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348화 (348/813)

〈 348화 〉 342 산란못 미궁 3차 진입

* * *

심상치않은 폭음과 여기까지 느껴지는 대지의 진동에 환인은 기름병이 든 가방을 가지고 빠르게 복귀했다.

그리고 본 것은, 여자친구들이 물을 흠뻑 뒤집어쓴 모양새로 중핵 두꺼비의 무자비한 점프 공격을 피해 다니는 모습이었다.

주변 지형은 마치 물대포 수십 발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된 상태.

꾸왁 ——!!!

꾸궁!! 쿠쾅!! 꽈광!!

정수리까지 높이 15m, 주둥이부터 엉덩이까지 길이 22m에 추정 무게 100톤이 넘을 법한 거구가 20m까지 뛰어올랐다가 온몸으로 내리찍는다.

하늘에서 3층 건물이 떨어져 내리는 듯한 광경.

그때마다 지진이 약하게 일어나며 땅이 중핵의 모양으로 움푹움푹 패이고 있었고 그녀들은 회피하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야아! 그만해~!」

뻐버벙­ 푸캉, 까가강­

환연이 물과 바람과 땅의 정령을 동원해 공격을 퍼부으며 어떻게든 중핵의 바디 프레스를 멈추려 하지만, 한쪽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핵은 자신을 쉴 새 없이 공격한 둘에게만 분노를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인!」

펄럭­ 비상과 함께 전장에 복귀하자 환연이 눈물 반, 분노 반의 표정으로 쌩 날아와 환인의 뺨에 달라붙는다.

“이제부터 기름병을 저놈의 등에 붙은 나무와 이끼에 모두 집어던질 거다. 그전에 물의 정령으로 나무와 이끼에 수분을 모두 빼버려야 하는데, 가능하겠나.”

「어? 응, 해낼게! 얘들아!!」

환연이 주변의 물의 정령을 모조리 불러오는 사이 중핵 두꺼비가 안느를 노리고 다시 점프한다.

=이야압!!=

그순간 이실리테가 중핵 두꺼비의 멀쩡한 왼눈을 향해 빛의 검을 전력으로 투척했고, 레이저 사출처럼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간 광선이 정확하게 중핵 두꺼비의 왼눈을 세로로 갈라버린다.

구우우욱 ——!!!

쩍 벌어진 상처에서 투명한 유리액이 베인 눈꺼풀에서의 피와 섞여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착지를 잊고 땅에 추락한 중추 두꺼비가 양 눈을 잃고 땅을 파괴하며 몸부림치는 사이 환연이 바락 고함질렀다.

「환인!」

환인은 그녀의 신호에 가방에서 기름병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중추 두꺼비의 등을 뒤덮은 이끼와 숲에 투척하기 시작했다.

쨍­ 쨍그랑­ 챙­

환연의 정령술로 수분이 모두 제거되어 바짝 마른 나무와 이끼에 기름병이 날아가 부딪혀 깨지며 기름이 사방으로 뿌려진다.

1개, 3개, 7개, 14개, 36개, 52개.

기름병이 줄지어 날아가며 중핵 두꺼비의 등에 자란 모든 나무에 기름이 뿌려지고, 21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가 전부 기름이 묻은 뒤에는 등의 작은 숲에 기름이 최대한 골고루 묻도록 기름병을 던져나가는 환인.

투척 실력을 십분 발휘해 200개의 기름병 중 100개를 던졌을 때 중핵 두꺼비의 등은 온통 기름 범벅이었다.

“환연, 가라.”

「가랏!」

잠시후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흥분하던 환연은 그의 신호에 즉시 하급 불의 정령을 보내 중핵 두꺼비의 등 위 숲에 불을 질렀다.

푸화화확­!

기름과 만난 불이 눈 깜짝할 사이 새빨간 화염으로 변해 등을 뒤덮으며 중핵 두꺼비의 숲을 집어삼킨다.

꾸르르르 ——?!!

대화재가 일어나자 시력을 잃은 중핵 두꺼비가 온몸을 비틀고 버둥거리는 가운데 적색 아우라가 화염에 닿아 사정없이 일렁이고 번쩍이다 찢어지고 깨어져 나가고 다시 이어 붙기를 반복한다.

「됐다!」

“성공이군.”

