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5화 〉 449 조천 도시 엘스너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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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샘, 혹은 요정의 샘으로 부르는 곳에서 환인과 몸을 섞었던 경험은 아지에라와 다섯 영혼 기사들에게 있어 문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들의 외견만 보면 한창때의 청순하거나 건강하거나 활달한 처녀들이지만, 실제는 아이가 둘씩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당연히 알 것 다 알고 해볼 것도 적당히 해봤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영혼 심문관의 영혼 기사로 활동하며 볼꼴 못 볼 꼴 다 본 전투의 베테랑이 바로 그녀들이었던 것.
그런 그녀들에게도 환인과의 경험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어떤 남자들의 것도 닿지 못하던 곳까지 깊숙이 들어오던 그것.
가시나 돌기 같은 게 안쪽을 긁고 찌르는 것 없이 소름 돋을 정도로 매끄럽게 들어오던 그것.
너무 깊게, 그리고 부드럽게 들어오는 그의 물건에 순간 내장을 다치는 게 아닐까 겁을 먹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여기사들은 속을 기분 좋게 가득 채워주면서도 아프지 않게 안을 어루만져주는 극상의 쾌락에 비유가 아니라 진짜 위아래로 눈물을 흘렸다.
루크랑 족 여자들은 남자의 성기에 난 가시와 혹, 돌기 같은 것에 자궁이나 질벽이 다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그렇다고 다치지 않게 해주는 성기는 너무 작아서 성에 안 찬다.
그런데 안쪽에 아무런 상처도, 고통도 주지 않고 오직 가슴 설레는 쾌락만 선물하는 환인의 심볼은 여기사들의 흥분한 육체에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함 그 자체.
황홀경에 교성을 지르면서도 그녀들은 이후 찾아올 슬픔을 직감했다.
이런 달콤함을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경험해볼 수 없다는 예감에서였다.
상대는 영도에 도착한 이후 새벽의 빛이라는, 영도의 체계에서 반 초월적인 분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평범한 영혼 기사.
영도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혼 기사는 전 세계 통틀어 6만 명 정도. 그 많은 기사 중 하나에 불과한 자신이, 그것도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자친구 겸 영혼 기사가 있는 분과 어떻게 잠자리를 또 가지겠는가.
이런 상황이 되면 보통은 말썽이 일어날 확률이 커진다.
사람에게는 5단계의 욕구가 있다. 그리고 가장 바탕이 되며 기본이 되는 것이 생리적인 욕구인데, 거기에 성욕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여자들이 환인에게 느끼는 욕구는 생리적 욕구 외에 애정과 공감, 존경, 자아실현까지 다섯 단계 중 네 가지를 포함하는 수준.
보통이라면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길 상황이지만, 아지에라의 영혼 기사들은…… 그녀의 영혼 기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영혼 기사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녀들은 오직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고귀한 사명 하나만 보고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린 채 영혼 기사가 된 여자들이었다.
즉, 정신력도 남들에 비해 출중하고 그에 걸맞은 굵은 신경과 강한 힘도, 능력도 지니고 있다.
그 말은 욕망에 지지 않을 의지가 있다는 뜻.
여기사들은 그날 있었던 일을 가슴속 추억의 상자에 보관한 뒤 영혼 기사의 의무를 다시금 이행하기 시작했고, 그녀들의 봉사에 가까운 배려 덕분에 더욱 편해진 여행길 속에서 환인은 유르파와 백려강, 아지에라와 함께 문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셨군요. 유르파 씨가 정현족이셨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유르파와 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들을 정현족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예.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도의 기록실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천 도시 엘스너펠로 향하는 길.
요정의 샘을 나온 유르파는 곧바로 자신의 이론과 아지에라의 문인을 조사해서 나온 결론을 종합한 뒤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인에 대해 물어보고 확인할 것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지에라의 협조가 필요한데, 문인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자신이 정신을 잃은 사이 그것을 조사했다고 하면 불쾌해하거나 화내는 게 당연하다.
자신의 섬세한 곳을 멋대로 들여다보았다는 이야기인데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니까.
기분 상해하거나 화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리 있는 이야기는 필수.
요정의 샘을 떠나고 이틀, 환인은 유르파에게 준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지에라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가 화내지 않게끔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샘에서 여자친구들이 당신을 씻길 때 유르파가 우연히 당신의 문인을 보았다.
