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7화 〉 431+ 프라버 반도
* * *
그가 니누의 영혼으로 시도하려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영체의 안에 손을 넣어 힘이 되는 영기를 흡수해 타락을 늦추는 것.
다만 가능할지는 환인도 확신하지 못했다. 만약 1년 전쯤이었다면 이런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자신은 여러모로 능력을 다루는데 미숙했었으니까.
하지만 수많은 영혼을 성불시켜오고 영혼술과 영기를 단련하고 영기를 영혼술에 본격적으로 접목할 수 있게 된 지금이라면…….
소매를 걷어 올린 환인은 육감적으로 발달한 니누의 허리를 잡아 다리를 벌리게 한 뒤 위치를 잡는다.
환인의 오른쪽 허벅지를 다리 사이에 두고 보지가 잘 보이게 다리를 벌린 뒤 앞으로 내민 자세.
손바닥으로 니누의 보지를 덮은 환인은 조금씩 손가락이며 손바닥을 움직여 보지의 형태를 조사했다.
‘역시 감촉과 질감만 제외하면…….’
살아있는 여자의 보지와 똑같다.
빈약해서 만지는 맛이 없는 대음순. 조금 늘어졌지만 통통해서 자지를 기분 좋게 어루만져줄 것 같은 소음순. 껍질에 뒤덮여있어도 존재감이 확실한 음핵과 안쪽과 연결되어있는 질 입구까지.
「…….」
자신의 보지를 어루만지는 환인의 손을 바라보다 시선을 올린 니누는 환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무표정이라 환인도 감정을 읽기 조금 어려웠지만, ‘이 행위가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나는 영혼인데 왜 보지에 감각이 느껴지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문을 가졌지만 감정이 옅어져 물어보거나 따지지 않는다. 그저 지켜만 볼 뿐.
일단 중지와 약지를 세워 보지 구멍으로 밀어 넣……으려는 데 무게가 없다 보니 그 작은 동작에도 니누의 영체가 밀려난다.
환인은 조금 작은 가슴에 비해 넉넉한 옆구리, 러브핸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그곳에 손을 올리는 한편 니누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제 어깨든 팔이든 잡아서 위치를 고정하십시오.’
「네.」
손바닥으로 받쳐서 올려봐도 니누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한 뒤 재차 중지와 약지를 세워 보지 구멍에 밀어 넣는다.
단단한 조임과 함께 손가락을 꼭꼭 물어대는 감각이 차츰차츰 손가락을 뒤덮어간다.
시더 때와 마찬가지로 마찰력은 없지만 촉각을 자극하는 느낌은 있는 이상한 감각.
「응.」
절반가량 들어간 손가락을 까닥였더니 니누가 살짝 굽혔던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짧은 비음을 흘렸다.
어째서일까. 환인은 의아해졌다. 좀 전에 원기를 받아들인 영체를 조사할 때 허리가 꺾일 정도로 힘을 줬어도 고통이나 괴로움을 호소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스팟으로 의심되는 곳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반응을 보이다니.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환인은 지스팟 부근을 계속 자극하면서 보지 입구를 풀어나간다.
이 풀어준다는 행위 자체도 질 근육의 긴장을 해소하고 삽입이 원활해지도록 윤활액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한 행동인데…….
‘모르겠군.’
성감대 자극을 느낀 이상 고통도 느낄 수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런 이유로 몇 분 정도 집요하게 조금 오돌토돌한 질벽 한 지점을 안에서 바깥으로 긁어내듯이 자극한 환인은 니누가 허리를 점차 숙이더니 짧게 연달아 흘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읏. 윽, 으. 흐응. 흡.」
다리가 굽혀지고 허리도 숙여진다. 환인의 어깨를 짚은 상태에서 허리를 숙이니 C컵 남짓한 젖가슴이 환인의 얼굴을 덮는다.
그럼에도 흣, 흑, 교성 비슷한 신음을 몇 차례 흘리며 허리를 작게 떨던 니누는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르륵 허리를 다시 폈다.
「…….」
명백히 절정을 경험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고 보지 구멍에서도 흘러나오는 게 없다. 조임도 그대로.
자극은 별 의미가 없었나.
환인은 중지와 약지에 이어 검지도 집어 넣었다. 조금 빡빡하지만 힘을 주자 보지 구멍이 벌려지며 검지도 받아들인다. 세모꼴로 모았던 손가락을 펴자 여전히 빡빡하긴 해도 구멍이 일자로 벌어진다.
