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히스론드로 가는 길
하룻밤 푹 휴식을 취하고 기운을 차린 상급 영혼사 두 명은 환인을 보곤 최애 연예인을 만난 팬처럼 굴었다.
=으와아아……! 성제님의 친필 사인이라니……!=
=이건 가보로 삼아야 해……!=
“…….”
잿빛의 회색 로브를 입고 눈물을 글썽이거나 심각하게 사인지를 보는 루크랑족 여자와 사비족 남자.
환인은 그들이 기절에서 깨어나 멋쩍은 얼굴로 했던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어어……. 그, 대성녀님께서 직접 당부하셨기에 감격하기도 했고 대체 흐라스린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렇게 직접 저희에게 당부해주시는 건가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가야겠다고 각오를 다졌었죠.’
‘그런 이유에는 성제님을 그…… 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한쪽에 있었어요. 혼재가 있다면 이런 가벼운 생각을 해선 절대 안 되겠지만, 혼재와 대량의 영혼을 성제님께서 성불시키셨다는 연락에 조금 마음이 풀어졌던 거 같아요.’
‘네, 그러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가면 성제님을 뵐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달려온 겁니다.’
확실히 영도에 있을 때는 필요한 일이 아닌 이상 혹시모를 마찰이나 충돌을 피하고자 외출을 자제했었다.
배정된 저택이 일반 영혼사, 상급 영혼사의 활동 구역과 동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했고 대성녀와 영성들 거기에 라드세아의 친왕과 만나는 모습까지.
일반적으로 영혼사는 가까이 오기 부담스러웠겠지.
어쩐지 일반 영혼사들과 만나기 어렵더라니. 그런 이유에서였나, 하고 생각하던 환인은 여자친구들이 마차에 짐을 싣는 걸 잠시 바라보다가 영혼사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면 두 분은 이틀을 더 머무르신 뒤 남하하시는 겁니까.”
=예. 이 친구와 도시 구석구석을 살피며 영혼의 흔적과 잔흔을 조사한 다음 알류겔 호수 북부를 차례대로 순회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한 번에 대량의 영혼이 발생한 사례가 드물다 보니 내무기관과 영육기관, 술연기관에서 전부 표본 사례 조사를 요청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벌어진 광역적인 폭우와 호우, 홍수 및 산사태로 알류겔 북부의 인명 피해가 상당하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몰아친 해일로 인한 사망자도 많을 것으로 기관은 예측 중이어서…… 시간을 아낄 생각으로 열심히 이동한 것도 있으니 성제님께서는 부디 신경 쓰지 마세요.=
몇 개월 후 시작될 승령천제 일도 있고 해서 일정이 조금 밀려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이동에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도 있다며 수줍게 웃는 여자 영혼사다.
출발 준비를 끝마쳤는지 여자친구들이 이쪽을 보며 기다리는 모습에 환인은 선망과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영혼사 둘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는 이제 출발할 시간이군요. 그러면 뒷일을 부탁합니다.”
=네, 네!! 맡겨주세요!=
황송하다는 듯이 두 손으로 악수를 받는 영혼사들의 어깨까지 두드려주고 몸을 돌리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상이 다가와 온몸으로 엉겨 붙는다.
이번에는 시간 날 때마다 내려와서 놀아주고 얼굴을 비춰준 덕에 화나지 않은 모습이다.
비상의 등에 올라탄 환인은 영혼사 둘과 영혼 기사들의 배웅을 받으며 2주는 지낸 것 같지만 실제로는 7일밖에 지내지 않은 흐라스린드를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히스론드다.
* * * *
=와…….=
성제님이 영혼 기사 일행과 길을 떠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요슈아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있다가 뜻 모를 감탄을 작게 흘리며 늑대 꼬리를 풍차처럼 붕붕 흔들었다.
그 모습에 왠지 비늘이 곤두서는 것 같은 팔뚝을 쓸어내리던 우루크가 지적한다.
=요슈아. 너 그러다 또 꼬리 삔다.=
=야 우루. 성제님 진짜 대단하시지 않아? 가까이서 뵈니까 영기의 밀도가 진짜……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그 정도 되시니까 대성녀님이 일부러 맞이하시고 대성자 후보의 자리까지 내어드린 거겠지.=
이런 생각은 외람되지만, 성제님의 영기 밀도와 범위는 영성님들 모두가 모여도 성제님 한 분만도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대성녀님도 성제님에게는 못 당하시는 것이 아닐까?
