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0화 〉 334+ 숲 옆 마을 크라빈
* * *
새벽녘의 어스름한 기운이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아침.
환인은 작은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
평소보다 머리가 가볍다. 역시 술이 긴장과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역할이었나.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가려던 환인은 다리에 걸려 이불이 끌려온 탓에 훤히 드러난 안느의 나신에 시선이 갔다.
손바닥만한 팬티만 입고 여신처럼 모로 누워 곤히 잠든 안느.
어둠 속인데도 하얗게 빛나는듯한 피부가 예술적이다.
환인의 시선이 그녀의 몸을 핥듯이 훑는다.
중력마저 무시하는 탄력의 아담하고 탐스러운 한 쌍의 봉우리. 거기에서 흘러내리는 완만한 허리선에 이어서 불쑥 치솟아오르는 폭력적인 골반이 그리는 매혹적인 라인.
완벽한 호리병 모양의 선을 감상하던 환인은 이어 그녀의 배로 향했다.
마치 붓으로 그린듯한 아름다운 11자 복근과 귀엽고 앙증맞은 1자 배꼽. 그 아래로 내려가자 피부만큼이나 하얀, 서혜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음부만 간신히 가리는 작은 팬티가 시선에 담긴다.
환인의 시선이 팬티의 아랫부분으로 향했다.
잠버릇 때문인지 하얀 팬티가 모로 쏠려 대음순과 분홍색 소음순 한쪽이 드러나 있다.
꽃무늬 레이스의 하얀 팬티가 제 역할을 못하고 보지 일부를 노출한 장면이 남자의 관음적 패티시를 자극한다.
그 모습을 잠시 감상하던 환인은 만족한 듯 손을 뻗어 팬티의 위치를 고쳐준 순간, 따뜻하고 탄력 넘치는 허벅지가 엇갈리며 환인의 손을 꽉 붙잡았다.
=도령 변태…….=
눈을 뜬 안느가 배시시 웃는다. 잠기운이 가득한 두 눈이 웃음을 머금으니 고양이 상이 따로 없다.
=아침부터 기운도 좋네~. 어제 그렇게 하고도 부족했던 거야…?=
“오해다. 팬티가 비뚤어져 있어서 제대로 입혀준 것뿐이다.”
얇은 팬티를 사이에 두고 손등에 닿는 안느의 보지가 따뜻하다고 생각하며 환인이 대답하자 안느가 좀 더 짙은 웃음을 띠며 손가락으로 환인의 바지 앞섬을 가리켰다.
=진짜…? 근데 이슬이의 작은 주인님은 그게 아니라고 하는 거 같은데.=
재밌다는 듯이 킥킥 웃던 안느는 에잇, 귀여운 기합과 함께 환인의 허리에 매달렸다.
가녀린 편이지만, 이 가녀린 몸 안에는 어마어마한 근육이 압축되어있다. 거기다 근접 직업자에 키까지 크니 그녀의 손에서 탈출하기란 불가능.
환인이 손을 내려 어떨 땐 희게도, 어쩔땐 푸르게도 보이는 은발을 어루만져주자 안느가 고양이처럼 갸르륵 웃다가 눈가에 나른함을 담고 묻는다.
=도령, 바로 일어나야 해?=
“아직 20분 정도 시간이 있긴 하지.”
=으응. 그럼…… 나 그동안만 넣어주면 안 돼?=
눈매를 살짝 누그러트리며 검지를 입에 살짝 무는 그 모습이 자못 관능적이다.
앵두처럼 발간 그 입술에 키스해주니 더더욱 안겨오는 안느.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 뒤로 누우며 물었다.
“오래는 못할 텐데 그래도 괜찮나.”
=응. 그냥, 내 몸 안에 도령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난 신경 쓰지 말구 도령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그렇다면.”
=흐앗.=
환인은 그녀의 동의에 뒤에서 껴안고 조막만 한 팬티를 젖힌 뒤 곧바로 삽입했다.
메말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안느의 보지는 미끄덩하고 환인의 자지를 뿌리까지 단숨에 집어삼킨다.
막대기처럼 길고 굵은 것이 뱃속 깊은 곳까지 쑤욱 들어와 자궁을 쿡 찌르는 느낌에 안느는 뇌를 간지럽히는 쾌감을 느끼며 배에 딱 힘을 주고 신음을 흘렸다.
짜릿한 여운이 잔잔한 물결처럼 몸 전체에 퍼져 나간다. 그 자극에 가슴 두근거리는 이 느낌이 참을 수 없다.
=아아.=
선선한 공기가 가득 찬 침실, 체온으로 따스해진 침대에서 이른 아침부터 사랑하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행복에 안느의 머릿속에서 세로토닌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너무 행복하고 나른해서 이대로 도령에게 보지를 내어주고 그대로 잠들고 싶은 기분.
