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293화 (293/813)

〈 293화 〉 287 폭군룡의 미궁

* * *

「태어난다. 태어난다!」

「와, 오아오아.」

「어떤 애가 태어날까?」

「꺅. 가슴 두근거려!」

이번에는 그 술렁임이 길다.

‘태어난다니?’

=주, 주인님? 수정이 뭔가 이상한데요…….=

위상류를 거두고 손바닥에 치료술을 받아들이던 환인은 이실리테의 이야기에 수정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미간을 모았다.

검회색 수정 내부에 동그란 광점이 생겼다.

단순한 점이 아니다. 빛이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며 일렁인다.

정령들이 와­ 하고 멀찍이 물러나는 모습에 환인도 여자친구들과 함께 물러섰다.

=뭐야. 수정이 도령의 피를 먹어서 저러는 거야?=

=주인님 피가 떨어지자마자 저렇게 변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이실리테가 한층 굳은 얼굴로 레드릭의 손잡이를 쥔 순간이었다.

수정이 쩌억­ 칼로 쪼갠 수박처럼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 쪼개진 수정 속에서 일렁이던 광점이 핵?처럼 뭉쳐져 둥실 떠오르더니, 쪼개진 수정에서 검회색 기운을 끌어당겨 흡수하며 모습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주인님, 공격할까요?=

=엥? 이슬이도 저게 보여?=

=보, 보이는데……?=

“정령들이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면 위험한 것은 아닌듯하니 잠시 지켜보도록 하지.”

그러나 환인도 만약을 대비해 천칭을 쥐고 영혼 화살을 장전해놓는다.

영혼 그 자체에 피해를 주는 영혼 화살이다. 저게 무엇이든 간에 정신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크니 적으로 돌변해 전투가 벌어진다면 영혼 화살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다.

잠시 그렇게 대기하고 있으니 꿀렁꿀렁하며 수정의 검회색 기운을 흡수해나가던 핵의 형태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엥. 여자아이?=

안느의 혼잣말처럼 그 형태가 여자의 형상을 띄어간다.

=여자 아이가 아니라 여자 같아.=

도톰하게 부푼 가슴. 날씬한 허리. 탐스럽게 부푼 엉덩이와 길고 곧게 뻗은 팔다리.

잠시후 검회색 수정이 티없이 투명해졌을 즈음 핵은 뚜렷한 여자의 형태를 띠게 되었는데 그걸 본 안느가 중얼거렸다.

=요정이다.=

쿠엣.

공중에 둥둥 떠있던 그것이 추락을 시작한 순간 비상이 뛰쳐나가 머리로 수정에서 태어난 생명을 받아낸다.

환인과 여자들도 가까이 다가가 비상의 머리에 얹혀진 조그마한 생물을 바라보고, 멀리 떨어져 있던 정령들도 어느샌가 모여들어 알몸으로 비상의 머리 위에 대자로 늘어진 것을 구경한다.

안느가 요정이라고 중얼거린 것이 이해될 만큼 핵이 변화한 생물의 외형은 예쁜 편이었다.

키는 20cm 정도. 피부는 옅은 살구색을 띄고 있었고 등까지 흘러내린 풍성한 머리카락은 수정의 색이 스며든 듯 검은색이다.

이목구비는 이실리테와 안느처럼 보는 순간 시선을 강제로 붙잡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매력 있다고 생각할법한 약간 차갑고 냉정한 느낌.

환인은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정체불명의 생물을 건드려보았다.

말랑말랑하다. 함부로 쥐었다간 뼈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연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기좋게 융기한 가슴에 검지를 조심스럽게 올리자 작지만 콩닥거리면서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체온도 있고 희미하지만 들숨과 날숨도 있다.

그의 고정관념은 수정에서 사람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의 지식은 이걸 살아있는 생물……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었다.

환인이 손을 떼자 안느도 건틀릿을 벗고 요정을 이리저리 만져본다. 다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손을 만져보기도 하며 말한다.

=와, 진짜 요정이네.=

“요정과 정령의 차이는 육체의 유무인가.”

