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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343화 (343/813)

〈 343화 〉 337 산란못 미궁 2차 진입

* * *

구출 계획과 마지막 비상의 재치로 다섯 두꺼비 이형종을 모두 끌어내는 데 성공한 일행은 생명력 탐지의 결과대로 다섯 명의 피해자 여성을 두꺼비의 주둥이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안느가 가장 가까운 거대 두꺼비로 달려가 흡, 꽉 닫힌 주둥이를 벌린다. 그러자 뒤쫓아온 롬디스가 허리춤의 검을 뽑으며 물었다.

=성투사님, 검으로 잘라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자르다가 안에 사람을 상처입히면 어쩌려고? 롬디스, 거기 주둥이 잡아. 어, 거기. ……당겨!=

쩌억­

안느와 롬디스가 주둥이 위와 아래를 나눠 잡고 힘껏 벌리자 사람 정도는 가볍게 삼킬 수 있는 주둥이가 180도 가까이 벌어지며 안쪽이 훤히 드러났다.

=힉…….=

치료를 위해 대기하던 시엘라가 새된 비명을 지른다. 그만큼 남자 팔뚝만 한 분홍색 촉수로 가득 찬 기생촉수 두꺼비의 뱃속은 혐오스러웠다.

여자는 그런 분홍색 촉수에 가슴까지 잠겨있었는데 정신이 나가버린 것처럼 죽은 듯이 축 늘어져 반응이 없는 상태.

=흐읍!=

쫘아악­!

두꺼비의 아가리를 아예 찢어버린 뒤 주름 같은 살결에 가슴부터 잠겨있는 여자를 살피던 안느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여자를 잡은 뒤에는 등 뒤의 촉수를 몸 안으로 옮겨서 포박하는데 쓰나 봐.=

그 말대로 다른 기생촉수 두꺼비는 등에 촉수가 붙어있었는데 이것들은 그 자리에 돌기 비슷한 것만 나 있었다.

=이래서 이놈들이 물 밖으로 안 나왔던 거네. 공격 수단이 없어져서…….=

=최악이야!=

이실리테의 이야기에 버럭, 소리 지른 안느가 찢어진 두꺼비의 주둥이 안으로 들어가 여자를 빼내려 했지만 롬디스가 황급히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겼다.

=자, 잠시만! 성투사님, 혹시 모르니 저희가 하겠습니다! 렉탈, 이리 와서 같이 해!=

=음.=

여자의 팔을 잡고 끌어내려던 둘은 덜컥, 무언가에 붙들린 듯 흔들리는 여자의 모습에 순간 당황을 드러냈다.

=롬, 뭔가 걸린 거 같다.=

=뭐지, 촉수에 잡힌 건가? 조심해서 같이 당겨보자. 하나, 둘…….=

=음.=

두꺼비의 주둥이 속으로 반쯤 몸을 밀어 넣은 두 조인족이 여자의 팔과 어깨를 잡고 천천히 당기자 쮸뷰류류륫? 점막이 미끌리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점액질로 코팅된 여자가 천천히 끌려나오기 시작한다.

=야, 배 조심해서, 조심해서 당겨! 어? 빠졌……!=

…륵. 쭈르르릇­

완전히 빠져나오는 동시에 여자의 항문과 음부에서 팔뚝만한 촉수가 쭈르르­ 빠져나가더니 벌어진 질과 항문을 통해 개구리 알과 올챙이가 꾸역꾸역 밀려 나와 후두둑 떨어진다.

촤아악, 철퍽 후두둑­

뷰르르륵­ 뿌붑, 뿌브브브브­

여자의 다리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괴물을 출산하는 것처럼 후두두 쏟아지는 큰 참외만 한 올챙이 괴물들. 여자와 롬디스의 발밑으로 퍼져나가는 끔찍한 잔해물들.

여자의 배가 출렁이면서 점차 쪼그라드는 가운데 일행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하고 그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쏟아지는 것은 멈췄지만 배는 여전히 산만큼 부푼 상태.

=주, 죽은거 아니지?=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은 안느가 중얼거리자 환인은 주먹 정도는 가볍게 드나들 정도로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고 있는 여자의 음부와 항문을 살피다가 랜턴 마도구로 여자의 동공 반사 현상을 확인했다.

이어 손목의 맥도 잡아본 환인은 장갑을 끼고서 말했다.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가슴 마사지를 하는 것처럼 미끌거리는 점액질투성이인 여자의 가슴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천천히 밀어 올리기 시작한다.

=도, 도령? 뭐해……?=

환인은 대답하지 않고 수박만큼 커진 젖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짜내고 있으니 여자의 유두와 유륜 곳곳이 입술처럼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으헉.=

환인은 롬디스의 경악성을 흘려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점액질에 인체의 연성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성질이 있는 거 같다. 그러니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다 뽑아내야지. 시엘라 양, 유티 양. 와서 여자의 배와 옆구리를 눌러 배출을 도우십시오. 나머지는 가서 다른 두꺼비의 입안에 잡힌 여자들을 구출해.”

