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416화 (416/813)

〈 416화 〉 410 지하 개미굴

* * *

※잔인, 고어 주의※

개미굴에서 전투형 키메라와 치른 초반의 전투는 일행이 긴장하고 있던 탓에 적지 않은 소음이 발생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괴물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최대한 은밀하고 조용하게 적을 처리했다.

「건너편 코너에서 키메라가 나타날 거야. 다섯, 넷, 셋, 둘…….」

스걱.

「한 마리가 배회하고 있는데 다가오지 않고 있어. 어떻게 해?」

“돌멩이 소리로 유인하지.”

틱, 탁­. 톡… 토도도독­

…크륵?

서걱—

그렇게 처리한 복합 키메라의 사체는 환연을 깨워 땅에 파묻어버리거나…….

「여긴 좌우가 벽이고 위쪽도 그리 단단한 지반이 아니야. 아래쪽도 마찬가지고. 묻기에 곤란한데?」

“아공간 보급품 가방에 집어넣고 다른 곳에서 파묻도록 하지.”

하늘 기사단에게 지원받은 대형 아공간 보급품 가방 속에 사체를 수납했다.

공중에 떠도는 혈향은 최하급 바람의 정령으로 간단히 흩어버리는 것으로 끝.

자신들의 침입이 들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리고 그때가 굴속의 키메라들과 전면전의 시간이니 그 순간을 최대한 늦추고 적을 줄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

그런 식으로 키메라를 처리하고 정리하며 이동하다 보니 점차 새카만 통로 저편에서 키메라의 희미한 울음소리와 까득, 끼리긱, 끄에엑— 소음이 빈번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주치는 혼합 키메라의 숫자도 점진적으로 늘었다. 개미굴의 심층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환연, 근처에 물은 안 느껴지나.”

2시간 정도 잔 덕분에 컨디션을 회복한 환연이 고개를 저었다.

「벽 너머라서 감지가 힘들어. 그런데 갑자기 물은 왜?」

환인은 자신의 예측을 이야기해주었다.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과 지상에서 봤던 지면, 그리고 그로 인한 키메라의 탈출로의 가능성.

「알았어. 애들 좀 더 풀어서 찾아볼게.」

그녀가 듣기에도 그럴듯했기에 환연은 얼마 없는 중급, 하급 땅의 정령들 외에 뿌연 시야 필터 같아서 잘 쓰지 않는 최하급 땅의 정령까지 보이는 대로 끌어모아 통로를 따라 전진시켰다.

땅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땅의 정령이지만, 환연의 인지 방식은 땅의 정령과 많이 다르기에 그 방식의 조사는 어렵다.

차라리 통로를 통해 적의 상태를 알아보는 게 훨씬 낫지.

감지 범위 안에서 통로를 따라 정령을 마구 보내 정찰과 탐색을 일삼는 환연 덕분에 주변 파악과 이동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악취와 함께 썩은 살점이나 진창으로 변해버린 굴, 통로 일부와 마주치는 횟수도 늘기 시작했다.

캬아—

콰직!

작은 굴, 침입자를 향해 덮쳐드는 치타 + 두더지 혼합 키메라의 머리를 천벌의 망치로 부숴버린 안느가 뼈다귀와 정체 모를 체모가 뭉쳐져 굴러다니는 굴의 바닥을 힐끔 보며 말했다.

=활동 흔적이 짙어지고 있어. 나아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혼합 키메라만 계속 보여. 각성 키메라는 얼마 없는 걸까.=

=그때도 네 마리 밖에 안 나왔으니까 만들기 어려운 거 아냐?=

“있어도 바르둘이나 중요한 시설 근처에 모여있겠지.”

=하긴 그러겠네.=

「안느, 얼른 나와. 입구 막아버리게.」

=잠깐만.=

굴에 아까 수납했던 혼합 키메라의 사체를 던져놓고 나오자 바닥에서 흙이 일어나며 입구를 감쪽같이 감춘다.

그냥 봐서는 여기에 굴 하나가 있었다고는 절대로 모를 것이다.

바닥에 난 흔적까지 지워 존재를 은폐하고 다시 이동을 개시한 직후. 환연은 갑자기 한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기다려봐.」

=왜 그래? 적이야?=

멀리 떨어져 있는 정령을 통해 그 장소를 보고 있는지 초점이 멀리 잡힌 환연 눈썹을 찡그린다.

