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680화 (680/813)

680 히아리드 대평야

=오. 이실리테 언니, 슬슬 천암 산맥이 보이는 거 같은데요?=

=그러네. 앞으로 하루 정도 더 가면 도착하려나.=

=크으. 진짜 길었네요, 히아리드 대평야.=

=마차를 타고도 2주 넘게 걸렸으니까.=

니라인을 나오고 꼬박 2주를 달려 도달했던 기플라족의 베르헨 마을. 그곳의 트러블을 해결하고 기플라족을 영도로 보낸 지 4일이 지났다.

목적지로 삼은 천암 산맥, 니오네브레스 5대 산맥 중 하나가 새하얀 눈을 뒤집어쓴 그 모습을 지평선에서 천천히 드러내는 광경을 구경하며 환인의 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우리가 가는 마을 이름이 뭐였더라? 체블리프였었니?=

=응. 체블리프에서 대현자의 소식을 수소문해보고 없으면 천암 산맥 동부에 있다는 중급 도시 스프라울드로 가야 해.=

「안느. 나 배고픈데.」

=어? 도령이 밑에서 통신 중이니까 끝날 때까지 참아. 끝나고 밥 먹자.=

「지금 먹고 또 먹으면 안 돼?」

=……그렇게 배고파?=

「응.」

=어쩔 수 없네. 일단 사탕이라도 먹고 있어.=

「와~.」

환인은 마차 밖에서 들려오는 여자친구들의 대화를 한 귀로 들으며 영도에서 걸려온 대성녀의 통신을 이어나갔다.

“기플라족은 잘 적응하고 있나 보군요.”

[영도의 지리적 요인 덕분이라 생각하오. 특히 하늘이 가려져 있으면서도 원한다면 바깥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환경이 무척 마음에 든듯했소.]

“베르헨 마을이 영도와 비슷한 분위기긴 했습니다.”

[후후. 그 덕분에 쿠알 이장과 이야기가 잘 통하였지. 기플라족은 영도의 내정사무기관 시설관리청 소속 지원 도우미가 되기로 이야기가 정리되었소.]

시설관리청이 하는 일은 이름 그대로다. 영도의 시설을 보강 및 보수 관리하거나 영도에 거주하는 이들의 가사 지원 업무 전반.

가정적이고 손재주와 솜씨가 뛰어난 기플라족이 누구보다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다.

[현재 적응 단계를 지나 업무 인수 중이니 성제가 다시 영도를 방문할 때면 영도를 바삐 오가는 조그맣고 귀여운 소년 소녀들을 볼 수 있을 거요.]

그들이 영도에 남게 된 것은 그들의 뜻에 환인의 의지가 어느 정도 개입한 결과였다.

“다행이군요. 전대 이장이시던 분이 돌아가셨을 때 울음바다가 되어서 그들 사이에 우울증이 유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환인이 영기와 원기를 흘려 넣어 생명력을 약간 보충해주었던 이장은 공간 도약진이 거의 완성되었을 무렵 수명이 다해 신들의 정원으로 떠났다.

‘받은 은혜는 열 배, 스무 배로 갚아야 하니……. 기플라족은 남은 평생, 성제님을 은인으로 여겨야 할 것이야…….’

전 이장은 숨을 거두기 전에 동족을 불러모아 그리 당부했고, 베르헨 마을 사람들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한 점 사심 없이 그 뜻에 따르겠노라고 이장에게 약속했다.

환인이 기플라족의 거주에 개입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원인이 이것이었다.

순박해도 너무 순박하지 않은가. 남을 의심할 줄 모르고 호의와 선의에는 몇 배로 보답하는 종족이라니.

영산 알노르도 사람의 발길이 아주 닿지 않는 곳은 아니다. 게다가 한 번은 멸종했다고 여겨졌던 희소 종족.

소식이 알려지면 인신매매단이나 사람 사냥꾼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참고로 힌로는 당사자의 간곡한 희망에 따라 성제의 저택 입주 도우미가 되었소. 아르핀과 이아라가 잘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영도로 돌아오면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 거요.]

