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2화 〉 466+ 전견시???
* * *
※19금 씬을 스킵하고 싶으신 분은 3/5정도 부터 보시면 됩니다.※
이엘카타는 필령궁에서 입고 있던 한복과 기모노를 섞은 듯한 복장이 아니라 외출용인 회색 로브를 입고 왔는데, 보통의 로브보다 조금 더 슬림해서 머메이드 드레스처럼 몸매가 잘 드러나는 차림이었다.
로브 안에 겹쳐 입은 옷도 얇은 편인지 로브 위로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면 그 몽실몽실한 촉감과 따스한 체온이 가감 없이 전달된다.
그래서 환인은 옷도 벗기지 않고 그녀의 목이며 귀를 잘근잘근 물면서 가슴을 주무르고 엉덩이를 쥐며 가벼운 애무를 이어가는데.
=…~~.=
이엘카타는 그것만으로도 흥분과 성감이 대책 없이 밀려오는지 하얀 얼굴을 복숭아색으로 물들인 채 애써 얼굴을 가리며 가쁜 숨을 흘려댔다.
하지만 역시 맨살을 만지는 것만큼은 좋지 않다.
“이엘카타.”
그녀의 등으로 두 손을 넣어 목 뒤의 로브 끈매듭을 잡고 부르자 이엘카타도 눈치껏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으며 안겨든다.
유르파가 만든 여러 종류의 로브를 견식한 덕분에 로브를 벗기는 법은 익숙한 환인이다.
삽시간에 목, 견갑, 등 어림의 네 개 매듭을 풀고 로브를 훌렁 벗겨버린 환인은 그녀의 속차림에 약간 만족스러운 눈빛을 냈다.
슬립 같은 진주색 실크 소재 윗옷에 브래지어는 아예 없어 발기한 젖꼭지가 옷을 밀어 올리는 데다, 로브를 벗기며 반쯤 밀려 올라간 탓에 순백의 끈팬티가 훤히 드러난 모습.
남자의 습성 때문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이 그 두 군데였던 거지, 다른 부분이 못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슴은 꽉 찬 A컵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몸매가 그야말로 보기 좋은 슬렌더의 표본 그 자체여서 오히려 더욱 조화로운 느낌이다.
안느도 플뢰 종족 특성인지 슬렌더 체형이지만 키가 크다 보니 D컵에 이르는 젖가슴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엘카타는 다르다. 이 몸매에 D컵 정도 되는 가슴이 붙어있다면 오히려 위화감이 심했을 테지.
가냘픈 신형과 슬립에 끈팬티. 침대 위에 흩어진 금발과 부끄러움으로 발갛게 물든 얼굴.
부끄러워하며 이쪽을 힐끔거리는 이엘카타에게 환인은 가감 없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아름답군요.”
=……!=
새삼 부끄러움이 밀려온 이엘카타는 옆에 뭉쳐진 로브를 가져와 얼굴을 가렸다. 그러다 팔을 버둥거려 겨우 회화 판을 잡은 이엘카타는 반쯤 휘갈겨 글을 쓴 뒤 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감춘다.
[가슴이 작아서 죄송해요.]
[연인 분들은 다들 가슴이 컸는데.]
“저는 가슴 크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진심이다. 환인은 가슴의 크기보다는 모양과 비율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엘카타는 점수가 매우 높다.
환인은 안도한 듯 회화 판을 살짝 내려 눈만 드러내며 자신을 보는 그녀의 모습에 작게 웃었다.
그리고 어깨끈이 흘러내려 유려한 곡선을 드러낸 그녀의 쇄골을 살짝 물었다.
=…~~!=
슬립 아래로 손을 넣어 가슴을 쥐자 꽉 차는 A컵이 손에 만족감을 채워준다.
젖무덤을 주무르며 손가락 사이에 딱딱해진 젖꼭지를 끼워 살짝 조이니 허리를 꺾으며 움찔거리는 이엘카타.