그 문인이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과 동일성이 느껴진다고 유르파가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은 당신과 육보시를 나누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유르파에게 알려주며 문신과 문인의 차이점을 알아낼 수 있겠냐고 물었고, 유르파는 그걸 토대로 분석을 진행해 그 결과가 오늘 나왔다는 것까지.
자초지종을 들은 아지에라는 자신의 은밀한 곳을 멋대로 훔쳐보았다는 것에 화내지 않고, 유르파가 정현족이 되었다는 사실에만 강한 놀라움을 표시했다.
=인 님 덕분이에요. 인 님이 아니었으면 작은 마을의 보잘것없는 흡정족 부여 비술사로 남았을 테니까요.=
=유르파 씨의 노력도 있었기에 하늘이 내린 종족의 굴레를 벗어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겁니다. 자신을 가져도 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지에라 님.=
유르파는 정말로 환인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정현족은커녕 백화조차 경험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심정은 드러내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면 이야기를 되돌려서…… 맞습니다. 이 문인은 500년 전, 정현족이셨던 분께서 몸에 새겨진 문인과 자신의 몸을 시험대 삼아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해낸 고급 부여 비술입니다.=
아지에라는 손을 내려 몸매를 드러내는 얇은 로브의 아랫배 부분을 살짝 누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만 비술의 토대가 되는 자료, 그것도 핵심 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로서는 문인을 새기는 것만이 가능하며 효율도 당시와 비교해 매우 열악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교합이 얼마 진행되지 않은 것은…….”
환인의 의문에 아지에라는 아직도 시큰거리는듯한 아랫배를 살짝 누르며 작게 웃었다.
=환인 성자님의 영기가 워낙 방대하고 제 영기가 미흡한 것이 큰 이유이지만, 교합 효율이 낮아졌기에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그 효율이 1/20까지 줄었다고 하니까요.=
“원본 문인을 복원하면 정화가 훨씬 더 빨라지겠군요.”
=예.=
환인과 아지에라의 대화에 유르파가 나서며 물었다.
=그 소실된 자료가 어떤 부분인지 궁금하네요. 저도 나름대로 제 문인을 조사하고 분석 중이지만, 아지에라 님의 문인을 보기 전까지는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유르파 씨도 환인 성자님의 영혼 기사. 영도에 도착한 뒤 자료 열람을 요청하면 허락이 내려올 것입니다. 기억이 각색된 제 이야기보다 직접 기록을 접하시는 게 좋으시겠지요. 더욱이…….=
잠시 말을 멈춘 아지에라는 혹시 환인의 심기를 상하게 할까, 조심스럽게 그의 반응에 신경 쓰며 말했다.
=유르파 씨도 정현족이며 육보시의 원리를 한 번 보는 것으로 파악하고 응용해 또 다른 문인을 만들어내실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만약 유르파 씨가 자료의 복구를 거들어 주신다면…….=
환인이 조용히 있는 것을 확인한 아지에라는 유르파의 가녀리지만, 제작자의 흔적이 가득한 손을 잡고 말했다.
=영도는 큰 은혜를 입게 되는 셈입니다. 유르파 씨의 조력에 큰 감사를 올릴 것이며 그에 합당한 사례 또한 할 것입니다. 육보시의 활성화는 곧 영혼사들의 실력 증진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세상의 안정화와 직결되는 일이니까요.=
=우리 성자님을 위해서라도 제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영도를 돕는다는 것은 곧 환인을 돕는다는 뜻. 유르파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지만, 환인이 나서며 거기에 제동을 걸었다.
“아지에라 님. 제 여자의 의욕에 재를 끼얹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문인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조사 참관, 참여에 남자는 없었으면 하며 그녀의 몸에 해가 되는 일 또한 없길 원합니다.”
내 여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녀의 은밀한 곳이 불특정 다수의 여러 남자에게 보이지만 않는다면 거절하지 않겠다.
그러한 뜻에 아지에라는 소매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여자친구분들을 굉장히 아끼시는 환인 성자님의 말씀, 돌아가면 반드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제 하나가 끝을 맺자 아지에라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유르파에게 붙어 묻는다.
=그러면…… 유르파 씨? 문인에 대해 알아내셨다는 부분의 견식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르파는 힐끔 환인에게 눈길을 주며 허락을 구했고, 환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첩을 꺼내 백려강과 함께 문인의 형태와 그에 따른 효과 발생을 아지에라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간부터는 그곳에 새겨진 문인을 좀 더 정확히 대조하기 위해 아지에라는 망설임 없이 속옷을 벗어 비처를 드러냈고 유르파 또한 치마를 벗어 문인의 원본이 되는 자궁 문신을 보여주고 있는 상태.