「아니, 적……은 맞긴 한데. 환인, 뭔가 발견했어. 그런데… 이거 뭐야. 키메라를 만드는 장소인가?」

“어느 쪽이지.”

「음……. 저 앞으로 쭉 가다가 갈림길에서 왼쪽, 거기서 쭉 더 가다가 오른쪽 방에 있어. 거기까지 걸어가는데 300m 정도 돼.」

통로가 하나하나 길쭉하다 보니 지금처럼 갑자기 길을 알려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뭔가 큰 게 발견된듯하다.

환인은 철창을 꺼내며 말했다.

“그쪽으로 간다.”

환연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이동한 환인 일행은 실내 체육관만 한 넓이의 공동에 들어설 수 있었다.

=욱, 이게 뭐야.=

=여기서 키메라를 만들어내는 거네요.=

그리고 키메라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끼이. 끼으으.

끄르릇.

승용차 크기의 꿀단지 개미 같은 괴물 스물다섯 마리.

그리고 유리구슬처럼 커다랗게 부푼 호박색 투명한 배 속에서 젤라틴처럼 변해 서서히 융합되고 있는 사람과 괴물과 짐승들.

반투명해진 젤리 같은 심장이 쿵덕거리는 걸 본 환연이 질린다는 투로 말한다.

「사람이 액체처럼 녹아서 반투명해져 있는데 이러고도 살아있다고? 이거 뭐 하는 생물이야…….」

=잠깐, 이건…… 태어나기 직전 같은데.=

안느가 가리킨 것은 다른 개미 괴물의 뱃속과 다르게 지금까지 죽여왔던 혼합 키메라처럼 색도, 형태도 단단하게 형성되어있었다.

금방이라도 태어날 듯이 팔다리를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키메라.

문양의 힘으로 영혼 시야를 전개한 환인은 개미 괴물의 뱃속에 들어있는 것들 모두 생명의 빛을 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인의 시선이 자신들을 겹눈이 가득한 징그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꿀단지 개미 괴물에게 향했다.

오직 합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물인지 개미 괴물들은 환인 일행을 보고도 적의나 공격 의사는 드러내지 않는다.

환인이 빛막대를 좀 더 높이 들자 칠흑처럼 어둠뿐인 공간이 밝아지며 광량에 괴물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졌다.

곳곳에 드러나는 유리구슬처럼 커다란 호박색 투명한 배. 그것을 투과한 빛이 벽에 노란색을 드리우고, 뱃속에서 융합되고 있는 괴물의 움직임에 그림자도 흔들리는 음침한 광경이다.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니 정체불명의 액체가 바닥을 흐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저 배에서 복합 키메라가 태어나며 쏟아져나온 양수일터. 환인의 시선이 차분히 서른 마리의 꿀단지 개미 괴물의 뱃속을 훑었다.

‘저런 상태라면 되살릴 수 없겠지. 내버려 두면 혼합 키메라가 될 뿐이니…….’

[부그르르륵—]

뱃속에서 발생한 기포다발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실리테와 안느가 환인을 돌아본다.

=다 죽일 거지?=

환인은 대답 대신 방벽 패널로 장검을 형성했고, 그 의미를 읽은 여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각자의 무기를 쥐고 꿀단지 개미 괴물에게 다가갔다.

“피부에 액체가 닿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멀리서 터트려라.”

=아, 응.=

=네.=

이실리테는 다중 검기를 꺼내려다 벽의 암반을 날카롭게 뜯어서 쥐는 안느를 보고 따라서 암반 일부를 뜯어낸다. 그리고 마악 던지려는 찰나.

철벅. 처벅, 철벅.

「잠깐만. 저기서 일꾼 키메라가 와.」

공동 안쪽에서 몇 마리의 일꾼 키메라가 개미 다리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들어왔다.

=윽…!=

=아…….=

빛막대의 광원 안으로 들어선 무언가의 형태에 이실리테와 안느가 짧은 신음을 흘린다.

팔다리가 뿌리까지 잘려있는 여자. 뇌가 파먹힌 건지 눈썹 위쪽으로 머리가 그릇처럼 움푹 패어 있지만, 놀랍게도 살아있는 상태였다.

