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453화 (453/813)

〈 453화 〉 447+ 육보시

* * *

육보시?

환인의 여자들은 그게 뭔가 싶어 눈을 끔뻑였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던 것이다.

육?은 고기를 뜻한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보시??는 뭘까. 베푼다는 뜻이라면 고기를 베푼다?

영혼 심문관이 말할 정도면 특별한 의식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여자들과 다르게 환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어머니가 불교였기에 집 책장에 꽂혀있던 불교 관련 서적 중 육보시에 관한 글귀를 본 것이 떠올랐던 탓이다.

육보시라는 단어는 사전에 정식으로 등록된 단어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불교계에서 쓰이며 자신의 생명을 바쳐 타인을 구한다는 뜻으로 사람의 이타적인 면을 부각하는 거룩한 행위를 가리킨다.

문제라면 육보시의 본질적인 의미는 식신공양이라는 것.

오늘날 자신의 살을 먹여 남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현대에 들어 뜻은 변질되어 나쁜 의미로 성 접대를 뜻하는 단어로 인식되어버렸다.

비구니가 세속의 남자에게 몸을 내어주는 것. 승려가 세속의 여자와 정을 통하는 것.

혹자는 대신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뜻에서 쓰인다고 주장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화간??, 혹은 강간이 되어 범죄에 사용된다.

통역 현상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육보시라는 단어는 자신이 떠올린 그것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환인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알고 있는 단어의 뜻과 아지에라 님이 말씀하시는 의미가 다를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먼 곳에서 온 이방인이니까요.”

=아…….=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반성하며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아지에라. 그 동작이 귀족적이기 그지없다.

=죄송합니다. 환인 성자님께서 차원 방랑자시라는 것을 자꾸만 잊는 제 잘못입니다.=

“아닙니다. 그래서 육보시라는 건 무엇입니까.”

환인의 질문에 아지에라는 뺨을 살짝 붉히며 몸가짐을 살짝 고쳤다. 그 바람에 찰랑, 물결이 일며 수박만 한 가슴 세 쌍이 수면에서 출렁인다.

남자라면 시선을 줄 수밖에 없는 광경.

=영혼사는 보통 각성한 뒤 영도를 찾아와 마음가짐과 영혼사로서의 행실, 그리고 영혼사로서 해야 할 일과 나아갈 방향 등을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 사승을 행할 사제 관계를 맺게 되지요.=

찰랑. 부끄러워하는 몸짓에 재차 물결이 일며 수면에 뜬 가슴들이 출렁출렁한다.

안느의 눈빛이 샐쭉해지는 걸 느낀 환인은 진정하라며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주었다.

=사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는 차후에 들려드리겠습니다. 각성을 이룬 영혼사는 처음에는 그 소질이 미비하기 마련입니다. 영력이 낮아 영혼을 직시하기 어려우며 영혼의 목소리도 듣기 어렵습니다.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니 영에 대한 설득력도 떨어져 영혼의 인도에 어려움이 가득한 상태. 그것이 갓 각성한 영혼사의 입장입니다.=

“그렇군요.”

=환인 성자님은 갓 각성하셨을 당시 어떠셨나요?=

환인은 당시 절대 편하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사람의 영혼을 본 것은 류히의 언니인 루아가 처음이었다. 그때도 모습은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율캄 마을에 도착해서 본 영혼들도 다들 또렷했었지.

이형종이나 괴물, 짐승의 영혼이라면 많이 보았었지만…….

“……제가 각성 이후 처음 본 영혼은 푸른색의 영혼이었습니다. 반투명하면서도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선명해 색과 반투명만 아니었다면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오오, 영혼 기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작은 감탄사들.

“각성한 장소가 미궁 한복판이었던 탓에 사람을 마주하게 된 것은 한참 이후였습니다만, 처음 도착한 촌락에서도 영혼은 비교적 선명하게 보였었습니다.”

그때까지 영혼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었다. 영혼의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이실리테의 여동생인 아베트를 성불시키며 받은 효과 덕분이었으니까.

이야기를 들은 아지에라는 당황했다.

미궁에서 각성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그때부터 청혼령까지 똑바로 볼 수 있었다니?

