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2화 〉 496+ 정령과 영혼 (am7:44분 환연 씬 추가 및 수정)
* * *
한참 백려강의 몸을 가지고 놀던 환인은 환연의 조언에 정신을 차리고 허공에 드러누운 백려강의 보지에서 혀를 뽑았다.
보지 안쪽이 뭔가, 푸딩 같은 게 가득 찬 듯한 감촉이어서 핥는데 너무 심취했던 것 같다.
「하응. 하으윽. 환인 님… 흐윽.」
작게 신음을 흘리며 할딱이는 백려강을 품에 안고 저쪽 지평선과 붙은 하늘로 시선을 주었다.
아직 새까만데 벌써 새벽 5시가 넘었단 건가. 여섯 시 정도 되면 다들 깨어나기 시작하니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나뭇가지 위에서 환인 근처로 내려온 환연이 히죽 웃으며 말한다.
「재미있었나 보네. 걔들한테는 거의 안 해주는 보빨도 해주고.」
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 환연을 힐끔 쳐다본 환인은 정신적인 쾌락에 늘어진 백려강을 살살 흔들어 깨우며 대답했다.
“스펙트로 필리아가 왜 발생했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지.”
「스펙트로 필리아? 그건 뭐야?」
“귀신이나 유령과 관계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도착증이다.”
「흐응. 페어리 필리아 같은 건 없어?」
“…….”
왜? 하고 천연덕스럽게 돌아보는 환연의 반응에 환인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설명해주었다.
“마크로 필리아라는 게 있다. 거인이나 소인에게 똑같이 성적 매력을 느끼지.”
「그렇구나. 환인은 어때? 그런 취향 있어?」
“딱히 혐오도, 애호도 없다만.”
「그럼 내 알몸을 봐도 기분 나쁘지는 않다는 거네?」
환연은 그렇게 말하며 몸에 걸치고 있던 불땃쥐 코트를 벗고 유르파가 만들어준 검은색 차오파이 같은 옷도 벗는다.
속옷까지는 만들기 어려웠는지 가슴은 노브라였지만 팬티는 매우 가느다란 실로 만든 듯한 끈팬티만 입은 모습.
키는 20cm 정도 밖에 안되지만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여성스럽기 짝이 없는 몸매다.
정신적 쾌락에서 깨어난 백려강이 옷을 벗는 환연을 멍하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환연도 환인 님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단어 하나로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바로 전달했지.」
「……?」
이해하지 못하는 백려강의 표정에 에휴, 한숨을 작게 내쉰 환연은 팬티까지 벗어 완전한 알몸이 되어 속내를 조금이지만 내비쳤다.
「난 사람도 아니고 요정도 아니야. 감정은 날 태어나게 해준 환인 덕분에 인간을 기반으로 하는데 내 몸은 요정이거든. 거기다 나는 남자와 여자 양쪽의 감정을 이해해. 안느한테 여자의 마음을 배웠고 환인한테 남자의 마음을 물려받았으니까. 이런 나 자신을 싫어하면서도 좋아하고, 환인을 또 다른 나이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타인이기도 하면서 날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이로 여기고 있어. 나는 나이지만 내가 아니며 환인은 완전한 타인이면서도 또 다른 나이기도 해. 이런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
「…….」
「나도 내가 어떠한 존재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마당에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지. 아, 하나는 말 할 수 있어. 미치기 딱 좋은 상태라는 거.」
「그래서 환연은 환인 님에게 매달리는 거네요. 정신의 안정을 위해서…….」
「응. 만약 아까 환인이 날 기분 나쁘다거나 혐오한다는 기색을 내비쳤으면 아마 둘 중 하나가 벌어졌을 거야.」
미쳐서 날뛰거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잠드는 것처럼 생명을 놓거나.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환인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손바닥으로 받쳐주고 시선을 마주했다.
어떻게 보면 핏빛으로, 어떻게 보면 자주색으로도 보이는 맑은 눈동자 속에 탁한 어둠과 광기가 보인다.