배양실로 들어온 일꾼 키메라는 환인 일행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꿀단지 개미 괴물에게 다가가더니 앞발로 사지가 절단된 여자를 건네준다.

그걸 앞발로 받아든 꿀단지 개미의 뭉툭한 개미 턱이 벌어지며 나비의 대롱 같은 것이 빠져나오더니.

푸욱—

여자의 음부에 박혀든다. 그리고 쭈루루룹— 무언가를 빨아먹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지고, 잠시 후 통통하던 여자의 몸뚱이가 다 먹은 쭈쭈바 껍데기처럼 무참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와작, 우드득. 앞다리로 뼈를 잘게 부숴가며 쪽쪽 빨아먹는 꿀단지 개미 괴물.

환인의 눈빛이 깊어졌다. 내장과 체액을 다 빨아 먹혀 죽은 여자의 몸에서 혼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이 세계의 혼은 뇌에 깃들어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꿀단지 개미의 식사를 지켜본 환인은 멍하니 서 있는 이실리테와 안느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정리하지.”

=으, 응…….=

=…….=

방벽 패널로 생성한 장검으로 구슬 같은 배를 찌르자 펑— 물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호박색 액체와 그 속에 있던 융해된 젤라틴 같은 무언가가 철퍼덕, 함께 쏟아진다.

끼이이……!

=꺄아아각!=

배가 터진 꿀단지 개미 괴물이 가냘픈 비명을 지르자 근처에 있던 일꾼 키메라가 환인에게 달려들었지만.

퍼석.

환인의 손에 들려있던 철창에 머리가 수박처럼 박살 나며 일꾼 키메라의 하얀 육체가 호박색 액체 위로 널브러졌다.

개미로 변이된 육체 부분을 제외한다면 유르파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의 육체에서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오더니 탁해진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성불해버린다.

“…….”

펑— 파앙—

물풍선이 연달아 터지는 소리에 그쪽을 돌아보자 이실리테와 안느가 멀찍이서 날카로운 암석 파편을 던져 꿀단지 개미 괴물의 배를 터트리고 있었다.

둘 다 표정이 무섭게 굳어있는 것을 보면 차가운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상태.

=캬아아!=

=키에에­!=

밥을 주러 왔던 일꾼 키메라들이 꿀단지 개미 괴물의 배를 터트리는 일행에게 덤볐지만, 분노한 그녀들의 손에 말 그대로 곤죽으로 변해버린다.

팡—

이윽고 마지막 꿀단지 개미 괴물의 배까지 터지고, 환인은 호박색 양수로 흥건해진 공동을 걸으며 배가 터져 버둥거리는 꿀단지 개미 괴물의 머리를 박살 내서 죽여나갔다.

죽여도 다른 영혼은 없다. 생전 모습의 개미 괴물의 영혼뿐.

=도령……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

뒤를 돌아보니 안느와 이실리테가 일꾼 키메라가 가져왔던 먹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회복 술법으로 회복될 수 있는 사람들인가.”

=……이 상태를 회복시키려면 교단의 추기경도 힘들 거야. 교황이나 성녀 수준은 되어야 해.=

“그렇군. 회복시킬 수 있다 해도 혼이 없어 빈껍데기나 다름없으니 이대로 안식을 주도록 하지.”

=어? 혼이 없다고?=

“그래. 방금 먹힌 여자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지 않았다. 꿀단지 개미가 먹어서 키메라에 주입했나 싶지만 그것도 아니군. 혼이 소멸당한 건지 아니면 뇌가 파괴되며 육신과 영혼이 강제로 분리당한 건지 알 수가 없다.”

=…….=

=…….=

푹, 푹푹­ 푸욱—

입을 꾹 다물고 먹이의 심장을 찔러 죽이는 여자친구들을 바라보던 환인은 공동 내부에 가득 찬 영혼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의 영혼은 강렬한 사념에 표백된 것처럼 그대로 승천해버렸지만, 개미 괴물과 짐승, 붙잡혀온 것으로 보이는 마수나 괴수의 혼은 공동을 떠돌며 구천을 헤매는 것처럼 흐늘거리고 있다.

“…….”

배양실 하나를 박살 냈으니 이제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

적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싸우면서 영혼을 수급할 수 있다지만…….

전투가 계속 발생할 텐데 영혼의 구슬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 그러나 왼팔의 빛 건틀릿은 이미 영혼 구슬 수용량이 한계에 이르렀다.

