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 321 숲 옆 마을 크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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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숲 옆 마을 크라빈
멈칫, 환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은 생물을 발견한 환인은 두려움과 무서움을 한가득 드러내는 그 둘을 살펴보았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귀엽고 예쁜 외모. 가느다랗고 하얀 피부.
동화에 등장하는 페어리가 있다면 저러지 않을까 싶은 외모다. 환연보다 이쪽이 더 요정답다고 할까.
‘이게 아까 느껴졌던 기척의 주인이었군.’
=오, 오지 말라니깡!=
환인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무서워 떨면서도 동족을 두고 도망가지 않는 잠자리 날개의 요정이 손에 든 자그마한 나무 막대를 위협하듯 흔든다.
나비 날개의 요정이 울먹이면서 그런 잠자리 날개의 요정에게 애원했다.
=야, 얀. 너만이라두 도망가아.=
=싫엉! 널 두고 어떻게 강!=
=저 사람은 그 괴물을 단숨에 죽인 무서운 사람이야…! 너만이라두 도망가서 살아아…!=
=너, 널 두고 안 갈 꺼양!=
가시 꺼비가 자신을 무시하려던 게 이 요정들이 도망가기 전에 잡아먹으려 했다면 설명이 된다.
‘기생 두꺼비에게 요정이 별미인가.’
=이익……! 끄앙?!=
환인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그 틈에 나비 날개의 요정의 팔을 잡고 도망가려던 잠자리 날개의 요정은 점액질의 탄성에 도로 끌려가더니 급기야 끈적한 액체에 들러붙어 버렸다.
=아, 안돼애…!=
=아으, 아응!=
두 요정이 버둥거릴수록 한 덩어리로 변해간다.
=흑, 흐아아앙…! 너까지 잡히면 어떻게 해애…!=
=미아내! 미아내! 으앙!=
두 요정이 울고불고하는 소리에 비상이 다가와 크흥?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환인은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통역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 요정도 니오네브레스의 소수 종족이 틀림없다. 거기다 적의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저런 모습을 보면 악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도와주기로 결정을 내린 환인은 두 요정을 한데 뭉쳐놓고 있는 녹색의 점액질을 응시했다.
저 끈적끈적한 것에 손을 대고 싶지 않은데…….
=시러어…!=
=으아앙!=
환인이 손을 뻗자 작은 소녀 같은 두 요정이 더더욱 울음을 터트린다.
그 무방비하고 무해한 모습에 환인은 평온의 파동을 발사했다. 정말 서럽게 울고 있어 저러다 숨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회백색의 빛이 물결처럼 몰아치다 사라지자 두 요정이 한결 진정한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작게 훌쩍거린다.
평온의 파동이 요정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한 환인이 조용히 말했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도와줄 테니 얌전히 있으십시오.”
=우으…….=
근처의 나무 막대기 몇 개를 가져온 환인은 하급 물의 정령을 몸에 강령한 뒤 훈기를 소비해 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부러트려 젓가락처럼 만든 환인은 두 요정이 흘러내리는 물에 익사하지 않도록 일으켜 세워 받친 뒤 끈적끈적한 덩어리에 물을 조심스럽게 흘려주며 다른 나뭇가지로 조심스레 씻겨낸다.
=아푸, 어프.=
=으엡.=
“입에 점액질이 들어갈 수 있으니 입을 다무십시오.”
=읍!=
=읍!=
나뭇가지가 요정을 긁지 않도록 신경 써가며 물을 뿌려 점액질을 씻지만, 수용성은 아닌지 잘 씻겨지지 않는다. 씻기긴 씻기지만 손을 대지 않고 씻는 한계가 있다고 할까.
환인은 잠시 후, 훈기의 1/3을 소비하고서야 두 요정을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었다.
자유롭다뿐이지 축축하게 젖은데다 몸 곳곳에 끈적한 게 들러붙어 있는 모습에 환인은 땅을 조그맣게 판 뒤 소지품 중 작은 컵을 꺼내 거기에 고정했다.
그리고 컵에 물을 가득 담은 뒤 그 옆에는 자신의 손수건도 내려놓는다.
너무 작은데다 나뭇가지에 긁혔다간 치명상을 입을 것처럼 약하게 보이는 요정이다. 이 이상은 자신도 도와주기 어렵다. 나머지는 자신들이 씻어내야지.
환인은 그대로 일어서서 물러나 말했다.
“몸을 깨끗하게 씻고 그 뒤에 손수건으로 몸도 닦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숲 전체가 괴물 개구리투성이니 한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
=…….=
처음보다는 덜하다지만 그래도 서로 부둥켜안고 자신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는 요정들을 잠시 응시한 환인은 몸을 돌려 요정들에게서 멀어졌다.
“비상, 충분히 쉬었나.”
쿠엣!
“그럼 마을로 돌아가자. 환연을 데려와야겠다.”
자료를 수집하며 괴물도 함께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환인은 곧장 마을로 돌아가 환연을 데리고 나왔고, 요정들이 있는 곳을 다시 찾았을 땐 그 자리에 점액질로 더러워진 컵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손수건도 없어졌군.’