왠지 그 속에 자신이 보이는듯 했지만, 환인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지.”
「……환인이랑 섹스한 여자들, 특히 샤스라하고 닌실은 종의 탈피를 겪었잖아. 나도…… 거기에 기대보고 싶어. 그도 그럴게 여자들보다 내가 먼저 육합등약을 눈치채고 있었단 말이야.」
육합등약, 합일을 통해 더욱 나아간 존재가 된다는 뜻에서 아야빗 영성이 자신의 특성에 붙인 이름이다.
환인은 그녀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라는 걸 눈치채고 물었다.
“너도 영기가 있지만 섹스는 물리적인 의미에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아는데 그래도 거기에 걸어보고 싶어. 혹시 알아? 단순한 접촉으로도 영기를 흡수할 수 있게 될지.」
“음.”
환연이 어떤 심정으로 다가왔는지는 이해했지만, 그게 지금이라야 했나 싶은 환인이었다.
해가 뜰 때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은 백려강을 우선시하려 했으니까.
말을 하려면 시간이 충분하고 주변이 조용하고 안전할 때, 예를 들어 영도에 있을 때 했어야지.
그 심정을 꿰뚫어 본 환연은 손을 살래살래 흔들며 웃었다.
「훼방 놓으려는 건 아냐. 지금 이렇게 마음을 전해주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타이밍을 못 잡을 거 같아서 말한 거뿐이니까. 다시 말해서 지금이 나한테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거야. 옷을 벗은 건 내 알몸을 보고 조금이라도 애호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해서인 거고.」
“조건반사를 의도하는 건가.”
환인이 목적을 간파하자 환연은 헤헤, 몸을 살짝 배배꼬며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들었다.
섹스는 가장 강한 감정과 감각을 느끼는 행위다. 이를테면 절정에 이를 때 그 흥분에 편승하여 환연의 알몸 = 흥분이라는 조건반사가 새겨지길 기대하는 것.
자신에게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지만, 환인은 허락하기에 앞서 백려강에게 먼저 의중을 물었다.
원래 지금은 그녀에게 집중하려 했으니까.
「저는 괜찮아요. 영체 상태라서 그런지 환연의 감정이 조금이지만 공감되기도 하고요.」
기분 나쁜 기색은 전혀 없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환인은 환연에게 방해하지 말고, 망보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백려강과 합체를 시도했다.
옷을 전부 벗을 필요는 없다.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만 내린 뒤 자지를 밖으로 꺼낸다.
그것만으로도 길이는 충분했고, 그 후에는 백려강이 스스로 움직였다.
「환인 님, 이번에는 제가 환인 님께 봉사해드릴게요. 환인 님은 편히 앉아서 제…… 봉사를 만끽해주세요!」
가문에서 결혼을 대비한 방중술을 배웠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동작 자체는 어색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대면좌위로 환인의 자지에 올라탄 백려강이 보지 구멍에 맞추고 천천히 허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절대 작지 않은 귀두를 예쁘게 갈라진 보지가 한차례 꿀렁하더니 빨아먹듯이 삼켰다. 이어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가는 굵은 자지 기둥.
「응으읏…… 환인 님의 것이 안에 들어오고 있어흣…….」
‘시더 때와 비슷하군.’
자지가 그녀의 보지 속으로 사라질수록 바람의 질감을 가진 속살이 자지를 휘감는다.특히 귀두의 갓 아래와 아랫쪽 핏줄 부근이 자극을 많이 받는 느낌.
「하아으, 다 들어왔다……. 환인 님, 제 안은 기분 좋으세요?」
“그래. 신기한 감각이긴 하지만 충분히 기분 좋은 보지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하앙……!」
자신의 보지가 기분 좋다는 이야기에 크게 흥분한 백려강은 천사 같은 날개를 파르르 떨면서 환인의 어깨를 잡고 그의 위에서 방아를 찍기 시작했다.
