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화 〉 243 교상 마을 오울링
* * *
‘하으아으앙~!’
목욕을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유르파는 아직도 그의 물건이 박혀있는 듯한 가랑이 사이의 이물감을 느끼며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얼마나 좋았는지 아직도 음부와 유두가 저릿하다. 거기다 자궁에 가득한 정액이 찰랑거리며 자궁도 덩달아 흔들리는 기분이 다시 음부를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순환으로 이어진다.
잠시 구르는 걸 멈춘 유르파는 욕실에서 세 번째 질내사정을 받은 후 삽입 상태로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던 환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렸다.
‘머리색이 다시 흰색으로 변했군요. 기분은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전부 걱정해주던 그의 모습은 유르파에게 성행위 시의 절정 쾌감보다 더 좋은 정신적 쾌감을 부여했다.
가슴이 찌르르 울리고 머릿속에 범종이 데에엥 데에에엥 울리는 느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긍정적인 기분과 마음이 뒤섞여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기쁨.
유르파는 두말없이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환인의 가슴에 안겨들어서 열렬한 추종을 고백했다.
지금이라면 자기를 위해 웃으며 죽을 수 있다고, 죽어도 성불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 영혼까지 바치겠다고.
그리고 자신을 받아줘서 정말 고맙고, 행복하다고.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정신을 더더욱 천국으로 올려보냈다.
‘그건 곤란하군요. 앞으로도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서 제 옆에 있어 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하으으읏~! 자기의 속삭임에 가버렷! 36번 절정 분수를 뿜으며 자지러져 버렷~!
실제로 허벅지만 비비적거리고 있는데도 그의 물건이 박혀있는 듯한 감각이 시너지를 일으켜 절정에 오르는 쾌감이 적립되고 있다.
순간 토실토실한 허벅지가 꼬이며 대음순을 좌우로 꾹 압박했고, 음핵이 꼬집히는 듯한 감각에 유르파는 척추를 달리는 쾌감을 느끼곤 배게피를 물고 끙끙거렸다.
=…….=
그 절정이 가시자마자 유르파의 뇌가 영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지금이라면 그걸 완성할 수 있어…….=
유르파는 홀린 듯이 작업대로 다가가 집중력이 부족해 여태껏 손도 대지 못했던 작업, 반도체 버금가는 세밀한 공정 구간을 돌파해나갔다.
=……그래서 밥때도 잊고 자동 방어 마도기를 만든 거야?=
=으으응…….=
=어휴. 배 안 고파요?=
=배거파아…….=
=과일이랑 샐러드 좀 가져왔으니까 먹어요.=
=거마어… 사랑해애…….=
샐러드를 향해 다가오던 팔이 절반쯤 와서는 바르르 떨리다가 침대에 툭 떨어진다.
그 모습에 이실리테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 유르파를 품에 안은 뒤 포크로 샐러드를 찍어 먹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집중력을 너무 사용해도 탈진에 걸린다는 걸 이실리테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환인과 대련하다 보면 10일에 한 번꼴로 이런 상태가 되니까.
아기처럼 이실리테의 품에 안겨 샐러드와 과일 조각을 받아먹는 유르파를 보던 안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유르파가 오지 않아 환인이 직접 데리러 갔었다.
그리고 몇 분 뒤 혼자 돌아와서는 나중에 따로 밥을 챙겨줘야겠다고 하길래 뭔가 일이 생겼나 했는데…….
작업대로 시선을 돌리자 척 봐도 멋있게 생긴 브레이서bracer와 직사각형의 작은 핀씰pinseal이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래도 멋지게 완성했네. 언니, 고생했어.=
=흐히히…….=
어찌어찌 밥을 챙겨 먹고 기운을 차린 유르파는 환인에게 선물을 전달하러 가기 전,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을 꾸미기 시작했다.
=잠깐만. 나 화장 좀 할 게 조금만 기다려줘~.=
=천천히 해.=
그렇게 대답한 안느는 유르파의 뒤에 서서 하얗게 변한 유르파의 머리카락을 보며 신기해했다. 이실리테도 조심스럽게 머리카락 끝을 만져본다.
=머리카락이 어떻게 하얗게 변한 거지? 원리가 뭘까.=
=감정이 변화시키는 거라고 알고 있어.=
=이렇게 깨끗한 흰색은 처음 봐요. 눈썹도 새하얀 게 눈처럼 순백색이네요.=
=그, 그러니?=
왠지 부끄럽다.
흡정족의 백화 현상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씨도둑질, 혹은 정기 갈취의 흔적이라며 혐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두 아가씨는 그냥 하얗게 변한 자신을 신기해할 뿐이다.
유르파의 흰머리를 신기해하며 만지작거리던 안느는 펄색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하얀 유르파의 입술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유르파가 입고 있는 끈 원피스 어깨끈 매듭을 잡아당겨 풀었다.
사라락 한쪽이 흘러내리며 물방울 모양의 유방이 드러나자 유르파가 눈을 흘기며 옷을 고쳐 입는다.