제대로 몸을 씻고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환인. 정말 여기 요정이 있었어?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집으로 돌아갔겠지.”
「아깝다. 나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른 요정을 볼 수도 있을 거다.”
환인이 말하며 폭발한 가시 두꺼비의 잔해를 가리키자 환연이 고개를 끄덕이곤 흙의 정령을 부려 잔해를 깔끔하게 땅속에 파묻었다.
요정과 만난 뒤 환인은 환연과 함께 하루를 더 소비해 마을 근방의 괴물 두꺼비를 눈에 보이는 족족 사냥해나갔다.
그 숫자만 족히 300.
그걸 전부 죽이고 땅에 파묻었으니, 만약 괴물 두꺼비의 시체가 영양가가 높다면 숲의 기운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수백 마리를 토벌했다지만 토벌 과정이 마냥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으악! 저것들 또 침 뱉는다!」
큐삣!
토벌을 진행하며 마을의 북쪽으로 나아갈수록 미궁이 가까워진다는 듯 기생촉수 두꺼비 외에 가시 두꺼비와 독화살 개구리를 닮은 괴물이 증가했다.
그중 독화살 개구리나 기생촉수 두꺼비는 근접 공격뿐이라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가시 두꺼비가 꽤 고약한 공격을 해왔다.
가시 두꺼비는 요정들을 공격한 것처럼 침을 뱉어 원거리 공격을 가해온다.
침의 종류는 세 가지.
하나는 요정을 잡은 것처럼 포획용 끈끈이 침이고 다른 하나는 대상을 마비시키는 효과를 지닌 마비침, 마지막은 목표를 부식시키는 산성 침이다.
공격의 디폴트는 산성 침인데 이 산성이 문제였다.
영혼 방패로 막아내면 부식 효과의 지속 피해 때문에 3발 정도만 맞으면 영혼 방패가 금방 깨어졌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패널 실드의 위상력 소모도 높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비상과 환연이 바람을 일으켜 막을 쳐도 속도가 빨라 바람막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마냥 안전하지 않은데 사격 정확도도 높고 예측 사격까지 해오는데 더해 서너 마리가 몰려다니며 침을 뱉어댄다.
땅에 두 다리를 딛고 있었다면 피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겠지만, 비상의 등을 타고 날아다니며 싸우자니 상당히 고역을 치렀다.
그럼 땅에서 싸우면 되지 않느냐고 할텐데 땅으로 내려가면 기생촉수 두꺼비와 독화살 개구리가 협공해온다.
독화살 개구리는 척봐도 독이 있는 것처럼 빨갛거나 파랗거나 검거나 아니면 세 가지가 뒤섞인 색의 가죽을 지닌, 승용차 사이즈의 괴물 개구리다.
생김새는 지구의 독화살 개구리처럼 가느다란 체형이었는데 공격방식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육탄돌격.
길다란 다리로 도약해 대상을 들이받는데 도약 거리가 30m에 이를 정도였고 그 위력도 지름이 1m에 가까운 바위를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상처하나 생기지 않는 질긴 가죽을 지닌데다 가죽에 흐르는 점액질은 독이 섞여 접촉한 것이 생물이면 그대로 중독시켜버린다.
이 독에 당하면 멀쩡한 나무도 몇 분 만에 검게 물들어 말라죽을 정도.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기생촉수 두꺼비, 가시 두꺼비, 독화살 개구리 세 마리가 섞여서 나오는데 날아다니면 가시 두꺼비가 산성 침을 뱉어대고 지상에 내려오면 독화살 개구리, 기생촉수 개구리의 협공에 가시 개구리의 침 공격까지 받아야 한다.
최악인것은 가시 두꺼비의 침 공격이 다른 두꺼비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
가죽 위를 흐르는 점액질이 가시 두꺼비의 타액을 분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슉 산성침 하나가 등 뒤 가까운 곳을 지나가자 환인의 목에 달라붙어 있던 환연이 힉, 비명을 지르고는 분통을 터트린다.
「아잇, 씨! 숲에 확 불 질러버리고 싶네!」
“참아라.”
침을 뱉은 직후의 빈틈을 노려 영혼 폭발 구슬이 가시 두꺼비의 뾰족한 주둥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간다. 이어 쾅!! 폭발과 함께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가시 두꺼비.
그렇게 세 마리의 가시 두꺼비를 먼저 처리한 환인은 여전히 지상에서 자신을 쫓고 있는 네 마리의 기생촉수 두꺼비와 독화살 개구리를 확인하곤 날갯짓에 지쳐서 헥헥거리는 비상의 목을 쓰다듬었다.
“비상, 내려가자.”
쿠, 쿠에~!
한계인지 거의 추락하다시피 땅으로 내려가는 비상.
환인은 적당한 높이에서 아래쪽의 커다란 나무를 확인, 비상의 등에서 뛰어내리는 동시에 하급 정령을 몸에 강령시켰다.
심장이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고동치며 더운 피를 내보내고, 그와 함께 온몸에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환인은 그 직후 미리 봐둔 굵은 나뭇가지에 사뿐히 착지하는 동시에 흑창을 꺼내 쥐었다.