=흑, 넵…….=

=으응!=

그후로 대개 비슷비슷한 상태인 여자들을 두꺼비의 체내에서 구출한 환인 일행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여자의 배와 옆구리를 누르는 등, 체내의 새끼 괴물들을 짜내고 씻기는 데 주력했다.

=유티, 거기 아가씨 다 씻겼으면 여기 와서 씻겨줘!=

=네네, 성투사님!=

=시엘라. 이 분의 치료는 끝났나요?=

=네, 검희님.=

=그럼 천으로 감싸는 건 제가 할게요.=

=부탁드려요!=

=성자님, 수레 조립이 끝났습니다.=

“롬디스, 이 가방에 모포와 천이 있습니다. 모포를 먼저 바닥에 깐 다음 여자들을 눕힙시다.”

=옙.=

환인은 시엘라의 성술로 여자들의 신체가 원래 모습을 되찾은 것을 다시 확인하며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성술을 너무 간과했었다.’

원래대로라면 구출한 뒤 괴물 새끼와 알을 짜냈더라도 원래 모습을 되찾긴커녕 목숨마저도 위험했을 것이다.

몸안에서 괴물을 키웠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니까.

죽지 않더라도 가슴이나 배가 네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부풀었던 탓에 피부 탄력이 모두 사라진 80살 노파처럼 주름지고 늘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몇날 며칠을 속에 담아두고 있던 탓에 주먹이 쉬이 들락거릴 만큼 벌어진 음부와 항문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생리활동조차 불가능해졌겠지.

정신을 차리더라도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긴커녕 자살을 결심했으리라 쉽게 짐작했을 몸 상태였지만…….

“…….”

모포를 들추자 보인 여자는 그저 목욕 후에 곤히 잠든 것처럼 날씬하고 슬림한 모습으로 조용히 누워있었다.

이것이 회복의 성술이 가진 위력이었다.

일상 생활에서 치유, 치료, 회복은 전부 다친 걸 낫게 한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성술에서는 셋을 전부 따로 구분해서 쓴다.

상태 이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치유??.

재생을 촉구해 상처를 수복하는 치료??.

신체의 시간을 되감아 입었던 상처를 없던 일로 만드는 회복回?.

이중 가장 익히기 어렵고 쓰기 힘든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회복이다.

치료는 성술의 극에 이르면 끊어진 팔다리나 신체의 잃어버리고 손상된 기능마저 재생시켜준다고 하지만, 보통은 타박상이나 자상, 창상 등에 사용하는 하급 성술로 분류된다.

반대로 회복은 팔이 소실되고 안구를 잃고 신장이 없어지거나 폐가 썩어 문드러져도 회복 한 번이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물론 회복도 만능이 아니다. 태어나서부터 심한 천식을 앓아오는 사람에게는 회복을 걸어도 천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장애나 질병은 고칠 수가 없다.

때문에 회복술사라고 하더라도 치료를 습득하고 단련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며 치료사라 해도 회복술을 익히려 부단히 노력한다.

아무튼, 4급 성술사인 시엘라는 중급 치료사로서 회복도 어느 정도 쓸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성술사였다.

그런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해 회복을 펼치자 괴물의 불알 주머니처럼 축 늘어졌던 배는 삽시간에 조여들어 날씬하고 가느다란 허리로 변했으며, 유방도 환공포증이 생길 것 같은 말라비틀어진 오이 모양에서 밥공기를 엎어놓은 것처럼 보기 좋은 탄력과 모양으로 되돌아갔다.

다섯 명의 여자를 이형종에게 잡히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은 것.

모포를 다시 덮어 여자의 나신을 가려주는 환인의 옆에 안느가 옆에 서며 말했다.

=어쩐지. 도령도 성술에 대해서는 잘 몰랐구나?=

“그래. 이상하다는 기초 지식마저 없었으니까.”

치유와 치료 회복을 따로 구분한다는 것도 몰랐다고 하자 안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도령이 성술사를 영입할 거라기에 알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너도 회복은 못 쓰나.”

=쓸 수는 있지만 주문을 외우는데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 시엘라가 쓰는 회복보다 훨씬 떨어져. 원활하게 쓰려면 7급은 되어야 해.=

“혼합 직업자들은 두 직업의 특성을 쓸 수 있는 대신 80%정도 밖에 힘을 발휘 못 한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나 보군.”

=그렇지 뭐. 혼합 직업자들도 그게 약점이 될 수 있으니까 일부러 말 안 하고 다니는 편이고.=

어쨌든 여자들을 구해서 다행이라고 웃는 안느다.