물론 영기 밀도가 높다고 영혼술이 덩달아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기도 중요하지만 영혼술의 결정체는 자신의 영혼 단련에서 우러나온다.
‘하지만 성제님은 혼자서 혼령주를 펼치신다고 하셨으니…….’
우루크도, 그리고 자신과 높은 확률로 짝지어지는 요슈아도 천 명 중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천재다. 그 증거로 남들은 15년, 길면 20년은 걸리는 상급 영혼사의 위에 7년 만에 올랐다.
그런데 성제님은 고작 2년에 상급 영혼사를 훌쩍 뛰어넘고 영성도 넘어 저 정점에 도달한 사람.
그런 사람은 영혼술도 남다르겠지…….
=우루, 다음 대성위는 샤스라 님이신거 아니었어?=
=교수님들 말씀으로는 대성자님이 일부러 위를 양보하셨다고는 하는데…… 미래에 어찌 되든 간에 지금은 후보시잖아.=
=아, 그런 말이었어? 뭐…… 아무튼 정말 멋있으셨어어. 그냥 보면 문관 학사 같은 분이시고 그만큼 지식도 풍부하신데 내면은 트라프로넨 님도 몇 수는 접어주는 무술의 달인이시라니…… 하아앙♡=
성제님과 악수한 손에 코에 묻고 킁카킁카하다가 뿅가죽는 요슈아의 모습에 우루크는 진심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기다란 도마뱀 꼬리로 땅을 탁- 내려쳤다.
=야, 뭐 하는 거야. 품위 안 지켜?=
=왜애. 성제님 냄새가 얼마나 좋은데…… 쿠흐흣. 내가 남들보다 후각이 몇십 배는 뛰어난 인랑족이라는 게 이때만큼 감사했던 적이 없어…… 하으으♡=
=…….=
우루크는 본심에서 우러나는 께름칙한 표정을 짓다가 영혼 기사들의 기세가 일순간 바짝 날이 서는 것을 느끼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자신들의 대화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빙 둘러서서 차폐막을 치고 있던 기사들이 어느 한 방향을 긴장한 기색으로 보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으로 눈길을 주었던 우루크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복장의 은발 플뢰가 6급은 되어 보이는 호위들과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평범한 신분이 아니다. 혹시 성제님이 말씀하셨던 그 남자일까?
아직도 정신을 놓고 킁킁거리는 요슈아의 신발을 탁, 차서 둘만의 신호를 주자 재깍 상급 영혼사 스위치를 넣는다.
=……우루. 저사람…….=
=그래. 성제님께서 말씀하셨던 메리아놀의 법률 집정관인 거 같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렸던 우루크는 그에게 영도의 예법을 담은 인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메리아놀의 상록을 상징하는 분께 영혼의 길잡이가 인사를 올립니다.=
=…오, 영도의 유망한 상급 영혼사를 두 분이나 이곳에서 보게 될 줄 몰랐군. 만나서 반갑소. 메리아놀의 법률을 관장하는 상록관주, 아우반 니드 투르시온이라 하오.=
정중한 인사를 올린 우루크에 비에 간략화한 예식으로 인사를 받아준 아우반이 힐끔, 성제가 머물던 여관을 돌아보고는 적잖이 아쉬워하는 얼굴로 물었다.
=두 분이 나와 계신 것에 미루어 짐작하기로…… 혹시 성제 예하께서는 이미 출발하시었소?=
=일정이 빠듯하신 분이시기에 방금 저희에게 뒷일을 부탁하시고 길을 떠나셨습니다.=
=……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탄식으로 터져 나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침 일찍 찾아올 것을, 예의를 차린다고 아침 식사 시간 이후로 미루었더니 이 사달이…….
=…으흠! 투르시온 공께서는 이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공천악 외교처장…….=
=어라? 좀처럼 보기 힘든 분들이 이런 길바닥에서 어쩐 일이시지?=
=그건 제가 여쭙고 싶네요, 모리엔 신관장님?=
기다렸다는 듯이 라수비탄의 8급 호족과 흐라스린드 짐승신 교단의 신관장, 마찬가지로 땅신 교단의 신관장인 아리엔네까지 차례대로 나타나는 인물들.
누구 하나 자신들보다 사회적 신분이 낮지 않은 면면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에 요슈아와 우루크는 긴장으로 바짝 얼어붙었다.