환인은 그런 반응을 즐기며 그녀의 약점이자 성감대인 귀와 목덜미를 열심히 애무했다.
그녀의 속살은 무척이나 좁고 짧다. 충분히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10분 정도 그녀의 몸 곳곳을 어루만지며 애무하던 환인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얇은 팬티 위로 드러나는 대음순의 윤곽과 클리토리스의 흔적을 어루만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좌우로 벌어지는 가냘픈 허벅지. 축축하게 젖은 팬티가 그의 손을 맞이한다.
처음 할 때도 어렵지 않게 보지가 샘물로 흠뻑 젖은 이엘카타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팬티가 흠뻑 젖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까.
애액으로 미끌미끌한 팬티 위로 잠시 보지의 윤곽을 더듬던 환인은 더한 만족을 위해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충혈되어서 통통해진 보짓살을 문지르다가…….
=……!=
중지를 세워 보지에 밀어 넣었다. 그녀의 애액이 묻은 중지가 미끄덩하고 그녀의 뱃속으로 사라진다.
그러자 꽉 하고 조여들며 중지를 꼭꼭 물어대는 이엘카타의 보지.
피아 구분을 못 하고 들어온 걸 모두 조여대는 느낌이다.
시선을 위로 올리니 이엘카타가 목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손으로 입을 막고 귀엽게 찡그린 얼굴로 부들부들 떠는 상태. 그걸 보며 중지로 야하게 얽혀오는 보지 속살을 헤집다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보지가 여전히 좁군요.”
=~~….=
부끄러운 이야기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수많은 미래 예지에서 가끔 보았던 잠자리, 미래의 자신이 부끄러워하고 창피해하는 것을 보려고 일부러 짓궂은 말을 하곤 하던 그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 경험을 하고 있다는 믿지 못할 현실감에 하읏…… 뜨거운 한숨을 내쉰 이엘카타는 다시 회화 판을 들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끄러운 곳에 들어와 있는 님의 손가락이 더욱 격정적으로 움직이고, 이엘카타 또한 그 손가락에 감각이 집중되는 걸 느끼며 겨우겨우 문장을 마무리 지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제 안쪽이 마음에 드시나요?]
“귀엽고 사랑스럽군요.”
‘제가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걸까요? 아니면 제 보…지가…….’
그녀의 생각을 끊은 것은 보지가 좀 더 벌려지며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오는 감각이었다.
흠칫!
남자의 굵은 손가락이 보지 안쪽을 벌리고 벽을 긁는 느낌에 아랫배에서 용암처럼 뜨거운 열기가 치솟아 올라 몸 안을 불태운다.
마치 자신의 몸 안에는 보지와 그의 손가락 두 개, 그리고 불타는 용암밖에 남지 않은 느낌.
찹찹찹찹찹…….
그의 손이 갈고리처럼 속살을 빠르게 긁어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클리토리스까지 꽉꽉 짓밟히니 이엘카타는 몸속에서 연이어 터지는 자극의 폭발에 더 참지 못하고 머리를 뒤로 젖히며 뜨거운 분수를 내뿜었다.
푸슈우웃 퓨퓨퓻—
=……하악, 하악!=
허리를 들썩이며 수차례 분수를 내뿜은 이엘카타는 몸 안을 크게 휘감고 나간 쾌감에 거친 숨을 토해내며 바르르 떨었다.
눈앞이 핑 돌 정도로 기분 좋은 느낌.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방금 그것으로 용암 같은 뜨거운 열기가 조금 분출되었지만, 몸속을 태우는 불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이 불을 빨리 끄지 않으면 큰일 날 거 같아.
한 번의 절정으로 온몸이 땀에 촉촉하게 젖은 이엘카타는 글썽이는 눈으로 환인을 애절하게 바라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그의 질문이었다.
“이엘카타. 만약 관계 도중에 당신이 말을 내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목소리를 내게 되면? 그러면 안 되는데…….
[300일의 금언 수행이 수포가 되어요.]
