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478화 (478/813)

〈 478화 〉 472 소녀의 안에 들어온 것이……응으읏♡♡

* * *

백려강은 이엘카타와 영사 교육기관에 남았다.

며칠 기록실에서 지내며 생긴 영도와 영혼사 사이의 의문이 생긴 백려강이었는데 샤페=메이로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 그녀와 질답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

그리고 환인은 영사교육기관을 나와서 대성녀와 함께 필령궁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였다면 대성녀의 홈그라운드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대성녀가 직접 ‘더 이상 영도의 수장 자리를 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성가시고 귀찮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지.

종류에 따라서 대성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녀에게 빚을 남겨두거나, 조금이라면 빚을 져서 그녀와 인간관계를 조금 더 긴밀하게 할 의향도 있다.

아무런 연결점이 없는 생판 남보다는 관계성이 유의미해질 테니까.

그랬기에 환인은 가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대성녀이신데 이렇게 혼자 걸어 다니시는 겁니까.”

《영도는 그렇게 넓지 않소. 걸어서 1시간 정도면 끝에서 끝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이러한 곳에서 마차를 이용할 까닭은 없지 않나 싶은 게 소녀의 생각이오.》

아름답다기보다는 귀엽다고 할 조그마한 체구로 타박타박 걷는 대성녀.

확실히 대성녀의 아우라는 그 존재감부터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영도 거주자이면서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영도의 방어 구조는 외부의 침입과 공격에 거의 완벽한 수준.

안전이 확실한 만큼 본인의 업무량이 적다면 산책 겸 돌아다니는 것도 건강에 좋겠지. 원래 신수인 그녀에게 그런 건강의 문제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쪽은 그러려니 하고 넘긴 환인은 본격적으로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영도에는 일곱 분의 영성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이곳에는 영혼 하늘 고래가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

《영성경이 영성의 근처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진 것은 뜬소문이오. 그 고상하고 고결하며 고아한 생물은 자애신님의 수족, 우리와 뜻하는 바가 비슷하기에 극히 드물게 마주칠 뿐이지.》

“…….”

《영성경은 주변의 모든 혼을 끌고 영혼의 안개 계곡으로 데려가 버리지. 거기에는 계약을 맺은 혼옥도 포함되어있소. 영성경과 조우하는 것 자체가 우리 영성들에게는 난감한 일인데 우리가 가는 길에 영성경이 계속 나타난다면 심히 곤란한 일이 아니겠소.》

그렇다면 파르히스트로 가는 길에서 만났던 것과 로탄 산지에서 마주쳤던 것은 단순히 우연이었다는 건가.

르아웬과 당시 나눴던 통신에서 크라버리와 파르히스트가 초원에서 맞붙어 몇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들었다.

대규모로 발생한 영혼을 이끌기 위해 영성경이 나타났다는 가설은 환인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곳과 로탄 산지는 직선으로 천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그만한 거리를 건너뛰어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걸까. 게다가 하늘 고래의 시선은 분명 자신을 향했는데…….

《성자님?》

무슨 일인가하고 궁금해하는 시선에 환인은 간단히 영혼 하늘 고래와 두 번 마주쳤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으음. 영혼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관심을 주지 않는 영성경이 관심을 표시했다니……. 점점 성자님이 유일 직업이란 사실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오.》

“그 유일 직업이라는 정의는 단순히 매우 드물고 희귀한 직업을 뜻하는 겁니까, 아니면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대로에서 벗어나 필령궁으로 가는 사잇길로 들어서며 대성녀가 생각이 깊은 얼굴로 대답한다.

《오래전에는 역사상 한 번만 등장했던 직업을 유일 직업이라고 불렀소. 심연의 기사, 기술가, 검은 수호자, 용전사, 은빛의 수호자, 광기의 지시자…….》

그녀의 입에서 족히 스물이 넘는 직업명이 흘러나온다. 개중에는 문장형 직업명도 적지 않다.

《한 번만 등장하면 유일 직업. 두 번 이상 등장하면 희귀 직업으로 분류하는 식이었던 거요. 그게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유일 직업은 신님의 가호를 받는 직업을 가리키오.》

“……신.”

《성자님은 카락스의 암살자에 대해 알고 있으시오?》

환인의 기억 상자 속에서 한 장면이 튀어나왔다. 안느와 막 합류해 감옥 미궁을 돌파할 적, 독 연기 구슬을 집어 던지는 자들의 습격이 한 번 있었다.

