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9 히아리드 대평야
구주의 독니 대수령과 조언자가 다녀간 이후.
평범한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영위해나갔지만, 각국의 귀족, 호족, 족장 같은 특권 신분들은 무언가, 시대가 변해가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꼈다.
물론 높은 신분이라 해도 둔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둔한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권력에 민감하고 승계 구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자들은 조사 끝에 이 위화감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고야 말았다.
‘암살 시도와 암살 사건이 멈췄다.’
완벽하게 멈춘 것은 아니다. 옆 도시 어느 가문의 누구의 몇 번째 아들, 몇 번째 딸이 암살당했다는 카더라가 들려오지만 적어도 주변에서는 완벽하게 암살행위가 중단되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 중 일부는 비밀스러운 수단을 통해 암살 중개인과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도 중개인을 만날 수는 없었다.
—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당분간 체제의 정비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 영업 또한 무기한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 이 회선 또한 폐쇄될 것이니 다음에 다시 만날 그날까지 강녕하시길.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혹은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집무실, 또는 침실에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있었던 것.
이 모든 것이 니오네브레스 3대 암살 조직, 카락스의 암살자와 나사라트의 암살단, 구주의 독니가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아낸 인물은 극소수였다.
그리고 나사라트가 성제 일행을 공격하여 이 사태가 촉발되었음을 짐작한 사람은 그 극소수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등 뒤로 바다처럼 넓은 거대 호수의 수평선이 보이는 웅장한 한옥 집무실.
눈처럼 하얀 비단 곤포를 몸에 걸친 묘령의 인호족 아홉 꼬리의 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천명. 너의 예측이 이토록 빗나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남들이 대현자이니 대학사이니 추켜세워도 저는 일개 학자일 뿐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자조 어린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호천명은 성제의 행보를 주시하는 내내 속이 쓰렸다.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고 자신의 오판 때문에 성제와 긴밀한 인연을 맺을 수도 있었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다니.
=유일 직업자가 어째서 유일 직업자라 하는지 성제를 보고서야 이해했습니다. 역대 지배자들이 어째서 유일 직업자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였는지, 그의 행적을 짚고 있자면 뼈저리게 느껴지더군요=
마차를 타고 이동할 게 아니라 쿠에를 타고 성제와 함께 이동하며 어떻게든 친분을 쌓았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육신의 안락함을 조금이나마 강구하고 9급 호족이라는 체면을 신경 쓴 탓에 마차에서만 지내며 시간을 헛되이 날려버렸다.
쓰린 속을 달래듯이 연거푸 청심 차를 들이켜는 남동생의 모습에 라드세아 성궁의 여왕, 작약은 동생을 타일렀다.
=네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그 남자가 상정 외, 천외천의 인물이어서 그런 것이지.=
=…….=
=하늘이 열렸었다.=
=……! 언제 말입니까?=
=승령천제 당일이었지. 굉호제께서도 확인하여 주셨다.=
=팔라툼 방향이었군요……. 역시 그때 어떻게든 차후 약속을 잡아 다시 만날 여지를 남겨두었어야……!=
=대학사 호천명.=
호천명은 손톱을 질근질근 씹으며 하늘이 열린 여파와 그를 위시한 세계정세의 변화를 유추하던 중 누님의 엄한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앞으로 성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손을 뗄 것을 성궁의 여왕으로서 명한다.=
=폐하!=
=헛똑똑이 같으니. 지금 네 모습을 보아라.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
=저는 멀쩡합니다!=
=네 손톱을 보고서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
=…….=
엄지와 검지, 중지의 손톱이 너덜너덜 걸레짝이다. 조금만 더 물어뜯었다간 살이 갈라져 피가 배어 나올 수준.
=프라버의 어장 육성이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것을 라수비탄 앞바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학사원 자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프라버와 협업을 맺을 수 없을지 검토하여 다음 회의 때 안건을 올리도록 하라.=
=……성제 회유 계획은 어찌하실 것입니까?=
=우리가 어찌 손을 뻗는다 하여도 닿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이때까지의 행적으로 그는 어느 한 국가에 소속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으니, 우리는 성제와 척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주변 인물들과 우호 관계를 맺고 이어나가는 방향으로 간다.=
내심 마땅치 않았지만, 누님이기에 앞서 지엄한 여왕의 명이기에 호천명은 읍을 올리며 뜻에 따르겠노라 답했다.
하지만 미련이 그의 목덜미를 계속 잡아끈다.
그때 성제만 회유하였다면,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면 라드세아는 히스론드, 벨티칼, 메리아놀을 뛰어넘어 북방과 남방의 이블팩션마저도 밀어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 텐데.