무엇보다 자신이 꺼내려던 이야기와 반대되는 것이라 당황은 두 배였지만, 아지에라는 빠르게 침착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

=역시 환인 성자님은 시작부터 비범하셨군요. 아무튼. 일반적인 영혼사로서의 성장을 말씀드리자면, 영혼사로 갓 각성한 이들은 영도에 들어와 서로 협력하고 협조하며 영력을 쌓아 영혼사로써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게 되도록 절치부심하게 됩니다. 그 수행 과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수행으로 인한 성장 이후에는 몇 가지 방식이 더해지게 됩니다.=

“그 추가된 방식 중에 육보시가 있는 거군요.”

=……예. 본디 영혼이란 음의 기운의 결정체입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이는 양의 기운으로 가득하지요. 살아있는 사람의 양적 기운에도 음과 양으로 나뉩니다만…….=

이어진 아지에라의 설명은 영혼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었다.

영혼사의 목적은 영혼을 인도하여 세상의 음양을 조화롭게 하고 더불어 자신의 합일 또한 이루며 종내에는 신의 정원에 드는 것.

하늘에 오르는 것인 만큼 절대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니며 그 과정 또한 지난하기에 영혼사들은 보다 음양의 화합을 추구하여 강한 한기의 결정체인 영혼에게서 받는 부담을 줄이고 자신을 단련해 나간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의 영혼사로서 완성된 이후 할 수 있는 자신의 단련법으로 육보시가 있다는 것.

“그 육보시라는 것이 성관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다짜고짜 날아든 돌직구에 아지에라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흐, 흔하게 쓰이는 방법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다 크고 성숙한 이들이 서로의 화합과 상승을 목표로 하는 수행의 한 방식이기도 하며 몸가짐의 단정함을 요구하는 영혼사의 특성상 아무나 하고도 시행하지 않는 방식이기에 이것은…….=

쉼표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에 역력히 묻어나는 당황. 아지에라가 그 육보시를 제안하려 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반응이다.

환인은 변명 아닌 변명을 흘려들으며 눈을 빛냈다.

영혼 시야로 본 아지에라의 영기 양은 이실리테와 안느의 중간 정도. 하지만 이실리테와 안느의 영기가 날것 그대로라면 아지에라의 영기는 한차례 필터로 걸러낸 듯 좀 더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저게 육보시를 통해 정제한 영기라는 건가.

저 영기를 흡수하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했기에 아지에라를 꼬셔볼까 했지만, 영혼 심문관이라는 신분과 영도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접어두었었는데.

‘떡이 입으로 굴러들어왔군.’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여자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지에라가 다가와 성관계를 제안한 것 때문이다.

그녀들을 여자친구로 맞이한 이후에도 환인은 몇 명,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었다.

헬루멘의 시하=사이지. 크라빈의 유미안과 라비올라 모녀. 프라버의 백치령.

시하=사이지와 유미안 모녀는 여자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깃발을 꽂았었다. 백치령은 체벌이 주목적이었다.

여자친구들이 자기합리화를 할 소재거리를 주었었지만, 이번에는 그게 안 된다는 거다.

아무리 여자친구들의 이해심이 바다처럼 넓다고 해도 남자 친구로서 해야할 기본적인 자세가 있는 법.

이런 일로 그녀들과 관계에 실금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은 환인이 거절하려던 순간.

촤아악—

그에게 반쯤 안겨있던 이실리테와 안느, 그리고 살짝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유르파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을이 지기 직전의 부드러운 햇살이 그녀들의 물방울 맺힌 하얀 나신으로 쏟아지며 아름다움을 한 단계씩 더 끌어올린다.

가까이서 보니 아름다움을 넘어 여신처럼 완벽한 그녀들의 나신에 아지에라와 다섯 영혼 기사들이 크고 작은 패배감에 휩싸였을 무렵, 그녀들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먼저 가서 마차 정리해놓을게요.=

=조금만 더 있다가 와, 도령.=

여자친구들 네 명이 샘을 빠져나가 옷을 대충 주워입고 마차 안을 쓸고 닦고 정리한다고 부산을 떨기 시작한다.

“…….”

환인은 드물게 당황과 의문의 감정에 잠겨 들었다.

저건 자신이 아지에라와 몸을 섞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이다.

그녀들은 여자로서 질투심이 없는 건가.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살을 섞는다는데 거절하긴커녕 판을 만들어주다니.

‘아니, 그녀들의 초점은 성관계가 아니라 수행의 일환에 맞춰졌기 때문이겠지.’

