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 투라드 마을
음……. 그게 가능한 건가? 아니, 가능하니까 말을 꺼냈겠지만.
담담한 환인을 보면서 이리저리 가능성과 안정성을 가늠해보는 환연이었지만, 지식의 부족으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다시 물었다.
「지금 지구로 가겠다고 말한 거지? 그거 좀 무리가 있지 않아?」
“어떤 점이 무리라고 생각하지.”
「그야 지구로 가려면 5~6급 이상 미궁을 찾아서 심핵을 깨야 하잖아. 흑마술사가 자리 잡았던 미궁의 심핵을 부순 뒤에 다른 일 안 생긴 거 보면 확실한 거 아냐?」
현대에서 산란못 미궁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을 때, 환인이 내린 가설은 총 세 가지였다.
하나는 시간을 보내면 가슴의 문양, 심핵력이 에너지를 회복해 현대에서 니오네브레스로 돌아왔을 때처럼 니오네브레스에서 현대로 강제로 이동되는 것.
이건 아닌 걸로 드러났다. 가슴의 문양이 황금빛으로 변했어도 심장이 살짝 조이는 느낌 같은 것은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다른 하나는 미궁의 심핵을 부수면 가슴의 문양에 심핵력이 차며 다시 현대로 가는 것.
흑마술사의 마궁을 부셨을 때 심핵력이 약간 늘어났다는 점을 제외하면 가슴의 문양 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것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산란못 미궁과 비슷한 급인 5~6급 미궁을 돌파해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리는 없겠지.
마지막으로 가슴의 문양이 황금빛으로 변했을 때 자신이 의도적으로 영기와 훈기 한기를 동원해 자극하면 차원 이동이 벌어지는 것.
환인이 지금 확인해 보려 하는 것은 세 번째다.
“언제고 한 번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의도대로 차원 이동이 가능하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요긴한 수가 되니까.”
「흐음. 그렇게 현대로 넘어간다면 되돌아오는 것도 확인해야겠네. 이전처럼 4일이라는 충전 시간이 지난 뒤 저절로 전이 되는지, 아니면 여기서처럼 심핵력을 사용해야 하는지 말이야.」
“만약 사용해야 한다면 언제까지 현대에서 머무를 수 있는지도 봐야겠지. 짐작대로라면 4일 뒤에 끌어당겨지듯이 되돌아올 듯하지만.”
팔짱을 껴서 가슴을 도드라지게 들어 올린 환연은 손가락으로 팔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든다.
「긴급 상황 탈출 수단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건 나도 동의하지만…….」
“……내가 지구로 아득바득 귀환하려는 게 이해되지 않는 건가.”
「거기가 네 고향이기도 하고 인간은 향수 같은 것도 느낀다니까 뭐 이해하고 넘어가 줄게. 그보다 괜찮겠어? 현대로 간다면 마차하고 쿠에들은 어떻게 할 거야? 저 많은 짐은?」
환연의 주제 돌리기에 환인은 이게 현지인과 외부인의 인식 차이인 건가 생각했다.
더러운 뒷골목 하렘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에게는 그 환경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거다. 깨끗한 상급 거리 같은 곳이 별천지인 셈이다.
환인 입장에서는 환연이나 여자친구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신이라는 존재들이 있고 신수나 초월급 정령들이 멀쩡히 돌아다니다 힘을 막 쓰는 세상이다. 언제 불합리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다른 차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저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현대도 경험했을 텐데.
‘4일은 말 그대로 맛보기밖에 안 되어서인가.’
그녀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잡아끈 히어로 영화와 재난 영화, SF 영화를 보여준 탓일지도 모르겠다.
“현대로 넘어간다 했을 때 마차는 분해해 아스펜드에 수납하면 된다. 다른 짐도 마찬가지. 문제는 쿠에들인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쿠에 셋에게 추적 마도구를 붙여놓고 대초원에 풀어놓는 거였다. 4개월 뒤 돌아와서 마도구를 추적해 다시 데려오면 되니까.
하지만 이 방식을 고르면 여자친구들이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제외.
전부 데리고 가는 쪽도 곤란하다. 인원 제한이 있을 수도 있고 현대로 데려간다면 비상에 쿠르티, 쿠라, 쿠핀 넷이면 거실이 가득 찰 거다.
정원에 내놓으려 해도 시선 같이 신경 쓸 게 많을 터.