=그 정현족이셨던 분의 문신과 제 문신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제 기억이 또렷하지 않지만…… 차이점은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음…… 제 생각으로는 이 부분, 그리고 이 두 곳이 그분의 문신과 차이가 있을 거 같은데…….=
=아, 맞아요. 어떻게 아셨나요?=
=몸에 새겨지는 문신에서 비롯된 비술 부여는 전혀 다른 분야여도 닮은 점이 무척이나 많아요. 그 이유가 위상력의 특성과 특질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로우라이즈 팬티와 아랫배를 함께 드러낸 채 자신의 문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가는 유르파. 그리고 무릎을 세워 앉아 수줍은 골짜기를 숨김없이 드러낸 채 그것을 구경하는 아지에라.
마지막으로 지식을 흡수하듯이 두 사람 사이에 앉아 경청하고 있는 백려강.
왜인지 백려강도 몸을 가리는 하늘색 아름다운 로브를 벗어 알몸을 드러낸 채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은밀한 곳을 드러낸 채 토론하는 모습에 지붕으로 자리를 피해준 환인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영도로 향하며 아지에라에게 듣기로 영도는 일종의 의장제 도시 국가다.
가장 위에 영도의 수장이자 대성녀이며 당대 최고의 영성, 닌실=아나그가 있고 그 아래로 여섯 명의 영성이 각각 기관 하나씩을 맡고 있다.
각 기관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협조하고 있으며, 영혼사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여섯 기관 중 한 곳에 소속되어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대성녀는 기관을 맡지 않지만, 휘하에 하나의 독립된 부?를 두게 되어있으니 그것이 아지에라가 소속된 집행부다.
그리고 아지에라의 신분은 대성녀 닌실=아나그 직속 심문관이자 상급 영혼사.
그녀의 위치는 집행부에서도 제법 위쪽으로, 그녀의 확답은 곧 대성녀의 확답과 같다는 걸 그간의 여행으로 알게 된 환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니오네브레스에서 가장 고결한 도시, 영도?.
고결한 의무를 진 이들이 모인 곳이라 해도 그중에 권력을 좇는 사람이 없을 리 없다.
자신을 새벽의 빛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아지에라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낙하산 같은 놈을 반기지 않을 무리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영도가 여행의 분기점이 될 테고, 헬루멘과 프라버 두 곳과는 계속 멀어지기만 할 텐데…….’
다른 나라로 건너가면 실질적으로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될 거다.
땅신 교단에서 열심히 자신의 평판 작업 중인 르아웬=아기오시스가 있지만, 땅신 교단도 종족 연합 국가의 국교 같은 것이라 다른 나라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려울 터.
이때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모든 나라에 영향력을 끼치는 영도뿐.
“…….”
그렇다고 해도 쌓아놓은 인간관계를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 오히려 멀리 가니 더더욱 긴밀한 사이로 만드는 게 좋을 수 있다.
환인은 마차의 뒤를 따르고 있는 영혼 기사들이 볼 수 없게끔 노트북을 꺼내서 영도와 헬루멘, 프라버에 쓸 적당한 기술이 있는지 검색을 시작했다.
‘파르히스트에도 양념을 쳐두는 것이 좋겠지.’
루티아=아슬리드와 그런 식으로 헤어졌고 브로치까지 썼다지만, 성주에게 직접 선물도 받았고 일종의 편의까지 봐주었다.
이실리테가 천상의 장막을 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루티아 덕분이었으니까.
이런 인연을 간단한 인연이라 치부할 수도 없다.
‘파르히스트는 농업 임업 축산업이 골고루 발달하고 있는 관광 도시.’
농업과 임업보다 비교적 근래에 시작된 축산업이 약하니 축산업의 발달로 벌어지는 폐해를 줄일 방안과 육질의 개선을 위한 기초적인 기술 정도면 되겠지.
한동안 노트북을 만지며 노트에 자료를 옮기던 환인은 뒤에서 세르넨이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환인 성자님, 앞에 엘스너펠의 고각수가 보입니다.=
고각수高??. 뿔처럼 높은 나무라는 이름답게 지평선에 세모꼴의 나무 끄트머리가 천천히 올라오는 게 보인다.