다음은 약지.
푸우욱…….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이 모두 보지에 들어갔지만, 니누는 별 반응 없이 자신의 아랫배를 내려다본다.
환인의 눈에도 아랫배 너머 안쪽에 네 손가락이 들어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기분 탓인가…….
‘질 내부가 좀 더 선명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 아니다. 좀 전에는 없었던 자궁과 도톰한 도넛 모양의 자궁 입구까지 비치고 있다.
감각을 자극하면 해당 부분에 영혼의 자의식이 집중되며 형태를 구성하는 건가.
가장 그럴싸한 가설을 세우며 보지에 절반 정도 들어간 손을 손목에 스핀을 주면서 느릿느릿 돌리고 있으니 니누의 다리가 살짝살짝 떨리며 좁혀들다가 환인의 다리를 무릎으로 조인다.
그 때문에 튼실한 허벅지에 손이 잡혀 움직이기 어려워진 환인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왼쪽 다리도 넣어 허벅지를 강제로 개방했다. 그리고 손을 좀 더 깊이 밀어 넣으며 엄지까지 그녀의 보지에 집어넣는다.
처음의 그 빡빡한 조임은 그대로이면서 보지 구멍이 계속 벌어지다 쑤우욱, 단숨에 손목까지 집어삼키는 니누의 보지.
아랫배 속으로 환인의 손이 훤히 보이고 있지만.
「…….」
니누의 신음이나 교성은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보지 입구가 환인의 손목을 문 상태가 그대로 니누의 허리가 활처럼 휘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보지 안쪽의 벽이 1초에 한 번씩 움찔거리면서 손을 오물오물 물어대지만 그뿐이다.
마치 형태를 가진 바람이나 공기에 손을 문지르는 기분.
여자친구들의 보지였다면 애액이 흠뻑 흘러나와 손을 질척하게 적셨겠지. 당연히 보지의 따스한 체온과 미끌거리는 마찰력도 느껴졌을 테고.
늘 자지로만 느끼던 그 감촉을 손으로 경험해보는 상상을 하던 환인은 고개를 젓고 망상을 털어냈다.
아무리 자신의 자지가 굵다고 해도 손에는 못 미친다. 그리고 보지에 주먹을 막 넣다간 그 보물급 보지에 상처가 날 수도 있는 일.
환인은 이제 확연히 눈에 보이는 질 내부 구조와 반투명한 회색 아랫배에 들어가 조금씩 움직이는 자신의 주먹 쥔 손을 응시하며 좀 더 보지 안으로 팔을 밀어 넣는다.
꽤 깊다. 반쯤 주먹을 쥐었고 질 주름이 매끈할 정도로 펼쳐지고 있다지만 팔꿈치까지 들어간다.
「……! …….」
자궁이 주먹에 밀려 쭈우욱 올라가자 니누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어깨며 다리를 간헐적으로 떤다.
자신의 두 다리에 의해 강제로 벌려진 탄탄한 허벅지 안쪽 근육이 도드라지는 것을 보던 환인은 팔이 더 안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손 끝에 닿는 볼록한 자궁 입구를 툭툭 건드렸다.
「하아……!」
하아, 니누가 이번에는 머리를 앞으로 숙이며 짧은 한숨을 토해낸다.
볼록한 자궁구를 드라이버 돌리듯이 검지로 빙글빙글 움직이던 환인은 니누가 손목을 잡으며 부르르 떠는 모습에 자궁 경부 정중앙을 검지로 푹 찔렀다.
「…윽!」
끊어질 듯이 팔꿈치 부근을 조이는 질 입구, 요동치며 팔뚝을 꽉꽉 무는 질벽, 마치 빨아들이는 것처럼 검지를 물고 쭈르륵 내려오는 자궁 경부.
「흑……. 아악….」
검지를 까닥이면 손가락을 문 자궁이 따라 출렁이고 니누의 입에서도 비명과 흡사한 교성이 나온다.
환인은 자신의 팔뚝을 붙잡은 채 헐떡이는 니누를 감상하다가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일반 옷감보다 몇 배나 매우 가벼운 쉬폰 소재 원단을 몸에 감은 채 지내던 백려강은 안느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유르파에게 후드 로브 제작을 부탁드렸다.