환각 같은 술법을 걸어 말처럼 보이게 한다든가 수단은 있지만, 현대는 마도구나 마도기의 위상력 소모가 극심한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수상한 2인조의 방문도 있었고.
그 외 수단이라면 일행을 둘로 나누는 것이 있다.
반으로 나눠 한쪽은 쿠에들과 마차를 끌고 히스론드의 팔라툼으로 들어가고 다른 쪽은 지구에 다녀오는 것.
남아서 팔라툼으로 향하는 쪽은 마도구로 외형을 바꿔 지내면 되고, 정세 수집도 히스론드의 수도니까 편한 부분이 많겠지. 이러면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남는 문제라면…….
「괜찮겠어? 일행을 둘로 나눈다면 서로 널 따라가려고 싸울 거 같은데.」
그게 유일한 문제다.
「환인이 지구에 다녀오는 건 찬성이야. 내가 봐도 네가 요즘 엄청나게 시선을 끌고 있으니까.」
헬루멘에서 시작해 프라버의 일, 알소프의 일, 영도에서도 일이 있었고 주도 라수비탄에서도 이목을 잡아당기고 있다. 흐라스린드에서도 좀 큰 사건을 저질렀고 어제, 용과 초월급 정령의 다툼까지.
「하지만 일행을 반으로 나눈다면…… 여자애들한테 이야기를 잘 해야 할걸?」
“…….”
삐이….
=앗 하품하는 것 좀 보세요. 너무 귀여워요……!=
졸린 지 작은 혀를 내밀며 하품하는 실루를 쓰다듬는 여자친구들. 그녀들의 캣파이트를 상상한 환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자친구들에게 자신이 어떤 의미인지 환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여자친구들에게 말하면 그녀들은 최대한 따라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여자친구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면 그 관계는 어떤 식으로 변질할 것인가.
환인은 부모님을 통해 연인이나 부부가 서로를 어떻게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배웠지만, 현대에서는 배운 것을 써보지 못했었다.
그렇게 할 가치가 느껴지지 않았거나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니오네브레스에서 여자친구들을 만난 환인은 자연스럽게 부모님에게 배운 것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저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꾸벅꾸벅 조는 실루를 쿠라에게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여자친구들을 부른 환인은 그녀들에게 환연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차분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겨 드는데, 얼굴에 생각이 다 들여다보인다.
이실리테는 어떻게 하면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
안느는 따로 나뉘거나 할 바에 다른 방법을 찾아 다 같이 다닐 수단을 생각해내려는 얼굴.
유르파는 자신이 빠져서 차후 돌아올 자신을 위해 정보 수집과 경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인 얼굴.
백려강은 ‘잘은 모르겠지만 환인 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면 큰 실수는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얼굴.
모두가 어느 정도 생각을 마무리 지었는지 서로 눈치를 보며 말할 타이밍을 재는 모습에 환인은 가만히 제 생각을 입에 담았다.
“처음에는 이실리테와 환연만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백려강은 용인체의 특징이 너무 눈에 띄어서. 비슷한 의미로 안느도 플뢰족의 긴 귀를 숨길 수단이 마땅치 않지. 유르파는 현대보다 니오네브레스에서 더 역량 발휘가 쉽고.”
=음……. 그건 그래. 이슬이 외모는 도령이랑 무척 비슷하니까.=
꼬리 짧은 인원족의 혈통이라 지구인처럼 동그란 귀에 꼬리도 없고 키도 175cm 남짓. 머리카락이 금발에 가까운 호박색이지만 이런 염색을 한 사람은 많다. 아니면 혼혈이라 해도 통할 테고.
“하지만, 심사숙고해보니 별로 좋지 못한 결정이라 느껴지더군. 너희들과 4개월씩이나 떨어져있고 싶지도 않고.”
=…나도 솔직히 말하면 4개월이나 도령을 기다릴 자신이 없어. 율이 언니나 려강이도 비슷할 걸?=
=응? 난 자기 기다릴 수 있…… 읍읍.=
=언냐. 눈치 챙겨.=
눈치 없이 입을 여는 유르파를 막은 안느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물었다.
=도령, 꼭 지구를 가야 해?=
“가기는 해야겠지만, 그게 지금이어야 하느냐면 아니다.”
