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화 〉 315 숲 옆 마을 크라빈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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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숲 옆 마을 크라빈으로 가는 길.
환인의 훈련 항목에 술법 대응이 추가되고 이틀.
남반구에서 적도 부근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북상해서일까, 평균 기온이 올라가며 완연한 봄이라고 할 수 있는 날씨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느때처럼 마차 지붕에 앉아 경계감시 임무 중이던 안느가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며 중얼거린다.
=정오가 되니까 햇볕이 조금 따가운걸. 프라버까지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여름 날씨에 들어가겠어.=
=피부가 따가우면 망토를 둘러. 계속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에 안 좋아.=
=엉.=
프라버로 향하는 여정의 다음이자 마지막 목적지는 동? 로아팅스 정글 인근의 숲 마을.
헬루멘에서 직선거리로만 600km가량 떨어져 있고(이동 경로를 생각하면 거리는 3배 이상 늘어난다.) 프라버에서는 300km가량 떨어진 숲 옆 마을 크라빈이다.
=지금 우리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 거 맞지?=
=맞는 거 같긴 한데…….=
그리고 새파란 하늘 아래 녹색 초원에 난 한 줄기 길을 따라 나아가던 일행은 갈수록 길의 경계선이 흐릿해져 가는 상황에 곤란함을 겪고 있었다.
저번주에 많은 눈이 왔었던 데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여서 식물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길을 침범해 가리고 있었기 때문.
“이상하군.”
=뭐가?=
“프라버로 향하는 주요 길목은 길이 뚜렷했었다. 그곳이 촌락으로 이어지는 길이어도 말이다. 그런데 촌락보다 큰 마을로 향하는 길이 이렇게 흐릿하다는 것은…….”
지난 겨울 이 길을 이용한 숫자가 적었다는 말이 된다.
사람들이 오가며 밟아주지 않으니 잡초가 자라며 길을 침범한 것이다.
‘마을 쪽에 무언가 일이 생겼나.’
그게 아니면 자신의 편집증적인 성격 탓일 수 있다.
니오네브레스의 마을과 촌락은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이다. 노동으로 생산품을 만들어낸 뒤 자신들이 사용할 만큼을 떼어놓고 남은 잉여분을 내다 팔아 다른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식의 삶을 살아간다.
즉 외부와 왕래가 적거나 없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런 경향은 한 번도 없어 이상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크라빈으로 가는 길은 이런저런 곤란한 일이 계속 벌어졌다.
=아! 또 표지판이 부서져 있어.=
갈림길을 만났는데 나무 표지판이 부식되어 부서져 있었던 적도 있었고.
=어, 이슬아. 여기부터 길이 완전히 끊어졌는데?=
갑자기 길이 사라져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곳도 있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마땅한 이유가 존재했다.
갑자기 길이 끊겨 당황한 여자친구들이 마차에서 내려 길을 찾는 사이 환인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넝쿨 더미로 다가가 잡초 사이로 엉망진창으로 얽힌 넝쿨을 걷어낸다.
그러자 풍파에 나무 부스러기가 된 집과 터의 흔적이 드러났다.
“촌락이 멸망한 흔적이군.”
=무슨 이유로 촌락이 사라진 걸까요?=
=척 봐도 10년 이상 지난 거 같은데 이제 와서 알아내긴 어렵지 않을까. 그나저나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유독 쓸쓸하게 느껴지네…….=
“…….”
촌락이었던 것을 뒤덮은 대자연이 만들어내는 서글픔에 일행은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일행이 그나마 길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가끔 만나는 일행이나 상단에게서 정보를 얻어서였다.
물론 이것도 환인이 영혼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통은 노상강도를 경계해 길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배척하기 때문. 하지만 환인에게는 거의 대다수 사람에게 손쉽게 호감을 살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실례하겠습니다.”
=…뉘신지?=
“길을 따라 순례를 이어가고 있는 환인이라고 합니다.”
인적이라곤 없는 길가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신원 미상의 일행에 대한 경계심은 평온의 파동 한방에 해결된다.
