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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421화 (421/813)

〈 421화 〉 415 타락한 바르둘

* * *

자기 발아래로 드넓은 대지가 먼지를 자욱이 피워올리며 수십 미터 이상 가라앉는 것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거기에 자신도 잠시 후 추락해야 한다면?

아마도 줄 없이 맨땅에 번지 점프하는 기분이 가장 흡사할 것이다.

고작 몇 초. 일반인이라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환인은 자신과 여자친구들이 살 수 있을 방안을 모색했다.

상처는 다소 입어도 상관없다. 뼈가 부러지고 몸에 구멍이 나도 멀쩡하게 만들어주는 유르파제 상급 회복약이 있고 안느의 성술이 있으니까.

‘최대한 무사히 살려야 하는 것은 안느.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약을 사용할 의식과 오른팔 정도.’

환연은 날 수 있다. 이실리테는 다중 검기를 통해 낙하 운동의 힘을 상쇄할 수 있다. 자신도 방벽과 황금빛 영혼 방패를 쓰면 상처 없이 착지할 자신이 있다.

그러니 안느를 최대한 무사히 착지시켜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영기는 현재 30% 남짓. 모든 영기를 쓰더라도 장비와 본인 체중을 포함, 200kg에 가까운 안느의 낙하 속도를 일순간 0으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환연은 자신보다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아무리 400g급 특상 정령석의 기운을 빌리고 정령을 다루는데 그녀가 직접 소비하는 자원이 적다고 해도 고작 몇 시간 사이에 너무 많은 심력과 에너지를 소비했다.

반은 인간, 반은 정령인 그녀가 힘을 이 이상 소비하면 어찌 될지 모른다.

더욱이 그녀를 구하려다 자신이나 환연이 잘못되면 안느는 살아남아도 죄책감에 시름시름 앓다 죽게 될 것이다.

이쪽이 위험해지는 방법은 불가.

‘추락 속도 감쇄의 마도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미리 준비해두지 않은 자신의 불찰을 반성하며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환인이 고른 것은, 자신과 이실리테가 추락 속도를 감쇄시키며 안느를 붙잡는 것이었다.

기본 체중에 풀 플레이트 아머인 구세의 빛, 거기다 성벽의 방패와 천벌의 망치 무게를 더하면 안느의 몸무게는 200kg이 넘는다.

다중 검기가 아무리 약간의 물리력을 발휘하고 이실리테도 그간의 훈련에서 경신법???을 터득했다지만, 그녀의 체중에 안느의 체중까지 더해지면 그녀 혼자서 안느를 받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둘이서 합을 맞춰 안느를 던진다.

여러 번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니 지반이 가라앉으며 흘러내린 토사 쪽으로 던져 최대한 낙하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토사가 흘러내리는 벽이다. 자칫 땅에 파묻힐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지만…….

“…….”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저 멀리서 쏜살같이 날아오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한 환인은 훗, 웃으며 이실리테에게 손가락질과 눈빛으로 명령을 내렸다.

추락하는 안느를 잡아서 한 번, 위로 던져올리라고.

=으아아앗!? 뭐 하는, 거야 이, 멍충아아아아……!=

성난 호통 같은 비명과 함께 추락을 개시하던 안느가 이실리테의 손에 잡혀 하늘로 재차 치솟다가 하늘 기사들의 손에 구출된다.

동시에 녹색의 화살처럼 쏘아져 오던 비상의 등에 안착하는 환인.

쿠엣!

“잘 와줬다.”

자신을 등에 태우고는 안 늦었지? 하고 묻는 비상의 목을 쓰다듬은 환인은 다중 검기를 밟고 재차 뛰어오르던 이실리테도 하늘 기사들에게 구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드하 부대장이 대공동의 진동을 보고받고 대비한 건가.’

어쨌든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다, 다행이야아아…….」

숨죽이고 자신의 목에 붙어 딱딱하게 굳어있던 환연이 모두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토해낸다.

그 소리를 들은 환인은 그녀의 등을 약하게 토닥여주며 말했다.

“너도 수고했다. 그나저나 타락한 바르둘은 어떻게 됐지.”

「아? 응! 그놈…….」

…쿠워어어어어어……!!

“…대충 알 것 같으니 됐다.”

지반 붕괴로 자욱한 먼지 구덩이 속에서 울려 퍼지는 상처 입은 야수의 포효.

그 폭발과 붕괴에서도 죽지 않았다니, 끈질긴 생명만큼은 칭찬해줄 만하다. 그러나…….

환인은 무심한 눈빛으로 직경 수 킬로미터의 무너진 지반 속 먼지 구덩이를 응시했다.

‘짐승은 짐승일 뿐이라는 거겠지.’

아무리 지성이 생기고 영악해졌다 해도 감정에 휘둘리는 짐승일 뿐이다.

