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567화 (567/813)

561 시주르 대평원

가벼운 태도를 걷어낸 상급 전사들 아홉과 마찬가지로 최고 전사인 청과 만엽도 언제 다퉜냐는 듯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양한 키의 남녀들을 응시했다.

=강한 놈들이다. 하나하나가 우리와 맞먹는다. 아우라도 없는데 어찌…….=

=질리언트? 아니, 체격이 아닌데.=

질리언트는 하체는 짧고 상체가 길다. 뼈대가 굵은데다 근육이 쉽게 생기기 쉬워 남녀 가리지 않고 근육질인데 저들의 체형은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인간의 인체 비율을 따르고 있다.

청이 긴장한 기색으로 채찍처럼 기다란 꼬리를 붕, 한차례 휘두른다.

=……많아. 열다섯이라니.=

한 명 한 명이 7~8급인 최고 전사들과 맞먹는 15명의 거인족, 헤뷜트 총 전력의 5%는 될법한 숫자다.

그렇게 생각하던 청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저들의 뒤로 또다시 비슷한 키의 남녀 인간들이 알몸으로 걸어 나온다. 이번에는 그 숫자가 13명이다.

그들의 강함을 눈치챈 사비족 전사들처럼 플뢰족도, 플라비우스족도, 루크랑족도 쥐 죽은 듯한 침묵 속에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거인들을 응시한다.

그러던 청이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먼데 또 나오노…….=

이번에는 9명. 그렇게 37명의 거인이 나오자 입구를 지키던 두 여자의 딱딱한 분위기도 풀어지며 그들과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눈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던 청이 별안간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거 도랏네. 저 거인들하고 여자 둘이면 여기 모인 전부가 달려들어도 못 이기는 거 아이가.=

그런 헛웃음도 잠시.

슈우우우웅—

공간이동술 특유의 전송음과 함께 2명이 출입구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자그마한 실소마저도 모습을 감추고 그 자리에 식은땀과 전율이 자리를 채웠다.

키가 30m를 넘는 듯한 말 그대로의 거인이, 30초마다 2명씩,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거기다 그들의 출현에 나와 있던 3~6m의 거인들도 몸에서 빛이 나다가 그와 비슷하게 몸집이 커지기 시작했다.

=미, 미, 미친…….=

대족장은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맺으라 했지만, 청은 솔직히 상대가 말을 안 들으면 힘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힘? 힘이 뭔가. 저기서 거인 서넛만 날뛰어도 이쪽은 다 도망쳐야 할 판이다.

6m일 때도 비늘 사이가 찌릿찌릿한 투기를 느꼈는데 아무래도 원래 키인 듯 저렇게 된 거인들에게서는 좀 전보다 더 강한 투기가 느껴지고 있다.

처음 나온 37명, 그 뒤에 전송술로 나타난 거인 17명에……. 환자 같은 1명까지 18명.

평균 키 30m의 말 그대로 ‘거인’이 물경 54명이다.

집단이 아니라 대군을 앞에 둔 것처럼 비늘이 부들부들 떨려옴을 느낀 만엽이 긴장이 역력한 투로 경고했다.

=청, 적대하면 안 된다. 기운을 갈무리해라. 상급 전사들도 투기를 감춰라.=

그 뒤로도 어른이 아니라 아이 같은 거인들에 아기로 보이는 거인도 나와 63명이 미궁 입구 주변에 득실거리니 과연, 기감 능력이 없다시피 한 다른 종족들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천천히 물러나는 모양새다.

슈우웅— 슈웅—

이어서 전송술에 엄청난 양, 족히 10만 명이 한 달은 먹을 수 있을듯한 고기가 산더미처럼 전송되었고, 저들의 가축이 아닌가 싶은 집채만 한 짐승과 엄청난 양의 가죽도 우수수 나타났다.

거대한 크레이터에는 이제 거인들이 웃고 떠들며 가죽을 몸에 걸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있었다.

=저게 하늘인가……! 정말로 높군. 거기다 밤인데도 밝아!=

=그 영혼사 친구의 말이 맞았어. 공기도 상쾌하고 무엇보다 넓어!=

=뭔가 가슴이 답답하던게 싹 사라진 기분이에요.=

라드세아, 메리아놀, 히스론드, 벨티칼의 4개국 인원들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들은 영도의 병력이 될 것이며, 앞으로는 영도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저 미궁 안은 대체 어떤 풍경일까. 어떻길래 저들이 저렇게나 기뻐하고 있는 거지?

