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2화 〉 376 항구 도시 프라버
* * *
호텔로 돌아온 환인은 풀어놨던 짐을 다시 꾸리던 안느와 유르파의 마중을 받았다.
=이제 왔네? 어서 와.=
=어서 오렴.=
가까이 다가온 안느가 조금 답답해하는 얼굴로 묻는다.
=도령, 무슨 일이야? 환연이 해준 이야기는 도통 이해가 안 돼.=
탁자 위에 서서 유르파가 깎아준 과일을 야금야금 먹던 환연이 눈썹을 찡그렸다.
「뭐가 이해 안 돼? 죽은 프라버의 아가씨가 환인하고 이실리테랑 아는 사이였고 그 아가씨가 자살을 선택할 만큼 환인을 사랑하고 있고 그 죽음에 도시 간의 음모와 흉계가 도사리고 있다는 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워?」
=중간에 이야기를 너무 빼먹었잖아! 너만 알게 요약하면 어떡하냐?!=
「그게 핵심이라니까?=
=아우, 진짜!=
환인은 답답하다는 듯이 자기 가슴을 쿵쿵 치는 안느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너무 함축하긴 했지만 저 말대로다. 일단 앉지. 모두에게 소개해줄 사람이 있으니까.”
소개해줄 사람? 사람이 어디 있는데?
아무도 없는 환인의 뒤를 본 안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실리테를 돌아보았고, 이실리테는 조금 난감해하는 얼굴로 웃기만 했다.
이실리테와 안느, 유르파를 긴 소파에 앉히고 그 앞에 선 환인은 기대감과 긴장감, 설렘과 불안, 호기심 등으로 버무려진 표정의 백려강을 옆으로 불러들였다.
「…….」
“…….”
두근거린다는 듯한 자그맣고 가녀린 몸짓의 백려강을 보고 있자니 환인은 부모님께 배운 상식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천진난만할 수 있는 걸까. 생전의 삶이나 기억은 이제 자신과 무관하다는 건가.
‘어쩌면 그만큼 생전의 삶이 그녀에게 덧없고 의미 없었을 수도 있겠지.’
환인의 시선에 백려강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이윽고 그가 내미는 손을 보며 기쁜 듯이 미소 지으며 다소곳이 손을 올려준다.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하고 가녀린 손을 잠시 바라본 환인은 영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어?=
=어머.=
푸른색으로 일관된 영체에 생전처럼 색이 덧입혀지기 시작하자 여자친구들이 처음 탑급 여배우와 아이돌을 본 일반인처럼 놀라워한다.
이실리테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도 입을 살짝 벌리고 백려강의 얼굴을 쳐다보는 중이다.
“소개하지. 백려강, 프라버의 영주 백중익의 차녀였던 아가씨다. 약 10개월 전쯤에 그녀의 의뢰로 웨이포드의 빛이 닿지 않는 미궁을 탐험한 적이 있었지.”
=……어, 음.=
=어머나…….=
환인의 이야기에 안느와 유르파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난감해했다.
영혼한테는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는 거지? 만나서 반갑다고? 건강 이야기는 금물이고 근황 이야기도 NG 같은데?
그런 그녀들을 대신해 이실리테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려강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백려강 아가씨. 아까 뵀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인사를 못 드렸었네요.=
「네,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요. 10개월만인가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백려강의 인사에 이실리테도 살짝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잘 지냈다고 대답하려니 백려강의 상태가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이실리테의 이런 모습에 백려강이 살포시 미소 지었다.
「제 상태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이제는 호족 가문의 여식도 아니게 되었으니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기쁠 거예요.」
=그런…… 가요.=
=어, 조금 당황스럽긴 하네. 난 안느라고 해.=
「제 이름은 려강이에요. 만나게 되어 기뻐요, 은빛 철벽의 성투사님.」
=으응? 나 알고 있었어?=
「네에. 환인 님의 동료분 이야기는 유명하니까요. 그렇죠? 유르파 님.」
이실리테와 안느하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백려강이 미소 띤 얼굴로 유르파에게도 인사했고, 유르파는 설마 자신도 알고 있을 줄 몰랐다는 얼굴로 황급히 인사를 받았다.