=엉. 그래서 요정도 소수 종족으로 분류돼. 사람한테 적대적이진 않은데 겁이 많아서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잘 안 와. 그런데 요정이 수정에서 태어난다는 소문은 진짜 금시초문인데.=

“원래는 어떻게 태어나지.”

=꽃이나 나무 열매에서 태어나는 일도 있고 과일에서 태어나는 경우도 있고 나무에서도 태어나고?=

“……수정은 부스러졌군.”

모든 에너지를 다 흡수당한 것처럼 가루로 변해버린 수정을 잠시 바라보던 환인은 이실리테에게 주머니를 받아 그 가루를 모두 챙겼다.

혹시 모르니 가져가서 유르파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그러는 사이 요정을 계속 구경하던 안느가 이실리테를 툭, 건드렸다.

=이슬아. 얘 있잖아…….=

=…너도 그렇게 느꼈어?=

=역시 너도 그렇지?=

=응. 주인님을 닮은 거 같아. 그런데 왜 여자 모습이지…….=

=어떤 요정은 여자뿐이니까 얘도 그런 쪽이 아닐까? 외모가 도령을 닮은 건 혹시 수정에 도령의 피가 닿은 거랑 관계가 있으려나.=

수정 가루 주머니를 비상의 등에 맨 짐가방에 챙긴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게 날 닮았다고.”

=응. 엄청 닮았어. 도령 머리카락을 기르고 화장만 잘하면 이런 모습 일 거 같은데?=

그 말은 뭐, 이 요정이 자신의 피에서 태어난 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딸보다는 도령의 분신?=

“…….”

드물게 말문이 막힌 환인이 비상의 머리에 누워있는 알몸의 요정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을 때, 요정이 눈을 떴다.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눈이 환인을 직시하고 환인도 요정의 얼굴을 응시한다.

=와, 와와. 어쩜어쩜! 도령이랑 눈매랑 눈 색도 똑같아!=

=귀여워…….=

큐삣!

좌우에서 들려온 이야기에 환인이 살짝 눈썹을 찡그리자 요정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후우,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뭐지?」

“네 이름을 내게 묻는 건가.”

「날 태어나게 한 건 너니까. 너는 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어. 그 시작은 이름부터겠지.」

=꺅. 어떡해. 도령이랑 말투도 닮았어!=

=쉿, 안느 조용히 해봐.=

쿠우, 쿠흥! 쿠우웃!

뒤에서 숙덕이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환인이 대답했다.

“그 책임론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네 정체는 뭐지.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에 걸맞은 지능이 있다는 뜻이다. 그 지능의 유래는?”

요정은 대답 대신 상체를 살짝 숙이며 등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등 뒤에서 태양의 코로나를 닮은 회백색 빛의 고리가 나타나더니 요정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원래 나는 땅속에 묻혀 여러 가지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인 끝에 자연스럽게 상위 정령으로 태어났어야 했다. 하지만 너는 날 땅에서 캐냈고, 나에게 너의 피를 뿌려 강제로 깨웠지.」

“…….”

「지능의 유래는 당연히 너다. 피란 생명의 근원. 피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

“…지능에 관해서는 그렇다고 하지. 나에게는 그 발언을 지적할 제반 지식이 없으니까. 그러나 너의 행동에서 묻어나는 연령과 지식은 도저히 막 태어난 존재의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어떻게 된 거지?”

「지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아이들을 통해 전해져오고 있어. 하지만 그것도 곧 끊길 것이라는 게 느껴진다. 아마도 출생 특전이겠지. 먼저 고맙다고 말할게. 네 피에는 몇 가지 결격 사유가 존재하지만 그 외에는 매우 뛰어나. 이렇게 침착하게 지식을 받아들이고 정리할 수 있는 것도 네 피 덕분이야.」

이 세계의 신비라는 것은 정말 사람을 골치 아프게 하는군.

이제 적응했다 싶으면 어이없는 것을 툭 던져준다. 몇 번이나.

그때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 요정이 흠, 자기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

「지식의 전달이 지금 끝났다.」

“…그 지식은 어떤 거지.”

