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화 〉 259 비자룩스의 혼재
* * *
‘저것이 알드헬름이겠군.’
주둥이가 광대뼈까지 찢어진 시뻘건 영혼은 강렬한 적색 아우라에 뒤덮여있었는데, 그것을 본 환인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루크랑 남자는 얼굴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종이나 모피 무늬 패턴이 다르면 어렵지 않지만 말빈과 알드헬름처럼 패턴마저 비슷하면 거기서부터는 인식 영역 밖의 일이다.
“…….”
전황은 꽤 나빴다.
세뇌당한 열 명 남짓한 자들은 전부 4급 이상 직업자. 그러나 이쪽은 5급 한 명에 4급 두 명, 3급 2명에 병사가 다수일 뿐이다.
더욱이 세뇌자의 신체능력이 대폭 증가했는지 움직임과 몸놀림이 비상한데다 어지간한 상처는 입지도 않고 재생력도 빨라져 있는 듯 하다.
영주가 뒤에서 필사적인 전술지휘를 펼쳐 아직 현상유지는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저 기름띠 같은 것에 당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겠지.
더욱이…….
‘기름띠가 들러붙은 영혼 상태도 좋지 않아.’
재앙화된 혼재 주변에 다른 혼재가 나타나는 이유는 저것 때문일 가능성이 클듯하다.
여자친구들의 몸에도 얼룩이 들러붙기 시작하는 것을 본 환인은 평온의 파동을 발사했다. 그러나 농도가 짙어진 기름띠, 저주의 띠가 한 번에 정화되지 않고 반발하며 버텨낸다.
=아버지! 그분을 모셔왔습니다!=
평온의 파동과 에사르트의 외침에 고개를 홱 돌린 셀가 영주는 2초, 놀란 눈으로 환인을 바라보곤 다시 전방으로 눈을 돌리며 소리쳤다.
=환인 님의 판단에 모든 것을 일임하겠소! 명령을 내려주시오!=
전술 교육이라곤 군 생활 시절 분대장을 달았을 때 두 달간 경험해본 것뿐인 환인은 흠, 작게 숨을 내쉬며 일단 하던 대로 계속하라는 말과 함께 평온의 파동을 연달아 발사했다.
화아악 파아아아!
=크으르르륵?!=
=끄아아아……!=
=으, 으으어. 싫, 시럿……!=
과연 숫자의 폭력.
연이어 파도처럼 몰아치는 회백색 빛의 파동이 저주의 띠를 밀어내고 정화의 영역을 넓혀가자 거기에 휘말린 세뇌자들의 상태가 나빠진다.
=지금이다!!=
5급 기사를 위주로 4급 기사들이 상태가 흐트러진 세뇌자들의 급소를 후려쳐 기절시키거나 팔다리를 잘라버린 뒤 후방으로 휙휙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족히 백수십 킬로그램은 될법한 인간이 정신을 잃고 날아오자 환인과 함께 올라온 병사들이 그들을 받아내느라 난리 치고 밧줄 같은 것으로 묶느라 소동을 부린다.
그 무렵 환인은 혼재가 있는 곳까지 빛의 파문이 퍼져 나가지 않는 걸 아쉬워하며 방어진을 형성하던 기사들과 주변을 떠도는 영혼의 몸에 생긴 얼룩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평온의 파동은 영혼과 관련해 만능 기술인 건가.’
혼재로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고 저주에 잠식된 사람도 정화하고 혼재에게 세뇌당한 이들의 상태도 완화하고.
멀쩡해진 영혼들을 일단 영혼 구슬화한 뒤 왼팔의 빛의 건틀릿에 수납한 환인은 재차 빛의 파동을 뿌린다.
덕분에 세뇌자들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영주가 지휘하는 기사들의 손에 전부 제압당해 혼재와 스타에타만 남게 되었다.
그때까지 뒤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던 핏빛 영혼이 부들부들 떨며 헐떡이듯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크으…… 흐흐흐흑. 큭큭큭. 영혼사, 영혼사! 영혼사아아!!」
“그래, 내가 영혼사다. 그러는 그대는 알드헬름인가.”