“이쪽은 크라빈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거군요.”
=예에. 길을 잘못 드셨습니다. 여기서 되돌아 반나절 정도 가다 보면…….=
다만 이렇게 정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근방의 지리적 특이점에 대한 정보가 전부였기에 소소한 헤맴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작지 않은 숲이 앞을 가로막는다거나 그냥 건너기에는 수심이 깊은 강이 나타난다거나 절벽과 마주쳐 돌아가야 할 상황에 마주친다거나.
만약 평범한 일행이었다면 숲을 돌아가거나 마차가 강을 건널 수 있을 만큼 얕은 곳을 찾거나 절벽을 올라갈 길을 찾아 헤매거나 했을 것이다.
“비상, 가자.”
쿠엣~.
하지만 환인에게는 사람을 태우고 날 수 있는 비상이 있었기에 길 찾기라는 시간 낭비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어휴. 마차의 단점을 이렇게 빨리 마주할 줄은 몰랐네.=
=그래도 장점이 더 크잖아. 노숙 하지 않아도 되고 짐 많이 가지고 움직일 수 있고.=
=휴식하면서 계속 나아갈 수도 있고 밤에는 혹시 모를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몸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지.=
다만 길을 찾더라도 경사각이 30도나 되는 비탈을 올라야 해서 이실리테와 안느가 마차를 뒤에서 밀어야 했고.
“환연, 다리를 만들어야겠다. 바위와 흙의 정령을 불러라.”
「응. 어떻게 하면 돼?」
“다리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산해야 한다. 넓적한 바위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없으니 형태는 이런 식으로 아치를 그려서…… 근처에 나무를 잘라와…….”
수심이 깊지만 유속은 빠르지 않은 강에서는 환연이 정령으로 돌다리를 만들었다.
“하늘에서 보니 저쪽의 숲 폭이 400m 정도 되는 것 같더군. 영혼 시야로 봤을 때 짐승이나 괴물이 서식하는 곳으로는 안보였으니 빠르게 통과하면 될듯하다.”
=저쪽이야?=
“그래.”
숲이 가로로 길쭉하게 넓은 편이어서 숲의 폭이 좁은 곳을 찾아 뚫고 지나간다거나 하는 등, 어찌어찌 길을 뚫으며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그렇게 세 번째 촌락을 나오고 닷새가 흘렀을 때, 일행은 마지막으로 마주쳤던 상단 일행에게서 얻은 지형 정보에 해당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슬아. 저기 저쪽, 저 산 맞지?=
=응. 거리도 비슷하고 저 산의 능선 아래 형성된 동그라미 모양 작은 숲을 보면 그 사람들이 설명한 거랑 맞아떨어지는 거 같아.=
=흐음. 저게 어떻게 여자가 옆으로 누워있는 걸로 보이는 건지 의문이야.=
「내 눈에는 똑같이 보이는데? 봐, 이러면 똑같잖아. 여기가 가슴이고 여기가 옆허리, 여기가 골반.」
이실리테의 풍만한 가슴골에 앉아있던 환연이 그녀들의 앞으로 날아올라 모델처럼 옆으로 누워 자기 몸 이곳저곳을 가리키자 이실리테와 안느가 묘하게 수긍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저 산을 향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크라빈이 나오겠네. 오랜만에 몸 좀 씻을 수 있으려나?=
=그저께 강가에서 몸 씻었잖아.=
=그게 씻은 거야? 물에 적신 거지. 난 뜨거운 물에 어깨까지 담그고 싶단 말이야.=
「내가 목욕탕 만들어준다고 했을 때 거절해놓고는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네.」
=야잇. 들판에서 뭐 가리는 것도 없이 알몸으로 목욕하면 그게 정상이야? 정신 나간 년이지!=
「우리 말곤 아무도 안 보는데 뭐가 문제라고 그런담.」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나 혼자 훌렁 벗고 흙으로 만든 욕조에서 목욕하는 건…… 그건 좀 아냐. 응.=
「안느는 쫄보네.」
=뭐라!=
환인은 그녀들이 아웅다웅하는 소리를 한 귀로 들으며 점차 열대우림과 비슷한 느낌으로 변해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가의 수풀 높이가 점점 올라오고 있고 나무도 잎이 넓고 두꺼운 나무들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크라빈에서 나오는 인물들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지.’