「별것 아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법. 내 존재의 의의. 하지만 이것은 내가 상위 정령으로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 피륙이 생긴 이 몸에는 맞지 않는 정보다. 네가 날 거두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 연약한 몸으로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죽고 말겠지.」

=엥, 죽어?! 도령도령!=

=주인님…….=

쿠우!

“…….”

환인은 매우 드물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과 비상이 보여주는 저 호의는 대체 어디서 기반한 것일까. 자신과 닮아서?

눈썹에 힘을 주고 인상을 쓰던 환인은 공중에 떠있는 요정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연스럽게 손바닥에 내려앉는다.

불현듯 그걸 콱 움켜쥐고 싶다는 폭력성이 가슴을 채웠다.

윽, 짧은 신음에 정신을 차린 환인은 그 폭력성대로 요정을 움켜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로 연약한 몸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대로 으스러져 죽을 것 같은 느낌.

「나, 날 죽이고 떠나려는 것인가.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후환을 남기지 않는 행위이긴 하지…….」

여자친구들이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비상도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는 눈빛이다.

「매정한 놈. 날…… 억지로 태어나게 해놓고는 책임도 지지 않겠다니, 천벌 받을 놈이다……. 너는…!」

“널 불안요소라고 인정한 적은 없다. 그리고 죽일 생각이었다면…….”

슈슈슉­ 콰자작!

길쭉한 송곳 모양의 패널 여섯 자루가 번갯불같이 쏘아져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이구아나 닮은 이형종 두 마리의 눈알을 꿰뚫고 뇌까지 휘저어버린다.

풀썩, 털썩.

“이렇게 처리했겠지.”

「…….」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쥐었다. 사과하지.”

손에 힘을 조심스레 풀자 억눌려 빨개졌던 요정의 얼굴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후우, 작게 숨을 내쉰 요정은 환인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팔을 올리고 매달리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날 데려가겠다는 결론을 내린 건가.」

“아직 내리지 않았다. 내가 널 태어나게 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째서지? 아직 태어날 때가 아닌 날 네가 억지로 태어나게 하였고 나에게 주어져 있던 운명마저 비틀어놓았다. 이 이유라면 네가 책임을 져야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만.」

“너의 탄생은 우연과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만약 네가 지성이 어린아이 수준에 지식조차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나 역시 사람으로서 도의적인 책임감을 발휘했겠지. 하지만 너는 보기에도 성인이며 사고력 또한 성인과 마찬가지다. 책임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지적이군.”

「하지만 난 연약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금방 죽게 될 거다.」

“그런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 굶어 죽어가는 노숙자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었고 물에 빠져 죽어가는 부랑자를 살려주었다고 그 사람의 인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말이 되겠지.”

「자선을 베푼 것을 억지로 태어나게 한 것과 동일 선상에 놓다니,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나?」

“의도가 가미되지 않은 우연을 책임지라는 말 자체가 내게는 그런 의미다.”

「인간의 도리와 아량과 자비라곤 잠자리 눈물만큼도 없는 냉혈한 같으니! 하지만 이해한다. 결격 사유가 그쪽이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군.」

아, 결격 사유라는 게 그런 거였어?

내심 그 결격 사유가 뭘까 궁금해하던 이실리테와 안느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 말은 곧 속내는 냉혈한이지만, 자신들만큼은 소중히 아껴주고 있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 책임을 지라고 발언하기보다는, 너의 쓸모를 증명해 신변을 위탁하겠다는 것이 건전한 관계 형성과 너의 생존에도 도움이 될 거라 조언해주고 싶군.”

「솔직히 말해서 현재 내게 있는 능력이라곤 정령과 소통에 비행 능력 정도뿐이다. 좀 더 자란다면 다른 능력이 개화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두꺼비 한 마리도 이길 수 없어. 능력적으로 너에게 도움이 될 테니 데려가라는 발언은 공수표나 다름없으니 할 수 없다.」

조금 풀이 죽는 요정의 모습에 비상이 나서서 쿠우, 쿠엣. 환인에게 울고 날개를 작게 파닥인다.

