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8화 〉 432+ 프라버 반도
* * *
니누에게서 흡수한 한기는 여러모로 환인의 예상을 초월했다.
보지에 팔을 넣어 흡수한 한기는 양적 측면에서도, 성질 면에서도 시더에게서 흡수한 것과 크게 차이 났던 거다.
표현하자면 난폭하고 사나운 기운.
환인은 심장을 얼려버릴 듯이 차가운 한기를 훈기로 제어하면서 안느의 배에 올라타 그녀의 자궁 안은 물론 몸에 가득한 온기를 게걸스럽게 탐했다.
=읏, 아윽. 도령 너무 난폭…… 하앙!=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부러트릴 것처럼 껴안고 아담한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귀두로 자궁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안느가 그의 어깨를 잡고 진정하라는 듯이 살살 힘을 주지만, 환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푹푹 찌르고 안쪽을 후비며 얼른 온기를 내놓으라는 듯이 제집처럼 안느의 보지 곳곳을 쑤셨다.
=학, 하아악! 간다, 가…아으으응……!=
안느가 절정에 오를 때마다 자궁 입구가 꿀렁이며 귀두에 쪽쪽 키스해주니 훈기의 통제에 쓰고 있던 신경이 자꾸만 귀두로 향하려 한다.
그녀의 속살이 요동치며 귀두의 갓과 안쪽 홈까지 오물거리는 쾌감도 적지 않은 방해 요소.
환인은 자신을 방해하는 괘씸한 보지를 혼내줄 생각으로 자지에 힘을 주어 푸우욱, 강하게 찔렀다.
=으흑, 하으으읍! 하아, 하아앙.=
피가 쏠려 도톰해진 보짓살이 활짝 벌어지고 귀두의 갓이 지스팟과 주름을 시원스레 긁고 지나가니 안느의 허리가 지진이 난 것처럼 후들거린다.
그대로 자궁에 노크하듯 쿡쿡쿡 찌르자 소녀처럼 가녀린 신음을 흘리며 환인의 머리를 끌어안는 안느.
=흐앗, 으흐으읏. 자궁마안… 괴롭히지 마핫…!=
“안느, 혀.”
=흐에…….=
빨갛게 상기된 채 잔뜩 풀린 얼굴로 혀를 내미는 안느. 환인은 그 빨간 과육을 콱, 물고 수목화하며 자신만의 생명수가 된 그녀의 타액을 삼킨다.
역시 안느를 먼저 안는 게 정답이었다.
한기가 몸 안에 들어오며 뺏어간 체력, 훈기를 제어하며 퍼트리는 데 쓰고 있는 에너지가 안느의 몸에 채워진 정수를 섭취함으로써 회복되고 있다.
엉덩이 구멍에 박혀있는 플러그가 하늘을 향할 정도로 엉덩이를 든 채 교배 프레스 자세로 환인에게 박히는 안느는 이미 두 번째 멀티 오르가슴을 경험 중.
=으, 흐읏! 아핫! 히윽, 나 또오…! 또 간다앗……!=
단단하고 두꺼운 자지에 꿰뚫리며 집요하게 자궁을 공격받던 안느는 절정에 이은 또 다른 절정이 덮쳐와 세 번째 멀티 오르가슴에 휩싸였다.
그에게 최적화된 몸뚱이는 소소한 터치에도 기뻐할 정도로 물몸이 된 지 오래.
아무리 강인한 신체를 가진 안느라 해도 고작 몇십 분 만에 멀티 오르가슴을 세 번씩이나 경험하면 기절할 듯이 피로해진다.
절정에 절정이 덮쳐와 세 번째 멀티 오르가슴에 눈을 반쯤 까뒤집고 벌벌 떨던 안느는 결국 =흐으…….= 작은 신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고, 자신의 품 안에서 축 늘어지는 그녀를 보고서야 환인도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이미 사정감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중. 환인은 안느의 딱딱해진 유두를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의 속살을 음미하다가 그녀의 뱃속에 정액을 가득 토해냈다.
