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430화 (4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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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0화 〉 424 알소프로 가는 길

* * *

다음 날.

새벽이 가까운 시간, 유르파는 옷자락이 작게 스치는 소리에 눈을 떴다.

평소였다면 듣지 못했을 소리였으나 이상하게 오감이 생생한데다 피로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 인기척에 자연스레 눈을 뜬 것.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가녀린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키가 작고 뒷머리가 포니테일로 찰랑이는 것을 보면 이슬이 아가씨겠지.

그녀가 천장의 썬루프를 소리 없이 열고 올라가는 것을 본 유르파는 고개를 돌려 환인이 시체처럼 누워 자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자고 있나?

그의 코앞에 손을 흔들어볼까 했지만…….

‘관두자.’

그랬다간 예민한 기감에 오히려 잠에서 깰지도 모른다. 만약 깨어있다면 신호를 따로 보내거나 따라서 오겠지.

옆자리를 더듬거려 가운을 걸친 뒤 작은 목소리로 비문을 읊어 몸을 띄운다. 그렇게 소리 없이 마차 지붕으로 올라온 유르파는 의외의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율이 언니도 일어났네. 왜 다들 안자고 올라오는 거야.=

불침번 순서인지 장비를 모두 차려입고 있는 안느의 주변으로 둥글게 앉아있는 이실리테와 백려강, 거기에 환연까지.

지붕에 여자들이 모두 한데 모여있었다.

‘정말…… 저렇게 있으니까 달과 별의 여신님들 같네.’

달빛처럼 따스한 호박색 머리카락의 이실리테. 별빛처럼 시린 은발의 안느. 거기에 달 주변에 낀 구름같이 은은한 푸른색 머리카락의 백려강과 밤하늘처럼 새카만 머리카락의 환연까지.

유르파는 이실리테와 백려강이 비켜주는 자리에 끼어들며 물었다.

=난 이슬이 아가씨가 올라가는 기척에 눈을 뜬 건데…… 려강 아가씨랑 연이는 언제 올라온 거니?=

「얼마 안됐어.」

「저는 처음부터…….」

쉬폰 소재의 아주 얇고 가벼운 천을 몸에 둘러 알몸을 가린 백려강과 시선이 마주친 유르파는 낮의 기억이 떠올라 조금 멋쩍은 기분에 웃었다.

백려강도 같은 감상에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다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왜 모여있어?=

「유르파는 그때 백려강하고 같이 떡실신해서 모르겠네. 환인이 저 둘을 나무란 거 때문이야.」

이실리테의 손바닥 위에 몸을 반쯤 눕히고 있던 환연이 덤덤히 말했다.

=아가씨들한테 들었어. 자기가 혼냈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가 화를 낸다는 것은 누가 죽어 나간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그 때문에 조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자 환연이 후유, 한숨을 내쉬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환인이 화를 낸 이유와 화를 내게 된 원인.

그걸 들은 유르파는 가운을 좌우로 펼쳤다. 그러자 속옷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 소재 잠옷 너머로 아랫배에서 빛나는 금색 문신이 드러난다.

=이걸 자궁 문신이라고 하는구나……. 아무튼 아가씨들을 아끼는 자기라면 충분히 화낼 만하네.=

=그런가요?=

=응. 문신이라는 건 보통 되게 무식한 방식이고 피부를 더럽히는 행위거든.=

이 시대의 문신 시술은 무식하기도 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돈 많은 부자들은 비술사를 찾아 마도구나 술법으로 피부에 색소를 스며들게 해서 새기는데 이 경우는 후유증이 거의 없다.

문제는 보통의 경우.

일반적으로 칼 같은 날붙이로 가볍게 상처를 낸 다음 그 위에 염료를 문질러 스며들게 하거나 쇳덩어리를 문신 모양으로 만든 뒤 불에 달궈 지지는 방식이니까.

후자는 낙인이라고 해서 노예에게 새기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걸 아가씨들의 그 예쁘고 깨끗한 피부에 새긴다니, 별 뜻이나 이유 없이 졸랐다면 나라도 화냈을 거야.=

유르파의 이야기에 이실리테와 안느의 고개가 살짝 내려간다. 그 모습에 환연이 조금 짜증난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야. 그 뒤에 더 큰 이야기가 나왔다니까.」

=어떤 이야기?=

「너희 셋 중에서 하나라도 살해당하거나 하면 환인은 세상을 뒤집어버린다고 했어. 그랬는데 저 둘은 안 믿더라고. 유르파는 믿는 거 같네.」

사정없이 흔들리는 유르파의 눈동자에 환연이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이실리테와 안느에게 말했다.