푸직, 푸슉 푸북, 푸우욱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감촉이 신기하고 그녀의 무게감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자친구들과 섹스를 하는 것하고 크게 다를 바 없다.
환인은시선을 내려그녀의 방아질을 구경하면서 자지가 그녀의 배 안쪽을 휘젓는걸 감상한다.
분명하지 않고 아주 흐릿하지만 자지가 뱃속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흥분이 누적되는 기분.
여기서시선을 올리면 그녀의 동작에 젖가슴이 보기 좋게 출렁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닿은 것을 알아차렸는지 상체를 숙여 그의 입에 젖을 물려주는 백려강.환인은 그녀의 젖을 물면서 그녀가 허리를 8자로 흔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처음 몇 번은 어색하기 그지없더니 금세 능숙하게 허리를 돌리는데 그 수준이 이실리테나 안느, 유르파보다 몇 배는 뛰어난 수준이다.
자지가 그녀의 허리놀림에 따라 이리저리 휘적거리며 그녀의 속살을 헤집으니 가뜩이나 민감한 귀두의 갓이 무차별로 자극받아 사정감이 불쑥 치솟아올랐다.
「응, 읏. 하으으, 환인 님…! 아아아!」
여기에개구리처럼 쪼그려 앉아 자신에게 치부를 훤히 드러낸 채 허리를 들썩이고 8자로 흔들며 쾌감을 안겨주려 노력하는 모습까지.
환인은 눈을 감고 백려강의 젖을 빨면서(아무것도 안나온다) 자지가 그녀의 뱃속에서 마구 문질러지며 쾌감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감각의 정체가 좀 더 명확한 느낌으로 이미지화한다.
물보다 조금 더 비중이 높은, 형태가 없는 꽉 찬 주머니 속을 마구마구 헤집는 감각인가 했지만 조금 다르다.
이어서 떠오르는 것은옛날 과거, 젊은 중들이 성욕을 이기기 어려울 때 조금 데운 두부를 나무 옹이에 채워 넣고 욕구를 해결했다는 이야기.
그게 지금 백려강의 보지와 비슷한 감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인은 아랫배가 쾌감 누적에 의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곤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린 뒤 그 움직임에 호응해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백려강은 그의 호응에 황홀해하는 얼굴로 더욱 열심히 허리를 놀려나갔다.
그녀의 아랫배 근육과 개구리처럼 벌려진 허벅지 안쪽 근육이 움찔거리며 튀는 걸 보고 있으려니 쾌감의 적립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진다.
“으음, 백려강, 곧 나올것 같다.”
「아아, 하아아…! 으응, 환인 님 제 속에 싸주세요읏, 준비하고 있으니까아흐…!」
그녀의 교성과 신음에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지만, 놀랍게도 허리아래 척추가 나뉜 것처럼 그럼에도 방아질과 요분질을 계속하는 백려강이다.
사정감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눈앞이 어질어질해졌을 때, 환연이 알몸으로 가까이 다가와 그의 입매에 쪽, 키스해주었다.
「환이인. 좋아해애….」
얼굴이 발그레해진 것을 보면 꽤 부끄러운 모양.
입가뿐만이 아니다. 콧날과 뺨, 광대뼈, 눈꺼풀, 이마. 마치 마킹하는 것처럼 쪽쪽 키스를 해주다가 살짝 떨어지더니 이실리테나 안느처럼 몸매를 과시하듯 보여준다.
그리곤 다시 다가와 키스를 해주는 반복.
그녀의 노력에 피식 웃은 환인은 요분질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백려강을 힐끔 올려다보고는 환연의 작은 몸을 낚아챘다. 그리고말랑말랑한 가슴이며 배꼽, 허벅지에 입술을 맞추기 시작했다.
새끼 손가락 한마디만한 젖가슴이 입술에 닿으니 말랑말랑한 감촉이 장난 없다. 와중에 조그마한 젖꼭지까지 서서는 입술을 콕콕 찌른다.