넘쳐흐른 기름은 중핵 두꺼비의 다리와 옆구리로도 흘러내렸고 상처 부위로 스며들었었다. 그런 기름을 따라 불이 번져 상처까지 지진다.

이실리테는 어두컴컴한 숲을 밝히는 거대한 화염에 순간 당황했다가, 중핵 두꺼비의 생체 횃불이 환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고 몸부림치는 중핵 두꺼비의 아우라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모습에 기회라는 것을 직감.

=하아압!!=

레드릭을 다시 꺼내 든 뒤 빛의 검을 종횡무진 움직이며 몸부림치는 중핵 두꺼비의 다리를 썰어버리기 시작했다.

=불에 대한 대지의 가호!=

안느는 자신과 이실리테에게 불의 저항을 올려주는 성술을 걸고 천벌의 망치를 정방향으로 고친 뒤 다리의 관절을 우선적으로 노려 미친 듯이 내려찍었다.

산란못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쿠쾅! 쩌적, 꽝! 콰광!!

어둠을 물리는 성스러운 푸른 횃불처럼 작열하는 천벌의 망치가 중핵 두꺼비의 다리를 내려칠 때마다 뼈가 아닌 바위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파열음과 작열음, 중핵 두꺼비의 괴성으로 귀가 먹먹한 가운데 환인이 소리쳤다.

“환연! 중핵이 산란못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땅의 정령으로 잘 붙잡아라! 물을 일으켜 불을 소화하려고 시도할 수 있으니 물을 일으키려 하면 즉시 흩어버리고!”

「응! …어? 환인! 중급 불의 정령이 찾아오고 있어! 불을 더 강하게 일으켜?!」

“해라!”

「조오아써! 얘들아, 모여!!」

환연의 외침과 함께 새빨간 불길이 더더욱 거세지더니 이윽고 매캐한 연기마저 잡아먹는 노란 불이 되어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꾸와아아악 ——!!!

흡사 등에 숲이 아닌 불을 짊어진 듯한 모양새의 중핵이 비명과 포효 사이 무언가를 지른다.

환인은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여자친구들은 알아서 잘하고 있고 환연도 지시받은 일을 착실하게 이행하는 중. 때때로 환연이 끙끙 힘을 쓰는데 중핵 두꺼비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일으키려는 것을 정령으로 못하게 막아내는 거겠지.

쩌억—

온몸을 뒤틀며 몸부림치던 중핵 두꺼비가 아가리를 쫙 벌린 순간 환인은 급히 몇 개의 영혼 폭발 구슬을 생성, 목구멍에 날려 터트렸다.

구우— 커러럵……!

콰과과광!!!

포효를 지르려던 중핵 두꺼비의 입안과 목구멍이 걸레짝으로 변하며 다시 입을 닫고 가린다.

이어서 숫제 땅을 뒹굴기 시작하는데, 바닥에 떨어진 기름에 또 불이 붙은 데다 잘게 밟힌 나무 부스러기가 삽시간에 타오르기 시작해 불길이 점차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졸개를 부르려 한 건가. 문제가 될 뻔했군.’

환인은 주변으로 찾아오는 불의 하급 정령들을 있는 대로 잡아서 6중첩 영혼 화살로 만들어낸다.

이전에는 최하급과 하급을 대강 섞어 만든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오직 하급 정령으로만 만드는 영혼 화살.

그것을 생성 가능한 최대 갯수, 여섯 발을 만들어낸 환인은 소모한 영혼 구슬의 빈자리에 정령들로 다시금 채워넣은 뒤 두 개의 다리를 작살내고 세 번째 다리를 끊어내려는 이실리테에게 소리쳤다.

“이실리테! 왼쪽 눈을 노린다! 내 공격을 잘 보고 그 자리에 최대출력의 빛의 검을 날려라!”

=…네!!=

다중 검기가 극강의 절삭력을 자랑하는 기술이긴 하지만 의외의 약점이 있다.

방어력이나 응집력이 일정 이상인 대상에게는 날이 뭉개지며 관통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체력 기반의 기술인 다중 검기이기에 빛의 검이 뭉개지면 이실리테의 체력의 소모도 강해진다.

길게 숨을 내쉰 환인은 정신을 집중하며 그르럭, 거르륵,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에 몸을 뒹구는 중핵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몸을 뒤집거나 산란못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려하지만, 박살나고 뭉개진 뒷다리로 땅을 밀어내려할 때마다 흙이 움직여 중핵의 몸뚱아리를 옭아맨다.

