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화 〉 338 산란못 미궁 2차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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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인 일행은 호수급 산란못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며 나타나는 이형종과 쉬지 않고 싸웠다.
나타나는 이형종은 기형촉수 두꺼비, 독화살 개구리, 가시 두꺼비, 멕시코 도롱뇽 네 마리뿐.
전투는 어렵지 않았다.
산란못 미궁에 들어온 이후 대량의 이형종과 싸운 것만 해도 서른 번이 훌쩍 넘어간다.
몇 번이나 싸워본 덕에 그녀들은 40마리씩 이형종이 몰려와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타나는 이형종을 빠르게 분쇄, 해체하고 확인 사살하며 팀웍을 다져나갔다.
=굉장해.=
그 모습은 10년간 호흡을 맞춰온 롬디스 일행조차 감탄할 정도. 얼마나 대단한지 약간의 피해조차 입지 않으며 이형종을 쓸어나가는 광경에 롬디스는 어째서 저들이 전문 성술사 없이 세 명이서 활동하는지 이해했다.
=공격을 어떻게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는 거지……?=
성투사님은 모든 공격을 막거나 흘려내고 검희님은 피하고 쳐내며 아예 맞질 않는다.
놀랍기 그지없긴 하지만 성자님의 활약만큼 놀랍지는 않다.
대체 혼자서 몇 명의 역할을 하시는 걸까.
엽사처럼 미궁 내부 환경을 조사하고 수상한 점, 특이점을 파악하며 지도를 만든다.
전투가 벌어지면 뒤에서 일행을 지휘하며 전투를 조율하고 원거리 공격을 통해 이형종 무리에 피해를 누적시킨다.
지원 계통 술사처럼 평온의 파동으로 적의 빈틈과 허점도 끌어낸다.
전투가 끝나면 뒤처리도 관리하며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지시를 내려 보완, 보충한다.
그 덕분이라고 할까 아니면 초장부터 강렬한 전투가 여러 차례 이어진 탓일까. 롬디스 파티도 환인 일행의 공략에 금세 적응하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어 행동이 빠릿빠릿해졌다.
미궁이 처음인 유티도 환인 일행의 강함을 알게 된 뒤로는 겁먹는 일 없이 환인이 지시하는 것을 따박따박 이행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호수급 산란못 가장자리에 축구장 사이즈의 산란못 두 개가 더 나타나며 또다시 100여 마리에 가까운 이형종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는데…….
=탐지에 사람은 없어요!=
쿠구궁, 쿠구구구구——
일행 중 그 누구도 혼란에 빠지는 일 없이 각자 맡은 역할에 집중해 비상과 환인의 폭격 및 평온의 파동의 혼란 효과에 힘입어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모두의 적응과 노력에 힘입어 미궁 탐사 속도는 가일층 빨라져 입장 후 5시간이 경과했을 때, 드디어 산란못 미궁의 서쪽 벽에 닿게 되었다.
앞을 벽처럼 가리고 있는 푸른 안개.
=오. 여기가 미궁 서쪽 벽인가 봐.=
“되돌아간다.”
길을 내기 전의 공터로 돌아온 환인은 이제야 알게 된x축과 y축의 길이에 바깥에서 확인한 미궁의 크기와 내부에서 계산한 거리를 계산했고, 각 축의 길이를 대조해 그 자리에서 미궁의 전체 규모를 지도에 그려나갔다.
모여서 지켜보던 일행은 잠시 후 환인의 손에 완성된 미궁 규모를 확인하곤 혀를 내둘렀다.
=와, 이 정도면 거의 파르히스트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 아니야?=
=그보다 더 넓은 거 같은데……. 이렇게 넓으니까 이형종이 이만큼이나 있는 거네.=
=성투사님. 이만큼 넓다면 여기 산란못 미궁은 5급 정도일거 같지 않습니까?=
=5급 위상석을 얻었다면 5급이 확실하겠지만 지금까지 1,000마리 넘게 잡았는데 5급은 하나도 안 나왔어. 확신은 못 해.=
=그렇군요.=
“계속 진행한다.”
일행은 환인의 인솔하에 계속해서 미궁 탐사를 진행, 그 과정에서 호수급 산란못의 완전 탐색을 마쳤고 2명의 피해자를 더 구출해낼 수 있었다.
또한 호수급 산란못의 북동쪽에 그보다 작지만 또 호수급으로 분류할만한 거대한 산란못을 하나 더 발견했기에 환인은 산란못의 규모 단위도 변동을 주었다.