=몇 달 정도는 모습을 감추고 시간을 보낼 필요성은 있다는 거지……. 그럼 결론은 하나뿐이네.=
“미궁인가.”
환인의 자연스러운 대답에 안느가 은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이미 생각해뒀던 거야?=
“소거법으로 낸 결론일 뿐이다. 그래서, 두어 달가량 반 은거할만한 미궁이 이 지역에 있나.”
=그건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그렇게 말하며 꺼낸 것은 일반 통신용 수정구보다 더 작으면서 은은한 황금색이 감도는 것이었다.
척 봐도 기밀 통신을 위한 수정구. 흐라스린드의 땅신 교단 신관장에게 챙긴 것으로 보인다.
“르아윈 추기경에게 물어보려는 건가.”
=응. 일반 통로로 대서고에 선을 넣어 정보를 요구하면 기록에 남아. 그 기록 자료는 다른 이들도 신앙 점수를 소비해서 확인할 수 있거든. 그러니 개인 회선으로 르아한테 연락해서 부탁하면 아무런 흔적 없이 근방의 미궁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추기경이 갑자기 이 근방의 미궁 정보를 찾는다면 가설로 너와의 연결을 의심할 수도 있을 텐데. 너도 이제 나만큼이나 유명해졌다. 성제의 호위 기사, 빛의 정령을 다루는 정령의 기사로.”
=에이, 르아 그렇게 안 멍청해.=
환인은 자신의 자매를 옹호하는 안느의 행동에 ‘과연 그럴까.’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로탄 산지에서 영성 하늘 고래와 마주친 뒤에 그녀와 통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신을 메리아놀로 안전히 초청하기 위해 땅신 교단의 추기경 회합에 안건을 꺼낸다고 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은근히 메리아놀 내부의 차원 방랑자 강제 소환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어필을 했었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것.
그 이후로 딱히 인식이 변할 정도의 활약상은 물론 추기경 회합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기에 마이너스 채점된 르아웬 추기경의 인상은 바뀌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 해서 그녀의 앞에 대놓고 자매를 흉볼 수는 없는 일.
“……아니, 내가 대성녀님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응? 음, 이 근방은 지역 순찰 기관의 영역이긴 하지……. 알았어.=
오랜만에 르아웬과 통신할 생각이었던 안느는 환인의 반대에 조금 아쉬워하며 수정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뭐지. 도령 혹시 르아 안 좋아하나? 으음, 도령이랑 르아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 모습을 조금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일정을 바꾸겠다고 변경사항을 알린 뒤 해산을 선언했다.
이어서 다른 여자들과 방으로 들어가려는 안느를 불러세웠다.
“잠깐 밖에서 이야기할까.”
=응? 엉.=
본능적으로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거란 사실을 깨달은 안느는 조금 머뭇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정원으로 나왔다.
구름이 달을 가려 다른 민가에서 흘러나오는 자그마한 빛을 제외하면 칠흑처럼 까만 세계.
깔끔한 돌담 근처로 자릴 옮긴 환인은 기감을 펼쳐 주변을 살핀 뒤 살짝 긴장하고 있는 안느에게 생각하던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르아웬 추기경이 멍청하다거나 모자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추기경이 된 인물이 그럴 리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눈치가 없을 수는 있겠지.
덧붙이지 않은 말을 어렴풋이 눈치챈 안느는 눈썹 끝을 축 늘어트렸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주변에 메리아놀의 소환자 일당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혹시모를 일행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만에 하나 가능성이 있다면 보류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평소였다면 연락하는 것을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모습을 감추려 하는 중이니 정보가 새어 나갈 틈은 만들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군.”
안느는 르아웬이 환인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워하며 작게 웃었다.
=이해해. 나는 르아를 믿지만, 르아를 직접 본 적이 없는 도령에게 내 믿음을 이해해달라는 건 막무가내니까.=
“미안하군.”
=뭘 그런걸 가지고 미안하다고 해~.=
한 손으로 손사래 친 안느는 푸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환인을 바라보다 슬쩍 그의 곁에 어깨를 붙이고 섰다.
이러고 있으니 얇은 옷감 너머로 그의 체온이 전해져와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더해서 그의 마음 씀씀이도.
=그거 때문에 나만 불러내서 설명한 거야? 내가 오해할까 봐?=
배시시 웃던 안느는 되돌아온 그의 대답에 얼굴을 붉혔다.