사람의 영혼을 제외하고도 70여 체가 넘는 영혼을 바라보던 환인의 눈에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가져갈 수 없을까. 일단 강제력으로 영혼을 전부 영혼 구슬화 시켜보았다.

“음?”

그러자 몸 주변을 위성처럼 돌기 시작하는 영혼 구슬들.

이전에도 영혼에게 강제력으로 따라오게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끌고 갈 수 있는 시간도 몇 분 되지 않을 만큼 짧았고 영혼이 강제력에 너무 오래 노출되는 것도 별로 좋지 않은 듯해서 쓰지 않았던 건데…….

‘이것도 성장의 효과인가.’

몸 주변을 맴도는 영혼 구슬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자 자연스럽게 얼마나 이 상태로 가지고 갈 수 있는지 그 시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960초. 분으로 따지면 16분이다.

매일 쉬지 않고 영혼술을 연마하고 영혼을 단련시켜나간 덕분인 걸까.

어쨌든 짧긴 해도 영혼 구슬을 +@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에 환인은 괴수의 영혼 중 늑대와 타조 형상을 이실리테와 안느에게 강령시켰다.

중상급 영혼, 힘과 순발력만 3배가량 늘려주는 영혼이 그녀들의 몸에 깃든다.

“일꾼 키메라가 먹이를 가지고 나온 곳으로 간다.”

「거긴 복합 키메라는 없어. 일꾼 키메라뿐이야. 그리고…… 아니다. 가서 직접 봐.」

의미심장한 환연의 이야기에 한쪽에 난 통로를 지나쳐 진입한 순간 으득, 안느에게서 이를 가는 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안느의 눈치를 살핀 환연이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여긴 식량창고인 거 같아…….」

커다란 체육관만 한 공동의 한쪽 벽, 벌집 같은 구멍 속에 사지를 잘리고 뇌를 빨아 먹혀 말 그대로 숨만 붙어있는 여자들, 짐승과 동물들이 빼곡히 들어있다.

그 숫자만 물경 수백.

다른 한쪽 벽에는 돼지우리 같은 곳에 앙상하게 마른 채로 배만 커다랗게 부푼 여자들이 벽에 일렬로 매달려있었다.

여자뿐만이 아니다. 여자의 몸을 한 일꾼 키메라도 그 속에 끼어있었는데 누가 봐도 식량을 번식시키기 위한 장소다.

임신한 여자를 여자의 몸에 개미 신체 일부가 돋아난 여자 키메라가 돌아다니며 관리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인권이라는 것이 소멸한 장소였다.

환인은 빠르게 공동 내부를 살핀 뒤 출구 겸 입구가 두 개라는 것을 파악, 이실리테와 안느에게 각각 출구를 막으라고 지시한 뒤 방벽 패널 장검 여섯 자루를 꺼내고 철창을 휘둘렀다.

키륵?

퍼석!

키야악!

콰직!

환인의 손에 들린 3kg가량의 철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일꾼 키메라의 여자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 토마토처럼 퍽퍽 터져나간다.

방벽 패널의 빛의 검이 허공을 수놓을 때마다 일꾼 키메라의 머리가 잘 익은 사과처럼 툭툭 떨어진다.

갑작스러운 적의 출현에 일부는 환인을 죽이기 위해 덤벼들고 다른 일부는 도망가기 위해 통로로 다가가지만, 통로 쪽으로 간 일꾼 키메라는 표현 그대로 조각조각 나고 프레스기에 찍힌 고깃덩어리처럼 변해버렸다.

일꾼 키메라 수십 마리가 고깃덩어리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키메라가 모두 정리되자 무표정으로 다가온 안느가 눈에서 황금빛 광채를 흘리고 있는 환인에게 물었다.

=도령. 여자들은…….=

“생명의 빛이 꺼지기 직전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철퍽.

출산이 이루어졌는지 한쪽에서 물에 젖은 걸레가 처덕이는 소리가 났다.

그곳을 돌아보니 아직 배가 크게 부푼 여자의 사타구니 사이, 몸에 곤충의 작은 팔다리가 붙어있는 아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2세대 일꾼 키메라군.”