7명의 피해자를 구해낸 산란못과 1차 탐사에서 마지막으로 발견했던 산란못은 대형 호수급, 두 번째로 발견한 ㅏ모양의 산란못은 소형 호수급. 그 외에는 축구장 급.
그렇게 2차 탐사 1일 차에만 족히 300여 마리에 가까운 이형종을 해치웠고 소형 호수급 산란못에서도 2명의 피해자를 더 구출해 총 9명을 구해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는 탐사에 일행의 사기가 오른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입장 10시간 째, 환인의 여자들과 비상은 적응해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처음 환인을 따라다니게 된 시엘라와 유티는 고강도의 강행군에 기운이 쏙 빠져 완전히 녹초가 되었던 것이다.
근접 전투직이라 신체 능력이 뛰어난 롬디스와 렉탈도 상당한 정신적 피로감을 느꼈다.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나 지치다니.’
이 정도면 미궁 5일 차에 해당하는 피로감이다. 전투를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지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환인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롬디스 일행을 확인하고는 마침 적당한 곳을 발견했기에 야영을 선언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도록 하지”
=하으…….=
=아우우….=
환인의 야영 선언에 시엘라와 유티가 수레에 몸을 기대고 기운 빠진 한숨을 흘렸다.
엄청 피곤하다. 이대로 곧장 누워서 잠들고 싶은 기분.
하지만 좀 더 버텨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쉴 준비만 하면 되니 더 힘들지는 않을 거라는 것.
=성투사님. 야영 준비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오? 그래 주면 고맙지. 여긴 습지니까 밑에 방수포부터 까는 거 알지? 안 깔면 자다가 습기 올라와서 잠에서 깨니까.=
=예. 유티 씨가 있으니 바닥 습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야영지 바닥의 물기를 다 빼버리면 되니까요.=
=부탁할게. 난 장비 손질 좀 해야겠다.=
=옙.=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강행군에 입장 하루 만에 지쳐버린 시엘라와 유티도 저녁을 준비하는 이실리테에게 다가갔다.
=검희님, 식사 준비는 저희가 할게요.=
=네에. 싸우느라 고생하셨는데 식사 준비까지 하시면…….=
=아니요. 주인님과 안느의 식사는 제가 챙겨야 하니 겸사해서 여러분들 것도 만드는 거예요. 이쪽은 신경 쓰지 마시고 야영지 구성을 도와주세요.=
=네? 네…….=
이실리테의 거절에 두 사람은 당혹해하며 야영지의 돌과 나무 조각을 골라내고 방수포와 모포를 깔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다들 얼마나 강인하신 거지? 십수 번 전투를 치른 성투사님도 그렇고 검희님도 하나도 안 지치신 거 같잖아.
그녀들은 야영지를 꾸리면서도 환인 일행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힐끔거렸다.
최상위 파티로 올라가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건가? 그보다 성자님은? 성자님은 지쳤겠지?
비범 속에서 평범을 찾으려는 것은 사람의 본능적인 행동일까. 롬디스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게 환인을 눈으로 쫓았고.
“……흠.”
환인이 수레 위에서 여자들의 상세를 살펴보는 모습에 피로감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걸 보곤 자신감이 적지 않게 하락하는 것을 느꼈다.
술사이면서 자신들보다 몇 배나 많은 일을 하고 머리도 엄청나게 쓰셨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으시다니…….
‘그냥 우리가 허약한 거였어…….’
자신의 갑주와 이실리테의 갑주를 함께 손질하던 안느가 수레에서 내려오는 환인에게 물었다.
=도령. 여자들은 어때? 깨어날 거 같아?=
“아니. 막대한 정신적 충격에 의식을 외부와 차단한 걸로 보인다.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정신 치료…… 그런 걸 받으려면 도시의 지역 교단 지부는 찾아야 가야 할 텐데. 치료비도 적지 않을 테고……. 시엘라도 정신 치료 못쓰지?=
=네에. 그건 6급은 되어야…….=
“아니, 오히려 당장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자신들을 끌고 온 이형종과 싸우는 소리는 물론 다른 여자를 구출하는 모습은 정신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테니까.”
듣고 보니 그러네. 환인의 설명에 사람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주인님, 안느. 식사하세요. 다른 분들도 오시고요.=
=오~! 배 엄청 고팠는데 드디어 다됐구나! 자자, 너희들도 이걸로 손이랑 몸 닦아.=
야영지 잠자리를 다 완성해낸 롬디스 일행은 안느가 가방에서 꺼내 던져주는 수건을 받으며 고개를 기웃거렸다.
