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328화 (328/813)

〈 328화 〉 322+ 숲 옆 마을 크라빈

* * *

양서류 괴물의 토벌과 퇴치로 약간 더 묵직해진 위상석 주머니를 챙겨 마을로 돌아온 환인은 사람들이 점차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크라빈은 인구 감소로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시골 마을처럼 휑했었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마이너스 감정만이 가득했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마을 중앙 도로에 시장이 서서 물건을 가져나와 팔려는 사람, 파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흥정하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앗, 성자님이다!=

=성자님?!=

=성자님~!=

그런 시장을 비상과 함께 걸어서 지나고 있으니 환인을 발견한 마을 주민들이 얼굴에 화색을 띠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르르 다가와 선망과 존경의 시선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저기에 성자님이셔!=

=꺅! 어디어디?!=

그뿐만 아니라 멀리서 이쪽을 발견한 사람들도 달려와 합세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줄긴커녕 늘어나며 환인을 둘러싼 인파가 갈수록 두터워지는 것에 환인은 속으로 짧게 중얼거렸다.

‘이실리테에게 부탁할 걸 그랬군.’

요정에게 줘버린 손수건을 대신할 걸 사러 왔는데 이래서야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몇 분째 움직이지 못하고 웃는 얼굴로 마을 사람들을 대하고 있으니 환인의 포켓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환연이 참다못해 하늘로 날아올라 빽­! 고함을 질렀다.

「야~! 적당히 하고 좀 비켯! 너희 때문에 환인이 자기 할 일을 못 하고 있잖아!」

=아앗…?!=

=어엇 어어.=

=그, 그만 비켜드리세. 우리가 바쁘신 분을 눈치 없이 붙잡고 있었구먼.=

=죄송합니다, 성자님!=

조그마한 환연의 호통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큰 목소리에 마을 주민들이 당황해서 물러나고, 그제야 마을 주민들의 손에서 풀려난 환인은 주민들에게 평온의 파동을 약하게 펼쳐준 뒤 그대로 시장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자 환연이 환인을 흘겨보며 말했다.

「아무리 이미지가 중요하다지만 착한 척도 좀 적당히 해.」

“착한 척만큼 상대의 방심을 쉽게 유도하는 스탠스는 없다. 그리고 방심한 상대는 쉽게 처리할 수 있지.”

「응? 그래서 착한 척하는 거야?」

“굳이 말하자면 그런 이유가 절반 정도 된다. 호의를 사면 활동하기 편한 점도 있고.”

「흐음…….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그렇게 착한 척은 못 하겠는데, 난.」

“네가 태어나는데 내 역할이 있긴 했지만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내가 한다고 해서 너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 듯 생각에 잠기는 환연을 챙긴 뒤 비상과 라비올라의 저택 별채에 도착한 환인은 거실 소파에서 이실리테의 허벅지를 베고 시체처럼 늘어진 유르파를 볼 수 있었다.

소파와 바닥에 늘어진 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그림자가 진 하얀 피부는 창백하다 할 정도라 좀비를 연상케 할 지경이다.

떡실신한 유르파의 하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던 이실리테가 환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곤 얼굴을 밝게 하며 인사했다.

=주인님, 오셨어요?=

“그래. 준비는 다 끝났나.”

=네. 유리 언니가 무게 감소 비율을 높인 아공간 가방 네 개를 줘서 주인님이 알아내신 미궁 내부 환경에 맞춰 필요한 마도구를 채워넣어 놓았어요. 기름 항아리도 40개를 챙겼구요.=

“상태 이상 저항 마도구 준비는?”

=마비와 독 저항을 올려주는 마도구 제작도 끝났고 주인님이 채집해오신 기생촉수 두꺼비의 마비액하고 독화살 개구리의 독액을 분석해서 중급 해독 물약, 중급 마비 회복 물약도 새로 만들었대요. 위상력 보조 물약이랑 중급 회복 물약도 20개씩 제작했고요.=

유르파가 준비한 가방 세 개는 단순히 내부 확장만 되어있던 기존의 가방에서 무게 감소 20%까지 더한 물건이었다.

값어치만 따져도 4개에 80금화는 되는데다 유르파가 급히 제작한 대? 마비, 독 저항 장신구도 3급 위상석을 사용한 것이었고 물약도 전부 다 하면 100병에 달하는 양이다.

적지않은 위상석과 재료가 들어갔지만, 대부분 환인이 지난 사흘간 해치운 두꺼비와 개구리 괴물을 통해 획득한 위상석이어서 큰 돈은 들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마도기 소재와 약제 정도.

하지만 며칠만에 혼자서 만들어 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다.

“고생했군. 아마도 한숨도 못 자고 밤새워가면서 만든 거겠지.”

=앗, 라비올라 씨도 옆에서 도움을 주셨다고 해요.=

같은 비술사지만 부여 특화인 유르파와 달리 라비올라는 특화 분야가 저주와 강화 쪽이다.

큰 도움은 되지 않았을 테지만 4급인 만큼 작업 보조 정도로는 역할을 해준 걸까.