환인은 기절한 것처럼 수레에 나란히 누운 다섯 명의 마을 여자와 성력 고갈로 그 사이에 끼어 골골거리는 시엘라를 응시했다.

생명력 탐지를 해줘야 할 성술사가 저러면 수색에 차질이 빚어지는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안느에게 준 위상력 회복과 충전 반지를 그녀에게 빌려주는 것은 내키지 않고.’

환인이 시엘라를 빤히 쳐다보아서일까, 이실리테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와 시엘라를 번갈아 보다가 물었다.

=주인님? 혹시 시엘라를 파티에 영입할 생각이신가요?=

흠칫, 어깨를 떠는 롬디스의 뒷모습을 한 번 쳐다본 환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명력 탐지를 써주어야 할 시엘라 양이 쓰러져서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아, 난 또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길래 관심이 있는 줄 알았네. 하지만 시엘라 정도면 훌륭하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치유와 치료를 수준급으로 쓰고 회복까지 쓰는 4급 성술사. 조인족이어서 날아다닐 수도 있는 시엘라라면 파티원으로 준수하다고 이실리테와 안느가 평가하니 수레를 끌기 위해 준비하던 롬디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초조해졌다.

호멘 그 자식이 죽은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최소 반년, 길면 1년 넘게 걸릴 예정이다.

파티에 어울리는 동료를 다시 찾는 것도 어려울 테고 찾더라도 손발을 맞추는 데만 긴 시간이 걸릴 게 뻔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시엘라마저 빠져나간다면 파티는…….

“시엘라 양은 롬디스 씨의 애인이고 파티원이다. 그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지. 사과해라.”

=어?! 그, 그랬어? 롬디스, 미안.=

=저희 생각이 짧았어요. 미안해요.=

=아니, 아닙니다. 진짜 괜찮습니다.=

롬디스는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성투사님과 검희님께 손사래를 치면서 당황했다.

자신은 호멘을 제대로 관리조차 못 해 성자님께 큰 폐를 끼쳤었다. 성자님이 시엘라를 데려간다고 해도 아무 말도 못하는 처지인데 설마 자신을 배려해주고 영혼 기사들에게 사과까지 시키시다니.

자신의 행동과 대비되는 성자님의 행동에 롬디스는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창피한 기분이었다.

자조하는 롬디스에세 시선을 주었다가 고개를 돌린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만 몰래 귀띔해주었다.

그녀는 향상심이나 투쟁심이 낮아 우리 파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랬어? 난 싹싹하고 기운 넘치길래 괜찮은 애구나 생각했는데.=

“너나 이실리테, 유르파가 특이한 거다. 시엘라 양이 보통이겠지.”

=음…… 뭐, 아무튼 위상력 부족 문제라면 내가 해결해줄게.=

그리 말한 안느는 수레로 올라가 건틀릿을 벗고 끼고 있던 반지 두 개 중 하나를 시엘라의 손에 끼운다. 그리고 =충전 반지 1/4 방출.= 시동어를 말하자…….

슈우우­

시엘라의 중지에 끼워진 반지에서 푸른 기운이 물처럼 뭉클거리며 피어오르더니 시엘라의 몸으로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으응…….=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극심한 멀미를 앓듯이 파리한 안색으로 식은땀을 흘리던 시엘라의 안색이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다.

=어… 어라?=

금방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킨 시엘라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자신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가는 안느를 보곤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고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성력을 나누어주시다니…… 가, 감사합니다.=

=네가 쓰러져있으면 일정이 대책 없이 밀리니까 나누어준 거니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네, 네! 힘내서 사람들을 치료하겠습니다!=

성술사에게 있어 성력(위상력)이란 자신과 동료들의 목숨이다. 그렇기에 남에게는 절대 성력을 나누어주지 않는다.

게다가 위상력을 나누어준다는 건 단순히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기술이란 사용 횟수 = 숙련도의 공식이 매우 정직하게 성립된다. 즉, 이 경우 시엘라는 돈을 주고도 못사는 회복술 숙련도 증가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같은 교단은 아니지만 비슷한 성술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자신의 위상력을 거의 다 채울 정도의 위상력을 나누어주다니.

시엘라가 안느에게 존경심을 품었을 때 환인은 안느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걸 타인에게도 쓸 수 있는 거였나.”

=응. 그러니까 금화 수십 개나 할 만큼 비싸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끼워진 한 쌍의 반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환인은 수레에서 내려오는 시엘라에게 질문했다.

“시엘라 양. 위상력이 어느정도 회복되었습니까.”

=거의 다 회복됐어요. 회복술을 4번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반지의 위상력 회복 속도 증가와 그녀의 자체 재생력을 계산해보면…….’

구출자가 짧은 시간에 수십 명씩 몰리지는 않을 테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환인은 위상석 수색까지 끝낸 일행을 돌아보며 다시 출발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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