[금언 수행의 목적은 예지의 힘과 정확도의 상승.]
[목표는 1,000일 금언이에요.]
글을 적으면서도 이엘카타는 걱정했다. 어떡하지. 아까 같은 느낌이 또 밀려오면 못 참을 거 같은데…….
성행위를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그녀의 머릿속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뿐.
=읍?!=
그 순간 이엘카타는 자신의 입에 꾸역꾸역 밀려오는 젖은 천을 느끼고 당혹감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내 팬티?
턱이 빠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입안을 가득 채우는 팬티에 당혹해하는 것도 잠시, 이엘카타는 그의 재미있어하는 얼굴과 그의 손에 들린 기다란 수건을 보았다가, 그것으로 자신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동에 살짝 울상을 지었다.
=우읍.=
“됐습니다. 이러면 말을 하고 싶어도 못 하겠지요.”
……아?
“흠. 재갈을 물었는데 두 팔이 자유로운 것도 이상하고…….”
잠시 후, 또 다른 수건에 손목이 묶인 채 침대 기둥에 고정된 이엘카타는 자신의 손목을 묶고 있는 수건을 잠깐 바라보곤 곤란한 듯이 눈꼬리를 늘어트렸다.
제 님은 장난꾸러기시네요…….
하지만 만족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을 본 순간 작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흡사 개구쟁이 같지 않은가. 다 큰 남자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걸까 생각하던 이엘카타는 환인이 탈의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처,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커진 거 같은데요……?
찰싹, 찰싹.
이엘카타는 사모하는 님의 고기 방망이가 자신의 둔덕을 내려칠 때마다 움찔움찔하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걸 자신의 그곳으로 멀쩡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처음 할 때도 배 속이 꽉 차서 숨을 못 쉴 정도였는데 더 커진 거 같은 지금은…….
‘찢어질지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찢어지는 일이 없도록 당신의 귀여운 보지를 잘 풀어놨으니까요.”
=우으읍…!=
그런 부끄러운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억눌린 호흡뿐.
=헉읍…!?=
이엘카타는 환인이 자신의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정수리에서부터 자궁까지 벼락이 통과하는 걸 느꼈다.
남자의 튼튼하고 단단하고 무거운 몸이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
타인의 체온이 몸 전체에 쏟아지는 느낌.
이어서 뜨거운 고기 몽둥이가 천천히 자신의 보지를 있는 대로 벌리면서 들어오는 감각에 이엘카타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신체의 모든 감각이 보지와 자지에 모인 것처럼 이엘카타의 머릿속에는 보지를 꿰뚫으며 들어오는 자지의 감각밖에 없었다.
아플 정도로 묵직하게 속을 채우는 이 느낌. 첫날밤을 잊지 못해 때때로 꿈에서까지 보았던 이 감각.
=읍…….=
처음 2인치 정도가 가장 길었다. 그리고 그 지점을 지났을 때.
쑤우욱
=끄흡…!=
창으로 찌르는 것처럼 단숨에 자궁 입구까지 들어왔다.
질벽을 주우욱 훑으며 끝까지 들어온 자지에 허벅지가 제멋대로 떨리고 발가락에 힘이 절로 들어가 오그라든다.
쯔으…걱, 찌걱… 쯔걱…….
이엘카타는 자신의 그곳을 사랑하는 님의 자지가 끝까지 훑으며 들어왔다 나가는 감각에 점차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보지가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확장하며 진입과 후퇴를 반복하는 그 자지는, 들어올 때면 내장을 모두 밀어 올려 심장이 아플 정도였고 나갈 때는 내장을 모두 끌고 나가는 느낌에 뱃속이 허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몇 차례 왕복이 이어졌을 때 이엘카타는 숨이 가빠지고 눈앞이 하얗게 변해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흐느적거리며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움직였다.
파직파직, 머릿속과 보지에서 번갯불이 튀는 듯한 쾌감과 자극이 먼 곳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아련해진다.