호천명이 뒷걸음질 쳐서 퇴실한 이후, 작약은 근엄한 백색 늑대의 자수가 놓인 쥘부채를 잠시 부치다 입을 열었다.
=윤. 환.=
슉—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새까만 피부의 플뢰족 두 명이 그녀의 앞에 부복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천명을 주시하며 그 아이가 사고를 저지르려 한다면 즉각 여에게 알리도록.=
=존명.=
쉭—
자리에서 일어난 작약은 알류겔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하며 부채를 느긋하게 부쳤다.
‘어쩌면 그와 만나지 않은 것이 라드세아에 행운일지도.’
라드세아 여왕 직속 비밀첩보 부대, 늑대의 눈을 80%나 투입하여 성제의 뒤를 캔 결과 작약은 그에게 심리통제 능력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었다.
그와 마주치거나 인연을 맺은 자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집착, 또는 갈망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아무리 사람에게 매력이 넘쳐흐른다 해도 동생처럼 이성적인 인물마저 집착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보기에 과하지 않은가.
작약의 상식으로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다. 심리통제,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있지 않은 한.
‘글자로 나열된 상황만 보자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그의 편의 위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영도의 신수도, 알류겔의 신수도 그에게 매혹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혈계술을 극성으로 익혀 구미의 힘을 개화했다 하여도 신수에 비하면 몇 단계나 뒤처지는 게 사실.
‘앞으로도 그를 피하는 게 옳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는 작약의 선택은 나름 타당했다.
실상은 심리통제가 아니라 감화에 가깝지만, 상대의 정신을 뿌리째 바꿔버린다는 점에서 보면 심리 통제나 감화나 거기서 거기니까.
계속해서 상승하는 영혼의 격, 보자마자 압도되는 성제의 화려 찬란한 아우라. 여기에 암컷형 신수와 교미하며 신수의 격이 그의 몸에 묻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호감 가는 외모, 상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화술에 혼을 빼놓는 무력 시범과 그의 배경으로 존재하는 영도까지.
더욱이 힘의 논리가 우선되는 니오네브레스 문화 특성상 감화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
=폐하. 문무백관이 폐하의 왕림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지금 가마.=
작약은 알류겔의 수평선에 물거품을 남기며 오가는 선박들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삐이……잇!
엄마인 쿠라의 품 안에서 눈을 뜬 실루는 타박거리며 흙움막에서 빠져 나와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맡으며 날개와 꽁지깃을 쭉 뻗고 기지개를 켰다.
이어서 작고 귀여운 부리를 쩍 벌려 하품까지 야무지게 한 실루는 배가 고픈 것을 느끼고 강한 대장과 주인님이 있는 집을 종종걸음으로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삐.
그런데 문이 전부 닫혀있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입구로 가서 부리로 톡톡톡 문을 두드려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삐이…….
배고픈데…….
안에 들어가면 맛있는게 틀림없이 있을텐데 문이 전부 닫혀있어서 먹으러 갈 수가 없다.
잠시 입구 문 앞을 서성이던 하는 수 없이 밖에서 작은 벌레를 잡아먹기로 했다.
먼저 작은 고개를 들어 집 위쪽을 올려다본다.
언제나처럼 푸르고 커다란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조금 이상하게 생긴 가족이 두 다리로 우뚝 서서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아직 어린 실루는 저 이상한 가족이 매일 밤 가족들을 지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처에 무서운 것들이 많으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엄마한테 배웠던 실루는 안심하고 집 주변의 수풀을 헤집거나 자갈, 돌멩이를 부리로 뒤집어 작은 벌레를 찾아 잡아먹기 시작했다.
날아다니는 나비를 뒤쫓기도 하고 처음 보는 노란색 벌레가 기어가는 것도 구경하며 혼자서 배를 채우고 놀던 실루.
휘잉—!
그런 실루를 별안간 불어닥친 광풍이 덮쳤고, 그 바람에 땅을 데구루루 굴렀던 실루는 잠깐 헤롱거리다가 집을 지키던 커다란 가족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삐!
빠르다!
집 주변에 둘러 쳐져 있던 이상한 색의 막이 사라진 걸 깨닫지 못한 실루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갑자기 어디론가 날아가는 가족을 쫓아 달렸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쿠에의 본능이 날아가는 가족을 쫓으라고 시켜서일 뿐.
쿠궁, 펑- 콰앙—
그렇게 한참 달리던 실루의 귀에 가족이 날아간 방향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게 나온 건가?
그제야 본능에서 벗어난 실루는 멈칫하고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날아가는 가족을 쫓을 때는 위만 봐서 몰랐는데 풀이 높이 자라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풀 뿐이다.