“…그렇습니까.”

틈만 나면 몸을 바치려 하던 힌로를 떠올린 환인은 조금 떨떠름한 기색으로 대답했고, 대성녀는 그런 환인의 반응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너무 그렇게 거부감 느끼는 표정은 하지 마시오. 힌로 그 아이도 성인이지 않소.]

환인은 대성녀의 짓궂은 농에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일정 연령 미만의 여자는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저러다니.

“제 허리에도 오지 않는 어린아이 외모를 한 소녀를 여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으응? 소녀도 따지고 보면 그대의 가슴께밖에 닿지 않소만?]

“힌로는 제 허리를 겨우 넘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메리아놀에서는 아직 답이 없습니까.”

[그렇소. 아무래도 제법 지휘 관리 체계가 마비된 상태인듯하더군.]

“…….”

5700자 항의 서한, 다른 말로 독촉장은 약5400자의 미사여구에 300자의 본론이 적혀있었다.

본론은 간결했다.

‘엘위드리스 가문의 암살 시도가 벌어진 지 반년이 지난 현재, 이 순간까지 어떠한 설명과 제안이 없다는 점에서 영도를 향한 의도적인 경시와 괄시가 느껴지는바, 영도 에쉬누르는 메리아놀 협의회에게 나흘 안으로 명확한 사유서의 제출을 요구한다.

기간 내에 상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영도 에쉬누르는 종족 연합 국가 메리아놀이 이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 영혼사의 보호와 안전 확보를 위한 무제한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며 차기 대성자의 사태 해결 개입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겠다.’

마지막 문단은 국가로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항목이다.

이런 강경한 어조의 서한을 받았다면 정상적인 외교 라인이 열려있는 국가라면 즉시 반응할 수밖에 없음에도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는 뜻은…….

[……책임을 질 머리가 없는 상황이라 해석할 수도 있지.]

지난 4일간 하얀 늑대들이 아영의 지시에 따라 모든 정보력을 메리아놀의 주도 패시지에 투입한 결과, 패시지의 협의회와 메리아놀의 7왕가 사이에 알력다툼이 은밀하게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캐낼 수 있었다.

메리아놀의 정치 체계는 일곱 왕가가 돌아가며 왕의 직무를 수행하는 순환식 왕정제.

게다가 안느의 이야기에 따르면 미리아스툼 왕가에서 다음 왕가로 왕위가 이양될 시기는 다음 승령천제 시기라고 하였다.

이러한 정보를 종합하면 대성녀가 그러한 결론을 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렇다면 그들이 그렇게 분열된 계기는 무엇일까.’

자신의 무력시위가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종의 정치적인 사유가 있을 텐데…….

환인의 생각이 이어지고 있을 때 대성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유예가 이틀 남았다곤 하지만, 압박을 주기 위해서라도 서서히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좋겠지. 이쪽이 농 삼아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줄 겸 말이오.]

“예. 부탁합니다.”

[맡겨주시오. 성제의 뒤에 우리 영도가 있다는 걸 다른 국가 수반들에게도 보여줄 테니까.]

통신은 그것으로 종료되었다.

빛이 꺼진 수정구를 챙긴 환인은 마차의 창가에서 거의 멈춘듯한 지평선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틀 안에 이쪽이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만약 메리아놀 협의회가 이 사태의 책임을 미리아스툼 왕가에게 물어 7왕가와 협의회 간에 다툼이 발생했다면, 혹은 미리아스툼 왕가의 몰락을 바란 누군가가 이러한 상황을 유도한 거라면…….

‘이엘카타의 엘위드리스행이 아직 1년 남은 게 다행인가.’

그녀의 이동 이야기가 오갈 때의 뉘앙스나 어감을 보면 아이를 낳고 바로 넘어갈 것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실제는 이엘의 산후 몸조리와 신생아가 어느 정도 자란 1년 뒤로 내정된 상황.

1년이면 현존하는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되었을 거다. 메리아놀이 주저앉든, 이쪽의 의지가 받아들여져 문제가 해결되었든 간에 말이다.

