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347화 (347/813)

〈 347화 〉 341 산란못 미궁 3차 진입

* * *

휴식을 끝낸 환인은 일행을 끌고 동쪽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이동, 마지막 거대 호수급 산란못의 남쪽으로 접근했다.

그쪽이 공터가 크게 형성되어 있었기에 미궁의 중핵과 싸우는데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쿠웅……. 쿠우웅…….

=…이거 무슨 소리지?=

어느 순간 규칙적으로 땅이 울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흡사 매우 무거운 무언가가 지축을 두들기는 소리.

환인은 이전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류히 자매들을 이끌고 삼림형 미궁을 탈출할 무렵 목격했던 산거북. 그것이 움직일 때 소리가 지금과 흡사했다.

일행이 긴장을 추슬러 올리며 거대 호수급 산란못으로 다가서던 중 눈이 가장 좋은 비상이 뒤에서 뀨으, 작게 감탄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이어 안느도 발견했는지 얼이 빠진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도령, 저기 저거, 저기 가고 있는 거 중핵 아니야?=

안느가 가리킨 방향의 안개와 어둠 속에서 매우 거대한 그림자가 쿠웅, 쿠우웅­ 굉음과 함께 움직이는 중이다.

환인은 말없이 손짓으로 롬디스, 렉탈, 유르파와 비상에게 대기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와 함께 등을 보인 채 이동 중인 거대 그림자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어둠 속의 희뿌연 안개가 옅어지며 그 정체가 금방 환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3층 주택은 되어 보이는 높이. 주변 안개를 은은하게 물들이는 적색 아우라. 그리고 두꺼비의 형상.

놀란 환연이 환인의 머리 뒤에 숨는다.

「엄청나게 크다. 저 괴물이 미궁의 중핵이야?」

=어어…. 적색 아우라는 중핵의 특징이야. 숲의 수호자가 말한 게 저놈이 틀림없어.=

크기도 크기지만 중핵이라고 확신한 이유는 그 덩치가 특유의 붉은색 아우라로 뒤덮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실리테가 조용히 레드릭을 뽑아 들며 중얼거린다.

=등에 왜 나무가 자라고 있지?=

이실리테의 말대로 머리 높이가 15m에 달하는 거대한 갈색 두꺼비는 머리부터 등을 지나 엉덩이 끝까지 녹색 이끼로 뒤덮여있었고 등에는 숲처럼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모르겠네.=

레드릭을 두 손으로 움켜쥔 이실리테와 마찬가지로 천벌의 망치와 성벽의 방패를 내세운 안느가 고운 눈썹을 찡그렸다.

=붉은색 아우라만 아니라면 어디 오래되고 신령된 숲과 습지의 주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모습인걸.=

「그래서 이쪽을 안 보는 거야? 중핵은 선공 습성이 없어?」

=그럴 리가 없지. 이형종의 모든 성질을 한데 모은 게 중핵인데…….=

두꺼비의 시야각을 본다면 이쪽은 이미 발견했을 상황. 하지만 저 중핵은 이쪽을 무시하고 계속 이동 중이다. 대체 어디로 가고 있길래 이쪽을 무시하는 걸까.

환인은 여자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중핵의 적색 아우라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저 붉은색 아우라, 왠지 재액을 뿌리기 시작한 혼재의 아지랑이와 비슷한 느낌인데……. 초거대 숲 두꺼비를 살피던 환인은 믿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엘라에게 물었다.

“시엘라, 저 중핵에게서 피해자의 생명력이 탐지됩니까.”

=아뇨. 중핵한테서는 안 느껴지는데, 이상한 게 중핵이 가고 있는 숲 쪽에 다수의 생명력이 탐지되고 있어요. 거리가 꽤 멀어요.=

“……저곳에 중핵의 산란장이나 심핵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건물이 움직이는 듯한 존재감에 작게 당황하고 있던 일행은 환인의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것도 미궁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 가는 거라면 말이 돼.=

「그럼 바로 공격해야지!」

환연의 외침에 여자친구들이 자신에게 시선을 준다. 명령을 기다리는 모습이었지만 환인은 속으로 천칭을 기울여보고 있었다.

