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452화 (452/813)

〈 452화 〉 446+ 온천에서 ○○ 삼매경

* * *

환인의 허락에 비상은 즉시 왼편으로 보이는 숲에 뛰어들었다.

에미트 정글이라지만 지류인데다 기후가 따뜻하고 건조해 정글이라기보다 숲에 가깝다.

덕분에 나무와 나무의 간격이 넓어 숲 초입은 마차로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폭이 좁아지며 마차로는 나아가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갔다.

=주인님, 이 이상 들어가면 마차를 되돌리기 힘들어질 거 같아요.=

이실리테의 보고에 환인은 비상을 불러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다.

큣? 큐으!

“금방이라는군.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그러나 비상에게는 금방이라도 일행에게는 아닐 수 있는 법. 환인은 직접 확인해볼 생각으로 비상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로 올라오니 비상이 말한 연못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온통 녹색인 숲 한복판에 강렬한 민트색의 연못. 평범한 자연에서는 나올 수 없는 색이다.

“저기인가.”

큐웃!

그렇다는 대답에 환인은 거리를 가늠했다.

관목림인 탓에 안보였을 뿐 비상의 말대로 얼마 남지 않은 거리였다. 마차가 있는 곳에서 나아가던 방향으로 70m 정도.

다만 수풀이 무성하고 사람 키 높이의 관목림이 빼곡해서 그냥은 지나갈 수 없다.

잠깐 생각하던 환인은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자신의 안주머니 속에서 며칠째 지내고 있는 환연을 불러 물었다.

“흙이나 나무의 정령들에게 길을 내달라고 할 수 있나.”

「응? 한 번 해볼게.」

그러고 잠시 후, 땅이 들썩거리더니 관목림과 나무가 슬금슬금 좌우로 움직이면서 길을 트기 시작한다.

=어엇. 뭐, 뭐지?=

=숲이 성자님께 길을 내어드리시네……?=

정확히는 흙을 움직여 나무의 위치를 옮긴 것뿐이지만 어쨌든.

일행은 새로이 난 길을 따라 나아갔고 얼마 안 가 뜻밖의 풍경과 마주하며 감탄사를 흘렸다.

=와아.=

=꽤 넓은 연못이군. 그런데 색이 좀…….=

그녀들의 말대로였다.

처음 비상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환인은 비상의 설명에 온천이라도 있는 건가 했었다.

근처에 크고 작은 산도 있어 지열이 올라와 온천이 형성되었거니 싶었던 것.

그런데 막상 나타난 곳은 뭔가 자연 속에서 평범하게는 볼 수 없는, 숲속의 민트색 연못이었다.

삐이익.

꾸으읏.

먼저 몸을 담그고 있던 사슴과 비슷한 동물에 토끼, 너구리 같은 동물들이 인기척에 후다닥 도망간다.

영혼 기사들은 그런 동물들과 주변을 빠르게 살펴 위협 요소를 파악한 뒤 연못을 살폈다.

=연못의 색이 너무 선명한데……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동물들이 들어가 있던 걸 보면 나쁘지 않을 거 같지만…….=

“…….”

환인은 수영장 정도 넓이의 연못에 다가가 손을 집어넣었다.

=앗! 성자님,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손을 넣으시는 건!=

“괜찮습니다.”

일반 영혼 시야의 성분 분석으로 보이는 연못은 유백색과 무색의 중간 색채 정도였다.

유백색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낸 상황. 무색은 아무런 해가 없는 색이다.

즉, 연못에 치료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할 것이고…….

‘그 외에 딱히 주의점은 없는 것 같군.’

손바닥으로 물을 퍼서 흘려내려 보지만 점성도 없고 유분??도 없다. 살짝 피부가 따끔거리지만, 독이나 다른 이유가 아니라 탄산수의 따끔거림 정도다.

오히려 뭔가 다른 효과가 있는지 물에 닿은 손이 마치 청결제로 손을 씻은 것처럼 청량감이 느껴진다.

뀻!

파다닥, 날아오른 비상이 폭 150m 정도의 물에 먼저 뛰어들었다. 그리고 신난다는 듯이 참새처럼 몸을 씻고 단장하기 시작한다.

삐이~

쿠엣!

쿠우우~

두목인 비상이 목욕하는 모습에 쿠르티와 쿠핀, 쿠라도 몸을 들썩이며 이실리테에게 멍에를 풀어달라고 보챈다.

=응? 잠깐, 잠깐만 기다려.=

평소 얌전하던 쿠에들의 보챔에 살짝 당황한 이실리테가 재갈과 멍에를 풀어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풍덩 텀벙, 연못에 뛰어들어 비상의 근처에서 쿠우쿠우 거리면서 함께 씻기 시작했다.