…쿠어어어억……!!

스스로 소리를 질러 현재 위치와 상태를 드러내다니. 환인은 차가운 눈으로 소리의 진원지에 눈길을 주며 중얼거렸다.

“시야가 안 좋군. 먼지가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걸릴텐데.”

꾸우?

비상을 타고 대규모 지반 침하가 일어난 상공을 맴돌며 중얼거리니 비상이 그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래. 먼지만 거둬다오.”

쿠읏!

친구의 부탁에 비상은 날개를 활짝 펼쳐 가슴에 가득 찬 바람의 기운을 해방했다.

콰아아아아—!!

녹색 바람이 흡사 작은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지반 침하 지역을 뒤덮은 흙먼지를 빨아올려 하늘로 날려 보내기 시작한다.

환인은 잦아드는 포효와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침하 지역의 중심부에 시선을 주었다.

지하수맥이 터져 서서히 젖어가는 흑갈색 지반의 한복판. 그곳에는 멀쩡한 생명체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표현 그대로의 징그러운 살덩어리 괴물 한 마리가 촉수들을 너울거리고 있었다.

크으­ 으어허어어엌……!

「왜 저런 꼴이 된 거야……? 탈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늑대 형상은 어느 정도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분홍색 살덩어리에 핏줄이 덕지덕지 붙은 괴물일 뿐이다.

“영양이 과다하게 주입된 나무나 열매는 형태가 기괴하게 일그러지곤 한다. 타락한 바르둘은 각성 키메라를 흡수해 무언가 변이를 일으키려 하고 있었지. 그때 내 공격으로 심대한 영적 타격을 받고 지반 붕괴로 막대한 물리적 타격을 입었다.”

아무리 융합, 재생이 가능한 육체라 해도 무한정 재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재생 도중 극심한 충격을 받는다면 세포 단위가 변이 혹은 폭주를 일으켜 형태가 무너질 수도 있지 않을까.

환인의 의견에 환연이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쿠학!

삑!

펑 터지는 느낌의 포효가 터지는 동시에 비상은 급격한 회피기동을 펼쳤고, 직후 작은 탄환 같은 것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상과 환인이 있던 자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콰욱! 쿠훅! 쿠왁!!

토해내는 듯한 포효가 이어질 때마다 무언가가 계속해서 총알처럼 날아오지만, 이미 극도의 경계 상태가 된 비상은 돌팔매를 피하는 것처럼 바르둘의 공격을 연이어 피해낸다.

번개 갈래처럼 비행하며 공격을 모두 회피하는 비상의 등에서 괴물의 패턴을 읽은 환인은 영혼 화살을 재빨리 날렸다.

퍼헉!

환인의 눈에만 보이는 무색투명한 영혼 화살이 호선을 그리며 살덩어리를 꿰뚫었지만, 쿠루룩! 쿠콱! 바르둘은 충격을 입지 않은 것처럼 계속해서 무언가를 쏘아낸다.

문양의 힘으로 영혼 시야를 펼친 환인은 살덩어리 괴물이 된 바르둘을 눈에 담았다.

‘생명의 빛이 없다.’

수 미터를 넘어 계속 증식하는 살덩어리는 아무런 생명의 빛도 나지 않고 있었다.

빛이 보이는 곳은 씨앗 같은 것을 쏘고 있는 주둥이 비슷한 곳뿐.

팟­!

이번에는 정신을 집중해 정확히 주둥이를 향해 영혼 화살을 날렸지만, 주둥이 대신 너울거리던 촉수가 우연히 대신 맞았다.

끼키이이익—!!

“…….”

미친 듯이 일렁이는 촉수의 반응에 환인의 눈빛이 깊어졌다.

바르둘은 한 몸에 여러 영혼을 담은 것도 아닐 텐데 어째서 저렇게 치명적인 반응을 보일까.

무색투명한 공격에 경계심이 치솟았는지 핏줄이 두근거리는 분홍색 살덩어리들을 뚫고 촉수 다발이 재차 뻗어 나왔다.

촉수만 수백 가닥. 그것들이 한데 뭉쳐 일렁이니 기생충 수백 마리가 꾸물거리는 것처럼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환인은 하급 정령 구슬 10개와 중급 정령 구슬 5개만 남기고 나머지를 전부 영혼 폭발 구슬과 영혼 화살로 바꾸었다.

일단 저 살덩어리는 갑옷이다.

아무리 맞춰봤자 본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피해를 주려면 본체를 맞추거나 촉수를 맞춰야한다.

하지만 촉수에 영혼 화살을 맞춰봤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다 영혼 구슬 수량이 바닥을 보이는 중이며 징그럽게 부풀어 오르는 살덩어리는 본채를 빠짐없이 뒤덮은 상태.

해결 방법은?