자기가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비상의 의지에 환인이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여자친구들도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에 손을 들어 이마를 감싸 쥔다.

아무래도 모성본능이 제대로 자극받은 모습이다. 자신의 피에서 태어나 자신을 닮았다는 이유 때문인가.

환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주저앉아 고갤 숙인 요정에게 물었다.

“정령과 소통은 어느 정도지? 그것이 기준점을 통과한다면 네가 성장할 때까지 안전과 생활을 책임질 의사가 있다.”

그를 잠깐 올려다본 요정은 고개를 돌려 비상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던 하급 바람의 정령을 불렀다.

「거기 너, 이리 와라.」

「나? 왜왜? 왜 불러?」

「내가 말하는 걸 어디까지 들어줄 수 있지?」

「웅~. 싫은 거만 아니면?」

요정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주위에 있는 하급 정령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그리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고 환인을 돌아보며 말한다.

「방금 했던 말 일부는 정정해야겠군. 아무래도 이 소통만으로도 어느정도 힘은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두꺼비 정도는 쉽게 이기겠어.」

“하급 정령을 그 정도로 부릴 수 있다면 미궁 바깥에서는 위험 없이 지낼 수 있겠군. 굳이 나에게 책임을 지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만.”

「아니. 본능이 너에게 기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는 만큼 뜻을 철회할 의사는 없어.」

“……그렇다면 받아들이지.”

정령과 의사소통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능력.

하지만 있다면 정찰에 꽤 쓸만한 것도 사실이고 첩보 활동에도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자친구들과 비상이 이토록 간절하게 바라는데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녀들의 호감 수치가 깎일지도 모르고.

솔직히 말하자면 환인은 앞선 두 가지보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신경쓰였다.

기운을 차린 요정이 손바닥에서 일어나 환인을 올려다보며 요구한다.

「이제 이름을 붙여주었으면 좋겠다.」

“네 지식이라면 스스로 이름을 지어도 될 텐데.”

「그 말대로지만, 어쩐지 직감이 너에게 이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직감을 따르고 싶군.」

“……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환연이다.”

「환연……. 어감이 마음에 들어. 뜻도 있나?」

“마음에 즐겁고 기뻐하는 모양. 혹은 의심스럽던 것이 풀리는 모양을 말한다.”

뜻을 들은 요정은 단지 어감과 의미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이실리테와 안느는 다른 의미로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앞글자 돌림에 요정은 물론 자신들의 마음에도 맞아떨어지는 이름이었기 때문.

환연이라는 두 글자를 되뇌는 요정에게 환인이 말했다.

“환연. 먼저 네 입장을 정리해두지. 너는 자신을 책임지라고 했지만, 나는 널 책임질 생각은 없다.”

이어질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자신을 바라보는 환연에게 계속 말을 꺼낸다.

“대신 동료로서 받아들이고, 갓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점을 고려해 한동안 널 지켜주는 한편 네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지. 그동안 너도 우리를 동료로 여기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지극히 합당하고 합리적인 지적이고 제안이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지. 이후 나의 삶을 위해서라도.」

“내 이름은 환인이다.”

=아, 안녕? 난 안느야. 앞으로 잘 부탁해, 환연아.=

=저는 이실리테라고 해요. 같이 잘 지내봐요, 환연.=

「환연이다. 잘 부탁한다.」

“여기에 없는 동료 한 명과 한 마리가 더 있지만, 도시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때 다시 소개해주지. ”

「알겠다.」

의외의 장소에서 계획에 없던 일로 새로운 동료가 생긴 환인은 속내가 조금 복잡했다.

일단 환연의 성정은 나쁘지 않다. 악랄한 인간을 귀신같이 파악하고 그런 인물에게는 가까이 가지 않는 정령들이다.

그런 정령이 환연의 지시에 따르는 것을 보면 최소한의 인성은 보장된다는 뜻.

‘이 결정이 득이 되어 돌아올지 실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이득이 되도록 신경 써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는 환인이었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