그때 안느가 꺼낸 이름이 카락스의 암살자. 그러나 그들은 보통의 미궁 습격 살해범이었고, 당시에는 암살 집단의 이름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시대에 카락스의 암살자는 암살 집단의 이름이지만, 당시에는 직업의 이름이었지.》

“그 직업이 신의 가호를 받은 직업이라는 겁니까.”

《그렇소. 짐승신님의 가호가 내려진 직업으로, 카락스 출신의 암살자여서 카락스의 암살자라고 다소 없어 보이는 이름이 붙었으나 당시에는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는 이었소.》

“짐승신님의 가호를 받았다고 알려졌다면 그 효과도 남아있겠습니다.”

《그는 인표족이었지만 수인화를 하면 눈부시게 하얀 늑대로 변신했소. 크기도 작은 산만큼이나 커질 수 있었고 개미만큼이나 작아질 수 있었으며 빛과 어둠에 동화될 수도 있었다고 전해지오.》

무엇보다 수인화의 시간 제약이 없었고 속도 또한 시속 300km에 가까울 정도에 날붙이가 통하지 않는 몸이어서, 아무리 많은 적이 모여들고 강한 적이 나타나도 삽시간에 사라지거나 산처럼 거대해져서 적과 싸웠다고.

“…굉장하군요.”

크기의 자유자재 조절부터가 물리 법칙을 완전히 벗어난 능력이다. 그 활용 방법은 얼마나 무궁무진할 것인가.

게다가 짐승신은 머리가 구름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흰 늑대라고 들었다. 그랬는데 표범족 남자가 하얀 늑대로 변신한다니.

짐승신의 가호라고 할법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환인이 말을 하다 말았지만, 대성녀는 그의 뒷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성자님의 영혼과 관계된 능력, 그것은 영혼사와 성자, 새벽의 빛을 총망라한 능력이오. 자애신님의 가호라 하여도 무방하지 않겠소?》

“…….”

《그래서 성자님의 능력을 좀 더 확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오.》

“만약 그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큰 파장이 일겠군요.”

대성녀는 싱긋 웃어만 주었을 뿐, 대답은 주지 않았다.

《이쪽이오.》

필령궁으로 들어온 환인은 대성녀실로 들어갈 거란 예상과 다르게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복도를 지나자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은 사라지고 천장에 일정 간격으로 붙어있는 발광석이 광량의 전부가 되었다.

‘산 안쪽으로 들어온 건가.’

필령궁 자체가 영도의 가장 안쪽, 공동의 벽에 붙어있었다. 안으로 들어간다면 산속으로 파고 들어갈 수도 있는 일.

필령궁으로 들어온 뒤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대성녀가 입을 열었다.

《성자님께서는 아우라의 발현이 어떠한 이유로 이루어지는지 알고 있으시오?》

아지에라에게 아우라 은폐 목걸이에 대해서 보고 받았나 보군.

“제 영혼 기사인 유르파가 그에 대한 원리 일부를 규명해냈습니다. 덕분에 약간이지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아우라는 신님들의 총애를 받는 피조물, 사람이 위상력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이오.》

“사람만이 아우라가 발생한다는 겁니까.”

《그렇소. 사람이 아닌 존재가 아우라와 비슷한 것을 두르는 일이 있지만, 그것은 아우라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 휘광이라 하는 쪽이 알맞을 것이오.》

초승달 산의 칼날 멧돼지와 몇몇 인간형 괴물들이 몸에 두르고 있던 건 아우라가 아니었나.

《성자님의 아우라 무발현은 그런 위상력의 축복이 몸에 닿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오.》

이어지는 설명은 유르파와 대화에서 대부분 파악한 것이었다.

결국 지금 가는 곳에서 자신의 위상류를 어느 한 곳에 몰아놓아 아우라의 발현을 끌어내겠다는 이야기.

환인은 대성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의 안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환연을 톡톡 건드려 신호를 주었고, 안주머니 속에서도 가슴을 톡톡 건드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수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으면 도와주겠다는 신호다.

조금 더 걷자 계단이 나타난다. 이곳까지 외길로만 100m를 넘게 들어왔다. 대체 어디까지 들어가는 것일까.

계단을 내려가자 벽과 천장이 암석 동굴의 그것으로 변했다. 날것의 그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연마가 들어간 동굴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앞이 넓어지며 배구장 넓이의 작은 공동이 나타났다.

《도착하였소.》

“…….”

환인은 말없이 공동을 둘러보았다.

인공적인 조명은 단 하나도 없지만, 공동의 절반을 차지하는 투명한 물웅덩이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오며 주변을 물들인다.

작은 석주들과 동굴벽의 요철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니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영혼 시야를 열어 주변을 훑었지만 작은 곤충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의 색은 우유처럼 보일 만큼 진한 유백색을 띠고 있다.