‘이 전투가 끝나면 이실리테의 훈련에 투척을 추가해야겠군.’

일반적으로 대다수 괴물의 약점은 머리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뇌.

심장은 두 개 이상인 괴물도 있고 재생력이 말도 안 되게 높아 심장이 찢어져도 회복해버리는 개체가 있기 때문에 뇌가 좀 더 중요한 장기로 취급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실리테의 다중 검기는 무협 소설 속 이기어검술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기에 중핵 두꺼비 같은 대형 생명체에게 특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실리테는 중핵 두꺼비를 빠르게 해치우지 못했다.

이실리테의 검기 명중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 10미터 내외라면 정확하지만 100미터가 넘어가면 목표 지점 명중률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만약 이실리테의 투척 명중률과 정확도가 높았다면 중핵 두꺼비는 금세 죽었을 것이다.

빛의 검이 뭉개지더라도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던져대면 언젠가는 구멍을 뚫고 중핵 두꺼비의 뇌에 빛의 검이 틀어박혔을 테니까.

아무튼 그 때문에 이실리테는 머리를 노리지 않고 팔다리를 썰어서 기동력을 죽인 뒤 본체를 공격하는, 거대 괴물 공략의 정석을 밟고 있다.

명중률이 낮다 보니 엄한데 공격해서 체력과 기력을 낭비할까 봐 말이다.

환인이 생각을 이어갈 무렵 중핵 두꺼비가 보인 희미한 틈, 아프고 괴로움에 생겨난 감정적 동요가 경직이라는 틈을 불러냈고…….

쉬이익­

환인은 그즉시 여섯 발의 6중첩 영혼 화살을 날렸다.

총알처럼 날아간 영혼 화살이 이실리테가 적의 왼눈에 만들어놓은 1자 상처에 연이어 파고든다.

퍼버버버벅……!

줄지어 상처에 내다 꽂히며 안구에서 뇌까지 다이렉트로 길을 내는 영혼 화살들. 갑작스러운 충격과 고통에 중핵 두꺼비의 사고가 끊어지면서 움직임이 한순간 멈춘다.

그 틈에 이실리테는 중핵 두꺼비의 왼눈과 일직선이 되는 위치까지 훌쩍 뛰어올라 길이 10m의 빛의 거검을 생성.

=하압­!!=

영혼 화살이 만들어놓은 구멍을 향해 빛의 거검을 전력으로 날렸다.

허공에 그려지는 한줄기 섬광. 그것이 중핵 두꺼비의 왼쪽 눈에 이어졌을 때 중핵은 그 거대한 몸을 천천히 지면에 몸을 뉘였다.

쿠우우웅……!

=……죽었나?=

「누가 그렇게 말하면 적이 알아듣고 부활한다던데.」

=뭐? 이게 부활의 주문이라도 돼?=

「몰라. 아무튼 저게 일어나면 안느 탓이야.」

=그런 게 어디 있어!=

=둘 다 조용히 해. 아직 전투가 끝난 거 아니야.=

이실리테의 조용한 호통에 다시 긴장을 다잡는 여자들.

환인은 비상을 타고 타닥타닥­ 아직도 등에 불을 짊어진 채 늘어진 중핵을 경계하다 오른쪽 눈에 영혼 화살과 영혼 폭발을 재차 날렸다.

퍼버벅­ 펑!

적색 아우라도 일지 않았고 눈알에 화살이 박히고 내부에서 터져 안구가 헤집어져도 중핵 두꺼비는 반응이 없었다.

“다들 수고했다.”

여자들은 환인의 선언에 그제야 경계를 일부 풀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중핵을 해치운 환인은 비상을 타고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롬디스에게 중핵이 죽은 곳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유르파, 가거든 이실리테와 안느하고 중핵에게서 돈 될만한 곳의 갈무리를 부탁합니다.”

=응. 자기는?=

“저는 시엘라 양과 함께 남은 산란못을 마저 살펴봐야겠습니다. 생존자가 없다면 바로 미궁의 심장을 부수고 이탈할 겁니다.”

=이형종은 다 안잡구?=

“지금이면 프라버의 지원 병력이 도착했겠지요. 그들도 할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심은 이 이상 크라빈 마을을 돕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였고 돕지 않아도 상관없어졌기 때문이지만,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도 나름 타당한 이유다.