폴짝폴짝 뛰면서 날갯짓을 하자 그제야 저쪽에 집이 자그맣게 보인다.
속으로 안도한 실루는 집을 향해 발을 내디뎠고.
삣?! 삐이이~!
발밑이 쑥 꺼지는 느낌과 함께 떨어져 데굴데굴 어디론가 굴러갔다.
=실루~. 실루야~.=
=안느. 거기도 없어?=
=어……. 토굴 안에도 없었어?=
=응. 얘가 어딜 갔지.=
환인의 여자들이 실루가 사라진 걸 깨달은 것은 모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평소였다면 노른과 함께 빨빨거리면서 거실을 싸돌아다니고 있었을 텐데 오늘따라 늦게까지 안보인다 싶더니 노른이 달려와 실루가 없어졌다고 했던 것.
쿠우. 쿠에~.
쿠우웃!
쿠에들도 불안해하는 모습으로 사라진 실루를 찾아 서성이고 여자들도 제각기 흩어져 곳곳을 뒤졌지만, 실루는 발견하지 못했다.
집안을 뒤졌던 아영과 유르파도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들에게 합류했다.
=집안에도 없던데요? 다 살펴봤는데 실루는커녕 빨간 깃털 하나 안 보였어요.=
=이해가 안 되네. 분명히 자기 전에 룩소미의 보호 장벽이 발동한 거 확인했잖니. 뭔가가 침입한 것도 아니고 실루가 장벽에 닿았으면 경고음이 났을 텐데 그런 것도 없었고…….=
안느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유르파에게 물었다.
=언니. 혹시 장벽을 통과하는 괴물이 있는 거 아냐? 유령 같은 거라던가.=
=그런 게 있으면 룩소미는 유물이 아니라 준 유물이나 고등급 마도기로 분류됐을 거야.=
=하지만 실루는 없어졌잖아…….=
=정말……. 진짜 보호 방벽을 통과할 수 있는 괴물이 있는 걸까? 하지만 이모렐이 감시 중이었을 텐데.=
이모렐, 아르겐테아 정찰병 영혼들의 부관은 일행이 잠들었을 때 불침번 업무를 받았다.
팔라툼을 나와 히아리드 대평야 한복판까지, 야영할 때마다 성실하게 불침번 업무를 해왔기에 일행의 믿음은 굳건한 상태.
만약 이상 상황이 발생했다면 환인이든 여자들이든 누굴 깨웠을 것이다.
점점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느낌에 여자들의 표정이 나빠진다. 실루의 어미인 쿠라는 이제 강한 불안을 보이며 주위를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중.
펄럭—! 펄럭—
그때 거친 날갯짓과 함께 신수 형태의 노른이 내려와 여자아이 모습으로 변했다.
목에 차고 있던 아공간 주머니에서 옷을 꺼내입는 노른에게 여자들이 다가가 물었다.
=노른, 실루 찾았어?=
「주변 다 뒤져봤는데 저쪽으로 800m밖에 핏자국이…….」
=실루 꺼야?!=
「…이모가 죽인 괴물의 흔적이었어. 실루는 못 찾았어.=
=야이, 헷갈리게!=
「아앙! 하지마아!」
노른의 녹색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어 헝클인 안느가 걱정돼 죽겠다는 얼굴로 집을 돌아본다.
=벨은 왜 안나와? 도령 깨우러 가서 아직이야?=
=오빠한테 잡힌 거 아니에요? 말하려다가 오빠한테 잡혀서 어버버 하는 사이에 기 빨리기 시작하면 벨은 말도 못 꺼낼 거 같은데.=
땅을 훑어보며 실루의 발자국을 찾던 아영이 그렇게 말했을 때 방랑자의 안식처 문이 열리며 어깨에 환연을 올린 환인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진 백려강이 뒤따른다.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여자들이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니 환연의 목소리가 먼저 그녀들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없어. 정령을 풀어서 주변을 싹 훑었는데도 안 보여.」
“땅속도 확인했나.”