가까워질수록 크라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만한 일행과 마주칠 가능성이 클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마을에서 나오는 일행이나 다른 마을로 향하는 일행을 만날지언정, 크라빈에서 오가는 일행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게 환인은 계속 신경 쓰였다.
“…….”
비상을 길 가장자리로 이동시킨 환인은 크게 자란 잡초와 수풀 더미를 천칭으로 툭 쳤다.
촤라락 후두두두
이슬처럼 맺힌 물방울이 시끄럽게 쏟아진다.
습기가 많다. 근래에 비가 온 것도 아니니 수풀에 이렇게나 이슬이 맺혀있다는 것은 증발을 상쇄할 수분이 주기적으로 보충된다는 뜻.
열대우림에 대한 지식은 매우 보편적인 상식 정도뿐인 환인은 자신의 의구심과 신경 쓰이는 요소가 직감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노파심 탓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긴장하며 대비해 나쁠 일은 없다는 점이다.
“이실리테, 안느, 환연. 이유 모를 거슬림이 계속 느껴진다. 지금부터 긴장하는 것이 좋겠다.”
「어? 응」
=네.=
=어떤 거슬림이 느껴지는데?=
“크라빈을 찾아가는 중인데도 그곳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거슬린다. 크라빈으로 가는 길만 불분명해질 정도로 잡초가 길을 뒤덮고 있다는 점도 거슬리고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수풀과 잡초에 이슬이 잔뜩 맺히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는군. 노파심일 가능성도 있지만 신경 써서 나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환인이 나열하는 의구심을 듣던 안느가 장갑을 벗고 피부를 드러내며 위로 들어 올려보더니 가늘고 예쁜 은색 눈썹을 찡그렸다.
=진짜 그러네. 대기의 수분은 그냥 적당할 정도인데 그늘에 이슬이 많이 맺혀있어.=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던 환연이 눈을 뜨고 이야기해준다.
「애들한테 수상한 점은 없는지 물어봤는데 없다는데?」
“내가 정령들과 접촉하며 느낀거지만, 정령의 가치관과 인식은 사람과 확연히 다르다.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 닮았을지라도 생각하는 방식이 같지 않다는 거지.”
환연을 통해 주변 정보를 몇 번 수집하며 깨달은 것은, 사람은 이걸 위험하다거나 수상하다고 느끼는 것을 정령은 그저 자연의 일부로 인식해서 별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보다 명확한 목적과 대상을 지정해야 정보가 들어온다. 뭉뚱그려 수상한 게 없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평소랑 똑같아!’다.
「어……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하지만 신경써서 나쁠 것은 없지. 환연, 근방에 누가 접근하진 않는지 부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감시를 부탁한다.”
「맡겨둬.」
그리고 비상의 위장색 목걸이를 조작해 색을 하늘색으로 바꾼 환인은 훌쩍, 마차 지붕 위로 올라온 뒤 비상에게 할 일을 지시했다.
“비상. 하늘로 올라가서 주변을 감시해라.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느껴지면 와서 말하고.”
쿠엣!
하늘색으로 물든 비상이 훌쩍 날아오르자 금세 청명한 하늘과 동화되어 어지간히 잘 보지 않는 이상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그런 비상을 올려다보던 환연이 환인의 어깨 위로 올라오며 물었다.
「비상이한테 그런 불명확한 명령을 내려도 돼?」
“비상은 내가 이 세상으로 트립한 직후부터 함께 행동해왔다. 나의 사물판단과 가치 기준에 적응하고 익숙해진 녀석이니 이 정도 지시만 해도 충분하다.”
스스로 말을 깨우쳐 알아들을 만큼 똑똑하기도 하고.
그때 비상이 호다닥 날아 내려와 날개를 퍼덕이며 꾸엣! 큐삣큐잇! 호들갑을 떨었다.