여기서 엘스너펠까지 남은 거리는 못해도 130km. 여기서 그 끝이 보일 정도라면 보통 큰 나무가 아닐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구면기하학에 거리를 적용해 대강 나무의 높이를 구해보던 환인은 눈썹을 찌푸렸다.
‘1.5km 높이의 나무라고.’
엘스너펠의 앞에 붙은 수식어는 조인족의 천국을 뜻하는 단어다.
혹시 도시가 거대한 나무속에 마련되어있는 걸까. 환인은 오랜만에 호기심이 돋는 걸 느끼며 노트북을 정리하고 비상을 불렀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나무가 약 115m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보다 더 작은 나무인 제너럴 셔먼 트리의 경우 높이 약 84m에 폭과 둘레가 11m, 31m에 해당하는 엄청난 사이즈다. 추정 무게만 1,300톤가량인데 그보다 20배는 더 높은 나무가 있다니.
‘물리학자가 보면 게거품을 물 규격이군.’
큐으~?
주변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달려온 비상을 타고 날아오르니 고각수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형태는 바오밥 나무와 흡사한가…….’
전체적으로 통나무처럼 몸통이 직각으로 굵은 형태. 오직 끝에서만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바오밥 나무와 다르게 몸통 곳곳에도 굵은 가지가 뻗어 나와 있고 높이의 4/5 지점부터는 소나무처럼 세모꼴로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활짝 폈다.
삐야아~?
비상도 그 나무의 존재감에 놀랐는지 희한한 감탄사를 흘리고, 하루 대부분을 환인의 안주머니에서 자던 환연도 오랜만에 고개를 내밀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와아. 나무 지인짜 크다.」
저 고각수에 비하면 평소 봐왔던 나무는 이쑤시개나 다름없다. 실제로 그 근처의 숲에 난 나무는 소나무에 난 솔잎 하나와 비슷한 비율이다.
「환인, 저 나무는 뭐야?」
“저 나무가 엘스너펠이라는군.”
「나무 안에 도시를 만들었어? 어떻게?」
“나도 그게 의문이다. 바깥에는 주거지도 안보이고, 농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식량은 어떻게 수급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
명색이 조천 ‘도시’다. 도시라는 말은 인구수가 최소 수만 명이란 뜻인데 그들이 먹을 식량은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운반하는 걸까.
「사람이 살려면 밥도 있어야 하지만 물이 더 필요하잖아.」
“그건 수액으로 어떻게 하겠지. 청술사가 물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을 테고.”
그때 환인의 눈이 먼지보다 작은 점이 나뭇가지 근처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
아무래도 나무 안에 도시가 형성되어있는 게 맞는 듯하다.
나무가 죽어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나무 안에 주거지를 마련한 건지, 실생활의 불편은 어떻게 해결한 건지 의문이 고개를 치켜든다.
환인은 구경을 끝내고 다시 마차로 내려왔다. 환연은 영혼 기사들과 안면을 트기 싫은지 다시 품속 안주머니로 들어가 버린다.
사뿐, 마차 지붕으로 자리를 옮기자 마부석에 앉아있던 안느가 돌아보며 물었다.
=도령. 저 고각수라는 거 보고 온 거야? 어땠어?=
“대단하더군. 둘레만 3km가 넘을 듯했다. 내부에 주거지를 마련해놓고 사는 듯했는데 나무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의문이었다.”
=어? 아, 이곳 세계에는 집 나무라는 게 있어. 고각수는 그중에서도 엄청 특별하고 희귀한 나무지만, 아무튼 잘 키우면 안쪽이 집처럼 만들어지는 나무야.=
“그런 나무가 있나…….”
몇몇 생물과 현상을 제외하면 지구와 다를 바 없는 물리법칙과 도시만 봐와서일까, 안느의 이야기에 새삼 문화적인 충격을 받는 환인이었다.
=있잖아, 안느. 둘레가 3km 정도면 폭은 어느 정도인 거야……?=
지식이 짧은 게 부끄러운지 작게 묻는 이실리테에게 안느가 1km 정도라고 속삭여준다.
=1km라면 도시 치고는 작네.=
=하지만 높이가 높잖아. 안쪽은 아마 탑처럼 만들어져있지 않을까?=
=그러려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차는 쉼 없이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 조천?? 도시 엘스너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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