=윽, 흑.=
하지만 깊게 들어와 자궁 입구를 찔릴 때마다 클리토리스가 찌릿거려 잠은 달아나고 행복한 기분만 늘어난다.
=흡, 윽, 핫, 항.=
자지가 쿡 쿡 쿡 자궁 입구를 찌를 때마다 가벼운 절정에 오르며 행복을 만끽하던 안느는 갑자기 엉덩이가 좌우로 벌어지며 항문에 차가운 바람이 닿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본 안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자신의 엉덩이 구멍과 자지가 박혀있는 보지에 시선을 주고 있는 환인을 볼 수 있었다.
뭔가 부족한 걸까. 혹시 내가 덜 조였나?
=도령, 왜애? 으응, 좀 더 조여줄까…?=
지금도 손에 잡힌 느낌인데 여기서 더 조여줄 수 있다는 건가. 환인은 고개를 젓고는 그녀의 토실토실하고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찰싹, 가볍게 때리며 말했다.
“아니, 지금도 조임은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지. 평소처럼 뜨겁고 눅진한 보짓살인데 거기에 뭔가 찌릿 거리는 상쾌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신기한 감각이 더해졌다.”
어제밤까지만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이유가 뭘까 생각하던 환인은 안느가 갑자기 환한 표정을 짓는 것에 의아해하다가 그 이유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령, 수목화가 시작됐나 봐!=
“이 감각이 수목화의 시작을 알리는 징조였나 보군.”
=응응. 우와, 이제 슬슬 시작할 때가 됐다고는 생각했지만 진짜로 시작될 줄이야. 깜짝 놀랐어!=
“이야기만 들으면 수목화의 시작에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는 뜻인데.”
=나도 책에서 글로만 본 거라서, 될 거라고는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진짜 될까 싶었거든.=
아무튼 수목화가 시작되었다면 이제 더 걱정할 일은 없다. 남은 것은 지금처럼 꾸준히 몸을 관리하는 것뿐.
=이제부터 나랑 섹스하면 할수록 도령도 점점 건강해질 거야. 장생의 영약에 비하면 효과는 떨어지지만 장생의 영약이랑 효과가 중복되지 않으니까, 앞으로 나 많이 따먹어줘……♡=
과학의 신봉자나 추종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은 물리에 의해 돌아간다고 믿고 있는 환인이다.
이런 수목화 현상이나 장생의 영약을 사람 몸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온전히 믿기 어려웠지만…….
‘정말 효과가 있다면 평소처럼 생활해도 문제는 없겠지.’
효과가 있다면 알아서 발동할 테고, 없더라도 좋아하는 여자와 몸을 섞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문제될 것은 없다.
=어. 도령 못 믿는 얼굴이네.=
“……사실대로 말하면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내가 살던 세상은 위상력이나 술법도 없는 곳이니까.”
그러자 안느가 마주 보게끔 몸을 돌려 눕는다. 그 바람에 결합이 해제됐지만, 환인도 삽입을 멈춘 상태였기에 그도 그녀도 신경쓰지 않았다.
=도령, 이슬이 거기 핥아본 적 있어?=
“헬루멘에서 뒤로 하던 날 한 번 해봤다.”
=그럼 나도 살짝 혀만 대봐. 그럼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을 거야. 아차차, 잠깐만 기다려. 성수포로 닦을 테니…… 앗!?=
몸을 뻗어 머리맡의 성수포 주머니로 손을 뻗으려던 안느는 환인에게 골반이 잡혀 끌려가며 꺅,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응앗?! 안돼안돼! 잠깐만, 나 거기 좀 닦고 해, 응?!=
환인이 곧장 자신의 보지를 핥으려 한다는 걸 눈치챈 안느가 두 다리를 바동거리며 저항했지만, 환인은 아랑곳하지않고 그녀의 무릎을 잡고 벌리면서 말했다.
“너도 직전까지 보지를 쑤시던 자지를 자주 빨아주지 않았나.=
=그건 그런데! 그건 그런데……!=
안느는 환인의 얼굴이 점차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는 걸 보며 당황했지만 차마 밀어내지 못했다.
힘을 주면 막을 수야 있지만 그러다가 환인이 실망하거나 짜증 내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던 것.
동시에 우려도 든다.
나야 도령의 모든 걸 사랑하니까 내 물이 묻은 도령의 자지도 기쁘게 물었지만, 도령은 아무래도 조금 결벽증도 있잖아. 가까이했다가 더럽다고 비위상해 하면?
그런 생각은 이윽고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닿는 환인의 혀에 깡그리 날아갔다.
=아……!=
아주 약간이지만 까끌까끌한 혀가 몇 번의 삽입으로 예민해진 클리토리스를 핥기 시작하자 감정적인 고조에 더해 허리에서 전기가 튀는 듯한 쾌감이 슈슈슉, 머리로 쏟아져 들어왔던 것.