환인도 자신이 취해야 할 태도를 이해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촤아악—

=힉.=

=흡…….=

=우왓….=

자신의 자지를 보고 딸꾹질을 하거나 입을 가리며 소리죽여 탄성을 지르는 기사들을 무시하고 눈매를 파르르 떠는 아지에라에게 말했다.

“아지에라 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 준비가 끝나면 마차로 오시길.”

=네, 녜헷.=

환인은 바닥에 정갈하게 깔린 이부자리와 머리맡에 비치된 수건, 티슈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비단만큼이나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천장에는 은은한 광등光?이 마차 내부를 밝히고 있고 향기로운 꽃냄새가 공기 중을 떠다닌다.

누가 봐도 곧 섹스할 거라는 분위기다.

환인은 끝단을 끈으로 묶는 형식의 반바지에 브래지어를 차지 않아 젖꼭지가 고스란히 도드라지는 얇은 셔츠 차림의 안느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렇게까지 준비할 필요가 있나.”

=그 육보시라는 건 중요한 수행의 의식이잖아. 그리고 아지에라 님도 영도에서 상위에 속하시는 분이시고. 준비는 확실히 하는 게 좋아.=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안느를 보고 있자니 환인은 이걸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는 내가 다른 여자를 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지.”

=우리가 질투 같은 거 안 하냐고 묻는 거지? 전혀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도령은 아무 여자한테나 사랑을 남발하는 남자가 아니잖아?=

“…….”

=우리가 도령의 처음인 동안에는 욕심부리거나 도령을 속박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우리가 아닌 다른 여자가 도령의 처음이 될 거 같을 때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런가.”

=응. 그땐 도령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그 여자들이랑 싸울 거니까.=

“……?”

자신에게 진절머리내고 떠나는 게 아니라, 그 여자와 싸운다고?

안느는 드물게 환인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생각을 읽고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도령은 아직 지구인의 사상으로 니오네브레스 사람을 보고 있네. 도령의 세계에서 일부일처가 당연한 것처럼, 니오네브레스에서는 이게 당연한 거야.=

“……그렇군.”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도령을 사랑하니까. 도령의 능력이나 겉모습 정도에 이끌린 여자들한테 도령은 내어줄 수 없는걸.=

그녀의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솔직한 이야기에 환인은 자연스러운 미소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해주었다.

안느는 그와 하복부가 밀착된 감각에, 그의 자지가 아랫배를 꾸욱 누르는 느낌에 얼굴을 붉히며 약하게 그의 어깨를 잡고 밀어낸다.

=읏……! 조, 좀 있다가 영혼 심문관님이랑 해야 하는데 뭐 하는 거야…….=

“지금은 너와 하고 싶다. 그녀와 하는 건 미루고…….”

=안 돼! 아지에라 님이랑 하는 수행이 먼저잖아!=

자신의 허리를 감은 그의 팔에서 재주 좋게 탈출한 안느는 웃으면서 메롱, 작게 혀를 내밀고는 =나중에 해줄게.=라고 짧은 말을 남기곤 마차를 나가버렸다.

“…….”

그녀가 흩뿌리고 간 싱그러운 숲의 향기에 환인은 입매를 매만지다가 아직 웃음이 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곤 무표정으로 되돌렸다.

이 웃음은 그녀들에게만 향해야 하니까.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온 아지에라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정조를 중요시한다고 했으니 남자 경험이 얼마 안 되는 걸까. 환인은 그녀를 에스코트해 이부자리로 데려와 앉히면서 말했다.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

=네? 넷. 조, 조금 긴장한 것 같아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긴장한 것 같은데. 환인은 자신의 보랏빛 머리카락을 계속 배배 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체온을 전해주며 물었다.

“긴장했을 때는 이야기를 하면 풀린다고 하더군요. 마침 육보시의 절차와 주의사항에 관해 묻고 싶었는데, 들려주시겠습니까.”

=아…… 네.=

갑자기 손이 잡혀 가슴이 재차 두근거린 아지에라가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지에라가 해주는 주의사항과 절차는 별것 없었다.

남녀 사이에서 영기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문인??이 필요한데 이걸 양쪽 다 몸에 새겨넣을 필요는 없고 남자나 여자 어느 한쪽만 있으면 된다고.