「왜? 왜?! 왜 날 방해하는 거지!? 어째서 내가 죽어야만 했지!!? 왜애애애?!!!」
혼재가 크게 분노하니 허공에 떠다니는 저주의 띠 같은 것이 강해지고 짙어지며 악취와 괴물의 이명 같은 것도 심하게 울려 퍼진다.
더욱이 혼재의 몸에서도 저주의 띠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그 양이 무시무시해 혼재가 보이지 않을 지경.
환인도 평온의 파동을 발사했지만, 농도가 너무 짙어져서일까, 평온의 파동이 혼재가 뿜어내는 저주의 띠를 뚫지 못하고 자꾸만 밀려난다.
“음.”
환인은 평소보다 정신을 집중해 두 팔에 훈기와 한기를 더 강하게 집중한다. 그러면서 평온의 파동을 발사하자 회백색 빛의 파동이 흡사 빛의 구체처럼 변화하며 환인을 중심으로 일정 반경을 덮어씌우기 시작했다.
‘이런 방법도 있었군.’
=정화의 영역……!=
누군가의 감탄사를 뒤로한 환인은 물리적 반탄력을 흘려내면서 혼재를 향해 다가간다.
=영혼사님, 위험합니다!=
=기사들은 영혼사님을 지켜라!!=
=자, 잠깐! 영주님, 뒤에서 시체가!=
=큭, 파스빈, 로켈리디언, 플랍, 뮤티상과 리센스는 환인 님을 엄호한다! 나머지는 시체를 정리하라!=
뒤에서 소동이 벌어지지만, 환인은 자신의 여자친구들을 믿고 저 앞의 혼재에게만 집중한다.
“진정해라.”
=……!=
=윽?=
=흐어…….=
강한 의지와 감정을 담아 강제력을 발휘하자 혼재는 멀쩡한데 주변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흠칫한다. 흡사 강제력에 영향을 받은 모양새다.
“……?”
아주 짧게 의문을 품었던 환인은 혼재에 다시 집중하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와 같은 경우를 얼마나 더 만날지 모르는 이상 지금은 정보 수집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리를 좁혀야 한다.
“진정해라. 분노와 격노는 영혼의 타락을 부추길 뿐이다. 신의 정원에 들고 싶다면, 억울함을 나에게 호소해라. 내가 들어주겠다.”
들어는 주겠다.
그리 말하며 거리를 조금씩 좁히던 환인은 그 순간 알드헬름의 감정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왜, 왜 내가 죽어야 했지?
기사들은 날 지켜주지 못했어!
아빠도, 엄마도 날 죽게 내버려뒀어!!
씨발… 씨발!! 딴 놈들은 다 죽어도 나만은 살아야 정상이잖아! 내가 왜 죽어야하냐고!!
죽여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다!!
모두다 죽여버리고 싶다고오오!!!
콰아아악 해일이 밀려드는 듯한 저주의 압력에 영역으로 전개된 평온의 파동 속으로 저주가 일부 흘러들어와 뒤로 빠져나간다.
그 충격에 환인이 1m는 뒤로 밀려나고 병사들은 죄다 강풍을 맞은 것처럼 뒤로 나가떨어져 굴러갔다.
“침착해라. 이성을 되찾아라. 분노의 저주만 쏟아내서는 너의 미련과 한을 푸는데 하등 도움이 안……!”
계속 강제력을 발산하던 환인은 순간 저주의 띠에서 드릴 송곳 같은 것이 형성되어 영역을 뚫고 찔러오는 것을 포착하곤 황급히 몸을 비틀어 피했다.
=주인님!=
=도령!!=
=영혼사님!!=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
방금 그 공격, 물질을 관통했다. 막기 계통 방어술을 익힌 안느에게는 치명적이다.
=영혼사님, 조심하시오! 그 공격에 맞으면 빠르게 세뇌에 빠지오!=
‘빨리도 경고해주는군.’
쉬쉬쉭
재차 날아오는 저주의 송곳. 사전 징조를 그 순간 파악한 환인은 어렵지 않게 직선 공격을 하는 저주의 송곳을 피해내지만, 더 이상의 접근이 어려워졌다.