통신을 종료한 환인은 잠시 그대로 앉아 생각에 잠겼다.

‘정보 부족인 상태에서 행동한다는 건 꽤 불안하군.’

거의 편집증에 가깝게 주변 정보를 확보한 다음 움직이던 환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환인이라 해도 대상이 국가인 이상 만족할 만큼 정보를 모으는 데는 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하얀 늑대들이나 영도의 외교통상기관 같은 부속기관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을 때의 이야기.

그러나 지금은 그만한 정보의 확보가 되어있지 않다. 정보의 수집과 동시에 계획을 진행하는 터라 환인에게는 약간 불만족스럽고 불안한 상황이다.

그 불만족과 불안을 커버할 유일한 수단은 자신의 힘 뿐.

영도와 메리아놀.

두 곳의 물리적인 거리는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직접적인 대격돌은 벌어질 수가 없고 개인인 자신이 메리아놀이라는 국가를 상대로 지략을 발휘해 전복시킨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동원했다. 사태 해결의 마지막 열쇠는 현실을 아득히 벗어난 개인의 무력뿐이니,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파편인을 빨리 녹여 힘을 늘리는 거다.

환인의 시선이 1ℓ 정도 되는 크기의 특수 유리병으로 향했다.

뀨으으으……. 삐으으으으…….

유리병 속에서 뒤집어져 분홍색 배를 내놓은 채 고롱고롱 콧소리까지 내며 단잠에 빠져있는 보석쥐.

이 세상 근심 걱정과는 담을 쌓은 그 태평한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환인은 강박증에 가까운 자료 확보 욕구를 억누르며 마차 안에 설치한 해먹으로 올라가 누웠다.

“…….”

흔들거리는 해먹에 누우니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일 같은 건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머리가 가벼워진다.

환인은 그대로 눈을 감고 지하굴 미궁을 돌파한 뒤 대폭 늘어난 영기와 심핵력의 길들이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날 저녁.

방랑자의 안식처를 설치하고 집 안으로 들어간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먼저 목욕탕으로 향했다.

촤아아아악—

대충 머리와 몸을 씻고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그니 머릿속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줄이 조금씩 느슨해지며 한층 더 머리가 가벼워진다.

똑—……. 똑-…….

습기가 모여 맺힌 물방울이 욕실 천장에서 낙하해 욕조의 수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진다.

그렇게 고요함과 평온함을 만끽하던 환인은 일행 중 세 번째로 익숙한 기운이 욕실로 다가서는 것을 느꼈다.

[도령. 나 들어가도 돼?]

“……?”

언제는 허락을 받고 들어왔었나.

메리아놀을 공격할 거라고 이야기를 꺼낸 날부터 어딘가 모르게 어색어색하게 굴더니 이제야 그런 어색함을 풀 용기가 났나 보군.

환인은 피식 웃으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반투명 유리 너머로 여체의 실루엣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옷을 벗는다.

잠시 후 얇은 수건 한 장으로 앞을 가린 채 욕실에 들어선 안느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환인의 시선에 잠깐 멈칫했다가 가까운 샤워기로 향했다.

이어 머리 뒤를 대충 틀어올려 묶고는 샤워기로 몸을 씻은 뒤 곧장 욕조 안으로 들어가는 안느.

그런 주제에 멀찍이 앉아 힐끔거리는 것이 매우 소심해 보인다.

평소 활기찬 모습과는 180도 다른 소심한 행동에 환인이 웃음을 흘리자 안느도 자기 행동이 얼마나 어색한지 아는 것처럼 얼굴을 살짝 붉히며 민망한 표정을 짓다가…….

첨벙!

와락, 하고 덮치듯 그에게 날아들었다.

=도령……. 미안해.=

“뭐가 말이냐.”

그녀가 몸을 날리며 일으킨 파도를 뒤집어쓴 환인이 얼굴의 물기를 털어내며 묻자 안느는 그에게 키스할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붙인 채로 말했다.

=내 우유부단한 태도 말이야. 도령도 내심 실망했지? 내가 바로 도령 편을 안 들어줘서…….=

“아니.”