지금 전투를 벌이면 중간에 졸개들이 몰려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졸개를 다 해치운 뒤에 중핵에게 가면 중핵이 심핵 근처에 자리 잡은 상태겠지.

전자는 초대량의 집단전의 위험성이 존재하고 후자는 중핵이 심핵에게서 어떤 힘을 받아 더 강해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겸사겸사 사로잡힌 사람들이 인질처럼 될 테고.

환인의 선택은 전자였다. 후자는 인질 때문에라도 여자친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여자친구들과 환연에게 중급 정령 강령을 펼쳐주고 자신에게도 강령을 건 뒤 여자친구들에게 주의를 준다.

“이대로 싸우면 중핵이 싸움 도중 졸개를 불러들일 가능성이 있다. 못해도 백여 마리는 넘겠지. 그렇다고 주변 산란못부터 정리한 뒤에 중핵과 싸운다면 중핵이 심핵 근처에 자리 잡을 거다. 그리되면 심핵에게서 무언가 버프를 받을지도 모른다.”

=으음. 중핵은 심핵에게서 힘을 얻는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 잡는다. 중핵의 등급은 추정 6급으로 지정하지. 시작은 나와 환연이 저놈의 시야부터 뺏을 거다. 중간에 어떤 경위로든 졸개들이 몰려오면 나와 환연이 그놈들을 맡을 테니 이실리테 너와 안느는 중핵을 죽여라.”

=응!=

=네!=

「알았어.」

“믿는다.”

두 여자친구의 어깨를 두드려준 환인은 휘익— 휘파람을 불렀다. 뒤쪽 안개 너머에서 쿠웃! 비상의 울음소리가 들린 후 투둑, 후두둑­ 짐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 들려온다.

“시엘라 양은 마차로 돌아가 있으십시오. 뒤쪽 산란못들은 전부 정리해놓은 상태이니 공격해오는 적은 없겠지만, 있다면 최대한 시간을 끌면 됩니다. 유르파와 롬디스에게도 그렇게 전해주십시오.”

=넵!=

시엘라가 마차로 날아가고 마차 쪽에서는 비상이 흥분된 모습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비상의 등에 올라탄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개시 신호를 보내고 주변의 모든 최하급 정령, 하급 정령을 모아 6 중첩 영혼 화살 6발을 장전한다.

여자친구들이 신호에 따라 달려 나가고 비상도 등에 환인을 태운 채 눈치껏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중핵과 거리가 줄어들자 그 모습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뚜렷해져 간다.

거리가 200m도 남지 않았을 때 환인은 가로로 길쭉한 노란 눈알을 응시하며 여자친구들과 환연에게 말했다.

“환연. 내가 중핵의 오른쪽 눈을 공격하면 너는 왼쪽 눈을 공격해라. 이실리테와 안느는 두꺼비가 눈을 잃으면 그때부터 공격 시작하고”

「환인, 공격 수단은 내 마음대로 해도 돼?」

“그래.”

말이 끝나자 비상이 펄럭, 후우웅— 날개를 퍼덕여 힘차게 날아오른다.

환인은 비상의 몸 주변으로 몰아치는 바람에 안개가 밀려 나가는 것을 보며 천칭을 꺼낸 뒤 어쩐지 이쪽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의 눈알에 영혼 화살 6발을 동시에 쏘아 날렸다.

200m 거리를 삽시간에 줄이며 중핵의 수박만 한 눈알에 날아든 영혼 화살.

파칙­!

놀랍게도 영혼 화살이 닿는 순간 눈 주변에 붉은 스파크가 한번 튀더니 여섯 발의 영혼 화살 중 세 발이 증발하고 남은 세 발만이 중핵의 노란색 눈알에 박혀 들었다.

푸푸푹!

쿠으으 ——!!!

