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668화 (668/813)

668 히아리드 대평야

갑작스레 접근하는 두 사비족은 환인의 경계심을 끌어냈다.

영혼의 눈을 전개한 환인의 눈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접근하는 두 사비족의 몸을 낱낱이 살핀다.

상아색 비늘의 사비 쪽은 육체가 변화하기 전의 샤스라처럼 볼록한 유방과 잘록한 허리 등으로 보아 여성형이다.

마네킹처럼 몸의 굴곡만 여성임을 드러내고 있지, 생식기나 유륜과 유두는 비늘이 완벽하게 가리고 있어 윤곽조차 없다.

검푸른 비늘 쪽은 남자의 체격인데 특이한 점은 여성체처럼 국부가 민둥민둥하다.

‘번식할 때에만 생식기가 몸 안에서 돌출되는 건가.’

환인은 두 사비족의 몸 안 위상력의 흐름을 예의 주시했다.

무저항을 드러내듯 두 손을 든 것은 물론 위상력 또한 일체의 기술 발동을 위한 순환 운동은 하지 않는 상태.

하지만 이실리테나 안느만 봐도 눈 깜짝할 사이 위상력을 움직여 기술을 발동하기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환인은 가까이 다가올수록 눈동자가 흔들리는 상아색 비늘의 사비족 여자를 바라보다 아스펜드에서 광명창을 꺼내 발동했다.

=멈춰.=

안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성벽의 방패와 천벌의 망치를 꾹 쥐며 들어 올리자 20여 미터 거리에서 두 사비족이 멈춰선다.

=…….=

구주는 곁눈질로 쿠클린의 상태를 살폈다.

그다지 좋지 못하다. 뭔가에 위압 당한 것처럼 상아색 눈동자는 동공이 크게 열렸고 두려움에 잠식된 여파인지 상아색 비늘 아래에 홍조가 올라오고 있다.

원래 계획은 쿠클린이 나서서 성제와 교섭하는 것. 그러나 좀처럼 침착을 잃지 않는 그녀가 어째서인지 반쯤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그녀가 진정할 시간을 자신이 벌어야 한다.

저쪽은 무기까지 꺼내 들었기에 무방비 상태인 지금 공격받는다면 생환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지만, 구주는 침착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다. 먼저 이쪽의 소개를 해도 될까.=

“해보십시오.”

환인의 말에 여전히 두 손을 든 채인 구주가 평소와 같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구주의 독니를 지배하는 대수령, 통칭 구주다. 구주에 오르며 이름은 버렸기에 없다. 내 옆은 쿠클린. 나의 조언자다.=

“제가 누구인지 알고 찾아온 것 같으니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3대 암살 집단의 수장이 조언자와 함께 날 찾아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창극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가 슬쩍 들어 올려졌을 뿐인데도 구주는 목에 창이 찔리는듯한 착각을 느끼며 꿀꺽 침을 삼켰다.

‘저 남자, 무술 실력만으로도 나보다 위군.’

쿠클린이 어째서 성제와 싸워서는 안 되며, 싸우면 몰살이라고 단정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9급 집적 술법을 펼칠 수 있는 주제에 무술도 60년 한평생 무술을 연마해온 자신보다 뛰어나다니. 거기에 잘 보면 소지품 중 절반이 유물이다.

체마體魔 양쪽의 달인에 장비까지 뛰어나다니 저런 자를 두고 신의 농간이라 하는 거겠지.

구주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이유는 첫 번째, 처음부터 구주의 독니는 성제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 두 번째, 성제 당신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알고 있다. 세 번째. 위의 이유로 당신이 우리를 위협이라 인지하였다는 조언자의 이야기에 따라, 오해를 풀기 위해서 찾았다.=

“의외로군요. 구주의 독니라면 역사와 전통이 있어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비하면 구주의 독니라 하여도 빛이 바랠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당신을 죽일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우리를 죽일 수 있다. 이 불합리 앞에서 우리에게 득도 없는 싸움을 할 정도로 우리는 무모하고 멍청하지 않다.=

영식의 존재를 저들은 알고 있나. 게다가 내 영식 범위도 대강 짐작하고 있나 본데.

“…….”