올라가자마자 내려온 비상의 소란에 환인의 표정이 드물게 찡그려졌고, 그의 얼굴을 목격한 이실리테와 안느는 불안감을 느끼며 물었다.
=주인님, 비상이 뭐라고 하는 거에요?=
=쟤가 뭐랬는데 표정을 찡그리는 거야?=
“…근방에 개방형 미궁이 발생한 것 같다. 잠시 다녀오지.”
확인을 위해 비상의 등에 올라타 하늘로 날아오른 환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행이 작아보일만큼 높은 곳에서 숲과 밀림이 적당히 섞인듯한 지상을 살피지만, 미궁으로 여겨지는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비상, 어느 쪽이지.”
묻자 비상이 쿠쿳! 쿠엣, 몸을 돌려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환인은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아닌 건가.
비상의 시력이 매나 독수리 버금갈 만큼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비상에게 그쪽으로 날아가도록 지시했고, 얼마 날지 않아 환인도 비상이 뭘 보고 그랬는지 알게 되었다.
여자가 옆으로 누운듯한 능선의 산 끝자락, 로아팅스 정글로 들어가는 초입의 숲이 은은한 청색의 귀기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음…….”
농도는 훨씬 옅었지만 처음 트립했던 6급 삼림형 미궁을 뒤덮은 청색 아지랑를 생각나게 하는 모양이다.
쿠우? 쿠엣! 쿠에엑!
좀 더 그곳을 살펴보려던 환인은 비상이 갑자기 크게 지르는 소리에 홱, 뒤를 돌아보았다.
일행이 있던 곳 근방의 숲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방향은 정확히 일행에게 향하고 있었다.
숲이 흔들리며 무언가가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모습을 비추는 것도 잠시, 쿠궁 쾅 자그마한 폭음이 연신 들려오기 시작했다.
전투가 벌어졌다는 신호다.
“비상, 돌아가자.”
삐이이익!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쏜살같이 되돌아가는 비상의 등에서 환인은 천칭을 꺼내 쥐고 주위의 최하급 정령을 모아 영혼 화살을 7발을 장전, 방벽 패널도 전부 꺼냈다.
그리고 운무에 사라지듯이 흐릿해져 가는 청색 기운의 숲을 돌아보았다.
‘저기서 여기까지는 적어도 30km 거리’
저것이 미궁이고, 만약 일행을 공격하고 있는 것들이 이형종이라면 이미 이 근방은 미궁에서 흘러나온 이형종이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그렇다면 크라빈 마을은…….
시시각각 커지는 숲과 나무 사이로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떼를 지어 펄쩍, 펄쩍 뛰어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숫자가 어림잡아 40마리 이상.
‘……두꺼비?’
검회색의 사람 크기만 한 두꺼비가 특유의 굵고 짧은 뒷발로 일반인의 달리기 정도 되는 속도로 펄쩍펄쩍 뛰고 있다.
십자로 갈라진 징그러운 노란색 눈알. 짧고 뭉툭한 주둥이. 오돌토돌 돌기가 난 검회색 등가죽.
그리고 엉덩이 부분에 꾸물거리는 두꺼운 촉수 다발.
쿠구궁, 쾅! 퍼벙!
가까워지니 여자친구들이 촉수 두꺼비를 쓸어버리고 있는 장면이 시야에 담긴다.
이실리테와 안느는 사람 키만큼이나 크고 육중한 두꺼비들을 수월하게 베어버리고 터트려버리며 숫자를 줄여나가는 중이고 유르파는 마차 지붕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면서 그녀들을 지원하고 있다.
환연은 쿠에들을 바람의 막으로 감싸 지키는 중.
마차 주변에는 잠깐사이 열 마리가 넘는 촉수 두꺼비가 죽어 널부러져 있었고 여자친구들의 앞쪽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촉수 두꺼비가 밀려오고 있었다.
환인이 돌아온 것을 발견한 여자친구들이 소리쳤다.