=그리고 문인이 회백색으로 완전히 물들게 되면 그 이상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니 그때 중단하시면 됩니다…….=

“그전까지는 평범하게 섹스하면 된다는 거군요.”

=네, 네에…….=

“알겠습니다. 그 문인이라는 것을 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짐작 가는 게 없지 않지만, 그래도 직접 보고 싶었기에 했던 요청은 아지에라의 얼굴을 토마토처럼 빨갛게 만들었다.

=…네엣.=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아지에라는 부스럭거리며 천천히 이부자리에 누운 뒤 그를 향해 허벅지를 벌리고 두 손으로 보지까지 펼쳤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산스크리트어 비슷한 문양들.

그 문양은 양쪽 대음순에, 대음순과 소음순 사이 골짜기 같은 곳에 정밀하게 새겨져 있었다.

환인의 시선에 흥분한 것처럼 한차례 보지가 오물거리자 요도 구멍과 클리토리스 사이에도 우물 정?자 같은 문인이 드러난다.

“…….”

잠시 살펴봤지만 별로 특별한 것은 안 보인다. 취향 나쁜 타투 중독자가 보지에 타투를 새긴 걸로밖에 안 보였던 것.

=꺅……!=

부끄러워 죽을 것 같지만 힘내서 보지를 벌리고 있던 아지에라는 불쑥, 자신의 위로 올라오는 환인의 행동에 놀라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지에라 님이 육보시를 먼저 제안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늘거리는 가벼운 원피스의 어깨끈이 풀어지며 좌우로 살짝 늘어진 젖가슴이 드러난다.

=흣…! 으응…….=

아지에라는 목덜미의 애무를 받으며 점차 옷이 벗겨지고 있다는 사실과, 성자가 평소 보이던 신사 같은 태도가 아닌 약간 강압적인 태도에 흥분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 그, 그것이. 영시로 본 환인 성자님의 몸속 영기는 적잖게 혼탁한 상태여서…… 흐앙.=

부지불식간에 젖꼭지를 꼬집힌 아지에라는 자궁까지 치달아 오르는 소름에 자신도 모르게 교성을 지르고는 입을 가렸다.

“멈추지 말고 계속 말하십시오.”

=윽, 읏. 읍…… 그, 혼탁해서… 혼탁한 영기의 정, 으응…! 정화는, 육보시를 통한 음양교합이 가장…… 아흑!=

목덜미를 애무 당하는 간지러움, 남자의 굵고 단단한 손가락에 의해 젖꼭지를 희롱당하고 젖무덤을 주물러지는 찌릿한 감각에 연신 허벅지를 오므리며 교성을 지른다.

=읏, 흐으읏! 가, 가장 효율적이라서… 보, 보통은 정순한 쪽이, 혼탁한 쪽을 위해 유, 육보시를 제안하는 게 일반저어억……! 하으앙! 아아…하아악!=

마차에 들어오기 전부터 흥분했는지 작지만 단단해진 젖꼭지는 잘근잘근 물기 적당했기에 환인은 유두와 유륜을 한 번에 물고 우물거리면서 그녀의 보지로 손을 내렸다.

치마를 걷어 올리자 으레 있어야 할 속옷 대신 사락거리는 가늘고 보드라운 음모가 손가락에 먼저 닿는다.

음모를 헤치며 나아간 손가락이 껍질 속에 숨어있는 클리토리스를 툭, 건드리자 아지에라의 허리가 들썩이는 동시에 푸슛, 퓨퓻­ 보지에서 작은 물총이 쏘아졌다.

=……! ~~~!!=

‘이런 허접 보지는 처음이군.’

보지 구멍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조수를 뿌리다니. 여자친구 세 명 중 가장 보지 방어력이 떨어지는 유르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첫 절정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던 아지에라의 몸이 축 늘어진다.

아지에라가 잠시 넋이 나간 것처럼 흐리멍덩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는 사이 환인은 그녀의 허벅지를 벌려 보지를 들여다보았다.

절정에 오른 덕에 발갛게 충혈되어 부풀고 벌어진 보지.

치골에 손바닥을 대고 위로 밀자 보지가 위쪽으로 당겨지며 껍질 속에 숨어있던 클리토리스가 얼굴을 내민다.

환인은 집게손가락으로 그걸 직접 건드리지 않고 좌우 살집과 함께 꼭꼭 눌렀다.