=아, 그래서 후드 로브가 필요하다는 거구나.=
「네……. 안느 씨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저는 계속 이렇게 있었을 거예요.」
처진 눈매로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백려강의 모습에 유르파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작업용 아공간 가방에서 파란 옷 한 벌을 꺼냈다.
단순히 파랄 뿐만 아니라 달빛을 새겨놓은 것처럼 하얀색이 점점이 박혀있어 우아하기까지 한 옷. 그녀의 푸른색 머리카락과 푸른 날개에 잘 어울리는 후드 로브다.
=아가씨가 합류하는 걸 보고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만들본 거였는데. 미리 만들어두길 잘했네.=
「와. 옷감이 너무 예뻐요. 이거 혹시 노를 덴의 별빛 옷감인가요?」
=역시 프라버의 영애구나. 맞아, 이 선명한 파란색에 예쁘게 찍힌 하얀 자국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일행 중에 없어서 줄곧 보관만 하고 있었거든? 나중에 이슬이 아가씨나 안느 아가씨 드레스나 만들어줄까 하고 있었는데, 려강 아가씨를 봤을 때는 임자가 있어서 계속 잠들어있었나보다 했다니까.=
「이런 귀한 옷감으로 후드 로브로 만들어주시다니, 너무 기뻐요. 감사해요, 언니.」
유르파는 백려강의 안목과 감탄, 그리고 감사 인사에 조금 뿌듯함을 느끼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이야기했다.
후드 로브는 그녀의 체형을 어림짐작으로 읽고 가봉 해놓은 상태. 백려강의 가슴과 허리, 골반과 엉덩이 치수에 맞게 조금만 조절한 뒤 봉제하면 끝이다.
그녀에게 신체 치수를 제공한 백려강은 유르파의 손에서 점차 완성되어가는 심플라인 드레스틱한 로브를 구경하다…….
「응.」
……조그맣게 들려온 가녀린 소리에 날개깃털 귀를 쫑긋했다.
며칠 전이었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실리테, 안느, 유르파의 몸에 빙의되어 환인과 섹스하며 성에 대해 눈을 뜬 백려강은 그게 교성이었음을 단번에 눈치챘다.
뭘까. 설마 환인 님이 안느 씨나 이실리테 씨랑 밖에서 몸을 섞고 계신 걸까?
‘하지만 바깥은 갑판이에요. 조타수를 잡은 수달 족 분도 계시는데…….’
그녀가 본 환인은 때와 장소를 명확하게 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훤히 다 보이는 곳에서 여자친구들과 성교할 리가 없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며 절반쯤 완성된 후드 로브를 바라보며 즐겁게 기다리는데.
「읏. 윽, 으. 흐응. 흡.」
「……?!」
잘 못 들은 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여자의 교성이다. 게다가 이 소리는 자신과 같은 영체가 내는 소리.
=왜 그러니?=
「네? 아뇨, 그게…….」
잠깐 망설이던 백려강은 유르파에게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요, 하고 마차 지붕으로 나왔다가 마부석 쪽에서 환인과 반쯤 몸을 겹친 니누를 발견하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지만, 저 자세라면 니누라는 영혼은 환인 님의 허벅지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일 것이다.
설마 밖에서,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영혼과 성교를 하신다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개방적인 분이셨을까요?
놀람도 잠시. 백려강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안느가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마차 지붕 위를 기어서 마부석 쪽으로 다가갔다.
「힉.」
그리고 니누의 아랫배 속에 환인의 팔뚝이 전부 들어가 있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곤 작게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 저런 일이? 여자의 그곳은 남자분의 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거였나요……?
「…윽. 흑…, 아악.」
놀람도 잠시, 백려강은 회색 반투명한 니누의 아랫배, 배꼽까지 팔이 들어가 움직이는 것을 숨죽인 채 구경하기 시작했다.
환인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흘리며 도망치려는 것처럼 몸을 꿈틀거리는 니누.
니누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왼손은 허리를 잡고 있고 오른손은 뱃속에서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손을 벌려 고정 중인 환인.
‘앗, 검지가 들어가 있는 곳은 설마 자궁인 걸까요?’
백려강은 자궁에 그의 검지가 들어가 있는 것을 뒤늦게 눈치채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설마 저렇게 즐기는 방법도 있을 줄이야.
그에게 희롱당하는 니누의 모습에 자신을 겹쳐 보던 백려강은 살짝 야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곤 니누를 부러워했다.