=아버지! 뒤에서 시체가 또 다가오고 있습니다!!=
=큭!!=
뒤쪽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환인을 엄호하듯 5급과 4급 기사들이 안느와 이실리테 주변으로 방위를 전개한다.
그사이 환인은 방벽을 발동, 패널 하나를 꺼내 자신을 찌르려 하는 저주의 송곳을 슬쩍슬쩍 밀어보았다.
‘통하는군.’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하고 투과율이 60%가량 되지만, 이정도면 공격 궤적을 살짝 비트는 정도는 충분하다.
패널 두 개로 저주의 송곳을 수월하게 흘려내고 있으니 혼재가 다시 발악한다.
「왜애애애애!!!!」
발악과 함께 재차 터져 나오는 저주의 띠. 동시에 저주의 송곳도 사방팔방 울렁이며 급격하게 증식한다.
환인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렇게 재앙으로 완성된 혼재에게 평온의 파동 효과와 강제력 실험, 영혼 구슬화도 시험해 정보를 수집하고 싶은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영혼술을 펼쳐볼까? 일단 몸에 구멍을 좀 내주면 위력이 감소할런가.
그런데 저 여자는 왜 멀쩡하지.
환인의 시선이 발광하는 혼재의 근처에 흰자위만 드러낸 채 멍하니 서 있는 스타에타로 향했다.
원한이 쌓여 변모한 것이 혼재다. 감정이 강해지면 힘이 증폭하는 게 당연할 테니 이 현상은 이해되지만, 스타에타가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어미에 대한 집착이 죽어서도 발현된 건가. 세뇌자들처럼 다루지도 않고 곁에만 두고 있는 게 의문인 환인이다.
‘빙의가 가능하다고 했지. 엄마의 몸을 사용할 생각인가.’
「왜 나마아아아안!!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
온몸을 쥐어뜯을 듯이 발광하는 혼재의 섬뜩한 비명에 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복도 너머에서 세뇌자들이 다가옵니다!=
=시체가 또 일어나고 있습니다!!=
=에사르트! 내려가서 예비 병력을 전부 데려와라!!=
=예!!=
환인은 뒤쪽에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혼재만 응시하며 반구형으로 형성된 파동의 영역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회백색 빛의 영역을 두들기고 있는 저주의 띠가 풀려났다간 노도처럼 쏟아져 여자친구들과 뒤의 병력을 삽시간에 세뇌해버릴 테지.
그러던중 노도와 같은 저주 띠의 파도에 미친 듯이 펄럭이던 스타에타의 얇은 슬립이 결국 찢겨나가며 알몸이 훤히 드러났다.
혼재의 태도가 변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엄마… 엄마…….」
=윽, 저거 뭐야.=
=역겨워…….=
아기가 젖을 빨듯 스타에타의 유방에 달라붙은 혼재의 모습이 점차 흐물거리며 스타에타를 감싸기 시작한다.
비례해서 저주띠의 농도와 발산도 줄어들었기에 환인은 눈을 빛내며 평온의 파동을 연달아 방사했고, 회백색 빛의 파문이 저주를 밀어내며 나아가다 혼재와 스타에타를 뒤덮었다.
그러나 혼재의 모습에도, 스타에타의 상태도 변화가 없다.
‘혼재의 밀도가 파동을 밀어내는 건가.’
급기야 눈의 흰자위만 드러낸채 서 있던 스타에타의 회음부로 혼재가 빨려 들어간다.
=웩.=
=우웁….=
주변의 여기사들이 역겹다는 듯이 작게 헛구역질을 하는 사이 혼재는 스타에타의 몸 안으로완전히 사라졌고, 스타에타의 몸이 기괴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흰색 동공이 하얀 피부와 대조적으로 시뻘겋게 물들더니 잠시 후 피눈물이 흐르고, 자궁이 있는 아랫배를 중심으로 붉은 혈관이 바이러스처럼 하얀 피부를 덮어나간다.
여기사들 다섯과 여자 친구들이 혐오스러워함에도 환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변화를 주시했다.