=나, 나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환인 님의 동료분이시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은 백려강이었지만, 환연에게 향해서는 그녀도 살짝 당황했다.
정보 조합을 통해 녹색 성자님의 행적을 모아온 덕분에 안느와 유르파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보고서에는 이 작은 요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
그 사실을 눈치챈 환연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나는 모르나 보네?」
「앗…… 미, 미안해요.」
「괜찮아. 내가 남들 앞에서 제대로 모습을 나타낸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난 환연이야. 폭군룡의 미궁에서 환인의 파티에 합류했어.」
「정말인가요? 그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듣고 싶네요.」
백려강이 웃는 얼굴로 살짝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자 환연도 웃으며 그녀의 손가락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우리랑 같이 다니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될 거야. 근데 진짜 만질 수 있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어떻게 된 걸까요. 환연 님이 요정이라서일까요?」
「그렇다기보단 환인이 뭔가 해서일걸? 너도 되게 신기한 촉감이네.」
“사적인 질문과 호기심은 나중에 해결하도록 하고, 지금은 상황 정리부터 하지. 안느, 유르파. 나가서 수집한 정보를 알려주겠나.”
슬금슬금 백려강에게 다가가려던 여자들은 환인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리에 앉으며 대답한다.
유르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보 수집 중에 연이가 찾아와서 많은 건 알아내지 못했지만, 일단 프라버의 영주님이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인 건 확실해.=
=응. 석 달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조금만 수상한 행동을 해도 병사들이 바로 잡아갔다고 하더라. 연행에 저항하면 그 자리에서 처형해버리기도 했다고 해. 그땐 도시의 출입도 엄청 삼엄해서 신분이 불명확하면 아예 출입을 금지했다던데?=
“그러한 행동이 시작된 계기는 알 수 없었나.”
=어…….=
안느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얼굴로 백려강을 돌아본다. 그에 백려강이 대신 대답했다.
「아마 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자살해버리고 침입자의 흔적이 발견되자 아버님의 고질병인 의심병이 악화한 거지요.」
“……침입자의 출입을 정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겁니까.”
「네. 아버님께서는 칼이 목 아래까지 들어왔다 나간 기분이셨을 거예요. 병사들이 거동 수상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두 달 전부터는 많이 완화됐대. 대신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인 상태야. 영주님한테도 불만이 많지만, 이 상황이 알소프로 비롯됐다고 생각해서 그쪽을 향한 반감이 엄청 심한 상태라고 할까.=
안느의 보충 설명에 유르파가 으음, 뺨에 손바닥을 올리며 말한다.
=지금 이 상태가 된 원인에는 알소프가 있다고 다들 생각하는 거 같아. 알소프의 전함이 프라버 해협을 빠져나가는 길목 근처에서 위력 전개 중이라고도 하고 그에 맞서 프라버의 전함도 진형을 갖추고 있고…….=
주도의 성궁에서 중재를 하지 않았다면 이미 전면전은 몇 번이고 벌어졌을 것이고, 도시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프라버 해협의 근처 육지에서 포대 진지를 구축하기 위한 지점에서 몇 차례 소규모 교전도 벌어졌다고.
=하지만 알소프가 갑자기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잖니? 내 생각으로는…….=
유르파의 시선이 곱게 서 있는 백려강에게 향했다. 백려강의 죽음이 이러한 사태를 촉발했다고 생각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는지 말을 돌린다.