그걸 멍하니 쳐다보는 영혼 기사들.

환인은 어느새 마차에서 내린 아지에라와 영혼 기사들에게 말했다.

“몇 시간 뒤면 날도 어두워질 테니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겠습니다. 물에 피로 해소와 세정 효과가 있는 듯하니 멱을 감고 싶으신 분은 연못에 몸을 담그셔도 되겠습니다.”

환인은 그 후 연못의 구조부터 파악했다.

‘어디서 수맥과 연결되어있는 건가.’

흘러 내려오는 물은 없지만 흘러나가는 물은 있다. 그런데도 수위가 유지된다는 것은 수맥이 어딘가와 연결되어있다는 뜻.

=아. 진짜 상처가 아물고 있어.=

=그러면 여기가 치유의 샘이라는 거야?=

=오……. 나 치유의 샘은 처음 봐.=

환인은 영혼 기사들이 소곤거리는 걸 들으며 환연에게 물의 정령으로 물속에 떠다니는 부유물과 불순물을 개울 쪽으로 흘려보내게 한 뒤 쿠에들을 개울 근처로 몰아넣었다.

그러고 있자니 영혼 기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꺅, 치아니 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옷은 왜 벗고 그래?!=

=성자님이 씻을 사람은 연못에 들어가라고 하셨었다. 뭐가 문제지?=

태닝한 것처럼 건강한 피부의 영혼 기사가 훌렁훌렁, 속옷까지 벗고 알몸으로 연못에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허벅지 위, 보지 근처까지 잠기는 수위에서 물을 몸에 끼얹어 보고는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우와 시원해. 피부에서 막 뭔가 톡톡 터지는 게…… 하아앙~.=

=아잇, 야! 남사스러운 소리 내지 마!=

=그, 그렇지만 기분 좋은걸…….=

그걸 시작으로 다른 영혼 기사들까지 힐끔힐끔 서로 눈치를 보더니 뒤질세라 모두 알몸이 되어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우와아! 뭔가 피부에서 톡톡 터지는데? 이거 진짜…… 다리 굳은 거까지 풀리는 기분이야앙~.=

=하으으으…….=

=너희들! 다 들어가 버리면 어떻게 해! 자릴 지킬 사람은 있어야지!=

영혼 기사 동료들이 단숨에 알몸이 되어 연못으로 들어가니 필두 영혼 기사, 세르넨이 다람쥐 귀와 보송보송한 다람쥐 꼬리를 곤두세우며 소리친다.

하지만 영혼 기사들은 헤헤 웃을 뿐이다.

=세르 네가 있잖아. 금방 씻고 교대해줄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와, 그런데 이거 진짜 시원하네.=

=그렇지? 피부에서 톡톡 튀는 게…… 흐응♡=

=…진짜. 성자님도 보고 계시는데…….=

세르넨의 중얼거림에 환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인 자신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젖가슴과 보지를 전부 깐 채 허벅지 깊이의 연못에서 참방거리며 몸을 씻는 여기사들.

환인은 뜻밖의 눈요깃거리에 잠시 그녀들의 알몸을 감상하다가 야영지를 꾸릴 준비 중인 여자친구들을 불렀다.

“야영지는 밤이 오기 전에 만들어도 된다. 너희들도 쉬었다가 해라.”

=네, 주인님.=

=도령, 보초 경계는 안 해도 돼?=

“환연도 있고…… 비상도 다 씻고 나왔으니 저 녀석에게 맡기면 되겠지.”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인 안느는 망설임 없이 구세의 빛을 벗기 시작했고 이실리테도 망토를 벗어 마차 외관에 걸어놓고 천상의 장막을 풀어나간다.

유르파도 로브를 벗은 뒤 가벼운 옷차림으로 백려강과 함께 마차에 가려는 환인의 팔을 잡았다.

=자기, 어디 가니?=

“일단은 일행에 남자는 저 혼자뿐이니 자리를 비켜 드리려 했습니다.”

=으응? 그럴 필요가 있어? 그냥 자기도 같이 들어가자.=

환인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알몸으로 연못의 자갈 바닥에 앉아 혼자 조용히 목욕을 즐기는 여기사. 알몸으로 헤엄치거나 물장구치며 즐거워하는 여기사. 연인처럼 붙어 소곤거리며 키득키득 웃는 여기사 둘.

연못 가장자리에는 세르넨과 그녀가 마련해준 의자에 앉아 여기사들의 목욕을 웃으며 구경하는 아지에라가 있다.