「바람하고 땅하고 불러서 반경 500m는 전부 다 확인했는데 없어.」
없다니, 말 그대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환연과 환인의 대화를 들은 안느는 이모렐을 불러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그녀들이 바라는 대로 어젯밤 불침번이던 이모렐을 포함, 아르겐테아 정찰병 셋을 불러주자 여자들은 이모렐과 다른 두 정찰병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새벽 동틀 녘 마당을 돌아다니며 벌레를 잡아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틀 녘? 그 뒤에는?=
「중간에 추정 4급 괴물이 출몰한 것을 확인하여 격살하고 돌아온 뒤에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혹시 보호 장벽이 풀린 틈에 실루가 빠져나간 거 아니니?=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것은 1분 남짓. 실루가 보호막 영역 밖에서 움직였다면 제가 먼저 발견하였을 겁니다.」
「그거 말고 다른 괴물은 없었어?」
「예. 그 이후로 여러분들이 기상하기 전까지 일체의 수상한 접근은 없었습니다.」
「으, 하필이면 그때 일이 벌어지냐…….」
=그때?=
안느의 질문에 환연이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환인한테 시달리고 있어서 정령 감시가 좀 약해졌었어. 접근하는 것만 알리라고 했으니까 만약 실루가 빠져나갔다면 그냥 내버려 뒀을 거야.」
여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하필이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이다.
그사이 환인은 아영과 함께 땅 정령이 만든 쿠에들 잠자리용 토굴에서부터 집 주변의 땅을 낱낱이 살피고 있었다.
땅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아영이 그를 부른다.
=오빠, 실루 발자국이 이쪽으로 움직였어요.=
어지럽게 찍힌 여자친구들의 발자국 사이로 나 있는 쿠에 특유의 자그마한 발자국.
발자국의 보폭, 실루의 달음박질 거리, 속도 등을 계산해 발자국을 찾던 환인은 어느 한 지점에서 데굴데굴 구른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땅을 박차고 달려나간 흔적까지.
실루가 달려나간 방향은 50cm ~ 70cm 높이의 수풀로 가득한 곳.
=제 추적술로는 여기까지예요. 여기서 더 추적하려면 전문 추적자의 기술이 필요한데 저는 거기까지 안 배워서…….=
“아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환연. 이쪽으로 와봐라.”
「왜? 뭐 찾았어?」
“여기 실루의 발자국이다. 여기서 한번 구른 뒤에 저쪽으로 달려나간 거로 보인다.”
「진짜네.」
“땅이나 풀의 정령을 불러서 실루의 흔적을 쫓을 수 있겠나.”
「응. 찾아볼게.」
환연이 다시 정령을 불러모아 수색을 지시할 때 노른이 그 방향을 보고는 환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환인. 이쪽으로 쭉 가면 이모렐이 죽인 괴물의 흔적이 나와.」
“…….”
노른의 이야기에 대충 장면이 환인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앞마당에서 벌레를 잡아먹던 실루. 그때 800m 밖에서 괴물이 나타났고 이모렐이 그걸 잡기 위해 방벽을 해제하고 날아가자 실루도 본능적으로 뒤를 쫓아 달렸겠지.
성큼성큼 걸어 나아가던 환인은 두더지 굴의 흔적 같은 흙 봉분을 몇 개 발견했다.
‘이건…….’
보통 평범한 두더지는 땅속을 파헤치며 한 뼘도 안 되는 흙봉분을 세운다. 그런데 이 흙 봉분은 그냥 봐도 70cm를 넘어갈 지경이다.
그의 표정이 안 좋아졌을 때 환연의 나쁜 소식이 더해졌다.
「환인. 땅속에 굴이 몇 개 있어. 노른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작은 생물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야.」
“실루가 그 굴에 떨어졌나.”
「……응. 저쪽으로 실루 발자국이 이어지다가 토굴 앞에서 끊겼어.」
고개를 든 환인은 굳은 얼굴의 여자친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안느와 백려강은 가서 야영지를 정리하고 따라와라. 이모렐도 따라가서 천인체에 빙의한 뒤 그녀들을 수행해라.”
=응.=
「예, 성제님.」
“나머지는 같이 간다. 환연은 땅의 정령을 보내서 굴을 전부 확인하고 유르파는 축소화 비술을 준비해주십시오.”
=키 1m 정도로 줄이면 지속시간은 4시간 정도로 확보할 수 있을 거야.=
“예.”
이어서 아르겐테아 정찰병 전원과 특급 송곳니 다섯 전원, 나사라트의 일월급 암살자 넷도 불러 전부 토굴로 밀어 넣었다.
‘실루의 흔적을 찾아라.’
「환인, 이쪽.」
일행은 사라진 실루를 찾기 위해 환연의 정령 탐색을 따라 히아리드 대평야 깊숙한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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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동안 ai 자제하다가 새로운 소식 없나 찾아보는데 controlnet이라는 신문물이 등장했더라고요.
간단히 한줄로 요약하면 생각한 동작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능?
이거면 히로인들이 전원 한 컷에 들어가있는 것도 뽑을 수 있을거 같고? 19씬에 주인공하고 히로인이 응냥거리는것도 넣을 수 있을거 같고?
크으 생각만해도 오진당...
[작품 설정]
작약
호작약
성궁의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