아무래도 레벨이 낮고 방어력이 허접한 보지라 직접 건드렸다간 자지러질 것 같아서였다.

=흐앙!? 하으윽, 아아으읏!=

살집에 클리토리스가 덩달아 꼬집히니 흠칫 움찔, 보지가 벌름거리며 투명한 애액과 진한 암컷의 냄새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벌름거리며 투명한 물을 토해내는 보지, 그리고 그런 보지에 새겨진 문인.

‘여자의 이곳에 문인을 새긴다면 남자는 자지의 귀두에 새길지도 모르겠군.’

잠시 문인을 새긴 예상도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환인은 생각을 접어서 내팽개쳤다.

자지 문신이라니. 자신의 취향도 아닐뿐더러 자지를 작은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이실리테나, 그런 이실리테를 따라 해서 작은 도령이라고 부르는 안느도 좋아하지 않을 거다.

그러는 사이 왼쪽 젖꼭지는 입으로, 오른쪽 젖꼭지는 손가락으로, 남은 손으로는 클리를 살살 꼬집으며 그녀의 성감대를 자극하던 환인은 아지에라가 두 번째 절정에 도달하며 고개를 뒤로 한껏 꺾는 걸 보고 애무를 멈추었다.

푸들거리며 떨리는 몸뚱이. 꺽, 허극, 끄읍, 연신 숨넘어가는 신음을 지르는 입. 푸슛푸슛 애액을 쏘아내며 손바닥을 적시는 보지.

광등 덕분에 선명한 보랏빛 머리카락은 흩뿌려져서 이부자리를 수놓고 있고 두 다리는 모이다 못해 허벅지로 환인의 손을 비빈다.

환인은 눈물이 맺힐 정도로 느끼고 있는 아지에라를 조금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성감대를 찾는 동시에 보지를 적시기 위한 애무였는데 이 여자는 온몸이 성감대나 다름없는지 벌써 두 번이나 절정에 올랐다.

여자가 너무 느껴도 섹스가 원만하지 않은 법이다. 환인은 그녀의 몸을 즐길 생각은 접고 말했다.

“아지에라.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네에. 서, 성자님의 그것은 무척이나 커서… 저에게 부담일 수 있으니까 부디 천천히이이익!?=

그녀의 애원을 무시하고 단숨에 자궁 입구까지 꿰뚫자 아지에라가 말을 하다 말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퍼덕거린다.

예상대로 처녀막이 없다는 사실에 약간의 아쉬움과 안도를 느끼며 환인은 뭍으로 나온 생선처럼 퍼덕이는 그녀의 골반을 잡고 퍽퍽, 강하게 찔러나간다.

=아윽! 아악! 서, 성자니임! 너, 무 강해…! 천천히이! 제발……!=

짜릿한 고통과 쾌감이 몸 안에 퍼지는 감각에 아지에라는 재차 교성을 지르며 몸을 배배 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지에라의 보지는 이엘카타의 것보다 더 짧았다. 자지가 절반 정도만 들어갔는데도 자궁 입구를 콱콱 찍을 정도였던 것.

하지만 환인은 그 애원을 무시하고 퍽퍽퍽, 무자비하게 그녀의 보지를 내려찍었다.

천천히라니. 빨리 끝내고 여자친구를 안아야 하는데 천천히는 말도 안 된다.

=흣! 하앙! 흐아앙!=

그런데 허접 보지에게는 이런 자궁 공격 단순 삽입마저도 절정 트리거였는지 깊이 찌를 때마다 다리가 날뛰니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골반을 꽉 잡고 있어 결합은 풀리지 않지만 하얗고 토실토실한 허벅지가 옆구리를 때린다고 할까.

보지 속살은 쉴 새 없이 요동치며 자지를 물어대고 자궁 입구도 귀두에 쪽쪽 키스해대고 있어 기분은 좋지만…….

기분 좋은 보지는 여자친구들 쪽이 압도적이다.

몸매 또한 글래머의 가장자리에 걸친 슬랜더 타입인 안느, 쭉쭉 빵빵 글래머이면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이실리테, 살짝 애교살이 잡힐 정도의 육덕 타입인 유르파까지 있으니 옆구리에 군살이 잡히거나 아랫배가 살짝 나온 아지에라의 몸으로는 영 만족스럽지 않은 것.