“네가 아쉬워하고 걱정하는 얼굴을 다 봤는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 둘까.”
=내, 내 표정이 그렇게 티가 났나?=
환인은 대답 없이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거려주었다.
=율이 언니, 이렇게 해체하면 돼?=
=응. 부서지지 않게 조심해서 풀어. 전부 챙겨서 수리용으로 재활용해야 하니까.=
=려강, 거기 끝에 잡아서 천천히 들어요, 천천히…….=
다음 날 아침, 출발을 위해 부화장으로 사용하던 왜건을 해체하느라 조금 부산한 가운데 키사기와 유피 자매가 환인 일행을 찾아왔다.
=은인님, 저희 자매의 목숨을 구해주시고 마을까지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좀 더 일찍 찾아와서 감사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어제는 마을 방책 순찰 감시 근무에 하루종일 투입되어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근무하고 지금 다시 일하러 가기 전에 들렀다며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꾸벅 머리를 숙이는 키사기.
환인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게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사 인사라면 마을의 사도와 유지분들께 충분히 받았으니 인사는 그만하셔도 됩니다.”
=네! 그러면 유피?=
=응…… 저, 은인님. 이거…… 바, 받아 주세요…!=
키사기의 뒤에 숨어있던 유피가 머뭇거리다 깨끗한 기름종이에 감싸져 있는 커다란 원반 네 개를 환인에게 내밀었다.
하나 하나의 지름이 작은 티테이블 상판만 하고 두께는 10cm에 다다를 정도인 노오란 원반.
환인은 그 원반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설마설마하며 건네받은 순간, 치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굳어버렸다.
=제, 제 우유로 만든 치즈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치즈예요……! 맛, 맛있을 거에욖!=
“…………고…맙습니다. 향기가 무척…… 좋군요.”
=유피의 치즈는 고족들의 하인들이 직접 와서 사갈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거든요!=
자랑스럽게 말하는 키사기와 부끄러워하는 유피의 얼굴이 환인의 눈에 밟힌다.
그녀의 우유도 직접 마셔본 마당에 치즈가 어째서 이렇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걸까.
그녀의 모유…… 우유를 농축시켜 만든 거라서?
이걸 이실리테에게 주면 이실리테는 좋아하면서 이걸로 음식을 만들 텐데. 환인은 잠깐 속으로만 한숨을 쉬고 옆에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백려강에게 치즈 원반을 넘겨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침 일찍 찾아오신 것에 다른 이유에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 별건 아니고 팔라툼으로 가신다면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드리려고요. 은인님 실력이면 위험하지 않으실 테지만…….=
투라드 마을에서는 팔라툼이나 흐라스린드나 거리가 많이 차이 나진 않는다.
그럼에도 키사기 자매가 흐라스린드로 향한 이유는 팔라툼과 우리 투라드 마을 사이에 괴물이 자주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져서였다고.
확실한 도움은 히스론드의 주도인 팔라툼에 가서 호소하는 쪽이다. 종이 다르더라도 흑마술사의 출현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고, 팔라툼에는 하늘신 교단 본단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흐라스린드로 향한 것은 그 도시가 조금 더 가깝고 영주의 성품에 대해 알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더 안전하다는 점도 있었기 때문.
=괴물의 자세한 이야기가 안 들리는 걸 보면 뜬소문일 가능성도 있지만요. 그래도 알아두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은인님이 출발하시기 전에 찾아온 거예요.=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충고는 기억해두겠습니다.”
=네. 그러면……. 은인님의 여행길에 짐승신 님의 축복과 가호가 있길 바랄게요!=
그리 말한 키사기는 후련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나무 방책을 향해 달려갔다.
괴물이라…….
지금 파티 전력이라면 어지간한 7급 괴물도 찜 쪄버릴 수준이지만, 환인은 조금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가 다시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유피, 이렇게 많이 짜주어도 괜찮나요?=
=네에에. 다 짜도 내일 아침이면 거의 다 차니까요…!=
이실리테가 두 손으로 1리터짜리 유리병을 잡고 있고 유피가 그 병 안에 젖을 짜고 있으며, 그녀들의 옆으로 하얀 우유가 가득찬 유리병 3개가 나란히 세워진 장면.
우유 특유의 하얀 액체가 유리병을 타고 흘러내리는 광경에 환인은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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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점점 연재 시간이 늦어져서 송구할 따름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