두 명은 실상 준 왕족 신분이고 다른 두 명도 상위 호족 신분이다. 여기서 자신들이 말 한마디 실수하면 영도와 타 국가 사이에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노릇.
그때 우루크의 뇌리에 성제님이 조금 미안한 듯 해준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약간 성가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 성가신 일…… 설마 이걸 말씀하셨던 걸까? 이건 ‘약간’도 아니고 ‘성가신 일’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흠모하고 선망하는 마음에 다음 일정을 조심스럽게 여쭈어봤더니 부드럽게 타이르듯 넘어가셨었지. 혹시 누가 물어본다면 알려줄 수 없다고 대답하라는 말과 함께…….
=벌써 떠나셨단 말씀이시오?=
=그렇소. 본인이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늦었었지.=
=흐음. 그러면 저 젊은 영혼사님들이 그분의 행선지를 알고 있을 거 같은데? 신도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저분들이 성제님의 객실에 들어가는 걸 보았다고 했으니까.=
굉장한 신분의 사람들이 보내는 뜨거운 시선에 우루크와 요슈아는 침을 꼴깍 삼키며 이런걸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간 성제님을 살짝 원망했다.
* * * *
도시를 나와 맑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길 따라 북상하던 환인은 불현듯 누군가의 원망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인 같은 거창한 것까지 해주었으니 그에 마땅한 일 정도는 해주어야지. 그보다 지금은 다른 것이 문제다.
백려강에게 용인의 육체가 생기고 그걸 매개로 아드네빌라의 영기를 흡수한 지도 벌써 보름 가까이 되었다.
처음에는 몸 안의 영기를 감싸주는 듯한 특이한 영기에 무언가 효능이 있지 않을까, 신수 기린인 대성녀 닌실=아나그처럼 영기의 정화를 촉진해준다거나 그런 특이점이 있을까 싶어 계속 주시 중이지만…….
‘그때 이후로 딱히 변화가 없으니.’
영기의 순환은 문제없고 여자친구들과 살을 섞으며 획득하는 영기 또한 문제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랬기에 답답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무언가 반응이 있으면 그에 따라 방침을 바꾸면 되는데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별반 변화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으음, 짧게 신음을 흘린 환인은 일단 몇 가지 방안을 시험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오늘부터 백려강과 잠자리는 중단해야겠군.’
중단하는 것으로 변화가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아무 대응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보단 나을 터.
그믐날 밤, 시골길을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운전하는 것도 지금보단 덜 암담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환인은 마차에서 환연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받아주었다.
환인의 손바닥에 앉은 환연이 그를 빤히 올려다보며 말한다.
「나 지금까지 쭉 생각해봤는데.」
뭘 말하려고 이런 서두를 꺼내는 걸까.
「환인의 육합등약 있잖아. 그거 환인의 정액을 몸에 받아들여야 변화가 생기는 거 아닐까?」
“…….”
「영도를 나와서 알소프로 향하는 길에 환인한테 아랫도리를 빨린 뒤로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어. 그렇다면 영기의 이동이 신체 변화의 중점이 아니라는 뜻이잖아.」
뜬금없고 어처구니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환연에게는 나름 중요한 일이다.
잠시 생각해보던 환인은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이때까지 자신이 피임을 위해 몸 밖에 사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여자친구들은 몸에 아무 해가 가지 않는 특제 경구 피임약을 사용해 임신을 피하고는 있지만, 정액은 매일같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녀들 외에 다른 여자들을 안을 때도 영기의 흡수와 사정이 따로따로 이루어졌던 적이 없으니 상대 여성의 자질과 신체를 한층 가꿔주는 그 효과는 환연의 말대로 자신의 정액이 핵심이라는 말.
“…….”
환인은 살짝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섹스를 한 여자는 얼굴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예뻐진다는 말이 있다. 그건 성관계를 통해 몸에 이로운 호르몬이 분비되어 발생하는 일이지, 정액으로 인한 화학 반응은 아니다.
남자의 정액을 먹었다고 예뻐진다면 기혼자들은 전부 미녀들만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을 정리한 환인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자길 올려다보는 요정 아가씨를 보았다.
가슴도 있고 골반도 있다. 허리도 잘록하며 비율만 보자면 이보다 완벽한 여자는 없을 정도.
하지만 키가 20cm 남짓하다.