예민해진 귀두가 멀티 오르가슴으로 잔뜩 수축한 보지 속살과 비벼질 때마다 허리에 스파크가 튀는듯한 쾌감이 사정을 촉진한다.
“후우…….”
그렇게 시원할 정도로 안느의 뱃속에 두 번째 사정을 끝마친 환인은 자신의 밑에 깔려 기절한 안느를 바라보다가 자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위험한 고비는 넘긴 듯 혈관과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던 한기는 사라졌다.
줄어들었다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겠지만 문제는 없다. 훈기의 자연 회복으로 나머지는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수목화로 인해 정수??를 만들어내게 된 안느는 땀마저도 정수가 된 지 오래.
살짝 달콤한 향기가 나는 안느의 촉촉한 가슴골에 얼굴을 묻고 잠시 숨을 고르던 환인은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애액과 정액으로 코팅된 자지가 두 번의 연속 사정으로 강직도가 떨어진 모습을 안느의 보지 속에서 드러낸다.
쭈르릅
음란한 소리와 함께 자지가 빠져나가자 그 자극에 배를 한차례 움찔한 안느가 눈을 떴다.
=…아으, 잠깐 정신을 잃었…… 아야야.=
상체를 일으키던 안느는 눈살을 찌푸리며 할머니처럼 허리를 콩콩 두드린다.
맨바닥에 그녀를 눕혀놓고 교배 프레스 자세로 무자비하게 내려찍은 여파인 듯하다.
“괜찮나.”
=어휴. 도령 밑에 깔려서 그대로 승천하는 줄 알았어. 계속 내 약점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환인을 향해 옆으로 돌아누우며 말하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그만큼 쾌감이 파도처럼 몰아쳤다는 뜻이겠지.
=도령은 괜찮아졌어?=
“그래. 네 덕분이다.”
=다행이네. 끝났으면 청소해줄게.=
엉금엉금 기어서 앉아있는 환인에게 다가간 안느는 자신의 애액(정수)에 그의 정액으로 범벅된 자지를 핥고 빨면서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하움. 우음… 츄릅, 쮸붑.=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 숲속의 맑고 상쾌한 향기가 퍼져 나와 마차 안을 채운다.
환인은 자신의 자지를 맛있는 막대사탕을 빠는 것처럼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안느를 보다가 조금 흐트러져있는 그녀의 은발을 정돈해주었다.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훑는 느낌이 좋은 걸까. 뾰족한 귀가 쫑긋거린다.
자궁을 폭격당한 보복을 하는 건지 환인은 안느의 혀가 요도 끝을 집요하게 문지르는 걸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귀접을 통하면 한기가 조금이나마 정제되는 건가.’
보지에 팔을 욱여넣고 흡수하는 한 기가 날 것 그대로인지도 알 수 없고, 귀접을 하면 한기가 정제되어 흡수되는지도 아직은 불명확하다.
한 번에 너무 많은 한기를 흡수해서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기를 흡수하는 것은 처음이라 조절을 못 해 대량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없지 않았으니까.
“으음.”
유르파에게 펠라 특강을 받아 실력이 일취월장한 그녀의 혀 놀림에 환인은 사정감이 급속히 차오르는 걸 느꼈다.
애초에 1년 넘게 서로 물고 빨며 잠자리만 300회를 넘게 가졌다. 자신이 안느의 약점을 잘 아는 것처럼 안느 또한 환인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
자지의 민감한 곳을 집요하게 자극받은 환인은 참지 않고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시작했다.
=으흡. 으으으음……!=
안느는 환인의 자지를 삼킨 채 울컥거리며 쏟아져나오는 정액을 모두 입안에 모았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안에 든 것을 모두 내보내라는 듯이 불알을 상냥하게 보듬고 혀끝으로 귀두의 갓과 아래쪽을 사악사악 핥아 올린다.