흡사 육체의 감각이 필터로 한차례 걸러져 흐릿하게 전달되는듯한 기묘한 느낌.
그 감각이 이어지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머릿속이 새까맣게 변해간다.
이어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머릿속이 반짝거리다 급기야 별똥별이 내리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별똥별. 머리와 어깨를, 이마를 톡톡 때리며 튕겨 나가는 별똥별들.
그렇게 다가와 부딪쳐 튕겨 나가는 별똥별이 많아질수록 상상도 못 할 기분 좋은 감각이 몸 안을 가득 채워 몸이 둥실하고 떠오르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별자리가 머릿속에 무수하게 새겨진다.
온몸에 행복이 가득 차고 근심 걱정이 남김없이 사라져간다.
그때 뱃속에 무언가 뿌연 것이 흘러들어와 별이 빛나는 까만 세상 일부를 하얗게 덧칠하기 시작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기다리고 있으니 계속해서 뿌연 것이 들어오며 세상을 희게 물들여나간다.
그렇게 세상이 흰 것, 검은 것, 푸른 것으로 뒤섞여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을 때.
화아아악—!!
세상이 일변했다.
하얗고 까맣고 푸른 것이 뒤섞인 하늘 아래 행복의 나라에서, 세상이 불타오르며 비명과 절규를 채우는 지옥의 나라로.
어느새 하늘은 숲과 나무의 도시를 불태우며 발생하는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세상은 불길이 만들어내는 적색에 물들었다.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무수한 사람들의 비명.
하늘에서 그것을 내려다보던 이엘카타는 겁에 질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자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님의 품에 안겨 천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건, 예지.’
예지다. 그것도 자신이 현재 볼 수 있는 예지보다 몇 단계는 뛰어난 예지.
자신이 보는 예지는 뿌연 안개를 걷어내며 미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미래에 들어가 하늘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예지 방식이었다.
가문의 혈계술의 마지막 단계인 전견시???다.
혈계술이 익숙해지고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4단계의 예지 중 높은 단계가 발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는데, 이때껏 이엘카타는 1단계인 분견시??? 밖에 보지 못했었다.
놀람도 잠시, 이엘카타는 시무룩해졌다. 사랑하는 님과의 섹스로 감정이 고조되며 우연히 전견시가 발동되었나 본데 전견시로 본 것도 세상의 멸망이라니…….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세계 종말의 미래는 언제나 불타는 지평선과 대지를 보여주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만 불타고 있다. 게다가 도시의 전경이 묘하게 눈에 익은 것이…….
‘……엘위드리스 시?’
이게 무슨 일이지. 눈앞에 불타고 있는 수목의 도시는 자신의 고향이자 엘위드리스 가문이 다스리는 도시였다.
시선을 들어 지평선과 수평선을 돌아보았지만 다른 곳은 멀쩡하다. 불타고 있는 곳은 오직 자신의 고향 도시뿐.
쿠우우우웅—
그때 도시 한편에서 불길한 흑적색의 빛기둥이 터져 나왔다. 지름이 족히 수백 미터여서 도시의 한 귀퉁이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기둥이다.
‘저, 저건 혼옥으로 펼친 혼령주잖아요…….’
적색과 흑색이 섞였다면 적옥과 흑옥을 섞어 펼친 것이다. 그건 시조이신 르시우라님도 말년에 이뤄내신 비기였는데.
적흑색의 혼령주???가 펼쳐진 대지가 썩어들어간다. 초목이 메마르고 비옥한 토지가 모래로 변하며 생명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변해간다.
그곳에 의식을 집중하자 시야가 확대되며 혼령주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다 보이지 않아요……. 전견시로도 읽을 수 없는 분은 신수님들 뿐인데.’
모습을 검은색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시커멓기만 하다. 하지만 혼령주를 펼쳤다는 건 곧 영성이라는 뜻.
꺄아아아악…….
어쩐지 귀에 익숙한 여자의 비명에 이엘카타의 신경이 쏠리자 시야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전환된다.
