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527화 (527/813)

521 메리아놀의 내부 사정, 그리고 종족연합 금화.

영주가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흐라스린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자신들의 영주가 기개를 보였다는 사실에 자극받은 호족들도 자신들은 죄가 없다 주장하며 봉기할 기세로 떠들어댔지만, 그것은 죽은 영주가 바란 행동.

라드세아 외교처장은 악귀처럼 분노했다.

=라드세아의 정당한 계승자이자 짐승신님의 강신자이신 영광되고도 고귀하신 여왕 폐하의 이름으로! 무례하고 무책임하며 무뢰한 도당에게 자비는 없을 것이니!!=

눈앞에서 벌어진 영주의 자결을 막지 못해 복귀하면 크나큰 질책이 기다리고 있는 외교처장은 그 분노를 흐라스린드의 호족에게 푸는 것처럼 무자비하게 처단했다.

환인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핑계(억울하다 주장하는 것을 보니 영주와 한통속이군!) 등을 가져다 대며 전 재산을 압류하고 지위마저 뺏어 맨몸으로 길바닥에 내동댕이친 것.

악이 받친 것은 협의회 의사를 대리하여 온 8급 귀족, 아우반=니드=투르시온 또한 마찬가지였다.

면상에서 말라깽이 귀쟁이라는 극도의 모욕 발언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크로알 영주의 귀기 서린 반박에 기가 눌려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크로알 영주에게 판정패를 당한 셈인데 이는 자신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문은 물론 나아가서 나라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과 같다.

이제 와서 설욕전을 치르려 해도 장본인은 얼토당토않은 발언과 모욕을 사실인 양 호도하고는 그대로 자결해버렸다.

영원히 설욕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영주가 자결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크나큰 실책. 아우반은 그 사실에 무척이나 상심과 낙담을 하였다.

흐라스린드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대한 책임을 대체 누구에게 지울 것인가.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막심한 사안이지만, 그 책임을 지게 할 인물이 정말로 마땅치 않았기 때문.

흐라스린드 영주는 중앙의 성도 고위 호족과 거의 관련이 없으며 특히나 최근 6년은 성도에 올라간 적도 없다.

그와 연이 단단한 호족이 있다면 어떻게든 조작설, 배후설을 꼬집으며 공모죄 같은 것으로 엮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형제도 모두 요절하였으며 부모와 모친도 사고, 병고로 차례대로 타계하였다.

멀쩡한 것은 출가한 그의 남매지만, 여자는 출가한 순간부터 외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책임을 출가외인에게 물었다간 그 불씨가 라드세아 절반을 뒤덮고도 남을 테니까.

이러한 이유로 상급 거리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는 상태지만, 환인 일행은 휴양이라도 나온 것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영주가 자결하고 이틀.

영도에서 출발했다는 상급 영혼사들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느긋이 시간을 보내던 환인은 거실에서 쪼그려 앉아 술법진을 종이 위에 설계하고 있던 유르파에게 말했다.

“주머니의 내용물을 다시 정리해야겠습니다.”

=으응? 자기가 고향에서 가져온 것들도 무한의 손지갑으로 옮기려구?=

“예. 아무래도 보안이 우려스러웠는데 이 유물 주머니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아스펜드라는 이름의 유물 주머니를 가져와서 유르파에게 맡겨 감정해본 결과, 주인 인식 기능 외에도 추적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지구에서 가져온 휴대용 대용량 태양광 발전기 6대의 무게와, 분실이나 파손의 우려로 유르파에게 맡겨서 보관 중이었는데 이제는 아스펜드에 중요한 물건을 모두 옮겨놓을 생각이었던 것.

환인은 환연을 불러 주변을 감시하라 지시한 뒤 아공간 가방에서 휴대용 태양광 발전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40ℓ 말통과 비슷한 크기의 태양광 발전기에 손을 올리고 손지갑에 넣는다고 생각하자 슉-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는 발전기.

