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화 〉 257 광산 마을 비자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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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기승위에 이어 펠라치오로 사랑을 나눈 환인과 안느는 뜨끈한 온돌바닥에 드러누워 쿨쿨 자는 이실리테와 유르파를 방에 넣어준 뒤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
침실에서 후배위로 짐승처럼 격렬하게 몸을 섞다가 교배 프레스로 찍어누르며 환인은 세 번째 사정을, 안느는 일곱 번째 절정을 맞이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둘은 민달팽이처럼 붙어 끈적한 정상위로 네 번째 사정과 열 번째 쾌감을 느꼈고.
=흐아, 조금 지친다. 땀이랑 정액이 너무 묻어서 끈적거리구…….=
“그럼 욕실에서 씻을까.”
=난 좋아!=
욕실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서서 후배위라는 비교적 평범한 섹스를 만끽했다.
=흐기잇! 아, 아기방이 짜부러져어어♡ 켁켁.=
벽에 밀쳐져 가슴이 터질 듯이 눌리고 환인의 단단한 팔에 목이 졸리며 쿵쿵 벽치기를 당하는 게 평범한지는 둘째치고.
다섯 번째 사정과 열두 번째 오르가슴으로 섹스를 마무리한 환인과 안느는 방으로 돌아와 알몸으로 따뜻한 이불 속에서 바짝 붙어 사랑을 속삭였다.
=근데 도령 섹스할 때 계속 내 엉덩이 구멍을 만지더라.=
“눈앞에서 보석 박힌 항문이 움찔거리면 볼 수밖에 없지.”
=그냥 재미있어서 만진 거야? 그, 막…… 뒤로 해보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
안느의 질문에 환인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니, 생각해볼 것도 없다. 지구에 있을 때의 자신이었다면 비위생적이고 불결하다며 혐오감을 드러냈겠지.
=지금은 안 그래?=
“너와 이실리테, 유르파라면 괜찮다. 다른 여자들과는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군.”
물론 관장을 통해 속을 깨끗하게 하는 걸 우선해야겠지만.
환인의 대답에 안느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환인의 옆구리에 바짝 안겨들어 속삭였다.
=있지. 나 생리 현상 멈췄다?=
순간적으로 임신해서 생리가 멈추었다고 해석한 환인은 이내 그게 아니라는걸 알아차렸다.
“…전에 말한 그 수목화가 끝난 건가.”
=아니아니. 그건 아직 시작도 안 됐어. 이제 이때까지 먹었던 육류의 기운이 모두 빠져나와서 본격적으로 수목화가 시작될 준비가 끝난 거지.=
수목화??化. 단어만 들으면 나무로 변하는 무서운 병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사랑하는 이종족 남편이나 아내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능력일 뿐이다.
신체 외형은 변하지 않지만 형질과 체질이 일부 변화해 정수를 체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게 변화하는 것이 수목화인 것.
수많은 식물을 먹으면 그 생명의 기운이 기존의 방광이 변화한 생소??에 모이고, 그렇게 모인 기운은 곧 정수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 정수를 특정한 꽃에 뿌려주며 키우면 그게 장생의 영약 재료가 되는 거다.
=이슬이가 엄청 싱싱하고 좋은 채소랑 과일에 깨끗한 물을 매 끼니때마다 충분하게 챙겨준 덕분이야. 아니었다면 이 준비에만 3~4개월은 걸렸을 거야.=
“이실리테가 수고를 많이 했군. 그래서 지금 몸 안이 깨끗하다는 건가.”
=응. 소변은 아직이지만 배변은 완전히 멈췄어. 소변도 변화 중이니까 얼마 안 가서 수액 비슷하게 변할 거야.=
“확실히 아까 사랑을 나누면서 흘러나온 애액의 냄새가 변했더군. 새벽의 아침이슬이 맺힌 수풀의 향기라고 할까.”
=도령 말투는 때때로 시적으로 느껴져서 되게 가슴 두근거리는 거 알아?=
헤헤 웃으며 환인의 가슴을 쓰다듬던 안느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그때가 되면…… 뒤로도 하게 해줄게.=
“기대하면 되는 건가.”
=응. 기대해도 좋아.=
환인이 헤실거리며 웃는 그녀를 끌어안고 젖무덤과 매끈한 복근을 만져주자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흐헤…… 도려엉…. 히힣.=
“…….”