‘다른 성별의 강령은 성립이 안될 텐데.’
혼재의 빙의와 강령술의 매커니즘이 본질적으로 다른 걸까.
환인은 지금이라도 영혼술을 펼쳐 공격할지 재앙화된 혼재의 정보를 조금 더 모을지 저울을 기울이며 변해가는 스타에타의 모습에 영혼 시야를 열었다.
‘적색.’
스타에타의 자궁에 맺힌 영기가 피처럼 붉어졌다. 심장 온기는 회색 그대로지만 영기의 상태가 불안정하다. 건드렸다간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듯한 모습이라 손을 쓰기 망설여진다.
직후 스타에타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 흐후흐. 호호호… 캬캌카하……!”」
여자 목소리와 남자 목소리가 뒤섞인듯 거부감을 일으키는 소리에 뒤에서 시체와 세뇌자 수십 명을 막아내던 셀가 영주가 소리쳤다.
=혼재의 빙의다! 파스빈, 시간을 주지 말고 쳐라!=
=옛!!=
영주의 지시에 여기사들이 동시에 튀어나가 빙의 당한 스타에타에게 돌진한다.
환인은 일말의 긴장감과 흥미, 호기심, 재미가 치솟는 것을 느끼며 예의상 그녀들에게 최하급 강령을 펼쳐주었지만, 스타에타와 격돌 하는 순간 승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났다.
단 한 번의 격돌로 5급 여기사는 허리가 한움큼 뜯겨나가는 동시에 걷어차여 피를 토하며 반대편으로 날아갔고 다른 4급과 3급 여기사 넷은 단숨에 머리통이 척추와 함께 뽑혀 풀썩 쓰러진 것.
「“키아아아가가각!!”」
피에 물든 머리통 두 개를 들고 기괴한 포효를 지르는 스타에타의 나신이 핏빛이 혈관으로 뒤덮인 흉측한 몰골로 변해간다.
그런 스타에타가 움직인 건 부지불식간이었고 수십 명 중에 그 움직임에 반응한 것은 세 명 뿐.
환인은 여자친구들에게 하급 정령의 강령을 펼쳤고 안느는 돌진해온 스타에타를 성벽의 방패로 막아냈다. 이실리테는 레드릭으로 스타에타의 옆구리를 후려친다.
쿠콰쾅, 콰과과광!!
곧이어 이실리테와 안느가 희미한 잔상이 남을 정도로 고속으로 움직이며 빙의된 스타에타와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환인은 그 와중에도 동작 하나,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스타에타의 동작을 분석하다가 작게 감탄했다.
‘믿기 어렵군. 신체 내구성이 우르거 반전개체 수준이다. 속도는 맹금룡 해골보다 빠르고 반사신경도 이실리테의 집중 상태에 가까워.’
인간형 강적(자신)을 상대로 협공해본 경험이 풍부한 그녀들인데도 조금씩 밀리는 중이다.
무직자인 스타에타의 몸에 혼재가 빙의됐다고 안느의 근력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하고 이실리테의 속도를 찍어누를 만큼 스펙이 상향되는 건가.
저정도면 거의 10배에 가까운 신체 능력의 상승일 텐데.
하급 빛의 정령의 (근육 마비)저주를 걸어보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튕겨 나오는 빛의 정령.
「꺄아앙~! 꺄하하하!」
재미있다는 듯이 파닥파닥거리는 녀석을 불러와 자신에게 강령한 환인은 미래시로 스타에타의 동선을 꿰뚫어보았다.
「“꺄아아아아악!!”」
콰광!
스타에타의 벽천장 삼각 뛰기에 낚여 정통으로 성벽의 방패를 걷어차인 안느가 벽을 뚫고 날아간다. 직후 스타에타의 허리를 노린 레드릭이 진한 위상력을 머금고 휘둘러 쳤지만 팔뚝의 맨살로 막아내는 스타에타.
멀쩡하진 못해서 피가 살짝 배어났지만 애초에 통각이 사라진 듯 뒤돌려차기로 이실리테의 머리를 공격했으나 이실리테는 이미 두 발자국 물러섰기에 허공만 걷어찬다.