‘저런 놀이라면 제가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는데…….’
왜 자신을 부르지 않고 일행을 습격한 못된 여자를 데리고 노시는 걸까.
환인 님은 아직 자신을 규중처녀로 여기고 계신 걸까? 그렇게 보지 않으시길 바라서 성적으로 개방적인 것처럼 행동했던 건데……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백려강은이 환인의 행동을 유심히 구경하며 다음에는 자신의 몸으로 기쁨을 드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때.
=려강. 뭘 그렇게 숨어서 보는 거야?=
「꺅!」
어깨를 잡히며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황급히 두손으로 입을 가리며 옆을 보자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놀란 안느의 얼굴이 있다.
거기다 환인의 옆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이실리테의 시선까지 끌어 버렸다.
하지만 환인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긴커녕 니누의 자궁에 중지까지 밀어 넣는 중이고 니누는 자궁 경부가 강제로 벌려지며 학질에 걸린 것처럼 벌벌 떠는 상태다.
=어… 미안해. 그렇게 놀랄 줄 몰랐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안느에게 손사래 치던 백려강은 이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집중하는 환인의 모습에 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다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쩌면, 자신이 착각한 걸지도 모른다. 야한 놀이를 하는 중인 게 아니라 뭔가 중요한 것을 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이실리테와 안느의 눈에 환인은 조금 묘한 자세로 영혼술이나 정령을 다루고 있는 걸로밖에 안 보여서 둘은 백려강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어? 잠깐, 도령 팔 왜 저래. 하얗게 얼어붙고 있잖아!=
=주인님?=
“……괜찮다. 실험 중이니 잠시 조용히 해라.”
그 말과 함께 오른팔에 맺혔던 서리가 녹아서 흘러내리며 맨살이 드러난다.
거기에 백려강의 눈에는 니누의 팔다리는 물론이고 몸까지 잠식해가던 검은 것이 점차 어깨 너머로, 서혜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역시 놀고 계신 게 아니었어! 아아, 나라는 여자는 얼마나 파렴치한 걸까.
백려강이 자신의 변태성에 끙끙거리고 있을 때 니누의 팔과 다리를 뒤덮은 타락의 증거는 팔꿈치 위쪽,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가는 중이었다.
이마에서 약간의 식은땀을 흘리며 그걸 지켜보던 환인은 충분히 되었다고 여겼을 때 니누의 보지에서 팔을 뽑았다.
“…….”
몸 안에 흘러들어온 한기가 날뛰는 기세가 자못 날카롭다.
환인은 척추를 따라 흐르는 훈기를 동원해 몸 안으로 들어온 막대한 양의 한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혈관이며 근육을 얼리겠다고 날뛰는 한기는 족히 훈기의 두 배.
그것을 천천히 달래며 영기의 본류??로 이끈다.
그 덕분에 환인의 몸 곳곳에서 옷을 뚫고 얼음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오다 사라지고 재차 흘러나오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칼날 멧돼지의 영혼을 강령한 뒤에 겪었던 후유증에 비하면 한여름 밤과 한겨울 밤만큼의 차이가 있다.
혈관이 얼어붙는 듯한 냉기의 고통에도 환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끝내 한기를 영기의 본류에 편입시킨 뒤 후우우, 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 숨결에 허연 입김이 브레스처럼 쏟아지다가 사라졌다.
=도령?=
“설명은 잠시 후에 해주지.”
자신을 부르는 안느에게 환인은 별거 아니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기절한 것처럼 눈을 감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니누를 바라보았다.
‘정말 되다니.’
그렇다면 굳이 섹스하지 않아도 여자들의 영기를 흡수할 수 있다는 건가.
“…….”
하지만 안 되겠지.
여자의 음부에 팔을 집어넣고 자궁까지 손가락을 삽입한 뒤에 영기를 강제로 흡수한다니. 이 세계에서도 그리 환영받는 행위는 아닐 것이다.
환인이 한 것은 간단했다.
니누의 뱃속에 손을 넣고 영기의 순환법에 원기 흡수의 요령을 접목해 영체의 한기를 흡수한 것.
평온의 파동에 영기와 원기를 접목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환인은 니누의 몸 안 한기를 흡수한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더와 귀접한 뒤에 몸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도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기는 데 한몫했다.