=이건 뭡니까?=
=……으엑?! 이, 이거 설마 희석 성수를 적신 천인가요!?=
=맞아. 시엘라도 성술사라서 잘 아네.=
시엘라는 청량감과 정화감이 물씬 느껴지는 수건의 존재감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일상생활에 성수를 쓰는 곳은 교회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거나 예식을 진행할 때 쓰는 게 전부다. 그런데 수건에 성수를 적신 뒤에 몸을 닦는다니…….
=이거 굉장하군. 이걸로 깃털을 닦으니 목욕한 것처럼 상쾌해. 렉탈, 안 그래?=
=좋다. 시엘라도 이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기분 좋아요오…….=
아니, 모르면 속 편하다는 말이 있고 유티 씨는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만 롬하고 렉트 너는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라고 하기에 이 수건이 주는 청량함과 청결감이 너무 좋다.
시엘라도 유혹에 져서 수건으로 손을 닦고 얼굴도 닦고 몸을 닦다가 핫! 정신을 차리고는 롬디스와 렉탈을 불만스럽게 쳐다보았다.
=너희 성수 한 병에 얼마 하는지 잊었어? 희석 성수라고 해도 이런 천 다섯 장이면 성수 한 병을 써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 천 한 장이 4 동화라는 건가…….=
=비싸다.=
비싼데 효과는 확실히 좋다. 성수포로 닦은 곳은 기름기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상쾌해졌으니까. 자금이 넉넉하다면 자신들도 쓰고 싶을 정도다.
응? 잠깐.
=시엘라 너도 성수를 만들 수 있잖아. 직접 만들어서 쓰면 안 되는 거야?=
=…….=
안된다고 소리치기에는 이걸 만든 성투사님의 존재가 신경 쓰이고, 된다고 말하기에는 성수를 함부로 쓴다고 벌 받을까 봐 겁난다.
롬디스의 질문에 시엘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이실리테가 저녁 식사를 배식하기 시작했고, 롬디스 일행은 음식의 맛을 보곤 감동에 몸을 떨었다.
저녁 식사는 두 종류.
하나는 보울bowl 같지만 그보다 작은 그릇에 하얀 라이스를 깔아놓고 큼직하게 썬 고기 조림을 한가득 올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기와 밥을 함께 바짝 볶은 볶음밥.
=너, 너무 맛있어요……. 검희님, 이건 어떻게 만드신 거에요?=
둘 다 없던 기운도 되찾을 정도로 엄청나게 맛있었다. 그 증거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든 꽃처럼 흐늘거리던 유티가 그릇에 얼굴을 박다시피한 채 무섭게 퍼먹고 있었다.
=그냥 적당한 소스에 초벌구이한 고기를 볶아서 올린 것뿐이에요. 볶음밥은 볶고 남은 기름에 밥을 넣어서 한 번 더 볶은 거고요.=
=그런데도 이렇게 맛있다니…….=
저 멀리 종족 연합 국가에서 난다는 쌀에 걸쭉한 소스와 함께 볶은 고기를 올린 것뿐인 밥인데 만족감과 포만감이 장난이 아니다.
시엘라도 열심히 밥을 떠먹다가 문득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롬디스와 렉탈의 시선을 깨닫곤 조금 기분이 상했다.
=왜 그렇게 보는데?=
=그냥, 밖에서 해 먹는 요리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해서.=
=……롬, 내가 밥을 못하는 게 아니라 검희님이 요리를 잘하시는 거거든?=
=알아. 네 고생은 잘 알고 있으니까 화내지 마.=
=흥.=
화나게 해놓고서는 화내지 말라니, 그게 말이야 방귀야.
시엘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롬디스가 한 그릇씩 더 받아온 음식을 보곤 입술을 밀어 넣고 얌전히 그릇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모닥불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나란히 앉아 이번에는 음식 맛을 제대로 음미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제 첫날이지만 뭔가 깨닫는 게 있는 기분이다.=
=응……. 성자님 일행을 보니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았는지 깨달았어.=
자신들은 의뢰나 임무 중에는 퍽퍽하고 딱딱한 빵이나 육포, 말리거나 절인 과일로만 식사를 해결한다. 가격도 싸고 보관하기 좋은 데다 잘 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보존 주머니? 그걸 식재료 보관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도 안 했었다. 그 주머니가 얼마짜린데 고작 음식을 보관하는데 쓴다는 건가.
그 때문에 요리는 가끔 뜨거운 게 먹고 싶어져 솥을 올린 뒤 물과 빵, 육포 조각, 말린 과일을 넣고 끓여서 죽 같은 수프를 해 먹는 게 전부.