=……진짜?=

“니오네브레스로 넘어온 직후였거나 널 동료로 삼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면 너에게서 배신의 기미를 읽고 네 말대로 실망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손을 든 환인은 그녀의 은색 눈동자와 눈을 마주한 채 고운 턱선과 오뚝한 콧날을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그 시선과 손길에서 애정을 느낀 안느는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가. 그의 옆에 앉아 젖가슴이 뭉개질 정도로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래서. 본가와 싸울 결심이 섰나.”

=응…….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랑 어머니는 이번 일에 연관되지 않으셨을 거야. 그러니까 내 결심은 메리아놀 협의회랑 여섯 왕가와 싸울 결심이지.=

“그래. 그거면 됐다.”

환인이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니 안느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긴장과 어색함이 모두 날아간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이번 일에 연관되지 않았을 거라니. 어떻게 아는 거지.”

장인어른…… 장모님…….

그가 선택한 단어에 귀까지 빨개진 안느는 얼굴에 물을 촥촥 끼얹고 떨리려는 목소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대답했다.

=아ㅃ…버지는 대표적인 평화주의에 친 자연주의자야. 그게 어느 정도냐면 우르거 같은 딸도 어떻게든 데리고 살려고 하셨을 정도로. 어머니도 그런 아버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서 따르는 푼수 아줌마고.=

“그렇군. 만약 이런 상황이 오게 만든 원흉을 네 손으로 꼽는다면, 누굴 꼽을 거지.”

=음? 음……. 일단 알세이시스 왕가는 아니야. 아, 거인숲 미궁 앞에서 만났던 그 하얀 나뭇잎 무사 아저씨 가문 말이야.=

도령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직접 대면한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한다. 더욱이 코 앞에서 무력시위까지 본 마당이다.

알세이시스 왕가는 절대 그와 척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같은 자리에 있든 프라우드족의 드로거스 왕가도 마찬가지.

자신의 생존과 영혼 기사 활동이 미리아스툼 왕가에도 전달되었을 테니까 아버지가 가주인 미리아스툼 왕가도 제외한다.

남은 것은 네 곳인데…….

=나머진 솔직히 어느 쪽이 해도 이상하지 않고 어느 쪽이 안 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모르겠어.=

“엘위드리스와 푸른 나뭇잎의 탑 두 곳과 연관된 왕가는 없나.”

=투르시온 왕가가 그 두 곳하고 관계가 있다고 얼핏 들었어. 투르시온 가주의 증조모의 현손녀가 엘위드리스 가문에 시집갔다던가? 현 투르시온 가주의 셋째 딸의 남편의 처동생이 푸른 나뭇잎의 탑 탑주의 둘째 딸과 결혼했을 거고.=

투르시온이라면 안느의 삼촌이라는 자가 있는 가문이던가. 오래사는 종족이라서 그런지 가계도가 굉장하다.

환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안느가 예쁜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물었다.

=이 사태가 투르시온 왕가에서 벌인 일이라고 보는 거야?=

“물증은 하나도 없다. 심증도 지금은 절반 정도뿐이고.”

=응…….=

그의 대답을 들었지만 안느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환인은 그 이유를 눈치채고는 그녀의 길고 뾰족한 귀를 살짝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 투르시온 가문에 네 정혼자가 있다고 했나. 그 남자가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거든! 내 남편은 도령뿐…… 으씨!=

말하다 말고 환인의 느물거리는 미소에 자신을 놀리고 있단 걸 눈치챈 안느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큭큭큭.”

=웃지마, 진짜!=

몇 차례 더 물을 끼얹었음에도 환인이 웃음을 그치지 않자 삐친 것처럼 욕탕을 나가려던 안느는 그의 손에 팔이 잡혀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이어서 슬그머니 옆 가슴으로 들어와 젖꼭지를 정확하게 기분 좋을 정도로 꼬집는 그의 못된 손.