환인의 눈빛이 돌연 스산해졌다.

영도의 기록실에서 열람한 자료에 따르면 역대 수천 년 영도의 역사에서 타살당한 영혼사는 몇 안 된다.

저들이 영혼사를 직접 살해하고 영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은…….

그런 환인의 돌변한 반응에 구주의 신체가 긴장감에 조금씩 경직되어가고 쿠클린은 더더욱 상태가 안 좋아졌다.

긴장감에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아이보리색 비늘이 분홍색으로 물들어간다.

땀을 흘리지 않아 체온의 변화가 극심해지며 그 영향이 비늘색에 드러나는 것이다.

침묵이 이어져서는 안 될 시기에 침묵이 내려앉으며 불편하다 못해 심장을 옥죄는 정적이 찾아든다.

물론 쿠클린에게 한정된 이야기.

대화가 끊어지고 불과 3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쿠클린은 영압에 짓눌려 발생한 공황 상태에서 간신히 빠져 나와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살해당해 영혼마저 사로잡힌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구주가 벌어준 시간 덕에 정신을 차린 쿠클린이 말했다.

=저…희는 처음, 이전 카락스의 송곳니를 성제님께서 노예로 삼았을 거라 판단을 내렸습니다.=

“…….”

말을 꺼내기 시작하자 점차 침착해지며 머리도 어느 정도 맑아진다.

쿠클린은 눈앞의 괴물 같은 인간을 긴장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미리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저희는 업계의 배신자인 카락스의 차기 송곳니를 죽이면 얻게 될 이득에 눈이 멀었고, 노예 하나가 죽은 정도의 피해 배상은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환인의 시선이 옅은 분홍색으로 달아오른 비늘의 사비족, 쿠클린에게 향했다.

그녀가 다시 말을 하기 전에 환인이 먼저 광명창을 세웠다.

“지금부터 당신들에게 영혼을 빙의시킬 겁니다. 발언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십시오. 아니라면 대화는 없습니다.”

영혼을 빙의시킨다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그게 가능한가? 성제… 유일 직업자라서?

쿠클린이 머리를 팽팽 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환인은 아르겐테아 정찰병 영혼 둘을 불러내 구주와 쿠클린에게 영혼을 뒤집어씌웠다.

몸 안으로 무언가가 쑥 들어오는 감각에 부르르 떨었던 쿠클린은 이제 말해도 좋다는 환인의 손짓에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판이라는 걸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사라트는 멍청하게도 교섭이라는 방식을 걷어차 차기 송곳니였던 아영을 암살하려 했으며 그 대가로 성제님께 단죄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구주의 독니는 나사라트와 같은 전철을 밟을 생각이 없습니다.=

“…….”

무표정, 무반응, 호흡도 변화가 없고 눈빛은 심연을 박아놓은 것처럼 어둡고 차갑다.

그러한 분위기에 쿠클린의 심장은 쿵쾅쿵쾅 시끄럽게 뛰면서 두려움에 물든 뜨거운 혈액을 마구 뿜어냈다.

벨티칼의 주도 헤뷜트의 주술사제 후보 출신이었던 그녀는 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정식 영혼사, 상급 영혼사가 뚜렷하게 영혼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주술사제는 영혼이 남긴 자취를 본다.

혼의 자취란 평범한 냄새나 삶의 흔적 같은 것과 전혀 다르다.

생과 사를 가르는 것은 혼의 유무. 그런 혼이 남긴 자취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벨티칼에서 주술사제는 부족의 족장을 넘어서는 권력과 명망을 지닌다.

영혼사가 영혼의 억울함을 풀어주어 존경받는 직업이라면 주술사제는 산 사람의 억울함을 영적 수단으로 풀어주기 때문.

이뿐만 아니라 신에게 바칠 정갈한 제물을 고르는 데에도 쓰이며 혼의 자취가 짙은 곳을 풍수지리적으로 꺼리는 사비족에게 혼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주술사제가 얼마나 존중받을지 뻔한 일이다.

그리고 정식 주술사제가 되기 직전, 모종의 사연으로 구주의 독니에 투신한 쿠클린은 이 능력 덕분에 성제가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온몸이 떨릴 정도로 알게 되었다.