그랬는데 성자님 일행은 달랐다.
점심은 건량이 아니라 뭔가 미리 만들어둔 걸 보존 주머니에서 꺼낸듯한 두툼한 고기 및 야채, 슬라이스 토마토가 끼워진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였다.
저녁은 더 대단했다. 보존 주머니로 보이는 곳에서 싱싱하고 좋은 채소, 과일, 고기 등이 우르르 쏟아졌고 아공간 가방에서는 온갖 조리용 마도구가 다 튀어나왔다.
청결도 굉장히 신경 썼다.
보통 파티는 의뢰 임무 중 청결은 거의라고 할 만큼 신경 쓰지 않는다.
전투를 치르고 나서도 피범벅으로 돌아다니기 일쑤였고, 씻는 것도 가끔 미궁에 흐르는 물길이나 여행 도중 발견하는 강이나 냇가에서 물에 적신 천으로 몸을 닦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땐 일주일 넘게 씻지 않아 몸이 개기름으로 범벅이 되기도 했고 끔찍한 악취가 나서 이형종이나 짐승에게 습격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랬는데 성자님 일행은 아니었다.
전투가 끝나면 몸이나 갑옷에 묻은 이물질을 간단하게나마 털어내고 피를 닦는다. 얼굴에 뭔가가 묻었다면 바로바로 성수포(방금 알았다)로 닦아낸다.
밥 먹기 전에도 당연히 성수포로 손과 얼굴을 깨끗하게 닦고, 야영준비가 끝난 지금은 얼굴부터 시작해 손과 팔, 몸, 다리까지 청결하게 닦으신다.
저쪽을 보니 식사를 끝마친 성투사님이 희석 성수를 들고 양치를 하고 있으신 게 보인다.
저런 미모가 저렇게 관리하기에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영에 쓰는 잠자리도 자신들과 달랐다.
자신들은 맨땅에 모포 겸 망토 같은 것을 두르고 모닥불 근처에 대충 누워 자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성자님 일행은 보기에도 비싼 마도구 침낭과 깔개를 준비했고 주위에는 온도 조절, 습도 조절, 탈취 마도구까지 설치되어있다.
부리로 먹기 힘든 고기덮밥을 재주껏 수저로 떠먹던 롬디스는 어느샌가 그릇이 빈 것을 보고 아쉬워하며 자신이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돈을 위해서 의뢰를 수행했지. 그 과정에서 의식주는 신경 쓰지 않았어.=
성자님과 비교하면 자신들의 의식주는 그냥 죽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수준이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변하고 있다.
=말은 못 하겠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과정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의식주 삼대 욕구를 최저한으로 맞추는 게 아니라 성자님 파티처럼 갖춰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하하. 우리 수입에 그렇게 했다간 금방 파산할 거야. 성자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래, 몸은 깨끗하게 하고 먹을 것도 건량 같은 걸로 대충 때우는 게 아니라 적어도 요리라고 할 만한 것은 해야겠다 싶은 거지.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
시엘라는 롬디스가 하는 말이 이해됐다.
자신들도 업계 수준에서 본다면 중견급이다. 그럼에도 한 끼 식사에 1인당 10철화 정도밖에 쓰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이형종이나 짐승을 사냥하면 그 고기를 구워서 함께 먹는 정도에 불과한 수준.
그랬는데 성자님 일행은 어떤가. 방금 먹은 저녁은 한 끼에 10동화는 될법한 수준이었고 원재료 값만 장당 4동화는 될법한 성수포를 아낌없이 썼다.
덕분에 엄청난 전투를 치렀음에도 영혼 기사님들은 방금 마을을 나온 것처럼 깔끔하기 그지없다.
모닥불의 빛에 의해 반짝반짝 빛나는듯한 성투사님과 검희님의 피부를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시엘라는 가까이 다가온 유티를 올려다보았다.
=롬디스 님, 시엘라님. 지금 설거지 하려고 하는데 식사 다하셨으면 그릇을…….=
=앗? 미안해요. 잠깐 이야기 나누느라고 깜빡했네요. 어디서 설거지 할 거예요?=
물을 다루는 청술사라서일까, 식기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유티의 모습에 시엘라도 일어서며 물었다.
=저기서 하려고 해요.=
=같이 가요. 저도 도와줄게요.=
=네? 아뇨! 이건 저 혼자 해도…….=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나잖아요. 같이 가요.=
=네, 네엣.=
식기를 들고 걷어가는 시엘라와 유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롬디스는 오랜만에 자신의 파티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며 사색에 잠겨 들었다.
(산란못 미궁 2차진입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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