다.
가슴 크기로 우선순위를 정하면 이전에는 이실리테 > 유르파 >> 안느 > [백려강] >> 아영이었다.
그랬는데 그녀가 운의복을 벗자 그 볼륨이 대단해서, 순위가 변경되어 이실리테 > 유르파 ≥ [백려강] > 안느 >>> 아영이 된 것.
뭔가 투덜투덜한 느낌의 얼굴을 하고 있던 노른은 환인을 뒤에서 끌어안고 그의 뒷머리에 뺨을 비벼댔다.
「나도 환인이랑 할래…….」
“별로 안 내키는데.”
「나도 할래!」
막무가내인 태도를 환인은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냥 거절하기에는 점점 여자다워지는 노른의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여자는 섬세하고 귀찮은 존재라는 게 환인의 인식이다. 섣부른 대응으로 감정을 상하게 했다간 이후에 어떻게 삐뚤어질지 짐작할 수 없다.
환인이 현재의 여자친구들과 이토록 깊은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녀들이 자존심까지 버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헌신적었단 점이다.
누구도 풀지 못할 만큼 인연의 매듭이 굵고 단단해지기까지 가장 중요하면서 유리처럼 얇은 기간을 그녀들의 헌신으로 뛰어넘은 것.
그랬는데 노른은 어떨까.
연인이 된 현재의 여자친구들은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직업과 능력, 그리고 정력에 반해서 따라나섰다.
호감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관계가 시작되어 곧장 연인 사이로 나아간 거다.
하지만 노른은 쿠에였고 자신을 친구라고 부른다.
쿠에에게 인간의 신분과 지위, 힘 같은 게 매력적일까? 그리고 여자 사람 친구와 실수로든 의도적으로든 섹스하고 나면 그 뒤에는 모 아니면 도. 사귀든지 관계가 파탄 나서 남남이 되든지 둘 중 하나다.
환인은 잠깐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노른. 너와 자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내키지 않더라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뭔데?」
“네 마음이 중요하다.”
「……내 마음?」
“단지 그녀들이 나와 하니까 너도 해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나와 친구 관계가 아닌 좀 더 긴밀한 무언가를 원해서 하는 건지 그걸 아는 게 중요하다.”
「…….」
“너는 어떻지. 단순히 이실리테와 다른 여자들이 내게 안기니까 너도 해보고 싶은 거냐.”
「…….」
환인은 말이 사라진 노른의 군살 하나 없이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손을 만지작거렸다.
“네가 소중하지 않았다면 아까 너의 요구를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겠지. 어쨌거나 인간화한 너는 예쁘니까. 그러나 나는 너와의 관계가 소중하다. 너와 섣불리 선을 넘어 지금의 관계를 부서트릴 수 있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아.”
「같이 자면 환인이랑 사이 나빠져?」
“친구가 아닌 그보다 더 가볍고 헤픈 사이가 될 수 있겠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네가 날 떠날 수도 있고, 너의 가벼움에 실망한 나의 태도가 좀 더 냉담해질 수도 있고.”
그것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노른의 표정이 나름대로 심각해진다.
볼을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소녀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주위에서 탄성이 나왔겠지만, 지금은 객실에 있는 사람은 환인과 이모렐에 노을색 쿠에인 실루뿐.
“…….”
생각이 깊어지는지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었기에 환인은 노른의 허벅지에서 일어나 대신 실루를 안겨주고 거실의 탁자 위에 올려진 자그마한 침대 바구니로 향했다.
캐노피처럼 드리워진 얇은 실크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환연의 실루엣.
천을 젖히자 숲속의 공주처럼 잠든 환연의 모습이 나타난다.
노른에게 이상한 걸 가르친 데 대한 보복으로 장난을 쳐놓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치밀었다.
그러나 그녀의 상태를 생각하면…….
‘함부로 건드렸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지.’
탁자에 걸터앉아 흡사 죽은 듯이 잠자는 환연을 신식 영혼의 눈으로 살펴본다.
다른 부분은 깨어있을 때와 다른 점이 없지만, 정신과 영혼을 관장한다고 생각되는 색이 매우 흐릿하다.
혼의 일부가 환령계로 가서 릴라이스하고 담판이라도 짓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드는 옅기.
“…….”
「이실리테~!」
노른이 벌떡 일어나 이실리테에게 달려가는 소리에 순간 움찔했던 환인은 다시 환연을 들여다보다가 어두운 미소를 지으며 손길을 뻗었다.
조심조심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들고 붓과 언젠가 만들어놨던 그림용 먹물을 꺼내 그녀의 몸을 도화지 삼아 선을 죽죽 긋기 시작한다.
젖가슴 주위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분홍색 젖꼭지에도 먹물을 칠한다. 그리고 배꼽에도 점을 찍은 뒤 아랫배에 사람의 입 모양처럼 선을 쓱 그리는 환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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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약품을 쓴 펜이나 냄새가 독한 잉크도 아니고 아주 약한 먹 냄새만 나는 먹물이니 잠을 방해하지도 않겠지. 영혼의 눈으로 보이는 색에도 변화 없고.
자신의 작품에 만족스러움을 내비치던 환인은 중급 정령 두엇이 침대 바구니 근처에서 자신의 작품을 구경하며 킥킥 웃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정령들을 향해 손가락을 세워 쉿- 비밀로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꺄르륵 웃으며 모습을 감추는 정령들.
‘반로환동하면서 정령들이 싫어하는 느낌도 사라진 건가.’
하지만 정령력이 늘었다거나 하진 않은 거 같은데…….
먹물이 다 마를 때까지 살살 바람까지 부쳐가며 잠시 기다리던 환인은 손으로 문질러봐도 먹물이 번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환연에게 다시 옷을 입혔다.
일찍 일어나주면 좋을 텐데.
물론 이 장난의 반응을 빨리 보고 싶단 뜻에서 한 생각은 아니다.
이틀 전, 뮬트라크 영주를 겁박할 때 상급 물정령은 환연을 통하지 않고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었었다.
거기서 상급 정령과 협상이나 교섭을 통해 상급 정령 구슬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다.
그랬는데 환연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말을 걸 틈도 없이 침대 바구니로 들어가 다시 잠에 빠졌고 이때까지 깨어나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상급 정령을 불러낼 수 있는 그녀가 릴라이스와 계약을 위해 잠에 빠져있다 보니 상급 정령 구슬을 만들어볼 시도는 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이실리테 넌 환인이랑 왜 섹스했어?」
=……! ……. ……!=
「왜 환인이랑 섹스했냐고!」
=조용…! 하……! ……. ……? ……!=
주방에서 다급한 이실리테의 숨죽인 목소리에 노른의 이해가 안 간 간다는 외침이 번갈아 들려온다.
잠시 주방 쪽을 바라보던 환인은 젖혔던 침대 바구니의 실크 커튼을 원래대로 만들어 놓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환연을 기다리기보단 그사이 훈련을 하는 쪽이 그의 성미에 더 맞으니까.
「환인이랑 섹스한 게 부끄러워?」
=노른! 목소리 너… 커……! ……? ……!=
당황이 잔뜩 느껴지는 이실리테의 목소리를 들으며 환인은 영기를 더욱 촘촘히 순환시키고 영혼의 눈도 병행해 발동해가며 훈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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