환인은 자신이 왔음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유르파에게 원기 방출로 기운을 채워주며 이실리테에게 물었다.

“안느는 어디 갔지.”

=이 시간이면 라비올라 씨와 마을 자경단 훈련소에 있을 거예요.=

유르파는 마도구와 물약 제조, 이실리테는 미궁에서 먹을 식사 준비. 하지만 딱히 할 일이 없던 안느는 며칠 전부터 풋내기 티가 풀풀 나는 마을 신입 자경단들을 모아놓고 창과 방패를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복잡한 것은 아니고 보다 막기 쉬운 법, 보다 찌르기 쉬운 법뿐이었지만 이런 기술도 평범하게 돈 주고 배우기 위해서는 매월 은화에 해당하는 교습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느는 무료로 가르치는 중이었는데 그녀가 금전 대신 요구한 것은 앞으로 3년간 매일 하루 한 번 땅신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 뿐이었다.

땅신 교단의 성투사이니 포교의 일환이겠지.

‘그러고보니 우리에게는 땅신을 믿으라고 포교하지 않는군.’

애초에 자신들 앞에서는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행동이나 발언도 한 적이 거의 없다.

아주 간혹 안느의 방을 불시에 찾아갔을 때 땅신 교단의 징표를 단에 올려놓고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리는 걸 몇 번 본 것뿐.

환인은 생각을 접고 원기 보충의 효과 덕분인지 혼절에서 떡실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유르파를 공주님처럼 안아 들었다.

고생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유르파에게는 정액이 무엇보다 몸에 좋은 보약이자 회복약이다.

극심한 수면부족과 피로라면 섹스로 충분히 기력을 회복할 것이다. 겸사겸사 보상도 될 테고.

이실리테는 환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채고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주인님.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게 할게요.=

“부탁하지.

방으로 들어와 유르파의 옷을 벗긴 뒤 품에 끌어안은 환인은 유르파의 피부가 마치 자신에게 달라붙어 온다고 느낄 만큼 기분 좋은 감촉을 느꼈다.

겉보기에는 백색증에 걸린 지구 미녀와 다를 바 없지만, 이런 점이 그녀가 이세계의 사람이라는 걸 알려준다.

환인은 천천히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가급적 기분 좋게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부드럽고 상냥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귀, 목덜미, 등줄기, 꼬리뼈, 엉덩이, 허벅지 안쪽, 목덜미, 유륜, 유두, 외음부, 음핵 순으로 성감대가 옅은 곳에서 시작해 밀집된 곳으로 이동하며 자극에 천천히 익숙해지도록 한다.

그러는사이 그녀의 질은 천천히 젖기 시작했고, 환인은 그녀를 엉덩이만 치켜든 모습으로 엎드리게 만든 뒤 검지와 중지를 미끄덩거리는 질에 밀어넣었다.

촉촉하게 젖어있던 하얀 질구가 부드럽게 벌어지며 손가락을 오물거리듯 조여온다.

그 상태로 골뱅이를 파듯 유르파의 질벽을 손 끝으로 살살 긁어주니 아직 정신을 잃은 채인 유르파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응, 아… 하으…….=

꿀물이 흘러넘치듯 유르파의 구멍이 투명한 애액을 꿀럭이듯 토해내는 모습에 환인은 그녀를 옆으로 누인 뒤 그 뒤에 딱 붙어 자신의 물건을 느릿하게 삽입했다.

뜨거워지고 풀어질 대로 풀어진 질벽이 눅진한 느낌으로 한 치의 틈도 없이 자지에 들러붙는다.

유르파의 연약하면서도 쫀득한 속살을 만끽하며 10분가량 느긋하게 삽입을 이어가자 환인을 통해 정기를 보충한 유르파는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시 눈을 끔뻑이며 상황을 이해한 그녀는 백합처럼 순수하고 순결한 미소로 몸을 활짝 열어 환인을 받아들였다.

=으응,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자기가 안아주고 있다니… 꿈만 같아…….=

“너무 지친 것 같아서 정기 보충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후후. 자기 눈은 피할 수가 없네. 하아…… 너무 좋아…….=

환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젖무덤으로 인도한 유르파는 고개를 돌려 환인의 입 주변을 쪽, 쪽 키스해준다.

이어 허벅지를 붙이고 질을 조금 더 강하게 조이는 한편 환인의 가슴에 등을 바짝 붙이며 =으응…….= 뜨거운 한숨을 재차 내쉬었다.

정액을 조르듯 귀여운 몸짓으로 안겨드는 유르파의 모습에 환인은 청초함과 색정적을 동시에 느꼈다.

자신의 가슴 속에 작은 불이 지펴진 것을 깨달은 환인은 유르파의 충혈되어 표피를 살짝 젖히고 나온 음핵을 꽉 쥐었다.

=응잇…! 하앙!=

거미줄에 잡힌 나비처럼 파드득 떠는 유르파를 뒤에서 더욱 억세게 끌어안으며 그녀의 소중한 곳을 인정사정없이 깊게 쑤셔 박는다.