=흑, 앙…!=
안느의 교성을 들으며 표피를 젖히고 나와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핥던 환인은 그녀가 말한 차이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실리테의 보지에서 흐르던 무색무미무취의 애액과는 다르게 일단 냄새부터가 고로쇠 수액Acer pictum처럼 살짝 단 냄새가 난다.
전에는 아침의 이슬 맺힌 수풀의 냄새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몇 번의 삽입으로 흘러나왔던 애액이 묻은 클리토리스에서 혀가 살짝 찌릿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체내 전류가 이 정도로 강할 리는 없으니 이것도 그 수목화의 변화 중 하나겠지.
“이거 정말이군.”
=하으, 흐으… 어, 어때?=
클리를 핥아져서 쾌감에 몸을 배배꼬던 안느가 작게 할딱이며 소감을 물어왔지만 환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도, 도령? 흐햑!=
환인은 안느의 아랫입술에 입을 맞추고 혀를 질구멍 안으로 깊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크게 놀랐다.
안느의 보지에 들어간 혀 전체에서 탄산수의 강렬한 맛이 느껴졌던 것.
맛도 사이다를 한없이 청량하게 만들면 이럴까. 전혀 불쾌하지 않은 단맛이다.
놀라서 안느의 보지에서 입술을 떼고 애액을 혓바닥으로 음미하던 환인은 재차 안느의 보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보지 안쪽을 빨듯이 애무한다.
=흐앙! 윽, 도려엉…….=
확실하다. 혀로 맑고 투명한 애액을 긁어와 입에 머금자 탄산음료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청량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놀랍군.’
세 글자로 표현이 다 안될 정도의 놀라움이다.
사람의 보지에 어떻게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있지?
말랑말랑한 보짓살이 혀를 움직일 때마다 꾸물거리며 조여드는 것도 재미있고 강렬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청량감 가득한 애액을 먹는 것도 좋다.
환인은 오랜만에 맛보는 탄산수의 감미로운 맛에 한동안 그녀의 보지를 빨고 핥는 데 열중했다.
=앗! 흑, 도령 나 또 가…… 헤윽!=
중간중간 중간중간 보지가 극심하게 떨리며 수축해 혓바닥을 강하게 조이는 걸 느꼈지만, 환인은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보지가 수축될 때마다 물과 흡사한 점성의 애액이 울컥거리며 흘러나왔기 때문.
10분간 안느의 보지를 핥으며 탄산수와 흡사한 감각의 애액을 탐하던 환인은 어느 순간 그 탄산의 느낌이 감소한 것을 느꼈다.
착각이 아니다. 확실히 처음 입에 댔던 그 강렬한 감각이 대폭 감소했다.
“안느. 맛이 좀 무뎌진 거 같은데.”
=헤윽. 헤으응……. 도, 도령이 너무 많이 빨아서… 흐힉.=
1시간동안 성고문을 받은 것처럼 온몸이 발갛게 상기된 채 땀에 젖어 헐떡이는 안느의 대답에서 환인은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액체는 계속해서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만들어낸 뒤에는 휴식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
시각을 확인한다.
아까 말했던 20분의 여유도 5분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성은 이제 나가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
눈가에 작은 눈물을 매단 채 할딱이며 늘어진 안느의 모습에 환인은 이성을 외면하고 이번만큼은 본능을 따랐다.
=윽, 하앙.=
5분이면 충분하다. 안느는 이미 오르가슴을 충분히 느낀 상황. 자신만 빠르게 만족하면 된다.
환인은 안느의 다리를 개구리처럼 벌린 채 그녀의 쫄깃해진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밀어넣었다.
=빨리다가 승천하는 줄 알았어…….=
몸을 씻을 시간은 없었기에 성수포로 몸을 닦은 안느가 조금 지친 듯 기운 빠진 몸짓으로 속옷을 입으며 중얼거렸다.
탓하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은 착각이 아니겠지.
환인은 작게 웃으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원기를 회복시켜주고 물었다.
“평소보다 더 강하게 느끼던 것 같던데. 커널링구스가 취향이었나.”
=……내가 그, 그랬나?=
“그랬지.”
하고 말을 꺼낸 환인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안느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실리테에게 빨렸던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20분동안 보지를 빨린 다음 자지에 박히면서 앙앙거리는 모습이 평소에 볼 수 없을 만큼 흐트러진 자태였으니까.”
화악 얼굴이 빨개진 안느는 잇소리를 내곤 손에 든 옷가지로 환인의 등을 퍽퍽 때린 뒤 황급히 방을 뛰쳐나가 버렸다.