마지막으로 쭈우웁, 자지가 빨대인 양 빨아올리기까지.
환인은 불알 속의 정액까지 모두 강탈당하는 느낌에 눈앞이 하얗게 변할 정도의 쾌감을 느끼며 안느의 입속에 대량의 정액을 쏟아놓았다.
“크음… 후우우…….”
=흐흥.=
귀두를 입에 물고서 올려다보며 이겼다는 듯이 의기양양해하는 은발의 미녀.
그 미소에 환인은 자지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무자비하게 범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마차 밖으로 두둥 두둥 두둥 조금 달라진 북소리와 배가 선회하는 느낌, 거기다 바빠지는 인기척을 느꼈기에 충동을 억눌렀다.
그사이 쪽, 소리를 내면서 자지에서 떨어진 안느는 맛있다는 듯이 정액을 삼키곤 입가에 흐른 것까지 손가락으로 훑어 쪽쪽 빨아먹는다. 그리고 성수포를 가져와 땀에 전 그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주며 말했다.
=배가 기우는 걸 보면 건너편에 도착했나 보다.=
“그래.”
시계를 꺼낸 환인은 45분이 지난 것을 확인했다. 중간에 5분 정도 북소리가 멈췄던 것은 휴식 시간이어서겠지.
도착에 40분 정도 걸렸다면 양호한 속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돛도 없고 모터가 아니라 오직 사람 손으로 노를 젓는 배니까.
“그럼 먼저 나가 있지.”
=응. 나도 뒷정리만 하고 바로 나갈게.=
“아니. 이대로 쉬다가 나루터를 벗어나면 나와라.”
=그럴까? 응, 그럴게.=
환인은 자신을 다 닦아준 뒤 자기 몸을 닦기 시작한 안느에게 가볍게 뽀뽀해 주고 마차를 나왔다.
청량한 물 내음을 맡으며 배가 수달 나루터의 접안 시설에 붙는 것을 지켜보던 환인은 부관처럼 자신의 곁에 서 있는 니누를 돌아보았다.
곧장 눈이 마주치자 니누가 묻는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젖꼭지와 보지를 훤히 드러낸 알몸 차림임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다.
‘아닙니다.’
한기를 흡수한 니누는 확실히 상태가 양호해져 있었다.
어깨는 물론 옆가슴 일부, 다리도 서혜부를 지나 둔덕까지 검게 물들이고 있던 것이 팔꿈치와 허벅지까지 내려간 상태.
알소프의 영주 카드람을 향한 분노와 원한은 그대로지만 이성은 또렷하게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차에서 막 내렸을 때 니누의 상태를 확인한 환인이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말했을 때, 니누는 성자님의 자비 덕분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자신을 제어하고 있다.
덜컹.
몸을 가린 곳보다 드러낸 곳이 더 많은 여자 노잡이 여섯이 커다란 다리 구조물을 가져와 접안 시설의 플랫폼과 이어놓고 돌아간다.
환인은 선창 쪽에서 수달녀가 긴장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박달 나루터와 구조가 흡사한 수달 나루터를 살폈다.
“…….”
한가로이 낚시하는 낚시꾼들. 배를 손질하는 뱃사람들.
해협을 건너는 데 필요한 인원수가 빨리 채워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굴리는 사람들.
사람을 기다리는지 배가 도착했는데도 하선하는 사람이 없어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세 채의 건물 주변에는 마차나 짐수레에 묶여있는 말, 쿠에, 낙타, 초식용 등이 있었고 건물에 난 창문을 통해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환인은 문양 강화 영혼 시야로 낱낱이 살폈지만 의심 가는 구석은 없었다.
“출발하지. 먼저 내려라.”
=네.=
마차를 조종하는 이실리테를 먼저 내리게 한 뒤 그 뒤를 따라가며 환인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상하군.
자신의 상식과 벗어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왜 습격이 더 없을까.