‘이름리아!?’
자신의 사촌 언니이자 지금쯤 차기 가주로서 역량을 쌓고 있을 여자, 이름리아가 가주복을 입은 채 적흑색 기운에 휩싸여 영혼의 불길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원로들과 가신들 수십 명이 모여있었는데 그들도 빠짐없이 영혼불에 타오르는 중이다.
소름이 이엘카타의 몸을 뒤덮었다.
가주가 된 이름리아. 자신의 고향인 엘위드리스 시.
두쿠우우우웅— 쿠구궁—
두 곳에서 또다시 혼령주가 치솟아 올랐다. 검붉은 빛기둥이 하늘을 메우고 있는 검은 연기를 꿰뚫고 높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저런 혼령주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때 이름리아의 앞으로 검은 형태가 나타났다.
검은 형태의 정체를 눈치챈 이엘카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환인 님……!’
『이해할 수가 없군요.』
끄으윽 까아아악—!!!
『어째서 가만히 있는 저를 괴롭히다 못해 죽이려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아아악!! 당신… 당신이……! 우리 가문으을……! 집어삼키려…… 끄아아악!
『당신의 가문 따위에는 관심 없습니다. 아니, 저는 이 세계 자체에 관심이 없습니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떠나갔을 것을…….』
검은 형태의 옆으로 마찬가지로 검은 형태의 사람 여섯 명이 선다. 어른 네 명. 아이 한 명. 요정 한 명.
윤곽 덕분에 여자라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이엘카타는 그중 일부의 정체를 단숨에 눈치챘다.
이실리테, 안실라, 유르파, 백려강.
모든 미래에서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하던 사랑하는 님의 연인들.
영혼불에 불타는 이름리아가 환인 님을 향해 저주한다.
우리 도시를……! 메리아놀이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그건 아냐. 당신이 선을 넘은 것을 영도와 네 곳 국가가 전부 알거든.=
끼이이익……!!
=당신은 멍청한 선택을 했어. 그래서 당신과 당신의 도시가 ‘제거’당하는 거야.=
이엘카타의 머리에 벼락이 떨어졌다.
엘위드리스 가문과 도시가 제거당하는 거라고? 그럼 이 미래는 세계가 멸망하는 미래가 아니라는 거야?
이어 혼령주 세 개가 더 치솟아 올랐고, 여섯 개의 혼령주로 포위당한 도시는 잠시 후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혼령주에 삼켜져…….
한때 찬란히 빛나던 문명의 도시가 표현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게 된 모래땅. 그 땅은 마치 죽음이 발자국을 남긴 듯한 모양이었다.
=하아악…!!!=
새된 숨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난 이엘카타는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땀투성이 모습으로 헐떡였다.
한동안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던 이엘카타는 이마, 뺨,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 정신을 차리고 자기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침대 위, 이불로 하반신만 가린 알몸의 자신.
젖꼭지와 가슴 등 몸 곳곳에 난 선명한 키스 마크를 멍하니 어루만지던 이엘카타는 커다란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노을에 지금 시간이 저녁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
불현듯 불안과 함께 의구심과 의문이 피어났다.
예지는 정적을 요구하는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능력이다.
주변이 조금이라도 시끄럽거나 방해를 받으면 금방 실패해버리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능력이 예지인 것이다.
그런데 그분과 섹스하던 도중에, 그것도 평범한 예지도 아니고 전견시를 보았다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섹스 도중 환각을 본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위상력이 감소했어.’
조금도 아니고 50% 넘게 사라졌다. 게다가 몸 안에 남은 불가사의한 힘의 잔재까지.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다.
이엘카타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찾다가 자신의 옷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잠깐 당황했다. 그리고 보지에서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남자의 진한 흔적에 두 번 당황했다.
어, 어떡하지?
=~~.=
난감하고 당혹스런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이엘카타는 수건으로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정액을 닦아낸 뒤 잠시 고민하다 결국 이불로 몸을 가린 채 방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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