그걸 신기해하며 구경하던 유르파가 작게 감탄했다.

=시간 동결이라니~ 역시 유물이구나 싶네.=

“시간 동결은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분야인가 봅니다.”

=최신 근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직이라고 봐. 메리아놀에서 시간 계통 능력을 갖춘 희귀 직업자의 도움을 받아 연구하고 있다 하더라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마도 술법적인 특이점이 오기 전에는 시간 감속이 현재 기술로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유리 언니. 그러면 아스펜드 안에 넣어둔 건 보존 주머니하고 다르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음식이나 재료가 변질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응. 저 안에 넣어놓은 건 10년이 지나든 100년이 지나든 넣은 그 상태로 절대 안 변해. 갓 만들어 뜨거운 고기찜 요리를 넣어둔 뒤 100년이 지나서 꺼내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 그대로야.=

=와아…….=

유르파의 설명에 이실리테가 손지갑을 보며 눈을 반짝이니 근처에서 자신의 옷가방을 정리하던 안느가 킥킥 웃는다.

=이슬이는 검희가 아니라 요리 공주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다른 거보다 음식 보관에 먼저 관심을 보일 수 있냐며 끅끅 웃으니 이실리테가 눈을 가늘게 뜨고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안느는 저녁으로 생두부만 먹고 싶다는 거지? 알았어.=

=……!=

괜히 놀렸다가 본전도 못 찾게 생긴 안느가 몸을 날려 이실리테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간장, 간장만이라도!= 애걸복걸하고 이실리테는 그런 안느의 뺨을 밀어내면서 아웅다웅한다.

그 모습을 작게 웃음지으며 구경하던 환인은 아스펜드 안쪽의 상태를 잠시 가늠하다가 일행의 소지금을 전부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다.

겸사겸사해서 지금까지 써왔던 주머니도 정리하고.

좌라라락—

아스펜드를 잡고 거꾸로 뒤집은채 보물만 꺼낸다고 생각하자 금화가 좌라라락- 금속음을 내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싯누런 금화 무더기에 사이사이 보석 주머니도 툭, 투둑 떨어지고 위상석도 자루급으로 투두둑 떨어져 작은 금화의 산을 만든다.

이 모습에 장난을 멈춘 이실리테와 안느가 다가서며 조그맣게 감탄을 터트렸다.

=이게 다 4000 금화 정도인 거지?=

=이만한 돈을 한자리서 보는 건 처음이라서 압도되는 기분이에요.=

이건 전부 영주에게 대가로 받은 것들. 그 외에 이때까지 모아둔 재화는 따로 탁자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금화만 470닢에 유르파가 흐라스린드에 도착해 판매한 마도구와 마도기 대금이 147금화, 무고 보상으로 10금화에 심연의 마굴 두목이 비자금으로 꼬불쳐놓았던 약 500금화 어치 2~3급 위상석, 이전부터 모아오던 4급 위상석 18개에 5급 6개, 적색 6급 위상석과 청적 2색 특수 위상석.

정령석도 안느의 빛 정령 친화에 쓰고 남은 것이 100g 6개, 200g 4개, 300g 5개, 400g 2개.

=앗, 파티 보유 재산 확인하는 거니?=

유르파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손주머니 같은 것을 가져와 안에서 1~3급 위상석 수십 개를 주르륵 쏟아놓고 금화와 은화, 동화 주머니도 쿵쿵 올려놓는다.

이 소리에 방안에서 환연과 백려강이 나오다 금은보화 무더기를 보곤 입을 살짝 크게 벌렸다.

=와앗. 금화가 산더미에요!=

「이 정도면 주도에서도 저택을 살 정도 아니야?」

“드넓은 정원이 딸린 대저택도 살 수 있겠지. 일단 동전부터 세어봐야겠군. 다들 같이하지.”