영혼 화살이 박힌 눈을 감고 고개를 휘저으며 울부짖는 중핵. 환인은 그 행동으로 일어나는 대기의 흔들림에 감탄하며 여자친구들에게 경고했다.

“보호막이 있다! 주의해라!”

크어 ——!!!

경고 직후 대기를 뒤흔드는 포효와 함께 중핵이 환인과 비상을 향해 몸을 돌렸다. 쿠궁, 쿵— 척 보기에도 극히 화난듯한 분위기.

몸을 돌린 중핵이 육중한 몸뚱이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백여 톤은 가뿐히 넘을 몸무게가 움직일 때마다 땅이 흔들리며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져 간다.

세 발만 박혀 들었기에 시력을 상실했을지 의문이었던 환인은 자신을 노려보기 시작한 중핵 두꺼비와 얼굴을 마주한 순간, 감고 있는 오른쪽 눈 쪽에 하얗고 빨간 액체가 흐르는 것을 목격했다.

최소한 지금은 시력을 잃은 것이 확실하다.

퍼벙!

그때 이번에는 중핵 두꺼비의 왼쪽 눈알에서 바람이 폭발했다.

녹색 바람이 분화한 화산처럼 난폭하게 쏟아지는 와중에 중핵의 거대한 몸뚱이를 둘러싼 적색 아우라가 강렬하게 번뜩인다.

크우우——— !!!

성한 눈마저 바람 폭발에 휘말리니 중핵 두꺼비가 걸음을 멈추고 앞발을 허우적거린다. 이실리테와 안느는 그 틈에 동시에 튀어 나갔다.

가는 중 안느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슬아! 저 붉은빛, 피해 저항 아우라야! 공격할 때 힘껏 공격해야 해!=

=왜?!=

=어중간하게 공격하다 막히면 피해가 이쪽으로 흘러!=

피해가 흐른다니 그게 무슨 뜻인지 의아했던 이실리테는 환연의 공격으로 보이는 바람 폭발의 일부가 적색 아우라와 반발을 일으키다 튕겨 나오는 것을 목격하곤 이해했다.

그런데 녹색의 거친 돌풍이 사라지고 드러난 왼쪽 눈이 멀쩡하다. 환연도 그걸 목격하곤 당황의 외마디를 지른다.

「어!?」

설마 5급 정도 위력의 공격은 피해 대부분을 흘려낸다는 뜻일까.

씨이잉­ 쾅! 퍼벙! 퍼버버벅!!

이어서 바람 폭탄과 흙의 창 등이 중핵 두꺼비에게 쏟아졌지만, 대부분의 공격이 적색 아우라를 뚫지 못하고 뭉개지거나 흘러내린다.

‘그렇다면!’

지잉­

다중 검기를 소환해낸 이실리테는 있는 힘껏 중핵의 드러난 가슴 쪽을 향해 날렸다. 동시에 중핵 두꺼비의 뒷다리에 도착한 안느도 위상력으로 불타는 천벌의 망치를 온 힘을 다해 내려쳤지만.

—슥, 쿠쾅!

빛의 검은 붉은 아우라에 갈리듯 뭉개지다가 가슴께를 옅게 베는 수준에 그쳤고, 안느의 공격 또한 적색 아우라를 뭉개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위력이 대폭 감소하여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구르르 ——!!!

중핵 두꺼비는 분노의 포효를 지르며 신경질을 부리듯 얻어맞은 뒷다리를 힘껏 내질렀다.

쿠쾅!

=윽?!=

통나무 같은 뒷다리에 방패째로 채인 안느가 십여 미터를 주우욱 밀려난다.

안느를 쳐낸 중핵 두꺼비는 이어 자신의 가슴을 벤 이실리테에게 따귀 후리듯 앞발을 휘둘렀지만, 이실리테는 자신의 키만 한 둘레의 두꺼운 앞발을 낮춘 자세로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사이드 스텝으로 중핵의 오른쪽 옆구리로 돌아갔다.

빛의 검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레드릭으로 직접 충격을 준다.