“환연. 너는 유르파와 함께 있어라.”

「응.」

환연을 유르파에게 보낸 뒤 환인은 시엘라와 함께 날아가 버렸고, 롬디스와 렉탈은 마차를 끌고 중핵이 죽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상상한 것보다 더 큰 괴물 두꺼비를 목격하곤 크게 감탄했다.

=굉장한 크기다! 이 정도면 종족 등급에서 1.5급은 추가될 정도야.=

=로아팅스 북부 밀림의 거인들보다 더 큰 거 같은데.=

역시 중핵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며 롬디스가 렉탈과 함께 감탄하고 있을 때 유르파는 죽은 미궁의 주인을 보고 훌쩍이는 구출자들을 달래주는 중이었다.

=진정하지 않겠니? 저건 시체니까, 성자님이랑 그 동료들이 해치워서 더는 일어나지 않아.=

「죽은게 뭐가 무섭다고 울어?」

=아니, 아니에요……. 이건 그냥, 우리들을 이런 꼴로 만든, 괴물이 죽은 걸 보니까 눈물이…….=

괴물 시체를 보고 패닉을 일으킨 게 아니라면 다행인가? 유르파는 그녀들을 조금 더 달랜 뒤 이실리테와 안느에게 다가갔다.

=어, 언니 왔어? 근데 도령은?=

=자기는 시엘라 씨와 함께 나머지 탐색하지 않은 구역을 둘러보러 갔어. 생존자가 더 없으면 심핵만 부수고 바로 이탈할 거래. 그나저나 중핵이 엄청나게 크네~. 잡는 데 힘 안 들었니?=

=어휴, 말도 마. 아우라도 성가신 게 걸려서 체감 등급은 거의 7급이었어. 도령의 재치가 아니었으면 못 잡았을 걸?=

=주인님이 기름병을 던지고 환연이 불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아우라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했을 거에요.=

=아우라?=

유르파는 중핵의 아우라에 관해 설명하는 책의 내용을 떠올렸다.

미궁의 심핵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근처에서 받아들여 얻게 되는 중핵의 아우라에는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공격력 증가, 방어력 증가, 회복력 증가, 주변에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있고 아우라에 휩싸이면 각종 내성과 저항이 떨어져 쉽게 상처 입거나 질병, 독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도 있다.

=어떤 아우라였니? 이슬이 아가씨가 있는데도 고전했다면 혹시 피해 저항 계통이었으려나?=

=맞아요. 빛의 검을 날렸는데 아우라에 가로막혀서 가죽만 조금 베는데 그칠 정도였어요. 안느의 망치는 거의 통하지도 않았고요.=

겉이 바싹 타버린 중핵을 돌아보며 어떻게 중핵을 잡았는지 이야기해주는 이실리테에게 유르파가 살짝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그 정도면 7급 직업자는 동원되어야 겨우 피해를 줄 수준이었을 텐데. 이슬이 아가씨랑 안느 아가씨는 역시 대단하네~.=

=저 같은 것보다 주인님이 더 대단하시죠. 그 짧은 순간에 소지품으로 파훼법을 읽고 아우라를 걷어내셨으니까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롬디스는 한층 더 겸허해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름병을 가져와 불을 지른 성자님의 재치, 불과 물의 정령으로 불길을 키우고 중핵이 물을 일으키는 걸 막아낸 정령술, 그전까지 어그로를 꽉 붙들어 맨 탱킹, 마지막으로 중핵의 목숨을 끊은 검기까지.

중핵을 잡기 위해서는 이런게 전부 필요한데 자신들은 저 항목 중 무엇하나 없지 않은가.

=자, 그럼 사체를 살펴볼까? 자기가 중핵의 사체에서 돈될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거든.=

=우리보다 유리 언니가 더 잘 아실 테니까 저는 탐지 도구로 위상석을 찾아볼게요.=

=으응? 아냐아냐. 저 정도로 크면 탐지 도구가 안쪽까지 다 탐지 못할 거야. 일단 돈될만한 곳부터 먼저 찾아보자. 그 뒤에 배를 갈라서 위상석을 찾고.=

=네.=

=근데 돈이 될만한 데가 있을까? 양 눈알은 터져버렸고 뇌도 휘저어졌어. 가죽도 몽땅 타버렸고.=

=그게 조금 아까워. 그런 개구리들의 등에 난 이끼는 보통 상급 물약의 핵심 재료가 되거든.=

=헥, 진짜? 으아~.=

상급 물약이면 보통 한 병에 1금화씩 하는 것들이다. 그만한 면적을 뒤덮은 이끼였다면 족히 수백 병은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안느가 눈썹을 축 늘어트리며 아까워하고 이실리테도 아쉬운 얼굴로 검댕이로 새카매진 중핵의 등을 올려다보았다.