「너희도 유르파처럼 믿어, 좀.」

=하지만…… 우리가 죽었다고 수십만 명을 죽여서라도 복수한다니, 그건 마왕이나 다를 바 없잖아.=

「미치겠네 진짜. 하나의 예시랬잖아! 환인이 뭐 허무맹랑한 말을 주워 담는 사람도 아니고,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 말했다니까?! 근데 왜 안 믿느냔 말이야아앙!」

자기 말을 좀처럼 믿어주지 않아서 짜증이 난 환연은 두 다리를 바동거렸다.

=……나는 연이 말을 믿어.=

=율이 언니.=

=들어보렴.=

자신을 불러 부정의 뜻을 전하려는 안느를 제지한 유르파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 자신은 대부분 그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그가 화를 내면 거의 반드시라고 할 만큼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웨이포드에서는 비상을 노렸다가 통째로 갈려 나간 피가죽 클랜이 있고(이실리테와 백려강에게 들었다) 파르히스트에서는 길레스=벡슬이라는 또라이 인랑족이 혼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당했다.

그뿐인가. 제하=메샤라는 기사단 소속 조인족 여자가 환인에게 죄를 덮어씌우려다 지위와 재산을 전부 잃고 결국 그의 창에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카턴 마을에서 시작된 인연으로 끝내는 수십 명의 사망자를 만들어낸 알드헬름 혼재 사건도 있고 환인에게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다가 혼재가 된 아들에게 빙의 당해 처참하게 살해당한 스타에타가 있으며.

=헬루멘 근처 폭군룡의 미궁 앞에서는 시비를 걸어왔던 폭력배 출신 직업자들이 토막 나 죽었다면서? 크라빈에서는 날 모욕했다고 목이 잘려 죽은 호엔이라는 조인족도 있고.=

비교적 근래인 프라버에서도 자칫 백려강의 언니인 백치령이 오체분시 당할 뻔 하지 않았나.

=화를 냈다기보다는 귀찮은 걸 치워버린 느낌이 더 크긴 한데… 하여튼, 귀찮은 걸 치워버리는 것도 그 정도란 말이야. 그런데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가씨들이 누군가한테 살해당했다고 생각해봐. 내 생각에 자기는 담담한 표정으로 복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거야.=

혼재를 마구 뿌린다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쉽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끔찍한 극독을 구해서 수원지를 죄다 오염시켜버린다던가 그냥 몸에 강령을 두르고 원수가 있는 곳에 쳐들어가서 다 목을 따버린다던가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괴물을 도시에 그대로 던져버린다던가…….

=그리고 만약 원수가 대도시의 성주급이나 주도의 성족이라고 생각해봐. 자기와 군대 간의 전쟁이 벌어질 텐데 자기가 그런 사람들에게 쓰러질 거라는 상상이 가니?=

=…….=

=…….=

안 간다. 린덴 촌락에서 만났던 조인족으로만 꾸려진 하늘 기사단처럼 특수 병종 정도는 되어야 그를 조금은 성가시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동력은 비상이가 있으니까 문제 될 게 없어. 하루면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을 정도니까. 게다가 자긴 원기를 흡수하고 내보낼 수 있는 데다 환연이 정도는 아니지만, 정령력도 쓸 수 있어.=

마지막으로 공격력.

=아가씨들도 봤을 거 아니니. 황금빛의 영혼 폭발이랑 영혼 화살을 멀리서 막막 쏴대면 어떨 거 같아?=

여자들의 머릿속에 1대 수만의 가상 전투 시뮬레이션이 펼쳐진다.

환인은 자존심이나 명예욕에 목을 매는 기사나 전사가 아니다. 싸우다 힘이 부족하거나 불리하면 그 즉시 비상과 함께 전장을 이탈할 테지.

그리고 힘을 회복한 뒤 돌아와 태연스레 폭격을 시작할 거다.

비상을 떨어트리겠다고 원거리 공격을 해대도 어렵겠지. 그는 위상력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위상류 체질이며, 영기를 무기에 두르면 평범한 무기로도 위상력이 담긴 공격을 흘려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신출귀몰 종횡무진하며 군대의 본진이든 군대가 출진한 도시의 영주성이든 습격할 테고, 그렇게 습격할 때마다 사상자는 무수하게 나올 것이다.