프라버 반도에 내려선 환인과 마차는 건물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건물 사이를 지나며 기감을 최대한으로 발휘했지만, 여전히 습격이나 암습의 징조는 없다.
“…….”
수달 나루터를 빠져나와 북동쪽으로 난 가도를 따라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할 때까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환인은 이해가 되지 않아 눈썹을 찡그렸다.
휙 달리는 마차에 올라타 마부석에 앉으니 이실리테가 묻는다.
=주인님. 아크렛 마을에 들르실 거예요?=
“슬슬 식량을 보충할 때인가.”
=네. 아직 10일분 정도 남아있지만, 안느가 먹을 신선한 채소랑 과일의 상태가 조금씩 안 좋아져서요.=
가방과 주머니에 거는 보존 술법은 시간을 완전히 멈추지 못한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은 밖에서 300~500초가 지날 때 안쪽에서는 1초가 흐르게 만드는 정도.
그렇다 해도 300초면 바깥에서 12일하고 12시간이 지날 때 보존 주머니 안에서는 1시간이 흐르는 셈이다. 어지간해서는 보존 주머니 안에 넣어둔 게 상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아크렛에 들르기로 하지. 어차피 반도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에미트 정글의 지류를 지나려면 아크렛 마을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는 게 가장 편하다고 하니.”
=네, 주인님.”
방향을 정해준 환인은 팔짱을 끼고 쿠에쿠엣거리며 달리는 쿠르티와 쿠핀, 쿠라의 뒤통수를 보면서 생각했다.
알소프의 습격이 어째서 없을까.
이 세계에는 통신 수정 구슬이라는 게 있다. 그 외에도 시술받은 대상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비술도 있고 그 외에 지정 대상의 상태나 상황을 파악할 다른 수단도 제법 있을 게 틀림없다.
‘들개 전사단은 습격을 사주한 자의 신분을 특정하지 못하게 소지품을 다 버렸다고 했지만…….’
설마 성자를 해치려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전사들만 덜렁 보냈을까?
아니라고 본다.
사냥개는 모르겠지만 사냥꾼은 사냥개의 위치 확인이나 사냥개의 배신, 변심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해놨을 게 틀림없다.
들개 전사단이 몰살당하고 생존자 둘은 프라버로 끌려간 지 어느덧 나흘째.
전사단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알소프 영주의 귀에 들어갔을게 틀림없을 텐데 아직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게 수상하기 그지없다.
‘니누.’
「부르셨습니까, 영혼사님.」
환인은 니누를 불러 몇 가지를 더 물어봤지만, 역시 아는 게 없었다.
전송 두루마리로 영혼사를 납치해버리면 그 뒤에는 알아서 알소프로 귀환하면 끝인 임무인 줄 알고 있다.
‘영혼사를 공격했다 실패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움직여야 할 텐데.’
아예 정체를 숨긴 기사단을 파병한다던가 암살자를 대규모로 보낸다던가 말이다.
혹시 아크렛 마을에 뭔가 수작이 들어가 있을까.
프라버의 권역은 반도의 아크렛 마을까지다. 알소프와 권역 경계선이 맞닿아있으니 그곳에 뭔가 수작을 해놨을 가능성도 있겠지.
환인은 잠깐 나루터에서 정보 수집을 해야 했었나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알소프 측이 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은 정해져 있다. 이쪽도 땅신 교단과 프라버를 통해 정보를 터트렸으니 만약 알소프가 군을 권역 경계선에 대기시켜놨다면 박살 낼 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알소프 성까지 쳐들어갈 뿐.
‘백중강에게 연락을 넣어 정세 변화를 알아봐야겠군.’
만약을 위해 확인해볼 생각을 하며 왼팔을 뒤덮고 있는 빛에 시선을 준 환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영혼 구슬 보유 갯수 한계: 107개]
잘 못 본 게 아니다. 7개가 더 늘었다.
‘니누의 한기를 대량으로 흡수해서인가.’