차림이 헐벗은 걸 보면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던 듯한데…… 혹시 저들을 잘 구슬리면 우리 쪽으로 편입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다들 기다려라! 우리는 영혼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혼사가 볼일을 끝마치면 그와 영도라는 곳으로 함께 간다!=

바깥의 광활함을 만끽하던 거인들이 사자 갈기 같은 거인의 외침에 갑자기 주변에 쿵, 쿵쿵, 주저앉기 시작했다.

환인을 기다리던 이들은 거인들을 회유할 생각을 포기했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성제는 저 거인들의 단단한 신뢰를 얻었다. 그건 거인들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저들을 회유하려다간 거인들의 적의를 사는 것은 물론 성제와의 관계도 험악해지겠지.

그들은 대신 본국을 향해 급히 통신 수정구를 가동했다.

저 거인들 1명 1명의 힘은 족히 수천 명분. 그런 거인이 50명이 넘으니 말 그대로 군단급이다.

이 사실을 알리고 새로이 지시를 하달받아야 한다.

원 방침대로 성제 환인과 인연 맺는 것을 지향할지, 아니면 영도와 전폭적인 협력 관계를 목표로 할지.

* * * *

=에구구…….=

소지품을 술법진 위로 옮기는데 도움받은 마지막 거인들까지 내보낸 유르파는 반쯤 탈진해서 드러누워 버렸다.

환인은 땀투성이로 헐떡이는 유르파 대신 술법진에 박아놓은 위상석을 백려강과 함께 회수했다.

=위상석이 전부 평범한 수정으로 변했어요…….=

역시라고 할까. 에너지 계산이 완벽했다. 낭비하는 것 없이, 남는 것 없이 위상석을 소모한 거다.

“그만한 질량을 2명씩 18명이나 옮겼으니까. 위상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지 않았다면 유르파는 탈진이 아니라 미이라처럼 변했겠지.”

환인은 평범한 수정이 되어버린 위상석을 따로 챙겨(혹시 미궁이 이걸 매개로 무언가를 할까봐) 가방에 담은 뒤 땅에 대자로 드러누운 유르파에게 다가갔다.

“유르파, 수고했습니다.”

=응, 고마…… 우으읍♡=

10초 정도의 찐한 키스에 완전히 녹아내린 유르파를 쿠라의 등에 올린 환인은 그런 유르파를 보며 작게 웃는 백려강의 볼에도 살짝 키스해주었다.

“너도 고생했다.”

=환인 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난 여기서 심핵을 부수고 나갈 테니 넌 쿠르티를 타고 쿠핀과 쿠라와 함께 먼저 나가 있어라.”

=네. 유리 언니, 이제 나가요.=

=으응….=

삑삑 우는 실루를 챙겨 쿠르티의 등에 오른 백려강이 유르파와 함께 계단 쪽으로 사라지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몇 시간이나 벌인 토목 공사로 벌레 소리도 없고 바람 소리도 없는, 말 그대로 고요한 공간이다.

밤이 찾아왔기에 어둡기도 해 을씨년스러움까지 감돈다.

꾸우.

“그래.”

여전히 등에 심핵을 올리고 있는 비상에게 손짓하자 몸을 살짝 기울여 심핵을 쿠웅, 땅에 떨어트린다.

환인은 단검으로 심핵을 감싸고 있는 천을 잘라냈고, 그 순간부터 자신의 가슴 문양과 공명하듯 웅웅거리며 황금빛을 은은히 뿌리기 시작하는 심핵을 응시했다.

티 하나 없는 크리스탈 밑에 백색-금색 LED조명을 켜고 드라이아이스를 놓으면 이럴까.

황홀하다 표현할 정도로 아름다운 황금빛 운무가 사람보다 더 큰 심핵 주변을 물들인다.

‘산란못 미궁의 심핵은 회색 운무였는데.’

심핵 속 황금빛 구체와 함께 황금빛 운무를 감흥 없이 바라보던 환인은 광창 나인볼그를 꺼내 심핵을 단숨에 갈랐다.

——

광창의 빛으로 이뤄진 날이 소리 없이 심핵을 사선으로 가르고 지나간 뒤 1초.

옅은 실선이 심핵을 가로지르며 생겨났다가 반으로 갈라진 심핵 상부가 주르륵, 미끄러져 땅에 쿵, 소리를 내며 박힌다.

그 순간 산란못 미궁에서처럼 땅이 비명을 지르듯이 상하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황금빛 운무는 눈이 멀듯 한 강한 빛을 사방으로 뿌리며 덩치를 부풀리다가 환인을 향해 쏟아졌다.

대부분은 환인에게, 일부는 광창으로.

흑마술사의 마궁에서는 심핵을 부쉈어도 빛의 폭발 없이 핵이 손바닥에만 스며들었다. 이 현상은 산란못 미궁의 심핵을 부쉈을 때와 같은 현상.