이런 그를 잡기 위해 식량 봉쇄를 펼쳐도 의미가 없다. 그는 영혼 시야로 먹을 수 있는 거랑 먹어선 안 되는 걸 구분할 수 있으니까.

대자연이 그의 식량 창고나 다름 없는 거다.

=게다가 자기는 이미 짐작해서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기도 눈치채지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예상한 거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을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자기의 체질 같은 것도 변화하는 중인 거 같아.=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머릿속에서 환인이 5만의 대군단을 상대로 학살을 벌이는 상상을 하고 있던 이실리테가 되물었다.

=생각해보렴. 무거운 무기에 속도가 더해지면 충격파가 일어나기 마련이야. 그런데 타락한 바르굴하고 마지막으로 싸울 때 어땠니? 자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잖아.=

「……설마 위상류가 진화해서 이제는 물리적인 피해도 막아내기 시작했다는 건가요? 그런 사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나도 위상류가 원인이라고 생각은 안 들어. 하지만, 만약 자기가 영성을 뛰어넘는 무언가의 직업으로 승급했다면? 승급해서 물리 피해를 감소하는 어떤 기술을 얻었다면?=

=……!=

「……!」

=나는…… 자기가 린덴 폐촌락에서 기절했을 때 무언가의 직업으로 승급했다고 생각해. 그야 우주수 길리아미와 정체불명의 하늘의 눈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꾸며내는 것도 허황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이야기잖니.=

=맞아……. 애당초 도령은 그냥 영혼사가 아니잖아. 영혼사의 능력도 쓸 수 있는 다른 직업이지.=

이실리테도 어깨에 두른 숄을 좀 더 여미며 중얼거린다.

=그게 아니라면 바르둘하고 전투에서 주인님이 멀쩡하신 게 설명이 안 되네요.=

「유르파, 결론을 말해봐.」

환연의 요구에 유르파는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후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기술만으로 7급 투성의 인정과 패배 선언을 받아낸 자기야. 그런 그의 가장 큰 약점인 신체 내구력이 보강되고, 지금은 중급이지만 나중에 상급이나 최상급 강령을 할 수 있게 되어 부족한 신체 능력도 보충되었을 때…… 그를 막을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주도의 굉호제나 히스론드의 광상녀, 벨티칼의 대사주, 메리아놀의 여휘님 정도인가…….=

안느의 중얼거림에 여자들은 심장이 울렁거리며 피부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것을 느꼈다.

굉호제???, 광상녀光??, 대사주大??, 여휘??.

모두 신님의 사도로 불리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있어 저 북쪽의 이블팩션이 접경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네 명이 종족 대전쟁의 억지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비견된다는 것은 정말로 혼자서 수십만 명을 죽이는 마왕이 될 수 있다는 것.

환연은 여자들의 긴장감을 읽고 한숨을 푹 쉬면서 유르파의 윗가슴골로 자리를 옮겨 말했다.

「이제 알겠지? 환인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 되느냐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사는 마왕이 되느냐는 너희들한테 달렸다는 거?」

부담감을 팍팍 씌우는 이야기에 이실리테와 안느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둘의 표정은 평온해졌다.

그를 믿는 마음, 그리고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향상심이 부담감을 이겨낸 것이다.

=도령이라면 다른 사람의 악의는 다가오기 전에 눈치챌 거라고 믿어. 우리는 도령을 믿고 끝없이 훈련하고 또 훈련해서 힘을 키워나가면 되는 일이야.=

……저 상태가 됐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고 환연은 생각했다.

어쨌든 이실리테는 괴물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이 급격하게 오르는 중이고 안느도 자신의 위를 가로막고 있는 천장을 부수기 위해 성술 연구와 훈련에 매진 중이니까.

거기에 노파심을 더한다.

「너희들 몸은 너희들 것만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둬. 환인이야 당연히 싫겠지만, 너희가 다치는 걸 보는 건 나도 싫어.」

새침떼기처럼 흥­ 하고 고개를 팩 돌리는 환연에게 여자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작은 볼이나 배를 쿡쿡 찌르며 웃었다.