회사 후배가 남자 동기들이 모여있는 톡방에 써야 할 글을 인사팀 톡방에 글을 올렸던 적이 있었다.
1/7 스케일의 성인 피규어에 자위해서 정액을 뿌려본 적이 있다는 음담패설.
평범한 사원이었다면 퇴직까지도 고려했을 상황이었겠지만, 평소 행실이 그야말로 중딩 수준이었던 후배였기에 여자 직원들에게 돌돌 만 공책으로 한 대씩 맞는 걸로 끝난 헤프닝이었다.
그때 여사원들이 보였던 감정 표현은 이해 불가의 부담스럽고 거부감 가득한 것이었는데, 환인도 현재 감각이 그때 여사원들이 느꼈을 그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동하자니 꺼림칙하고 그렇다 해서 그녀의 바람이 훤히 보이는데 외면하기도 곤란한 상황.
그런 환인의 심정을 읽은 환연은 비상의 머리 위로 자리를 옮기며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다.
「내가 이런 몸으로 널 어떻게 만족시켜주겠어. 생식기가 있다지만 여기다 네 물건을 받아들이려 했다간 배가 터져 죽을 텐데.」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전에 미리 말해둬야 할 거 같아서 이야기한 거야.」
잠깐 어떠한 상상을 했던 환인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가 대답했다.
“그러지. 일반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라. 가능하다면 최대한 도와줄 테니.”
「응.」
가볍게 대답한 환연은 언제나 비상의 머리 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람 정령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환인은 그런 그녀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바라보다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환연은 파티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환인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흐라스린드에서 영주성 내부를 살피고 상태를 알려준 것, 중급 거리와 하급 거리에서 조직 폭력배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도움을 준 것, 린덴 촌락에서 타락한 바르둘이 파놨던 개미굴의 길 찾기에 큰 도움을 준 것.
“…….”
그렇게 군말 없이 곁에서 여러 도움을 주는 그녀에게 단지 터부, 금기를 저지르는 듯한 거부감에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포르노 영상을 보며 자위하는 것뿐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거부감을 이겨낸 환인은 언제고 그녀를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냇가 가장자리에 마차를 세우고 점심을 해결한 환인은 자신을 향해 꾸우- 쿠우~ 계속 우는 쿠라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지.”
쿠에…….
자신이 가까이 가자 가슴에 기운 없이 머리를 문지르는 쿠라의 행동에 쿠르티와 쿠핀이 걱정하는 것처럼 쳐다본다.
비상보다 지능이 낮아 명확한 대화는 나눌 수 없지만, 짐승의 생각은 대충 뻔한 법이다.
‘알을 보고 싶어하는 건가.’
환인은 쿠라와 다른 쿠에들을 보며 조금 곤란함을 느꼈다.
지금 상황에 쿠에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려면 한 장소에서 한 달은 야영하거나 머물러야 하니까.
쿠라의 울음소리를 들은 안느가 이실리테와 함께 다가와서 묻는다.
=쿠라가 어째 출발 전부터 힘이 없어 보이던데…… 도령, 얘가 뭐라고 하는지 알겠어?=
안느가 쿠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쿠핀과 쿠르티도 슬금슬금 다가와 쓰다듬어달라는 듯이 몸을 부대껴온다. 환인은 그런 쿠르티의 목을 쓸어내려 주면서 대답했다.
“내가 쿠라에게서 알을 가져왔는데 그거 때문인듯하다.”
=아. 노을색 알 그거?=
=주인님. 아무래도 그 알이 쿠라한테 초란이었나 봐요.=
“첫 산란이었다는 건가……. 이실리테, 쿠에들의 포란은 며칠 정도인지 알고 있나.”
=개체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강 2주 정도예요.=
2주…… 작게 중얼거린 환인은 비상의 머리를 잡고 녀석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바람 정령에게도 물었다. 비상이 알에서 태어날 때 며칠이나 걸렸냐고.
「그걸 내가 말해줄 거 같아?」
“말해주면 고마울 거다.”
「…………12일 걸렸어. 노르스리넨도, 노르스리넨의 자매들도.」
고맙다고 말한 환인은 히스론드까지의 거리와 일정을 떠올리고 쿠라와 비상, 마차, 일행 등을 찬찬히 둘러본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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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하게 자꾸만 연재 시각이 늦어지고 있는 글쟁이입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듯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