=주인님! 갑자기 괴물들이 몰려왔어요!=
=도령! 이거 전부 이형종이야?!=
“알 수 없다. 일단 전부 정리하도록 하지.”
여자친구들의 공격에 속절없이 뭉개지고 썰려나가는 것을 보고 촉수 두꺼비의 등급은 대략 2급이라고 판단한 환인은 장전해둔 영혼 화살을 영혼 폭발 구슬로 전환, 몰려드는 촉수 두꺼비들을 향해 뿌렸다.
퍼버버벙 두둥, 쿠광!
땅에 떨어진 영혼 폭발 구슬이 터지며 무형의 폭발을 쉴 새 없이 일으킨다.
영혼 폭발에 휘말린 잡초와 수풀이 찢겨나가 사방에 흩날리는 가운데 촉수 두꺼비들도 가죽이 찢어지고 눈알이 터지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
꾸륵?!
게르륵, 꾸겍.
갑작스러운 폭격에 큰 피해를 입은 촉수 두꺼비들이 당황했는지 터지고 갈라져 체액을 흘리는 앞발과 찢어진 혀로 상처를 핥으며 주춤주춤 물러난다.
“최하급 영혼 폭발로는 안 죽는군.”
환인은 빛의 건틀릿에 장전해둔 하급 정령을 쓰기보단 여자친구들이 죽여놓은 촉수 두꺼비의 영혼을 끌어당겨 영혼 폭발 구슬로 전환한 뒤 다시 뿌렸다.
괴물의 영혼 등급은 하급. 역시 2급 수준이다.
꾸구구궁!! 꽈광, 뻐버버벙!!!
그러나 하급 괴물의 영혼이어서일까, 최하급 정령으로 만든 것과는 소리부터 다른 폭발이 대지를 뒤덮는다.
대지가 뒤집히고 나무가 부러지고 박살나 사방으로 뿌려지는 가운데 촉수 두꺼비들도 지향성 지뢰에 휘말린 것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체액을 사방에 덧칠하기 시작했다.
뿌린 숫자보다 더 많은 촉수 두꺼비가 죽어나간다. 환인은 죽어서 흘러나오는 촉수 두꺼비의 영혼을 계속 끌어당겨 영혼 폭발로 변환, 쉴새 없이 뿌린다.
꽈과과광!! 콰광, 뜨드드득 두두두두!!
환인의 여자친구들은 촉수 두꺼비가 이쪽으로 올 틈도 없이 폭격에 쓸려나가는 광경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우와. 도령한테 급수 낮은 이형종은 아무리 모여있어도 상대가 안 되네.=
=세상에…… 3~4급 수준의 위력을 가진 공격을 쉴새 없이 뿌리다니, 이정도 물량은 6급 술사도 어려운데…….=
=그 정도야?=
=응. 자기한테는 군대도 의미 없겠다. 비상을 타고 날아다니니 원거리 공격밖에 못 하는데 방벽있지, 위상류 있지, 그리모암의 완륜도 있지. 공격할 방법이 없네? 그런데 자기는 적을 죽이면 영혼을 수급해서 기술로 바꿔 폭격하잖니. 그 폭격은 자원의 소비도 거의 없어서 적만 있으면 무한정이네? 직업자가 없는 군대를 데려와 봤자 자기 앞에서는 봄날의 눈처럼 그냥 녹아내릴 거야.=
유르파의 묘사에 눈앞의 상황을 치환해본 여자들은 두려움에 몸을 살짝 떨었다.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지는 영혼 폭발 구슬, 그리고 영혼 폭발에 찢겨나가는 사람들.
이실리테가 묻는다.
=그럼 주인님은 7급 이상의 직업자만 없다면 무적이라는 뜻이겠네요.=
=으음. 그렇겠지?=
=……빨리 강해져야겠어요. 주인님을 지킬 수 있게.=
=나도 도령의 더 단단한 방패가 되어야지…….=
두 여자는 어느새 거의 다 쓸려나가고 얼마 남지 않은 촉수 두꺼비를 향해 돌진하며 다짐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서 주인님/도령은 자신이 지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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