자신의 베개를 자신의 팔인 양 끌어안고 잠꼬대하는 안느를 바라보다가 금실처럼 찬란한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넘겨 준 환인은 이불을 그녀의 어깨까지 끌어올려 주었다.
그리고 침대를 나와 창밖으로 천천히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던 환인은 저 멀리 작게 보이는 비자룩스의 고성으로 시선을 주었다.
‘시더가 돌아오지 않는군.’
암살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모든 미련과 원한을 풀고 성불했는지, 아니면 암살에 실패해 혼이 소멸당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원기를 충전시켜주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지만 접촉이 가능해지고,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질량이 생겼다는 뜻. 질량이 있다면 공격받을 수도 있단 말이 되니 소멸당할 수도 있다.
“…….”
한겨울의 찬바람을 맞던 환인은 창문을 닫고 돌아섰다.
암살에 성공했다 쳐도 아직 새벽이다. 죽음이 알려지려면 아침은 되어야겠지.
거실로 나간 환인은 주방에서 부산스러움을 느꼈다. 주방을 찾아가자 아니나 다를까 이실리테가 하얀 두건과 앞치마를 한 모습으로 재료 손질을 하느라 바쁘다.
=아.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그래. 너도 잘 잤나.”
=네. 숙취는 어떠세요? 꿀차를 타드릴까요?=
어째서일까.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에게 헌신적인 이실리테였지만, 지금은 그녀의 모습에 시더가 겹쳐져 보인다.
만약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이실리테도 시더와 같은 행동을 할까.
환인은 단정한 갈색 포니테일의 아가씨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에서 꼭 껴안았다.
포근하면서도 여성 특유의 달콤한 체취가 밀려오고 수박만한 유방이 팔뚝에 닿으니 기분좋은 묵직함과 함께 아늑함이 전해진다.
=주, 주인님?=
“고맙다.”
=네? 아… 에헤헤…….=
우와~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생기려나? 새벽부터 주인님이 이렇게나 기쁜 말씀을 해주시다니,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아.
혹시나 주인님께 상처를 입힐까 식칼을 내려놓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이실리테는 환인의 모닝 키스까지 받고 행복해서 몸이 배배 꼬일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주인님이 보시고 계신 마당에 그런 단정치 못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이실리테는 애써 기분을 가라앉히고 이 행복한 마음을 요리에 듬뿍 쏟아붓기 시작했다.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에 휩싸인 환인은 이실리테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걸 한동안 구경하다가 시간이 되어 안느와 유르파를 깨운 뒤 호텔에 마련된 훈련장으로 향했다.
=주인님, 훈련장의 이용객이 있는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그래. 한두 번 훔쳐본 정도로 방어술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거라면 너와 안느가 그 고생을 할 리 없지.”
=만약 훔쳐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요?=
환인은 대답 없이 웃어주었다. 그 정도로 강하거나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싸우는 맛도 있지 않을까.
=으으, 안느 아가씨… 나, 나도 해독 좀 걸어줘…….=
=율이 언니도 참.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렇게 들이부은 거야.=
=처음 있는 회식이었잖니. 즐거웠으니까…….=
=어휴.=
숙취에 골골거리던 유르파는 해독을 받은 뒤 먼저 체력단련을 시작했고 환인은 방벽을 쓰지 않고 이실리테와 안느의 대인전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세 사람의 대련은 훈련장에 먼저 나와 체력단련 위주로 훈련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끌어당겼다.
=세상에. 저걸 눈으로 보지도 않고 막았어?=
=자, 잠깐. 아까 봉이 어떻게 휜 거지? 이해가 안 되는데.=
=…영혼 기사님들이 지금 봐주고 있는 거 아니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소식을 들었는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대련이 1시간째에 접어들었을 땐 축구 필드 절반만 한 대련장 주위로 사람이 빼곡히 들어찼다.
다들 자신의 훈련을 하는 척, 환인과 이실리테, 안느의 대련을 훔쳐보거나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사람이 모이자 환인의 실력을 알아보는 사람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생전 최고급 방어술의 진수를 볼 줄이야…….=
=스승님. 영혼사님이 펼치는 방어술이 최고급 방어술이라는 말인가요?=
=잘 보거라……. 상대의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봉쇄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방어. 회피와 막기, 반격의 3대 방어술의 정점이니라…….=
=화, 확실히.=
=영혼사님은 지금 봐주며 대련하고 있으신 거야. 허허. 부럽구나, 부러워. 내가 10년만 일찍 저 영혼사님을 만났어도…….=
특히 6급 투사의 아우라를 지닌 회색 들쥐 종의 인서족 노인이 내린 평가가 결정적이었다.