=영주님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인 게, 아까 자기가 평온의 파동을 강하게 펼쳤었잖니? 그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진 느낌이었어.=
=어, 맞아. 마도구를 팔러 간 상점 주인도 그러더라. 병사들로 인한 현재의 위협은 줄었지만 불온한 분위기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그래서 숨이 턱턱 막히고 있었는데 그 회백색 빛이 나타났다 사라진 뒤로는 좀 숨쉬기도 편해졌다고 했어.=
「그 빛은 저도 느꼈어요. 부끄럽지만 그때는 의식이 조금 혼탁해져 있었는데 그 빛에 휩싸이고 났더니 정신이 또렷해져서……. 그 강렬한 빛이 환인 님의 평온의 파동이었나요?」
=응. 대단하긴 했지? 같이 다닌 우리도 그런 건 처음 봤어.=
「네에. 빛이 얼마나 포근한지 가슴이 두근거려서…….」
백려강의 수줍은 고백에 환인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제가 레심 씨의 집에 있는 줄 아셨습니까.”
「그냥…… 환인 님이 그곳에 계신 것 같았어요. 그 빛의 따스함이 그곳에서 강하게 느껴졌거든요.」
영혼이라서 파동을 강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환인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이나 촌락의 영혼을 성불시키기 위해 돌아다니면 영혼 쪽이 먼저 환인에게 다가왔었다. 마치 빛에 이끌리는 하루살이들처럼.
분위기를 환기하듯 짝, 손뼉을 가볍게 친 안느가 말한다.
=우리가 알아본 건 여기까지야. 그래서… 이름을 편히 불러도 된다고 했으니까 말 놓을게? 려강이는 어떻게…… 도령이랑 같이 오게 된 건데?=
안느의 질문에 환인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고 백려강을 데려오게 된 경위를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만 요약해 설명해주었다.
그에 여자들의 표정이 눈보라가 몰아치듯 싸늘해졌다.
=그 침입자가 알소프에서 온 건 확실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어디에서 왔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교묘하게 알소프에서 왔다는 식으로 생각하게끔 사고를 유도한 거 같아요.」
백려강의 대답에 여자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머리를 감싸 쥐거나 황당해하듯 작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려강 아가씨도 참,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는 상황에서 몸을 던졌다는 건…….=
=왜 그랬어? 죽어버리면 모든 게 다 끝이잖아. 도령을 좋아하게 됐다며? 살아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거야?=
나무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안느의 질문에 백려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꼈거든요. 제가 살아있으면 저 사람들은 계속해서 환인 님을 두고 협박하겠구나 하는 거요. 사람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어서, 같은 말로 불행을 부르면 정말로 그 불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잖아요? 저로서는 환인 님이 그러한 일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것이어서…….」
=하지만 죽으면 모든 게 끝이잖니. 더는 자기를 볼 수도 없게 되고 만질 수도, 대화할 수도 없는데…….=
「그 대가로 환인 님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혼 상태로 남는 것에 성공하면, 어쩌면 환인 님에게 성불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요.」
백려강의 대답에 여자들은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
뭔가, 자신들과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라드세아의 고위 호족은 원래 이런가?
그런 기색을 읽은 백려강이 약간 슬픈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덧붙인다.
「제가 아버님의 뜻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알소프와 분쟁이 생겼을 때부터 제 입장은 칼날 위에 선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아마 그 상태로 몇 달을 더 지냈다면 저는 아버님에게 죽었을 거로 생각해요.」
=뭐? 왜?!=
「왜냐면…….」
프라버와 알소프 사이의 혈맹이 무산되고 알소프의 극심한 항의와 함께 으름장을 받은 그 날, 백중익에게 손찌검을 당하고 발에 걷어차였다는 이야기를 웃으며 하는 백려강의 모습에 여자들은 작게 몸을 떨었다.
웃으면서 할 말이 아닌데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지? 딸이, 딸이 아버지한테 살해당하는 게 호족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인 건가?
여자들이 할 말을 잃고 환인도 입을 꾹 다물었을 때 환연이 입을 열었다.
「대단하다. 극도의 남존여비 사상에 끝도 없는 선민의식에 자식을 도구로 취급하는 사상이 뒤섞인 게, 라드세아의 남자를 대표하는 최악의 남성성이라고 봐도 되겠네.」
어느새 사과 여섯 조각을 다 해치우고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는 환연의 감상에 여자들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환인은 환연을 손에 올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래서 프라버에는 더 머무르지 않을 생각이다.”