몸집이 작은 환연도 나름 붙어서 동전을 나르고 환인과 그의 여자 네 명도 달라붙어 금화만 열심히 분류한다.

그렇게 분류를 끝낸 금화가 2932닢. 이어서 위상석도 분류하기 시작했고 색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고 시세 평균으로 계산해 나온 가치가 금화 2087닢.

이 두 가지만으로도 4942닢이다.

열은화와 은화, 열동화와 동화도 1000개가 넘는 수량이지만 금화로 환산하면 6금화 정도밖에 안 되는 양.

=크라빈의 산란못 미궁에서 획득한 6급 적색 위상석이 대충 400금화, 두꺼비 대장의 가죽을 벗긴 야피는 아직 한참 방어구로 가공해서 처분 준비 중이라 환전 대기 중인 걸 감안해서 1000금화 정도 돼. 정령석도 가격에 안쳤고 보석도 아직 계산 안 해봤지만…… 둘 다 합치면 대강 500금화는 되려나? 아공간 주머니랑 보존 주머니, 프라버에서 받은 운송 상자랑 지금 제작 준비 중인 재료의 완성품 판매 예상 대금을 합하면…….=

암산을 끝마친 유르파가 일행의 장비를 제외한 파티 총 자금 결과를 내놓는다.

=7700금화 정도네.=

=와…… 우리가 어느새 이렇게 모았구나. 이번에 획득한 걸 제외하고도 3200금화 정도잖아.=

“이중 3/5는 유르파가 부여 술법으로 마도기와 마도구를 만들어 판 덕분에 모은 것이지.”

=으응. 여행 중에 모은 재료 덕분에 감가상각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자기랑 아가씨들이 전투로 재료와 소재를 모아준 덕분이야.=

이실리테는 후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화의 산에 자신은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인데 자신만 빼고 다 멀쩡한 거 같아 작게 웅얼거렸다.

=다들 너무 담담한 것 같아요. 7700금화라면 직업자 비율이 50%인 상급 용병단도 만들어서 몇 년을 운용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인데…….=

이실리테의 소감에 안느와 백려강이 서로를 쳐다보곤 작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7000금화가 확실히 큰돈인 건 맞지만, 작정하고 쓰면 순식간에 사라질 돈이기도 해. 그리고 용병단이 왜 용병단인지, 이슬이 너도 알 거 아냐.=

=안느 언니 말대로예요. 환인 님의 유물 지갑만 봐도 추정 2000금화는 훌쩍 넘어요. 이실 언니의 갑옷인 천상의 장막도 원가에 가깝게 사서 그렇지 정상적으로 유통하면 1000금화는 될 거구요.=

=도령의 그리모암 유물 4종을 동시에 판다고 하면…… 3000금화 정도 하지 않을까? 유물 광창은 아예 시가로 정해질 테고.=

=…….=

유물이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란 말이야?

이실리테가 1만 금화의 남자를 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환인은 그녀를 자신의 무릎에 앉혀놓으며 입을 열었다.

“순수한 금화로는 3000닢인가. 이 정도면 플라비우스족의 주도에서 다들 부족한 장비를 구해서 어느 정도 보강할 수 있겠지.”

=어? 도령, 3000금화 전부 다 쓰려고?=

“안느, 네가 요즘 구세의 빛을 전신 갑주로 중무장하지 않고 흉갑과 상부완갑을 벗고 다니는 이유는 빛의 정령과 친화력 때문인 거겠지.”

=어어. 그런 게 없지 않지. 위상력 감응 갑주라고는 해도 루모는 별로 안 좋아하더라.=

전투 시 구세의 빛을 전부 무장하면 계약한 루모가 못마땅한 티를 풀풀 냈기에 타협해서 상반신은 비금속 갑주를 걸치는 중이다.

