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화 〉 423 알소프로 가는 길
* * *
아랫배 문신. 흔히 자궁 문신으로 통하는 것은 옅은 금빛을 뿌리며 유르파의 아랫배에 느릿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환인은 눈을 감고 입을 살짝 벌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유르파를 살폈다.
쾌락을 이기지 못해 기절해버린 모습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고 고통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문신이 새겨지고 있는 피부도 짓무른다던가 붉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그저 도자기처럼 하얀 아랫배에 은은한 금빛이 맴돌고 맺힐 뿐.
자기 전용 꽃바구니 침대에서 그걸 목격한 환연이 날아와 이슬처럼 땀이 맺힌 그녀의 귀여운 배꼽 근처에 착지하려다…….
「꺅!」
땀방울을 밟고 발라당 유르파의 배 위에 넘어진다.
오목한 배꼽에 얼굴을 박았던 환연은 몸에 묻은 유르파의 땀을 털어내며 좌우 대칭으로 새겨지고 있는 자궁 문신을 가리키며 환인에게 물었다.
「이거 왜 이래. 환인, 뭔가 했어?」
“했다면 했고 아니라면 아니다만…….”
자궁에 귀두를 삽입한 채로 왕복운동을 했으며 그대로 사정했다.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것은 절대 아니다.
「뭔데 말을 하다 마는 거야?」
“하드코어한 성행위였을 뿐이지 이런 현상이 벌어질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양 강화 영혼 시야를 열었지만, 자궁을 하트 모양으로 형상화한 문양과 문양을 새기고 있는 빛에는 마력이라던가 하는 힘의 잔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흡정족의 체질인가?
……유르파가 깨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의 몸에 깃든 백려강도 기절했다는 뜻인가.
문신이 새겨지는 도중에 건드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일 테지.
일단 주변 정리를 위해 환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르파의 애액이 묻은 자신의 성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환연에게 몸을 씻겨달라고 부탁했다.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생성된 물이 몸을 한차례 덮고 사라지자 성행위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진다.
환인이 바지를 다 입고 환연은 물의 정령을 부려 바닥에 뿌려진 유르파의 애액이나 땀방울을 모아 마차 밖으로 날렸을 때였다.
마부석과 연결된 작은 창문이 열리더니 안느가 예쁜 얼굴을 비추며 개구쟁이처럼 웃는다.
=도령~ 살살해. 언니 그러다 복상사하겠…… 어? 뭐야뭐야.=
탁, 쪽창이 닫히더니 잠시 후 마차가 천천히 멈추어 선다. 환인은 생활용품 칸에서 수건을 꺼내 삐질 거리며 정액이 흘러나오는 유르파의 음부를 덮어 가려주었고 그 직후 이실리테와 안느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말이야. 유리 언니 배에 문신이 새겨지고 있다니?=
=보면 안다니까! 도령이 요상한 기술을 배운 걸지도 몰라!=
“…….”
환인은 그녀들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조금 궁금해졌다.
=지, 진짜네……. 주인님이 하신 거예요?=
=도령! 나도 문신 새겨줘!=
어느샌가 자신이 한 짓으로 되어버린 환인은 덮칠 듯이 다가오는 안느를 밀어내며 말렸다.
“안느, 내가 한 게 아니다.”
=진짜? 언니 배에 새겨지고 있는 문신 색이 도령의 가슴에 새겨진 문양이랑 색이 같은데?=
“……평소처럼 그녀를 안았을 뿐이다. 뭔가 한 적은 없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백려강이 유르파에게 강령 된 상태라는 점뿐이지.”
유르파의 곁에 앉아 이제 거의 다 완성된 듯한 자궁 문신을 구경하던 이실리테가 물었다.
=혹시 그래서 문신이 새겨진 게 아닐까요?=
“먼저 경험했던 백치령의 몸에는 문신이 새겨지지 않았다. 유르파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종족 특질이 발동했다는 쪽이 더 신빙성이 있지.”
그때 자궁 문신이 다 새겨졌는지 일렁이던 금빛은 사라지고 은은하게 금빛을 내뿜는 문신만 남았다.
하트로 표현한 자궁. 난관과 난소를 표현한 듯한 자그마한 날개.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느낌이며 붓으로 그린 것처럼 간략하게 표현되어있어 심플하고 깔끔한 문신이다.
환연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문신을 살펴보다 문신을 살짝 찔러보더니 아무런 반응이 없자 본격적으로 문신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눌러보거나 피부를 잡아당겨 보거나.
환연의 작은 손에 피부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늘어나니 문신도 따라 움직이고 늘어난다.
피부에 완벽히 흡착된 모습이다.
=…….=
=…….=
유르파의 배에 새겨진 자궁 문신을 바라보는 두 여자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
그러던 중 그녀의 허벅지 사이 골짜기를 덮고 있던 수건이 흘러내려 통통해진 소음순과 정액이 스며 나오는 음부가 드러나자 이실리테와 안느는 성수포를 가져와 유르파의 몸과 사타구니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편히 잘 수 있도록 얇은 이불도 덮어주었다.