프라버의 현 상황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정쟁??이다.
혼재가 발생하는 이유도, 분위기가 흉흉한 것도, 백려강이 죽게 된 것도 모두 정쟁으로 인한 것이다.
“자연 발생한 재액으로 인해 도시가 고통받고 있다면 나도 당연히 힘을 보탰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문의 아귀다툼에 끼어들어 일부러 오물을 몸에 묻힐 필요는 없지.”
백려강의 죽음이 의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자신과 백려강은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
「다행이에요. 만약 환인 님이 프라버의 상황에 개입하시겠다고 하셨다면 제가 극구 말렸을 거예요…….」
당사자도 저리 말하고 있는 판국이고 말이다.
가슴이 턱턱 막히는 무거운 이야기에 안느가 후우, 과장되게 손을 털고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래서, 려강이는 앞으로 우리랑 같이 다니는 거야?=
그녀의 죽음에는 복잡한 이유가 있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유야 어쨌든 날 위해 목숨을 버린 아가씨다. 가능한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줄 생각인데…….”
「저, 저는 환인 님과 함께, 짧게라도 좋으니까 여행을 하고 싶어요!」
“……라고 하는군. 그래서 그녀가 성불할 때까지만이라도 그녀와 다닐 생각이다. 반대의견 있나.”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대해……. 반대했다간 삽시간에 쓰레기가 되고 말 텐데.=
조금 익살스럽게 웃으며 백려강에게 찡긋, 윙크한 안느는 노을을 받아 불그스름해진 은발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사흘을 묶겠다고 했는데 이러면 그냥 취소하고 바로 떠나는 게 좋겠……지만, 곧 밤이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해? 그냥 출발할 거야?=
「아, 지금쯤이면 성문이 닫히고 있을 거예요. 오늘은 여기에 머무르시고 내일 일찍 나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확인해보고 올게.」
환인의 손에서 몸을 띄운 환연은 열린 창문을 통해 쌩하니 날아가더니 잠시 후 돌아와 정말 성문이 닫히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럼 오늘 밤만 여기서 머무르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도록 하지.”
=주인님, 그럼 저는 식료품 사러 잠시 나갔다 올게요. 아직 많이 남긴 했지만 몇 가지 식재료는 보충해두고 싶어요. 향신료랑 조미료도 많이 줄었고요.=
“시간이 늦었는데 괜찮겠나.”
=오는 길에 봤는데 한참 영업 중인 곳이 몇 군데 있더라고요. 금방 다녀올게요.=
“안느, 너도 같이 다녀와라.”
=어.=
환인의 허락에 이실리테는 보존 주머니를 챙겨서 안느와 함께 바로 객실을 나섰고, 유르파는 오늘 마도 상점을 방문해 판매한 마도구의 매출입 장부를 적기 시작했다.
「아, 정말인가요? 환인 님의 피에서 태어났다니, 환연은 특별한 요정님이셨네요.」
「특별할 게 뭐가 있어. 그냥 사람이랑 정령이 뒤섞인 잡종인데, 웁.」
「떽.」
환연의 작은 입술을 검지로 막은 백려강이 작은 목소리로 혼낸다.
「……?」
「그런 나쁜 말은 쓰는 게 아니에요. 환연은 환인 님의 고귀한 피를 이어받아 태어난, 세상에 단 한 명뿐인 특별한 요정이니까요.」
「…뭐, 그렇게 생각하던가…….」
드물게 쑥스러워하는 환연과 그런 환연을 보며 방실방실 웃는 백려강의 모습을 지켜보던 환인은 이제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해서 시더 이후로 두 번째로 영혼과 함께 다니게 되었는데…….
‘조심해야겠군.’
오늘 처음 썼던 강화된 평온의 파동 같은 걸 쏘기라도 했다간 백려강은 앗 하는 사이에 강제 성불을 당할 테니까.
……?
성불해버리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닌가.
자기 생각에 잠깐 미간을 좁혔던 환인은 작게 고개를 저으며 객실의 불을 켜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