모두 남자인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 모습.

환인은 이게 라드세아의 ‘평범’일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환인은 비상을 불러 주변 감시와 보초 경계를 지시하고 아지에라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도 지금부터 씻으려 하는데, 아지에라 님도 함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네, 네? 아…….=

“비상과 쿠에들에게 주위 감시를 부탁했으니 보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황한 것처럼 눈을 깜빡이는 아지에라를 두고 돌아선 환인은 어느새 알몸이 된 여자친구들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이실리테 영혼 기사님 몸매 좀 봐…….=

=히익. 가슴이 머리보다 더 크신데도 늘어지거나 처진 게 하나도 없으시네…….=

=나, 난 이실리테 영혼 기사님보다 안느 영혼 기사님이 더 대단하신 거 같은데. 복근하고 어깨와 허벅지를 봐. 단련한 기사의 근육이잖아.=

=…잠깐만, 안느 님 가슴이 옷 입기 전보다 작으신 거 같지 않아?=

=……?? 그러게?=

환인의 여자들 몸매에 경악하며 작게 떠들던 영혼 기사들은 환인이 옷을 벗어 피부가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질수록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반신을 가리는 드로즈 타입 속옷마저 사라졌을 때 여기사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생김새는 플뢰족 남자와 비슷하지만, 풀발기한 플뢰 남자의 자지보다 십수 배는 더 큰 웅장한 모습.

게다가 저건 발기하지 않은 상태니까……. 세상에, 발기하면 저기서 얼마나 더 커진다는 거지???

=와아아……. 하,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맛……. 켛! 왜, 왜 때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여기사는 옆의 여기사에게 팔꿈치로 배가 찍혀 쿨럭, 고통을 토해내곤 항의했다.

그러자 여기사가 미쳤냐며 다그친다.

=야아, 미쳤어?! 저분이 누구신지 까먹은 거야!? 너희들도 입 다물고 고개 돌려!=

=…….=

=…….=

맞다. 저분은 새벽의 빛이시지.

너무나도 우람한 남성의 상징에 머리 밖으로 뛰쳐나갔던 이성이 빠르게 돌아와 자리를 잡은 여기사들은 어흠어흠, 헛기침을 하면서 슬그머니 몸을 돌렸다.

일련의 과정을 안 보는 척, 다 보고 있던 환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몸과 얼굴에 물을 끼얹어본다.

‘탄산천과 비슷하군.’

몸에 닿은 연못 물의 감각이나 수온 등이 어렸을 때 경험했던 탄산천과 흡사하다.

피부를 약하게 자극하는 성분, 차갑다고 할 만큼 서늘한 물 온도.

부모님과 함께 충주의 저온 탄산 온천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던 환인은 물을 끼얹은 몸과 얼굴에서 기름기가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감각에 작게 감탄했다.

“이런 연못이 다 있군.”

환인의 혼잣말에 조심스럽게 물을 뺨이며 이마에 찍어보던 유르파가 천천히 물속에 잠겨 들며 야릇한 신음을 흘린다.

=하으응…… 이거 상질의 치유 샘이야. 요정들이 놀다 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이름인데…… 으응.=

“전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요정이 들르는 겁니까.”

환인이 자리에 앉으며 물으니 이실리테와 안느도 그의 좌우에 따라 앉는다.

=응. 요정의 날개에서 떨어지는 가루는 매우 귀중하고 희소한 시약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상처에 뿌려도 상처를 낫게 해주는 효험이 있거든. 그 가루가 물에 스며들어서 치유의 효능을 띄는 거야.=

「아! 여기가 요정의 샘이었군요? 와아.」

푸른 날개로 알몸을 가린 채 따라온 백려강도 온천 속에 잠겨 들며 작게 탄성을 질렀다.

살아있는 몸으로 맛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그녀다.

안느는 흠칫흠칫 어깨를 움찔거리다가 허벅지를 모으면서 묻는다.

=힉. 아읏. 이, 이거 좀…… 율이 언니. 보지가 따끔거리는데 괜찮은 거야?=

=괜찮아. 안느 아가씨도 모르는 피로가 풀리고 있다는 증거니까…… 하우우.=

=그런가? 좀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데…… 그나저나 언니랑 이슬이 가슴이 평소보다 물에 더 둥둥 뜨는 거 같네. 어휴 완전히 섬이네, 섬이야.=

=찌, 찌르지 마…….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쿡쿡 찌르는 안느의 손길에서 자기 가슴을 지켜내던 이실리테는 급기야 유두까지 터치하는 그녀의 손길에 눈을 날카롭게 뜨고 물속으로 손을 넣어 안느의 엉덩이를 잡고 활짝 벌렸다.