그리고 후둑, 처덕, 투두둑. 그 위로 다른 2세대 키메라 새끼와 내장덩어리가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고개가 푹 숙여진 여자의 배가 홀쭉해졌다.

2세대 키메라가 태어나며 곤충의 날카로운 다리에 음부가 크게 찢어져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다른 여자는 남산처럼 부푼 배에서 푸슉, 곤충 다리가 돋아나더니 잠시 후 무게로 인해 배가 찢어지며 2세대 키메라 아기들이 내장과 함께 쏟아졌다.

말 그대로 지옥 같은 광경.

=으… 으윽…….=

안느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천벌의 망치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환인에게 눈물이 맺힌 얼굴로 말했다.

=죽여야… 하지?=

“……내가 한다.”

=아냐…… 불쌍한 여자들을 대지로 돌려보내는 건 땅신 교단의 성투사인 내가…….=

“뱃속의 키메라들도 죽어야 한다. 이런 건 내게 맡겨라.”

=…….=

“고통 없이 뱃속의 생명까지 거둘 테니 날 믿어라.”

=응…….=

이실리테가 안느의 어깨를 감싸고 통로 쪽으로 데려가는 걸 바라보던 환인은 여자들을 향해 손을 뻗고 원기 흡수의 파동을 펼쳤다.

두웅—

한차례 눈에 안 보이는 파동과 함께 여자들의 심장은 물론 배 쪽에서도 환인의 손으로 황금빛 실선이 이어진다.

애초에 생명의 빛이 희미하던 여자들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고개를 떨궜고, 여자들의 심장과 이어진 황금빛 광채도 빛을 잃는다.

그리고 30초가 더 지났을 때 배와 연결되어있던 광채도 하나둘 꺼지기 시작하고.

“…….”

1분이 지났을 때 돼지우리에 살아있는 생명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펴는 환인에게 환연이 물었다.

「환인, 여자들도 땅에 묻을까…?」

“그래. 저 벽 속 구멍에 있는 먹이도 함께, 다른 놈들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깊게 묻어라.”

「응.」

배양실과 식량창고 하나를 정리한 환인은 살기와 투기가 일렁이는 안느에게 시선을 주었다.

“괜찮나.”

=응. 난 냉정해.=

“그래.”

분노로 이성을 잃지 않고 냉정한 것을 보면 돌발행동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듯하다.

그때 환연이 환인의 어깨에 서서 그의 귀를 꾹꾹 당기며 말했다.

「환인. 나 땅의 정령석 하나 줘. 좋은 게 생각났어.」

엄지 두 마디, 그녀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정령석을 내어주자 자기 몸통 크기의 정령석을 품에 꼭 끌어안은 환연이 정신을 집중했다가 조금 지친 얼굴로 말했다.

「일단 반경 500m 안은 싹 훑었거든. 이런 장소가 두 개 더 있는 걸 찾았어. 여기가 중심이라 치면…… 아니다. 내 감지 영역 바깥에 더 있는 게 확실할 거야. 그리고 아까 환인이 말한 물이 있는 곳도 찾았어. 지도에 그려줄게.」

23층 지도를 펼쳐주자 자기 키만 한 볼펜을 잡고 쓱쓱 그림을 그려나가는 환연. 유르파의 마도구 제작 작업을 도와줄 정도라더니 그림 실력도 제법이다.

「우응…… 길이 이쪽으로 이렇게 구불구불하게 되어있는데…… 걸음걸이로 보면…… 여기쯤인가?」

“정령을 일렬로 세워 벽을 뚫고 보낸 건가.”

「응. 그냥 직선으로 쭉 보냈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땅속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우니 아예 빈칸을 전부 지울 셈으로 최하급을 포함, 정령 수십을 일렬 종대로 세워 닥치는대로 훑었다는 이야기.

개미굴 탐색에 소비되는 시간이 극적으로 줄었다는 것에 환인이 칭찬했다.

“잘했다. 물이 있는 장소는 어디지.”

「여기야. 진짜 무지무지 넓은 동굴이고 바닥에 강이 크게 흐르고 있어. 내 범위 바깥까지 이어진데다 어두워서 끝까지는 못 봤지만, 환인 네 말대로 바깥이랑 연결되어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안느를 한 번 쳐다본 환연이 말을 이었다.

「거기에 타락한 바르둘로 보이는 괴물이 있었어.」

안느의 살기가 한층 강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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