남자의 섹스 이상형은 처음 보는 여자라지만, 이실리테와 안느, 유르파의 몸을 알게 된 지금 환인은 그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음식도 알고 있는 맛이 가장 무섭다는 것처럼 익숙한 몸이 맛도 더 좋은 것이다.

푹푹푹 세 번 더 찌르자 또다시 퓨퓻­ 조수를 싸면서 사지를 허우적거리는 아지에라.

그 탓에 김이 빠질 거 같던 환인은 그녀의 몸을 돌려 엎드리게 한 뒤 머리맡의 수건을 가져와서 그녀의 무릎을 묶었다.

=하윽, 흐윽……. 화, 환인 성자님……?=

하다말고 갑자기 다리를 묶는 모습에 아지에라가 의아함을 내비치자 환인은 사람 좋은 목소리로 설득했다.

“미안합니다. 그냥 넣기만 해도 아지에라 님이 두 다리를 버둥거리시니 이대로는 교합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엣…….=

“부득이하게 다리를 묶었지만, 그 외에는 하지 않겠습니다. 양해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푸우욱—

=하으으으으응!?=

엎드린 채 두 다리를 모은 자세라 삽입 각이 깊게 나오지 않지만, 애초에 뿌리까지 들어가지도 않던 보지다.

환인은 단 한 번의 삽입에 들썩거리는 그녀의 허리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속도로 천천히 진퇴 운동을 시작한다.

=흐하앙! 아아아앙♡! 끄하아앙……!!=

다리가 구속되고 허리가 눌리며 동작이 제한되는 이 상황이 그녀의 취향을 직격했는지 간드러진 듯한 비음이 터져 나온다.

푹, 푸욱, 푸우욱.

=하으윽♡ 후으, 으하아앙♡ 꺄흐윽……♡♡=

찌를 때마다 그녀의 묶인 다리가 까닥이며 접혔다가 펴지지만, 자세 덕분에 삽입에는 하나도 방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지나자 찌를 때마다 보지에서 조수가 퓻퓻거리며 쏘아지기 시작한다.

1 삽입 1 분수라니.

어이없어 실소를 흘리며 귀두로 질벽을 길게 긁은 순간.

=으흐…하으흐으으응!=

아지에라의 목소리 톤이 한 단계 낮아지며 동물이 우는 것 같은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스팟인가.’

어떤 지점을 긁었을 때 그 목소리가 나왔는지 포착한 순간, 환인의 머릿속에 악독한 생각이 떠올랐다.

몇 번 찌르지 않아도 애액을 쏘면서 절정에 오를 정도의 허접 보지다. 기절할 정도의 쾌감을 밀어 넣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

아예 기절시켜버린 다음 천천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흑, 에윽……. 흐에에…….=

환인의 허리 놀림이 멈춘 덕에 발간 혀를 내민채 할딱이는 아지에라.

얼굴은 잔뜩 상기된데다 풀어진 눈매에는 눈물방울이 매달려있다. 쾌락에 반쯤 이성이 잠식당한 것처럼 신비한 보랏빛 머리카락에 단정한 얼굴이 엉망진창이다.

=죰더어…… 헤엑. 죰, 뎌…….=

환인이 움직이지 않자 아지에라가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여 쾌락을 탐한다.

“…….”

뭐,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다. 기절하면 리얼돌처럼 다뤄서 육보시를 끝내면 되는 일이고,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신체 능력이나 다름없어 제압당한 상태 그대로이니 마음대로 사용하면 되겠지.

=하아앙! 흑! 아으으앙…!!=

환인은 그녀의 보지에 새겨진 문인에 서서히 하얀색이 채워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골반으로 아지에라의 엉덩이를 때리는 것처럼, 아지에라의 자궁을 짜부라트릴 것처럼 퍽퍽 내려찍기 시작했다.

그 충격에 들썩이는 가녀린 아지에라의 육체.

아지에라는 연신 짐승처럼 울며 조수를 뿜어댔고 환인은애정이나 사랑이라곤 전혀 없는 몸짓으로 그녀를 찍어누른다.

그리고 마차 밖.

=…….=

=…….=

=…….=

마차를 호위하는 것처럼 서있던 여덟 명의 가녀린 여자(+영혼 1명)들은 안에서 들려오는 야한 소리에 하나도 빠짐 없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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