=흐꺅?!=

익숙지 않은 가느다란 손가락에 의해 엉덩이가 벌어지며 연약한 항문 속살과 보지 구멍이 드러나자 안느가 기겁해서 발버둥 쳤다.

치유의 샘이 주는 탄산의 감각이 보지 속까지 침입하는 느낌이었던 것.

=하지 마, 하지 마! 내가 잘못했어!=

응깃! 비명을 지르다가 냅다 환인의 품으로 피신해버리는 안느.

나름 그의 품 안에 있으면 이실리테가 거친 짓을 못 할 거란 계산이었지만, 오히려 이실리테의 부러움과 분노를 부채질했다.

보지를 건드리고 파고들려 하는 손가락에 다리를 버둥거리는 안느. 그런 안느의 다리를 붙잡고 은밀한 곳을 연신 찌르면서 공격하는 이실리테.

유르파와 백려강은 여동생들의 다툼을 구경하는 언니들처럼 흐뭇해하는 얼굴이고…….

“후우.”

환인은 품 안에서 벌어지는 두 여자친구의 재롱에 눈을 감고 탄산 온천이 주는 감각을 만끽했다.

충분한 운동과 휴식으로 피로가 남지않게끔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어깨며 옆구리, 허벅지와 발등이 유독 따끔거리는 감각이 강하다.

=으아앙! 그만 벌려, 이 나쁜 기지배야! 속까지 물이 들어오잖아!=

=그러면 주인님한테서 떨어지란 말이야……!=

“…….”

환인은 자신의 품 안에서 격해지는 다툼에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면서 그녀들을 잡고 좌우에 앉힌다.

그리고 허리에 팔을 감으니 그의 품에 반쯤 안기게 된 이실리테와 안느는 즉시 얌전해져서 요조숙녀처럼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다투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네에…….=

=으, 응….=

그녀들의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허리와 골반, 밑가슴과 옆구리를 어루만지며 말하자 부르르 몸을 떨더니 얌전한 고양이처럼 대답하는 두 여자다.

유르파와 백려강도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참지 않는다.

조용해진 주변에 만족한 환인은 눈을 감은 채 치유의 샘을 즐겼다.

이 근방은 남쪽의 알소프, 프라버 근방처럼 찌는듯한 열대우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햇빛이 따가운 무더위였다.

그랬는데 시원한 탄산 온천에 들어와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들을 양옆에 끼고 앉아있으니 극락이 따로 없다.

잠시동안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고 골반 아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힐링 타임을 보내고 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기감에 전해져왔다.

눈을 뜨자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지에라가 보랏빛 음모와 그 아래 도톰한 보지까지 훤히 보이는 곳에 서서 작게 미소 짓고 있었다.

=저희가 근처에 앉아도 될까요?=

이실리테나 유르파와 비교해도 절대 작지 않은 거유지만, 그보다 환인은 그녀의 대음순에 새겨진 문자에 더 관심을 보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스르륵, 경단처럼 틀어 올린 머리로 앉던 아지에라는 코까지 잠겼다가 어푸, 귀여운 신음과 함께 잠깐 허우적거리고는 무릎을 꿇고 앉는다.

환인은 신사의 태도로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지적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돌려 못 본 척해주었다.

=……환인 성자님은 참으로 신사다운 분이시네요.=

“보통의 예의일 따름입니다.”

=그런 보통도 이 나라에서 10년 이상 지내다 보면 빛이 바래기 마련입니다.=

이 나라의 여성 대우 방식을 생각해보면 공감 가는 이야기지만, 그녀는 이 이야기의 대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론은 있지만 그걸 꺼내기 위한 빌드업 같은 느낌.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뒤로 세르넨과 다른 영혼 기사들도 다가와 얌전히 앉는다.

그러던 중 아지에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대답의 여부는 들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네. 혹시 환인 성자님과 여러분들은…… 한 가족이십니까?=

여기서 말하는 한 가족이란 그걸 가리키는 거겠지. 왜 그걸 묻는 걸까 생각하며 질문에 대답했다.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녀들은 제 여자친구이자 약혼녀들이고 저 또한 그녀들의 남자친구이자 약혼자이니까요.”

대답하며 좌우에 안겨있는 이실리테와 안느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으니 아지에라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나갔다.

본론은 어색하지 않은 타이밍에 아지에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게 본론입니다. 환인 성자님, 혹시 육보시라는 풍습을 아시는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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