“네 장비를 정령 관련으로 모두 교체하는 비용, 백려강과 유르파의 술법 관련 장비의 구색을 갖추고 이실리테도 장신구 위주로 신체 능력을 보강하려 한다면 3000금화도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음……. 도령은 안 맞춰?=

“나는 그리모암의 마지막 유물만 맞추면 더 이상 다른 장비는 필요 없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도 환인은 일행 중 가장 비싼 물건들로만 몸에 걸치고 있다.

거기에 그리모암의 유물을 5종 모두 모은다면 신체 능력과 정신력에 마력까지 고등급 직업자만큼이나 보강되고, 이걸로 끝이 아니라 술법적인 공격을 막아주는 위상류와 물리 피해를 경감시켜주는 역쇄류 신체 특징까지 있다.

그리모암의 유물을 다 모아 그리모암의 강력을 완성한다면 막말로 구세의 빛을 다 차려입고 성벽의 방패를 내민 안느보다 더 튼튼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럼 정리할까.”

금화는 전부 아스펜드에 수납, 이번 달 용돈으로 각자 2금화씩 여자친구들에게 나누어준다.

정령석은 가장 크고 비싼 400g짜리 2개만 수납하고 나머지는 빛의 정령 기사가 된 안느에게 관리하라고 넘겨주었다.

“이건 유르파가 맡아주십시오.”

금화 미만의 동전, 그리고 5급 미만의 위상석 약 800금화 분량과 300금화가량의 보석도 전부 유르파에게 넘겨주고 제작을 위임한다.

그렇게 정리를 빠르게 끝마친 환인은 무한의 손지갑을 한차례 던졌다 받았다.

아스펜드 안에 넣어둔 물품의 총 무게를 다 합치면 휴대용 태양광 발전기 6대 무게 300kg, 금화의 무게 약 100kg으로 0.5톤 정도는 될 텐데 실제 무게는 동전 지갑 정도도 안 된다.

‘이 유물 지갑만 있어도 지구에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산지 직송, 생물이든 식물이든 최고품질을 확보한 뒤 대도시로 가져와 프리미엄을 붙여 팔기만 해도 돈이 쏟아질 거다.

용량도 1t 트럭 정도 되니 운송 쪽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지.

좀 더 쉬운 돈벌이를 생각한다면 불법과 범죄에 치중해 단시일에 수십, 수백억을 벌 방법도 있지만, 그쪽은 생각을 끊는 환인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환인은 거실로 나와 아드네빌라에게서 받은 심핵력 기술서를 펼쳐 들었다.

얼마 되지 않는 내용으로 30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두께. 이미 10번 넘게 읽어 활자 하나까지 전부 외운 환인이었지만 정신을 환기할 겸 다시금 읽기 시작한다.

=이슬아. 아까 저녁에 나온 빨간 채소말이 두부 엄청 맛있더라. 어떻게 만든 거야?=

=그거 정식 이름은 김치말이 두부야. 주인님 나라 발효 음식인 김치로 만드는 요리인데 김치를 얼마 전에 담그는 데 성공했어.=

=어쩐지 도령이 되게 감회어린 표정을 짓더라. 용케 맛을 재현했네?=

=응. 내 기준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주인님한테 드릴 정도는 되어서.=

=이실 언니…… 그게 부족한 거였어요? 저 먹어보고 채소의 매운맛이랑 두부의 담백한 맛이랑 아삭한 식감하고 포슬거리는 식감이 어우러져서 굉장히 감동했는데…….=

그녀들의 감상에 이실리테는 종갓집 며느리처럼 고집이 살짝 드러나는 얼굴로 이유를 설명했다.

=매운맛이 한국의 김치가 아니었어. 그리고 김치말이 두부를 찜으로 만들면 감칠맛이랑 식감이 더 굉장해진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준비도 준비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김치말이에 쓰는 김치는 제대로 담그고 반년간 숙성시켜 묵은지로 만들어야 김치의 깊은 맛이 제대로 우러난다고 요리법에 적혀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김치말이 두부찜은 짠맛, 매운맛, 신맛,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입 안에 하모니를 만드는데, 거기에 갓 지은 하얀 쌀밥이 더해지면…….