=게다가 저만한 개체라면 가죽은 고효율의 물 속성 저항력을 갖춘 방어구의 소재가 되었을 텐데…… 으응?=

그순간 바람이 휭? 불더니 중핵의 등을 뒤덮은 검댕이 일부가 날아가며 그 아래가 드러났고, 거길 본 유르파는 눈을 반짝 빛냈다.

=저건 설마?=

개인용 아공간 허리 주머니에서 비행 빗자루를 꺼내 타고 날아오른 유르파는 환연에게 저 등의 숯검댕이를 씻어달라고 부탁했다.

「전부?」

=전부!=

대답하자마자 허공에서 물벼락이 촤아악 쏟아져 검댕이를 모두 씻겨냈고, 그 후에 드러난 중핵의 울긋불긋한 등가죽을 본 유르파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야피 현상이네!=

「그게 뭔데?」

=물 속성 가죽이 고온에 노출됐을 때 희귀하게 발생하는 현상이야! 불과 물의 내성이 엄청나게 높은데다 방어력도 강철 버금가서 무지무지 비싼 가죽!=

유르파가 등가죽에 착지하자 이실리테와 안느도 뛰어 올라와 흑갈색, 분홍색, 붉은색으로 알록달록한 등가죽을 살피며 물었다.

=이게 그렇게 비싸?=

=아무 가공하지 않은 가죽갑옷 한 벌 만들 정도의 면적이 10금화라면 믿겠니?=

이실리테와 안느가 작게 숨을 삼켰다. 발밑을 빠르게 살피자 견적이 나온다. 얼핏 봐도 20제곱미터는 되는 넓이.

=전부 변한 건 아니고 일부지만 그래도 5인분 정도는 나오겠는데?!=

=50금화……! 얼른 벗겨요, 언니. 어디를 어떻게 자르면 되나요?=

=흑갈색은 필요 없어. 분홍색이랑 붉은색으로 물든 부분만 다 잘라줘.=

=네!=

=응!=

이실리테와 안느, 유르파가 각자 칼을 들고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 롬디스와 렉탈도 올라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저희도 도와드릴까요?=

일행이 열심히 중핵 두꺼비의 등가죽을 갈무리하고 있을 때 환인은 시엘라와 함께 자신들이 탐사하지 않은 남은 산란못 위를 날아다니며 생존자를 탐색했다.

=성자님. 생존자의 생명은 탐지되지 않아요. 전부 개구리들뿐이에요.=

“다행이군요.”

초대형 호수급 산란못에는 이형종만 대략 400여 마리 정도 감지될 뿐, 생존자는 단 한 명도 감지되지 않았다.

초대형 호수급 위쪽에 소형 호수급도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도 생존자는 없었다.

1~2명은 있을 법도 한데 어째서일까.

‘중핵이 향하던 숲에서 느껴진다는 생명력 때문인가.’

여자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등가죽이 통째로 벗겨진데다 옆구리가 갈라져 내장과 기타 등등을 쏟아낸 중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갈무리를 끝내고 아공간 주머니에 수납까지 끝마친 모습인데 표정이 굉장히 밝다.

그녀들 곁에 착지하자 안느가 활짝 웃으며 달려와 환인을 와락 껴안으며 소리쳤다.

=도령! 대박이야! 완전 대박 났어!=

“등가죽이 값어치가 나가는 거였나.”

=그것도 그런데!=

옆으로 비켜서더니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초롱초롱하고 기운찬 모습으로 척, 유르파를 두 손으로 가리킨다.

그러자 유르파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올린 두 손에는…….

=높은 순도의 적색 6급 위상석이야. 최소 300, 경매 시기를 잘 타면 400금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걸?=

넙적한 아몬드 모양의 주먹만 한 붉은색 위상석이 올려져 있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