성제의 몸 주변을 자욱이 휘감고 있는 잿빛, 푸른빛, 붉은빛, 검은빛.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많은 자취를 짊어지고도 멀쩡할 수 있는 걸까.

일반인은 하나의 잿빛 혼의 자취만 짊어져도 쉽게 지치고 피로해지며 기력이 잘 회복되지 않아 영에게 저주받았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저 사람은 대체 얼마나 많은 흔적을 지닌 거지? 400? 500?

게다가 네 가지 빛 중 적색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금도 그 자취가 선명하다.

그 말은 타락한 영혼, 악령까지 제압해 지금도 시종마로 부리고 있다는 뜻.

“…….”

쿠클린은 혼을 억압하는듯한 그 시선에 애써 저항하며 구주의 독니는 결코 성제와 마찰을 빚을 생각이 없음을 거듭 피력했다.

=성제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구주의 독니는 성제님과 결코 적대할 생각이없습니다.=

=…….=

=비록 차기 송곳니였던 여자의 암살 계획을 꾸몄다고는 하나 실제 결행에 옮기지 않은 점, 그때는 성제님에 대해 잘 몰랐다는 점, 그리고 성제님께 직접 사죄를 드리기 위하여 출두한 점을 어여삐 여겨 한 번의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스륵, 쿠클린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자 그녀를 따라 구주도 무인처럼 굳건한 느낌으로 허리를 숙인다.

환인은 쿠클린에게 빙의된 영혼들이 그와 그녀의 생각을 읽고 보내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고민했다.

이 둘이 구주의 독니 핵심, 정확히는 여자 쪽이 배후의 지배자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 사과가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면 암살자를 계속 보내 귀찮게 하겠다니.’

그건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환연의 정령 감시가 있기도 하고 암살자가 찾아오면 사로잡아 역추적한 뒤 지부나 지점을 몰살시켜도 되니까.

신경 쓰이는 것은 구주의 독니 활동 반경이 벨티칼에 한정되어있고,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라 정치적인 테러리스트 같은 역할을 하기에 벨티칼 쪽에서는 필요악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좀 단순화한 예시이지만 a 부족의 부족장이 b 부족의 부족장을 증오하게 되었고, 그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구주의 독니에 의뢰해 자살 테러 같은 짓을 저지르는 식이다.

대상을 암살한 암살자는 그 자리에서 자결하는 게 일반적이며, 이런 대리암살 의뢰가 받아들여 지는 과정은 적지 않은 조사와 분석이 이루어진 뒤에 시행된다.

인맥과 인간관계와 권력 구도, 정치적 스승과 주술사제간의 관계 등 여러 복잡한 요소를 계산하여 의뢰를 받아들일지 말지 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주의 독니는 직업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암살자도 많이 존재한다.

벨티칼의 문화가 부족 사회인 데다 자신의 능력보다 혈통을 중히 여기는 문화라 직업자가 아닌 무직자 고위인사도 많기 때문이며, 자살테러에 직업자를 쓰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부분은 넘어가고 아무튼.

자신이 여기서 저 둘을 쳐죽인 뒤 영혼을 통해 구주의 독니 위치 정보를 습득, 노른을 타고 날아가 개량 강화 영혼 폭발을 일으켜 쓸어버리면 후환을 그다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미궁을 돌파할 준비는 거의 끝난 상황.

파편인만 해결하면 본격적으로 미궁을 돌아다니며 심핵을 부수고 심핵력을 흡수해 영구적인 귀환 준비를 마친 뒤 자신을 이 세계로 소환한 자들을 쳐죽인 다음 귀환하면 모든 게 끝난다.

이 과정은 길어도 몇 년 안에 끝이 날 테니 다소 원한을 사 암살자들의 암살 시도를 받더라도 조금만 견디면 된다. 뭣하면 마을이나 도시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일.

그럼에도 환인이 신경 쓰는 이유는 구주의 독니를 박살 내면 벨티칼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길 자들이 많아질 거란 점이다.

시장이 환경미화원을 전부 해고해서 내몰고 도시 청소를 방치해 길거리가 오물 쓰레기투성이가 되면 시민들은 누굴 욕할까.