이실리테의 설명에 안느와 백려강이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도 식욕이 다시금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환인도 어머님이 만들어주시던 두부 김치찌개, 김치전, 두부 삼합 등을 떠올리다가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님이 오는군. 백려강, 면사포를 써라.”

=넵.=

보는 사람에 따라 미모가 다르게 느껴지는 백려강의 육신은 남자를 자연스럽게 홀리곤 했다.

그 사실을 흐라스린드에서 머물며 알게 된 백려강은 남들 앞에 설 때면 면사포를 용의 뿔에 걸어서 가리기 시작한 상태.

백려강이 방으로 들어가고 이실리테와 안느가 환인의 뒤에 자리를 잡았을 때 똑똑— 문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도도, 면사포를 쓴 백려강이 문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심핵력 기술서를 덮어 아스펜드에 수납한 환인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며 눈을 살짝 빛냈다.

종족연합도시 메리아놀 종족 협의체 소속 8급 귀족, 아우반=니드=투르시온과 그의 호위인 미리스리엔 6급 전사.

그의 방문에 환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담담한 태도로 맞이했다.

“좋은 저녁입니다, 투르시온 공.”

=늦은 시간에 찾아뵙는 결례를 끼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예법을 모르지 않으실 분이 이 시간에 찾아오신 것은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부담가지지 마시고 편히 말씀하시길. 이실리테, 차를 부탁한다.”

=네, 주인님.=

아우반과 마주 자리에 앉은 환인은 그가 안느에게 계속 시선을 주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결국 그녀에게 직접 말을 건다.

=혹시 제가 잘못 본 것이라면 지적해주십시오. 혹시 뒤에 계신 당신……. 미리아스툼 왕가의 안실라 네리올이 아니신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우반 아저씨.=

=오오. 역시. 슈아나데의 젊었을 적 미모가 보여 혹시나 했는데 역시 안실라였구나.=

=아저씨와 제 개인사를 성제님이 있으신 이 자리에서 꺼낼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안느의 평소 모습답지 않은 냉랭한 표정과 대답에 차를 내오던 이실리테가 눈을 살짝 뜨고, 아우반도 멋쩍은 듯이 작게 웃음 지으면서 환인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실례하였습니다, 성제 예하. 십수 년 만에 만난데다 좀처럼 그녀와 마주칠 기회가 없다 보니 이 자리에서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닙니다. 미리 언질을 주셨다면 따로 자리를 마련해드렸을 텐데요.”

=음……. 성제 예하께서는 그녀의 정체를 알고 계셨습니까?=

“메리아놀의 플뢰 왕족이었으나 가문과 성을 버리고 세상으로 나왔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그녀의 삼촌으로써 그녀의 모친이 제 여동생이 됩니다. 집을 나간 후 연락이 한 통도 없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적잖이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녀는 저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괴로움과 슬픔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셨군요. 그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부탁을 드렸을 텐데 이미 지나간 일이니 하하…….=

조금 쓰게 웃은 아우반은 그것으로 안느와 관련된 주제는 끝내고 본론에 들어섰다.

=오늘 이 늦은 시간에 성제 예하를 찾아뵌 이유는,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메리아놀의 입장과 경고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경고입니까.”

=예. 엘위드리스, 메리아놀의 예언자 가문에 대한 경고와 성제 예하의 종족에 관한 것으로 성제 예하께서 오해하는 일이 없으시도록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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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양쪽 새끼 손가락 상태가 안좋네용...

키보드 두드리는 습관이 안좋아진건지 몸이 약해져서 그런건지 새끼손가락만 부어서 키보드 두드릴때 이질감이 ㄷㄷ;;

이것때문에 늦어서 면목이 없습니당ㅠ; 월요일에 병원 가봐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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