그 결과 팔다리의 검은 그것은 과도한 한기가 누적된 현상이었고 그걸 제거해주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한기이다 보니 아무런 대비 없이 한기를 받아들였을 때 팔이 하마터면 얼어버릴 뻔한 것.
만약 린덴 촌락에서 영기의 통로가 대폭 확장되었고 세맥이 팔다리의 끝까지 뚫리지 않았다면 훈기를 오른팔까지 보내는 게 늦었을 것이며 훈기가 손끝까지 도달하지 못해 팔을 포기하게 되었을 거다.
‘성기를 통한 귀접이 가장 안전한 방식이었군.’
아무리 환인의 자지가 굵고 길다 해도 팔에 비견되지는 않는다. 접촉 면적을 보자면 비교조차 불가능 한 것이다. 거기다 양물은 양기의 상징.
마차 안으로 자리를 옮긴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고, 여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치료 방식에 입을 헤 벌렸다.
「그래서 주먹을 여자 보지에 쑤셔 넣고 손가락으로 자궁까지 범했다는 거네? 이 귀축.」
“…….”
꽃바구니 침대에 들어가 있던 환연의 매도에는 지적하고 수정해야 할 곳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니누에게 흡수한 한기는 자신이 영혼을 성불시켜가며 회수한 빛구슬로 쌓아온 정순한 한기와 다르다.
그 막대한 한기를 정화하고 안정화하는데 훈기가 계속 소모되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 이대로 두면 훈기가 바닥까지 소모되어 칼날 멧돼지 때의 일이 재현될 터.
“……그러니 안느, 부탁하지.”
=어? 아, 응……. 호, 혹시 내 거기에 주먹을 넣어야… 해?=
“아니다.”
여자친구들에게 엉뚱한 우려를 주입해버린 환연을 지그시 응시하자 그의 시선에 환연은 뻘쭘한 듯이 헤헤 웃다가 침대 바구니 안쪽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툭, 투둑.
사라락, 스륵.
도령이 바란다면 보지로 주먹쯤 받아들이는 게 대수일까. 하지만 어디에서도 접해보지 못했던 체위에 겁먹었던 안느는 자신을 나무라며 갑옷과 옷을 벗기 시작한다.
환인도 냉기에 젖어버린 셔츠를 벗으니 백려강이 입을 후드 로브를 만들다가 난데없는 이야기에 눈만 끔뻑이던 유르파는 한발 늦게 놀라 허둥지둥 봉제하던 후드 로브와 재료만 챙겨 들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이실리테와 백려강이 뒤따라 나오는 걸 본 유르파가 옷을 움켜쥔 채 어…… 하다가 어리숙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라니? 난 옷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이해가 안 돼.=
=우리를 습격했다가 죽은 들개 전사들 있잖아요. 내버려 두면 알소프에 도착하기 전에 혼재가 되어 터질 상황이었는데 주인님이 막았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는 와중에 주인님이 더 강해질 수 있게 되었구요.=
=아. 그런 거였어? 그럼 앞으로 몇 번 더 같은 일을 반복하겠네.=
=네. 안느가 끝나면 다음은 제 차례일 거 같아요. 저로도 안 끝나면 유리 언니 차례일 테니까 일단 준비는 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알았어. 그럴게.=
지붕의 보관 주머니에서 성수포를 꺼낸 이실리테는 옷 아래로 몸을 닦으면서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와 주변을 살폈다.
음…….
마차 안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안느의 앓는 소리에 선루프 쪽으로 기어가서 환연을 밖으로 부른다.
=환연, 거기서 구경하지 말고 이리 나와.=
「왜?」
=밖에 나와서 주변에 괴물이나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지 감시해야지.=
「안에서도 감시할 수 있는데.」
=얼른.=
잉잉거리는 환연을 밖으로 끌어낸 이실리테는 열린 선루프를 닫았다.
조금씩 흘러나오던 안느의 비음이 뚝 끊긴다.
그 뒤에는 마차 주변을 서성이는 비상도 불러 환연과 함께 주변을 감시하도록 부탁한 뒤 겨드랑이와 젖가슴 아래, 유두와 계속 앉아있느라 조금 땀이 찬 팬티 속도 꼼꼼하게 닦기 시작했다.
안느로 끝날 수 있지만, 주인님이 자신도 부르실 수도 있으니 언제 안겨도 괜찮게 깨끗하게 있어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