바로 옆을 날아서 따라오고 있는 니누에게 시선을 주자 니누가 각 잡힌 부하처럼 환인을 돌아본다.
니누는 저 이상 한기를 뽑아내면 원한을 유지하기가 어렵겠지. 하지만 원한에 의해 한기가 과다하게 축적된 영혼은 아직 일곱이나 더 있다.
전부 비슷비슷한 상태이니 최대 77개, 감소 폭이 크다 하더라도 최소 7개는 더 얻을 수 있겠지.
=다 완성했다~!=
마차 지붕에서 후드 로브를 완성했다며 소리치는 유르파와 그 옆에서 열심히 손뼉 치는 백려강을 잠깐 돌아본 환인은 눈을 감고 영기의 흐름을 다시 관조하기 시작했다.
저녁.
실전 대련으로 이실리테와 안느를 무자비하게 두들긴 환인은 벌렁 드러누워 버린 둘을 내버려 두고 유르파에게 프라버와 통신을 부탁했다.
“……그렇습니까.”
[예. 생명 추적의 비술은 크뤼그라는 여자에게만 걸려있었던 걸로 보아 다른 들개 전사단에는 걸려있지 않았겠지요. 걸기 쉬운 술법도 아니거니와 비술 소재가 고가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생명 추적의 비술, 파르히스트를 찾아왔던 크라버리의 개망나니, 길레스=벡슬에게 걸려있던 술법이다.
“그 외에 다른 술법이 걸려있지 않다면 아직 알소프는 들개 전사단의 실패가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알소프도 저희 프라버만큼이나 조인족이 많은 도시입니다. 혹시 하늘 저편에서 들개 전사단을 주시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감시자가 있었다면 비상이 눈치채고 알려주었을 겁니다. 비상의 시력은 하늘에서 수십 킬로미터 바깥의 괴물까지 포착할 정도로 좋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려는 접어두어도 되겠습니다. 남은 것은 알소프의 성자님 습격 소식 유포에 대한 것인데…… 정말 이대로 널리 퍼트러도 괜찮겠습니까? 이제부터 알소프 권역에 들어서실 텐데 혹여 군대의 추격이라도 받으실까 우려됩니다.]
“걱정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땅신 교단과 합작해 증거와 함께 습격 사실의 유포를 개시하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길.]
“…….”
백중강과 통신을 끝낸 환인은 잠시 빛이 꺼진 수정구를 들여다보다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첩자를 보내 백려강을 자살로 유도하고 프라버에 선동과 공작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상당한 수완가가 아닐까 했는데 설마 이쪽의 상황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보고 체계는 3일에서 4일 단위라고 니누가 말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제야 알소프의 영주 귀에 들개 전사단 전멸 소식이 들어가고 있을 거라는 뜻.
환인은 지도를 펼쳐 프라버 반도와 알소프 사이의 복잡한 해안을 짚어보았다.
‘알소프 쪽의 병력과 마주칠만한 곳은 이쯤인가.’
아크렛과 알소프 사이의 중간 지점, 사각형으로 돌출된 지역이 그의 눈에 담겨 들었다.
거기까지 가는데 대략적인 예상 소요 시간은 사흘.
환인은 훈기와 한기가 80% / 110%가 되어있는 것을 가늠하다가 니누와 함께 우두커니 서 있는 들개 전사단의 영혼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한 명당 100%가 넘는 한기를 흡수한다 치면 그걸 제어하고 정화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많은 훈기가 필요할 것이다.
니누에게서 흡수한 한기도 아직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이니만큼 나머지지 일곱 전원의 한기를 흡수하려면…….
‘노력해야겠군.’
영혼 구슬이 특정 배수에 도달할 때마다 영혼술이 성장하고 있다. 다음 성장에 영혼 구슬이 몇 개가 더 있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마당.
이 좋은 기회를 내다 버릴 수 없다.
환인은 알소프에 도착하기 전까지 저들의 한기를 전부 흡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