‘문양 강화 영혼 폭발.’

환인은 생성한 영혼 폭발 구슬 중 하나에 문양의 힘을 5%가량 불어넣은 뒤 그것부터 투척했다.

쿠과과과광—!!

살덩어리 괴물의 너울거리는 촉수와 닿은 구슬이 터지며 내파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폭발이 일어난다.

바닥이 흥건히 젖고 있어서일까. 먼지가 일지 않는 대신 축축한 진흙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가운데 찢어지고 터진 살점과 끊어진 촉수가 사이사이를 채운다.

뀌르에궬붿베레겤……!!!

알아먹기도 힘든 괴성과 함께 온몸을 뒤흔드는 살덩어리 괴물.

그 동작에 폭발로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살덩어리가 더욱 뜯겨나가며 살점이 피와 함께 사방으로 비산한다.

그리고 드러나기 시작한 본체.

「우웩.」

나병에 걸린 것처럼 부풀고 뒤틀린 몸뚱이를 향해 환인이 영혼 폭발과 영혼 화살을 재차 투척하려던 순간이었다.

———!!!!!!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비명. 아니, 비명보단 굉음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지진이 난 것 같은 흔들림이 주변 지반을 뒤덮는다.

이어 지반이 내려앉은 장소의 흙덩어리가 덜덜덜 떨리다가 잘게 부서지고, 쩌저적 갈라지다가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융기하기 시작하더니…….

쿠쿵, 쿠구그그그—

족히 천 수백 마리의 생물이 합쳐진 것 같은 끔찍한 몰골의 괴물이 쿠궁, 지반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히이! 더럽게 크고 못생겼어!」

꾸으!

괴물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문어였다.

여러 가지 생물이 융합되어 형태가 절반 정도 남은, 굵고 얇은 다리 수십 개가 둥그런 살점 덩어리에 붙어있는 60m 크기의 괴물 문어.

환인은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다리 하나,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만큼이나 두꺼운 다리가 천천히 부푸는 것을 보곤 머릿속을 두드리는 경보음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

“비상! 이탈해라!”

뀨삐이잇—!!

힘을 조금이라도 뺐다간 목이 덜컥 꺾일 정도의 가속도와 함께 순식간에 지반 침하 현장을 벗어나는 비상. 그 뒤로 괴물 촉수 다리가 휘둘러지더니.

푸슈우우우웃—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호박색 액체가 스프레이처럼 뿌려졌다.

3초가량 비상의 뒤를 따라붙던 호박색 안개가 속도를 잃고 천천히 낙하하는 것을 본 환인은 눈을 찌푸렸다.

좀전의 호박색 안개는 꿀단지 개미 괴물의 몸속에 들어있던 액체일 게 틀림없다.

저걸 이렇게 뿌렸다는 것은 액체 스프레이에 닿으면 몸이 변이나 융합, 증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뜻.

거기에 초반 분사 속도는 시속 100km를 가뿐히 넘을 정도였다. 범위도 넓고 속도도 빠르니 어지간한 비행 속도와 테크닉으로는 피하지도 못하겠지.

영혼 폭발 구슬을 두 개 쥔 환인은 특히 거대한 다리 두 개로 푹푹 꺼지는 땅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된 바르둘을 향해 던졌다.

목표는 주 지지대인 다리.

퍼벙—!!

끼꼐케케게에에엑—!!!

‘어처구니 없는 내구성이군.’

아무리 하급 정령 구슬로 일으킨 영혼 폭발이라지만 약한 이형종은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지는 위력이다.

그런데 저 살덩어리 문어 괴물의 다리에는 약간의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

본격적인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문양 강화 중급 정령 구슬로 터트리거나 해야 할 판.

하지만 여러 차례 문양 강화를 써서 남은 문양 에너지의 잔량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중급 정령 구슬 또한 몇 개 남지 않은 상태.

아니면 프라버에서 유르파에게 건네받은 공간 진동 폭탄, 진동탄을 써도 되겠지만…….

“……비상, 하늘 기사단 주둔지로 돌아가자.”

쿠엣!

「어? 저거 안 잡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준비물이 더 필요해.”

뀌게게꼐께겍—!!!

살덩어리 문어 괴물이 포효를 지르며 쿵, 쿠궁— 이동을 개시하지만, 100m 넘게 무너져내린 지반 탓에 토사와 함께 자꾸만 미끄러질 뿐 좀처럼 올라오질 못한다.

저 지형이 잠깐 시간을 만들어주겠지.

‘아니라면 저걸 끌고 알소프까지 가는 것도 괜찮을 테고.’

어차피 자신만 노리는 괴물이다. 여기서 알소프까지 2주가 넘는 거리라고 해도 그건 평범하게 이동했을 때의 이야기.