찌지직­

위상력을 가득 담아 휘두른 레드릭이 적색과 청색의 잔상을 남기며 적색 아우라를 베어내고 가죽을 긁었지만, 마찬가지로 거의 피해를 주지 못한 채 약간의 생채기만 남기고 말았다.

적색 아우라를 뚫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공격이 감소하는 모양새.

바우웅­

=윽!=

두꺼운 앞발이 재차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것을 본 이실리테는 저게 끝이 아님을 직감하고 황급히 뛰어올라 피한 뒤 빛의 검을 걷어차 빠르게 중핵 두꺼비의 앞발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게 화났을까. 고개를 든 중핵 두꺼비가 공중에 뜬 이실리테를 노려보며…….

꾸르르 ——!!!

포효와 함께 앞발로 땅을 쿠웅, 내려찍었다.

그 행동에 이실리테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투 중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는 환인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허공에서 흔들리는듯한 미약한 위상력의 진동.

위기감에 잇소리를 내며 재차 빛의 검을 박차 지상에 내려선 이실리테는 자신이 있던 자리에 장창 같은 물의 창이 꼬챙이처럼 꿰뚫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이실리테는 레드릭을 집어넣고 다중 검기를 생성해 3m 길이 대검으로 만들어낸다.

‘타격과 절삭 속성이 섞인 레드릭으로는 안돼!’

체력을 소모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빛의 검으로 공격해야 한다. 두 손으로 빛의 대검을 움켜쥐고 재차 중핵 두꺼비에게 돌진하던 이실리테는 두꺼비가 갑작스럽게 움찔거리다 몸을 돌리는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안느가 잔뜩 화난 얼굴로 천벌의 망치의 헤드 반대쪽 스파이크 부분으로 중핵 두꺼비의 뒷다리를 곡괭이질 하듯 내려찍고 있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찍힐 때마다 적색 아우라가 뻥뻥 뚫리며 질긴 가죽을 뚫고 뒷다리에 구멍을 퍽퍽 만들어낸다.

덩치에 비하면 송곳에 살짝 찔리는 수준밖에 안 되는 상처지만,

크우어어 ——!!!

어그로를 끄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보였다. 중핵이 이실리테를 무시하고 안느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으니까.

허공에서 생겨나는 꼬챙이는 방패와 망치를 휘둘러 위상력을 찢어버리고 발밑에서 솟아오르려 하는 물과 땅의 속성 창은 짧은 발길질로 파훼하며 맹렬한 공격으로 중핵 두꺼비의 어그로를 끌어당기는 안느.

속으로 안느를 응원하며 이실리테는 중핵 두꺼비의 관심이 안느에게 쏠린 틈을 타 놈의 반대쪽 뒷다리로 돌아가 빛의 검을 휘둘렀다.

적색 아우라에 닿은 빛의 검이 바위에 떨어진 두부처럼 뭉개졌지만, 옅은 섬광과 함께 적색 아우라도 일부 걷혔고 그 사이를 짧아진 빛의 검이 지나면서 가죽을 쩍 베어낸다.

적색 아우라는 금세 복구되었지만, 이실리테는 눈을 번뜩였다.

먼저 다중 검기로 적색 아우라를 지우고 레드릭으로 후려치면 피해가 온전히 들어가겠어!

이실리테는 자신을 걷어차려는 중핵 두꺼비의 발길질을 피해 움직이며 오른손에 레드릭, 왼손에 다중 검기를 들고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비상의 등을 타고 공중에서 여자친구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환인은 깊어진 눈빛으로 중핵 두꺼비의 육중한 몸체를 재차 훑었다.

슬슬 눈을 지나 광대뼈까지 내려오는 앞머리를 쓸어넘긴 환인이 풀죽은 환연을 불렀다.

“환연. 시험해볼 게 있다.”

「…응? 내가 부리는 정령의 공격은 저거한테 거의 안 통하는데…… 도움이 될까?」

자신의 지시에 충실히 따라준 중급 정령의 공격이 대부분 통하지 않아 기가 죽은 환연이 부정적인 기운을 내비쳤지만 환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미궁의 특정 속성을 생각해본다면 물의 공격은 거의 통하지 않겠지. 바람도 한 점에 집중하기보다 광역 공격에 치중되는 속성이라 저 적색 아우라를 뚫지 못하는 거고.”