「응햣?! 으잇! 무, 뭐하는… 꺄으!」
스읍 냄새를 들이마시니 허벅지 사이에서 묘한 향기도 난다. 조금 달짝지근하면서도 상큼한 초목의 냄새.
“너만 키스하라는 법이 있나.”
「으~! 그건 그런데힛!? 안돼! 그, 그런 곳 핥지 마!」
그녀가 생리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환인은 그녀의 제지를 무시하고 혀를 길게 내밀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길게 핥았다.혓바닥의 좌우로 그녀의 허벅지가 닿는 느낌이 굉장히 좀, 신기하다.
이쑤시개가 겨우 들어갈듯한 작은 보지를 혀 끝으로 살짝 쓸어올리며 보짓살을 펴듯이 살살 문지르자 약간 달콤하면서도 쓴맛이 혀끝에 희미하게 번져나간다.
이건 무슨 맛이지. 약초에 과일을 섞은 듯한 묘한…….
「응햐앗! 앟, 안돼! 가만히 있으란 말이…! 흐이익!」
조금 더 맛을 보기 위해 집중적으로 보지만 핥으니 환연이 자그마한 허벅지로 혀를 꽉 조이고 두 팔로는 인중을 꾹 누르면서 버틴다.
요정의 힘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할 것인가. 환인은 그 힘을 무시하고 아예 그녀의 허벅지를 좌우로 벌리게한 뒤 가랑이 사이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사타구니 전체를 빨고 핥았다.
그게 잠시 이어지자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바닥을 통해 흠칫거리고 움찔거리는 게, 자신의 입술에 올린 손바닥에서 흠칫거리는게 전해져오기 시작했다.
「흐앙! 하, 하지마. 핥지 마, 빨지마아…….」
허리를 활처럼 휜 채 몸을 비틀며 흐느끼는 환연을 보고 있자니 왠지…… 뭔가 몹쓸 짓을 하는 기분이 강하게 밀려든다.
그 순간 혀에 좀 더 진하게 퍼져나가는 조금 쓰면서도 달콤한 맛.
「끄하앙……!」
허리를 활처럼 휘며 고개를 젖힌채 교성과 함께 바르르 떠는 환연. 흐힉, 힉, 신음을 토해내며 벌벌 떠는 것을 보니 빨리면서 절정에 오른듯하다.
그리고 혀를 통해 몸으로 스며드는 자그마한 영기.
자위를 도와주어도 영기를 얻을 수 있는 건가.
생애 첫 절정에 헤으윽, 잠깐 흐느적거린 환연은 자신이 공격받은 것에 분해하며 그의 손을 박차고 날아올라 그의 얼굴에 마구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이~ 나쁜 놈! 가만히 있으랬는데! 음, 으음!」
「하으응. 환인 니임…. 저도 봐주세요오…….」
그에 질세라 백려강도 환인의 자지에 올라탄 채 엉덩이를 내려찍으며 환연이 차지한 얼굴 반대쪽에 흐느적거리며 키스를 이어나간다.
환인이 사정을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왼쪽 뺨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 오른쪽 뺨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쿵쿵 보지로 자지를 내려찍는 백려강의 요분질이 더해져 사정감이 결국 머리끝까지 치솟은 것.
「하아악……!」
힘차게 사정을 시작한 순간 백려강은 뜨거운 것이 뱃속에 퍼져나가는 걸 느끼곤 요분질을 멈춘 채 허리를 움찔거리며 가녀린 신음을 흘렸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그때였다.
백려강의 몸 안과 연결된 자지를 통해 한기가 그의 몸으로 스며드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생전 선명한 모습이 점차 흐려져간다.
색이 점점 연해지고 불투명도가 95%에 가깝던 것이 점차 내려가 반대쪽이 조금씩 보일 정도.
복수의 키스를 퍼붓던 환연도 그걸 목격하곤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는 백려강을 가리키며 소릴 질렀다.
「어?! 환인! 백려강 모습이 흐려지고 있잖아!」
“그래. 보고 있다.”