그의 두 눈은 돌진해오는 두꺼비와 개구리 괴물 네 마리에게 고정되어있었고 네 마리의 양서류도 똑같이 환인을 노려보는 상태.
꾸르르뤍!
게에엑! 께겍!
괴물 독화살 개구리 두 마리가 뒷다리에 힘을 잔뜩 준다. 금방이라도 이쪽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올 모양새다.
기생촉수 개구리의 엉덩이에 난 촉수도 말미잘처럼 이쪽을 향해 꾸물거리며 촉수를 뻗어오고 있다.
환인은 네 마리의 공격이 얽히는 순간 평온의 파동을 강하게 발사했다.
안개처럼 자욱하게 뻗어 나가는 평온의 파동에 휘말린 괴물의 눈빛에 살기가 순간 흐려진다.
독화살 개구리는 뛰어오르려다 멈칫하고 기생촉수 두꺼비의 촉수는 순간 갈피를 잃고 해조류처럼 무질서하게 일렁인다.
환인의 흑창은 그 찰나에 묵빛 섬광을 뿌렸다.
촤자자작!
섬전 같은 창격에 양서류 괴물의 다리가 끊어져 나뒹굴고 뇌가 헤집어져 뒤집힌 채 부들부들 떤다.
탓
공중에서 방벽 패널을 밟고 방향을 전환하는 동시에 흑창을 반월처럼 휘둘러 아직 서 있는 독화살 개구리의 척추를 끊어버리고 땅에 착지하는 환인.
뇌가 헤집어지고 척추가 끊어져 즉사한 두 마리 외에 남은 두 마리가 격통에 울부짖으며 환인을 덮쳐온다.
「먹어랏!」
그 순간 바람 폭탄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쿠궁! 거친 바람과 함께 튕겨 나가는 기생촉수 개구리와 독화살 개구리.
촤아악
미래시로 두 마리가 날아가는 궤적을 읽고 흑창을 선풍처럼 휘둘러 괴물들의 뱃가죽을 찢어버린 환인은 자신에게 튀는 독화살 개구리의 체액을 피하는 동시에 놈들의 갈라진 찢어진 뱃가죽 근처로 영혼 폭발 구슬을 슬쩍 던져놓는다.
그리고 폭발.
뻐벙!
꾸우우우겍!!
게겍, 끄게겍!
영혼 폭발의 무식한 압력이 찢어진 뱃가죽에 가해지자 내장과 체액이 그곳을 통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쿠궁, 텅!
피와 살과 내장과 기타 등등을 몸 밖으로 내보낸 채 땅에 떨어진 괴물들이 끄억, 꾸억,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치지만, 내장을 전부 몸 밖으로 내보낸 괴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환인은 아직 살아있는 괴물들의 머리통에 영혼 화살을 날려 숨통을 완전히 끊고 나서야 후우,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흑창에 묻은 두꺼비와 개구리의 체액을 잠시 바라보던 환인은 가까이 날아온 환연에게 창을 씻어달라고 부탁했다.
환연은 물을 강하게 뿌려 환인의 흑창을 씻겨주며 말한다.
「이걸로 근방은 거의다 정리됐어.」
“그래. 미궁을 탐사하고 돌파할 시간은 벌었을 거다.”
이형종을 정리하면서 틈틈이 개방형 미궁으로 날아가 하늘에서 지형을 살핀 환인이었다.
비록 우거진 숲과 푸르스름한 안개 같은 기운에 가려져 숲의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평범한 숲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우려하던 늪지 지형이 아닌 것과 미궁 내부에는 기생촉수 두꺼비, 가시 두꺼비, 독화살 개구리 외에 맥시코도롱뇽(아홀로틀)과 비슷하게 생긴 것도 발견한 상황.
환인의 판단에 기생촉수 두꺼비는 2급, 가시 두꺼비와 독화살 개구리는 3급이었다. 아홀로틀의 등급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4급이 아닐까 환인은 예상했다.
다시말해 크라빈 숲 미궁은 최소 4급, 최대 5급 정도다.
미궁의 심핵?을 지키는 중핵이 미궁 등급에서 +1급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하니 자신들이라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환인은 자신의 머리 위에 앉는 환연을 잡아서 가슴 포켓에 집어넣은 뒤 전투에 방해될까 멀찍이 떨어진 비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포켓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환연이 툭, 한 마디를 뱉는다.
「환인 변태.」
“…….”
「여자 몸을 함부로 막 잡고. 방금 잡을 때 내 가슴 만졌지?」
“……….”
「아~ 지금까지 남자한테 한 번도 허락하지 않은 순결한 몸이었는데. 환인의 손에 더럽혀졌어.」
“………….”
「나도 책임져줄 거지?」
히죽히죽 웃는 얼굴도 그렇고 분명 장난인데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어쨌든 몸을 잡은 것도 사실이었고 그때 환연의 젖가슴에 손가락이 닿은 것도 사실이었기에 환인은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환연의 억지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꿀밤이 강하게 마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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