‘역시 일정 크기 이상의 심핵을 부셔야 하는군. 하지만 방금은…….’

왜 광창으로 운무 일부가 스며든 걸까.

“……!”

생각하던 환인은 한순간 가슴에서 작열통을 느꼈고, 코트 앞섬을 풀어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꾸으~.

“그래. 문양이 좀 더 커졌군.”

이전까지는 나무 그루터기와 비슷한 모양새였지만, 지금은 나무 기둥이 자라며 나뭇가지가 조금씩 뻗어나가는 형태에 뿌리도 더 굵어졌다.

전체적으로 나무 형상이지만 유치하다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없다.

무언가 야성적인 흉터처럼도 보여 오히려 날카로운 환인의 인상을 한결 무게감 있게 잡아주는 느낌.

손을 편 환인은 가슴의 문양에서 에너지를 따로 모아 왼손에 집중했다.

이정도 양이면 혼령주를 펼칠 수 있는 양으로 이전에는 거의 2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슴의 빛은 그다지 줄지 않았다.

전체적인 양으로 보자면 10%에 불과한 정도. 총량이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는 뜻이다.

‘……확실히 영기도 덩달아 증가했다. 1.5배 정도인가.’

드드드드…….

꾸우, 꾸엣! 뀨우!

멈추지 않는 미궁의 진동에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비상은 더 참지 못하고 그의 소매를 물어 쭉쭉 잡아당겼다.

안 나가고 뭐 하는 거야! 힘 확인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그래. 나가자.”

앞섬을 다시 여민 환인이 비상의 등에 오르자 비상이 기다렸다는 듯이 총알처럼 튀어나가 출구를 향해 날아오른다.

환인은 한 줄기 바람처럼 출구를 향해 날아가는 비상의 등에서 광창의 코어를 내려다보았다.

‘형태가 조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50cm의 쇠막대기 형태였지만, 지금은 마치 환인의 가슴 문양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나무 형상이 음각되어 무언가 세련되게 변했다.

왜 이렇게 변한 걸까. 그리모암의 유물은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광창만?

의문도 잠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이 일렁이는 차원막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환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변의 공기가 변하는 순간을 느꼈다.

흙냄새 가득한 미궁 안 냄새가 삽시간에 맑고 청량해지는 순간.

“…….”

그 짧은 순간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한층 더 강해졌음을 조용히 음미하던 환인은 맑고 선선한 밤공기 사이로 살의가 한가닥 들이치는 것을 포착했다.

눈을 뜬 환인은 아래로 내려가려는 비상의 목을 쓰다듬어 활공을 지시한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지상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

달빛이 내리쬐는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 선 각국의 인물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하는 환인.

=…….=

시린 달을 머리에 지고 흘러내리는 황금안으로 자신들을 응시하는 환인을 향해 침을 꼴깍 삼키는 4개국 4대 종족들.

그들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의아함을 품었다.

이상하다. 30분 전쯤에 잠깐 나왔을 때와 분위기가 전혀 다른데.

그 이유를 가장 빠르게 눈치챈 호천명의 전권 대리인, 유연이 경악한 목소리로 쥐어 짜내듯 입을 열었다.

=미궁, 미궁의 심핵을 부쉈어……!=

그 자리에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그걸 뒷받침하듯 땅이 비명을 지르듯 쿠우웅…… 짧은 진동이 퍼져나간다.

진동을 체험한 사람들은 그게 미궁이 빚어낸 최후의 단말마임을 깨달았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표정에 곤혹과 당황이 스쳐 지나갔다. 미궁을 부셨다고? 왜, 왜 엄청난 가치를 지닌 미궁을 부순 거지?

내버려 뒀다면 엄청난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보고가 되었을 텐데?

여러 가지로 혼란이 감도는 사람들의 면면을 비상의 등에서 묵묵히 응시하던 환인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환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인. 여기서 7시 방향 370m 밖에 저격수가 있어. 지금 환인을 조준하고 있는데?」

“나도 살기를 느꼈다. 어느 쪽이지.”

「저기 있는 플뢰족 두 집단 사에 끼인 가운데 놈. 녹색 머리에 알 안경을 낀 저놈이랑 마도구로 속닥이는 거 다 들었어.」

“그런가. 저들도 정령술을 쓸 텐데 용케 들었군.”

「전에 말했잖아. 나도 정령근이 더 강해졌다고. 상급 바람 정령한테 부탁하니까 가까이 갈 필요도 없이 다 들려주더라.」

반쯤 자랑하듯이 말한 환연은 환인에게 배운 좌표법으로 해당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전달해준다.