“범상치 않은 장소군요.”

《역대 대성자, 대성녀에게 주어지는 현월의 방이오. 모든 더러움을 씻겨내는 정화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상서로운 물이 무한히 생겨나는 곳일 뿐이지.》

“확실히…….”

환인은 이때까지 저만큼 유백색을 띤 물질을 본 적이 없었다.

유르파가 회복제를 만들며 사용하는 약초도, 그런 약초로 만들어낸 상급 회복제도 저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나에 금화 수십 닢씩 하는 최상급 회복제라면 저만한 농도이지 않을까.

저만한 성분의 물이라면 상서롭다고 할 수도 있겠지.

“……?”

생각하던 환인은 대성녀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는 모습에 의문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옛날 과거, 신부나 내명부들이 입던 예복인 원삼??을 간소화한 듯한 베이지색 겉옷을 벗고 속에 입고 있던 투피스 형태의 적삼과 저고리를 벗으니 어린 외모와 다르게 여성의 굴곡이 확연한 나신이 드러난다.

사라락­

머리를 틀어 올려 고정하고 있던 비녀를 뽑자 밀밭을 생각나게 하는 풍성한 금발이 사라락 흘러내리며 허벅지까지 가렸다.

…왜 갑자기?

환인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의 알몸을 응시하는 모습에 대성녀는 부끄러움을 배우지 못한 것처럼 가리는 것 없이 후훗, 웃는다.

《성자님 같은 분은 처음 보오.》

“눈앞에 시선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여체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원래 환인은 성에 대해 비교적 담백한 편이었다. 주면 먹지만 없으면 안 먹을 뿐,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지 않는 수준.

그랬는데 여자친구들을 얻게 된 이후 성적으로 매우 농도 짙은 여행을 보냈다.

거기에 더해 니오네브레스의 여성들은 다들 미녀들 뿐이니, 환인에게 여자의 몸은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것이라는 공식이 생겨난 상태.

《아니, 그게 아니오. 소녀의 이 몸은 만들어낸 가짜, 본신은 신수 기린의 린일지니. 이런 가짜의 몸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자님이 이해되지 않다고 하는 것이오.》

조막만한 손을 올려 한 손에 다 잡히지 않는 젖무덤을 주무르니 하얀 찹쌀떡처럼 희고 부드러운 유방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분홍색 유두가 춤을 추듯 흔들린다.

환인은 그 소감에 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분홍색 유실을 살짝 건드리며 가슴을 쥐었다.

《……?》

갑자기 사내의 손에 가슴이 잡힌 대성녀는 어깨를 움찔하면서 의문과 약간의 혼란, 당황이 섞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어진 환인의 행동에 대성녀는 당황해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한쪽 가슴이 잡힌 채 목덜미를 핥아지고 엉덩이와 옆구리를 쓰다듬 당하는 감각.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감각의 전달에 몸이 절로 움찔거린다.

“가짜 몸이라 하시면서 감각은 인간과 똑같으시군요.”

《그, 그야…… 오감은 실생활에 필요한… 으긋?!》

“왜 허리를 빼십니까. 가짜 몸이니 몸 어디에 손이 닿아도 문제 될 게 없지 않습니까.”

대성녀는 비부에 닿는 손가락의 감촉에 부르르 떨면서 대답했다.

《가, 가짜지만 감각은 전해지니 곤란한…… 흐얏!?》

“그러면 감각을 끊으면 되는 게 아닌지.”

《그런, 그런 건 불가능하오! 그, 그만… 으앙.》

음부의 골짜기를 톡톡 건드리는 남자의 굵은 손가락. 유두를 살살 꼬집으며 유방을 주무르는 남자의 손길, 목덜미를 핥고 귓속을 건드리는 남자의 혀와 숨결.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어 감각을 희롱하는 남자의 손길에 바들거리던 대성녀는 환인이 떨어지고 나서야 털썩, 벗은 옷 위로 주저앉으며 할딱였다.

환인은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말재간이 없어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겉모습이 바뀌었다고 하여도 본질이 그대로라면 그건 변함이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사람의 모습을 했다 하여도 속은 기린인 닌실 아나그이니 그 사람 모습 또한 닌실이라는 여자인 것이지요.”

《……그러면 소녀가 기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도 소녀였을 적처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는 것이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저에게는 닌실=아나그 대성녀입니다. 물론 사람일 때와 기린일 떼 스킨십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손을 뻗어오는 환인에게서 재빨리 도망친 대성녀는 공동의 연못 가장자리에서 진심으로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샤페 영성의 응접실에서 소녀에게 귀엽다 했을 때 눈치채야 했거늘. 성자님은 보통이 아닌 이상 성벽을 지니셨구려.》

“이상하다기보다는 포용력이 넓다고 해주시겠습니까.”