「아, 하지마! 하지 말라니까?! 이익!」

다음 날 아침, 적당히 동이 터올 무렵에 눈을 뜬 환인은 재차 기감을 펼쳐 여자친구들이 아직도 마차 지붕에 모여있는 것을 감지했다.

어젯밤부터 계속 모여있더니 자신의 불침번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결국 자신을 깨우러 내려오지 않았었다.

여자들은 서로 친목을 도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지식으로 알고 있었기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이건 섭섭함인가.’

자신을 불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섭섭함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침 첫 일과인 대련을 시작한 환인은 그녀들의 마음가짐이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급 정령 강령을 통해 강해진 신체, 거기에 살짝살짝 그리모암의 혁대를 발동하면 이실리테와 안느의 근력을 순간적이지만 튕겨낼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 힘으로 그녀들이 보이는 약점, 목젖이나 명치, 가슴, 복부, 정강이, 어깨, 허벅지를 천칭으로 두들기고 허접하고 눈에 훤히 보이는 궤적의 공격은 손아귀가 찢어질 정도로 후려쳐 틀어버리며 말 그대로 늘씬하게 패버렸지만…….

=으아압!!=

=하아아앗!=

평소라면 아파서 끙끙거렸을 고통이나 나 자신이 다칠 수 있을 거란 우려에 멈칫거렸을 그녀들은 신음 한 번 흘리지 않고, 눈치 한 번 보지 않고 전력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이제야 격차를 인정하고 마음속 깊이 받아들인 모습.

‘나쁘지 않아.’

어젯밤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지만, 절대 나쁜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천칭을 뱀처럼 움직여 제대로 된 빈틈을 드러낸 안느의 얼굴을 찔러 들어간다.

=윽?!=

그 공격에 한순간이지만 어깨를 움찔하는 바람에 공격의 밸런스가 무너져버린 안느의 손목을 내려쳐 천벌의 망치를 떨어트린 뒤 천칭으로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다.

=아앗!?=

이어 자신이 일부러 드러낸 왼쪽 어깨의 허점을 정확히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이실리테의 대검을…….

티딕—

=핫?!=

힘과 무게 중심이 모인 검면 중단과 크로스가드를 티딕 건드려 검극을 땅으로 향하게 하는 동시에 그 힘에 저항하려는 반동을 이용, 그녀의 가슴 앞섬을 잡아 반대 방향으로 확 돌렸다.

그리고.

퍼벅!

=꺄흑!=

=아윽…!=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은 안느에게 이실리테를 날려버려 둘이 엉켜 땅을 구르게 만들어버렸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진 두 여자는 서로 팔다리가 얽혀버렸고, 1초 밖에 안되는 시간에 얽힌 다리를 풀었지만 안느의 몸에 체중을 싣고 있던 이실리테는 자신의 등을 꾸욱 누르는 스틱의 느낌에 힘을 쭉 빼며 머리를 늘어트렸다.

=우리 사이좋게 관통사 했어…….=

이실리테의 한숨에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던 안느도 하, 한숨을 토해내며 뒷머리를 땅에 댔다.

=미치겠다……. 도령을 이길 방법이 안 보여. 하급 정령 강령으로 힘이 늘었다고 이렇게나 차이 나는 거야?=

=하급 정령은 신체 능력을 2배나 늘려주니까……. 그냥 2배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없잖아.=

=으으.=

여자친구들의 한탄에 환인은 후, 웃으며 그녀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여길 봐라.”

꼬무룩해진 그것처럼 풀이 죽어있던 두 여자는 환인이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가 순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땀 한 방울?=

“그래. 너희들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다.”

=…….=

=…….=

예, 예전에는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었으니까…… 성장한 거긴 성장한 건데…….

여자들은 자신의 꼬라지에 눈을 돌렸다.

하얀 셔츠는 먼지색으로 물든데다 흘린 땀과 습기, 열기로 인해 눅눅해져 속살과 브래지어를 비추고 있다. 얼굴은 당연히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있고 호박색과 은색 머리카락은 까치집처럼 엉망진창.

……뭘까, 이 치밀어오르는 분함은.

=언젠가 반드시 도령도 흙먼지 범벅으로 만들어줄 거야.=

“그런가, 힘내라.”

이를 앙다문 안느의 선언에 후, 웃은 환인은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한 유르파에게 걸어간다.

두 여자는 두말 않고 서로 나란히 선 뒤 오직 육체의 힘만으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단련은 정자세 내려치기 1000번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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