그걸 듣고 방향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환인은 작게 웃으며 검지로 환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나중에 따로 상급 정령과 대화할 자리를 만들어다오.”

「걔들로 정령 구슬 만들게?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해서 어려울걸. 걔들이 화나면 중급 정령이랑 차원이 달라. 걔들부터는 진짜 자연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엄청 자유롭기도 해서 말초적인 자극 같은 건 안 좋아할 거야.」

“그 정도인가. 그래도 한 번 이야기해볼 가치는 있겠지.”

「어휴. 알았어.」

못 말린다고 중얼거린 그녀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은 순간이었다.

「지금 쏜다.」

환인은 웃음을 싹 지우고 홱— 저격수가 숨어있다는 곳을 향해 고갤 돌리며 영혼 구슬 하나를 날리는 동시에 가진 영혼 구슬 90개로 5중첩 강화 영혼 방패 18개를 생성, 그대로 겹쳐 앞을 가로막았다.

띠이이잉—!

직후 형태를 가지지 않은 무언가가 가장 영혼 방패를 두드리고, 가장 바깥의 3장이 그대로 파사삭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

=……!!=

그와 함께 콰아아아앙-!!! 영기와 심핵력이 각각 1%씩 든 영혼 폭발 구슬이 터져 폭음을 피워올렸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흙먼지의 구름에 이실리테와 안느가 등골이 쭈뼛할 정도의 살기를 뿜어낸 것도 그때였다.

환인은 피식 웃음을 흘린 뒤 기세와 기운을 있는 대로 퍼트리기 시작했다.

흑옥 여덟 개를 모두 꺼내 현재 심핵력의 절반을 붓자 릴라이스를 상대로 각오했을 때처럼 황금빛과 암흑이 아지랑이처럼 너울거리며 그의 몸을 휘감고, 심장을 얼릴 정도의 존재감이 각국의 인사들에게 쏟아진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일순간 알아차렸지만, 머리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 사이로 환인의 얼어붙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실리테. 폭발이 난 곳으로 가서 저격수를 끌고 와라.”

=…네.=

짧게 대답한 이실리테가 서슬이 퍼런 모습으로 7시 방향을 향해 몸을 날린다.

=…….=

=…….=

=…….=

저격수. 그게 뭘 뜻하는가. 암살자다. 침입자와 같은 부류의 암살자.

웃으며 작게 떠들던 거인들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스으윽- 조용히 몸을 일으키자 4개국에서 나온 사절들은 10만 대군을 앞에 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숨이 폭풍 앞의 촛불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것도.

=우, 우리는 아니에요! 방금 성제님을 공격한 것과 아무런 과, 관계가 없다고 짐승신님의 이름에 맹세하겠습니다!!=

유연은 가장 먼저 그리 소리치며 메리아놀 쪽에서 멀어졌다.

다음으로 움직인 것은 벨티칼의 사비족.

=우, 우리가 당신…… 성제님을 찾은 것은 대족장님의 지시에 따라 백청룡 아드네빌라 님에 관해 여쭙기 위해서입니다. 벨티칼은 성제님을 적대시할 이유가 없음을 알아주십시오. 지금 한 말은 바다신님의 존체에 맹세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플뢰족들과 비슷한 거리에 있던 사비족은 지뢰를 밟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이리되자 천왕天王의 명에 따라 마실 나오듯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던 플라비우스족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목적은 천왕님의 명에 따라 히스론드에 여러분을 초대하여 성제님 및 영도와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이 목적, 그대를 공격할 이유가 없소. 방금 공격에 우리의 뜻은 없음을 하늘신님의 신성에 맹세할 수 있소.=

“…….”

=아무래도 지금은 담소할 경황이 아닌듯하군.=

그리 말한 금발 청안에 여섯 장 날개를 가진 플라비우스 남자는 작고 네모난 편지를 바람에 실어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는 키 2m의 성기사에게 날렸다.

=히스론드의 주도 팔라툼에 여러분들을 초대하는 초대장이오. 혹시라도 팔라툼에 방문하시거든 성 입구에서 그 초대장을 보여주시오. 왕성은 여러분들을 사심 없이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오.=

그리 말한 플라비우스 우아하게 오른팔 팔을 가슴에 올리며 허리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스물의 플라비우스들과 함께 높이 날아올랐다.

남은 것은 메리아놀의 플뢰족뿐.

=주인님.=

그들은 성제의 영혼 기사가 피투성이로 너덜너덜해진 플뢰족을 가져와 땅에 패대기치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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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라드세아: 쟤가 그랬데요.

히스론드: 저놈이 그랬소.

벨티칼: 저놈들이 범인이야!

메리아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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