=하응!=

허리를 타고 전기가 흐르는 느낌에 등을 곧추세웠던 안느는 이어서 사타구니로 들어와 은밀한 곳을 지분거리는 손놀림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할딱이기 시작했다.

=지인…짜, 도령 너무해……. 응, 하앗…!=

“미안하다. 네가 잠자리도 반쯤 피하니 나도 약간 짜증이 나서 말이다.”

=…….=

그렇게 말하면 나도 화를 못 내잖아.

복잡한 표정으로 입술을 오물거렸던 안느는 적당한 해결책을 떠올리곤 물속으로 잠수하며 그의 양물을 찾아 입에 물었다.

절반 정도로 일어서있던 흉악한 귀신 몽둥이를 물고 혀끝으로 귀두를 핥으니 금방 커져서는 입안을 가득 채운다.

조금 있으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입으로 한 발 빼주면 자신의 사과 표현도 될 테고, 한 발 정도로 만족 못 하는 그에게 약간의 복수도 되겠지!

15분 정도는 가볍게 숨을 참을 수 있다. 유르파와 백려강에게 펠라치오의 교습도 많이 받았고 실습 경험도, 그의 약점도 빠삭한 그녀는 자신만만해하면서 그의 양물을 뺨과 혓바닥, 입천장을 이용해 매끄럽게 애무해나갔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촤아악!

=응꺗!?=

환인은 그녀의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또한 그녀에게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다는 것.

그녀를 욕조 가장자리에 눕힌 환인은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와 턱을 잡아 얼굴을 고정한 뒤.

푸우욱—

=끄르륿……!=

양물을 그대로 그녀의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찔러넣었다.

불알 주머니가 그녀의 오똑한 코를 탁탁 때릴 정도로 격렬한 딥쓰롯.

과장 보태 여자 팔뚝만 한 것이 그녀의 목구멍을 확장하며 들어가니 들어간 부위가 보일 정도로 가느다란 목이 굵어졌다가 가늘어지길 반복한다.

=끄릅! 쁘즛…… 끄르릇, 쁩!=

보통 여자라면 날뛰거나 기절할 정도의 충격과 고통이었겠지만, 환인의 손에 기질이 개발 당하며 M 속성도 띄게 된 안느는 자신의 머리와 목이 오나홀처럼 사용되는 것에 금세 흥분해 스스로 음핵을 문지르며 자위까지 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환인도 마찬가지로 입술을 오므리다 못해 분홍색 혓바닥까지 내밀어 기둥과 귀두 윗부분을 할짝대는 그녀의 기교에 삽시간에 사정감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소였다면 참으며 그녀 또한 절정에 오를 시간을 주었겠지만, 지금은 복수의 시간.

“크윽. 안느, 간다!”

=끄우읍…!=

양물을 뿌리까지 그녀의 목구멍 안에 찔러넣은 환인은 식도에 대량의 정액을 뿌렸다.

불과 2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허리가 살짝 아릴 정도의 쾌감과 사정.

그것으로 만족한 환인과 달리 안느는 정액이 주는 뜨거움과 환인의 격렬한 행위에 자궁이 내려올 정도로 발정이 나버렸지만…….

=헥, 헤윽. 도령…….=

“후우, 식사 준비가 끝났나 보군. 그럼 나갈까.”

=어?!=

개운한 듯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태도로 욕실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제 꾀에 제가 당해버렸음을 깨닫고는 울상을 지었다.

망했다.

몸이 완전히 달아올라서 자궁까지 욱신거릴 정도인데 밤까지는 4시간이 넘게 남았다.

게다가.

‘오늘 첫 순번이 누구였지? 율이 언닌가? 그럼 벨하고 환연이 다음에 이슬이…… 내가 제일 마지막이잖아!!’

4시간에 4시간을 더해야하니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앞으로 8시간.

속으로 비명을 지른 안느는 흥건해진 자신의 가랑이를 내려다보곤 촉촉해진 눈으로 울먹였다.

=도령 이 나쁜놈. 나도 한 번은 보내주지…….=

그러면서도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라있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안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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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주인공보다 더 큰 히로인의 위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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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 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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