‘벨티칼에서 활동은 못 하게 되겠지.’

대놓고 싫어하거나 거부하진 않겠지만 뒤끝을 세우는 것처럼 성가시게 굴 가능성이 커진다.

벨티칼 쪽의 미궁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동안 이 자들과 다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고작 몇 초, 생각을 정리한 환인이 입을 열었다.

“당신들 사정은 대충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간과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까.”

=상호 신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이 자리에서 당신을 둘 다 죽이고 영혼을 뽑아낸 뒤 구주의 독니 조직도와 위치 정보를 확보, 아홉 주의 지부를 모두 부수고 집단도 몰살시키는 쪽이 편합니다.”

=……!=

“쿠클린. 당신은 제가 살심을 품었을 때를 대비하여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았나 봅니다만…… 당신도 알 겁니다. 상대가 절대 거짓말을 못 하도록 만드는 수단이 존재하면 그런 안전장치는 별 의미가 없다는 걸 말입니다.”

=…….=

“암살자는 대체로 음습하며 성격이든 머릿속이든 어딘가 비틀린 자들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접점이 만들어진 이상 언젠가 문제가 생기는 것은 필연.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당신들을 살려놓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환인의 담담한 질문에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던 쿠클린은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퇴폐적인 표정으로 간청하듯 환인에게 두 팔을 벌렸다.

=저를 사냥개로 쓰십시오.=

그녀의 기다란 도마뱀 꼬리가 진정하지 못하고 뱀처럼 좌우로 꿈틀거린다.

=저의 공식적인 지위는 구주님의 조언자이지만, 실제 구주의 독니 전반은 구주님의 위임 아래 제가 모든 것을 다스리고 조율합니다. 이런 저에게 유르파 영혼 기사님이 종속 지배 계약을 거신다면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주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조언자가 저런 월권에 가까운 언행을 하는데, 두고 보시는 겁니까.”

=나는 쿠클린이 아니었다면 구주에 오르지도 못하였으며 구주의 대수령 자리를 유지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녀가 결정한다면 나는 묵묵히 따를 뿐이다.=

“…….”

잠시간 두 사비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환인은 한쪽 입매를 슬쩍 끌어올렸다.

=으음~. 아영이한테 귀속 비술 계약을 한 번 걸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잘 걸렸어?=

=완벽하게. 기본적으로는 아영이한테 건 귀속 비술에 위치 추적과 원격 폭발에 시술 방어 기능에 피시술자 생존 확인 기능까지 더했어. 조금만 더 연구하면 도청 기능도 넣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유르파가 중얼거리는 이야기에 안느는 약간 오한을 느끼곤 부르르 몸을 떨었다.

=뭐야 그거. 권력자들이 들으면 엄청 좋아할 만한 비술이잖아.=

=유출될 걱정은 안 해도 돼. 통상 계약 비술로 이 건에 관해서 함구하도록 만들면 입도 벙긋 못할 테고 혹시나 회로를 어쭙잖게 건드렸다간 곧장 펑— 해버릴 테니까.=

자신이 자기를 위해 만든 이 비술을 내가 외부에 공개할 일도 없고 말이지.

환인은 유르파와 안느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르파의 약물에 혼절하다시피 잠든 두 사비족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 유르파가 귀속 비술을 시술한 곳은 심장 부근.

놀랍게도 환인의 노트북을 통해 의료 행위까지 습득한 유르파는 무균 청정 공간을 마도구와 비술로 구현했고, 그 안에서 피부를 절개, 살균 술법을 동원해가며 낙인을 새긴 것이다.

물론 수술 흔적은 아영의 치유술로 깔끔하게 회복시켰고 혹시 모를 질병 감염도 아영의 성술로 해결했다.

“아영. 앞으로 네가 하얀 늑대와 구주의 독니를 관리해라. 일차적인 목표는 나사라트의 몰살과 하얀 늑대들의 영역 확대다.”

=하얀 늑대들을 통해 받은 자료를 가공해서 구주의 독니로 넘기라는 뜻이죠? 구주의 독니에서 받은 정보도 일단 제 쪽에서 가공해서 하얀 늑대로 보내고요.=

“그래. 기본적으로 두 집단이 직접 통신하는 일이 없도록 네가 그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일 테지. 할 수 있겠나.”