그렇게 1초가 지난 후 무너진 벽의 잔해 속에서 뛰쳐나온 안느가 다시 합세해 수류탄이 터지는듯한 굉음의 맹공이 오가기 시작했다.
파아아악!
복도가 무너지고 천장이 쏟아지는 격렬한 전투 중 평온의 파동 사정 안의 범위에 스타에타가 들어왔기에 다시 발사했지만, 딱딱하게 굳은 각설탕이 얼음물에 들어간 것처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저 주변에 뿌려진 저주의 띠만 중화될 뿐이다.
‘저주의 띠를 몸안으로 한정해 전투력을 끌어올린 식인가. 저 전투력이 혼재의 빙의 기본이라면 확실히 위협적이겠어.’
저정도면 7급의 원숙한 직업자 수준이라 봐도 무방하다. 거기에 시체도 일으키고 저주도 뿌리고 세뇌까지 한다.
시간과 재료만 주어진다면 마을 하나, 작은 도시 하나를 쓸어버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겠지.
꽝, 뻑!
=크윽!=
「“끼야아아악!!”」
옆구리를 걷어차이는 동시에 천벌의 망치를 올려쳐 빙의된 스타에타의 아래턱을 후려치는 안느.
안느는 일격에 8미터를 날아가 버렸지만, 빙의된 스타에타는 육체가 30cm정도 떠오르는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빙의된 스타에타의 상대는 안느만 있는게 아니다.
콰과과곽??!
위상력의 출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는지 눈에 위상력의 잔흔을 뿌리며 1초에 3번씩 스타에타의 가녀린 몸을 짓이겨버릴 듯이 레드릭을 휘두르는 이실리테.
하지만 모든 공격을 두 팔로 막아내는 스타에타다.
「“꺄아아앗!!”」
이실리테의 초고속 난타를 모두 막아낸 스타에타가 왼손을 관수?手로 만든다. 목표는 마지막으로 올려치느라 훤히 드러난 옆가슴, 그 너머의 심장.
2초 뒤 빙의된의 관수가 이실리테의 심장을 꿰뚫는 환상에 환인은 심박수의 피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흑창을 꺼내 빙의된 스타에타의 옆구리를 번개처럼 찔러 들어갔다.
푸욱!
「“끼야악!”」
갈비뼈의 틈을 찌른 뒤 훑고 지나가며 옆가슴까지 일부 잘라내는 번개 같은 일격.
이실리테의 빈틈을 찔러 죽이려던 빙의된 스타에타가 훌쩍 물러나 짐승처럼 으르렁 거린다.
폐가 잘려 그쪽으로 피가 흘러들어 갔는지 입가에 피거품이 끓으며 흘러내리고 베인 자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지만 고통은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빠르군.’
환인은 작게 감탄했다. 심장을 찌르려 했고 환상도 그렇게 보여주었다. 동작도 그에 따른 최적의 동선을 따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빙의된 스타에타는 찔리는 순간 미래를 일부 바꾸어 10cm 정도 베이는 수준에 그쳤다.
이유는 육체의 데미지를 무시한 초월적인 육체 기동이다.
베인 자리에서 흘러넘치는 피가 실시간으로 멈춘다. 가로로 크게 잘려 덜렁거리던 유방이 들러붙어 아물고 입가에 흐르던 피거품도 멈추었다.
=가, 감사합니다, 주인님.=
“음.”
환인은 자신을 경계하는 빙의된 스타에타를 바라보며 땀투성이가 된 이실리테에게 말했다.
“이실리테, 안느를 데리고 물러서라.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뒤를 부탁한다.”
=네.=
파악과 분석은 거의 끝났다.
저주의 띠를 거의 내보내지 않으며 싸우는 빙의된 스타에타. 근처를 떠돌던 저주의 띠는 거의 중화했고 세뇌당한 하녀, 하인, 시종들, 죽음에서 일어난 시체들은 영주가 막아내는 중.
무대는 마련되었다. 이제 내가 즐길…… 아니, 내가 나설 차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