6급이기도 하니 비자룩스 마을의 명사이겠지. 그의 평가에 주위 사람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알들럼 노사가 저 정도로 평가하실 정도라니. 영혼사님의 실력이 대체 어느 정도일까?=
=6급 희귀 직업자와 4급 전사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으시니까…… 노사보다 강하지 않을까요?=
=그건 아니다. 영혼사님들의 전투 관련 능력은 솔직히 무직자와 다를 바 없잖아.=
=맞아. 그거 때문에 영혼 기사라는 범주가 새로 생겼으니까.=
=하지만 영혼 기사님 두 분도 대충 하는 기색이 없는데여?=
=파르히스트 백천근위무사 단장도 무직자지만 어마어마하게 강하잖아. 영혼사님도 그런 분이실 수 있지.=
=잠깐만, 영혼 기사님들 말이야.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야, 너두?=
=나도 좀 어딘가 익숙한데…… 알았다! 이번 파르히스트 토너먼트의 우승자와 준우승자야!=
=어? 은빛 철벽하고 붉은 대검이라고?=
=헐.=
갤러리가 여자 친구들의 정체를 눈치챈 즈음해서 환인은 대련을 끝내고 객실로 돌아왔다.
‘이름 알리기와 명성 높이기의 바탕 작업은 이 정도면 되겠지.’
어제밤부터 알리바이도 충분히 세웠고 여자친구들이 누구인지도 수십 명이 알게 되었다.
여기에 성불행까지 진행하면 마을에 큰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자신과 여자친구들에게 혐의가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
=주인님, 식사가 입맛에 안 맞으세요?=
“아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 음식은 여전히 맛있군.”
이실리테가 애정을 담아 준비한 아침을 들던 환인은 문득 자신이 시더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올거라면 벌써 돌아왔을 거다.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거겠지.
‘아쉽군.’
그녀가 일행이 되어주었다면 앞으로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환인은 작은 아쉬움을 털어내며 식사를 재개했다.
밤을 새우느라 발생한 약간의 피로감은 핏빛 위상석의 재생 효과로 날려버리고 정신적 피로도 명상으로 해결한 환인은 여자친구들이 자기 할 일을 보러 움직이기 전에 입을 열었다.
“이실리테, 안느, 유르파. 지금부터 성불행을 시작할 테니 보좌 부탁한다.”
=앗, 네.=
=지금 바로 출발할 거야?=
“그래. 먼저 나가 있을 테니 준비하고 나와라.”
알드헬름이 죽었든 죽지 않았든 조만간 반응이 나올 텐데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마구간으로 내려온 환인은 밖으로 나와 햇볕을 쬐고 있는 비상에게 멋들어진 장구류를 착용시켰다.
앞으로 자신의 마스코트가 되어줄 녀석인데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야지.
그나저나 웨이포드에서 산 쿠에 전용 장구류가 갈수록 멋있어진다. 손길이 닿으며 만들어지는 광택이 약간의 인조적인 부분을 완화하고 있다고 할까.
“잘 어울리는군.”
쿠흥~. 쿠쿳, 쿠우?
“아니. 오늘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성불행을 할 거다. 장난치지 말고 잘 따라다녀라.”
쿠에~.
그렇게 전투 장비에 회색 후드 망토까지 걸친 여자친구들과 비상을 데리고 돌심장 호텔을 나선 환인은 호텔 주변에 군중이 적지 않게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혼사가 투숙중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그렇겠지.
=영혼사님과 영혼 기사님들이다.=
=이 시간에 어딜 가시는 거지?
=성불행 가시는 거 아냐?=
=따라가 보자!=
‘이렇게나 시선이 모일 줄이야. 이정도면 따로 알리바이를 만들 필요도 없었겠는데.’
=야야, 저기 회색 로브 입은 네 명…… 경비대 애들이 말한 거랑 똑같지?=
=어어. 엄청 예쁜 녹색 쿠에도 있으니까 확실해.=
=영혼사님이다.=
=영혼사님이야!=
거리를 걷고 있자니 한여름 땅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에 개미떼가 모여드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인파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가정집에서, 상점에서, 노점상이, 지나가던 주민이, 병사가, 공업 지역에서 일하던 노동자까지.