=옙. 이런 일은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거니까요. 방심하지 않고 오빠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건 요구하지 않을 거다. 내가 구주의 독니에게 바라는 것은 벨티칼에서 나오지 않고 우리의 여정에 훼방을 놓지 않는 것이니까.”

=음……. 혹시 모르니까 구주의 독니 정보도 잘 모아둬야겠네요.=

“혹시하는 일이지만, 이 둘이 구주의 독니 내에서 죽게 된다면 독니 자체를 지워버려야 하니까.”

자신이 준 빈 수첩에 이것저것을 적어나가는 아영의 머리를 다독인 환인은 구주와 쿠클린을 깨우기 위해 평온의 파동을 펼쳤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회백색 빛의 파동이 한차례 주변을 휘감고 사라진다.

=우햐앗?!=

=아우.=

=읏? 뭐야?=

그런데 어째서인지 여자들이 낮은 전기가 통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 움츠러드는 소리에 환인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평온의 파동도 바뀐 건가.”

=어어. 그 사이다? 라는 걸 머리 지퍼를 열고 안에 다 쏟아부은 거 같은 느낌이었어.=

=정신이 번쩍 들어요오…….=

쿠에들도 이게 뭔가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중이고 노른이 들고 있는 유리병 속의 보석쥐는 유리병이 꿀이라도 되는 양 미친 듯이 핥고 있다.

=윽. 이, 건…….=

=으응…….=

정신을 차린 구주와 쿠클린은 심장에 느껴지는 위화감을 느꼈는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가 바로 앞에 서 있는 환인을 보고는 인상을 푼다.

이게 계약 비술이 새겨진 후유증인가.

환인은 두 사비족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천칭을 꺼내며 부드럽게 웃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집어치우지. 심장에 폭탄이 새겨졌으니 허튼짓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만약 허튼짓을 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할 거다.”

길이 2m에 달하는 스틱 형태의 마도기, 천칭에 영기와 심핵력을 링크한 환인은 나사라트의 암살단 청옥 네 개를 꺼내 영혼 폭발을 장전.

삐이—

때마침 몇 시간 전부터 저 높은 하늘에서 이쪽을 호시탐탐 노려보는 비행형 괴물을 향해 발사했다.

……꾸우우우웅… 드드드드드드……!!!

바로 머리 위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태양에게서 충격파와 열선이 쏟아져 지상을 두들긴다.

그 충격파가 떨어진 땅이 쾅쾅 소리를 내며 터지고 열선에 확— 불길까지 일어나 대화재의 징조로 번져가지만, 일행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환인이 아르겐테아 영혼으로 펼친 육각형의 거대한 영혼 방패 11장이 빈틈없이 일행과 마차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

…쿠구구구구…….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 탓에 얼굴에 짙은 음영이 드리워진 환인이 웃는다.

쏟아지는 눈부신 빛. 불타올라 시뻘겋게 물들어가는 지상.

=……!=

=흣…….=

세상이 멸망할듯한 주변 환경 속에서 환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상에 강림한 빛과 어둠의 마왕 그자체였다.

그 마왕이 손을 뻗으니 시술을 받느라 누워있던 구주와 쿠클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그런 두 남녀의 귓가에 마왕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흘러들어갔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자신들은 혹시 계약을 맺지 말아야할 상대와 계약을 맺은 게 아닐까.

구주와 쿠클린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그리 생각하며 환인의 손을 잡았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양심고백 합니다

처녀작인 내 마음대로를 연재할때 글쟁이는 뇌를 비우고 썼습니당. 나중에 가서는 설정도 좀 헷갈렸고...

그게 아니라면 초창기 하루에 1만자씩 4연참 5연참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ㅋㅋㅋ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처녀작 표지 교체한 뒤에 문득 생각나서 최신 댓글을 봤거든요

시무룩...

그래도 성적이 제일 잘나온거 보면 독자님들도 불량식품 같은 웹소를 좋아하는게 틀림 없어!

오늘도 글쟁이는 정신승리 1스택을 챙기고 갑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