그리고 환인을 빤히 응시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아가씨의 시선에 환인은 그녀들이 뭘 원하는지 알면서도 물었다.
“왜 그러지.”
=도령, 나도 문신 새겨주면 안 돼?=
=저도 주인님의 문신을 받고 싶어요.=
“…왜 받고 싶은 거지.”
=어? 그, 예쁘기도 하고 배는 여자에게 중요한 장소잖아. 거기에 도령이 직접 문신을 새겨주면 뭔가, 의미 부여가 되어서 기쁠 것 같다고 할까…….=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띤채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이실리테도 비슷한 심정이라는 것을 읽은 환인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끼리끼리 논다고 해야 할지. 자신이 이상하니 자신에게 끌리는 여자들도 정상이 아니라 이건가.
예속감을 느끼고 싶어 자궁 문신을 새겨달라고 하다니. 평범한 연인 사이에서 오갈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아니, 이런 생각 자체가 지구 출신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군.’
잠시 생각한 환인은 지극히 자신만의 관점으로 결정을 내렸다.
“싫다.”
이실리테와 안느는 드물게도 단호한 거절에 속으로 살짝 놀랬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은 대부분 들어주었었다.
이번에도 자신들이 애교와 함께 조르면 해주지 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바늘도 안 들어갈 정도로 딱 부러지게 거절하다니.
“나는 너희의 그 백옥같은 살결과 피부를 좋아한다. 당연히 몸에 난 상처도 사랑한다. 그건 너희가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증거이자 훈장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라고 말을 덧붙인 환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실리테와 안느를 향해 이전에는 보여준 적 없는 날카로운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반쯤 재미 삼아, 반은 부러움에 특별한 이유 없이 그 몸에 문신을 새기려 하다니. 그것도 여자에게 중요한 장소에…….”
일부러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두 여자는 환인의 약간 성난 태도에 조금이지만 겁을 먹고 말았다.
평소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런데 화를 내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다?
이실리테와 안느는 양심이 콕콕 찔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가라앉은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고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작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유르파의 젖가슴에 기대고 누워있던 환연이 물었다.
「환인. 그렇게 칼같이 거절할 필요가 있었어? 그냥 좋게 말해도 알아들었을 텐데.」
“한 번쯤 정색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왜?」
“그녀들은 내 걱정이라면 사서도 하는 편이지. 그런 주제에 내가 그녀들을 생각하는 건 깊게 고려하지 않는 거 같아서다.”
「음…….」
환연은 산란못 미궁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런 점이 없진 않았지. 자신을 아끼지 않고 적 앞에 몸을 들이민다던가.
「그래도 지금 정색할 필요가 있었어? 걔들도 네가 갑자기 그러니까 되게 당황한 눈치던데.」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상황에서 내가 정색했다고 가정해봐라. 그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나.”
「…….」
엄마아빠가 너희를 미워한다는 말을 들은 아이처럼 반응하는 둘의 모습이 환연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쪽창 쪽에 귀를 가까이하고 이쪽의 대화를 엿듣는 여자친구들의 기척을 느낀 환인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가 다치거나 아프면 그녀들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처럼, 그녀들도 다치거나 죽으면 나도 화를 낼 거다. 하나의 예시를 들자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테지만 그녀들이 모종의 악의에 의해 사망할 경우 나는 세상을 뒤집어서라도 복수하겠지.”
세상을 뒤집는다는 표현에서 오싹 환연은 심장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맛보았다.
딴 인간들이 그리 말하면 「허풍은ㅎ.」 이럴 텐데 저 인간이 그리 말하니까 장난으로 안 들린다.
「네, 네가 그리 말할 정도면 수십만 명은 족히 죽어 나갈 거 같은데?」
“해야 한다면 그리할 테지. 그만큼 그녀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좀 더 자신의 몸을 아꼈으면 하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녀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라며 말했다고 이야기를 끝맺자 환연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신의 꽃바구니 침대로 올라가며 말했다.
「난 모르겠다.」
이야기는 그리했지만, 환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세 여자가 죽는 일은 막아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걔들이 죽으면 이 땅에 마왕 태어난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무심하게 있을 수 있을까.
마왕이 탄생하면 니오네브레스 전체가 그를 죽이려고 달려들 텐데, 그의 편은 하나도 없는 셈이 아닌가.
‘아니, 이블팩션은 환인의 편이 되어주려나?’
그러던 중에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바구니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자 곤히 잠든 유르파를 바라보고 있는 환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죽어도 환인이 화내줄까?’
……모르겠다.
그래도 화내준다면 기쁠 거 같다고 생각하는 환연이었다.
사흘간의 피로가 몰려왔는지 유르파는 그대로 잠에 빠져 저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두어 시간 뒤 백려강이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는데…….
「하으으…….」
“…괜찮나.”