환인은 중핵 두꺼비를 6급으로 확정 지었다.

6급이 강력하다지만 이실리테와 안느의 공격력은 6급 중에서도 방어력이 강한 아룡인 귀룡??에게도 통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들만으로도 중핵을 충분히 사냥해냈어야 한다. 그러나…….

「근데?」

“저 피해 저항 아우라라고 하는 적색 아우라 탓에 그녀들의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고 있다. 상황을 타개하려면 저 적색 아우라를 먼저 걷어내야 해.”

쿠궁, 쾅, 콰광.

중핵 두꺼비가 신경질 부리듯이 두 앞발로 땅을 쾅쾅 내려찍으니 그때마다 여자친구들을 쫓는 것처럼 땅에서 물의 창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실리테는 두 자루의 대검을 두 손으로 휘두르며 찬란하게 빛나는 에너지 결집체를 휘둘러 중핵 두꺼비에게 작게나마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중핵 두꺼비의 통나무 같은 앞발 곳곳에 베인 상처에서 점액질과 빨간 피가 흐르고 오른쪽 뒷다리는 천벌의 망치의 스파이크에 수십번 찍혀 가죽이 너덜거리는 상태.

「……공격을 마구 퍼부어서 아우라의 농도를 줄이자는 거야? 하지만 주변에는 물이랑 바람이랑 땅의 중급 정령밖에 없는데……. 땅한테 흙의 창으로 찌르라고 할까?」

“땅의 정령에게 공격을 지시하기보단 발을 묶거나 구덩이에 앞발을 빠트리거나 하는 식으로 행동에 제약을 거는 게 더 좋겠지. 그보다 지금은…….”

환인은 유지 시간이 8시간도 채 남지 않은 하급 불의 정령 구슬 네 개를 꺼냈다. 혹시 몰라 줄곧 아껴왔던 화염 속성 정령이다.

영혼 구슬에서 풀려난 하급 불의 정령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습기가 가득한 곳이 마음에 안 드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떠나려 한다.

환연이 그런 불의 정령들을 달래서 끌어안으며 환인에게 물었다.

「얘들로 공격하라고? 하급이라서 약할 건데.」

“아니. 다른 수단을 쓸 거다. 잠시 기다려라. 이실리테와 안느가 위험해 보이면 중핵 두꺼비의 눈앞에 공격을 터트려 틈을 만들어주고.”

「엉.」

그때 중핵 두꺼비의 턱밑이 크게 부풀며 주둥이를 벌리는 것을 목격한 환인이 4중첩 영혼 폭발 구슬을 입안으로 날려 퍼버벙 터트렸다.

구어억 ——!!!

입안은 적색 아우라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 영혼 폭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모습.

방금은 독 숨결을 쓰려 한 걸까 아니면 멕시코 도롱녕처럼 물대포를 쏘려 한 걸까.

앞발로 주둥이를 잡고 괴로워하는 중핵 두꺼비를 향해 여자 친구들이 공격을 퍼붓는 것을 잠시 바라보던 환인은 비상이 짐을 내려놓은 곳으로 날아갔다.

가방 더미와 마차 두 대를 지키고 있던 롬디스와 렉탈이 달려와 묻는다.

=성자님, 저희가 도와드릴 것은 없습니까?=

“아직은 괜찮습니다. 계속 주위를 경계하시면서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예, 맡겨주십시오!=

롬디스의 기운찬 대답에 고개를 끄덕여준 환인이 가방을 뒤져 기름병 200개가 담겨있는 아공간 가방을 챙겨 든 순간.

쿠어어 ——!!!

꾸구웅­ 드드드드, 콰과과광!! 쿠쾅!! 콰과광!! 꽈아앙!!!

중핵이 있는 방향에서 들려오는 연속된 굉음에 얼굴이 굳어졌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