=정말, 뭐 하는 거니.=
이전이었다면 질색했겠지만, 이제는 덤덤하다. 외모는 금발금안의 여신이지만 속에는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14살 사내아이가 들어있고, 이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니 왠지 신기해서. 언니 입술도 하얀데 아까 목욕탕에서 젖꼭지도 하얀색이었던 거 같았거든. 근데 역시 하얗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유리 언니는 홍조 색도 좀 달랐죠?=
=이건 흡정족의 특징 탓이야. 혈색이라는 말 알지? 그건 피의 색을 말하는 건데 얼굴이 붉어지고 하는 건 그 피의 색을 따라가기 때문이거든.=
=헤~ 언니 피는 하얗다는 거야? 피 대신 도령 정액이 흐르나?=
얘가 지금 무슨 남사스러운 말을 하는 거랑?
아까 어깨끈을 풀어낸 괘씸죄를 더해 킥킥 웃는 안느의 팔뚝을 찰싹 때린 유르파가 대답했다.
=흡정족의 피 색은 머리카락 색에 따라가서 그래.=
=진짜?=
그 신기한 걸 확인해보지 않으면 안느가 아니다.
누드톤 화장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유르파의 팔을 냉큼 잡는다. 그리고 근육 하나 없는 보들보들한 팔에 입술을 대고 힘껏 빨았다.
쭈웁
=아야.=
=와, 진짜네.=
이렇게 피부를 힘껏 빨면 모세혈관이 찢어지며 붉은 기운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이걸 목이나 쇄골, 가슴에 하면 키스 자국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르파의 팔에 한 마크는 피부색과 별다를 게 없는 하얀 자국이었다. 시험 삼아 자신의 팔에 대고 한 빨간 자국과 대비된다.
피식 웃으며 검지로 장난스럽게 안느의 이마를 톡, 때린 유르파는 화장을 끝내고 머리띠를 풀어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자.=
호족들이 선물할 때 사용하는 흑갈색의 고급 상자를 가져와 자신의 역작을 안에 담는다.
그리고 그걸 두 아가씨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바로 다변성 방어 장치, 안느 아가씨의 토너먼트 우승 상금 100금화와 이실리테 아가씨의 상금 30금화에 내가 가진 고급 재료랑 이때까지의 크래프트 스킬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서 만든 회심의 걸작이야.=
기본은 고등급의 술법사 계통 직업자들이 호신용으로 애용하는 방어 장치다.
여기에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가미하고 오랜 제작자 생활을 하며 모아둔 희귀하고 희소한 재료,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위상력 감응 소재들을 시가로 쳐서 아낌없이 투입한, 말 그대로 최상급의 마도기.
설명을 들은 안느가 깜짝 놀란다.
=진짜 최상급이야?!=
=최, 최상은 안되고 상중 정도…?=
매우 놀라는 안느의 반응에 내심 찔린 유르파가 소심하게 중얼거렸지만 두 여자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상자 속의 마도기에는 일체의 가공비와 인건비 등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재룟값으로만 무려 130금화가 들어간 물건이다.
여기에 모든 능력이 부여와 제작에 몰 빵 된 6급 직업자인 유르파가 자신의 걸작이라고 장담했으니 그 성능은 보장된 셈.
무엇보다…….
=상중급의 마도기면 주도나 성도의 경매장에서 네자릿수 금화에 팔리기도 하는 마도기잖아요. 유리 언니, 고생 많았어요.=
=응, 진짜 수고했어. 언니가 아니었다면 도령한테 그저 그런 방어구를 사줄 수밖에 없었을 거야. 언니 좀 대장인 듯.=
=우후후. 고마워?=
아가씨들의 칭찬에 한껏 어깨가 으쓱해진 유르파는 상자를 재빨리 포장한 뒤 가장 많은 돈을 낸 안느에게 내밀었다.
=자, 안느 아가씨가 자기한테 건네주렴.=
=어? 아냐, 언니가 들고 있다가 도령한테 줘. 만드는데 언니가 가장 고생 많이 했잖아.=
=으응? 하지만 재료비의 76%를 안느 아가씨가 냈잖니. 가장 중요한 의견도 안느 아가씨가 냈고.=
=그런걸로 따지면 10년동안 구상한 설계도에 언니가 가진 값비싼 재료를 듬뿍 넣었지. 가공비랑 수임비도 없고.=
=하지만…….=
=비중으로 보아도 언니의 지분이 가장 크니까 사양하지 마요. 그리고 유리 언니도 이제 어엿한 주인님의 여자니까요.=
두 아가씨의 재촉에 유르파는 어쩔 수 없이 다변성 방어 장치가 든 상자를 챙겼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등을 꾹꾹 밀려 방을 나서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참…… 순진하고 착한 아가씨들이네.’
파르히스트에서 호족과 고족,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자제를 상대로 마도구와 마도기를 팔던 유르파의 눈에 두 아가씨는 때 묻지 않은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순진무구해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사기당하고 뒤통수 맞기 좋은 성격이다.
세상에 얼마나 약고 악독한 년들이 많은데. 정처를 끄집어 내리려고 이간질을 시도한다거나 정처를 살해하려고 독극물, 혹은 건강 기능 용품으로 속여 천천히 건강을 해치는 마도구를 선물한다던가.
그런 여자들만 보다가 이실리테나 안느를 보니 유르파는 자기 몸만큼이나 때가 타고 더러워진 마음이 조금씩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렇게 착한 아가씨들이 있어야 세상 사는 재미도 있는 거지.’
유르파는 다짐했다. 우리 자기한테 벌레 같은 년이 꼬인다면 두 아가씨가 마음고생 하기 전에 자신이 모두 정리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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