「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오…….」
그 모습이 평소의 미들 스커트 형식의 가벼운 드레스 차림이 아니라 완전한 알몸이었으며, 모습도 뒤쪽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뚜렷한 형태였다.
비록 푸른색이긴 하지만 질감이 느껴질 정도의 모습에 환인은 그녀의 알몸이 눈에 박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D컵의 가슴에 개미허리, 순산형 골반. 글로 표현한다면 이 문장으로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천사처럼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완벽하기 그지없는 몸매는 그런 단순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모욕이나 다름없다.
‘말이 안 되는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로 처음 본 백려강의 나신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무엇보다 털이 없어 갈라진 골짜기와 입을 꽉 다문 대음순, 그 사이에 모자를 쓴 것 같은 클리껍질까지.
모든 게 훤히 보이는 것에 속으로 경탄을 숨긴 환인은 그녀의 나신을 감상하며 강제력을 살짝 담아 아직까지 혼란스러워하는 백려강에게 말했다.
“정신 차려라.”
「하으.」
환인의 말 한마디에 짧게 어깨를 떤 백려강은 이내 자신이 알몸인 것을 눈치채고는 수줍은 듯이 두 팔로 가슴과 아래를 가리며 환인에게 물었다.
「제, 제가 왜 알몸으로 있는 걸까요?」
“그건 내가 묻고 싶군. 넌 언제부터 옷을 입고 있었지.”
「저 말인가요……?」
자신이 영혼으로 눈을 뜬 그때는 분명히 지금처럼 알몸이었다. 부끄러워서 풀숲에 숨어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언제부터 옷을 입고 있었지?
끙끙거리며 기억을 쥐어 짜내던 백려강은 잠시 후 한숨을 폭 내쉬면서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첨탑 꼭대기에서 혹시 환인 님이 오실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 그때라고 생각해요.」
“옷을 입고 벗는 것은 네 의지 밖의 일이라는 건가.”
「네….」
“그럼 영기를 흘려 넣어주는 건 곤란하겠군.”
「네? 아, 환인 님의 영기를 받으면 다른 분께도 제 모습이 보이니까…….」
그에게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괜찮다. 내 몸은 아니지만, 몸까지 섞었으니까.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알몸을 보여주는 것은 싫다.
환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창피해하는 백려강에게 영기와 원기를 불어넣어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간단하게 억누르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유르파의 아랫배에 자궁 문신이 새겨진 이유가 짐작이 가느냐고.
이불을 젖혀 유르파의 아랫배에 새겨진 자궁 문신을 보여주었지만, 백려강은 짐작 가는 것이 없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언니 때와 다르게 쾌감이 너무 강해서…… 부끄럽게도 좀전의 일이 꿈처럼 흐릿하게밖에 생각나지 않아요. 죄송해요.」
“그래.”
그렇다면 용무는 더 없다.
예술 조각상 같은 그녀의 나신을 빤히 바라보며 감상하고 있으니 점점 부끄러워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자, 잠깐 나갔다 올게요!」하고 마차 지붕을 뚫고 도망가버렸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환인은 영기를 주입해주어 몸의 색을 되찾게 한 다음 원기를 주입해 만질 수 있게 만든 뒤 귀접을 시도했었을 테니까.
그 후 마차는 해 질 녘까지 계속 달렸고,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와 유르파를 깨운 환인은 식사 자리에서 그녀에게 자궁 문신이 생겨난 원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냥 설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설화입니까.”
=응. 정순한 정기를 하늘에 닿을 정도로 모은 흡정족은 그 증표가 몸에 새겨지며 종족의 굴레를 벗어던진다는 이야기였어.=
“증표라는 게 자궁 문신이었군요.”
=~~.=
환인의 적나라한 이야기에 자기 뺨을 감싸 쥔 채 부끄러워 발가락을 꼬물거리는 유르파.
안느의 팔뚝에 앉아 그녀가 떼어주는 빵조각에 채소 샐러드 등을 받아먹던 환연이 묻는다.
「그래서 굴레를 벗어던졌어?」
=모르겠네. 딱히 변한 건 없는 거 같은데? 그 이야기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는 태곳적 전설 같은 이야기니까…….=
“중간에 내용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군요.”
=응.=
=그래도 그게 사실이면 좋겠네요. 흡정족의 굴레라면 틀림없이 정기 흡수일 테니까요.=
=헤헤. 그러게.=
이실리테의 이야기에 그렇게 대답하는 유르파였지만, 내심은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죽는 그 날까지 그를 따라다닐 거고, 그와 함께 있으면 정기 걱정은 없으니까.
=그런데 아가씨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거 같은데…… 무슨 일 있었니?=
=어? 아냐, 별일 없었어.=
=네. 버릇없게 굴다가 주인님한테 혼난 거뿐이니까요…….=
버릇없이 굴어? 아가씨들이?? 그거 별일이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격렬하게 궁금해진 유르파였지만, 그녀들의 시무룩한 표정에 지금은 넘어가고 밤에 몰래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