여자친구들에게 천천히 뒤따라오라고 한 뒤 비상을 타고 날아가면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

그러니 알소프 군대의 힘을 빌려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주인님.=

=도령!=

주둔지에 도착하자 그의 여자들이 우르르 다가와 그를 에워쌌다.

“나는 괜찮으니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지. 라드하 부대장은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성자님, 저 괴물은 대체 뭐랍니까?! 보고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모습도 모습이고 크기도 크기지만 대체 아래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저건 타락한 바르둘이 부하들을 모두 포식해서 변이한 모습입니다.”

무너진 지반 아래 생매장된 키메라와 개미들.

저 모습은 바르둘이 부하 키메라를 촉수로 모두 잡아 흡수해버린 결과일 것일 거다.

대공동과 개미굴 통로가 환연의 힘에 의해 격리되었다지만, 애초에 여왕개미의 초음파에 지하 23층으로 모여든 키메라들이다.

전부 그 근방에 모여있었을 것이고 천장이 무너졌다지만 촉수를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으니 융합하기는 쉬웠겠지.

오히려 여왕개미의 초음파가 바르둘의 변이를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아연실색하는 부대장과 근처에 모여든 기사들을 둘러본 환인은 일단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먼저, 제 여자들을 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엇… 아, 아닙니다. 괴물 토벌을 위해 고생하시는 성자님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으니까요.=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마운 일이군요.”

…엥. 그걸로 끝이야?

부대장이 살짝 벙찌려는 순간 환인이 하는 말에 안색을 굳혔다.

“지금은 저에게 어그로가 몰려 저만 노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저 괴물을 토벌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대로 놔두면 주변을 닥치는 대로 공격해 큰 피해를 일으킬 테니까요.”

이 말과 함께 괴물이 보여주었던 스프레이 공격의 효과에 관해 설명해주며 공략에 도움 될만한 게 없냐고 묻자 라드하 부대장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습니다. 성자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부대는 바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대입니다. 거기에 뛰어난 실력의 청술사도 있지요.=

그 스프레이 공격은 청술사로 방향을 꺾고 풍술을 익힌 기사들이 운무를 날려 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뭣하면 우천 시 작전을 위해 마련한 수막??으로 스프레이를 막아도 되는 일.

공격에 전조가 있고 이쪽의 하늘 기사는 전원 조인족으로 비행할 수 있으니 토벌에 한 손 거들 수 있을 거라며 자신하는 라드하 부대장이다.

환인은 이 괴수 토벌에서 공헌도를 올려 프라버 제1 기사단인 창천의 권위를 넘보려는 라드하 부대장의 야심을 읽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부탁한다고 말했다.

‘사상자가 생겨도 그녀가 책임질 일이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백중강에게 비용을 청구할 생각으로 안느와 팔짱을 낀채 아주 약간 겁먹은 기색의 유르파를 불렀다.

“유르파. 당신이 만들어둔 진동탄이 필요합니다.”

=으응? 응! 여기 있어.=

망설임 없이 내미는 진동탄 주머니. 입구를 열자 청색 유리구슬 스무 개 가량이 위험한 빛을 내뿜으며 반짝인다.

그걸 옆에서 본 미로=라드하가 굳은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사제 진동탄……?=

=라드하 부대장님? 불법은 아니에요. 파르히스트에서 발급받은 공간 진동 폭탄 제작 허가증도 있으니까요. 기간이 몇 달 남지 않았긴 하지만요.=

=엇?! 아, 아니 불법이라고 생각 안 했습니다. 성자님의 일행이신데 아무렴요.=

“그리고 그 수막이라는 마도구를 저희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네? 네… 무, 물론입니다.=

…쿼뤠레레레렐……!!!

몇 차례 지반 침하 지역에서 빠져나오려다 실패했는지 분노의 포효가 침하 지역 쪽에서 울려 퍼진다.

진동탄을 품에 챙기며 그쪽을 돌아본 환인은 미로=라드하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라드하 부대장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넵.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긴급한 상황이지만 저도, 제 여자들도 많이 지친 상황입니다. 20분 정도 쉬어야 할 듯한데 저 괴물의 감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저 괴물이 지반 침하 지역에서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으나 혹시 모르니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세 분께서는 밤새도록 개미굴에서 싸우셨으니까요. 우리 부대가 빈틈없이 감시할 것이니 푹 쉬고 오십시오. 부관! 성자님과 영혼 기사님들께 내 막사를 내어드리도록!=

=예! 성자님, 이쪽입니다.=

환인은 라드하의 부관을 뒤따라가면서 여자친구들에게 속삭였다.

“탈출하며 소모한 영기를 보충해야 할 것 같으니 날 도와다오.”

영기의 보충.

그 단어가 의미하는 내용에 이실리테와 안느, 유르파는 현재 상황도 잊고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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