《므으…….》

한치 흔들림 없이 담담한 환인의 반응에 대성녀는 조금 불만인 듯 입술이 얇아질 정도로 입을 꽉 다문다.

“그래서, 저를 이곳에 데려오신 이유는 위상력과 아우라 때문인듯한데 맞습니까.”

자신은 이토록 당황하고 허둥거렸는데…….

환인의 시종일 느긋한 태도에 조금 부아가 치민 대성녀는 깡충 뛰어 풍덩, 윗배까지 올라오는 연못으로 들어가 수면을 손바닥으로 팡팡 때렸다.

《맞소! 아우라 미발현의 이유는 위상류 체질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지! 비록 위상류는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 정도로 세간의 인식이 박혀있으나!》

“그 연못 속에서는 위상류가 억눌러지며 아우라를 확인할 수 있게 되나 보군요.”

《……비슷하지만 단순히 정수 속에 있는다 하여 아우라가 드러나지는 않소. 소녀의 비술이 더해져야 하지.》

“아우라가 드러난다고 유일 직업이라 확신할 수 있습니까.”

《소녀의 머릿속에는 이백여든여덟 가지의 아우라가 모두 담겨 있…… 오, 옷은 벗고 들어오시오!》

그렇지 않아도 벗으려고 했는데.

뚜벅거리며 연못 가장자리로 다가가던 환인은 그 나이대 소녀처럼 뚱한 대성녀의 표정에 후, 웃어주고 영혼불길 로브부터 차례대로 벗는다.

벗으면서 대성녀의 반응을 확인했지만, 그녀가 신수 기린 종족이라는 건 맞는지 자신의 몸에도 눈에 띄는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놀린 환인에 대한 약간의 노여움, 투정과 비슷한 감정이 드러나 있을 뿐.

촤아악­

자신의 허리께 높이 정도 되는 수심의 연못으로 들어가자 뚱한 얼굴의 대성녀가 말세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다음 대의 대성자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가 이런 가짜의 몸에 흥분하는 이상 성벽의 변태였다니.》

“그렇게 매도하면 저로서는 조금 억울하군요.”

《뭐가 억울하다는 것이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변태라는 말을 들을 이유는 아니지 않습니까.”

싱글싱글 웃는 환인의 얼굴이 못마땅한 대성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흔들었다.

《예술품을 보고 감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소.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과 감상은 지성을 가진 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 감정이니까. 하지만!》

환인이 입을 여는 것을 본 대성녀는 저대로 말하게 두면 자신도 그의 궤변에 휘말릴 것 같아 큰 목소리로 막았다.

《예술품을 성적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않소!》

“왜 없습니까.”

《……에?》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 예술을 보고도 흥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외설을 보고도 감동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술을 그렸지만 외설로 치부당할 수 있고 외설을 그렸으나 예술처럼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걸 누가 이상하다고 정해놓았습니까. 그 이상하다는 것에 정확한 객관이 있습니까? 예술과 외설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겁니까?”

《그, 그건…….》

“그 몸이 가짜라는 것도 당신만의 주장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

저 말에 반박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반대를 위한 반대다.

정반합이라는 말처럼 발전을 위한 선순환을 목표로 정?에 대한 반反의 주장을 펼쳐야지, 지금 자신이 입을 연다면 그저 상대를 부정하기 위한 말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담담한 눈빛의 환인과 생각이 많아지는 데다 못마땅한 감정에 휩싸여있던 대성녀의 시선이 한동안 말없이 오간다.

환인은 계획대로 되었다는 생각에 이쯤 해서 슬쩍 한 발을 뺐다. 물론 대성녀가 먼저 사과하려는 기색을 읽었기 때문이다.

“미안합니다.”

《미…… 어?》

“아까도 말했다시피 대성녀님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대성녀는 멍하니 자신의 손을 잡고 등에 키스해주는 환인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의 말에서 틀린 것은 없다.

사람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다. 그의 말과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술과 외설을 가르는 기준?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않나.

이 몸이 가짜라는 것도 자기 생각일 뿐. 다른 사람들은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자신을 대성녀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그가 먼저 사과하는 걸까. 사과는 자신이 해야 할 텐데.

“그럼 대성녀님이 말씀하신 그 확신을 시도해보도록 할까요.”