사람들이 환인의 뒤를 쫓는 인파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왔다가 그대로 합류하는 일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인파와 이목을 끌고 있지만 짜증이나 성가심이 들지 않는 이유는…….
=…….=
=…….=
사람들이 20미터 정도 거리를 칼같이 유지하며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환인은 천천히 마을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영혼들에게 말을 걸어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고, 영기를 조금씩 주입해 자신이 상급 영혼사라는 걸 군중에게 알리며 성불행을 진행해 나갔다.
한 번에 한 명씩 정신을 깨우고 지인에게 데려가 성불시키는 방식.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이었지만, 애초에 영혼도 몇 없었고 족히 수백명이 뒤를 따르고 있음에도 자신을 방해하는 그 어떤 움직입도 없었기에 환인은 느긋하게 움직였다.
영혼을 찾고, 영기를 밀어 넣어 가시화시키고, 평온의 파동으로 정신을 깨우고, 영혼의 지인이나 가족을 찾아 데려가 주고.
영혼들은 대부분 사고 장소 주변, 혹은 집 근처를 맴돌고 있었기에 성불 과정 자체는 짧았다.
「아가야, 엄마 먼저 가서 미안해…….」
=엄마아. 흐아앙…….=
=유린이는 내가 친아들처럼 키울 테니까, 그러니까…… 너도 그만 편히 성불하렴….=
「네. 우리 유린이를, 잘 부탁해요. 언니…….」
일곱 번째 영혼, 열살 남짓한 아들을 두고 광산차 충돌 사고로 사망한 여성을 성불시킨 환인은 문득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영혼의 기억을 보는 조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 조건은 틀림없이 영기를 흘려 넣어줄 때다.
두 번째는 확실하지 않다.
일단 공통점을 꼽자면 카턴에서 살해당한 말빈의 사촌과 시더는 타의에 의한 끔찍한 경험을 했다는 것.
그러나 감정을 토대로 보았을 때 말빈의 사촌은 살해당하는 고통보다 배신을 더 아파했다. 오울링에서 살해당한 80명 넘는 영혼들도 제각기 살해당했으니 끔찍한 경험을 한 것과 다름 없다.
그러나 그들 중 기억이 보인 사람은 0명.
‘고고하거나 강한 정신력을 가진 영혼만 볼 수 있는 건가.’
시더는 아무런 스태추도, 증표나 표식도 없는 장소에서 정신을 차리고 있던 영혼이었다. 말빈의 사촌은 연인이라 생각한 남자에게 살해당하는 와중에 분노보다 애처로움을 느낄 정도였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영혼이 되었을 때만 볼 수 있다고 봐야 할까.
‘그러고보니 시더가 성불했다면 푸른 빛구슬을 남겼을 것 같은데.’
푸른 빛구슬의 여부가 궁금하지만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감사합니다, 영혼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랑 다시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혼사님.=
가족과 작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이들의 감사 인사를 받은 환인이 군중의 존경과 경외심 섞인 시선을 느끼며 점심을 고려할 무렵이었다.
두두두두…….
군중이 모여있는 곳 너머에서 작은 진동과 꺄악, 으악?! 작은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급하니 비키라는 외침도 들려온다.
잠시 후 갈라진 인파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쿠에에 탑승한 영주의 장남, 에사르트와 세 명의 호위였다.
입고 있던 하얀 제복 같은 옷이 여기저기 찢어진데다 베인 곳도 있고 피까지 묻어나고 있다.
얼굴에 불티가 쏟아진 것처럼 그슬리고 지져져 낭패한 몰골은 덤이며 표정도 잔뜩 일그러져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강하게 드러난다.
어디서 싸우고 온듯한 모습으로 다가온 에사르트가 거의 떨어지다시피 갈색 쿠에에서 내려와 환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환인 영혼사님!=
“에사르트 씨? 이게 무슨 일입니까.”
=큰일입니다! 성에, 성에 재액이 발생했습니다! 부디, 부디 도와주십시오!!=
에사르트를 향해 내밀던 환인의 손이 우뚝 멈췄다. 웅성임에 소란스럽던 주변 일대가 짙은 침묵에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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