=아윽! 자기, 흐앗! 하으응!=

이실리테와 안느는 튼튼해서 어떤 체위, 무슨 짓을 해도 다칠 걱정이 없다면 유르파는 가녀린 꽃 같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기에 유르파와의 잠자리도 다른 두 명 못지않게 선호했다.

그녀들이 성감으로 인한 자극 외에는 조금 무감각하다면 유르파는 그외의 자극에도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깊게 삽입하면 고통 섞인 자극에 아랫배가 딱딱해지며 학, 신음 같은 교성을 지른다던가, 그녀를 엎어놓고 온몸으로 짓누르며 삽입하면 숨막혀 괴로워하면서도 기쁜 듯이 양물을 조여준다든가.

환인이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유르파가 자신의 위로 올라와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두 손을 뒤로 짚은 채 허리를 들썩이는 것이다.

살짝 갈라진 허벅지 근육 사이로 통통한 대음순이 활짝 벌어져 보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그녀의 팔뚝만큼이나 굵은 기둥이 질을 파고든다.

그때마다 유르파의 하얀 아랫배는 괴물이 들락거리는 것마냥 울룩불룩해지고, 몸을 들썩일수록 G컵에 이르는 젖가슴이 어지럽게 출렁거리며 눈을 현혹한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 쾌감을 억지로 버티는 에로틱한 표정까지.

자신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다 지쳐서 엎어지며 키스를 조르는 행동도 좋다. 그 상태에서 환인의 물건을 뿌리까지 받아들인 채 골반을 8자로 돌리는데 이때 꼬리뼈를 강하게 긁어주면 질이 바짝 조여들며 짐승 같은 교성을 지르며 흡족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훌륭하다.

아무튼.

유르파와 민달팽이의 교배처럼 진득하게 살을 섞고 그후 목욕탕에서 함께 몸을 씻다가 네 번째로 그녀의 자궁에 정액을 가득 부어주었을 때는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오, 율이 언니 완전히 부활했네.=

훈련 지도를 끝내고 돌아와있던 안느는 환인과 함께 욕실에서 나오는 유르파를 보곤 으흐흐 웃으며 그녀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콱, 움켜쥐었다.

=아흣!? 너어, 내가 그건 하지 말랬지?=

하마터면 속에 담아두고 있던 자기의 정액을 흘려보낼 뻔 한 유르파는 짐짓 눈썹 끝을 세우며 타박했다.

유르파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면 이유는 하나뿐이었기에 안느는 속으로 움찔하면서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고 애교를 잔뜩 부렸다.

=아잉~ 내가 율이 언니를 엄청 좋아하니까 그렇지!=

유르파의 신상 마도기 시험체가 또 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근데 도령이랑 똑같은 냄새가 나네. 도령하고 같이 목욕해서 좋겠다~. 부러워~.=

온몸을 간지럽히는 마도기에 10분동안 시달려서 자칫 실금까지 할 뻔했던 기억을 떠올린 안느는 반쯤 필사적이었고 유르파와 이실리테도 그걸 눈치채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유리 언니의 마도기가 무섭긴 무섭네요. 저 안느가 저럴 정도니까요.=

=그치? 강함에 상관없는 고문도 있다는 법을 새삼 느낀다니까~.=

=아니 진짜, 감각 3배 증폭에 10분 간지럼 풀코스는 선 넘었다니까? 그거 끝나고 배가 땡겨서 숨도 못 쉴 정도였다구!=

=쿡쿡쿡.=

거실에서 흑창을 닦기 시작한 환인은 주방으로 들어가며 웃고 떠드는 여자친구들을 대화 소리에 문득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일까.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 적은 전혀 없었는데.

여자친구를 만날 때면 대부분이 야외 데이트였고 섹스도 모텔이나 호텔에서만 했었다. 이런 가정적인 분위기는…….

……생각났다.

자신이 어렸을 때 거실 탁자에서 학교 숙제를 하고 있을 때면 아버지가 퇴근하신 뒤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저렇게 금슬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었지.

“…….”

그리움이 향기가 되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창밖으로 노을이 지며 거실이 붉게 물들고,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집 밖에서 아련하게 들려온다.

맑은 된장국의 냄새. 매콤한 생선 조림의 자극적인 향기와 사이사이 섞여드는 부모님의 대화 소리.

창밖에서 해 질 녘의 노을빛이 거실을 비춘다. 환연과 비상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고소한 수프의 냄새, 달콤하고 매콤한 고기볶음의 유혹적인 향기와 그 사이사이 섞여드는 여자친구들의 웃음소리.

당시의 선명한 기억이 현실과 뒤섞여 정신을 몽환으로 이끈다.

창을 손질하던 손도 멈춘채 그 추억에 취해있을 무렵 환연이 쏜살같이 날아와 환인의 뺨에 달라붙어 호들갑을 떨었다.

「환인환인! 요정이야! 요정이 찾아왔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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