《…아. 그리하겠소. 이, 이쪽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럽지만, 몸은 익숙하게 움직여 그의 손을 잡고 연못의 중심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감싸 쥐고 이마를 맞대려던 대성녀는 그제서야 자신과 그의 키 차이를 인지했다.

《키, 키가…….》

비술을 실행하기에 키 차이가 너무 난다. 그렇다고 자신이 몸을 띄워서는 안 된다. 둘 다 몸이 절반은 현월의 못 속에 잠겨있어야 하니까.

어쩌지.

……하고 있으니 성자가 무릎으로 서서 자신과 키를 맞추어준다.

“이러면 되겠습니까.”

자신과 눈높이가 같아진 환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음속에 이상한 기분이 자리 잡는 것을 느꼈지만, 대성녀는 그 기분을 외면하며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뒤 눈을 감고 몸을 포개듯이 바짝 붙였다.

그리고 능숙하게 비문을 외워 술법을 발동시켜나간다.

《— ­ — — ­ ­.》

비술이 완성되어갈수록 얼굴이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다 서로의 이마가 붙은 순간.

“…….”

환인은 언제나 자신의 몸을 뒤덮고 있던 위상류가, 무기에 위상류를 늘여 뒤덮는 기술을 터득한 뒤 한 곳에 위상류를 몰아넣더라도 다른 부분이 얇아질지언정 절대 사라지지 않던 위상류가.

‘심장에 모두 모였다.’

심장을 감싸듯이 다소곳하게 모이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 위상류를 옅게 만드는 것과 손에 든 물건에 덧씌우는 것 정도만 생각했지, 몸 안으로 모으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눈을 감고 그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집중한 환인은 삼투압 현상을 자신의 몸으로 체감했다.

‘이게 위상력인가.’

위상류가 몸 안으로 들어올수록 그 빈자리를 차갑고 시원하지만, 형태가 없는 무언가가 들어와 채우기 시작했다.

그 감각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설레면서도 흥분되는 것이었다.

여자친구들과 섹스하는 것에 비견될 정도의 고양감.

그 때문일까.

《아야.》

환인의 성기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하게 팽창해 배에 닿을 정도로 바짝 일어섰고, 우연이 겹치고 겹쳐 환인과 몸을 포개듯이 붙어있던 대성녀의 작고 가녀린 골짜기를 깊게 찔러버렸다.

《흐윽, 이게 무슨…….》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위상력의 감각.

아플 정도로 발기해버린 성기가 비좁고 뜨거운 곳에 파고든 감각.

귀를 찌르는 대성녀의 아픔을 호소하는 가녀린 목소리.

그 탓에 서로 맞붙어있던 이마가 떨어져 나갔고 환인은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고통에 살짝 찡그려진 대성녀의 금빛 소녀 얼굴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자신의 성기가 대성녀의 성기와 결합한 것을 확인했고 마지막으로…….

“……이게.”

《하윽, 이 이거 뭔데 자꾸 커지는…… 아앗!》

딱딱한 막대기에 찔린 대성녀의 가냘픈 몸뚱이가 지지대에 들리는 것처럼 번쩍 들어올려진다.

환인은 그런 대성녀의 작은 몸뚱이를 두 팔로 감싼 다음 자신의 몸을 뒤덮은 아우라를 확인했다.

얇디얇아 건너편이 훤히 비치는 황금빛 베일을 서너 겹 뒤집어쓴 형태.

금가루가 주변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황금색 빛 입자가 주변을 물들이는 가운데, 자신이 무엇에 찔린 줄도 모르고 그저 파과의 고통에 얼굴을 찡그린 대성녀가 몸을 꼼질거리다 환인의 아우라 베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으윽, 그…렇소. 이게 성자님의 아우라요. 역시나 처음 보는 아우라군. 성자님은 유일 직업인게 틀림없소.》

“음…….”

환인은 잠시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베일을 바라보다가 엉겁결에 성기끼리 결합하여 자신에게 답삭 안겨있는 대성녀의 소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짙은 황금색 속눈썹과 얇고 가지런하면서도 선명한 눈썹. 파과의 고통 때문인지 눈매에 살짝 매달린 작은 눈물 한 방울.

환인은 그녀의 뱃속 깊은 곳의 감촉을 그곳을 통해 전달받으며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허리를 감싸 안았다.

《성자님……?》

“이것은 전부 대성녀님이 무지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게 무슨 말……. 앗, 설마 소녀의 안에 들어온 것이…… 응으읏♡♡!》

뒤늦게 지금 상황을 눈치챈 대성녀는 푸욱, 뱃속으로 더 깊게 들어오는 막대기의 감각에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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