때때로 보여주는 이런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피식거리며 어제 미리 꾸려둔 가방을 챙기던 환인은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다가 안느가 도망간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몸이 평소보다 조금 더 가벼운듯한데…… 이게 안느가 말했던 효과인가.
나중에 시간나면 이것저것 캐물어 봐야겠군.
아침부터 거사를 치른 탓에 시간이 조금 간당간당했지만, 서두른 덕분에 늦지 않게 준비를 끝마친 환인은 별채 앞마당에 여러 사람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당에 넓게 펼쳐진 천 위에는 대량의 모포와 식량, 식수가 쌓여있었고 저택의 하인하녀들, 마을 주민들 몇 명이 라비올라와 유르파의 지시 아래 아공간 주머니에 물자를 채워넣는 중이었다.
롬디스의 파티도 출발 전 마지막 소지품을 점검 중.
잠시 마당을 살펴보던 환인은 유르파에게 다가갔고, 유르파는 밤을 새웠음에도 피로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며 웃는 얼굴로 환인을 맞이했다.
=자기, 좋은 아침이야.=
“고생이 많습니다.”
=몇 날 며칠을 미궁에서 지내야 하는 자기랑 아가씨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고생이랄 것도 아닌걸.=
환인은 그 대답에 부드럽게 웃으며 유르파의 뺨과 목에 키스를 해주었고, 유르파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환인의 팔에 팔짱을 끼고 밤새 준비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자기가 요청한 마차의 설계도야. 만들면서 자기가 요청한 거에 내가 조금 더 손을 봤어. 여기 이 부분은 사람이 끌어도 되고 비상이 끌 수도 있도록 확장성을 더했고 조립 분해의 편리성도 대폭 늘렸어.=
마차 후면에는 마차끼리 연결하는 기능도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차를 여러 대 써야 할 때는 마차를 나란히 이어서 쓰면 될 듯하다.
환인은 실제 부품과 설계도를 대조해가며 꼼꼼히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요. 요긴하게 쓸 수 있겠습니다.”
조립에 약간의 부적합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현장에서 다듬어 쓰면 되는 일. 환인은 고생한 유르파를 힘껏 끌어안고 그녀에게 찐한 키스를 해주었다.
그걸 근처에서 보게 된 저택의 하녀들과 라비올라는 꺅, 좋아하면서도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을 보여주었고.
‘멍청한 자식…….’
롬디스는 누가 보아도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임이 분명한 환인과 유르파를 보며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 죽어버린 동생의 아둔함을 나지막이 탓했다.
어제 친목 회식 자리에서 롬디스는 안느의 경험담과 무용담을 들으며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 성투사와 검희의 기술 스승이 성자님이었다는 것과, 성자님의 능력은 비단 영혼술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
거기에 인성과 인품도 뛰어나시니 납작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면 목숨만은 건졌을 것을…….
“롬디스. 준비는 끝났습니까.”
=예. 저와 시엘라, 렉탈 그리고 유티 씨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유티 양도 챙기셨군요. 잘했습니다.”
롬디스는 환인의 표정이 아주 약간 온화해진 것을 보며 역시 시엘라의 조언을 듣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유티를 챙길 생각도 없었는데, 만약 그녀를 내버려뒀다면 점수를 따지 못했을 거다.
“롬디스 씨. 식수 200인분은 비상이 짊어지고 갈 겁니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나누어서 짊어지고 따라오십시오.”
=예, 영혼사님.=
롬디스는 영혼 기사나 녹색 쿠에에게 마냥 떠넘기지 않고 자신도 일정 부분의 짐을 짊어진 성자를 보며 다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호멘, 이 멍청한 놈…. 이라고.
“다들 여기로.”
흩어져있던 여자친구들과 롬디스=팔마의 파티원들, 크라빈 마을의 지원자인 유티까지 한데 모은 환인은 대략적인 일정과 목표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3시간 거리인 산란못 미궁에서 최소 5일간 탐사를 진행할 겁니다. 일차적인 목표는 미궁의 파괴와 이형종의 정리이며 부차적인 목표는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아 구출하는 것으로…….”
미궁의 생태와 등장하는 이형종까지 설명한 환인은 롬디스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제도 말했다시피 여러분에게 전투는 맡기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은 혹시모를 생존자의 호위와 케어를 담당해주시면 됩니다.”
=예.=
환인은 일행을 대표해서 대답하는 롬디스=팔마의 단단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식사를 마친 뒤 출발하겠습니다.”
하늘이 조금 밝아졌다지만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아침. 두툼한 고기를 끼운 샌드위치와 따뜻한 수프로 아침을 해결한 환인 일행은.
「다들 몸조심해서 다녀와!」
=마을은 유르파 님이랑 저희가 반드시 지킬 테니 걱정 마세요!=
마을에 남은 동료와 일부 마을 사람들, 경비병들의 배웅을 받으며 산란못 미궁을 향해 이동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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