5초 정도 사정의 쾌감에 어느 정도 후련함을 느낀 환인은 그녀의 보지에서 흘러들어오는 한기만큼 그녀의 골반을 통해 자신의 한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속 흐려져 50%까지 내려갔던 불투명도가 다시금 차오르더니 삽시간에 섹스를 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뚜렷해졌다.
「으응. 환인 님…… 하아아…….」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는 것도 멈추고 오싹오싹, 눈을 감은 채 어깨를 떨며 나지막이 신음을 흘리는 백려강.
「야. 백려강, 몸 괜찮아? 정신 멀쩡해?」
「네네. 저 멀쩡해요. 하으, 잠깐 성불하나 했었는데…… 으음, 환인 님께 제 한기를 드렸을 때보다 몸이랑 감각이 더 선명해진 느낌이에요…….」
“기억은 어떻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 기억나나.”
「네.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나요.」
그러더니 확인해보라는 것처럼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웨이포드에서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요약해 전부 이야기하는 백려강.
한기가 교체되었을 때 기억의 소실이나 인성, 이성의 마모가 있지 않을까 우려했던 환인은 그 우려가 기우로 끝난 것에 속으로 안도했다.
귀접 후의 시더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그래도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던 것.
게다가 시더와 교접했을 때나 들개 전사단의 악령들에게 한기를 흡수했을 때하곤 다르게 몸 안에 한기가 부담스럽게 차오른 느낌도 없다.
자신의 허용량과 한계량도 그때와 다르게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환인이 안도한 것처럼 환연도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가 응? 하고 입을 열었다.
「근데 정액 다 어디 갔어? 바닥에 쏟아지지도 않았는데.」
「그, 그러게요? 아까 분명 제 몸안에 사정하셨는데…….」
환연이 그와 백려강의 결합부를 살피고 땅바닥도 둘러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자 백려강도 고개를 기울이며 땅을 살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체 안에 사정하면 정액이 모두 영체에 스며들더군.”
시더 때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걸 보면 영기와 원기를 받아 반 실체화한 영체에는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던 환인은 환연의 매우 실망한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네가 실망하는 거지.”
「왜긴! 한 번 먹어보려고 했으니까 그렇지!」
환연의 당돌한 외침에 부끄러워진 것은 백려강이었고 황당해진 것은 환인이었다.
“그걸 네가 왜 먹는다는 거냐.”
「육합등약에 정액의 효능도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 백려강, 끝났으면 일어나봐.」
「네? 네에.」
백려강이 뱃속에 품고 있던 환인의 자지를 뽑아내자 환연은 더욱 실망했다.
자기 키보다 족히 수 센티미터는 더 큰 자지는 귀두에서 뿌리까지 젖은 곳 없이 깨끗했던 것.
환연이 크게 낙담하자 백려강은 그걸 자기 책임이라 느끼고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
「저, 환연?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기회는 다음에 또 있을 테니까요.」
「다음 누구? 유르파나 이실리테나 안느랑 할 때? 그땐 걔들 물까지 뒤집어쓰게 되잖아! 환인 정액이랑 걔들 애액이 뒤섞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아! 그러면 환연이 기교를 배워서 환인 님께 봉사해드려도 되겠네요!」
「…기교?」
「네. 제가 배운 방중술 중에는 온몸을 쓰는 것도 있으니까 그걸 환연이 쓸 수 있게 개량해서 가르쳐드릴게요!」
“…….”
지금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걸까.
솔깃해하는 환연과 그 반응에 기뻐하며 자신의 방중술 지식을 자랑하는 백려강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진한 현자 타임이 밀려온다.
쏴아아아아—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지만, 어두컴컴한 하늘은 어느새 짙은 회색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주변 사위도 어느 정도 밝아진 상태.
환인은 잠시 비 내리는 벌판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차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옷부터 입어라.”
그녀들이 벗은 옷을 돌려주며 이야기를 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